꿈을 수선하다 / 윤희경
내 안에 비가 내리고, 나는 그 비에다 물을 주는 중이다
자기 전엔 사막을 걷지 말라는 말
잠덧은 모래알이라서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려서
잠이라고만 볼 수는 없지
꿈은 올라갈 수 없는 나무라는 말
무른 무릎으론 엄두가 안 나서,
꿈이라고만 볼 수는 없지
떨지 마, 추위도 부풀어 올랐다가
털썩 꺼지기도 해,
꿈을 둥지라고 불러볼까
머리맡이 환해지게
어떤 마을은 액자로 걸어 두었어
벽을 두드려도 모른 척해서,
오래된 약속들이 떠나버려서,
참, 그때 누가 꿈을 찍어두었더라
떫은맛이 계단 꼭대기에서 툭!
데구루루루,
작은 꿈들이 채 익기도 전에 깨져버렸다
잠들어있는 조각은 조심해야 해!
꿈의 소매를 꿰매고, 꿈의 밑단을 잇대어
다시 일구자고 했더니,
뜯어진 잠들이 달려와
꿈속을 꼭꼭 주무르기 시작했다
꿈을 수선하려고, 비는 며칠째 박음질 중이다
(2023년 경북일보청송문학대전 수상작)
ㅡ계간 《시와 반시》 2024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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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희경 시인
전남 나주 출생, 1996년 호주 시드니 정착, 한국 사이버 외국어대 영어학부 졸업
2015년 《미네르바》 등단.
시집 『대티를 솔티라고 불렀다』
2022년 <재외동포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