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한 일을 성실하게 하는 사람
필리핀 민도로섬에 있는 ‘노아의 방주 신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물이 귀해 전기모터를 돌려 높은 곳의 물탱크에 지하수를 길러 담아두고 물을 사용하는데 물 귀한 줄 모르고, 또 전기세가 비싼 줄도 모르고 기숙사의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아 밤새 모터가 돌아가 비싼 전기세를 치르고 귀한 물을 낭비해서 학교 당국이 발칵 뒤집힌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고치려고 해도 고쳐지지 않고 반복되는 고질적인 악습관이다. 자기 것이 아니어서 소홀히 여기는 것이다.
어제오늘 사랑하는 아들 노엘이가 대단히 좋아하는 토브 캠프(성경캠프)에 다녀왔다. 오랫동안 고대하며 기다려온 캠프였다. 아들은 캠프가 열리기를 몇 주 전부터 손꼽아 기다렸는데 특히 지난 캠프에서 만난 동생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고 캠프가 열린 밀양으로 달려가는 길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던 것 같다.
토브 캠프는 대구의 몇 분 목사님이 진행하는 성경캠프이고 그때마다 좋은 장소를 찾아서 열고 있는데 이번에는 우리 가족이 출석하는 밀양의 시골교회에서 열리게 되었다. 그래서 아이는 더욱 행복해했다. 물론 우리 부부도 덩달아 기쁘고 즐거웠음은 말할 것도 없지만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 시설을 사용하는 일로 조심스러운 마음이 컸다. 혹시 무엇 하나라고 부수거나 고장 내면 어찌나 하는 조바심 말이다.
사람들은 필요할 때 스위치를 켜 불을 밝힌다. 그리고 필요할 때 문을 열고 또 필요할 때 수돗물을 틀어 사용하다. 보일러도 켠다. 자신의 필요를 해결하기 위해 적절한 행동을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필요를 채우고 난 뒤 그 뒷마무리에 대단히 소홀하다. 그러하기에 우리 부부는 시골교회의 예배실이며 여러 방과 주방, 화장실 할 것 없이 그들의 뒤를 좇아가며 불을 끄느라 분주했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공간에 불을 환하게 켜두고 더울 정도로 보일러를 켜두었다. 어둔 곳을 밝히기 위해 불을 켤 줄은 알지만 다시 그곳을 떠날 때 불을 꺼야한다는 데는 무지하거나 게으르다.
지극히 작은 것에 충실할 수 있는 사람이 큰일을 할 수 있다. 빈방의 불을 환하게 켜두지 않고 스위치를 내릴 줄 아는 사람이 그 방을 잘 사용하여 더욱 귀한 열매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정말 바빴다. 이곳저곳의 불필요한 전등을 끄느라, 그리고 아무도 없는 방을 지나치게 덥히고 있는 난방 스위치를 내리느라 말이다. 그리고 온갖 데 널브러진 쓰레기를 치운다고도 바빴다.
아이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며 동시에 쓰레기도 올바로 버리며 주변을 정갈하게 하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