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본 사람은 많지 않아도 영화에 나온 마릴린 먼로의 사진은 안 본 사람이 드문 영화가 <7년 만의 외출>(1955)이다.
영화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여름방학을 맞은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캠프로 떠나자 뉴욕에 혼자 남은 남편이 매력적인 낯선 여인에게 유혹을 느끼다가 결국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부인과 아이들이 있는 휴양지로 간다는 내용이다.
영화에서 유부남을 유혹하는 여인으로 등장한 배우는 당연히 마릴린 먼로다. 이름도 없이 ‘The Girl’로만 불리우는 이 여인과 남자가 뉴욕의 밤거리를 걷다가 지하철 통풍구 위를 지날 때 마침 열차가 지나가 바람이 불자 여인의 치마가 날리는 장면이 바로 저 유명한 사진이다.
영화의 원제는 “The Seven Year Itch”로서 itch는 직역하면 가려움증인데, 영화의 맥락에서는 부부간 권태기를 의미한다. 결혼 후 7년 쯤 되면 애정이 시들해지고 권태기가 찾아온다는 당대의 속설을 말한다.
이 영화가 나온 해가 1955년이니 7년은 삶의 속도가 지금보다 훨씬 느렸던 당대의 기준이고 지금은 그보다 훨씬 빨라졌을 수도 있다.
애정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 옥시토신은 애정의 감정과 상관관계가 높은데, 연구에 따르면 남녀가 사귀기 시작한 후 약 6개월에 옥시토신 레벨이 정점에 다다른다고 한다. 이후 서서히 낮아져 약 3년 후에는 본디 수준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물론 연인간 또는 부부간의 옥시토신 레벨은 상황에 따라, 노력에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하며, 사람마다 차이가 크기 때문에 저 연구를 과도하게 믿을 필요는 없지만, 사귄 지 오래 되거나 결혼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권태기가 오는 것은 대부분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다. (권태기가 전혀 없는 부부는 복 받았거나, 호르몬에 이상이 있을 수 있으니 의사와 상담할 필요가 있다--- 농담임.)
결혼 후 7년 쯤 되면 (아이가 있을 경우) 한창 손이 많이 갈 시기다. 직장에서도 허리 역할에 해당되어 한창 일이 많을 시기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는 더욱 바쁘다. 아침에 아이들 챙기고, 직장에서 일하고, 집에 와서 아이들 먹이고 놀아주고 씻기고, 밤에는 승진이나 자기 계발을 위해 공부를 해야 한다. 잠자리에 들 시간 쯤 되면 남편도 아내도 기진맥진하여 서로를 보살필 여력이 없고 그저 푹 자는 게 소원이 된다.
부부간 잠자리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것도 이 시기다. 이 시기의 아내는 일과 아이들에 지쳐 잠자리에 대한 욕구가 최저이지만 아직 젊은 남편은 때때로 욕구를 해소하려 한다. (남녀의 차이에 대해서는 진화인류학적으로 이미 많은 연구가 있지만 여기서 굳이 얘기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라는 점이다.)
우리 부부도 그 시기에 많이 다투었던 듯하다. 나는 일이 한창 바쁜 시기였고, 아내는 휴직 후 두 아이를 키우던 시기였다. 나는 풀리지 않는 일로 예민한 날이 많았고, 아내는 하루 종일 두 아이와 씨름하고 집안 일을 하고 나면 저녁이면 기진맥진하기 일쑤였다.
해결책은 상대방에 대한 연민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아내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주는 것이었다. 토요일 하루 내가 아이들을 보고 아내에게는 자유시간을 주었다. 그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아내가 얘기할 때도 있었지만 얘기하지 않아도 꼬치꼬치 묻지 않았다. 아내는 지인을 만나기도 하고 전시회에 가기도 하고 때로는 카페에 혼자 앉아 있기도 한 것 같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오면 저녁을 먹고 아이들을 재우고 같이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다고 그 후 우리 부부 사이에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런 루틴이 당시 갈등을 부드럽게 넘기는 데 큰 도움이 된 것은 분명하다.
워런 버핏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가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라 했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배우자를 잘못 만나면 행복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나 역시 그런 배우자가 되도록 노력해야겠지만, 결혼 한 후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세상에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다.
-- 주말 단상
첫댓글 막 살아도 사랑받고싶은데 ㅎ
인생이 그렇게 쉽진 않죠
무조건 사랑해주는 사람은 부모 밖에 없죠.^^
@호중유천 남자도 사랑해줘야 사랑 받는다는 사실을 결혼하고 몇년 지나서야 알았어요 ㅎ
진즉에 알았으면 연애고자를 면했을텐데
@에밀졸라 타고난 성품도 영향이 있지만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줄 줄 아는 것 같네요.^^
위 댓글에 빵~ 남편에게 뭔가 쌓인다 싶으면.. 전 내가 저 사람을 좋아했던 이유를 떠올려요. 사람은 변하지 않았는데 좋았던 이유가 불만이 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그럼 내 마음이 변한거구나 뭐 그런 생각이 들면서 안쓰럽게 보인다고나 할까? 혼자 쌓인 불만을 푸는 제 나름 비결.
상대방은 변하지 않았는데 내가 변했을 수도 있고, 서로 변했을 수도 있죠. 그런 생각이 든다면 그렇게 된 원인이 뭘까 생각해보는 시간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결혼 7년차 우리 큰딸 맞벌이에
5살 아이 양육 하느라 늘 허둥대며 사는게 안쓰러운데
다행히 사위가 육아도 잘 도와주고,
가끔씩 주말에 친구 만나고 쇼핑도 하는 시간을 배려해 주더군요.
우리부부는 거의 룸메? 수준으로 삽니다 ㅎ
취미는 같으니 주말 산행은
변함없이 하구요.
호중님은 따뜻한 남편일것 같은데요
제 추측이 맞지요?^^
신혼의 뜨거움으로 계속살면
인간의 수명이 45밖에 안된다는 낭설이 ㅎ
사위를 잘 두셨네요.^^
장성한 자식을 둔 부부는 룸메이트가 되는 게 보통이죠. 역할을 잘 분담하면 원만하게 사는 거고 한 쪽이 책임을 회피하면 삐거덕 거리고요.ㅎㅎ
우리 부부는 가치관이나 정치색은 같지만 취미는 다른 게 많아서 각자 인정하며 살고 있습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4.07 21:08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4.07 22:59
좋은 글이였습니다~
네 주말 잘 마무리하시고요.
전 호둥유천님의 글이 참 좋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따뜻한 글이네요. 글 늘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
네 좋은 오후 되십시오.
글 항상 잘 읽고 있어요~ 좋은 글 오늘도 잘 읽었어요~
네. 휴일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