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보단 영화로 기억되고 싶어요.
낭만주의 소녀, 민아 임수정
올 여름, 관객에게 쉽게 잊을 수 없는 공포를 안겨준 영화 <장화, 홍련>.
임수정은 그렇게 충무로의 떠오르는 별이 되어 그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더 이상 범상치 않은 비밀로 관객의 공포를 지배하던 그녀가 아니다.
공포 대신 즐거움과 슬픔을 지배한다.
즐겁지만 그 속엔 왠지 모를 슬픔이 묻어있는 듯 그녀의 미소엔 가슴 저리는 눈물이 담겨있다.
영재가 다가오기까지 민아는 차가운 현실속에서 살아왔다.
심약한 몸은 사람을 가까이 할 수 없게 만들었고 스스로도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하지만 햇살 같은 영재와의 만남은 얼음 같던 민아의 마음을 조금씩 녹게 만들었다.
'죽음' 이라는 예정된 끝을 향해 내달리는,
하지만 결코 서두르지 않는 사랑의 과정은 따뜻하고 온화하다.
영화 속 민아가 그랬던 것처럼 임수정도 마음의 문을 연 것일까?
"약간 낯을 많이 가리고 쉽게 남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그런 성격이었어요.
하지만 민아가 '사랑' 이란 부호로 세상과 교류하고 통신하면서
잃어버렸던 미소를 다시 되찾은 것처럼 저도 이 영화를 통해 많이 밝고 부드러워진 것 같아요."
<장화, 홍련>의 수미가 만들어낸 '차갑고 싸늘한' 임수정을 선입견으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간혹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그녀는 보통 사람이 쉽게 다가갈 틈을 주지 않았다.
기억을 거슬러 <…ing>의 현장 공개 당시,
취재진의 촬영이 조금 부담스러운지 내내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던 그녀 주위로
'차가움의 자기장' 이 형성되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기분마저 들었다.
그런데 달라졌다. 그것도 아주 많이.
조심스럽게 인터뷰 장소에 들어서는 임수정에게서
전의 그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뭔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무표정한 냉소를 밀어내고 얼굴 가득히 자리 잡은 미소가 그 변화를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하긴 요즘 그녀는 미소 지을 만도 하다.
예상치 못한 엄청난 흥행성적을 일궈내며 내려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존재를 '각인' 시킬 수 있는 <…ing>가 또 다시 극장 간판에 걸렸으니,
24살의 이 신예 배우는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그 이상으로 설렘 섞인 즐거움을 맛보고 있을 것이다.
인터넷 '얼짱' 사이트 출신이라는 항간의 소문이 오보라는 그녀의 말과 상관없이,
자의든 타의든 임수정의 '얼굴' 은 그녀의 연예계 진출을 가능케 한 무기였다.
이렇게 활발한 활동을 했었나 싶을 정도로 많은 CF와 뮤직비디오를 통해 연예계 문을 두드린 그녀는
<학교 4>를 통해 정식으로 연기자 신고식을 치른 후 영화로 그 활동영역을 넓혀갔다.
<피아노 치는 대통령>에서 대통령의 딸이라는 핑계로
학교 선생님을 불편하게 만드는, 조금은 반항적인 이미지로 관심을 끌더니
<장화, 홍련>에선 죄의식에 사로잡힌 채 정신분열을 일으키는 10대 소녀의 모습을,
<…ing>에서는 감당하지 못한 슬픔을 가슴에 숨긴 채 마지막 순간을 즐거워 하는 시한부 인생을 연기했다.
비록 3편밖에 안 되는 짧은 필모그래피이지만 임수정은 그 안에서 변화를 시도했다.
"장르를 불문하고 캐릭터가 굉장히 맘에 들고 그래서 너무너무 욕심이 나면
어떤 장르의 어떤 캐릭터라도 다 하고 싶어요.
예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도 좋지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조금 부족함이 있는,
혹은 마음 한 구석에 상처와 아픔을 담고 있어 연민이 느껴지는 캐릭터에 더 정이 가는 것 같아요.
물론 제가 끌리는 역할이면 어떤 모습이라도 할 것 같아요."
고등학교 시절, 비록 지금은 제목도 출연 배우도 내용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연극이지만
그 한 면의 연극에 가슴 떨린 전율을 느껴 연기자가 되길 결심했다는 임수정.
"영화속 배우의 인상이 확 남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작품 속에 녹아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가 좋다는 말보다 영화가 좋다는 말을 더 듣고 싶다는 욕심 없는,
아니 연기자로서의 욕심을 조심스럽게 감춘다.
어느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찾으려는 임수정은
영화 제목 <…ing>처럼 한창 현재 진행형인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선 그녀가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열었지만
이제 현실에선 우리가 그녀를 향해 마음의 문을 열 차례링 것 같다.
오청락, 고두희 기자
Interview
<…ing>는 어떤 영화?
사랑에 관해서 얘기해주는 영화예요.
물론 사랑에는 남녀간의 사랑도 있지만 포괄적으로는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 등 그 밖의 여러가지가 있잖아요.
저희 영화는 그런 포괄적으로 사랑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영화인 것 같아요.
전반적인 분위기가 명랑하고 밝은 분위기라는 말이 있지만 전반과 후반에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전반에는 굉장히 귀엽고 밝고 민아와 영재가 사랑하지까지의 에피소드가 중심적이라면
후반에 가서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표현하기 위해서 조금 감상적이 되지 않을까 생각되요.
<…ing>의 민아
민아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성격이 어렸을 때부터 병원 생활을 오래하고
아팠기 때문에 그 또래 친구들보다 성숙한 면이 많지만 주위에 친구도 거의 없어
쉽게 남에게 마음을 열지 못한 구석이 있어요.
그런 친구 앞에 영재라는 독특한 캐릭터의 남자 친구가 나타나면서
마음을 조금씩 열어가는 과정인데, 저의 성격도 그런 민아의 초반 모습을 많이 닮았어요.
저도 약간 낯을 많이 가리고 쉽게 남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그런 성격이 조금 있거든요.
그런데 <…ing>하면서 굉장히 밝아졌어요.
극중에서 민아가 그렇게 마음을 열어가면서 나중에는 사랑을 받아들이고 사랑을 줬듯이
저도 좀 부드러워졌다고 할까요?
김래원
김래원씨의 실제 모습은 굉장히 말이 없고, 약간 저랑 조금 비슷한 면도 있었던 것 같아요.
초반 부분에는 그 친구도 낯을 많이 가려서, 실은 둘이 좀 친해지기까지가 오래 걸렸어요.
서먹서먹하고 말도 붙임성 있게 못했지만 계속 연기를 같이 하다 보니까
<옥탑방 고양이>같은 그런 느낌도 나오는 것 같아요.
근데 그 친구가 직접 자기 입으로 이야기한 것이 있는데 자기는 그런 성격이 아니었데요.
<옥탑방 고양이>를 하면서 '나에게도 그런 면이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기도 모르게 성격이 변했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근데 배우들은 맡은 배역에 많은 영향을 받는것 같아요.
저도 또한 <…ing>하면서 굉장히 많이 웃고 그랬거든요.
<장화, 홍련>의 그 표정처럼 긴장되어 있고 어두운 표정이었는데
<…ing>하면서 따뜻하고 때로는 애교도 부려보고 그랬던 것 같아요.
이언희 감독
처음 촬영에 들어가서는 솔직히 대화를 못했었어요.
촬영 준비작업을 하면서 저랑 본격적으로 얘기하기 시작한 건
촬영 두서너 달 정도 되어 가면서 이렇게 얘기가 많이 오고 갔어요.
촬영 얘기도 하고 개인적인 얘기도 하고 했는데 여자 감독님은 그런 부분이 좋더라고요.
개인적인 얘기도 할 수 있고, 그리고 막 어디를 다녀도 밥 먹으러 가도,
커피 마시러 갈 때도 팔짱 끼고 다녔어요.
남자 감독님하고는 문화적으로도 차이가 나고 남자 감독님들은 거의 술을 많이 드시고 이러니까
그런 자리가 난 싫으면 어쩔수 없는데, 이언희 감독님은 문화적으로 같은 동성이고 그러니까
같이 즐기는 부분이 비슷하잖아요. 그래서 그런 부분이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현장 쪽에서의 감독님은 나이가 어리시고 여자 감독님인데도 불구하고
자기가 생각하고자 하는 게 정확하게 있으셨던 것 같아요.
주위에서 이런 저런 의견들이 나올 수가 있는데 물론 다 수용할 땐 수용 하시지만
결과적으로 볼때는 자기가 원했던 그림을 담아내신,
의외로 굉장히 강하신 분 같았어요.
배우로서의 바람
그냥 진짜 배우같다, 다가가고 싶다, 너무나도 신비로운 느낌은 말고요.
너무 좋아하는 배운데 딱 보면 내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느낌이 드는 배우들도 많이 있잖아요.
물론 그것도 그 배우가 갖춘 카리스마 중의 하나거든요.
그런 게 없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바램은
다가가고 싶은 친구, 언니하고 싶은 누나하고 싶은 아니면 동생하고 싶은,
내 며느리쯤 되고 싶은, 내 아내 삼고 싶은, 자기 입장에서 어떤 사람이든
가까운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 그런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하지만 여자배우들이 그런 매력을 갖는게 힘들잖아요.
왠지 신비감이 있어야 될 것 같은, 지금 생각해보면 안성기 선배님이나 박중훈 선배님 같은 경우를 봐도
대배우시지만 사람 냄새가 막 물씬 풍기잖아요.
저도 그런 모습을 배웠으면 하는데 대개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이미숙 선배님을 닮고 싶어요.
이미숙 선배님은 어떤 대중적 환경에서도 카리스마는 굉장하시거든요.
소탈하시고 왠지 인간 냄새 물씬 풍기시는 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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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직접 다 타이핑 한거예요;;;
너무 힘들어요 ㅠ0ㅠ;;
아참!! 저기 위에 보면 수정씨가 직접 얼짱설은 오보라고 하시죠?
이젠 정말 얼짱설 그만 나오길.....
첫댓글 앗 수고하셨서요 감사합니다..잘 읽었습니다.
오~타이핑!!최고!!
컥?ㅣㅣㅣㅣㅣㅣㅣ 타이핑.... 존경~!
저 이기사 봤는데 감사해요 ㅋ 수정님 말솜씨란... 정말 ! 乃
오..혜리언니 고마워요>_<)/...잘읽었어!!.. 역시 수정언니의 말솜씨는 ..캬아~ 따봉!
수정시 말솜씨와 혜리언니의 타이핑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__)
컥...저걸다...수고많았구...요즘은 수정님 기사를 수정님 말투로 읽게된단말야...ㅋㅋㅋ
언니 수고해써~~ 아... 수정이언니 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