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초등 학습지 중 씽크빅이라는 브랜드를 처음 들었을 때 참신하다고 생각했다. Think big. 소시적 영어공부할 때 단골로 접했던 격언 “Boys, be ambitious!”와 비슷한 느낌이 나면서 남녀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원칙이라는 느낌이었다.
코앞의 목표에 매몰되지 말고 한 걸음 물러나 넓게 보고 멀리 보라는 말은 어른의 세계에서도 종종 요구되는 원칙이다. 아니, 어른의 세계일수록 더 자주 떠올려야 하는 원칙이다. 어릴 때는 넓게 보고 멀리 보고 싶어도 아는 게 적으니 한계가 있지만 제대로 성장한 어른이라면 그간 쌓은 식견을 활용할 수 있고,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넓게 보고 멀리 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당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부사항도 꼼꼼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멀리 보기는 하지만 코앞의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게 된다. 별을 보며 걷다가 도랑에 빠지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넓게 보고 멀리 보는 것과 좁게 보고 짧게 보는 것은 둘 중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 문제다. 개인적 차원에서도 그렇지만 조직 차원에서는 더욱 절실하다. 실패하면 파장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대로 된 조직이라면 장기 계획을 세우는 동시에 일을 진행할 때 세부사항에 누락이 있는지, 또는 잘못된 것이 있는지 점검하는 체계가 갖추어져 있다.
그런데 우리는 때로는 너무 좁고 짧게 보고, 때로는 너무 넓고 길게 본다. 가령 AI가 일자리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예측은 많이 나오고 있으나 누구도 확답은 내리지 못하고 있다. AI의 영향을 지나치게 크게 보거나, 반대로 약간 더 편리해질 뿐 삶의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AI의 영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한다. (후자는 주로 과거 컴퓨터를 전공했던 노인들이다. 그 때도 인공지능에 열광했었는데 그 후 세세한 진전은 있었지만 크게 보아 인간의 삶 자체가 변한 것은 별로 없다는 논리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사물을 가까이에서 보면 크게 보이고 멀리서 보면 작게 보인다. 마찬가지로 어떤 문제를 너무 가까이에서 보면 과도하게 크게 생각되고, 너무 멀리서 보면 과도하게 작게 보인다. 문제가 너무 크게 보이면 불안하고 초조해지고, 너무 멀리 보이면 나태하고 태만해진다. 둘 다 제대로 된 대응은 아니다.
지금의 국제정세가 불안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러-우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 데다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결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밤 이란이 이스라엘에 미사일을 쏘았다는 뉴스가 나오자 유가가 급등하고 월가에서는 VIX지수 역시 급등하고 있다. (공격을 예고한 점이나 유엔 규정을 언급한 점을 보아 정황상 이란은 더 확전을 바라지 않고 있으나 호전적인 네타냐후의 대응이 어디까지 갈 지가 관건이다.)
일본 기시다 수상은 미국에 가서 미국, 영국, 호주의 군사동맹체제인 AUKUS에 자기네도 끼어달라고 하고 있고, 중국은 그런 일본의 움직임을 불쾌하게 여기고 북한을 자기편으로 더욱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자국내 통신업체에게 미국산 칩을 중국산으로 대체하라고 지시했으며, 이에 따라 인텔과 AMD 주가가 급락하는 일도 벌어졌다. 세계 어디로 눈을 돌려도 평온한 곳이 별로 없고, 유럽, 중동, 동아시아 등 갈등의 소지가 큰 지역에서는 마치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듯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또한 전면전이 벌어지지는 않을 듯하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세계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을 넘어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중국은 시진핑이 권좌에 오르며 내수 중심 국가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했다. 중국제조 2025라는 계획하에 미국에 맞먹을 만큼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한편, 수출에 의존하지 않아도 경제가 버틸 수 있도록 내수를 진작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처참한 실패였다. 상하이, 선전 등 1선 도시는 소득이 급등했지만 내륙의 2선, 3선 도시의 소득은 상대적으로 뒤쳐져 빈부격차가 크게 확대되었다. 자연히 인민의 불만이 커지고 부동산 버블과 주식시장의 버블이 터지자 중국은 내수 중심 정책을 포기하고 다시 수출중심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제는 과거처럼 값싼 공산품만이 아니라 그간 발달한 2차전지, 반도체, AI기술을 활용하여 한편으로는 BYD 전기차 등 하이테크 제품을 팔고, 다른 한편으로는 테무, 쉬인 등을 통해 파격적인 가격에 소비재를 팔고 있다. 이렇게 수출을 해야 경제가 돌아가는 중국이 과연 미국에 맞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중국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인도와 일본으로 들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과의 대결 구도를 강화하면 인도만 좋은 일을 시키게 될 수 있다.
물론 전쟁은 일어날 수 있고, 세계가 경기침체에 빠질 수도 있으며, 누군가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역사를 돌이켜보면, 전쟁이 지나가면 경제는 살아났고 신기술이 나왔으며 인구는 다시 증가했다. 지금이 최악인 것 같아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격언이 맞았다고 확인하는 날이 또 오고는 했다.
과대평가도 과소평가도 판단을 흐리게 한다. 문제 상황이 닥쳤을 때 양자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일은 언제든 중요하다.
- 주말 단상
첫댓글 오늘을 살아야할지,
미래를 살아야할지 와 비슷한것 같습니다...
너무나 어렵고 판단하기 힘든 일이지요.
조언 구하고 배우고 있어도,
오리무중입니다.
오늘 새벽에 일나가는데
안개가 엄청 짙게 피었거든요.ㅎㅎㅎ
좋은 저녁시간 편히쉬세요~^^*
여러 이야기를 듣되 최종 판단은 내가 내려야 후회가 적겠죠.
혼란스럽다면 내가 살아가는 기준이 무엇인가 다시 점검해볼 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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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ys, Be ambitious! 의 출처? 유래?인
일본 홋가이도 대학갔을 때, 윌리엄 클라크 박물관 같이 잘 전시되어있는 것도 인상적이었고
우리나라의 초기 영어교육이 일본을 통해 들어온 것도 실김이 났어요
제가 영어 배울 때까지도 일본영어교재에서 차용해서 쓴 교재가 대부분이었지요. 요즘은 일본에서도 실용영어 중심으로 가르친다고 하더군요.
원자재가격 고공행진,
국제유가 들썩이고
주가도 그렇고
암울하게 생각하면 자꾸만 더 걱정도 되고...
이또한 지나가리라
내 삶의 고비마다 되내이는 글귀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하게,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계란을 나누어 담는 사람이라 주가가 박살나니 마음의 평화를 위해 주식창을 보는 대신 외환과 금계좌를 보며 긍정하라~를 외치고 있습니다. 지금 진행중인 업무가 석화사와 진행중인데 중단될까봐 걱정이네요 ㅠ
오늘 같은 날은 주가를 안 보는 게 낫죠. 다행히 더 이상 확전될 것 같지는 않은데, 업무가 잘 진행되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