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개반
주미취
꽃은 반쯤 피었을 때가 보기좋고
술은 약간 취했을 때가 기분이 좋다
술..
술맛을 처음 알았던 건 내나이 21세
입사 동기인 동갑네기 친구가 있었다
내가 갖지 못한걸 다 가진 친구
가지런한 이빨을 내보이며 깔깔깔 웃던
웃음이 고왔던 그 애
난 늘 울적했었다
어린시절도 당시 시절도 갑자기 떠나신 부모님의 부제가
늘
아픔으로 다가와서 고독이 차곡차곡 뼈속 깊이
넘쳐흐르고
도통 희망이 보이지 않아서 제자리에 뿌릴 내리지 못하고 모든것에 흔들흔들~
우린 비밀이 없었다
그 애의 연애사도 나의 짝사랑도 아낌없이 풀어제끼고
월급날이면 곧장 레스토랑으로 달려가서 돈가스를 썰고 생맥주를 마시며 그애의 달달한 연애사와 나의 답답했던 짝사랑을 잘근잘근 씹어제켰다
술맛은 별로였다 밍밍한 맥주의 맛이란
이런걸 왜 마실까 또래 대학생들은 폼나게도 마시더만
젠장
그러던 어느날
그애와 나
누가 제안을 했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노오란 주전자에 소주를 들이부었다
가난한 주머니 사정에 안주는 언감생심
라면을 끓여서 너 한잔 나 한잔
그리고 어느순간
깔깔깔 하하하 흐흐흐 처음으로 목젖이 보이도록 웃어제켰다
언제 이렇게 웃어 본 일 있었던가
온통 젯빛 같던 그시대 그 청춘시절에..
지금도 또렷이 생각난다
그날 우리들의 넘치도록 웃던 모습도 웃음소리도
우린 종종 가끔 그런 시간을 가졌었다 우리둘만의
행복한 주전자 타임
결혼을 하고 각자의 삶에 정신없이 보내느라
그애도 날 잊고
나도 그 앨 잊고
아!~
그 아인 지금 어디서 잘 살고 있는지
어쨌든
그때 술을 잘못 배웠는가
동네 언니들과 마실때나
친구들과 마실때나 늘 폭음을 했다
1차
2차
3차
기억이 없을정도로
아니 기억하기 싫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모든것들을
건강검진을 했다
위가 마니 망가졌다고
누굴 원망하랴
내가 저지른 어리석은짓인걸
술은
일종의 마약과 같은 성질이 있지 싶다
마음이 붕뜨고
용기가 생기고
모든걸 잊고 깔깔깔 웃어제키고
가끔은
접신한 점쟁이처럼 기발한 말들이 튀어 나오고
이젠
술을 끊은 입장에서 부탁하자면
부디
주미취 하시라~~
음
술을 마시시 않으니 어떤 모임에서도
기발한 단어들이 떠오르지 않고
말문이 턱턱 막힌다
가끔은
취중말빨이 그립긴 허다 ㅎ
*나의 술이야기는 이러하온데
여러분들의 술이야기는 어떠하온지요*~~
ㅎ저도 그랬지요 마시면 마시고 조금은 노노
그러니 마실때 좋은데 마신후엔 늘 후회~
솜씨 좋으신 봉틀이님
치킨까지 만드시는구요
예쁘고 신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