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해고 남해화학 비정규직 노동자들, 5년 만에 2심 승소
등록 2023-06-08 15:37수정 2023-06-0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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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희 기자
전남 여수국가산단에 있는 남해화학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구성한 민주노총 남해화학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8일 여수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승소 사실을 알리고 있다.남해화학비정규직지회 제공
집단해고와 고용 승계를 반복적으로 당한 전남 여수국가산단 남해화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항소심에서 정규직 지위를 인정받았다.
민주노총 남해화학비정규직지회는 8일 여수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2일 서울고법 민사38-3부(재판장 민지현)가 지회 소속 사내하청 작업자 45명이 남해화학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등에 관한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원고는 1985년부터 2015년까지 입사한 남해화학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다.
여수공장에서 비료를 제조하는 농협 자회사인 남해화학은 부두에서 공장으로 원료를 운반하거나 제품포장 공정을 하청업체에 맡기고 있다.
남해화학은 수차례 하청업체를 바꿔가며 도급 계약을 맺었고 하청업체가 바뀔 때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 불안을 겪고 있었다.
2015년부터 안정적인 고용을 위해 투쟁에 들어간 원고들은 남해화학으로부터 실질적인 업무 지시를 받아 파견 근로를 했다며 2018년 10월 법원에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했다.
파견법에 따라 2년 이상 종사한 노동자들은 남해화학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에 남해화학은 협력업체 업무와 인사권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재판이 진행되던 2019년 10월1일 하청업체가 또 바뀌면서 고용승계를 거부해 원고를 포함한 노동자 29명이 집단으로 해고됐다가 23일 만에 복귀했고 2021년 12월1일에도 35명이 집단해고 뒤 23일 만에 일터로 돌아가기도 했다.
2021년 10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원고 45명 중 37명을 남해화학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원고의 항소로 진행된 이번 재판에서는 1심 원고 전원이 남해화학의 근로자로 인정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남해화학은 작업 중 수시로 생산량, 생산시기를 알려주고 포장 업무 등을 지시했다”며 “사내 협력업체가 인력충원을 남해화학에 요청하는 등 남해화학이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해 근로자 파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여수국가산단 사내하청노동자들이 원청의 직접 고용 의무를 묻는 최초의 집단소송에서 승소해 의미가 크다”며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지만 항소심 결과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여 남해화학은 하청노동자들을 당장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부당해고한 노조 간부를 복직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2021년 11월 또다른 남해화학 하청노동자 14명이 참여한 2차 소송도 진행되고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여수 남해화학, 2년마다 하청업체 비정규직 무더기 해고
등록 2021-12-12 20:21수정 2021-12-13 02:30
안관옥 기자 사진
안관옥 기자
2019년 29명, 지난 1일 33명 무더기 해고 사태 벌어져
남해화학 해고자 33명이 공장 안에서 해고 철회와 고용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화학섬유노조 제공
여수국가산단의 남해화학에서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가 2년마다 무더기 해고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해고자와 노동계,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이 원상회복을 위한 연대행동에 나섰다.12일 전남 여수지역 노동단체와 시민단체 말을 종합하면, 남해화학 사내 하청업체가 지난달 말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바뀐 뒤 새 업체가 고용승계를 거부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 33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해고자들은 지난 6일부터 비좁은 공장 탈의실 안에서 원상회복을 요구하며 무기한 옥쇄투쟁에 들어갔다. 구성길(54) 전국화학섬유노조 남해화학 비정규직지회장은 “회사 밖으로 나가면 다시 들어올 수 없다. 원상회복까지 버틸 것”이라고 했다. 남해화학해고자 가족대책위원회는 13일 여수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터에서 해고돼 공장 안에서 농성하는 남편들을 앉아서 기다릴 수만은 없다”며 “연말 전에 집으로 돌려보내달라”고 호소할 예정이다.남해화학 내의 무더기 해고는 처음이 아니다. 2019년 10월1일에도 하청업체 교체 때 노동자 29명을 무더기로 해고했다. 당시 해고노동자들은 51일 투쟁 끝에 복귀했다.해고가 반복되자 여수지역에서는 해고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수와이엠시에이 등 지역 시민단체 18곳은 지난 9일 여수시청에서 남해화학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여수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해고자 원직 복직 △최저 입찰제 폐지 △입찰 때 고용승계 보장 등을 촉구했다. 여수대책위는 “33명 무더기 해고로 남해화학이 보는 이익은 2억~3억원에 불과하다”며 “공존공생 가치를 부정하는 반인간적, 반지역적 집단해고를 즉각 철회하라”고 강조했다. 정의당과 진보당 등 정치권도 “농협 자회사에서 일어난 전근대적인 집단해고”라며 원청을 겨냥했다. 진보당은 “민족 은행 농협이 51% 지분을 가진 회사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믿기 어렵다”며 “전남도 금고를 운영 중인 농협이 지역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몰아서야 되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정의당은 “해고자 상당수가 지난 10월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1심에서 승소하며 불법파견자들의 직접고용을 압박해왔다”며 “남해화학이 직접고용을 회피하려고 꼼수를 부린다”고 지적했다.앞서 하형수 남해화학 사장은 지난 10월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사내 하청 직원들의 2년마다 반복되는 고용불안과 낮은 급여, 복리후생 조건을 개선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남해화학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여수대책위원회가 지난 9일 여수시청 앞에서 결성식을 연 뒤 해고자 원직 복직과 최저 입찰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전국화학섬유노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