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건 단풍 / 오세영
바야흐로 단풍의 계절이다.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 월악산 북한산 속리산... 지금 단풍이 한창이라는 소식이 전해진다. 곧 내장산 백양산 무등산 소백산 지리산 두륜산 월출산 한라산에도 단풍소식이 전해질것이다. 올해는 설악산 북한산을 가보려했으나 허사가되었다. 단풍철은 온나라가 축제로 들썩이고, 문화 예술계도 문학도 함께 움직인다. 행사가 많다. 하다못해 우리집 마당에서도 음악회를 하니 말해뭐해.
아무튼 단풍은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저 잎들 떨어지면 곧장 겨울로 들어가니 아쉬움과 함께 절정을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생각해본다. 나무의 절정기는, 성수기는 언제일까? 초록이 무성한 때일까? 꽃피고 열매를 맺는 시기일까?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시간인가? 그렇다면 절정기가 지나자마자 겨울속으로 가는데... 소설의 클라이막스가 결국 대단원으로 곧장 이어지는 것과 닮았구나. 인생도 그런가? 그렇다면 난 최고 절정기를 향해 거의 다 왔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지금이 그 시간일지도... 곧 물이 내리고 잎은 떨어지고 깊은 겨울 속으로 들아가는 시간이다. 지금은 단풍의 시간이다.
오매, 단풍들것네...에서 시작하여 뻘건 단풍까지 전라도 말은 단풍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는데 딱이다. 글로 표현하는 것보다 말로 할때 훨씬 더 찰지고 맛깔나는디...
방언으로 시를 쓰는 일, 귀하고 값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