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다시 모아들이실 것이다.>
▥ 신명기의 말씀입니다.30,1-5
모세가 백성에게 말하였다.
1 “이 모든 말씀, 곧 내가 너희 앞에 내놓은 축복과 저주가 너희 위에 내릴 때,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를 몰아내 버리신 모든 민족들 가운데에서
너희가 마음속으로 뉘우치고, 2 주 너희 하느님께 돌아와서,
내가 오늘 너희에게 명령하는 대로
너희와 너희의 아들들이 마음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여 그분의 말씀을 들으면,
3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의 운명을 되돌려 주실 것이다.
주 너희 하느님께서는 또 너희를 가엾이 여기시어,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를 흩어 버리신 모든 민족들에게서
너희를 다시 모아들이실 것이다.
4 너희가 하늘 끝까지 쫓겨났다 하더라도,
주 너희 하느님께서는 그곳에서 너희를 모아들이시고
그곳에서 너희를 데려오실 것이다.
5 주 너희 하느님께서는
너희 조상들이 차지하였던 땅으로 너희를 들어가게 하시어,
너희가 그 땅을 차지하고 조상들보다 더 잘되고 번성하게 해 주실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2독서
<서로 용서하십시오.>
▥ 사도 바오로의 에페소서 말씀입니다.4,29―5,2
형제 여러분, 29 여러분의 입에서는 어떠한 나쁜 말도 나와서는 안 됩니다.
필요할 때에 다른 이의 성장에 좋은 말을 하여,
그 말이 듣는 이들에게 은총을 가져다줄 수 있도록 하십시오.
30 하느님의 성령을 슬프게 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속량의 날을 위하여 성령의 인장을 받았습니다.
31 모든 원한과 격분과 분노와 폭언과 중상을 온갖 악의와 함께 내버리십시오.
32 서로 너그럽고 자비롭게 대하고,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
5,1 그러므로 사랑받는 자녀답게 하느님을 본받는 사람이 되십시오.
2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또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는 향기로운 예물과 제물로 내놓으신 것처럼,
여러분도 사랑 안에서 살아가십시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8,19ㄴ-22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9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
20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21 그때에 베드로가 예수님께 다가와,
“주님, 제 형제가 저에게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해야 합니까?” 하고 물었다.
22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60이 넘으면서 꼭 지켜야 할 삶의 태도 5가지에 대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저도 어느덧 60이 넘어서인지 관심이 있었습니다. 강의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젊어서는 식탁에 꽃병이 있는데, 나이가 들면서 식탁에 약병이 놓인다고 합니다. 어쩌면 인생은 꽃병과 약병 사이에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점잖다.’라는 말은 젊지 않다는 말이라고 합니다. 나이가 들면 그만큼 말에 품격과 품위가 있다는 뜻입니다. ‘늙은이’라는 말은 늘 그렇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나이가 들면 쉽게 변하지 않고, 나이가 들면 포용한다는 뜻입니다. 점잖게 늙어가는, 늘 그렇게 변함없는 노년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5가지를 잘 지켜야 합니다. 첫째는 타인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사는 겁니다. 남의 눈치를 보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는 무엇이 나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지, 무엇이 하느님의 뜻에 합당한지를 생각하면서 사는 겁니다. 소신껏,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하고,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 삶은 노년의 시간을 기쁘게 합니다. 저는 신학생으로 지내면서, 사제로 살면서 소신껏 지내기보다는 아무래도 눈치를 보았습니다.
둘째는 여행을 자주 다니는 겁니다. 60년대에 태어난 저는 해외여행을 많이 하지 못하는 시대를 살았습니다. 가능하면 가족이 함께 여행을 다니면 좋습니다. 여행은 삶에 활력을 주고, 여행은 새로운 견문을 넓혀주고, 여행은 인생을 풍요롭게 합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경제적인 이유로 참다 보면 여행의 기회를 놓치고 맙니다. 그렇습니다. 여행은 가슴이 떨릴 때 가야지, 몸이 떨릴 때 가면 어렵습니다. 여행의 목록을 정해놓고 떠나는 삶은 노년의 시간을 기쁘게 합니다.
다행히 저는 성지순례를 다닐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셋째는 힘들고 어려울 때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어야 합니다. 기쁨과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어야 합니다. 33년 사제로 지내면서 동창 신부님들은 제게 큰 위로와 기쁨이 됩니다. 매달 서울에서 동창 신부님들이 만나는데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이 큰 아쉬움입니다. 뉴욕에서 팬데믹을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동료 사제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곳 댈러스에서도 서울 교구 신부님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이 세상 떠나는 날 그 한 사람이 있어서 마음이 놓인다면 좋겠습니다.
넷째는 자기 계발입니다. 자전거는 페달을 밟아야 움직입니다. 페달을 멈추면 자전거는 쓰러지기 마련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달란트의 비유를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재능을 이웃을 위해, 나 자신을 위해 사용하면 좋습니다. ‘난 할 수 없어!’라는 말을 하기 보다는 ‘나도 할 수 있어’라는 말을 하면 좋습니다. 본당에는 성경 공부하는 모임이 있습니다. 부채춤을 배우는 모임이 있습니다. 사물놀이를 배우는 모임도 있습니다. 저도 팬데믹 때 배웠던 피아노를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인생은 많이 소유한 것으로 존경 받는 것이 아닙니다. 인생은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고, 이웃과 나눌 때 존경 받는 것입니다. 다섯째는 건강관리입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합니다. 아무리 재물이 많아도 건강을 잃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떨어트린다고 합니다. 늘 감사하며, 언제나 기뻐하고, 항상 기도하는 사람은 면역력이 강해집니다. 욕심을 버리고, 자신을 낮추면 건강해 집니다. 이해 받기보다 이해하는 사람이 건강해집니다. 적당한 운동과 규칙적인 식사는 건강에 큰 도움이 됩니다. 아름다운 노년을 위해서 이 다섯 가지를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입니다. 민족의 일치와 화해를 위한 방법도 있습니다. 오늘 성서 말씀은 우리가 어떻게 하면 민족의 일치와 화해를 이룰 수 있는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먼저 화해하고, 용서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잘못을 너그럽게 품어주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이론이라도 결실을 맺기 어렵다고 이야기 합니다. 인간의 관계는 꼭 시비를 가려야만 해결되는 것이 아닐 때가 있습니다. 남과 북의 관계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시비를 가리려고 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을 하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엉킨 실타래는 더욱 심하게 꼬이게 됩니다.
불가에서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원망을 원망으로 갚으면 원망은 해결되지 않는다. 오직 참음으로써 원망은 해결되나니 이 가르침은 영원한 진리이다. 시비(是非)란 본시 그른 것만 취한다면 해결되지 않으며, 옳고 그른 것을 동시에 놓아버려야 끝이 난다 宗敎란 으뜸가는 가르침이라는 한자라고 합니다. Religion은 엉킨 실타래를 푸는 의미가 있는 영어라고 합니다. 으뜸가는 가르침으로 세상사의 엉킨 실타래를 푸는 것이 종교라면 그리하여 해탈의 경지에 이르고, 그리하여 참된 구원의 문에 도달하려면 꼭 是非를 가려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셨듯이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듯이 普施와 容恕 그리고 사랑이만이 냉각된 남과 북의 문제를 풀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