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야구는 나의 가장 큰 취미활동이었다. 점심 시간에는 캐치볼을 하고, 학교 마치고 30분이라도 짬이 나면 방망이를 휘둘렀다. 주말에는 당연히 더 긴 시간 동안 야구를 했다.
그 시기에 피아노 학원도 다녀야 했는데, 피아노 치는 것이 아주 싫지는 않았지만 야구보다 재미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야구시합이 있는 날이면 피아노 학원에 늦거나 심지어 빠지는 날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날은 아버지께 혼나는 날이었다. 학원에 빠지면 아버지 친구분의 따님이었던 피아노 선생님이 바로 우리집에 전화를 했기 때문이다. 그걸 알면서도 하던 야구를 중단하기가 너무 아쉬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너무 늦으면 아예 학원을 포기하고 야구를 마저 하고는 했다.
야구를 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든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고등학교에 올라갈 무렵이 되자 친구들은 야구보다는 공부에 더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자연히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어쩌다가 한 번씩 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 무렵 쇼팽에 눈을 뜬 나는 피아노를 치는 시간이 늘었다. 야구소년은 그렇게 점점 보통 소년이 되어갔다.
요즘은 야구를 굳이 챙겨보지는 않지만 가끔 경기를 관람할 때면 투수가 이번에는 어떤 공을 던질까, 타자가 노리는 공은 무엇일까, 감독은 이 상황에서 어떤 작전을 펼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축구와 달리 야구는 동작과 동작 사이에 시간이 많다. 그래서 하나의 동작과 다음 동작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 추측해보는 것이 야구를 보는 재미 중 하나다.
야구에서 투수의 역할이 절대적이기는 하지만 팀이 이기기 위해서는 타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투수가 아무리 잘 던져도 타자들이 치지 못하면 점수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잘 던지고도 패전투수가 되는 일이 종종 생긴다.
감독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타선을 균형 있게 짜는 일이다. 장타를 잘 치는 선수들로만 짜면 좋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홈런타자들은 모 아니면 도라서 삼진 확률 또한 높다. 1번부터 9번까지 각기 맡은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선수로 짜야 한다.
1번은 출루율이 높은 선수에게 맡긴다. 일단 출루를 해야 점수를 낼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3-4-5번은 중심타선으로서 장타력이 좋은 선수를 배치한다. 누상에 주자가 있을 때 최대한 많은 점수를 내기 위해서다.
그런데 2번 타자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관중은 의외로 많지 않다. 중계방송이나 기사에서도 집중해서 다루는 일이 적다.
2번 타자는 작전 수행 능력이 좋은 선수가 주로 맡는다. 1번 타자가 출루하면 2번 타자는 주자를 2루나 3루까지 보내는 것이 목적이 된다. 안타를 쳐서 본인까지 진루하면 더 좋겠지만 그게 여의치 않으면 번트든 희생플라이든 어떤 방법으로든 주자를 진루시켜야 한다. 그래야 중심타선이 타점을 올리기 쉬워지는 것이다.
만일 1번 타자가 아웃이 되었다면 2번 타자는 자신의 출루가 목적이 된다. 그래서 2번 타자는 상황 파악이 빠르고 경험이 풍부한 노련한 선수가 주로 맡는다. 대중의 주목을 덜 받는 위치지만 팀의 승리를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타자가 2번 타자다.
2번 타자 같은 사람과 일하면 성과가 잘 나올 가능성이 높다. 전체적인 틀을 짜는 것은 팀장이나 임원의 몫이지만 일을 하다 보면 늘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평소에는 별로 눈에 띄지 않지만 그럴 때 적절한 아이디어를 내거나 필요한 자료를 구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일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자기가 맡은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전반적인 상황과 흐름을 파악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스타 플레이어가 되면 좋지만 모두가 그런 자질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2번 타자와 같은 사람이 되는 것도 괜찮다.
-- 저녁 단상
첫댓글 야구...
어릴때 보통 야구하면...
테니스공으로 많이 했죠...
저는 야구는 투수가 제일 재미있어서...
야구 하면 투수만 했네요...
그리고, 투수하면서 제일 좋아하는게...
삼진 잡는 것...
구속도 빠른 편이었고, 제구도 좋아서...
제가 맘 먹는 곳으로 꽃았죠...
왼손투수라서...
오른손타자는 몸쪽 깊숙한 곳으로 던지면 쳐도 단타나 헛스윙이 태반...
그런 어릴적 경험을 바탕으로 군대에서도 야구를 했었는데...
군대에서도 테니스공으로 해서 그런대로 잘 던졌었네요...
그러하다, 회사에 사회인 야구팀이 만들어져서
같이 하게 되었는데...
공식시합구로 던지게 되었네요...
뭐 소싯적에 잘 던지던 경험이 있기에 무리없이 던지긴 했는데...
나이도 들고, 공식시합구가 무게가 있어서 그런지 한번 던지고 나면 어깨가 일주일 정도는 아프더군요...
아픈 이유가 어깨로만 던져서 그런 것도 같고...;;;
아무튼 공식시합구로 하는 사회인 야구에서는 선출도 있고, 급이 높아서 인지...
계속 얻어 터지기만 하다가 흐지부지 끝났네요...;;;
사회인 야구단 할때...
극동대학교 사회인야구단 감독님...“김봉연 해태 타이거즈”
투수는 팔꿈치와 어깨에 무리가 많이 가는 포지션이죠. 젊은이도 그런데 나이 들어서는 ...^^
그래도 투수가 재미있기는 합니다.
영구결번 27번...
홈런타자 “김봉연 감독님”께서 잠깐 참관하시다가...
타석에 들어서서...
김봉연감독님과 1:1 맞짱도 떠 봤네요...
2S3B 까지 갔다가...
우상 기 좀 살려드릴겸...
정중앙으로 던져 줬더만...
우 중간 2루타 맞았네요~~~
@포튜나와함께 그런 일이 있었군요. 김봉연 감독도 살살 친 거 아닐까요.^^
@포튜나와함께 고이 기념으로 간직중인 사진 두장 중 한장...
한장은 단체사진이라 패스~~~
@포튜나와함께 귀한 사진이로군요.^^
현대야구는 많이 바뀌었죠.
현시점 최강 타자 오타니가 2번타자니까요.
야구란게 1회 외에는 1번타자부터 시작한다는 보장이 없기도 하고
잘치는 타자를 최대한 앞에 두면 전체 시즌으로 따지면 몇타석이라도 더 나올 수 있기 때문이고요.
네. 현대야구에서는 2번에 득점력이 있는 선수를 놓는 경향도 있죠.
하지만 아직까지는 대체로 작전수행능력이 좋은 선수를 2번에 놓는 감독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또 오타니의 경우 작전수행능력도 결코 떨어진다고 볼 수 없으니.
고향 양조장집 아들이 초등 동창이었는데
일찌감치 대처로 전학을 가서
방학이면 내려와
야구장 갔었던 얘기를 자랑삼아 했지만,
투스라이크 쓰리볼 타율 안타 등등 한번도 본적도 들은적도 없으니 신기하고 부럽고..
지금도 확실히 알지는 못하지만요~~^^
요즘은 여자 야구팬도 많아졌지만 우리 어릴 때만 해도 야구를 즐기는 여자들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여자 팬이 많아진 것은 프로야구가 생기고 나서 중계방송이 많아진 영향도 있는 것 같네요.
제가 어릴 때는 프로 야구가 생기 전이라 고교 야구가 인기 있었고 티비에서 중계도 꽤 했었죠.^^
평범한 일터에서 2번타자 같은 사람 만나는건 쉽지 않더라구요..고연봉 전문직 중엔 종종 봐요. 2번타자같은 자녀를 키워내고 싶지만.. 가는데마다 보상 없이 생고생할것이 걱정되기도^^
흔하지는 않죠. 그만한 경험과 능력을 갖춰야 하니까.
자식은 부모 영향도 있지만 결국은 자기 소질과 적성대로 사는 것 아닐까요.^^
그리고 좋은 리더는 2번 타자 같은 사람이 얼마나 귀한지 잘 압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5.13 20:07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5.13 23:05
주변에 많은사람들이 4번타자를 원하는것 같습니다.
1번부터 9번까지 다들 책임과 역할이 있는건데요.
개인적으로는 포수 포지션이 고되지만 보람찬 위치 아닐까 합니다. ㅎㅎ
좋은밤 편히쉬세요. ^^*
포수는 투수 못지 않게 중요하죠. 어쩌면 투수보다 더 중요하기도 하고.^^
전 lg팬이라 2번 타자의 중요성을 요즘 절감합니다. 홍창기-박해민 순서였는데 홍창기가 부상 입은 이후로 영 부진했거든요. ㅠㅠ
최근에 홍창기를 뒤로 빼고 박해민-문성주 순서로 가면서 문성주를 2번타자로 하면서 연승 행진입니다.
1번 선두타자가 나갔을때 희생번트나 진루타를 만들어 주는게 2번 타자의 주요 역할인데, 여기서 병살을 한다..
그러면 정말 찬물을 화악~~~~ 초반에 끼얹죠. 2번 타자 정말 중요하죠.
그런데 저는 8번타자를 하고 싶어요. 후반기에 잘 끌고 나가면서 9번에 이어 그 다음 1번타자로 이어지는 교두보 역할을 하는...^^
정말 야구 팬이시군요.^^ 선수들 이름까지는 잘 모르지만 2번 역할이 승패를 좌우할 때가 많죠.
그리고 일반 관객은 잘 모르지만 8번 역할도 아주 중요하죠.
@호중유천 전 초딩때 MBC 청룡때부터 시작해서 진성 LG팬이에요. ㅎㅎ
지금도 하루의 마지막을 야구 하이라이트인 야구야~ 로 마무리합니다.^^
야구가 머리 엄청 써야되는데... 재미 있더라구요.
@살쫙쫙↘돈쑥쑥↗ MBC 청룡, 참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어린이 팬클럽이 있어서 경기 때 초대하는 행사도 있었던 것 같은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