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시리즈 예선 2차 SK전을 앞두고 퉁이 포수 가오즈강이 취재진의 요청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SK 선수들이 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
11월 15일 일본 도쿄돔. 아시아시리즈 SK 와이번스와 퉁이 라이온스의 경기를 앞두고 만난 타이완직업봉구연맹(CPBL)국제담당 리처드 왕은 “잠시만”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왕은 대회진행 뿐만 아니라 통역을 겸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그런 왕을 한국, 일본, 타이완 언론 관계자들은 가만 두질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왕이 이마의 땀을 닦으며 악수를 청했다. 그러나 웬일인지 그의 손에 힘이 없었다. 전날 중국 텐진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퉁이가 겨우 이긴 탓에 탈진이라도 한 걸까 싶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왕은 “CPBL에 복잡한 문제가 많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왕의 말대로 현재 CPBL은 복잡한 문제가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게 리그 축소다. 11월 11일 중견팀 중신 웨일스가 전격 해산을 선언했다. 9월 초 디미디어 티랙스가 CPBL로부터 제명돼 해산한지 불과 2달도 지나지 않아 발생한 일이었다. 디미디어와 중신의 해산은 기존 CPBL 6개 구단 체재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현재 CPBL은 4개팀으로 출범한 1990년 프로야구 원년으로 회귀한 상태다.
총싸움으로까지 번진 승부조작
디미디어와 중신의 해산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승부조작 사건과 관련이 깊다. 타이완 야구계는 1997, 2005년 2번이나 승부조작 사건이 경찰에 적발되며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았다. 공개되지 않은 크고 작은 야구도박 사건으로 선수들이 조용히 옷을 벗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잇달아 터진 승부조작 사건으로 평균관중 1만 명을 자랑하던 야구장이 텅 비어가자 CPBL은 2004년 퇴역경찰로 구성된 안전조를 창설하고 원정경기 시 선수단과 심판의 통행금지책을 쓰는 등 초강수를 뒀다. 그러나 선수를 감시하라고 채용한 안전조가 선수와 한패가 돼 승부조작에 참여하는 일이 발생하고 인권침해 논란 끝에 통행금지 역시 유명무실해지고 말았다.
각종 미봉책에 좌절한 CPBL은 연봉하한선 설정과 연금 신설 등 선수들이 돈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승부조작을 근절시키려 했다. 그러나 CPBL이 간과한 게 있었다. 몇몇 선수사이의 정보교환으로 이뤄지던 승부조작이 구단끼리의 협잡으로 발전한 것이다.
9월 중순 타이페이 교외에서 최소 총기 20정이 동원된 조직폭력배 간의 총격이 벌어졌다. 경찰 수사결과 9월 9일 디미디어와 중신의 경기의 승부조작이 화근이었다. 이 경기에서 디미디어는 중신에게 2점 차로 지도록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경기는 4-5 1점 차로 끝이 났고 2점 차 패배에 큰돈을 걸었던 한 조직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에 앙심을 품은 조직이 배후조종자로 다른 조직을 지목하며 이른 바 ‘전쟁’을 벌인 것이었다. 타이완 검찰은 사안을 감안해 10월 8일 기획수사에 들어갔고 마침내 승부조작과 관련된 전화통화 내용을 입수한 뒤 이를 바탕으로 야구도박 일당을 일망타진하는데 성공했다.
운영비 절감을 위해 타이완 프로야구팀들은 2층 버스를 사용하고 있다. 많으면 한해 50억 원의 운영비가 들어가지만 이조차 버겁다는 게 타이완 야구계의 고민이다. |
퉁이 라이온스 선수들은 대부분 일본에서 중신의 해산 소식을 들었다. 퉁이 포수 가오즈강은 “아시아시리즈 출전으로 마음이 들떴는데 짐을 풀자마자 갑작스런 중신 해산 소식을 들었다”며 “정확한 상황파악이 불가능해 뭐라 할 말이 없다”고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타이완 “누군가를 초청할 때 집안청소부터”, 한국도 남의 일 아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집중할 게 있다. 3번째 승부조작 사건에 휘말려 기존 6개 구단 체제가 와해된 CPBL과 선수들의 반응이다. 왕은 6개 구단의 붕괴가 오히려 잘됐다는 표정이었다. 이유가 있다.
“6구단 가운데 수도 타이베이에만 3개팀이 있었다. 슝디 엘리펀트와 중신, 디미디어였다. CPBL 최고 인기팀인 슝디를 제외하고 중신과 디미디어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넓게 보면 4개 지역에 1개팀씩이 있는 게 리그를 더 건강하고 내실 있게 유지하는 해법이 될 수 있다.”
왕의 말대로 중신과 디미디어가 사라지면서 CPBL은 타이베이 연고의 슝디, 타이완 ‘제 2의 도시’ 가우슝의 라뉴 베어스, 타이난의 퉁이, 타이중의 싱농 불스로 이뤄지게 됐다. 퉁이의 관계자도 “중신, 디미디어는 흥행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적자만 쌓인다”며 “되레 없는 게 도와주는 팀”이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CPBL과 퉁이 관계자가 밝힌 올시즌 중신과 디미디어전 평균관중은 많아야 500~700명 정도.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적자라는 말이 빈말은 아니었던 셈이다.
왕은 “디미디어, 중신 2팀의 선수들은 나머지 4개팀에 드래프트를 통해 흡수될 것”이라고 했다. 팀을 찾지 못한 선수들도 직장을 찾아줄 방침이지만 생각처럼 쉽진 않을 전망이다. 왕은 대화 말미에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2012년 완공을 목표로 타이베이에 4만5천 석 규모의 돔구장을 짓고 있다. 돔구장만 완공된다면 프로야구 붐이 일어날 것이다. 그때까지 내실을 기하며 조용히 붐업을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보다 더 의미심장한 말은 다음에 이어졌다. “우리가 지금까지 깜빡한 게 있다. 양보단 질이라는 평범한 진리다. 자금난에 허덕이던 성타이 코브라스를 어렵사리 디미디어에 떠안기며 6구단 체제를 유지했지만 결국 남은 건 아무 것도 없다. 누군가를 초청할 땐 집안청소부터 깨끗이 해야 한다는 걸 진작 알았어야 했다.”
장원삼 트레이드건을 둘러싸고 8개 구단이 갈등을 빚은 있는 가운데 타이완 야구계의 뒤늦은 반성은 한국 야구계에도 어떤 의미로든 시사하는 바가 크다.
히어로즈 마스코트 턱돌이. 팬들은 턱돌이가 올시즌처럼 다음시즌에도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활보하길 바란다. 그러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
문제 해결? 뇌관이 드러났을 뿐이다
신상우 KBO 총재의 '트레이드 불가'로
장원삼 사태는 일단락 됐다. 이번 결정으로 가장 아쉬운 쪽은 히어로즈다. 운영비 조달이 막혀 버렸기 때문이다. 당장 올시즌 유니폼 대금, 원정 숙박비 등 미수금을 해결할 길이 사라졌다.
히어로즈가 리그에 꼭 필요하다면 그리하여 리그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KBO와 나머지 7개 구단들은 이제 근본적 문제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히어로즈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 장원삼 사태를 둘러싸고 각 구단들이 주장했던 '상생의 길'이자 진정한 '파트너쉽'이다.
지뢰는 흙으로 덮으면 일시적으론 안전하지만 비가 내리면 뇌관이 드러나는 법이다. 지뢰로 인한 피해는 뇌관을 제거할 때만 비로소 막을 수 있다. '트레이드 불가'로 모든 게 잠잠해진 듯 보이자만 되레 빗물에 흙이 쓸려내려간 것에 지나지 않는다. 뇌관은 드러났다. 이제 어쩔 셈인가.
첫댓글 디미디어팀의 세쟈센인가 하는 선수가 홈런도 많이치고 유명하던제 드래프트를 통해 어디로 갈것인지 관심이가네요 ..중신의 스타선수였던 니푸더 선수는 메이져리그 진출 한다고 들었습니다 ....
잘은 모르겠으나 우리로치면 슝디가 LG 흥농이 한화 퉁이가 삼성 라뉴가 롯데 같은 느낌이나네요 ....충격은 크겠습니다 두산과 히어로즈가 서로 승부조작을 하다가 징계먹고 해산당한거랑 비슷하군요
과연...양보다 질이 될지...아님 대만 프로농구처럼 국내용 운동으로 전락할지..흐음..아무튼 돔구장이 생긴다니 그거 하나만은 부럽네요..제가보기엔 몇 년뒤엔 또 打假球 할것만 같은 기분이네요..
打假球라는 단어의의미는 무었입니까?
打假球는 가짜로 친다는 뜻에서 , 도박야구 라고 보면될듯합니다
90년대 출발을 4개팀으로했고 90년대 흑사회사건 일어나기전까지 대만프로야구 인기가 정말 대단했죠. 사가현 선수가 이번 혐의가 어떻게될지 모르겠지만 내년에도 뛰게된다면 흥농불스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거기엔 마땅한 1루수가 없으니....
흑사회 ..ㄷㄷㄷ 홍콩 느와르 영화에 자주 이름이들리는 무시무시한 마피아 아닌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