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출판계에 전례 없는 현상이 발생함.
무명 작가가 자비로 출판한 자기계발서가 1백만 부 넘게 팔린 것.
그리고 그 중 70만부 이상이 틱톡(TikTok)을 통한 직접 판매라는 것.
출판계에서는 틱톡을 통한 직판이 새로운 시장을 열어줄 것이라 생각하고 이 현상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
주인공은 키일라 샤힌이라는 25세 여성.
텍사스 A&M 대학에서 경영학과 심리학을 전공하고 졸업한 후 공교롭게 들이닥친 코로나19 기간 동안 온라인 마케팅에서 일함.
틱톡에서 마케팅 관련 일도 함.
그러면서 코로나 기간 동안 관계의 단절로 생긴 우울감을 치료하기 위해 일종의 자아 탐색 일기를 쓰기 시작함.
그 중 일부를 틱톡에 올리기 시작함.
틱톡에 대한 반응이 오기 시작하고, 책자 형태로 읽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옴.
샤힌은 일인출판사를 세우고 (출판사명: Zenfulnote) 소박하게 인쇄한 책을 19.99 달러에 팔기 시작함.
그러다가 2023년 여름 한 남자가 그 책을 보고 너무나 감명받았다며 틱톡에 동영상을 올리기 시작함.
주위 사람들에게도 적극 추천함.
그것이 바이럴이 되어 책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함.
이 남자는 홈디포(Home Depot) 홍보부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직장도 그만두고 틱톡 인플루언서로 나섬.
저자 샤힌은 이 남자에게 판매수익의 15%를 지급했는데, 이 남자가 올린 수익이 현재 15만 달러가 넘음.
소셜미디어로 출발한 틱톡이 미국에서 온라인 판매 플랫폼으로 확장하기 시작한 것은 2022년 가을.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주고, 인플루언서들이 제품/상품을 홍보해주고 수익을 나눠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매칭시켜줌.
샤힌이 인플루언서들에게 수익을 나눠준 것도 이 플랫폼을 통해서임.
샤힌의 책을 발견한 인플루언서들이 요청하자 샤힌은 무료로 보내주었고, 얼마 후 틱톡에는 그 책으로 인해 '감동의 도가니'에 빠졌다는 영상이 넘쳐나기 시작함.
그 영상을 보고 구매자가 빠르게 늘게 됨.
책은 직접 판매할 경우 마진이 매우 높음.
출판사에서 저자에게 지급하는 돈이 책값의 10~15%인데, 직접 판매하면 제작비를 제외하면 나머지가 모두 수익인 것.
그 수익 중 15%를 인플루언서에게 준다고 해도 훨씬 남는 구조임.
지금까지 그렇게 할 수 없었던 이유가 출판사의 마케팅 능력을 개인이 따라할 수 없기 때문이었는데 틱톡으로 인해 새로운 시장이 열리게 된 것임.
그래서 미국 출판계의 빅5 중 하나인 사이먼 앤 슈스터는 샤힌과 계약을 하며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함.
선금을 백만 달러 이상 주고 추후 수익을 50:50으로 나누기로 함.
계약을 한 출판사는 사이먼 앤 슈스터의 자회사 중 하나인 프리메로 수에뇨( Primero Sueño. 영어로는 First Dream)인데 스페인어권을 주 타겟으로 한 자기계발서 시장을 개척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음.
물론 그녀의 책에 대한 비판도 상당히 많음.
책에서 그녀가 사용한 심리기법은 칼 융에게서 따온 것인데, 간단히 요약하자면, 공포와 불안을 야기하는 요소가 자기 안의 무의식 속에 있으며, 그것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면 그 공포와 불안을 다스릴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기법은 전문가의 인도를 받아 조심스럽게 적용해야 하며, 자칫하면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함.
심리학을 부전공한 경력이 전부인 20대 여성이 함부로 제시할 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
실제로 그녀 자신도 자신의 책은 입문서에 불과함을 강조하고 있음.
그렇다고 해도 그녀의 책을 보면 깊이에 의문이 가는 것은 사실임.
"나는 어릴 때 _________일로 꾸중을 들었다. 나는 ________ 하고 ___________ 한 마음이 들었다."
책의 대부분이 이러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음.
(그녀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쓴 일기에서 발전시킨 것이 이 책이라는 것을 다시 떠올리게 됨.)
책을 구입한 독자들에게서 불만이 나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음.
"이 책은 다른 연습문제집이나 실제 테라피에 비하면 너무 단순하고 효과가 없다."
사실 당연한 것이기도 함.
애초에 틱톡에서 이 책이 바이럴이 된 이유가 실제 테라피보다 싸게 심리 치료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기 때문.
문제는 그 치료가 누구에게는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느냐는 의문이 남는다는 것.
아무튼 출판계에서는 이 현상을 기존의 출판계 관행을 파괴하는 것이기에 우려하면서도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중요한 단계로 인식하고 예의 주시하고 있음.
우리나라에서는 틱톡이 얼마만큼 영향력이 있는지 잘 모르겠으나 유튜브에서 직접 판매를 하는 인플루언서들이 늘고 있는 것은 분명함.
책도 소셜미디어를 통한 판매 확대가 가능하겠지만, 접근성이 낮은 전문서보다는 자기계발서나 소설처럼 접근성이 높은 책이 득을 볼 것 같음.
내가 절대 구입하지 않는 종류의 책이 자기계발서인데, 미국 출판계에서는 이 시장이 상당히 크고 한국에서도 꽤 큰 걸로 알고 있음.
어느 분야에 대해 많이, 깊이 아는 것과 돈을 버는 것은 별개인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이번 일을 통해 다시 확인하게 됨.
그리고 돈을 벌려면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할 때 기회를 빨리 포착해야 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함.
또한 소비 결정에서 인플루언서의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음도 확인함.
인플루언서의 영향을 일부러 배제하려는 나 같은 사람은 요즘 시대에는 인간 관계나 투자에서 약간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음.
그래도 사람은 생긴 대로 사는 게 편함.
-- 주말 단상
첫댓글 재미있게 읽었어요
좋은 글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얕은 제가 읽기에는
호중유천님 글이 깊어서
가끔은 지나치는데
오늘 글은 딱 제 취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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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넓이보다 깊이를 추구하는 면이 있기는 한데 제 글이 그렇다고 보기는 좀 쑥스러운 일이네요.ㅎㅎ
웬만한 정보는 검색하면 알 수 있는 시대지만 조금 특이한 것을 발견하고 공유할 만하다 싶으면 몇 자 적고는 합니다.
저도 절대 구입하지 않는 책이 자기계발서인데.. 그럼에도 호중님이 출간하는 책은 '자기계발' 쪽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아닌가보군요. 도대체 어느 분야인지 궁금하네요. 제가 글을 띄엄띄엄 봐서 잘 모르는지도요. 대세는 가벼운 저작물이 돈을 버는 것 같기도. 틱톡이 열일 했어도 젊은이들이 이해불가한 어려운 내용이면 그렇게 인기 없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어느 분야에 대해 많이, 깊이 아는 것과 돈을 버는 것은 별개인 경우가 많다는 것'에 저도 공감하네요.
수필이라면 모를까 자기계발서를 제가 쓸 일은 없습니다.^^
강남스타일로 한방에 월드스타가 된 싸이와 미국의 엔터계 회사가 계약체결을 하는 걸 보니 미국은 먹잇감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고 깊은 고민없이 기회를 주고 별거 없음 바로 털어버리는구나 싶었어요.
윗 글에 언급한 분도 한번은 운 좋게 성공했지만 어쩌면 두번의 성공은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책의 내용이 깊이가 없다고 하시니..)
요즘은 정통한 방법으로 성공하는 시대는 아닌가봐요.
정보나 지식을 나누는 것이 아닌 단순히 먹방 등으로 거액의 돈을 버는 사람들도 속속 생겨나고
저같은 사람은 생각지도 못한 아이템으로 성공하는 사람들을 보면
새로움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이용할 줄 알아야겠단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재밌는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편안한 밤 보내세요.
자기계발서를 찾는 이유는 빨리 이루고 싶은 심리의 반영이죠.
그리고 그런 심리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거고, 그런 심리에 기댄 마케팅도 마찬가지겠죠.^^
이런 시대일수록 중심을 잘 잡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몇년전에 고민했던 문제이네요.
'제주도 농산물을(월동작물)이나
제철생선 등등을 어떻게 직거래로
판매할 수 있을까?' 였는데요,
판매루트와,
양질의 상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것 등등 이 해결되지않아
보류상태 입니다.
한국에도 이런 플렛폼이 자리잡으면(유통시스템을 차지한 대기업들때문에 쉽지 않겠지만),
한가지 문제는 해결되겠어요.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
사용해보지는 않았지만 요즘도 농수산물을 직거래하는 통로가 여러 개 있는 걸로 아는데 한 번 잘 알아보시죠. 라이브 방송이 꽤 효과가 있나 봅니다. 관건은 결국 양질의 상품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