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사역이 재생산되려면. 역사를 이어가라 2 -메콩강소년(정도연)-
4. 역사를 위임받아서 해야 할 일 가운데는 공간을 마련하고 지키고 이어주는 일도 필연적이다. 선교와 목회에도 세상살이와 똑같이 건물과 땅이 필요하다. 선교와 목회의 부동산은 개인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확장성도 있어야 한다. 나의 재산을 늘리는 것이 목적인 세상의 부동산은 위치와 크기도 중요하다. 투자의 가치를 따라서 언제든지 사고팔며 이문을 남기는 지혜도 필요하다.
외국에서 하는 선교와 한국에서 하는 목회의 부동산에 대한 차이도 있다.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권을 완전하게 보장해주는 나라가 많지 않다. 법인의 이름으로는 가능하지만, 법인의 지분도 현지인이 더 많이 갖게 되어있다. 선교사가 법인의 사인권을 가지고, 선교헌금을 모금해서 현지에 부동산을 구매했을지라도 그 부동산의 소유권을 거룩하게 지켜내기는 어렵다.
많은 선교사가 거대한 비전과 희망을 품고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헌금으로 공간을 만들어 놓고, 위임은커녕 지키기도 어려워 슬그머니 발을 빼도 한국교회가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제한적이다. 그저 무책임한 선교사의 선교비를 중단하는 정도다. 이런 일로 어려움에 처한 교회를 여럿 보았다.
이런 선교사는 장소를 바꾸어 또 그런 일을 꾸민다. 그런 식의 일을 선교라고 속이는 자들이 있고, 인내심을 가지고 깊이 있게 선교에 접근해 보지 못한 자들이 이에 동맹하기에 부동산 선교는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선교사가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만나면 아직 준비되지 않은 현지인들에게 이양이라는 명목으로 법적 권한을 넘겨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법적 권한을 이양받아 부동산을 매입한 목적대로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현지인이 있는 나라는 복음이 뿌리를 내리고 자립하여 계속 생명력을 이어갔다. 보이는 소유를 관리하지 못하고, 사유화시킨 나라들이 지금 한국교회가 선교한다는 대부분의 나라이지 싶다.
한국의 목회는 교회의 성장과 성장 가능성을 두고 빚을 내서라도 경제적 가치가 있는 지역의 부동산을 매입해 교회당을 짓는다. 이미 있는 공간도 다 활용하지 못하고, 헌금을 건물 관리비로 많이 사용하면서도 또 다른 명목을 내세워 비전센터, 교육관, 문화센터 등을 계속 지어 간다. 심지어 공동묘지에 납골당까지 세운다. 그것이 일종의 투자이기 때문이고 재산권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사실 이것이 한국교회를 망친 주범이기도 하다.
교회의 빚을 자신의 빚으로 여기고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목사도 많지 않다. 내 임기 마치고 나면 그만이라는 식의 생각을 하는 자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러면 그 교회에 대를 이어 믿음을 지켜온 성도들이 고스란히 빚을 짊어져야 한다.
치앙마이 음악학교와 한글학교, 우리 가정이 사는 건물 옆 빈터에 약 8개월 전부터 땅 주인이 건물을 짓고 있다. 매일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서재나 방에 있기 어려울 정도로 소음이 심하다. 두 달 전부터는 앞 빈터에도 공사가 시작되어, 소음이 더 심해졌다. 여러 상황이 겹친 탓인지 우울증 증세가 보여 한국에 가서 정신과 의사의 상담을 받기도 했다.
음악학교의 공간을 마련할 당시, 이곳에 터를 마련할 돈이면 약 20분 거리에 10배가 더 넓은 땅을 살 수 있었다. 태국의 발전상과 여러 데이터를 비교해 볼 때 그곳은 10년 20년이 지나도 상황이 변화가 없을 것 같았고, 이곳은 세월이 흘러도 인구가 줄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어 이곳에 약 200평 공간을 마련했다. 이 건물에 대해서는 경제적으로 완전 자립도 했다.
나의 책임은 여기까지이고, 나머지 주변 빈터를 활용하는 것은, 이 건물을 통해 자기의 기능적 역할을 가지고 사역하는 자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러 차례 담당 선교사에게 당신이 주차장 마련을 위해 일을 시작하면 나머지는 내가 마무리하겠으니 당신이 시작하라고 권했다. 그래야 내가 주인 노릇 하지 않고 당신은 주인의식이 생긴다고 말했다.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더니 결국 공동체를 떠나, 많은 돈을 들여 땅을 사고 건물을 지었다. 나와 불편한 자들이 그와 동맹했다. 한 사람은 공동체를 나간 지 오래되었는데, 생뚱맞게 신생 공동체가 개척되어 가시적 상황이 보이는 그곳에서 뭔가를 하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최근엔 유치원을 위한다는 강권적이지 않은 조건은 있었지만, 바로 앞 땅 약 200평을 살 기회도 있었다. 그러나 긴 시간 이 일을 해야 할 선교사가 없었다. 음악학교를 담당하는 현지인 사역자가 주차장 문제를 두고 고민하며, 자기가 해보겠다는 기염을 토해 한 가닥 희망을 품었는데, 이 마을 부동산 투기꾼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녀는 이미 이 마을에 10여 채 집을 가지고 외국인에게 월세를 받아, 그 돈으로 마을에 땅이 나오면 즉시 매입해 집을 지어 임대하는 부동산 투기꾼이다.
자신의 수고와 땀이 없는 현장을 위임받은 선교사가 그곳을 재생산으로 이끌어가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선교지의 부동산이 2, 3대를 넘어서까지 유지되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새로 온 선교사가 사역할 수 있도록 선교부에서 교회를 개척해 몇 년간을 도와주었지만, 재생산은 어려웠다.
태국인을 위한 한글학교 법인까지 만들어 학교를 하도록 했으나, 공동체에 갈등만 일으켜서 학교 법인을 취소시킨 일도 있다. 선교사의 이름을 가지면 없는 능력이 생기고 훈련되지 않은 책임 의식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후원교회도 일시적 열정으로 헌금을 모아 가시적 공간을 마련했지만 계속해 관리비용을 책임지며 이어가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특별히 담임 목사가 바뀌면 더더욱 그렇다.
지금 선교 현장에는 공간을 마련하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으로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부담을 주는 자가 있고, 가지고 있는 공간이 생명을 위한 재생산으로 이어져 가길 바라며 부족함을 보충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곳이 있다.
첫댓글 우리의 공간이 생명을 품고 생명을 위한 재생산으로 이어지도록 부족함을 보충해 주는 사람이 준비되기를 기도합니다.
교회가 여러모로 불편함이 크겠네요.
앞으로 빛도 많이 차단 될테고 ㅠㅠ
예배 공간과 음악학교, 태권도장, 한글학교 교실, 공연장으로 다목적으로 사용되는 공간이 흔치않을텐데 다음 세대에게 대물림되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공간이 되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