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산 정약용 시선】 Ⅲ.
여유당 남양주
【다산 정약용 시선】 Ⅲ.
仁堂 李載信
1. 「굶주린 백성을 읊은 시」「飢民詩<기민시>」
2. 「홀로 웃다.독소<獨笑>」
3. 「흥 돋워 마음 달래다.견흥<遣興>」
4. 「성수<惺叟>에게 보내다.증성수<贈惺叟>」
백성의 여실한 현장에서 아파하고 세속에 삶에 분개해 깨우치는 다산의 詩 넷을 한글 시와 한시를 교차해 음미 한다.
「다산의 독소에 이어 읊다. 차운독소(次韻獨笑)」 및 茶山의「견흥<遣興>」차운<次韻>詩,「인간세사<人間世事>」
를 연게<聯揭> 한다.
1.
「굶주린 백성을 읊은 시」
정약용
풀인 양 나무인 양 우리네 인생, 물이며 흙으로만 살아간다네.
힘껏 일해 땅의 털 먹고 사는 듯, 콩과 조 그게 바로 적합하구나.
콩과 조 진귀하기 주옥 같으니, 혈기가 무슨 수로 기름지겠는지.
야윈 목은 늘어져 따오기 모양에, 병든 살결 주름져 닭 가죽이네.
우물 두고 새벽 물 긷지를 않고, 땔감 두고 저녁밥 짓지를 않네.
사지는 그런대로 움직이지만, 걸음걸인 맘대로 못하는 형편.
너른 들판 매서운 바람 많은데, 슬픈 기러기 저물녘 어디로 가는가.
고을 사또 어진 정사 행하고, 사재 털어 구제한다는 말 있네.
엉금엉금 관아 문 걸어 들어가, 입 쳐들고 죽 가마 앞으로 가네.
개돼지도 버리어 마다할 것을, 사람으로 엿처럼 달게 먹누나.
어진 정사 행하길 원치 않았고, 사재 털어 구제도 헛소리였네.
관가 재물 남이 혹 볼까 숨기니, 우리가 굶주리지 않을 수 없네.
관가의 마구간에 살진 저 말은, 진실로 우리들의 피와 살일세.
슬피 울며 관아 문 나서고 보니, 앞길이 캄캄해 어디로 가야하나.
누런 잔디 언덕에 잠깐 멈추어, 무릎 펴고 보채는 아기 달래네.
고개 숙여 서캐를 잡고 있자니, 두 눈에 피눈물 왈칵 쏟아지네.
심오한 하늘땅의 조화 이치를, 고금에 어느 누가 알 수 있으랴
많고 많은 백성들 태어났건만, 고생해 야윈 몸 병까지 들었네.
메마른 산송장은 쓰러져 있고, 거리마다 만나느니 유랑민들뿐.
이고 지고 다니나 오라는데 없어, 어디로 가야 할지 아득하기만 해.
부모 자식 부양도 제대로 못해, 고난에 빠진 이 몸 천륜도 모르리
상농군도 마침내 거지가 되어, 서투른 말솜씨로 구걸한다네.
가난한 집 들르면 되레 하소연, 부잣집 모르는 척 반기지 않네.
새 아니라 벌레도 쪼지 못하고, 고기 아니라 물만 먹지도 못하네.
얼굴은 부어올라 부황 들었고, 머리털 흐트러져 삼발 같구나.
옛날에 성현들이 인정 베풀 때, 홀아비 과부 먼저 돌봤다하네.
이젠 그들 도리어 부러울 줄을, 굶어도 자기 한 몸 굶었을 따름.
매인 가족 돌아볼 걱정 없다면, 그 어찌 온갖 근심 생기겠는가.
봄바람이 단비를 몰아온다면, 온갖 초목 꽃 피고 잎은 돋네.
생기가 온 누리에 충만하거니, 빈민을 구제함은 바로 이때라.
엄숙해 점잖은 조정의 고관은, 경제에 나라 안위 달려 있다네.
도탄에 허덕이는 나라 백성을, 이들을 구제할 공인들 아니겠나.
누렇게 뜬 얼굴은 생기가 없어, 가을 앞서 시들은 버들가지라.
구부러진 허리에 걸음 못 걸어, 담벼락 부여잡고 겨우 일어나네.
골육도 보전하지 못하는 판에, 길가는 남을 어찌 동정하겠는가.
어려운 삶에 착한 본성을 잃어, 굶주려 병든 자를 웃고만 보네.
이 마을 저 마을로 전전하는데, 마을 풍속 본디가 이러했더라.
부러워라 저 들판에 참새 떼들은, 가지 위에 앉아서 벌레를 쪼네.
고관 집엔 술 고기 많기도 한데, 이름난 기생 맞아 풍악 울리네.
태평세월 만난 듯 한껏 즐기고, 대감님네 풍도라 거드름 피네.
간민은 거짓말을 서슴지 않고, 오유는 말로 고작 걱정된다하네.
오곡이 풍성하여 지천인데도, 농사에 게으르니 굶을 건 당연해.
총총한 수풀같이 하 많은 백성, 요순도 고루고루 살피지는 못해.
하늘에서 쌀비가 아니 내리면, 무슨 수로 이 흉년 구하겠는가.
두어라 술이나 더 취하게 마셔, 펄럭이는 깃발에 봄꿈을 꾸자.
저 골짝엔 묻힐 땅 아직 있거니, 한 번 죽음 누구나 면할 수 없네.
내 비록 오매 풀 얻었더라도, 대궐에 이걸 바쳐 무엇을 하랴.
형제간 서로서로 사랑 않는데, 부모인들 자애를 베풀까 보냐.
1.
「飢民詩<기민시>」
「굶주린 백성을 읊은 시」
茶山 丁若鏞
人生若草木(인생약초목) 풀인 양 나무인 양 우리네 인생,
水土延其支(수토연기지) 물이며 흙으로만 살아간다네.
俛焉食地毛(면언식지모) 힘껏 일해 땅의 털 먹고 사는 듯,
菽粟乃其宜(숙속내기의) 콩과 조 그게 바로 적합하구나.
菽粟如珠玉(숙속여주옥) 콩과 조 진귀하기 주옥 같으니,
榮衛何由滋(영위하유자) 혈기가 무슨 수로 기름지겠는지.
槁項頫鵠形(고항부곡형) 야윈 목은 늘어져 따오기 모양에,
病肉縐鷄皮(병육추계피) 병든 살결 주름져 닭 가죽이네.
有井不晨汲(유정불신급) 우물 두고 새벽 물 긷지를 않고,
有薪不夜炊(유신불야취) 땔감 두고 저녁밥 짓지를 않네.
四肢雖得運(사지수득운) 사지는 그런대로 움직이지만,
行步不自持(행보불자지) 걸음걸인 맘대로 못하는 형편.
曠野多悲風(광야다비풍) 너른 들판 매서운 바람 많은데,
哀鴻暮何之(애홍모하지) 슬픈 기러기 저물녘 어디로 가는가.
縣官行仁政(현관행인정) 고을 사또 어진 정사 행하고,
賑恤云捐私(진휼운연사) 사재 털어 구제한다는 말 있네.
行行至縣門(행행지현문) 엉금엉금 관아 문 걸어 들어가,
喁喁就湯糜(우우취탕미) 입 쳐들고 죽 가마 앞으로 가네.
狗彘棄不顧(구체기불고) 개돼지도 버리어 마다할 것을,
乃人甘如飴(내인감여이) 사람으로 엿처럼 달게 먹누나.
亦不願行仁(역불원행인) 어진 정사 행하길 원치 않았고,
亦不願捐貨(역불원연화) 사재 털어 구제도 헛소리였네.
官篋惡人窺(관협악인규) 관가 재물 남이 혹 볼까 숨기니,
豈非我所羸(기비아소리) 우리가 굶주리지 않을 수 없네.
官廏愛馬肥(관구애마비) 관가의 마구간에 살진 저 말은,
實爲我膚肌(실위아부기) 진실로 우리들의 피와 살일세.
哀號出縣門(애호출현문) 슬피 울며 관아 문 나서고 보니,
眩旋迷路岐(현선미로기) 앞길이 캄캄해 어디로 가야하나.
暫就黃莎岸(잠취황사안) 누런 잔디 언덕에 잠깐 멈추어,
舒膝挽啼兒(서슬만제아) 무릎 펴고 보채는 아기 달래네.
低頭捕蟣蝨(저두포기슬) 고개 숙여 서캐를 잡고 있자니,
汪然雙淚垂(왕연쌍루수) 두 눈에 피눈물 왈칵 쏟아지네.
悠悠大化理(유유대화리) 심오한 하늘땅의 조화 이치를,
今古有誰知(금고유수지) 고금에 어느 누가 알 수 있으랴
林林生蒸民(림림생증민) 많고 많은 백성들 태어났건만,
憔悴含瘡痍(초췌함창이) 고생해 야윈 몸 병까지 들었네.
槁莩弱不振(고부약불진) 메마른 산송장은 쓰러져 있고,
道塗逢流離(도도봉유리) 거리마다 만나느니 유랑민들뿐.
負戴靡所聘(부대미소빙) 이고 지고 다니나 오라는데 없어,
不知竟何之(부지경하지) 어디로 가야 할지 아득하기만 해.
骨肉且莫保(골육차막보) 부모 자식 부양도 제대로 못해,
迫厄傷天彝(박액상천이) 고난에 빠진 이 몸 천륜도 모르리.
上農爲丐子(상농위개자) 상농군도 마침내 거지가 되어,
叩門拙言辭(고문졸언사) 서투른 말솜씨로 구걸한다네.
貧家反訴哀(빈가반소애) 가난한 집 들르면 되레 하소연,
富家故自遲(부가고자지) 부잣집 모르는 척 반기지 않네.
非鳥莫啄蟲(비조막탁충) 새 아니라 벌레도 쪼지 못하고,
非魚莫泳池(비어막영지) 고기 아니라 물만 먹지도 못하네..
顔色慘浮黃(안색참부황) 얼굴은 부어올라 부황 들었고,
鬢髮如亂絲(빈발여난사) 머리털 흐트러져 삼발 같구나.
聖賢施仁政(성현시인정) 옛날에 성현들이 인정 베풀 때,
常言鰥寡悲(상언환과비) 홀아비 과부 먼저 돌봤다하네.
鰥寡眞足羨(환과진족선) 이젠 그들 도리어 부러울 줄을,
飢亦是己飢(기역시기기) 굶어도 자기 한 몸 굶었을 따름.
令無家室累(령무가실누) 매인 가족 돌아볼 걱정 없다면,
豈有逢百罹(기유봉백리) 그 어찌 온갖 근심 생기겠는가.
春風引好雨(춘풍인호우) 봄바람이 단비를 몰아온다면,
艸木發榮滋(초목발영자) 온갖 초목 꽃 피고 잎은 돋네.
生意藹天地(생의애천지) 생기가 온 누리에 충만하거니,
賑貸此其時(진대차기시) 빈민을 구제함은 바로 이때라.
肅肅廊廟賢(숙숙랑묘현) 엄숙해 점잖은 조정의 고관은,
經濟仗安危(경제장안위) 경제에 나라 안위 달려 있다네.
生靈在塗炭(생령재도탄) 도탄에 허덕이는 나라 백성을,
拯拔非公誰(증발비공수) 이들을 구제할 공인들 아니겠나.
黃馘索無光(황괵색무광) 누렇게 뜬 얼굴은 생기가 없어,
枯柳先秋萎(고류선추위) 가을 앞서 시들은 버들가지라.
傴僂不成步(구루부성보) 구부러진 허리에 걸음 못 걸어,
循牆强扶持(순장강부지) 담벼락 부여잡고 겨우 일어나네.
骨肉不相保(골육부상보) 골육도 보전하지 못하는 판에,
行路那足悲(행로나족비) 길가는 남을 어찌 동정하겠는가.
生理梏天仁(생리곡천인) 어려운 삶에 착한 본성을 잃어,
談笑見尫羸(담소견왕리) 굶주려 병든 자를 웃고만 보네.
宛轉之四隣(완전지사인) 이 마을 저 마을로 전전하는데,
里俗本如斯(리속본여사) 마을 풍속 본디가 이러했더라.
羨彼野田雀(선피야전작) 부러워라 저 들판에 참새 떼들은,
啄蟲坐枯枝(탁충좌고지) 가지 위에 앉아서 벌레를 쪼네.
朱門多酒肉(주문다주육) 고관 집엔 술 고기 많기도 한데,
絲管邀名姬(사관요명희) 이름난 기생 맞아 풍악 울리네.
熙熙太平象(희희태평상) 태평세월 만난 듯 한껏 즐기고,
儼儼廊廟姿(엄엄랑묘자) 대감님네 풍도라 거드름 피네.
奸民好詐言(간민호사언) 간민은 거짓말을 서슴지 않고,
迂儒多憂時(우유다우시) 오유는 말로 고작 걱정된다하네.
五穀且如土(오곡차여토) 오곡이 풍성하여 지천인데도,
惰農自乏貲(타농자핍자) 농사에 게으르니 굶을 건 당연해.
林蔥何其繁(림총하기번) 총총한 수풀같이 하 많은 백성,
堯舜病博施(요순병박시) 요순도 고루고루 살피지는 못해.
不有天雨粟(부유천우속) 하늘에서 쌀비가 아니 내리면,
何以救歲飢(하이구세기) 무슨 수로 이 흉년 구하겠는가.
且復倒一壺(차복도일호) 두어라 술이나 더 취하게 마셔,
曲旃春迷離(곡전추미리) 펄럭이는 깃발에 봄꿈을 꾸자.
溝壑有餘地(구학유여지) 저 골짝엔 묻힐 땅 아직 있거니,
一死人所期(일사인소기) 한 번 죽음 누구나 면할 수 없네.
雖有烏昧草(수유오매초) 내 비록 오매 풀 얻었더라도,
不必獻丹墀(불필헌단지) 대궐에 이걸 바쳐 무엇을 하랴.
兄長不相憐(형장부상련) 형제간 서로서로 사랑 않는데,
父母安施慈(부모안시자) 부모인들 자애를 베풀까 보냐.
字句
若<약> : 같은 약, 만약. 毛<모> : 땅의 털, 땅 피부에 난 제 식물. 우리는 필경 땅<흙>을 먹고 산다. 榮衛<영위>: 영화, 영달을 지킴. 行行<행행>: 엉금엉금, 종종걸음. 乃<내>: 이에, 이렇듯, 그러므로. 亦<역> : 또한, 역시. 林林<림림>: 초목 수풀처럼. 叩<고> : 두리릴 고, 잡아당기다. 艸<초> : 풀. 誰<수> : 누구 수, 누가? 의 뜻. 朱門<주문> :고관의 집. 熙熙<희희> : 빛날 희, 넓다. 迂儒<오유> : 만날 오, 선비 유. 且<차> : 또 차, 잠깐, 장차, 두어라, 이렇게 등.
烏昧草<오매초> : 들에 나는 야생보리의 일종. 송나라 범중엄(范仲淹)이 강회(江淮) 지방의 안무사(按撫使)로 나갔다가 조정에 돌아와 가난한 백성들이 먹고 사는 들 보리를 천자에게 올리고, 그것을 육궁(六宮)의 귀족들에게 보여주어 사치를 억제하게 할 것을 청하였다는 데서 인용한 것.出典:산당사고<山堂肆考>
「굶주린 백성을 읊은 시. 飢民詩<기민시>」 는 오언구십육귀절<五言九十六句節로 작시되었다
註解.
정조19.乙卯.1795년 다산은 지금의 대통령수석비서관 격 정3품 승정원동부승지에 보임되었으나, 노론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혀 젊어 한 때 천주교에서 손 씻고 정무에 집념한다는 뜻의 벼슬 사직서로써 상소 하였다. 정조는 예봉을 피해 황해도 곡산부사에 보임하였다. 당파에 의한 좌천이다.
지난, 正祖18.甲寅.1794년, 암행어사 염찰 때의 작품 「적성촌에서」<봉지염찰도적성촌사작<奉旨廉察到積城村舍作>칠언사십구절<七言四十句節>보다 더 처절한 「굶주린 백성을 읊은 시. 飢民詩<기민시>」 는 다산의 눈에 비친 백성들의 생활상의 고통이 더 비참하게 나타남을 표현하여 읊고 있다.
다산 생가 남양주
2.
「홀로 웃다<독소.獨笑>」
정약용
살림 넉넉하여 양식 많은 집엔 자식이 귀하고.
자식 많은 집엔 가난하여 굶주림이 있네.
높은 벼슬아치는 꼭 멍청하고,
재주 있는 인재는 재주 펼 길 없네.
집안 완전한 복<福> 갖춘 집 드물고.
지극한 도<道>는 항상 쇠퇴하기 마련이네.
부모가 절약해 재산을 모으면 자식들은 방탕하고,
아내가 지혜로우면 남편은 바보짓을 하네.
보름달 뜨는 날은 구름이 자주 끼고,
꽃이 활짝 피면 바람이 불어대네.
세상일이란 모두 이런 건가.
나 홀로 웃는 까닭을 누가 알아줄까?
2.
「독소<獨笑.홀로 웃다>」
茶山 丁若鏞
有粟無人食 (유속무인식) : 살림 넉넉하여 양식 많은 집엔 자식이 귀하고.
多男必患飢 (다남필환기) : 자식 많은 집엔 가난하여 굶주림이 있네.
達官必憃愚 (달관필창우) : 높은 벼슬아치는 꼭 멍청하고,
才者無所施 (재자무소시) : 재주 있는 인재는 재주 펼 길 없네.
家室少完福 (가실소완복) : 집안 완전한 복<福> 갖춘 집 드물고.
至道常陵遲 (지도상능지) : 지극한 도<道>는 항상 쇠퇴하기 마련이네.
翁嗇子每蕩 (옹색자매탕) : 부모가 절약해 재산을 모으면 자식들은 방탕하고,
婦慧郎必癡 (부혜낭필치) : 아내가 지혜로우면 남편은 바보짓을 하네.
月滿頻値雲 (월만빈치운) : 보름달 뜨는 날은 구름이 자주 끼고,
花開風誤之 (화개풍오지) : 꽃이 활짝 피면 바람이 불어대네.
物物盡如此 (물물진여차) : 세상일이란 모두 이런 건가.
獨笑無人知 (독소무인지) : 나 홀로 웃는 까닭을 누가 알아줄까?
字句
속<粟>: 조 속, 오곡의 총칭. 옹<翁>: 어른, 노인의 존칭. 오<誤>: 그릇될 오.
註解.
正祖24.庚申.1800.6月 정조 승하 이듬해, 純祖1.辛酉.1801.1월 부활된 노론 파는 사학.邪學<천주교>를 엄금 단죄하였다. 다산은 純祖1.辛酉.1801년 2월, 천주교 박해로 두 형과 함께 경상도 장기현<현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에 귀양 가게 되었다.
노론 파는 다산 형제들을 제거하려 했었다. 셋째 정약종은 순교를 택하고, 정약전과 茶山은 배교하여 사형에서 유배로 감형되게 되었다.
그 후, 다산의 큰형 정약현의 사위 황사영이 일으킨 ‘ 백서 사건'에 연루되어 다시, 1801년 11월 강진으로 유배되었다.
정조18.甲寅.1794. 다산은 正祖의 명을 받은 암행어사로써 경기 관찰사 서용보, 연천현감 김양직의 비리를 고발하여 파직시키는 등 개혁군주 正祖와 맞물린 실학 정치를 크게 구사한바 있다.
純祖19.己卯.1819.1월 서용보는 영의정에 등극 되는 득세과정과 노론의 반대에 의한 南人 係 다산을 중도에 구제치 않고 18년 유배를 겪은 뒤에라야 적탈<謫脫>되었음을 엿볼 수도 있다.
순조34년, 헌종15년, 철종14년 재위기간 합 63년은 다산과 일치하는 개혁군주 정조 재위24년에 비하여 기여한 지대한 업적이 별로 없이 한무세월을 보낸 것 같은 한 시대 그대로를 보는 듯하다. 영재한 다산이 묻혀 있었음은 애석한 역사의 한 단면이라고 여겨진다.
독소<獨笑>는 다산 43세 유배 3년만인 純祖4.甲子.1804년에 썼다.
다산이 유배지 강진에서 나 홀로 웃는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다산 생가 원경 남양주
「차운독소<次韻獨笑>」
「다산의 독소에 이어 읊다」
인당 이재신
세상여무대<世上如舞臺> 세상이 무대 같으니,
호이적선인<呼爾謫仙人> 선생은 유배의 신선이오.
여생지배우<余生之俳優> 이 삶은 배우같이 살되,
번위토하신<翻爲土下神> 지금은 땅 밑 토신 되셨구려.
역시이세상<亦詩以世上> 또 이 세상에는 詩 있어,
화불지탄식<話不只歎息> 말없이 한탄만 남네.
관세간인생<觀世間人生> 세상 두루 살필 사람 삶이,
염차묘여몽<念此杳如夢> 이런 일 생각키 아련한 꿈이오.
여유당전서
3.
「흥 돋워 마음 달래다.견흥<遣興>」
정약용
달팽이 뿔 둘 서로 아옹다옹 싸우는 꼴에,
나그네 방에 깊이 생각하니 눈물 절로 솟네.
산과 바다 끌어안아 삼천리인데,
비바람을 일으키며 이백년을 싸우누나.
길 잃고 슬퍼한 영웅호걸 몇 명인지,
밭 두고 다투는 형제 꼴불견이로다.
저 은하수 퍼 내려서 말끔히 씻어내면,
밝은 날 밝은 빛 온 누리에 비칠 것을.
3.
「견흥<遣興>.흥 돋워 마음 달래다>」
茶山 丁若鏞<1762-1863>
蠻觸紛紛各一偏<만촉분분각일편> 달팽이 뿔 둘 서로 아옹다옹 싸우는 꼴에,
客窓深念淚汪然<객창심념루왕연> 나그네 방에 깊이 생각하니 눈물 절로 솟네.
山河擁塞三千里<산하옹새삼천리> 산과 바다 끌어안아 삼천리인데,
風雨交爭二百年<풍우교쟁이백년> 비바람을 일으키며 이백년을 싸우누나.
無限英雄悲失路<무한영우비실로> 길 잃고 슬퍼한 영웅호걸 몇 명인지,
幾時兄弟耻爭田<기시형제치쟁전> 밭 두고 다투는 형제 꼴불견이로다.
若將萬斛銀潢洗<약장만곡은황세> 저 은하수 퍼 내려서 말끔히 씻어내면,
瑞日舒光照八埏<서일서광조팔연> 밝은 날 밝은 빛 온 누리에 비칠 것을.
字句
만촉<蠻觸> : 만씨와 촉씨 달팽이 두 뿔이 소홀한 일로 다툼<출전:壯子 칙양편<則陽篇> 우화 유래.
객창<客窓> : 나그네가 기류<寄留>하는 방. 만곡<萬斛>: 꽤 많은 분량. 은황<銀潢>: 은하. 은하수.
팔연<八埏> : 팔방의 가장자리 아주 먼 곳.
註解.
與猶堂全書<여유당전서>詩集券四<시집4권>
若將萬斛銀潢洗<약장만곡은황세>에 부쳐 : 거룩한 은하수를 은유<隱喩>로 인용하였다.
은하수 그 은연중이 뜻, 마음 달래기를 지금은 이 땅의 물을 가지고도 카타르시스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노아 때 같이 래세<來世>가 또, 지구촌은 정화하여야 한다고 창조주는 내려 다 보고 있다고 전하려 함에, 필경, 물이 씻어내고, 물은 우려내며, 닦아내어, 쓸어내 쳐, 훑어내게 되는 등 물이 행하는, 모든 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사람이 사람을 지배하여 다스리지 아니하는 세상에서 의지 있는 이는 관리자가 아닌 리더로써 평등한 사람끼리 존중해 위하고 반성과 각성, 깨우침을 세상사 인정.人情 들에게 권하기를 묻고 싶어짐의 마음 달래기 아닐까? 한다.
다산 초당
茶山의「견흥<遣興>」에 차운<次韻>하다.
인간세사<人間世事>
仁堂 李載信
人是遮住幕<인시차주막>사람은 막을 가리어,
每人都是神<매인도시신>모두가 신령행세 해.
骨都碎終白<골도쇄종백>뼈는 쇠해 흴 터인데,
身容抱陰影<신용포음영> 얼굴엔 그늘 둬 사네.
世問只懸题<세간지현제>세상은 문제만 걸고,
人靠恒天秤<인고항천평>사람은 저울에 다네.
世察常表情<세찰상표정> 세상 살피는 표정은,
空轉無持回<공전무지회> 쥔 것 없이 공회일 터.
사의재 강진
4.
「성수<惺叟>에게 보내다」
<성수<이학규>에게 주다>
정약용
늙어 쇠했어도 되려 의기는 뛰어나 있길,
무성히 많던 옛 구렛나루 생각이 나네.
뱃길에 무성한 산봉우리 멀리 바라보니,
산 속 누각엔 등불만 하나 뾰족하구나.
김해 땅 글 읽는 소리 아직 남아 있고,
경신년에는 함께 눈물 흘려 적셨네.
내일 아침 맑은 골짜기 물소리에,
가을빛이 물가 갈대숲에 가득하겠네.
4.
「증성수<贈惺叟>」
「성수<惺叟>에게 보내다」
茶山 丁若鏞
老朽猶奇骨<노후유기골> 늙어 쇠했어도 되려 의기는 뛰어나 있길,
丰茸憶舊髥<봉용억구염> 무성히 많던 옛 구렛나루 생각이 나네.
水程千嶂窅<수정천장요> 뱃길에 무성한 산봉우리 멀리 바라보니,
山閣一燈尖<산각일등첨> 산 속 누각엔 등불만 하나 뾰족하구나.
辰弁音猶在<진변음유재> 김해 땅 글 읽는 소리 아직 남아 있고,
庚申涕共沾<경신체공첨> 경신년에는 함께 눈물 흘려 적셨네.
明朝泛淸壑<명조범청학> 내일 아침 맑은 골짜기 물소리에,
秋色滿汀蒹<추색만정겸> 가을빛이 물가 갈대숲에 가득하겠네.
字句
惺叟<성수>: 이학규<李學逵.1770-1835>의 字. 호는 낙하<洛下>. 수정<水程> : 뱃길
진변 : 진한<辰韓>,변한<弁韓>으로서 경상도<김해>를 뜻하다.
경신<庚申>년 : 正祖24.庚申.1800년.
涕共沾<체공첨.함께 눈물...>: 경신<庚申>.<동년6월 正朝승하 후, 천주교 논핵<論劾>,엄단<嚴斷> 두 사람의 신분 급락한 정치상황 속의 동병상련적<同病相憐的> 해<年>.
出典: 與猶堂全書第一集詩文集六券<여유당전서제1집시문집6권>松松坡酬<송파수작>
註解.
성수 이학규는 18세에 규장전운<奎章全韻>, 어제홍재전서<御製弘齋全書>의 수교<讎校>를 맡을 만큼 박식한 학자였다. 순조1.辛酉. 1801.장인 이가환<李家煥>이 화를 입게 되자 사학도<斯學徒>로 몰려 김해로 유배 되었다.
다산은 동년 2월 현 포항시 장기면으로 유배 되었고, 24년 훗날 성수<惺叟>는 純祖24.甲申.1824년 유배가 풀렸다.
다산 초상<da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