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의 현관 문을 나서니 아파트 외벽을 타고 흐르는 겨울 바람의 기세가 제법 매섭다.
다소 느슨하게 죄었던 바지춤을 추스리고 웃도리 자크도 목아지에 무늬가 새겨지도록 힘껏 올려붙여 본다.
나라의 경제가 을씨년스럽고 토요일 오후의 햇살까지도 동장군의 기세에 눌린 탓인지 날카로운 햇살로 나의
눈을 찌르고 드문드문 걷는 사람들의 발길도 그리 유쾌해 보이지는 않는다.
탄현역에 도착하니 차마 밖으로 나가질 못하고 둥그렇게 모여있는 트레킹 동료들의 얼굴이 정겹다.
익숙한 얼굴들이 반, 생소한 얼굴들이 반.
아, 나의 나태한 출석이 이런 결과를 낳았구나. 잠시 반성? 되돌아 봄 또는 순간적으로 스치는 2014년의 나의 결산서.
우린 매번 하던대로 황규호회장님을 선두로 아무개 옆의 아무개로 자기 소개를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회장님 옆의 모 인사께서 나름 회장님을 높이려고 그랬는지 아니면 걍 예의라고 판단을 하셨는지
황규호회장님 옆의 아무갭니다 라고 시작을 한다. 자 시작이 이러하니 장삼이사 이구동성 옆 사람 이름에 님이라는
존칭을 붙이니 그야말로 셰(혀)바닥이 꼬인다. 한바탕 웃음으로 마무리!
일산역 못미쳐 눈이 듬성듬성 쌓인 육교를 건넌다.
육교 위에서 빽빽한 차들로 가득한 경의로와 대조적으로 휑뎅그레한 경의선 철로를 보자니 갑자기 드는 생각.
그려 인간은 고독한 존재여, 그러면서 느끼는 고독감, 결코 싫거나 외롭지는 않은 느낌.
천천히 그리고 어깨를 나란히 한 돌료들의 말 소리며 웃음 소리가 얼어붙은 경의선 산책로를 깨운다.
풍산 역에서의 한 컷.
3년의 세월 동안 어김없이 이어지는 또 앞으로도 이어질 것 같은 풍경 하나.
회장님의 사진찍기 - 결코 쉽지 않은, 귀찮고 어쩌면 하찮고 그러면서 매우 중요한 우리들의 역사 만들기.
누구에게(예를들면 총무나 자원봉사자를 지원 받기) 부탁도 가능하련만 한여름 그 무덥고 습한 날에도
오늘처럼 아스팔트의 매서운 한기가 바짓가랭이 속으로 치받아 오르는 날에도 어김없이 뛰고 또 뛴다. 찍으러.
또 하나의 풍경, 동료들과의 나눔을 위해 준비한 여러 회원들의 따끈한 차며 과일들. 나누어 주는 그들의 얼굴에서
얻어먹는 나보다 더 즐거운 표정을 발견하고 또 다짐해 본다. 다음에는 더 맛있는 표정 지어 줘야지.
이번엔 걸렀지만 이어지는 풍경, 우리 트래킹의 마스코트(?) 이름하여 우리의 위대한 간식 두 부 김 치!
이진숙소장님 각본 및 구매, 현장지휘와 정병식총무의 지갯군 역할로 우리들의 다리가 피곤할 무렵 어김없이 등장하여
다리 쉬임과 더불어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런 풍경 모두가 희생하는 분들이 있어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널직한 가로공원(일산이 타 도시에 비해 1기 신도시 즉 분당, 평촌, 산본, 중동 비교적 가로 공원이 잘 배치되어 있다.)을
지난다. 흰 눈이 보이는 곳엔 어김없이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의 경쾌한 소음이 반갑다.
곳곳에 설치된 육교의 응달의 경사면에 썰매로 혹은 짖궂은 개구장이들이 맨바지로 얼음을 타는 모습에 마음이 훈훈하다.
뛰어들어 한바탕 놀고싶은 충동을 느끼지만 나이 오십 중반에 다치면 국가에서 의상자로 지정해줄리도 만무하고... 주책이라고 바가지 긁을 마누라도 무섭고.
예약된 공간에 도착하니 금강산도사가 반갑게 우리를 맞는다(정용민소장님도 또한 우리의 궂은 일에 앞장서는 소중한
분이다).
간만에 받아보는 나름 정통 밥상. 몇 번 먹어 본 집이지만 회원들과 함께하니 새롭다.
좌우로 인사를 나누고 막걸리에 쇠주에 건배 잔을 나누고 우리들의 마음도 나누고 만남은 무르익는다.
오늘 모임에는 17기 주택관리사(보) 합격하신 분들이 특히나 많이 오신 것 같다.
내 좌우에 앉아 계신 분들도 그렇고. 아마 백인백색으로 지나온 삶의 궤적은 달랐으리라.
그러나 이제 그 지나 온 궤적들에 방점을 찍고 건물관리라는 어쩌면 서로 거의 같은 행로를 걷게 될 분들이라
생각하니 조심스럽고 소중한 마음이 든다.
소망을 버리지 않는다면 어느 시기에는 같은 동료로 모두들 함께 걷게 될 것이다. 건투를 빈다.
이제 인사드립니다.
회장님, 총무님, 이진숙소장님, 금강산도사님, 회장님과 함께 답사에 열중인 차재헌소장님, 오성수소장님 그리고
함께하시는 모든 분들 그동안 감사드리고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특히 17기 합격생 여러분! 여러분의 앞날에도 원하는 모든 것들이 순조롭게 풀려 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첫댓글 수고많으셨습니다..
글을 읽고 있노라니 다시 파노라마처럼 그 때가 떠 오르네요..
노래도 잘 하시고 글도 멋지게 쓰시는 소장님..대단하십니다..
언제 들어도 좋다 "TV를 보며는"
장문의 글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멋지십니다 소장님!
우리 이재영 소장님의 글솜씨는 작가 이상이고 신문 칼럼보다 낫지요.
德山 같은 충청도 촌구석에서 어케 이런 인재가 나왔는지 도시 요해가 안됩니다요~^^
오우.. 잘 읽고 갑니다
안녕하세요? 소장님 오른쪽 옆자리입니다. 그날 해주신 말씀..기억합니다
담담한 단편....물 흐르듯 마음에 담깁니다. 추운 날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