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얼굴들
『 야! 후다닥 』
인주 얼른 뒤를 돌아본다.
『 너 아침부터 어디 가는 거야 마니산 가는 거냐? 』
낮 익은 얼굴이 보이니 반가움에 엉뚱한 말로 아침 인사 대신한다.
어제저녁 통화 하고서도 딴 소리 하니 어리둥절 한가보다.
지하철 동대문 역에서 내려 4번 출구로 나와야 출발대기 장소가 나오는데 잠시 한눈 판 사이에6번 출구로 빠져나와 방향 감각을 잃어 버렸다.
한참을 서성대다 나이 지긋해 보이는 분에게 지하철 4번 출구를 물어보니 눈 껌뻑일 틈도 없이 모른다고 한다.
무턱대고 걸어가며 주의를 살펴보아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멀찍이 시야에 지하철 출구가 보이며 앞으로 다가서서 바라보니 7번 출구다.
당연히 뒤로돌아 앞으로 갓!
은은한 행진곡이 귀가에 맴도니 고교 시절 조회 시간에 밴드 부원들의 음악에 맞춰 보무도 당당히 행진하던 모습이 어렴풋하다.
정남이와 인주도 6번 출구로 나오는 것을 보니 오늘 정신들 똑바로 차려야 할 것 같다.
손잡고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출발 장소로 향해 가는데 바로 지척에 두고 헤맸으니 왜 이럴까? 백두 산악회 등반 대장님, 총무님 반갑게 인사하고 우리 친구들 어디 있나 머리를 들어 두리번거리데 주위가 시끌벅적 시산제에 참석 한 인원이 장난이 아닌 것 같다.
다시 앞쪽 버스로 향해가다 구학서 부부를 만나 인사하고 둘러보니 낮 익은 얼굴들이 한 테 모여 웅성웅성 이야기가 한 참 무르익는데 재권이는 특유의? 제스처를 써 가며 일찍 도착한 친구들의 몸을 웃음으로 풀어 주며 원예와 축산에 관련(?) 된 강의를 하는지 침을 튀기는데 별 반응이 신통치 않은 것 같다.
내가 쓰고 간 등산 모자에 써 있는 숫자를 보더니 요상한 숫자풀이를 하여 친구들을 한바탕 웃음 잔치에 초대한다.
그 웃음의 맛이란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건강에 좋다고들 한다.
나는 웃음 소재 제공자, 재권이는 입담으로 잔치 분위기 만드니 웃음 안겨 주어 고맙다고 사례하는 친구 있으면(?) 밥이라도 한 끼 사라, 바둑 두어 다 날리고 손 털면 후회 할일 만 남을 테니 알아서 해!
관광버스 3대가 출발 준비를 한다.
우리들 중 몇 사람은 1호차에 좌석이 없어 뒤차로 옮겨야 할 처지 이때 노원이 왔다 갔다 하며 1호차에 우리 형님들? 자리 확보 하여 대단한 파워(?) 과시하는데 우리들에게 자리 양보 하신 분들께는 죄송하나 노원이 노력 높이 살만하다 점수 만점 줄 테니 돈 있거든 먹고 싶은 것 실컷 사 먹어라.
청구 산악회 시산제에 참석하여 준 답례로 백두 산악회 시산제에 참석들 하는가 보다 했더니 거의가 백두 산악회 회원들인가? 인사하며 대화 하는 모습이 10년 지기보다 더한 느낌이다 왕 고참으로 들 모셔야 되나?
하기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아침 일찍 등산복 차림을 한 사람이 눈에 띠면 잠이나 푹 주무시지 산은 무슨 산? 하던 것이 나다.
버스 3대가 부족하여 몇몇 사람 좌석 없이 가야 할 상황으로 오늘 백두 산악회 시산제는 구름 한점 없이 맑디맑아 쾌청이다.
버스에 올라 출발을 기다리는 지루함을 인주의 입담으로 달랜다.
백두 산악회 시산제를 축하하기 위하여 참석한 잘생긴 얼굴들을 살펴보자 일부는 아닌데? 좌석 배치 순으로 전문재,정해돈, 이덕수부부, 남상오부부, 임헌순,고도끼, 이용조,김종성, 곽순화,김정남, 김인주,유재권, 한승호,외에 축하라기보다 행사의 주체이며 백두 산악회가 본인들 분신과도 같은 구학서부부, 박노원부부 등이 강화도에 있는 성산(聖山) 마니산과 같이 호흡하며 동행하여 등정할 벗 들이다.
버스가 출발하자 곧 절편 떡에 캔 사이다, 등산용 수저에 식기1개씩 선물 공세 백두 산악회 누구 국회의원 출마하나?
노원이 품 잡고 통로를 오가니 해돈이 미소 지으며 왈
『 노원이 오늘 정말 애 많이 쓰는데 』
『 정말로 고생 하네 』
뒤를 이어 칭찬이 터지는데 내색은 안치만 기분은 좋은지 통로 앞쪽으로 걸어가는 뒷모습이 날듯이 미끄러진다.
곧 방울 도마도 한 컵씩 받아 들곤 해돈이 칭찬이 효과를 본건지 계획에 있던 건지는 알 수가 없으나 잘 먹었다.
달리는 버스에는 소음에 가까운 음악이 머릿속을 온통 뒤집어 놓는다.
여러 사람 아랑곳 하지 않고 노래는 계속 되고 버스는 힘에 겨운 듯 부르릉 부릉대며 강변도로를 지친마라톤 선수처럼 숨 가쁘게 달리다 제방 도로에 접어들자 헐덕 대며 김포를 우회하여 계양에서 대명 포구로 가는 도로에 접어들자 헉헉대며 우리를 미안 하게 한다.
잠시 후 초지대교를 단숨에 건너 휴게소에 도착한 후 회원들의 모습을 주의깊게 살펴보니 인기 1위 “화장실”이다. 입장 하려고 길게 줄서서 기다리다 들어가면 공연 시작 되는데 사이키사운드에 몸을 비비꼬며 괴성 지르고 낡은 공연장은 조명이 들어왔다 갔다 하니 그 이름 “화장실” 어느 그룹이 노래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공연 마치면 모두가 스트레스 해소 된 듯 얼굴들이 밝아진다.
휴게소 한쪽 편에 보이는 조그마한 성곽이 초지진이다.
우리가 역사 시간에 배웠던 1866년(고종3년) 프랑스 함대의 로즈 소장과 싸운 병인양요, 1871년(고종8년)미국 아시아 함대의 로저스 중장이 침입 필사의 방어 끝에 많은 선조들이 희생되며 함락된 신미양요, 1875년(고종12년)일본 군함 운요호와 교전하는 등 역사적인 사건의 격전지로 역사의 흔적이 지금도 남아 생생한 모습을 보여준다.
초지진을 배경으로 종성이가 가져온 카메라 셔터 터뜨리니 15명 친구들 부동자세로 굳어 버린다.
재권이 포탄 맞은 소나무 솔잎향하며 원예 강의 시작 하는데 난데없이 꽃 한 송이 피어나니 벌 때들 앵앵대며 꽃을 찾아 날아가니 홀로 남은 재권이도 침 흘리며 기웃기웃 무슨 꽃인가 했더니 이름 모를 꽃이네.
150여명의 대식구를 삼켜 버린 3대의 버스는 힘에 겨운 듯 마니산 들머리인 여차리로 향해 달려가며 숨을 할딱거린다.
버스 차창 밖에 보이는 나무들의 모습이 육지 산의 나무 모습과 달리 가지가 불타고 있다.
마니산의 교훈
고갯마루에 올라서며 숨이 턱에 찬 버스 헛구역에 회원들 구름처럼 마니산 들머리인 산자락에 모여든다.
옷매무새 챙기는 이, 기지개를 켜는 이, 등산화를 조여 매는 이, 발 구르기하며 뛰어 보는 이, 이마에 밴드 추스르는 이, 어린아이 몇 명 부산하다.
인원이 많다 보니 통제가 쉽지 않은 듯 백두 산악회 노란 삼각기를 들고 있는 여러 명의 산행 길잡이, 회원들의 안전한 산행을 리드하기 위해 산악회에서 엄선한 간부들의 눈매가 긴장되어 번득인다.
그런데 한사람은 아닌 것 같다?
등반 대장 산자락 두어 발짝 높은 곳 올라서서 산행 시 주의 사항 산행 코스 최종 집결지 등을 알린다.
문재, 해돈, 승호, 용조, 순화, 선두에서 출발 준비 완료 된 듯 출발의 총소리를 기다리며 스타트 라인에 숨죽이고 긴장하는 스프린터의 모습들 같아 아름답게 보인다.
그 옆에 웬 하얀 나비 한 마리가 꽃도 피지 않은 곳에 날아와 앉았는가? 자세히 보니 학서가 아닌가 하얀 반팔 티셔츠 젊음이 넘친다.
종성, 인주, 덕수, 헌순, 정남, 재권, 많은 인파 속에 잘 보이지가 않는다.
노원이 노란 삼각기 들고 친절하게 산행 안내 지도하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상오는 다친 발 또 다쳐 산행을 할 수 없는 몸을 가지고 예를 지키며 정성을 다하니 친구들 본받을 점 이한 두 가지가 아니다.
부인 회원님들은 어디 계신지 알 수가 없네?
많은 회원들 힘차게 산을 오르고 약간의 터울이 생긴 사이 나는 마니산과 입맞춤 하고 산을 오르니 발아래 느껴지는 감촉이 구름다리 밟는 기분이다.
월요 조회 때 교장 선생님 서 계신 단상 높이 정도 올라가 뒤를 돌아보니 인주 모습이 눈에 들어오며 주변에 낮 익은 얼굴들이 산자락을 밟는다.
낮 설은 산 벗들 속에 한발 한발 나그네 되어 앞서 떠난 친구들 혹여 남기고 간 발자국이라도 찾아볼까, 바람 따라 올라가며 남기고 간 봄 냄새는 어디에서 맛아 볼까 뒤쪽에선 노원이 목소리가 들려오네! 정다운 그 소리 다시 한번 들어보니 메아리로 사라지네. 마니산 정말 살결이 곱다.
앞 뒤 간격이 벌어진 틈에 관현악을 위하여 만들어진 소나타 형식의 규모가 큰 악곡인 교향곡의 4악장을 악보의 빠르기로 분류하여 1악장부터 4악장까지 빠르고 느림에 맞춰 산을 올라 보자.
1악장 “알레그로” 산의 평탄한 능선을 빠르게 나르며 숨을 몰아쉬니 눈앞에 나타난 아름다운 계곡에 개나리도 안 피었는데 노랗게 물들어 보인다.
2악장 “안단테” 앞에 가파른 기슭의 깔딱이 나타나니 한발 또 한발 지휘자의 느린 손 움직임의 리듬에 따라 느리게 흐느적거리며 오르다 구름에 걸터앉아 가쁜 숨을 내쉬고 땀을 식히며 마른 침을 삼킨다.
3악장 “모데라토” 정상에서 보통 빠르기로 내려오는 하산 길 정복의 성취감에 피로도 잊은 채 내려오다 시원한 물 한 모금 가쁜 숨을 고른다.
4악장 “알레그로” 발걸음도 빠르고 몸도 가볍게 계곡에서 능선 타고 나르며 산새들과 손잡고 지지배배 춤추네. 노란 꽃 민들레 하얀 나비 날아와 꽃잎에 입 맞추며 향에 취해 잠든다.
교향곡의 리듬을 타고 산을 오르고 내리니 선두와의 거리가 지척인 듯 느껴지는데 저 앞에 가는 것이 하얀 나비 같다.
노랑나비는 어데 가고 쓸쓸히 날개 짓을 해대나?
부지런히 걸어 학서와 합류했다.
스펀지 같은 느낌의 푹신한 등산로를 지나 급경사 산기슭을 오르며
『 나는 깔딱을 오르면 힘은 더 들고 숨은 차지만 그 맛은 참 좋데 』
『 그 표현이 재미있는데 』
『 그래? 』
급경사를 오르며 느끼는 긴 고통스러움 끝에 얻어지는 짧은 순간의 편안함이 나에게는 천금같은 시간이며 그 괴로움을 참고 이겨 봐도 나의 의지로 살아갈 수 있을지 조차 알 수 없는 기구한 나의 운명!
나는 끝없이 산을 오르며 괴로움으로 고통을 잊고, 고통스러움으로 괴로움을 잊는 산행을 하지만 감히 산을 알고 올라 간적은 한번도 없다.
불청객 노릇(?)을 하면서도 산을 찾아다니는 것은 산을 접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산을 사랑하게 되었고, 좋은 친구들 많이 만나 우정 나누며 또한 맑은 공기, 물, 나무, 돌, 기이한 바위, 아름다운 하늘, 내 볼에 입맞춤 하는 바람 등 자연을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능선이 온통 바위로 되어 있어 나는 무척 힘들다.
그래도 올해는 양옆으로 밧줄 난간이 설치되어 훨씬 났다고 한다.
바위를 내려 뛰고 손 집고 올라가는데 중심이 흔들려 조심스럽게 행동하니 주의가 의식되며 앞은 벌어지고 뒤는 밀리고…….
하산하던 동료끼리 이야기 속에 참성단이 급경사 바로 위에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학서와 이야기 나누며 바위를 돌아 올라서니 문재 핸드폰을 귀에서 떼지를 못하는데 덕수가 통화가 안 된다고 걱정이다.
선두에 출발한 문재 앞서며 오르니 일행들 숨을 고르고 출발한다.
뒤따라 출발했으나 나는 완전히 난관에 봉착했다.
바위에 걸어 놓은 밧줄을 잡고 오르려니 몸이 굳는다.
두어 번 밧줄에 매달려 시도 했으나 실패 올라설 방법을 못 찾겠다.
바위틈을 잡고 다리를 겨우 올리고 낮은 포복 하듯 겨우 올라 위를 쳐다보니 친구들은 시야에서 사라지고 올라가긴 해야겠고 바위 넘어 좌측에 희미하게 발자국이 보이기에 손으로 바닥을 집고 게걸음으로 건너가 천신만고 끝에 참성단 앞에 올라와 기진맥진 마니산에 혼난다.
참성단을 보호하기 위하여 막아 놓은 철망에 붙어 있는 백두 산악회 산행 방향 표식을 보고 천천히 좌측으로 돌아 능선에 서서 마니산 정상을 바라보니 아슬 아슬 하게 보이는 바위 능선은 지나온 바위 능선보다 더 힘들어 보이고 몸은 흐무러지며 가슴이 답답해진다.
의사 선생님이 산에 가면 안 된다는 이유가 바로 이런 바위 능선 때문인가 보다?
남들 뛰면 나는 엉덩이로 바위 미끄럼 타고 배 깔고 보듬으며 중심 잡고 지렁이 꿈틀대듯 앞으로 전진 한다.
작은 바위 기분 좋게 넘어가며 앞을 보니 하얀 나비 멀리서 잘도 난다.
하얀 나비 구출 작전
온몸이 땀으로 흥건한데 집중을 해서 그런지 별로 더운 줄도 모르겠고 조심스레 앞만 보고 가다 바위 반대쪽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등산로를 양보하고 기다리며 바위 너머를 쳐다보고는 이상하게 생각 되었다.
하얀 나비 학서 바위에 앉아 있고 순화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뒤에 서 있는 것이 학서가 평소에 산행하는 모습이 아니라 불안해지는데 급히 달려가 상황을 물으니 비상사태다.
바위를 가볍게 건너뛰는데 오른쪽 종아리를 무언가에 얻어맞은 느낌과 동시에 근육이 끊어지는 것같이 확 끈 달아오른 후 걸을 수가 없다 하니 이 높은 산등성이에서 지체하여 잘못되면 어쩌나 가슴이 답답하여 당황된다.
일단 배낭에서 무릎 보호대를 꺼내 근육에 무리가 오지 않게 하라고 주었다. 지나가는 등산객에 파스 종류를 알아보니 고맙게도 젊은 부부 인 듯한 분들이 맨소래담을 주기에 넉넉히 마사지 한 후 다음 조치를 어떻게 해야 하나를 생각다 일단 문재에게 알렸다.
그사이 등반대장 산행 경륜 때문인지 장난하는 줄 알고 지나치다 깜짝 놀라 돌아서며 정색을 한다.
이때 우리의 영원한 2군 덕수 인주 헌순 종성 정남이 반갑게 나타나니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다.
이만한 인원이면 무등 을 타고도 후송 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용조로부터 다급하고 당황된 목소리로 상황을 묻기에 설명을 하니 올라오겠다며 급하게 전화를 끊는다.
지금부터 하얀 나비를 어떻게 구출하느냐?
1단계 능선을 벗어날 후송 방법은 어깨 짚어 부축하는 방법
2단계 비탈진 하산 길은 어떤 방법으로 교대로 업고 내려가는 방법
3단계 119에 도움을 요청. 지시에 따라 대처?
3가지 후송 방법을 생각하고 학서의 안정을 기다리며 헌순 이가 꺼내준 보호대로 부상 부의를 단단히 조인 뒤 상황을 기다리는데 부상한 당사자인 하얀 나비 학서는 걱정 되는 기색이 전혀 안 보인다.
문재로부터 전화가 와 걱정을 하기에 도움 줄 인원이 대여섯 명 있다고 안심시키고 잠시 후 용조로부터 조금만 있으면 도착 할 것 이란다.
어느 정도 안정이 된 것 같아
학서 에게 갈수 있겠냐고 물으니 자신만만하게 표현하나 얼굴에 걱정의 그림자가 살짝 스치기에 잘 알겠지만 지금 친구들 신세 조금 지는 것과 본인이 무리하여 부상이 악화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충고하며 바위 능선을 출발 하려니 스틱이나 달라며 부축을 극구 사양한다.
사실 환경이 워낙 열악하여 부축도 여의 치는 않은 상태다.
조금을 움직여 보니 강행할 처지가 아니며 무모한 하산으로 판단되어 중단을 권하니 비틀거리면서도 투지를 보인다.
본인의 의사를 존중할 단계가 지났다 판단되어 119에 전화 했다.
『 여보세요 119죠 』
『 네119입니다 말씀 하세요 』
『 아 마니산 능선에서 다리에 부상 입은 사람 있어서. 』
『 일행 있으신가요? 』
『 네 있습니다. 』
『 움직일 수는 있으시고? 』
『 네 』
『 잠깐만 기다리세요. 전화번호가 어떻게 되죠? 』
『 011-000-0000입니다 』
『 전화 드릴게요. 』
잠시 후 전화 가왔다
『 여보세요 』
『 정확한 위치를 알려 주세요 』
『 여기는 참성단에서 정상 쪽 가는 능선인데요. 』
『 위치를 정확하게 그리고 혼자 인가요 일행이 있으신가요 』
『 일행은 있고, 위치는 참성단에서 정상 쪽 바위능선 함허동천 으로 하산 할 예정 입니다. 』
『 일단 출동을 하겠습니다. 하산 할 수 있는 곳까지 내려오세요. 』
119에 구조 요청도 열악한 환경 에서는 큰 도움이 못되는 것 같다.
현 위치 알리며 하행 등산로 알리는 표지판이 있는 능선 와이자 삼각점 까지 바위를 오르고 내리며 사투를 벌인다.
주위에 친구들 안타까워 부축 하려해도 더 불편하다며 한발로 껑충 껑충 서너 발자국 뛰며 스틱으로 중심잡고 숨을 몰아쉬니 안타까움에 가슴이 탄다.
저러다 나중에 부상이 악화되면 어쩌나 걱정만 하지 대책이 없는 나의 무기력함에 실망스럽기 만하다
119에서 전화가 왔다.
지금 현장으로 가고 있는 중이라며 환자 상태를 물어본다.
구급차 갈 수 있는데 까지 가서 구조하러 올라 갈 테니 일행들이 부축하여 하산 할 수 있는 곳 까지 안전하게 내려오라며 들것은 경사 때문에 쓸 수가 없단다.
이제 외부에 의존할 길은 아무것도 없다.
실오라기라도 잡으려고 했으나 허공만 허우적댔다.
일행 중 불만스러운 표현을 하며 못마땅해 하기도 한다.
구조 될 때까지 기다리자는 친구도 못마땅해 하기는 마찬 가지다.
학서 일어서며 하산 길이니 미끄럼 타듯 내려가면 어렵지 안타며 산을 내려 가려하기에 조금씩 교대하면서 업고 내려가면 안전 할 것 이라하니 고맙다며 스스로 하산 할 수 있는 곳 까지 갈 테니 본인한데 맡기란다.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한발로 껑충대며 후들거리는 다리로 쓰러질 듯 비틀대다 잠시 쉬어 숨 고르며 땀 식히고 다시 하산 한다.
흙먼지 범벅되어 아픈 발 스쳐대며 중심 못 잡고 비탈길 급하게 내려오다 나무잡고 위기를 면한다.
친구들 도와주려고 해 보지만 등산로 자체가 옆에 서서 부축 할 수 있는 여유가 없고 손놓고 있는 것 같아 정말 안타깝다.
순간 마다 위태롭게 넘어질 듯 할 때 겨우 붙들어 주는 것이 고작이니 얼마나 힘이 들면 벌렁 눕기까지 할까 속이 타들어 간다.
이제는 더 이상 하산을 하다간 사람 잡을 것 같다.
119구조대 전화 하며 상황을 묻는다.
1/3정도 내려간 것 같다, 환자는 너무 힘이 들어 하산이 힘들 것 같다.
도착 했으니 올라가겠다.
전화가 불난다.
노원이119 불렀느냐 길래 그렇다고 하니 걱정되어 상태를 묻기에 대답하고
용조는 여러 번 통화하고 안 보이는 것이 산길을 헤매는 것 같다.
학서 투혼을 불태운다.
경사가 급한 나무계단을 한발로 뛰는데 비틀거리니 정말 아찔하다.
오랜 산행에서 경험한 위기 대처인가?
큰 부상을 염두에 둘 겨를이 없어 생각 없이 한 하산인가?
친구들 걱정되어 쉬어가자며 공간을 만든다.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조심하며 내려가는데 학서 힘들어 보이나 눈을 보니 아직 의지가 살아 번득인다.
학서부인 얼마나 걱정 됐으면 산중턱 까지 단숨에 뛰어올라와 남편을 위로하니 부부의정 훈훈한 정 아름답게 꽃 피우며 꽃잎에 이슬 맺힌다.
학서 험한 산과 자연을 받아들이며 호흡하니 어렵고 힘든 난관을 한 꺼풀씩 벗어나며 투지와, 투혼을 불태우고 강열하고 굳센 의지를 제물로 바친 덕인지 힘들고 어려운 역경을 뛰어넘어 보호 받을 수 있는 곳에 이르르니 오렌지 색 구조복을 입은 구급대원의 구조를 받아 몸은 비록 등에 업히지만 마음의 육신은 산기슭을 뛰어 내려온다.
119구급대원 백두 산악회 두 분과 헌순이의 수고 덕에 구급차에 도착하니 안도의 기운이 감돈다.
정말 힘든 여정을 끝낸 학서 에게 경의를 표한다. 대단한 놈!
백두 산악회 시산제
백두 산악회 시산제장소 아래 단에 자리 잡은 친구들 맛있게 식사들을 마쳤는지 둘러 앉아소주 한잔씩 주거니 받거니 화기애애하다.
비빔밥 한 그릇 맛있게 먹고 곧 시작 되는 백두 산악회 시산제에 참석 하였다.
많은 회원들 제단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둘러서서 시산제 시작을 기다리고, 곧 산신에 대한 제가 시작되어 순조롭게 진행되다가 새로 장만 했다는 앰프가 시샘이 났는지 진행 중에 여인네 튀어나와 몇 마디하고 음악 나오고 가 반복되니 앰프 생일부터 축하하고 시산제 행사에 나왔어야 되는데 옥에 티다.
축문을 낭독하기 전 앰프수리 하는데 시간이 조금 지체되어 지루 하였던지 눈 깜박 할 사이에 이상한 모습 스쳐가니 보기 안 좋다.
노원이 시산제 축문 읽어 내려가고 백두 산악회장 제상 앞에 넙죽 엎드려 큰절하며 꼼짝 않는데 축문이 두루마리로 되어 풀리면서 읽어 가는 게 어찌나 긴지 “남편을 기다리다가 그대로 죽어서 돌이 되었다는 망부석”처럼 그대로 굳어서 “산신제석” 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청구 산악회원들도 단체로 나가 제단에 향 올리고 산신령님께 궤배(跪拜)하니 오늘 같은 불상사가 없기를 기원한다.
행사가 끝난 후 고기 굽고 술 마시며 회포들을 푸는데 옆에서 바라보면 천진한 어린애들 똑같은 모습이라 티 없이 보여 부담 또한 없다.
자연을 거스르면 안 된다.
그런데 역행하는 모습이 현실로 나타났다.
백두 산악회 는 고정관념 깨는 데인가 벌, 나비가 꽃을 찾지 꽃이 벌, 나비를 찾는 자연현상은 별로 들어 본적이 없다.
그것도 유독 한 마리 벌에게만 꿀을 주니 나머지 벌들 주변만 맴돌며 앵앵거리는데 한 마리 벌 싱글 벙글 주체를 못한다.
이게 누구냐? 자세히 알면 다쳐!
헌순이 지구력? 대단하다 초지일관 한자리에서 영토를 보존한다. 독도 지킴이로 보내야 갰다.
한잔 들어갔는지 목소리가 온 공원을 짓누른다.
학서 잔디에 누워 잠들었는지 조용히 얼굴 가리고 누워있다.
헌순이의 메아리 없는 소리가 허공을 가르니 오늘 지나간 시간 속에 일어난 인간들의 희, 노, 애, 락이 갈라진 허공 속에 묻혀버리고 폭풍우 부는 날 파도치던 물결의 괴로움 뒤에 찾아오는 고요처럼 우리 인간은 그렇게 사는 것 인가?
첫댓글 꼭 함께 하고픈 시산제행사였는데 몸이 불편해서 참석하지 못한것 무척 아쉬습니다. 병원은 계속 해서 다니는데 마음같이 그렇게 잘 회복이 않되고 있어 답답한데 우리 nero님도 그렇다니.....크게 걱정하지않아도될것 같아 그나마 다행입니다. nero님의 빠른 쾌유를 바라며 ~
먼저 백두산악회 시산제에 참석해주신 친구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친구들에게 염려를 끼친 점도...사고 후 대처는 나 혼자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고 또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더 큰 사고 였다면 아마 움직이지도 않았을 것. 동료들과 친구들의 끈끈한 우정에 감사드릴 뿐.
산을 오름으로서 괴로움과 함께 고통을 잠시라도 잊을수 있고 이렇게 긴 산행 후기를 쓰면서 고통을 참을수 있고 친우들을 만나면서 고통이 덜어진다면 그 고통은 조만간 사라지리라. 다시한번 그날을 빛내주신 님들에게 고맙다는 말 전합니다.
친구들 너무 고생 많이하고 수고많이 하구... 그리고 nero님도 많이 고생하고... 같이 산행 한사람도 마음 고생 많이 많이 하셨습니다, 정말 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