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김혜선 기자(필름2.0) “답답한 세상에서 새로운 탈출구를 만들고 싶었다”는 감독 존 파브로의 의도는 21세기형 슈퍼히어로 영화에 어울리게 꽤 오락적으로 연출됐다. 위트 넘치고 매끈한 엔터테인먼트의 진수랄까. 배가 산으로 가지만 않는다면 개성 어린 3부작을 기대해볼 만도 하다. 만화의 모든 상상력을 구현할 수 있는 테크놀러지의 시대가 코믹스 영웅들을 너무 많이 스크린으로 불러들이고는 있지만 <아이언맨> 정도라면 기꺼이 반길 만하다.
DJUNA 영화평론가 '블록버스터'라는 명칭에 어울리지 않게, <아이언맨>은 부수는 것보다 만드는 걸 더 잘 한다. 아이언 맨이 등장하는 액션 장면들은 사실 자극을 원하는 요새 관객들을 흥분시킬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마치 '고철 처리장의 전쟁'이라도 되는 것처럼 미사일 부품으로 '아이언 맨'을 만들어내고 그걸 개량하는 과정은 재미있다. 고로 디스커버리 채널에 나오는 온갖 기계들에 흥분하는 시청자들은 필견. 군수업자의 자기 반성 테마는 스토리의 기반이지만 그렇게 깊이 있는 성찰을 기대하지는 마시길.
-
김봉석 영화평론가 아이언맨은 그동안 등장한 수많은 슈퍼히어로 중에서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일 것이다. 과학기술의 힘을 이용하여 초인이 되는 것은 배트맨과 흡사하지만, 배트맨이 어둠이라면 아이언맨은 빛이다. 무기를 파는 죽음의 상인에서 한순간 회개하여 영웅이 된다는 것은 여전히 만화적이지만, 충분히 납득은 가능하다. <아이언맨>은 낙관적이고 쾌활하다. 심오한 의미 대신에, 한 남자의 치기어린 열정과 인정을 즐겁게 그려낸다. 걸작이라고 할 순 없지만, 대단히 유쾌한 오락영화다.
-
김종철 익스트림무비(extmovie.com) 올 여름 첫 블록버스터 영화로서 대단히 기분 좋은 출발이다. 원작에 대한 예우를 다하면서, 시대적 변화에 따른 적절한 각색이 이루어진 점이 흥미롭다. 기대 이상으로 잘 어울리는 배우들과(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이력을 생각하면 캐스팅은 탁월하다) 액션과 유머의 균형, 탁월한 시각효과에 이르기까지 모범적인 오락영화로서 무엇하나 부족한 것이 없다. <스파이더맨> <배트맨 비긴즈> 레벨은 아니지만, 적어도 <판타스틱 4>와 비교하면 확실히 두 수위의 오락 영화다.
-
김도훈 <씨네21>기자 모든 수퍼히어로 영화의 첫 편이 그렇듯이 <아이언맨> 역시 히어로의 탄생 설화에 초점을 맞추는 영화다. 여름용 블록버스터 치고는 SFX로 창조한 액션의 강도가 그다지 높지는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신 타고난 코미디언이기도 한 존 파브로 감독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기네스 팰트로우처럼 내공있는 배우들의 연기와 이미지를 멋지게 이용할 줄 안다. 한국 관객에게는 낯선 영웅의 출연이지만 이만하면 (좀 더 액션을 강화할 것이 틀림없는) 2편을 기다리며 유쾌하게 관람할만 하다.
감상포인트 |
마블 코믹스의 슈퍼히어로 '아이언맨'이 스크린에서 부활했다. 마블 코믹스가 직접 제작을 맡아 내실을 기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기네스 팰트로우 호흡도 볼 만 하다. |
이런 영화 좋아한다면 강추! |
<스파이더 맨> |
![]() |
최하나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부정할 수 없는 재능 | ★★★ |
![]() |
김도훈 | 윌리 웡카의 로봇 공장 순례하는 기분 | ★★★ |
![]() |
한동원 | 테크놀로지보다는 캐스팅이 이룬 개가 | ★★★☆ |
![]() |
남동철 | 말은 안 되지만 코미디 감각은 괜찮다 | ★★★ |
![]() |
김혜리 | 눈으로 건프라 조립하는 재미 | ★★☆ |
![]() |
김종철 | 2008년 첫 블록버스터의 기분 좋은 출발 | ★★★☆ |
이형석(헤럴드경제 기자) |
![]() |
개과천선 군수자본가가 주색잡기에서 벗어나 로봇 놀이에 빠지다. 정치적으로 애매하지만 재미는 있다. |
강연곤(문화일보 기자) |
![]() |
명쾌하게 방향을 잡은 슈퍼히어로영화. |
이찬호(CBS 노컷뉴스 기자) |
![]() |
어찌 보면 상당히 유치해 보이긴 하지만 그것도 이런 영화의 특징 중 하나 아닐까. |
이용철(영화평론가) |
![]() |
슈퍼히어로도 이젠 유명세를 즐기는 셀러브리티의 시대. |
최은영(영화평론가) |
![]() |
정신세계는 맘에 안 들지만 다우니 주니어는 업. |
|
|
|
|
|
![]() |
|
이상용(영화평론가) <비스티 보이즈>는 꽤 전형적이다. 과거 한국영화가 호출한 호스티스 물에서 멀리 달아나지 못한다. 물질에 찌든 도시인의 파멸은 꽤나 친숙한 것이다. 윤종빈 감독이 이 세계를 다루기에는 인물에 대한 내밀한 묘사와 더불어 색다른 시선이 필요했다. 표피적인 설정이 반복되면서 후반으로 갈수록 드라마의 농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다.
박혜명 <씨네21> 기자 인생이 거지 같은 이유는, 그래, 어쩌면 따로 없을 것이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고 남 등쳐 먹어서 잘 될 놈 하나 없다는 건 당신을 겨냥한 욕만이 아니라 나를 향해 뱉은 누군가의 욕지기이기도 하다. 그들은 다 똑같은 인생이다. 쨍한 햇빛 대신 음울한 달빛 아래, 엎치락 뒷치락 서로 껴안고 뒹굴며 살아간다. <비스티 보이즈>는 (과거에도 여러 영화가 소재 삼았던) 뒷골목의 이유 없고 출구 없는 찌질하고 분한 인생을 사실적으로 그리겠다는 목표에 충실한 영화로 보인다. 목표는 충분히 달성되었다. 영화 시작 30분만에 충분히. 나머지 러닝타임은 그 초반부 성취물의 반복이라고 말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강병진 <씨네21> 기자 청담동의 밤은 흥미롭다. 호스트 바 복도에 서서 손님들의 간택을 기다리는 선수들의 풍경, 외제차를 끌고 다니면서도 빚에 허덕이는 모습, 서로를 형, 동생이라 부르면서도 먹이사슬을 이어가는 선수들의 관계 등 <비스티 보이즈>는 호스트의 세계를 다룬다는 점에서 성실한 영화다. 특히 “일단 살고 보자”는 가치관으로 무장된 재현을 묘사하는 하정우의 연기는 그를 정말 잘 아는 감독만이 연출할 수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용서받지 못한자>의 흐름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전작만큼 선명한 흐름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주인공 승우(윤계상)의 파멸에서 느낄 수 있는 건 순수성을 파괴하는 거친공간의 질감보다는 지독한 사랑이다. <비스티 보이즈>는 드라마 <서울의 달>의 21세기 버전과 치정극 사이의 애매한 위치에 놓여있다.
문석 <씨네21> 기자 호스트바의 호스트는 거세된 남성들이다. 아니 스스로 거세를 선택한 남성들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여성들에게 자신의 육체를 전시하거나 성을 바침으로써 생활을 영위한다. 전작 <용서받지 못한자>에서 군대라는 공간을 통해 남성성을 탐구했던 윤종빈 감독은 <비스티 보이즈>에서도 남성성에 대한 탐구를 시도하는 듯 보인다. 호스트바의 주 고객이 돈많은 남성들에게서 받은 돈을 쓰기 위해 찾는 룸살롱 호스티스들이라는 점은 남성의 아이러니를 더욱 극명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비스트 보이즈>는 혼란스럽다. 승우로 대표되는 거세된 남성들은 강남 청담동, 그리고 천민 자본주의 사회에서 표류하고 있지만, 그들이 그 막막한 곳에서 헤매고 있는 이유에 관해서는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한다. 표피적이고 말초적인 ‘그들’의 삶만이 내비쳐지면서 이야기가 겉도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서울 강남의 밤공간을 포착하는 섬세한 영상만큼이나 치밀한 세상과 삶에 대한 고찰이 필요했던 게 아닌지 모르겠다. 물론 하정우의 소름끼칠 정도의 생생한 연기와 순수함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한 듯한 윤계상의 연기는 충분히 평가받을 만하다.
황진미/영화평론가 <비스티 보이즈>는 특정 사회에 대한 사실감있는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화는 강남 유흥가의 공기는 물론이고 그 안에 살고 있는 '밑빠진 삶'들의 질감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용서받지 못한 자> 역시 그러하였다. 언젠가 어디선가 들어보았음직한 개연성 높은 이야기를 구체적인 상황을 통해 풀어가는데, 서사는 느슨한 듯 보여도 자기완결적이며,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뛰어난 캐릭터 묘사 덕분이다. <비스티 보이즈>에서는 윤계상 측은 개연성 높은 사건을, 하정우 측은 특징적인 캐릭터 묘사를 각기 나눠맡은 것처럼 보인다. 윤계상 쪽 '사건'은 지극히 통속적인 치정극이자 성매매에 관한 매우 사실적인 진술이다. <연애>(오석근 감독)의 전미선이 성매매 여성에 관한 남성 판타지의 결정체라면, <비스티 보이즈>의 윤진서는 성매매 여성에 관한 남성의 악몽을 구현하는데, 지금까지 성매매 여성에 관한 영화 속 재현 중 가장 사실에 근접한 묘사이다. 하정우의 캐릭터 역시 그 바닥과 인물에 대한 섬세한 고찰이 빚은 결정체인데, 이는 영화가 일단 얼마나 성실한 취재에 기반하고 있는지를 가늠케 한다. 많이 벌지만 쓰기에 언제나 빚지는 인생이고, 쉽게 사랑에 빠지지만 아무도 믿지 못하기에 허기진 영혼임을 어찌하리오. 서울의 달, 아니 강남의 달은 오늘밤도 노랗게 그들을 비출 것이다.
감상포인트 |
강남 호스트들의 세계를 생생하게 그린 청춘영화. <추격자> 하정우와 가수 출신 연기자 윤계상이 주연을 맡았다. <용서받지 못한 자>로 주목을 받았던 윤종빈 감독의 작품. |
이런 영화 좋아한다면 강추! |
<비트> <후회하지 않아> |
이형석(헤럴드경제 기자) |
![]() |
비극적 리얼리즘을 빙자한 관음적 리얼리티쇼 혹은 선정적 리얼리티쇼로 포장한 진지한 리얼리즘. |
이찬호(CBS 노컷뉴스 기자) |
![]() |
같은 말로 거듭 설명하려다 보니, 초반의 예리한 감각이 무뎌진다. |
이용철(영화평론가) |
![]() |
예전 호스티스영화는 감상적이긴 해도 최소한 관객의 눈물을 뽑아내는 데는 성공했다. 이건 대체 뭐하는 영화냐? |
|
|
|
|
|
|
![]() |
|
김도형 기자(필름2.0) <가루지기>의 기본 형태는 퓨전 사극에 가깝다. 미니스커트와 배꼽티를 연상시키는 한복으로 마을을 활보하는가 하면, 노래와 춤으로 흥겨운 마당놀이를 벌이는 구성은 할리우드 영화 속 뮤지컬이나 군무를 연상시키고, 각종 영화에 대한 오마주와 패러디로 웃음의 코드도 만들어낸다. 여기에 구전되던 변강쇠식 판타지, 오줌으로 산불을 끈다든가, 합방할 때 집 전체가 흔들린다든가, 양발을 땅에 붙인 채로 제기를 찬다든가 하는 에피소드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주성철 <씨네21> 기자 정말 뜬금없는 B급 토속에로 소재를 메이저 자본으로 완성한 뚝심은 놀랍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로 시작해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를 연상시키는 송재호를 지나 <태극기 휘날리며>의 형제애까지 겹쳐지는(장동건-원빈과 오달수-봉태규 형제를 비교할 때 생겨나는 폭소) 이 흥미로운 콜라주는 꽤 영리하고 흥미롭다. 뮤지컬을 연상시키는 영화의 축제적 측면에 비해 해학적 요소가 좀 부족하지 않나 하는 게 아쉬움. 변강쇠가 생각보다 너무 점잖다.
강병진 <씨네21> 기자 익히 알고 있는 변강쇠의 이야기가 아니다. 고자에서 거물로 탈태한 정력남의 감동적인(?) 희생극이다. 기존의 에로사극들이 보여준 익숙한 장면들을 재치 있게 묘사한 점은 흥미롭다. 아낙네의 밤 목욕은 싱크로나이즈로, 힘을 주체 못하는 변강쇠의 몸부림과 그에 반응하는 아낙네들의 절규는 흥겨운 난타로 보여진다. <변강쇠>외에도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뻐꾸기도 밤에 우는 가>등에서 모티브를 따온 부분이나, 변강쇠가 자신의 가공할 능력으로 슈퍼히어로적인 영웅이 되는 모습도 솔찬히 재밌다. 하지만 정작 강쇠와 아낙네들의 합궁이 시작되면서부터는 그처럼 신선한 재미들이 사라진다. 가장 난점은 변강쇠의 캐릭터다. 과거 이대근이 연기한 변강쇠에 비해 봉태규의 변강쇠에게는 아무런 매력이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능력을 과시할 생각도 없고, 그러니 사고칠 일도 없는 변강쇠는 오히려 마을의 아낙네들에게 제압당하는 수동적인 캐릭터다. 현대적으로 꾸민 새로운 ’가루지기’전이었다면 어땠을까. 웃음을 갖기에도, 육덕스러운 기운을 만끽하기에도 <가루지기>는 방해하는 요소가 너무 많은 영화다.
이형석(헤럴드경제 기자) |
![]() |
풍자와 해학이 부족하다. |
강연곤(문화일보 기자) |
![]() |
잠시 흥미로운 패러디를 선보였다가 금세 길을 잃어버린다. |
감상포인트 |
'변강쇠'의 현대판 코믹버전. 배우들의 파격적인 노출과 의상이 볼거리인 퓨전사극. 현대판 변강쇠로 분한 봉태규의 베드씬도 기대된다. |
이런 영화 좋아한다면 강추! |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변강쇠> |
|
|
|
|
|
|
|
![]() |
|
허남웅 기자(필름2.0) <호튼> 제작진이 존재감이 미미한(?) ‘털’을 디자인의 핵심으로 삼은 것은 집요하고 거대한 애니메이션의 진화한 기술력 안에 나름의 세계관을 선보이기 위한 시도다. 특히 5억여 개의 민들레 꽃밭에 떨어진 먼지를 찾기 위해 호튼이 달려드는 광경은 기술적 완성도를 자랑하는 한편 영화가 지향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도 제격이다. 오히려 제작진에게 가장 힘들었던 건 ‘원작이 변질되지 않길 바란다’는 닥터 수스 미망인의 요청. 이 때문에 털 전담반(fur team)을 두어 형태뿐 아니라 색감과 질감에 공을 들였고,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에 참여했던 한국인 이상준 씨가 총책임을 맡은 캐릭터 디자인팀 역시 원작의 캐릭터를 살리면서 영화만의 개성을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 손색없는 가족 애니메이션 <호튼>의 한국 개봉은 차태현과 유세윤이 참여한 더빙판으로만 공개될 예정이다.
김혜리 기자(씨네21) <호튼>은 닥터 수스 원작을 각색한 영화 중 최고다, 라고 단언한들 대단한 명예는 못 된다. 팬들을 지금도 진저리치게 하는 <그린치>나 <더 캣>보다 평판 나쁜 영화를 만들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애니메이션 <호튼>은 이야기만큼 독창적인 닥터 수스의 삽화를 스크린에 옮기는 데 있어 실사보다 유능하다. <호튼>은 3D 컴퓨터애니메이션이 유혹받기 쉬운 반짝이는 표면과 날아다니는 시점의 유혹을 외면하고 그림책 미학에 충실하다. 이야기 속 이야기를 표현할 때는 재패니메이션이나 카툰풍에 가까운 평면적 애니메이션도 적절히 동원한다. 안토니오 가우디가 울고 갈 만한 건축물들이 즐비한 ‘누군가 마을’의 디자인은 아름다울 뿐 아니라 이 작은 문명이 꽤 진화된 상태임을 암시한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누군가 마을 주민’들이 입 모아 “우리 여기 있어요!”를 외치는 대목. 과연 <피터팬>의 팅커벨 소생 장면처럼 어린 관객이 함성에 합세할지 사뭇 궁금하다.
캐릭터 호감 지수 ★★★
교훈 지수 ★★★☆
성인관객 재미지수 ★★☆
감상포인트 |
5월 어린이날을 겨냥한 가족 애니메이션.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와 개그맨 유세윤의 목소리 연기가 영화를 밝고 유쾌하게 만들었다. |
이런 영화 좋아한다면 강추! |
<슈렉> |
|
|
|
|
|
|
|
![]() |
|
허남웅 기자(필름2.0) <베이커가의 망령>은 19세기 런던으로 무대를 옮긴 <매트릭스>다. 게임 속 런던과 현실 세계를 무대 삼아 무지한 일본 아이들의 정신을 ‘리셋(reset)’ 한다는 영화의 설정이 닮았다. 그러나 주제는 동일해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다르다. <매트릭스>가 성경과 컴퓨터 시스템을 활용했다면 <베이커가의 망령>은 추리소설의 고전 <셜록 홈즈>를 적재적소에 이용한다. 이는 본격 추리물이라는 원작의 태생과 관계있는 것으로 메시지 역시 아이들이 주축을 이루는 만큼 협동, 희생과 같은 보편성을 강조한다. 허나 이 작품이 아동용으로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 드라마로 리메이크돼 큰 인기를 모았던 <연애시대>의 작가 노자와 히사시가 쓴 각본은 역대 코난 시리즈 중 최고라고 할 만큼 치밀하고 정교한 추리물로 손색이 없다.
최하나/<씨네21>기자 1994년부터 2008년까지, 일본의 주간소년선데이에 14년간 연재중인 <명탐정 코난>은 국내에도 익히 알려진 추리 만화다. 한국에서 개봉하는 코난 시리즈 최초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인 <명탐정 코난: 베이커가의 망령>은 <연애시대>의 원작자인 노자와 히사시가 각본을 쓴 작품. 인공 지능을 둘러싼 살인 사건과 게임 속의 추격전을 영리하게 교차시키고, 셜록 홈즈와 숙적 모리아티 박사, 살인마 잭 더 리퍼를 한데 등장시켜 흥미를 돋운다. 주요 관객층인 아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하나, 둘 꼼꼼하게 짚어주는 친절함이 다소 지루할 수 있지만, 19세기 런던 베이커가를 무대로 홈즈와 주변 인물들의 사연을 촘촘하게 엮는 게임속 이야기는 성인 관객들에게도 종종 솔깃한 정보들을 제공한다. 2002년 일본 개봉 당시 292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흥행작이다.
안현진/<씨네21> 기자 <명탐정 코난: 베이커가의 망령>은 명탐정 코난을 즐기기에 적합한 애니메이션이다. IT 회사가 만들어낸 가상 게임 속의 배경이 셜록 홈즈의 무대였던 100년전 런던이라는 것은 고등학생 탐정이었던 남도일이 독약으로 몸이 작아진 자신을 감추기 위해 급한 김에 둘러댄 이름 코난이 홈즈를 창조한 추리작가 코난 도일에서 따온 이름이라는 설정과 잘 맞고, 게임 속 코난과 친구들이 홈즈와 왓슨이 그랬듯이 주어진 단서를 가지고 추리하는 구조도 그렇다. 가상 게임 속에서 코난이 설명해주는 셜록 홈즈에 대한 정보는 이제까지 셜록 홈즈를 몰랐던 사람이나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도 톡톡한 재미다. 전체관람가라는 등급에 걸맞게 잔인한 장면은 에둘러 표현됐고, 추리소설의 작은 복선들은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여러 번 반복되는 방식은 다소 지루하지만 연령층이 낮은 관객이 보더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됐다. 게다가 스크린에서 보는 코난과 미란, 유탐정 등은 만화책에서 못지 않게 친숙하다. 코난의 고향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TV와 극장에서 사랑받은 시리즈라 앞뒤 모르는 관객이 있을까 오프닝부터 코난이 현재 처한 상황을 집약해서 설명해주는 친절함도 잊지 않았다. 그러니 만화책이나 TV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없다고 외면할 필요는 없다.
정재혁 기자(씨네21) <명탐정 코난: 베이커가의 망령>이 가진 교훈은 명확하다. 일본의 밝은 미래를 위해 경쟁과 결과만이 중시되는 현재의 일본사회를 어떻게든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코난 일행이 나서고 영화는 이들의 모험을 통해 매우 건전한 메시지를 남긴다. 그리고 이 메시지는 캐릭터들의 친절한 설명으로 전해진다. 코난과 장미는 약을 잘못 먹어 고등학생에서 초등학생이 된 캐릭터인데 이는 다소 복잡한 내용을 쉽게 설명하는 유용한 기능이 된다. 다소 학습 만화처럼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초등학생들을 타깃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선 필요한 설정이었을 것이다. <명탐정 코난: 베이커가의 망령>은 어른이 보기엔 다소 심심한, 하지만 어린이들이 보기엔 흥미진진한 모험극이다.
학습지수 ★★★★
유머지수 ★★
모험지수 ★★★
감상포인트 |
1994년부터 올해까지, 일본의 주간소년 선데이에 14년간 연재 중인 '명탐정 코난'을 영화화한 작품. 2002년 일본 개봉 당시 292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흥행작으로 한국에서 개봉하는 코난 시리즈 최초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 |
이런 영화 좋아한다면 강추! |
<명탐정 코난> |
|
|
![]() |
|
안소윤 기자(필름2.0) 1970년대를 재현하기 위해 제작진이 가장 크게 공을 들인 것은 라디오 방송의 재현과 음악이다. 70년대 로큰롤의 대가 제임스 브라운과 바바라 루잇 등 소울과 펑키 디스코 음악을 삽입해 당대의 활기찬 분위기를 생생하게 살려낸다. 70년대의 향수를 고스란히 전하는 개성 넘치는 의상도 주목할 만하다. 오디오로만 들리는 라디오 방송 DJ지만 항상 독특한 패션을 고집하는 피티 그린과 그의 애인 버넬의 의상을 통해 1970년대의 패션 트렌드를 간접 체험해볼 수 있다.
이용철(영화평론가) |
![]() |
흥겨움에서 진지함으로, 그리고 쓸쓸함으로 이어지는 발걸음을 뒤따르다 보면 한 남자와 한 시대가 보인다. |
|
|
|
|
|
![]() |
|
김은하 기자(필름2.0) <할람 포>의 인물들은 모두 복잡한 내면을 지니고 있지만, 이전의 데이빗 맥킨지 영화들처럼 음울하지는 않다. 데이빗 맥킨지 감독은 10대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희망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싶어 영화를 전보다 밝고 유머러스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매우 심각하면서도 코믹한, 10대 소년의 좌충우돌 모험담이 됐다. 할람이 케이트의 방을 훔쳐보기 위해, 또 앨러스트의 폭력에서 그녀를 구해내기 위해 고풍스러운 에딘버러 시가지의 지붕들을 넘나들 때는 액션 활극의 활기마저 느껴진다. 10대 소년의 머릿속으로 들어간 듯한 피터 징스의 매혹적인 원작, 캐릭터 그 자체인 듯한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 인물의 감정적 끌림과 반발을 잘 포착해낸 연출, 데이빗 맥킨지의 오랜 파트너인 자일스 너트겐스의 긴장감 넘치는 촬영, 귀에 쏙쏙 박히는 음악이 최상의 상태로 어우러진 영화다. <트레인스포팅>을 최고의 영국영화로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반가운 얼굴도 만날 수 있다. 바로 스퍼드, 이완 브렘너가 여자를 밝히는 호텔 동료 앤디로 등장해 할람에게 인생의 쓴맛 단맛에 대한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황진미/영화평론가 <영 아담>, <어사일럼>의 데이빗 맥킨지 감독이 연출을 맡고, <빌리 엘리어트>의 소년 제이미 벨이 주연을 맡은 <할람 포>는 대단히 잘 만들어진 성장 영화이다. 설명할 수 없는 강한 욕망의 이끌림이 주인공의 운명을 죄의식 가득한 파멸로 치닫게 했던 감독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할람 포>에는 원형적이고 성적이며 정신분석학적인 요소들이 강렬하게 베어있다. 그러나 전작들과는 달리 <할람 포>는 파국으로 치닫진 않는다. 주인공이 10대인 성장영화인 만큼, 첫사랑을 거치면서 외디푸스의 상흔은 힘겹게 극복된다. 영화는 시나리오, 연기, 촬영, 음악, 편집 등에서 모두 높은 수준의 성취를 보여주는데, 그중에서 촬영과 음악은 특히 훌륭하다. 부감숏을 비롯하여 특이한 앵글을 잘 활용한 촬영은 고딕풍의 건축물이 즐비한 에딘버러의 독특한 풍광과 어울어져 시각적 즐거움을 안긴다. 또 음악은 프란츠 퍼디난드가 만든 클로징 곡을 제외하고는 OST 전체가 인디 레이블 '도미노' 소속 뮤지션들의 기존 곡들을 활용하여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통일감 있고 안정되며 영화와 완벽한 조화를 자랑한다. <할!렘 포>의 음악은 베를린 영화제 영화음악상을 수상하였는데,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수상결과에 모두 동의할 것이다.
2007년 베를린 영화제(음악부문) 금곰상 수상
이용철(영화평론가) |
![]() |
소년은 어떻게 해서 남자로 단련되는가. 인물과 이야기와 음악이 모두 사랑스러워 미소가 절로 나온다. |
|
|
|
|
|
|
![]() |
|
장병원 기자(필름2.0) 원작의 영향 하에 놓였다고 하지만 <영국왕>은 소설의 문자적 상상력을 영화 이미지로 번역하는 솜씨가 출중하다. 문자의 시각적 번역에 있어 이리 멘젤의 밑천이 되어준 것은 무성 코미디다. <영국왕>은 채플린이나 버스터 키튼, 자크 타티의 영화를 보듯 달콤 쌉싸래한 인생의 일면을 아이러니한 희비극으로 만들어낸다. 초반부 디떼가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고하는 장면은 무성 흑백 영화처럼 연출되었는데, 저속촬영과 자막을 통한 대사처리, 과장된 슬랩스틱적 제스처를 재연하고 있다. 이리 멘젤 특유의 유머와 페이소스 짙은 이야기로 2007년 베를린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상(FIFRESCI)을 수상했다.
남다은(영화평론가) <가까이서 본 기차> <줄 위의 종달새> <거지의 오페라>로 잘 알려진 체코 해학의 거장 이리 멘젤의 <나는 영국왕을 섬겼다>는 특유의 위트와 통찰력으로 어수룩해 보이는 주인공의 어수룩하지 않은 인생사를 통해 격변의 시대를 보여준다. 영화는 히틀러 시대가 종결된 뒤 백만장자의 꿈을 이루자마자 재산을 몰수당하고 감옥에 들어가 15년의 세월을 보낸 디떼가 노인이 되어 출옥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노인 디떼는 한층 평온해진 얼굴로 자신의 파란만장한 청년 시절을 회상하는데 그의 가난한 현재에 화려했던 과거가 플래시백으로 삽입된다. 단지 돈을 벌고 싶었던 소박한 청년은 밤새 여자를 끼고 놀며 쾌락에 젖는 이들과 ‘노동은 신성하다’고 말하는 자가 같은 계층임을 배운다. 디떼는 소비하고 소모하는 부자들 틈에서 사랑, 농담, 유희, 그리고 운 덕에 백만장자의 꿈에 다가서지만, 그가 살고 있는 시대는 사랑, 농담, 유희, 운이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은 나치의 시대! 그러니까 이 시대에 누군가가 모든 걸 사랑, 농담, 유희, 운으로 치환할 수 있으려면 그는 분명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시대의 곰팡이, 시대의 폭력, 착취를 모른 척하며 그 덕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리 멘젤의 그러한 자의식은 어김없이 희극과 비극을, 성적 에너지와 시대의 스산함을 한데 섞은 장면들에서 드러난다. 이를테면 체코인 디떼가 독일 여성과 결혼을 앞두고 게르만 순수 혈통을 생산할 자격이 있는지 정자 검사를 받을 때, 라디오에서는 나치 정권의 소식이 들려오고 그는 발기가 되지 않아 창백해진다. 그 장면에서 디떼의 얼굴은 나치의 총살을 앞둔 청년들의 겁에 질린 얼굴들과 교차된다. 우스꽝스럽던 장면이 금세 슬픔을 머금는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사이. 역사의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 그리고 채플린과 히틀러 사이. 이리 멘젤이 창조한 디떼는 그 사이에서 롤러코스터를 탄, 순진하고 악한, 선하고 간교한 소시민의 형상이다.
희극지수 ★★★
비극지수 ★★★
리비도지수 ★★★★
2007 베를린영화제 국제 평론가상(FIPRESCI 경쟁부문) 수상
감상포인트 |
체코의 거장 이리 멘젤 감독의 57회 베를린영화제 국제평론가상 수상작. 한 평생 백만장자가 되기만을 꿈꾼 한 남자의 일생을 통해 삶에 대한 냉철한 비판을 그렸다. |
이런 영화 좋아한다면 강추! |
<줄 위의 종달새> <가까이에서 본 기차> |
PS. 이번주 개봉작들은 각자 다 매력이 있는 영화들이군요. ^^*
하나하나 그 매력을 생각하면 다 보고싶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 <할람포> 봤는데... 영화평 갱신해서 올립죠. 볼만해요. ^^*
첫댓글 가루지기는제발![ㅠㅠ](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9.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