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라 이런 저런 뉴스를 둘러보다가 끄적여보는 결론 없는 글.
최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세력이 세를 불렸다.
무엇보다 유럽연합의 중심국인 프랑스와 독일에서 극우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프랑스에서는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정당 '국민연합'이 약진했고, 이탈리아에스는 총리 조르자 멜로니가 이끄는 '이탈리아의 형제들' 당이 속한 유럽의회의 극우 그룹 '유럽 보수와 개혁'이 의석을 늘렸다.
깜짝 놀란 마크롱은 의회 해산권을 발동하여 다시 총선을 치르기로 했지만, 유럽의 우경화는 사실 예견한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그 시발점은 90년대부터 지적된 인구 고령화이고, 근래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온 난민과 이민자들이 폭증하면서 이에 대한 반감이 높아진 것이 촉발점이다.
일 년 쯤 전에 월스트리트 저널에 실린 기사가 한국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유럽이 가난해지고 있다는 기사다.
기사의 요지는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일할 젊은이들이 줄어들고 사회의 활기가 떨어지고 있던 차에 코로나19가 닥쳤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우 전쟁으로 가스 가격 등 각종 원자재와 농산물 가격이 치솟아 살기 힘들어졌는데 당장 마땅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기사를 전하며 한국 언론이 다루지 않은 것은 고령화 문제다.
한국도 이미 심각한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기에 굳이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는지도 모르지만, 단기간의 정책으로 바꿀 수 없는 문제가 바로 인구 문제다.
적어도 한 세대, 30년 동안은 현재 인구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며, 그 사람들이 그대로 나이가 들어가기 때문에 인구에 따른 문제는 정해진 미래라고도 한다.
근래 읽은 <유전자 지배 사회>의 요지를 빌려 보면, 유전자의 가장 큰 두 가지 목적은 생존과 번식이다.
생명체의 모든 행동은 이 두 가지 목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유전자의 입장에서 보면 보수적인 사람이 생존과 번식에 더 유리하다.
위험할 것 같으면 얼른 피하고 자신의 이익을 해치는 문제에 대해서는 민감하지만 관계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대체로 무관심하다.
그에 비해 진보적인 사람은 자신의 생존과 이익에 직결되지 않는 일에 대해서도 오지랖 넓게 참견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공정이니 정의니 하는 데 '집착'한다. 그래서 생존에 불리하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유전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생존에 불리한 변이도 길게 보면 필요하다.
큰 재난을 만나 단결과 연대가 필요할 때는 이런 '진보적'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야 유전자의 생존에 유리하다.
이기적 본성이 강한 사람들만 있으면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이 벌이지고, 결국 유전자의 생존에 불리한 것이다.
그래서 당장의 생존에는 불리한 변이 유전자도 소멸하지 않고 살아남는다.
20세기 유럽은 미국에 비해서는 대체로 진보적인 면이 강했다.
개인보다 공동체를 우선시하는 사회민주주의가 발달했고, 난민과 이민자에 대해서도 관대했다.
하지만 이제 그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유전자의 입장에서는 노인이 되면 보수화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생존과 번식의 명령 중 번식은 더 이상 해당하지 않으니 생존 욕구만 남은 노인층은 자신의 생존에 해가 되는 것들에 대해서 반감을 갖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고령화의 진전으로 젊은이들이 줄어들고, 혁신에서 미국에 뒤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난민과 이민자가 급증하니 유럽인들의 관용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극우 정당이 세를 불리는 것이 그 표시이고, 이런 경향은 한동안 더 커질 것 같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도 고령화와 저출산은 돌이키기 힘든 추세이고,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도 점점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보면 한국도 점점 우경화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한국의 보수는 유럽의 보수와는 다른 면이 꽤 있기에 (이 점에 대해 쓰려면 글이 너무 길어지기에 생략) 어떤 양상으로 드러날지는 지켜볼 문제다.
그나저나 여러 모로 젊은이들이 점점 살기 쉽지 않은 세상이 되고 있다.
물극필반이라, 추세가 극에 달하면 반대 움직임이 나오겠지만 그 과정에서 위너는 소수인 반면 루저는 다수가 될 것 같아 걱정이다.
-- 저녁 단상
첫댓글 노인이 보수화되는 것이 생존욕구만 남아서라기보다 그 나이까지 살아보니 이상적인 진보 이념들이 오히려 안락한 문명세계를 파괴하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여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 혹은 약자의 삶을 더 피폐하게 만드는 걸 경험해서가 아닐까요?
유럽의 이슬람 난민들 문제만 봐도 저는 우경화가 이해갑니다. 진보의 이념(신념)과 이상주의에 신물이 나요
다 연관된 문제라 봅니다. 지금의 노인들이 젊은 날 68혁명 등을 겪은 세대인데, 그래서 약자에게 조금 더 관대한 면이 있고, 유럽 전체로 보면 아직도 좌파와 중도 좌파가 절반 정도는 되죠. 지금도 생존에 위협받지 않으면 더 관대할 수 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이지요. 물론 이상의 좌절 또는 변질에 실망한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난민/이민자가 지금처럼 많아지지 않았더라면 이 정도로 우경화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오 제가 보수화된 과정을 너무 잘 설명해주셨네요.
@다시 겨울 전 사안별로 진보이기도 보수이기도… 정치적 포지션은 무당층
노인이 많아질수록 우리사회의 모든것이 보수화가 되어갈텐데 다이내믹코리아는 옛말이 될날이 멀지않아보입니다
선진국 문턱한번 겨우 밟아보고 중진국의 함정에 빠질것같은 불길한예감이 드네요
기득권 (주로 60대 이상이죠)은 좀 더 양보할 필요가 있고, 젊은이들이 기죽지 말고 뭔가 새로운 시도를 계속 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제일 여유있는 층이 노년 연금 받는 사람들 입니다. 연금고갈이 되니 공무원 41.5년. 사기업 42.5년을 일해야 제대로 된 연금을 받는데 연금만을 바라보며 일하던 사람들에게 더 일하라고 하니 끊임없이 파업을 하는 거고요.
언론에선 극우파가 이길거라 예상하지고 결과는 열어봐야 하지만, 유럽연합 1차선거에 극우파가 우세하니 선거에 관심 없던 사람들도 각성을 하는지 2차 선거 할겁니다. 위임장 주면 대리 선거가 가능한지라, 대리선거 부탁하는 주변인들이 늘어났어요.
그렇죠. 프랑스를 비롯해서 어느 나라든 연금은 첨예한 문제니까요.
2차 투표에서는 극우 경향이 조금 완화되는 결과가 나오길 기대합니다. 극우든 극좌든 한쪽으로 치우치면 부작용이 크고, 그 결과가 우리나라에도 미칠 수밖에 없으니까요.
생각할 수 있는 이런 글 좋습니다.대부분 동의해요.유전측면에서 보자면 성향이 그렇게 기울겠네요..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보수화되는, 달리 말해 변화를 꺼려하는 경향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변화를 두려워하고
편안함과 그저 잘 흘러가기를 바라는쪽으로 안일한 생각이 드는건 사실이죠~~
근래에 많이 접하는 책들이
유럽이 점점 가난해지고, 난민유입으로 사회는 혼란스러워지고..
그런 내용들이 대부분을 서술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걱정이고,
젊은이들에게 너무 희망회로를 돌리는것도 안좋겠지만
절망만을 보여줘서도 안되겠지요..
이래저래 살기 힝들어지는 세상입니다.
안개자욱한 산정에 앉아있는데
지금의 현실처럼 보입니다~~
네. 다 맞는 말씀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의 유전자에 새겨진 '번식'의 명령이 발휘되어 연애도 하고 아이도 낳고, 이런 저런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사진이 멋지네요.^^
현재 고령자들도 젊은 시절엔 진보적 성향의 사람들이 많았을텐데요.
시대의 흐름인건지 인간사고가 세월에 따라 달라지는건지..요즘은 우파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음을 느낍니다.
예전엔 나라를 위한 희생, 다수를 위한 양보가 미덕이었다면
요즘은 모든 걸 자기위주로 생각하고 내입맛이 먼저네요.
저도 어떤 부분은 보수적으로 변해감을 느껴요.
당장 외국인노동자들(본인 자신도 해외거주중이면서)이 늘어가며 각종 문제가 생겨나는 것에 대해 반감이 생기고
어느 시점엔 주객전도 되는 상황이 올 것 같아요.
젊은 날 진보적이었다가 나이가 들수록 보수화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지요. 좋게 보자면 경험이 쌓이고 판단 능력이 깊어지고 세상을 다양한 각도로 보게 되며 생기는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극좌에서 극우로 돌아서기도 하는데, 그건 애초에 그 사람의 사고가 편향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고요.
그렇게 심하게 편향되지 않은 사람은 젊은 날의 성향이 확 바뀌지는 않더군요. 사안별로는 판단이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만.
노령화 보다 난민자 문제 때문에 더 극우파 지지가 높아 가는 거 아닐까요
유럽인들은 노령화는 수용하는 분위기고, 난민자 유입은 거부하기를 바라는 게 대세입니다
직접적인 원인은 난민이고 그 기저에는 고령화가 있다는 것이 제 해석입니다. 고령화로 인해 혁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난민을 많이 받아들여서 문제가 더 커진 것이겠죠.
만일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난민을 받아들였다면 양상이 꽤 달랐으리라 봅니다. 미국과 일대일로 비교하기는 무리지만 미국은 이민자가 유럽보다 더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인구 나이가 아직 젊기 때문에 유럽만큼 문제는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미국도 반이민 정서가 커지고 있지만 혁신적인 기업이 계속 나오고 있고 그 중 상당수가 이민자들이 세우거나 기여하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