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번째 거짓말에서 '커피에 독약을 탔다'라고 하셨죠?
그리고 세번째 거짓말이 '당신은 살인자가 아니다'라고 하셨는데...
결과적으로는 이대리가 독약을 탄게 맞으니까 첫번째 말은 거짓말이 아닐텐데... 그점이 조금 이상하군요.
아니면 말을한 사람의 의도에 따라서 거짓말,진담이 갈라지는건가요?
궁금... ㅡ_ㅡ?
"김 대리! 도대체 자넨 뭘하고 있는건가? 실적이 이게 뭐야! 옆에 있는 이 대리를 좀 닮아보라고!"
3월 31일. 한달간의 실적을 훑어본 곽부장이다. 오늘도 부장의 목청이 사무실을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다. 목소리야 아무리 크더라도 좋다. 내가 인상이 잔뜩 구겨진 이유는 왜 허구헌 날 이 대리와 날 비교 하느냐는 말이다. 잔소리를 들어도 혼자 듣는것과 남에게 비교를 당하는 것은 천지 차이인 것이다.
이 대리와 나는 같은 시기에 회사에 들어온 입사 동기다. 초기에는 서로 대화도 잘 나누고 꽤나 두터운 친분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회사에서 요구하는 재능을 보여주었고 반면에 난 그의 재능을 따라가지 못했다. 우리의 사이가 뒤틀리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회사측에서도 당연 그를 대하는 태도와 나를 대하는 태도가 눈의 띄게 다랐다. 뿐만이 아니었다. 그간 어느정도 친분이 있던 그 마저 날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 자만심은 이젠 아주 노골적으로 내 앞에서 깔보는 태도로 변한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능력이 부진한 것은 아니다. 나에 비해 이 대리가 너무 뛰어난것이지. 아무튼 난 그 즈음부터 이 대리가 눈의 가시였다. 이 대리만 이 회사에 오지 않았어도 내가 이 회사에서 이런 찬밥 신세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난 그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휴! 백날 말하면 뭐하나! 나가봐!"
이 대리와 난 인사를 하고 부장실을 나섰다. 아니나 다를까 부장실의 문이 닫히자 마자 이 대리의 노골적인 비웃음이 시작되었다.
"이봐. 김 대리. 자네 좀 분발해봐. 자네 때문에 나 까지 아침 부터 큰소리를 듣잖아."
개새끼... 난 아무말 없이 묵묵히 걸었다. 이러고도 어김없이 부서로 들어가면서 난 활짝 웃는 얼굴로 '좋은아침'이라며 인사를 건넬것이다. 형식적이고 가식에 가득찬 인사를 말이다.
난 최대한 거만한 태도로 일하는 이 대리를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하루를 힙겹게 넘겼다. 퇴근시간에도 역시 회사 동료들과 가식적인 웃음을 나누며 집으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젠장. 못다한 작업은 집에서 마저 해야겠군."
난 집으로 돌아오는 데로 바로 작업하는 방으로 들어갔다. 저녁을 먹을 생각도 하지않고 일단 생각해 놓은 서류부터 처리를 하기로 한 것이다. 서류를 모두 끝내고 나니 시계는 이미 밤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잠시의 짬을 내서 인터넷이나 잠깐 하다가 자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익스플로러를 클릭했다.
챙.
이건 또 무슨 소리지? 평소에 인터넷에 접속할 때와는 사뭇 다른 소리가 귓전에 울렸다. 이상한 현상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모니터가 갑자기 깜깜해지더니 노란색 글씨가 가로로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뭐야, 이거? 컴퓨터가 맛이 갔나!"
그렇지 않아도 일진이 안 좋은데 이상한 현상 때문에 난 더욱 짜증이 날 지경이었다. 또, 뻔한 광고 창이 뜬거겠지 하고 작동이 안되는 컴퓨터를 리셋 시키려다가 난 흠칫 동작을 멈추고 말았다.
< 김경수님. 만우절 특집 이벤트 추첨에서 당첨이 되셨습니다. 당첨을 거부하시려면 Esc 키를 누르시고 혜택을 받으시려면 Enter 키를 누르십시오. >
"어라? 이 새끼들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지?"
Esc 키로 가까이 다가갔던 내 손은 서서히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Enter 를 쳐? 말어? 하지만 나의 망설임도 호기심 앞에선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결국 잠깐의 망설임 끝에 손가락은 어느새 Enter 키로 향하고 있었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가로로 반복해서 지나가는 노란 글씨가 사라지며 다시 검은 바탕에 이번엔 붉은 글씨가 화면에 나타났다.
<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Enter 키를 누름과 동시에 본사의 약관에 동의 하셨습니다. 이제 이벤트로 인해 일어나는 모든 일은 김경수님이 누릴 권리이자 책임입니다. > - 아무키나 누르십시오. -
"젠장. 약관에 동의는 무슨.. 뭐가 이렇게 거창한거야?"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지만 나의 호기심은 끝까지 그 불길한 느낌마저 억누르고 일어서며 내 손을 키보드로 가져가고 있었다.
아무 키나 누르자 다시 그 글자가 사라지며 다른 글자가 나타났다.
< 이제 다가오는 12시가 지나면 당신에게 세가지의 거짓말이 허용됩니다. 그 거짓말은 진실을 이룰 것입니다. 유효기간은 4월 1일 만우절 밤 12시까지 입니다. 행운이 있으시길...>
"뭐, 뭐야? 이거?"
어이없는 나의 혼잣말을 듣기라도 한 듯 컴퓨터는 잠시 후 저절로 전원이 꺼졌다. 제길. 어떤 해커가 심심해서 장난을 치나보군. 오늘 하루 종일 왜 이렇게 짜증나는 일 밖에 없는 걸까? 더 험한 꼴 보기 전에 잠이나 자야겠다.
4월 1일.
별일 아닐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어제 밤에 일어났던 일이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짜증난다. 왜 이렇게 내 주위엔 신경쓰이게 만드는 일밖에 없는 거야? 아내는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냥 미소로만 출근하는 날 배웅해 주었다. 회사를 가면 똑같이 가식적인 인사로 시작될 무의미한 하루하루... 지겹다. 정말..
"상쾌한 아침!"
역시다. 역시. 또 하루를 가식적인 인사로 시작했다. 하지만 뭐 이런 가식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스스로를 향한 주문이 되기도 하니까. 스스로 상쾌한 아침을 무의식중에 만들기 위해 노력이라도 할테니 말이다. 그런데 그 효과과 정말 있는지 오늘은 아침에 일하는 동안 이 대리를 마주치지 않아서 여간 맘이 편한게 아니다.
"이봐, 윤아씨. 내가 사는 커피 한 잔 할래?"
"어머? 왠일이세요?"
제길, 안 봐서 좋다고 하면 꼭 나타난다니까. 이 대리는 점심을 먹고 나서 커피를 한 잔 들고 오며 윤아씨에게 마실 것을 권했다. 하지만 난 그 커피의 비밀을 알고 있다. 아까 이 대리가 커피에다가 소금을 넣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아마 만우절이라고 장난 치려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의 행동을 가만히 보고 있을 내가 아니기에 난 일종의 방해 전략으로 들어갔다.
"윤아씨. 너무 좋다고 덥썩 마시지 마라고. 독이 있으니까."
나의 훼방에도 그녀는 말 뜻을 이해 했는지 못했는지,
"호호. 김 대리님도 참. 뭐, 그래봐야 죽기밖에 더 하겠어요?"
라고 말하며 한 모금 마시고서는 잔을 내려 놓았다.
"우욱!"
저, 바보. 소금 탄 것도 모르고... 쯧쯧. 꼭 저렇게 도와 주려고 해도 모른다니까. 김 대리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고 난 그의 그런 모습마저 보기가 싫어 고개를 돌렸다.
"하하하. 괜찮아? 윤아씨?"
"........"
"이봐. 윤아씨. 얼굴까지 발갛게 되었네? 화났어?"
왠지 심각하게 돌아가는 분위기에 난 힐끗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윤아씨는 고개를 숙인체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화가 났던지 아니면 분해서 울고 있던지 둘중에 하나겠지.
"에이. 윤아씨 장난인데 뭘 그래. 오늘 만우절이라서 장난 한거라고."
"......."
"윤아...씨..?"
털썩. 뭔가 육중한 무게가 바닥에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를 들은 난 고개를 홱 돌려 그곳을 바라보았다.
"이, 이봐! 윤아씨!"
그때였다.
"꺄아아아아아악!"
쓰러진 윤아씨 옆자리에 앉은 미경이 자지러지는 비명소리를 내질렀다. 갑자기 돌아가는 상황에 난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윤아씨가 쓰러진 곳으로 가보았다.
피. 분명히 피였다. 발갛게 상기된 얼굴을 하고 있는 윤아씨의 입에서는 끊이없이 피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서, 설마? 진짜 독? 독인거야? 이런 미친!
"나, 난 아니야. 난 아니야!"
그때까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던 이 대리가 겁에 질린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도대체 이게 어찌된 일이지! 왜 이런 일이!
여직원들은 모두 모여서 겁에질려 눈물을 흘리고 있고 이 대리는 계속해서 자기의 잘못이 아니라고 넋이 나간채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눈 앞에는 흰자위만을 드러내고 피를 토한체 죽어있는 윤아씨. 울음을 그치지 않는 여직원들. 그야말로 사무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나마 게중에 행동이 잽싼 남자직원 하나가 경찰에 신고를 해서 조사가 빨리 이루어졌고 결국 이 대리는 살인 용의자로 체포되었다.
"이게 뭐야!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갑자기 일어난 사건에 회사측에서는 일찍 퇴근하라는 조취가 내려졌다. 집으로 차를 몰고 가는 도중에 난 계속해서 의문에 빠져 들었다. 정말 이 대리가 그런 것일까? 설마? 아니라면? 누가? ......
혹시? 문득 내 머릿속을 번개처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어제 그 만우절 이벤트? 설마? 내가 독을 탔을거라고 한 그 한마디 때문에? 그게 정말 현실로 이루어졌단 말인가?
제길! 도대체 누구야! 정말 그것 때문이라면 내가 죽인거나 다름 없는 것이잖아 ! 이런 씨팔!
잠깐, 그렇다면 아직 두개의 거짓말이 남은 것이다. 즉, 그 거짓말도 모두 현실로 이룰 수 있단 말이 아닌가? 그렇다면 어떤 거짓말을 하느냐에 따라서 내가 이세상 최고의 행복을 누리는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제 이 대리의 억울함 같은건 신경이 쓰이지도 않았다.
보자, 보자, 이번엔 무슨 거짓말을 해보지? 흠....
"아! 그래, 복권!"
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무릎을 탁 쳤다. 복권을 사는거다. 그래서 뜯지도 않은채 아내에게 복권 3억짜리가 당첨이 되었다고 거짓말을 하는 거다. 그러면 3억이 내 손에 들어오는 것이다. 어제 그 미친녀석의 말대로라면...
난 그 길로 바로 복권을 산 다음 긁지도 않은 체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계획대로 아내에게 거짓말을 했다.
"여보. 나 복권 당첨 되었어! 3억이야 3억!"
"에이. 당신도 참. 오늘 만우절인거 다 알아요."
됐다. 이제 확인만 하면 되는거다. 긁으면 당첨이다. 난 뒤이어지는 아내의 목소리는 신경도 쓰지 않은채 다시 나의 작업방으로 향했다.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정말 긁기만 하면 3억이란 말인가? 정말 그런가? 조심스레 행여나 종이가 찢어질까봐 걱정이라도 하는 듯한 속도로 긁어내려갔다. 행운의 번호는 781248367
"7.....8.....1.....2.....4...8...3...6..."
미친.. 정말 여기까지 다 맞아 들어간다. 제길 몸이 너무 떨린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마지막 남은 숫자가 7이라면... 7이라면...
동전을 꽉 쥐고 있는 나의 오른 손가락은 땀에 젖어 미끌거렸다.
삭..삭..삭...
"7..? 7? 7? 정말..7? 으하하하하. 정말 7이잖아!! 정말 7이야!"
"여보 왜 이렇게 시끄러워요!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내가 어쩔줄 모르며 소란을 떨자 밖에서 아내가 들었는지 문을 열고서는 잔소리를 해댄다. 하지만 그런 아내의 잔소리가 귀에나 들어오기나 들어오겠는가. 눈앞에 3억짜리 복권이 있는데 말이다.
"이것봐! 여보! 정말 당첨이야! 당첨이라구! 3억이야 3억! 으하하하"
"당신도 참.. 거짓말을 해도....."
아내는 나의 말에 믿지 않는듯 하면서도 복권표를 보았다. 그러더니 이내 안색이 바뀌며 놀라움과 기쁨이 교차한 표정을 지었다.
"여, 여보... 이거 진짜! 진짜에요!!"
"그래, 내가 가짜랬어? 으하하하."
"어머? 진짜, 진짜네?"
아내는 눈물까지 그렁그렁했다. 3억이 어디 뉘 집 아이 이름도 아닐 뿐더러 그런 큰 돈은 우리같은 처지의 사람들은 평생 만지지도 못하는 돈이 아닌가.
"마지막 남은 한가지 이벤트는 무엇을 말하지?"
"네?"
"응? 아, 아니야. 아무것도."
기쁜와중에 혼자 중얼거리는 말에 아내가 반문했지만 난 황급히 얼버무리고 말았다. 아내는 너무 큰 행운이 앞에 놓여있는지라 내 말을 그리 신경쓰지는 않는 모양이다.
젠장. 이거 거짓말도 이렇게 고민하면서 해야하나? 하긴, 말 한마디 잘했다간 팔자 펴고 살겠는걸.
한참을 생각에 잠겨 갈등하고 있는데 좀체 울리지 않는 우리집 초인종 소리가 신호를 보내왔다.
딩동. 딩동.
"누구세요?"
"경찰입니다."
경찰이라는 말에 아내는 당황해하며 문을 열어주었다. 당황한건 나역시 마찬가지였다. 왜 경찰이 우리집에 찾아온거지?
"무슨 일이십니까?"
긴장된 나의 물음에 그 쪽에서 경찰 한 명이 대답 대신 반문을 해왔다.
"김경수씨 맞으시죠?"
"네, 그렇습니다만.."
"서까지 같이 가주셨으면 합니다."
"네? 갑자기 무슨 말..."
"자세한 이야기는 서에 가서 하시죠."
그는 이어지는 나의 말허리를 자르며 점잖은 목소리로 날 억눌렀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오늘 윤아씨가 죽은 일때문에?
경찰들은 날 연행해 가면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난 불안한 마음이었지만 달리 꺼낼 말도 없었다. 경찰서에 다다르자 그들은 날 취조실로 데리고 갔다. 밀폐된 공간이어서 그런지 공기가 아까보다 더욱 탁하게 느껴졌고 조명도 천정에 달린 백열등 하나가 전부여서 꽤나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탁상하나가 놓여있고 양쪽으로 서로 마주 보게끔 의자가 배치되어 있었다. 형사 두명이 나를 앉히더니 본론을 꺼냈다.
"김경수씨. 지금 이정수씨는 당신을 범인이라고 지목하고 있습니다."
"네? 이 대리가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김경수씨가 제2의 용의자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이정수씨의 모든 오해가 풀리게 된다면 김경수씨가 제 1의 용의자가 됩니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왜 내가 범인이라는 거지? 난 아니다. 부인해야 한다. 그렇다고 여기서 '사실은 거짓말이 현실이 되는 이벤트에 담청되었습니다.' 하고 말하면 이 사람들은 분명히 전부 날 미친취급 할 것이 틀림없다.
"성윤아씨가 죽기 직전에 당신은 독이 있다고 말했다죠?"
"네? 네... 하, 하지만 그건 장난이었습니다!"
"이상하군요. 왜 그런 장난을 한 것입니까?"
"이 대리가 소금 타는 것을 봤기 때문에 전 다만 소금을 독에다가 비유한 것일 뿐입니다."
"흐음."
나를 심문을 하던 형사는 짧은 신음을 흘리더니 옆에 있는 형사와 귓속말을 주고 받고나서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이 대리를 데리고 다시 들어왔다. 이 대리는 하루 종일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있었고 몹시나 초췌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 둘의 대면을 위해서인지 모두 자리에서 비켜주었다. 둘이 알아서 합의라도 보란 말인가?
"이, 이 대리.. 괜찮아?"
진심으로 걱정이 되었기에 난 그의 건강상태를 물은것이다. 하지만 그의 눈초리는 원망과 슬픔의 감정이 가득한 눈빛이었다.
"왜. 왜 그랬지? 김 대리? 왜! 이유가 뭐야!"
"아니, 도대체 자네 무슨 말을 하는거야?"
"시치미 떼지마! 자넨 내가 준 커피에 독약이 있다고 말했어. 근데 정말 독약이었어. 으흐흑. 으흑."
결국 그는 구슬프게 흐느껴 울었다. 그 모습은 차마 눈뜨고 보기가 힘들었다. 나의 한마디 때문에 그가 누명을 써야하는 것이다. 뭐라고 위로는 해주어야 할텐데.
"난 아니야! 아니라고! 으흐흑. 내가 왜!!"
그는 절규에 가까운 외침을 하며 울부짖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평소에 미워하지 말 것을..
"이봐 이 대리. 그래 자네는 범인이 아니야. 누명을 벗을거야."
그때였다. 바지 주머니 속에 있던 핸드폰에서 진동이 전해져왔다. 문자메세지가 온것이다.
< 세가지의 거짓을 모두 이루었으므로 이벤트가 종료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뭐, 뭐지? 세가지를 다 이루었다니? 아직 하나가 남았을 텐데?'
잠시나마 생각에 빠져 있을 때였다. 갑자기 취조실의 문이 열리더니 경찰들이 들어왔다.
"김경수씨! 당신을 살인 용의자로 체포합니다."
"예에? 아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방금 조사 결과 이정수씨에 관한 의심이 모두 풀려 해결이 났습니다."
"그래서 저란 말입니까?"
이건 해도 너무한다. 이 대리의 의심이 어떻게 다 풀렸는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또 나란 말인가? 왜?
"이정수씨는 소금을 탄 적도 없었습니다. 그 시간 이정수씨는 다른 직원과 대화를 나누는 중인것으로 알리바이가 드러났습니다. 또 한 커피잔에서는 소금의 성분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독이 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사람은 당신밖에 없군요."
"이런 미친! 지금 장난 하는 거요?"
"마지막으로 커피잔에서 당신의 지문이 검출 되었습니다."
젠장. 그건 내가 아침에 같은 커피잔으로 커피를 마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걸 본사람이 없다. 제길! 미치겠구만. 도대체 뭐지. 왜 이렇게 된거지? 갑자기 이 대리의 의심이 풀린건 뭐란 말이야! 소금을 안탔다면 내가 본장면은 뭐야? 정말 독이었단 말인가?
* * * * *
꽤나 늦은밤 서울 경찰서 입구에서 한 남자가 담배를 하나 꺼내 물며 걸어나오고 있었다.
"크크크. 오늘은 윤아만 처리할려고 했는데. 병신. 어떻게 된건지는 모르지만 나 대신 죄값을 치루어 주다니 고맙군. 김 대리."
그는 음산한 웃음을 연신 흘리며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김경수의 집. 그가 작업하는 방에 놓여있는 컴퓨터에는 검은 바탕에 붉은 색의 글씨가 올라가고 있었다.
< 님께서 사용한 3가지의 거짓 내용입니다. >
첫번째 : 상쾌한 아침!
두번째 : 여보. 나 복권 담청 되었어! 3억이야! 3억!
세번째 : 그래. 자네는 범인이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