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아픈 사람.
세상에는 아픈 사람이 아주 많다.
모든 사람 중 아프지 않은 사람을 빼면 모두 아픈 사람들이다.
그런데, 혹 아는가?
아픈 사람보다 그 곁을 지키는 사람이 더 아프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랑하는 아버지 병간호를 14년 했다.
대구동산기독병원(현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의 전신)에서 근무하던 아버지가 오전 직원예배를 마친 후 사무실로 내려오는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아래로 떨어져 머리를 다쳤고 두 번의 뇌수술 후 1990년, 천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14년 동안 어머니와 네 살 아래 남동생과 함께 아버지를 돌보았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 것은 아버지의 머릿속에 물이 차기 시작했는데(뇌 수두증) 그 물을 빼내는 기구(카데터)를 삽입해두었고 거기에 연결된 아주 가는 관을 통해 머리에 차이는 물을 소화기관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하도록 하였는데 이따금 그 관이 불순물에 의해 막히면 머리에 물이 고여 뇌압을 높여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고 그러다 다행히 기계가 잘 작동하여 물이 빠지면 산책도 하고 병원 사무실에서 근무도 하는 신기한 14년을 보낸 것이다. 그래서 언제 혼수상태로 들어가 다시 신경외과중환자실에(NS ICU) 누울지 알 수가 없는 우리는 항상 노심초사하며 아버지 곁을 떠나지 못하고 돌보았던 것이다.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아버지 대신 어린 두 형제를 양육하며 가정을 꾸려나가느라 모진 고생을 하였고 아버지를 많이 따랐던 동생은 아버지 곁을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였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다치셨으니 그 후 30대가 넘을 때까지의 나의 청춘은 없었다고 해야할까. 여러 나날들이 드문드문, 야속하게 스쳐지나만 갔다.
그러는 동안에 나는 미국유학을 포기해야 했고 병든 아버지를 아내에게 떠맡기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결혼도 미루고 더 미루었다. 나와 결혼해서 행복해야 할 아내가 갑작스럽게 남의 아버지의 병수발을 함께 드는 것이 내 마음에 허락되지 않았고 결국 아버지가 천국으로 돌아가고 난 수년 뒤 영국에서 선교학을 공부하고 있던 중에 겨우 결혼을 할 수 있었다.
사람이 아프면 그의 삶은 그 자리에서 부분적으로, 혹은 전부 멈추어 버리고 만다. 그리고 그의 곁을 지키는 사람들 역시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잃어버리기도 한다. 아파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심한 통증과 함께 말이다.
지금 일흔이 넘은 여집사님 한 분이 중환으로 고통받고 계시고 그의 자녀들이, 먼 곳에서 사역하던 선교사 따님 부부마저 급히 귀국하여 돌보고 있다. 내가 그들을 위한 간구를 멈출 수 없음은 그 고통이 어떠한 것인지 이미 경험했고 또 잘 알기에 더욱 그러하다.
우리 모두는 하나같이 연약하고 세상은 온통 죽음과 저주의 바이러스로 가득하다. 죄와 저주로 인해 세상 만물이 신음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순례자로 본향으로 향하면서도 이곳에서의 나그네길을 지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우리의 몸과 영혼이 아프지 않으면 좋겠다.
건강한 삶으로 육신을 잘 지키며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정결한 삶으로 우리의 영혼이 늘 천국의 기쁨으로 살게 되기를 창조주 하나님께 간구 드린다.
당신께서도 그러하시기를 충심으로 복을 빌어마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