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투유 토요영화 시리즈 ① ‘러브레터’
2023년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아 린투유 기자단은 구독자들에게 좀더 참신하고 좀더 풍성한 콘텐츠 제공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그중 하나가 격주별로 린투유 추천 영화를 소개하는 콘텐츠이다.
토요일 밤 빰빠라라 빰빠라라 빠라라~~ 뭇 영화팬들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을 토요일 밤 TV 앞으로 집결시킨 그 BGM을 기억하는가?
바로 KBS 토요명화이다. 린투유 기자단은 그 토요명화를 본따서 린투유 토요영화 시리즈로 발전시켰다.
첫 영화 선정이 중요하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1월, 겨울 시즌과 맞물려 90년 중반 대한민국을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으로 젖게 한 러브레터로 선택했다.
영화 러브레터는 지난 1999년에 개봉(한국 기준), 영화 하나비, 카케무샤, 우나기에 이어 4번째로 수입된 일본 영화로 개봉 당시 115만명이라는 2000년대 초반 기준으로 대흥행을 했던 작품이다. 2023년 현재 한국에서 개봉한 일본 영화 중 러브레터 흥행 기록을 깬 영화는 아직까지도 없을 정도이다.
러브레터 개봉 당시 본 기자는 초등학생이었다. 초등학생이 뭔 가슴 아픈 첫사랑이 있었겠는가? 개봉 당시는 보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까까머리 고등학생 1학년, 기말고사가 끝나고 당시 국어선생님께서 기말고사 끝났다고 놀지 만 말고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유익하게 보내라고 조언해주셨는데 그게 바로 러브레터였다.
당시 비디오로 빌려본 러브레터. 핸드폰 문자로 사랑 고백하던 시절 손 편지로 마음을 표하는 것에 새로운 사랑 표현법을 배웠다고 할까?
본 기자는 그때 결심했다. 사랑하는 이가 생기면 정성스럽게 손 편지를 적어 내 마음을 표현해보기로.
20년 가까이 흘러 기사를 위해 다시 한번 러브레터를 시청해본다. 고등학생 관점이 아닌 성인이 돼 가슴 아픈 첫사랑도 해보고, 어떤 약으로도 치료가 안 되는 짝사랑이라는 병도 앓아봤다. 이번 러브레터 감상은 주인공에 감정이 이입돼 왠지 모를 먹먹함이 몰려올 것 같다.
장난을 가장한 우연, 아닌 운명적이라고 할까?
추운 겨울 독감에 걸린 후지이 이즈키. 어느날 우체부로부터 편지 한통을 받는다. 발신인은 와타나베 히로코. ‘안녕하세요 전 와타나베 히로코입니다. 잘 지내시나요? 전 잘 지냅니다’ 라는 짧은 문장의 편지 내용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즈키 머릿속에는 와타나베 히로코 라는 이름은 생소하기만 하다. 고민 끝에 이즈키는 히로코 라는 사람에게 장난으로 ‘감기 기운이 있지만 저는 잘 지냅니다’ 라는 답장을 쓴다. 며칠 뒤 감기약과 함께 히로코로 부터 답장이 온다.
영화의 시선은 잠시 와타나베 히로코가 참석한 추도식으로 바꿔서 배경 설명을 시작한다. 와타나베 히코로가 참석한 곳은 자신의 약혼자였지만 3년 전 등산 중 조난으로 세상을 등진 남자 후지이 이즈키의 추도식이었다. 추도식을 마치고 남자 후지이 이즈키 집에 방문해 앨범에서 후지이 이즈키가 중학생 시절 살았던 집 주소를 발견하고 팔목에 몰래 적어놓는다. 히로코는 그 집 주소에 장남 삼아 편지를 보낸 것이다.
하지만 그 집 주소는 남자 후지이 이즈키의 중학교 시절 동명이인이면서 여자 동창생인 후지이 이즈키의 집 주소였다.
영화는 남자 후지이 이즈키와 동명이인인 여자 후지이 이즈키 그리고 남자 후지이 이즈키의 약혼녀였던 와타나베 히로코, 이 세사람 사이의 관계를 ‘장난을 가장한 우연으로 아니 운명’을 덤덤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심심하지 않게 풀어낸다.
히로코는 그제서야 여자 후지이 이즈키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히로코는 여자 후지이 이즈키를 만나러 오타루 라는 지역에 가보기로 한다. 국도로 바뀐 남자 후지이 이즈키 집터도 가보고 여자 후지이 이즈키 집에도 방문해 본다. 우연의 연속일까? 마침 여자 후지이 이즈키는 독감이 심해져 병원에 가있었다.
영화 러브레터는 오타루라는 조그마한 지역에 여자 후지이 이즈키와 히로코를 마주치게 한다음 히로코는 여자 후지이 이즈키를 알아보고 그녀의 이름을 부르지만 여자 후지이 이즈키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히로코를 발견하지 못하게 만들어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더욱 안타까운 감정선을 이끌어 낸다.
히로코는 여자 후지이 이즈키에게 남자 후지이 이즈키에 대해 무엇이라도 좋으니 아는 내용이 없느냐고 편지를 보낸다. 여자 후지이 이즈키는 중학교 3년 내내 이름과 성이 같아 생기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풀어낸다.
영화는 여자 후지이 이즈키 관점으로 전환돼 남자 후지이 이즈키와의 중학생 시절의 회상 장면을 풀어낸다.
잘 지내고 있나요? 전... 잘 지내요.
히로코는 편지 덕분에 남자 후지이 이즈키를 이해할 수 있었고 그를 잊기 위해 또 그를 보내주기 위해 그가 조난돼 죽었던 산으로 발걸음을 힘겹게 옮긴다.
영화 러브레터는 주저하는 히로코와 그를 격려하는 현재 남자친구인 아키바를 번걸아 보여주며 남자 후지이 이즈키를 잊고 싶지만 잊지 못하는 히로코의 안타까운 감정을 극대화시킨다.
결국 히로코는 설원 한복판에서 영화 러브레터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한번쯤 본 장면과 대사인 ‘오겡끼 데스까 와따시와 겡끼데스’(잘 지내고있나요? 전 잘 지내요)를 외치며 과거 연인에게 맴돌던 과거 자신과의 작별을 고하게 된다.
잃어버린 시간은 결코 잃어버린 시간이 아닌 것처럼.
또한 영화는 히로코의 상처도 보듬었지만 여자 후지이 이즈키의 상처도 빼놓지 않고 보듬었다. 여자 후지이 이즈키는 중학교 3년 내내 남자 후지이 이즈키와 같은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티를 내지 않을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은 좋아하지만 좋아하는 감정을 숨길려는 노력을 다 알 만큼 아역배우의 연기는 탁월했다. 남자 후지이 이즈키도 츤데레로 보이지만 사실 여자 후지이 이즈키를 좋아하고 있었다.
남자 후지이 이즈키가 오타루에서 고베로 전학가기 전 여자 후지이 이즈키 집에 방문해 책 ‘잃어버린 시간’을 대신 반납해달라고 부탁한다. 여자 후지이 이즈키가 직접하면 되지 않냐고 물어보지만 남자 후지이 이즈키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고 짧게 답변한다.
후에 여자 후지이 이즈키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1주일이나 늦게 등교했고 그때서야 남자 후지이 이즈키가 고베로 전학간 사실을 알게 된다. 여자 후지이 이즈키는 남자 후지이 이즈키의 책상 위에 올려 진 꽃병을 던져 깨뜨리는데, 좋아하는데 좋아한다는 감정 표현도 제대로 하지 못한 자신에게의 분노와 가면 간다고 솔직하게 말하지 라는 남자 후지이 이즈키에 대한 분노의 표현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시간은 다시로 현재로 돌아와 마지막 장면, 책 ‘잃어버린 시간’ 맨 뒷 페이지 후지이 이즈키라고 적힌 도서카드와 함께 남자 후지이 이즈키가 자신을 보고 그린 삽화를 발견하곤 남자 후지이 이즈키도 자신을 좋아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책 제목처럼 잃어버린 시간이 결코 잃어버린 시간들이 아닌 것처럼.
코로나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가는 시점이다. 지난 시간들에 대한 힘들고 아픈 기억들을 앞으로의 시간을 위해 다시금 고쳐보자. 사랑이라는 주제의 이 영화를 통해 스스로와 주변을 되돌아 보고 다독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 영화를 추천해 본다....
잘 지내나요? 전... 잘지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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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성 기자 mice@lean2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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