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이면 맑지만, 주말 특히 일요일이면 여지 없이 비가 내리는 요즘의 가을 날씨입니다. 내일도 그렇다고 하네요. 우찌 이런 일이... 하늘도 무심하게 말이죠. 그래서 이런 패턴이 계속되면 22년 가을 설악을 잃을 것 같은 위기감이 작동되어, 춥지만 않다면 그리고 폭우가 아니라면 무조건 설악으로 길나섬을 해보자고 하여 일요일 설악으로 향했습니다. 요즘 안내 산악회는 설악이 핫 스폿입니다. 하루에도 몇 대씩이나 출발 합니다. 가뜩이나 뉴스에서 이런 가을 그냥 집에 있으시겠어요? 하고 들뜬 마음을 더욱 부추깁니다. 여지간해서는 집에 그냥 그냥 있기는 고문보다 힘듭니다. 그렇다고 도심에 가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기만은 더욱 어렵습니다. 한번 설악의 가을 맛을 봐서 그런지, 도저히 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담배 끊기 어렵다는 말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설악은 서울에서 참 가깝고 교통이 나름 편한 곳에 있습니다. 그래서 구지 안내 산악회를 이용하지 않아도 갈 수 있습니다. 다만 서울로 올때의 교통편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가던 곳만 가게 됩니다. 아직은 대중 교통으로도 한계령에서 시간 내에 공룡 능선이나 서북 능선을 따라 남교리나 용대리로 갈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에 그 방법을 이용하게 됩니다. 그냥 소공원으로 내려가서 속초로 가서 서울로 올까 싶은 생각도 드는데, 그건 나중에 해보자는 심산입니다. 시간도 많고 마음이 조금 더 넉넉해지면 해보기로..
그래서 설악을 갈때면 안내 산악회는 단순 참조하기 위해 들여다 봅니다. 혹시라도 새로운 루트인가 – 이것이 좋다는 뜻은 아니고, 그냥 호기심에서 – 그리고는 동서울 버스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예약합니다. 그것도 재미있습니다. 미리 할 필요가 없습니다. 터미널에서는 승객수를 살펴보아 증차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출발 당일 근처에 증차를 합니다. 그런데 이 증차 버스가 훨씬 더 좋습니다. 원래 출발하는 06:30분보다 더 일찍 출발을 하며, 신남, 원통, 인제 등 한계령에 도착하기 전에 잠시 정차하는 곳에서도 정차 없이 그냥 지나갑니다. 그래서 설악을 갈때면 그저 날씨만 체크해보게 되고, 또한 또 다른 참고용으로 단풍 뉴스만 보게 됩니다.
단품을 제대로 보려면 계곡으로 가야 하고, 뉴스를 살펴보니 구곡담이 뜨겁습니다. 단풍 하고 설악 하고 검색하면 구곡담 산행기가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살짝 고민이 되었습니다. 한계령 삼거리에서 대청으로 가서 봉정암으로 하산할까? 아니면 원래 마음 먹은 바대로 십이선녀탕으로 갈까? 그러다가 정했습니다. 사람이 덜 한 곳으로 가자~.. 그래서 서북능선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사실 한계령 도착 전까지 이 두가지 루트를 놓고 고민을 했었는데, 한계령 도착 직전에 결정을 했습니다. 고즈넉하게 산을 즐기자는 마음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대청 쪽은 인기 루트이기 때문에 그리로 사람이 많이 갈 것 같고, 또한 구곡담도 뜨겁고…
설악을 오르기 전에 조금 워밍업도 할 겸 걸어서 동서울터미널에 도착을 했습니다. 벌써 날이 짧아졌는지 6시가 넘은 시간인데 아직 밝지 않네요. 동서울 터미널은 여전히 1층 공사 중입니다. 내년 지리산에 갈 때 쯤이면 수리를 마치고 새단장을 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새단장을 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터미널을 이용하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그저 상가만 리모델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컴컴해서 그런지 그리고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터미널 앞이 조금 한적합니다.
이제 터미널 안에서, 지리산으로 가려면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충주 (월악산 방향)로 가려면 어데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오늘의 행선지인 강원도 한계령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익숙해졌습니다. 한계령이라는 세 글자만 봐도 벌써 가슴이 뜁니다. 눈부신 단풍은 아닐지라도 산 그리메만 생각해도 가슴이 벌렁벌렁합니다. 예전 같았으면 양희은의 한계령 노래가 생각났을 터인데, 이제는 눈 앞에 펼쳐진 설악의 장대한 그림이 생각나니, 역시 산은 노래로만 즐길 것이 아니라 직접 올라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제가 탑승할 버스 입니다. 06:30분 기본 배차인데, 만차가 되어 예비차가 운영 되었습니다. 토요일이면 분명 06:05 출발 버스도 있었을 것입니다. 일요일이라 토요일 대비 승객이 없어서 오늘은 버스 한대만 추가로 배차 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중간에 정차 없이 바로 한계령으로 내달을 수 있는 버스가 배차 된것만해도 다행입니다. 설악의 가을이 끝나면 이런 추가 배차도 없어졌다가 또 새로운 해의 봄이 되면 나타나겠지요? 06:20이라는 LED 불빛이 선명합니다.
정차가 없다고 해서 버스가 한 걸음 아니 중간에 한번도 섬 없이 한계령까지 가는 것은 아닙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 버스 회사인 금강고속과 화양강 랜드라는 휴게소와 협약에 의해 잠시 10분간 정차를 하고 있는것 깉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설악 입구 즈으인데 인제의 아침을 느끼가에 딱 좋은 곳입니다. 화양강이라고 했으니 휴게소 앞에 흐르는 강이 화양강 아닐까 싶습니다. 약간 중국식 이름이 나는 강이름입니다.
인제라는 곳을 생각하면 나지막하게 산 사이로 구름낀 모습이 생각날 정도로 이런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화강강 랜드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그래서 마치 남덕유산이나 그 옆의 서봉에서 바라보는 풍경의 축소판 같습니다. 아직 추수를 하지 않았는지 노란 논이 햐얀 색 구름과 대비를 이루는 것 같습니다.
나무들이 송송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마치 그림책 속의 한 장면 같다고나 할까요? 설악을 보기 전에 애피타이저 역할을 톡톡히 하는 화양강 랜드 휴게소. 이것만 봐도 예쁘니 강원도 설악은 역시나 초입부터 가히 인상적입니다.
도도히까지는 아니고 유유히 흐르고 있는 강물. 오늘 저 강물의 출발 점이기도 한 “안산” 앞 계곡을 지납니다. 벌써 기대가 됩니다. 그곳에서 발원한 물이 십이선녀탕을 지나고 남교리를 지나 용대리에서 내려오는 물과 함쳐서 이곳까지 흘러 내려오게 되는 것이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아니면 이 강도 또다른 지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버스로 다시 돌아갑니다. 화양강랜드 휴게소에서 한계령까지는 별로 멀지 않습니다. 잠에서 깨나서 이제 전선(?)으로 나아갈 준비를 합니다. 휴대폰 지도도 점검하고, 또한 이곳에서 아예 스틱도 뽑아 놓습니다. 버스는 28인승이 아니라 40인승입니다. 서울로부터 멀리 않은 곳이라 40인승 버스도 무난합니다. 지리산 성삼재 행은 28인승 버스입니다. 함양 지리산 고속…. 왜 이렇게 멋진 산들이 많을까요? 지리산의 가을도 그립습니다.
드디어 한계령에 도착했습니다. 예전에는 백두대간 안내석?을 먼저 만났다면 이제는 조금 여유가 생겼는지 양양 안내지도가 눈에 들어 옵니다.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지도인데, 그만큼 마음이 넉넉해진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전에는 산을 오르는 목적으로만 보았다면 이제는 관광 차원에서 산을 오르는 마음이랄까요? 설악은 워낙 방대해서 몇 개의 지자체에 걸쳐 있는데, 한계령은 양양 땅이나 봅니다. 양양에 고속도로고 생기고, 공항도 있고… 모두 다 설악 때문이 아닐까요? 철도도 들어온다는 이야기도 들은 것 같은데요.
워낙 차들이 많이 몰리니, 주차장 입구에 아예 노란 바리케이드를 쳐 놓고 차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해 놓고 있습니다. 더불어 경찰차가 상주를 하고 있습니다. 요즘 단풍 시즌이라 워낙 관광객이 많아서 설악산 소공원의 가장 가까운 주차장은 8시 이전에 만차가 된다고 하네요. 그리고 몇 킬로나 길게 늘어선 주차 행렬. 그나마 한계령 쪽은 다행입니다. 이렇게 철통방어(?)를 하고 있어서 버스가 한계령에 제 시간에 도착하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멀리 제가 타고 온 버스가 보입니다. 아직 내릴 손님이 많은 가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느끼는 바이지만, 시외 버스를 타고 한계령에 도착하면 한계령은 한가합니다. 이것 관광 단풍 시즌 맞아? 싶을 정도로 한가합니다. 예전에는 나만 남았나? 모두 다 벌써 산에 간거야? 하고 조바심이 났었는데, 어느 정도 산행 각(?)이 생기고 나서는 이제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저 앞을 보고 산을 향해 오르고 또한 가끔씩 뒤를 돌아보고 하면 제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한계령에서 흘림골 방향을 보았습니다. 흘림골 부근일 것 같은데 고도는 높지 않지만 정말 멋진 설악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동서울 터미널에서 재미있는 현상이 있었는데, 한계령 직행보다는 한계령 다음인 주전골/흘림골과 오색 정류장에 정차하는 버스가 훨씬 많은 사람들이 찾는 버스라는 점입니다. 한계령보다는 대청에 바로 오를 수 있고, 또한 설악산 주종주 코스보다는 아무래도 주전골이나 흘림골에서 조금은 덜 수고롭게 설악을 감상 하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흘림골이 핫 스폿이 되면서 요즘 유뷰트에서도 흘림골 탐방기가 엄청 많습니다. 그곳도 가봐야 하는데, 사람들에게 쓸리면서 가고 싶지는 않고요. 설악에 가보고 싶은 곳이 참 많습니다. 남들은 다 가봐서 비법정 탐방로로 기웃기웃 거리고 있는데요. 저는 안산 앞에서도 간이 쪼글아 들어서 못들어 갑니다..^^
한계령 휴게소입니다. 한적 합니다. 새벽 3시쯤에 도착하는 안내 산악회가 휩쓸고 간 적적함이 있겠지요? 물론 그때는 휴게소 문을 여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습니다. 2년 전에 안내 산악회로 처음 설악 능선에 도전했을 때, 정신 없이 들머리에 오르느라, 그리고 이 광장에 모인 수 많은 사람들에 기가 질려서 휴게소를 열었는지 아닌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정말 새벽 3시에 그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랐습니다. 지리산이나 설악산이나…. 매 한가지였습니다. 새벽 3시에 그런 광경이 있다는 것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풍경입니다.
휴게소 바로 위의 단풍입니다. 휴게소가 900미터 정도 되니까 이 존까지는 단풍이 하강한 것 같습니다. 조금 오르다보면 단풍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겠죠? 물론 외설악보다는 내설악의 단풍이 죽여주니… 지금은 그냥 맛보기로만 단풍 감상을 하고 올라 갑니다. 자 이제 출발을 합니다.
이 계단을 오르면 마치 우주에서 Stargate를 넘어서 다른 세상으로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만큼 설악산은 별천지라는 생각이겠지요? 다른 산은 그렇지 않은데, 왜 설악산은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지리산도 노고단을 넘어 돼지령으로 갈 때 그런 생각이 살짝 드는데, 설악만큼 강하지는 않습니다.
앞만 보지 말고 뒤도 가끔 돌아 옵니다. 한계령 광장이 한가 합니다. 이 시간에 오는 안내 산악회 버스도 없고, 주차도 안되니 자가용도 없고.. 그저 제가 타고 온 버스 같은 대중교통 버스에서 내린 승객만 있을 뿐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산은 오르지 않고, 한계령에서만 풍광을 즐겨도 오케이일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는 올라야겠지요?
지금은 시멘트 계단.. 그렇지만 조금 있으면 돌계단과 데크 계단이 시작되겠지요…. 노랗게 물들은 나무 숲 속으로 들어갑니다. 황홀경의 시작 포인트 입니다.
설악산에도 조릿대가 있네요. 그래서 반갑습니다. 이곳에만 몇 송이(?) 수준으로 옹기종기 있습니다. 설악에는 조릿대가 없을 것 같았는데 이렇게 보게 되네요. 얼마전 육구종주에서 질리도록 본 조릿대가 생각납니다. 벌써 한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네요. 무룡산 그리고 중봉의 조릿대도 빛이 바래기 시작했을까요?
설악루를 지납니다. 들머리를 올라와 이곳부터 쉬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특전사 위령비를 지납니다. 청계산에도 있고 이곳에도 있고… 낮게 비행하거나 낙하 훈련하거나 하면서 사고가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민주지산은 말할 것도 없고요… 가을 빛 속으로 한걸음 한걸음 옮깁니다.
정말 텅텅 빈 한계령 길입니다. 그래서 좋습니다. 아무도 없으니 제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걸리적 거림 없이 삼거리를 향해서 오를 수 있습니다.
바위 틈 사이로 난 길.. 그리고 낙엽도 함께…. 무박 종주에는 이런 광경을 보지 못하니 아쉬움이 크겠지요? 멋모르던 시절 설악산 첫 무박종주를 해보았는데, 이런 풍경을 보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야간 산행에도 골산과 토산이 구분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조금 올라 한계령 건너편의 가리봉과 주걱봉을 바라 봅니다. 그곳에도 단풍이 붉게 물들었습니다. 비법정만 아니라면 벌써 몇 번을 갔을 터인데요…
정말 탐방로가 텅텅 비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있습니다. 한계령 삼거리 근처쯤 올라가면 산객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출발 시 바람 막이를 입었는데, 버스 안에서 그대로 둘까 벗을까 고민을 했다가 귀찮아서 그냥 입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벌써 더워지네요. 그래서 계단에서 잠시 스톱하고 바람막이를 벗었습니다. 이 바람막이는 남교리 거의 근처에서 다시 입었다가 2분 만에 다시 벗었습니다. 바람막이는 하루 종일 거의 배낭 안에 있었습니다. 이름하여 그냥 짐이었습니다.
울굿불긋 때깔이 좀 짙어지기 시작합니다. 눈이 즐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초록색 소나무와 빛이 잘 어울립니다.
안내목도 지납니다. 삼거리까지 쉬지 않고 오릅니다.
고도 1085미터이니, 거의 200미터 올라온 셈입니다. 제가 표준으로 삼고 있는 고도 200짜리 산은 강화도의 남산입니다. 200미터 근처라고 기억합니다. 그곳을 오르는 수고와 이곳을 오르는 수고는 천양지차입니다. 귀때기청봉 높이가 1500정도 되나요? 부지런히 올라야 하겠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지금부터 원효봉이나 의상봉 하나 넘는다고 할 수 있는데, 말은 그렇지 난이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차이가 납니다…^^
오~ 드디어 노란색 뒤에 붉은 색의 단풍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내설악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붉은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수종이 있나 봅니다. 그냥 여기까지만 구경해도 괞찮을 것 같습니다만, 한번 밟은 액셀이 덜덜 해질 때까지 계속 올라야겠지요? 앞만 보다가 이렇게 옆도 보니 눈이 운동도 되고 즐겁습니다.
비밀의 숲까지라고 할 수는 없지만, 발을 닫을 수 없는 설악의 은밀한 숲 맛을 살짝 내보이는 장면입니다. 길만 있으면 그냥 직진하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사람도 없지, 숲은 좋지….
울긋불긋…. 안산까지는 단풍 그리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이런 단풍의 호사로움에 눈이 즐거워집니다. 이런 명산의 단풍을 아무도 없는 중에 즐길 수 있다는 것….. 이러니 도심 둘레길보다 자꾸 산 속의 탐방로는 찾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발바닥도 아프지 않고….신호등 터지나 두리번 거리지 않고…
돌 계단을 오릅니다. 이런 돌계단 수준은 착한 편입니다. 앞으로 펼쳐질 귀때기청봉 앞의 너덜길이 벌써 눈 앞에 성성히 나타납니다. 현실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한계령 삼거리만 지나면 곧 현실이 됩니다.
한계령 삼거리까지 가는 도중 1단계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멀리 귀대기청봉이 보입니다. 멀리서 보면 불암산과 별로 달라보이지 않는데, 코 앞에는 하늘과 땅 차이이니 산은 멀리서 보면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엄스러움에 변함이 없는 것은 북한산 인수봉, 그리고 보현봉 등입니다. 귀때기청봉 앞의 하얀 부분.. 그런 곳이 그냥 통바위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통바위가 아니라, 그냥 돌 무더기라는 것이 문제이겠지요?
한계령 삼거리에서 대청봉으로 가는 주 능선이 보입니다. 정작 능선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입니다. 능선 길이 업다운이 심할 것 같지만 실제 탐방로는 그리 심하게 힘들지는 않습니다. 물론 가끔 큰 바위 너덜길이 나오지만, 귀때기청봉 만큼은 아닙니다. 이제 저 위쪽으로 부지런히 방향을 잡고 올라가 봅니다.
예쁜 때깔까지는 아니더라도 울긋불긋 옷을 갈아입은 산을 보니 화려함이 느껴집니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면 금새 겨울이 되고, 겨울 산행이 시작되고 또 2-3월이 되면 불조심 기간이라고 탐방로가 닫히고, 그리고 5월 16일 쯤 되어서야 탐방로가 열리겠지요?
완전 삼각형 바위.. 칼로 자른 것 같은 정교함입니다. 어렸을 때 먹던 과자 이름 쎄시봉이 생각났습니다.
참 멋진 자태입니다. 하늘로 향하는 뾰족한 나무가지의 모습도 멋지고.. 아니 멋지고가 아니라 믓지고믓지 해야할 것 같습니다. 캬아… 감탄사가 저절로 나옵니다.
한계령 삼거리에 도착했습니다. 예전과 거의 비슷하게 50분만에 한계령에서 출발하여 도착했습니다. 도중에 만난 사람은 3~4명…. 이런 한가로움 한계령이 좋습니다. 한계령은 역시 한가해야 제맛입니다. 한계령으로 하산하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대청 6킬로, 대승령 7.6킬로.. 이 7.6 킬로가 생각보다 무지 멉니다. 버스로 올 때 대승령 아래인 장수대에서 한계령까지 금새인 것 같은데, 산 길로 7.6 킬로는 상상 외로 길게 느껴집니다. 평지 길이라면 그런데… 이게 이게…. 너덜길과 더불어 업다운도 애매하게 좁게 돌아서 업다운인 서북능선길이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대청봉 쪽 방향의 길이 많이 점잖습니다.
삿갓 봉이라고 해야 하나요? 바위 위에 흔들바위가 하나 올려 있는 모습이 마치 사패산 바로 옆에 있는 갓바위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한계령 삼거리를 지나 귀때기청봉 방향으로 틀면 바로 험한 돌길이 시작됩니다. 아직 너덜길이라고 칭할 수도 없습니다. 가뜩이나 이끼까지 끼어서 분위기가 좀 으시시합니다. 앞 사람도 조심조심해서 걷고 있습니다. 겨울이면 장난이 아닐 것 같습니다. 미끄러지면 바로 발목 부상입니다.
뾰죽뾰죽 너덜길이 계속 됩니다.
드디어 본격적인 너덜길이 시작입니다. 커다란 돌 위를 걸어가야 하는데, 문제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 가입니다. 그런데 다행히 깃대가 꼽혀 있습니다. 흰 깃대나 또는 저 멀리서 펄릭이는 안내리본을 찾으면 됩니다. 국립공원 공식 안내 리본은 아니고 어느 산객이 매단 안내리본입니다. 국립공원에서도 구지 그 안내 리본은 제거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고사목… 100년 1000년 이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나름 자태가 괜찮습니다. 너무 두툼하지 않고 너무 앙상하지 않고… 그리고 적당한 균형도 이루고 있고요… 그 뒤에 멀리 있는 고사목과 대비도 좋아 보입니다.
줄기차게 돌길이 이어집니다. 그냥 돌길을 각오 해야 합니다.
잠시의 돌길 뒤에는 또 다른 너덜길…. 이곳을 또 올라 갑니다.
잠시 뒤를 돌아보고 온 곳을 둘러 봅니다. 한계령 삼거리와 그 뒤로 대청으로 향하는 능선이 보입니다. 그리고 방금 지나온 돌무더기도 살펴 봅니다.
지난 봄에 지났던 공룡 능선… 오늘은 그리로 가지 않으니 애써 눈길은 주지 않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보이는 멋진 풍경에 눈이 절로 가지 않을 수가 없네요. 반년 뒤에는 또 가리라… 그 공룡…
바위 중간 중간의 쇠막대.. 그리고 가끔 나무에 묶여 있는 리본… 이것이 바로 이 돌무더기 바다의 등대역할을 합니다. 그곳을 향해서 걸어 갑니다.
대형 돌무더기….
귀대기청봉 정상이 조금씩 보입니다. 그곳을 향해.. 그리고 하얀 쇠막대를 향해 걸어 갑니다. 그래도 이곳에 한번 경험이 있다고 예전보다는 쉽게 이 돌 운해를 건넙니다.
뒤들 돌아보아 대청봉과 중청봉, 그리고 그곳까지 이르는 서북능선을 바라 봅니다. 캬아.. 능선 오지게 멋집니다. 비록 이번에 몸은 귀때기청봉 방향으로 향하지만, 마음은 대청봉으로 함께 달려 갑니다....................
첫댓글 인제와는 인연이 참 많이 있지요. 오래동안은 아니지만 도로 신설공사 그리고 인제마을길 포장공사 다 군복무시절 추억거리랍니다. 집에 한 번 오려면 8시간, 하루밤 자려고 먼길을 오고 가던 그때가 그립습니다. 한계령 모습은 그대로군요. 너덜길 하면 귀때기청봉도 무시 못하지만 황청봉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백두대간 종주시 미끄러워 주저 않자 기다 십이 진행하던 추억거리도, 수고하셨습니다. 덕분에 앉아서 설악산 단풍 구경하네요^^*
아 그리시군요. 예전에 일을 하시느라 전국 팔도강산에 모두 인연이 깊으신 것 같습니다. 또한 그런 계기로 백두대간과 정맥 투어를 하신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계령 뿐이겠습니까? 산은 그자리에 늘 그래로 있겠지요. 다만 사람들이 변할 뿐. 천년 고목들이 그 변화를 묵묵히 지켜보지 않았을까요? 누가 왔다 가는지….
설악산에 다녀온 것이 잘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덕분에 맑은 날씨에 길동무님들과 무의도에 다녀올 수 있는 것이겠지요? 치악산은 조금 더 미루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요즘 단풍은 한계령에서 흘림골 방향이 이지요.
한계령 삼거리에서 귀떼기청 쪽으로 긴 바위 너덜길에 고생 많으셨지요?
산 위쪽은 겨울 모드네요.
설악의 모습을 시원하게 내려다 볼 수 있는 귀떼기청이 쉬운 길은 아니지요
수고 하셨습니다.
흘림골은 정말 초 절정 인기 지역입니다. Youtube를 봐서도 그렇구요. 마치 새로 개장한 것 같은 곳이랄까요? 느낌상 지자체에서 출렁다리나 근사한 볼거리 새롭게 오픈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탐방객 제한에 경쟁적이기도 하고요. 거의 지리산 대피소 예약 수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가을 하늘 아래 주말엔 더욱 심합니다.
산 전체가 겨울 모드가 아니라 여러 계절이 공존하니, 더욱 재미잇는 것 같습니다. 오늘 내로 올릴 사진들을 보시면 그 변화를 느끼실 수 있을 듯.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