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거래액 3조원, 올해는 5~6조원 예상. 백화점, 할인점에 필적하는 이 유통시장은 ‘오픈마켓플레이스’(이하 오픈마켓)다. 판매자와 소비자를 인터넷 공간에서 연결시켜주는 장터 역할을 하는 오픈마켓 시장이 해마다 급성장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널리 알려진 오픈마켓 회사는 ‘옥션’과 ‘G마켓’이다. 현재 옥션에서 활동하는 전문 판매자는 10만 여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16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고 하루 방문자 160만 명에 35만 건의 경매가 이뤄진다.
오픈마켓 사업은 사업자등록증이 없어도 몇 백 만원의 자본금만 있으면 창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소위 ‘대박’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 뛰어들고 있다. 여기에 경기불황과 청년실업, 매출액 수억 원을 자랑하는 스타급 판매자들의 탄생은 ‘창업’의 꿈을 부풀리고 있다.
시장에 진출해 성공한 사람도 있고 실패한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오픈마켓에 진출하는 판매자들의 성공 비율은 어느 정도 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옥션과 G마켓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나 영업비밀이라 밝힐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만나본 판매자들은 “소위 대박 날 확률은 로또에 당첨될 확률이나 다름없다”며 “사업을 시작해 6개월을 버티는 판매자는 50%를 넘지 못하고, 이 고비를 넘긴 판매자도 절반은 1년을 넘기지 못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판매자의 75% 이상은 1년을 넘기지 못하고 망한다는 얘기다.
쇼핑몰 임대 솔루션을 제공하는 A사의 통계에 따르면 1개월간 해당 솔루션을 통해 약 500~600개 판매자가 창업하고 있으나, 6개월 안에 50%만이 살아남고 그 이후에도 수개월내 포기하는 판매자가 30%이상이다. 그럼 어떤 판매자들이 ‘대박’을 터트리고 어떤 판매자들이 ‘쪽박’을 찰까. 쇼핑몰을 운영하는 사업자들과 전문가들을 만나 ‘오픈마켓’의 현실에 대해 들어봤다.
20대 나홀로 창업 5개월 만에 평균매출 2억
5개월 전 여성의류 아이템으로 오픈마켓 사업에 뛰어든 윤수영(27ㆍ여) 씨는 자본금 3000만원으로 시작해 지금은 직원 3명을 두고 월 2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어떻게 이처럼 빠른 시일 내에 사업을 안정화 시킬 수 있었을까. 그는,
△ 창업 전 쇼핑몰 회사에 근무한 경험이 있었고
△ 주력 아이템을 자신 나이 또래의 여성 의류로 잡고
△ 직장생활 당시 쌓은 관련 업계의 인맥
△ 철저한 자금계획을 세웠다.
세밀하게 준비한 윤 씨지만 2개월이 지나고 미수금 때문에 한 차례 위기를 겪었다. 보통 소비자가 지불한 판매대금이 오픈마켓 회사를 거쳐 판매자에게 오기까지 짧게는 1주일 길게는 한 달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 현금이 충분하지 않은 초보 판매자들은 매출을 올리고도 대금을 받지 못해 위기를 겪게 된다. 하지만 윤 씨는 사업 첫 달부터 세웠던 목표 때문에 이 위기를 비교적 쉽게 극복했다. 그의 첫 번째 목표는 ‘파워딜러’였다.
파워딜러란 오픈마켓 회사에서 판매실적, 소비자 만족도 등을 종합평가해 판매자들에게 부여하는 자격으로 회사에서는 판매대금 결제 일을 1주일에 맞춰주는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한다. 이 자격을 획득한 윤 씨는 자금 흐름에 숨통이 트였고, 꾸준히 매출이 증가하자 오픈마켓 측으로부터 기획판매전 제의를 받았다. 이 기회는 윤 씨의 사업에 날개를 달아 줬다. 윤 씨는 “각 오픈마켓 회사에서 실시하는 판매자 설명회에만 의존하지 말고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라. 자신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아이템 발굴과 판매 신용도를 쌓는 전략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3년간 2억 이상 투자, 남은 건 ‘쪽박’
윤 씨처럼 짧은 기간에 성공한 사람도 있는 반면 억 단위 빚만 진 사람도 있다. 이정훈(28) 씨는 3년 전 친구 3명과 함께 자본금 5000만원으로 오픈마켓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최근 수억 원의 빚만 남긴 체 사업을 접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던 이 씨는 ‘인터넷’에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시작 3개월 만에 사업은 적자를 기록했다. 그는 초기 적자 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오픈마켓 결제 시스템을 이야기했다. 단지 물건만 잘 팔리면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사업의 발목을 잡은 것이었다. 이 씨는 샘플판매 반응이 좋으면 판매가를 낮추기 위해 제품을 대량 매입했다. 예상대로 제품은 잘 팔렸지만 현금 흐름은 좋지 못했다. 그는 자금력 부족이 원인이라고 생각해 빚을 내 2억 원을 더 투자했다.
사업 규모는 커졌고 안정되는 듯 했지만 순수익은 좀처럼 늘지 않았다. 순수익을 늘이기 위해서 ‘히트’ 상품 만들기에 주력했다. 하지만 실패하는 아이템이 생길 때마다 유동성 위기가 반복되는 악순환을 겪었다. 이 씨는 “손해를 한 번에 만회하려는 무리한 욕심도 있었지만, 사업 초기 오픈마켓 사업의 현금 흐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며 “자본금의 50% 정도가 한 달 씩 묶일 수도 있다는 것에 대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 실패 원인에 대해,
△ 오픈마켓 결제 시스템
△ 세금 수수료
△ 무리한 사업 확장
△ 불공정 과다경쟁 등을 꼽았다.
이 씨는 “세금을 정상적으로 부담하는 판매자는 탈세와 편법을 동원하는 판매자와 비슷한 제품으로 경쟁할 경우 가격 경쟁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이런 것들을 잘 파악하지 못한 채 자꾸 손해를 만회하려고 빚을 내다보니 사업이 어렵게 됐다”고 털어놨다.
살벌한 생존경쟁, 판매자가 ‘대금 결제 시스템’ 꼼꼼히 챙겨봐야
판매자들이 공통적으로 주의를 당부한 부분은 오픈마켓 회사의 결제 시스템이다. 하지만 관련 회사들의 생각은 달랐다. G마켓 홍보실 박주현 팀장은 “한 달 이상 판매대금이 회사에 묶인다는 얘기는 과장된 것”이라며 “판자자의 신용 등급에 대해 차등화 된 결제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고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초보 판매자의 경우 늦어도 3주 정도면 판매대금 결제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개발된 시스템이기 때문에 판매자 신용도에 따른 차등화는 어쩔 수 없다”며 “사업에 실패한 판매자들이 주로 결제 시스템을 문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옥션 홍보실 홍윤희 차장은 “소비자가 제품을 배송 받고 구매 결정을 내리면 하루 만에 결제가 이뤄지는 것이 통상적”이라며 “하지만 배송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되고 소비자가 구매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20일 정도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원 신용 등급에 따른 결제일 차별도 없으며 이런 것들은 판매자에게 모두 고지하고 있는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오픈마켓’ 실전 노하우, “사업은 인터넷처럼 쉽지 않다”
2년 전 오픈마켓 사업을 시작해 직원 30명에 월 매출 10억 원을 올리고 있는 박현주(32ㆍ서울 동대문) 씨. 그는 “인터넷이 쉽다고 사업도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자신의 성공에 대해서도 “원단도매 사업을 해온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젊은 사람들이 무턱대고 시작하는 경향이 높은데 그런 식으로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씨는 “1만원에 가져와 1만5000원에 팔면 된다는 식의 단순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며
△ 자금운용 계획
△ 소비자 성향분석
△ 주력 아이템
△ 오프라인 유통구조 파악 등을 강조했다.
‘인터넷 쇼핑몰창업 & 운영노하우’의 저자이자 쇼핑몰 창업관련 인기 강사인 현이주(29ㆍ여) 씨는 일단 사업자 자신이 처한 현실을 잘 이해하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만약 사업 자금이 부족할 경우 경쟁이 치열한 패션이나 잡화로 아이템을 선정하면 손해만 보고 몇 달 안에 문을 닫기 십상”이라며 “틈새시장의 단일 아이템을 찾아 오픈마켓에 진입 한 뒤 경험을 쌓고 1년 이상 꾸준히 운영할 수 있는 중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장기전을 위해서는 지출비용이나 상품 수급계획, 광고 홍보비용 등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에 대한 자금계획을 꼼꼼히 세워야 한다”며 “오픈마켓 사업 설명회만으로는 이 같은 정보를 모두 얻기 힘들다. 그래서 관련 동호회와 현장을 부지런히 뛰어 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금력이 부족하다면 대출 금리가 낮고, 상환기간이 긴 정부기관 창업 지원 자금에 관심을 갖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소상공인창업지원센터, 여성가족부, 서울시에는 매년 초 각각 그 대상을 정해 창업자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여성이라면 여성기술인 창업자금을, 사업장이 서울에 위치한 곳이라면 서울시 중소기업육성자금을, 상시 근로자 5인 미만의 사업체라면 소상공인지원센터의 소상공인창업지원자금을 준다. 그러나, 정부기관의 창업지원자금 또한 갚아야 할 기업의 부채이므로 철저한 자금 계획을 세운 후 신청해야 한다.
‘껌띠기’와 ‘택배수수료’
유비무환(有備無患)! 회사측 사업 설명회에서 알려주지 않는 오픈 마켓의 실상에 대해서도 미리 공부해 두고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오픈마켓 이벤트 중 2500원짜리 무료배송 상품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택배비가 2500원인데 어떻게 이런 무료 배송 상품이 가능할까. 속칭 ‘껌띠기’로 불리는 이 비밀은 택배회사에 있었다.
택배회사는 소비자가 부담한 택배비 2500원 중 700~800원 정도를 대량 판매자들에게 돌려준다. 판매자 부담 방식의 경우라면 이만큼의 액수를 할인해 준다. 그러나 초보 판매자들의 경우 이를 모르거나 알아도 작은 물량 때문에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름용 의류인 민소매를 장당 300원에 들여와 2500원에 무료배송(택배비 판매자 부담 1700원~1800원) 판매를 해도 장당 400~500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 일주일간 5000장을 판매한다면 250만원을 벌 수 있다. 판매자들은 마진율이 껌 값 수준이라고 해서 ‘껌띠기’라고 부른다.
탈세를 이용한 가격 낮추기
정상적인 초보 판매자들이 살아남기 어려운 이유 중 또 하나는 탈세를 일삼는 판매자들과 경쟁해야 된다는 점이다. 납세의무를 다하는 판매자는 가격경쟁에서 탈세 판매자를 앞설 수 없다. 어떤 이유인지 알아봤다.
초보 판매자가 1만원에 매입한 상품을 1만9800원(택배비 2500원 소비자 부담)에 판매할 경우 오픈마켓 수수료(8%, 1584원) 포장비용(200원), 세금(1822원)을 제외하고 6194원의 이익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탈세 판매자가 세금내지 않고 그 만큼 저렴하게 판매한다면 가격 경쟁은 어렵다. 여기에 택배회사들이 대량으로 거래하는 탈세 판매자들에게 수수료 700원(소비자에게 받은 수수료 2500원 가운데 일부)을 돌려준다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결국 탈세 판매자는 납세 판매자보다 2000원을 싸게 팔아도 682원의 수익을 더 챙길 수 있다.
이처럼 탈세는 판매자들에게 큰 ‘유혹’이다. 하지만 국세청의 추적을 쉽게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국세청 한재연 사무관은 “원칙적으로 오픈마켓 개인 판매자들에게는 자진신고 의무가 있고, 국세청에서도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며 “이들의 매출액을 정기적으로 조사해 단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 판매자라고 하더라도 매출액이 누적되면 국세청 조사를 빠져나가기 힘들다”며 “탈세가 상습적으로 이뤄 졌을 경우에는 세금을 추징하고 검찰에 고발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