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안양지사를 방문했을 때 어느 할아버지 고객분께서 그러더군요. ‘왜 KT는 요금 고지서가 집 전화 따로, 휴대폰 따로 나오느냐’고요. 오랫동안 지속해 온 관행으로 치부하기에는 문제가 있는 것 아닙니까?”
올 초, 이석채(李錫采) KT회장이 직원들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 KT의 이런 이원적인 시스템을, 불편하지만 당연스러운 양 인식해 왔던 직원들에게는 뜨끔한 일이었다.
이석채 회장이 고질적인 KT의 전산 시스템에 메스를 들이댔다. 사내 소프트웨어인 ‘BIT(Business& Information system Transformation)’가 바로 그 것이다. 이 소프트웨어 구축은 지난 2010년 하반기부터 착수했고, 지난해 7월부터 시스템을 하나씩 오픈하고 있다. 모든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오는 2014년이다.
그간 KT의 전산 시스템은 꽤 복잡했다. KT 관계자의 설명이다.
“유선 전화망을 공급하는 KT와 모바일 사업을 해 온 KTF가 합쳐 현재의 KT가 탄생했습니다. 전혀 다른 두 사업군이 한 회사가 되다 보니, 그동안 쓰던 전산 체계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전화를 개통하는 절차, 고객들에게 고지서를 배부하는 일 등 모든 것이 제각각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경영지원본부, 영업본부, 고객센터 등 부서에서 한 전산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표준화된 하나의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는 공감했지만 워낙 큰 프로젝트이다 보니 다들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죠.”
—KT 사내만의 문제 아닙니까.
“회사 입장에서는 각각 다른 시스템을 운영하다 보니 비용이 많이 들고,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늘었습니다. 비단 회사의 문제뿐 아니라, 고객의 입장에서도 동일한 회사 제품을 사용하는데 여러 곳에서 고지서가 날아오는 등 불편한 점이 있었습니다. 대다수의 통신회사와 대기업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KT처럼 합병된 회사만의 문제가 아닙니까.
“대부분의 통신사는 유선과 무선망을 따로 갖고 있는데 현재 유무선 비즈니스가 통합되는 추세입니다. 거기에 IT와 커뮤니케이션마저 결합되고 있습니다. 가령 과거에 전화를 주고받는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통신 상품이었다면, 여기에 의료 상품과 통신을 결합한 상품이 나오고, 또 농업결합 상품 등 새로운 상품이 계속 나옵니다. 다양한 상품이 나올수록 매출이 늘어 기업이 커지지만, 전산 시스템은 일률적인 프로세스를 따르지 못하기 때문에 갈수록 복잡해집니다. 통신회사뿐만 아니라 대기업이 통합전산망을 두고 고민하고 있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통신사가 되기 위해서는 글로벌 표준 플랫폼을 기반으로 통합된 전산망이 필수입니다.”
이번에 KT가 내놓은 ‘BIT’ 소프트웨어는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사용해 온 것들이 합쳐져 탄생한 소프트웨어라는 것이 KT 관계자의 설명이다. KT의 중구난방식 전산 업무를 단순화, 표준화, 시스템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석채 회장은 이 시스템을 안착시키기 위해 입사 6~9년차의 젊은 인력을 활용키로 했다. 지난 4월 11일 사내에 발족한 ‘아이챌린저(Innovation Challenger의 약자)’가 그들이다. KT의 본사, 사업부서, 지원부서에서 10명당 1명꼴로 선발한 457명의 전문가다. 이들은 종전의 개별적인 KT전산망에 익숙해진 직원들에게 ‘BIT’ 활용 업무를 돕는 역할을 한다. 이뿐 아니라, 매년 바뀌는 전사(全社) 차원의 혁신 관련 업무를 조직 내에 퍼뜨리는 역할을 한다.
이날의 발대식에는 이석채 회장뿐 아니라 각 부문장, 노조위원장까지 한자리에 모여, 이 조직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KT 관계자는 “그동안 여러가지 혁신 업무를 추진한 결과,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는 것보다 이를 실무에 적용하고 직원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훨씬 어려웠다”며 “아무리 좋은 혁신적 아이템이라도 전 직원이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혁신추진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KT는 이번 전산 시스템 통일을 단순한 프로젝트 이상으로 기대하고 있다.
KT 커뮤니케이션실 관계자는 “일하는 방식과 문화, 제도를 바꿈으로써 KT가 단순 통신회사가 아니라, 정보기술통신이 접목된 회사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간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살아 왔던 KT와 KTF의 전산 시스템이 ‘아이챌린저’라는 KT의 젊은 직원들의 패기로 연착륙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