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Ⅱ. 사건의 개요 Ⅲ. 판정의 결과 1. 직위해제 및 대기발령의 정당성 여부 2. 당연면직 처분의 정당성 여부 Ⅳ. 중노위와 법원의 견해 비교 1. 직위해제 처분의 정당성 여부 2. 당연면직 처분의 정당성 여부 |
Ⅰ. 서 론
법원은 직위해제에 이은 대기발령을 일반적으로 근로자가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 또는 근무태도 등이 불량한 경우, 근로자에 대한 징계절차가 진행중인 경우, 근로자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등에 있어서 당해 근로자가 장래에 있어서 계속 직무를 담당하게 될 경우 예상되는 업무상의 장애 등을 예방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당해 근로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함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인 조치로서의 보직의 해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대법원 1996. 10. 29. 선고 95누15926 판결). 이러한 법원의 견해에 따르면, 직위해제처분에 이은 대기발령은 근로자에게 일정기간 보직을 부여하지 않고 대기시키는 회사의 잠정적인 인사명령이므로 근로자의 비위행위에 대하여 기업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행하여지는 징벌적 제재로서의 징계와는 그 성질이 다르고, 따라서 대기발령 처분을 함에 있어 근로자에게 징계사유가 필요하지 않음은 물론 징계절차를 거칠 필요도 없게 된다.
그런데, 회사가 단순히 대기발령으로 그치지 않고 대기발령을 받은 날로부터 일정 기간 이내에 보직을 부여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직권면직이나 당연퇴직을 시킬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그 규정에 따라 근로자에게 면직처분 등을 하는 경우에는 대기발령에 이은 당연퇴직 등 처분은 근로기준법상에 따른 해고의 기준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는 우려가 있다. 근로기준법상의 해고의 기준은 상대적으로 엄격한 반면, 대기발령 처분을 경영 상황에 따른 잠정적인 인사조치로 이해하는 관점에서는 사용자에게 보다 넓은 재량권이 부여되는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대법원은 “직위해제처분에 이은 당연면직처리는 이를 일체로서 관찰할 때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따라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으로서 실질상 해고에 해당하므로 그 처분에 있어서는 근로기준법에 의한 제한을 받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회사의 규정상 당연면직처리는 직위해제 후 3월간 직위를 부여받음이 없이 직위해제 상태가 계속됨으로 인하여 이루어지는 처분이므로, 일단 직위해제 처분이 정당하게 내려진 경우라도 당연면직 처리 그 자체가 인사권 내지 징계권의 남용에 해당하지 아니한 정당한 당연면직 처분이 되기 위해서는 직위해제 처분 후 3월의 기간 동안 직무수행능력 부족이나 근무성적 불량 등 직위해제 사유가 존재해야 할 것”이라고 함으로써 사용자가 당연퇴직 조항을 근로기준법상 해고제한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대법원 1995. 12. 5. 선고 94다43351 판결).
이번 호에서 다루는 재단법인 한국발명진흥회 부당대기발령 및 부당해고구제 사건1)은 근로자에 대한 직위해제(대기발령) 및 이에 이은 당연면직 처분의 정당성 여부가 쟁점이 된 사례이다. 중노위나 법원의 입장은 기본적으로는 위 대법원 판례의 견해에 입각한 것으로 이 사건 당연면직 처분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양 기관이 모두 “직위해제 처분 후 3월의 기간 동안 근로자의 직무수행 능력 부족이나 근무태도 불량 등 직위해제 사유가 계속 존속하고 있는지 여부”를 그 판단 기준으로 삼은 점에서는 동일하였지만, 구체적으로 사안에 위 기준을 적용하여 당연면직 처분의 정당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결론을 달리하였다.
즉, 이 사건에 대하여 중노위는 당해 근로자의 직무수행능력이 회복되거나 근무태도가 개선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직위해제사유가 소멸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대기발령기간 기간 만료 후 당연면직 처분을 한 것은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라고 판정하였고, 법원은 위 대기발령기간 중 근로자의 직무수행능력의 회복이나 근무태도 개선 등 직위해제 사유가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3개월의 기간이 만료하였다는 사유만으로 당연면직처분을 한 것은 징계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다. 이하 본문에서는 이 사건 당연면직 처분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중노위와 법원이 어떠한 입장 차이를 보였는지를 비교하고자 한다.
Ⅱ. 사건의 개요
가.이 사건 근로자는 1985. 8. 31. 특허청 산하단체인 재단법인 한국발명진흥회에 입사한 뒤 1995년 경 부설기관인 특허기술정보센터의 설립팀에 참여하였고, 같은 해 8. 1.부터 특허기술정보센터의 기획관리팀장으로 근무하면서 기획, 홍보, 인사, 총무(비서․계약 관련 업무 포함) 등의 직무를 맡아보았다.
나.근로자는 특허기술정보센터의 ‘1996년 전산장비 도입․설치계약’의 체결과 관련한 실무를 맡게 되었는데, 도입대상인 전산장비의 품목별 예정가격기초금액을 산정함에 있어 원래 34,333,000원으로 기재하여야 할 Intersys Communication Service Lic.제품(1식은 구체적으로 ①Intersys Communication Service Lic., ②WAL/HP-UX 3.x SDK, P/S, ③WAL/Win 4.x Runtime Lic. P/S, ④WAL/HP-UX 3.2 Inst Guide, ⑤WAL/Win 3.x Prog Ref 등 5개의 제품으로 구성되며, 이하 ‘이 사건 제품’이라고 함) 2식의 예정단가를 68,666,000원으로 잘못 기재하였고, 그로 인하여 위 재단법인이 1996. 12. 3. 한국휴렛팩커드주식회사와 위 전산장비 도입․설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도 이 사건 제품의 단가가 68,700,000원으로 과다 산정하게 되어 재단법인은 그 차액에 상당하는 금액만큼의 피해를 입게 되었다.
다.1999. 8. 23.부터 1999. 9. 4.까지 실시된 특허청 감사결과 근로자의 위와 같은 잘못이 드러나게 되자, 특허기술정보센터소장은 2000. 2. 24.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자(인사규정 제25조제1항제1호)”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근로자의 직위를 해제하고 대기발령을 명하였으며, 2000. 5. 24. “3개월의 기간 동안 대기발령사유가 소멸되거나 해소되지 아니하였다(인사규정 제17조제4호, 제25조제3항)”는 이유로 근로자에 대하여 당연면직처분을 하였다.
라.근로자는 2000. 5. 22. 이 사건 직위해제처분에 대한 구제신청을, 2000. 6. 14. 당연면직 처분에 대한 구제신청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각 제기하였으나, 서울 지노위는 2000. 9. 14. 근로자의 위 구제신청을 모두 기각하였고(2000부해352, 432), 이에 근로자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노위도 2000. 12. 11. 판정 2000부해482호 사건에서 당연퇴직 조항에 따라 당연히 근로자와의 근로관계가 종료되었다고 하여 근로자의 재심신청을 모두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
마.이에 근로자는 중노위의 판정에 불복하여 법원에 소를 제기하였고 서울행정법원은 부당대기발령에 관한 부분은 근로자의 청구를 기각하고, 부당해고에 관한 부분은 근로자의 청구를 인용하여 중노위의 재심판정을 취소하였으며, 중노위는 이에 불복하여 고등법원에 항소하였고, 서울고등법원은 근로자에 대한 이 사건 직위해제 및 당연면직처분이 모두 적법하다고 본 중노위의 재심판정은 적법하므로 제1심 판결 중 이와 결론을 달리한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바.그러나, 근로자가 다시 대법원에 상고한 결과, 대법원은 이 사건 당연면직처분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이에 반하는 고등법원의 판결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Ⅲ. 판정의 결과
1. 직위해제 및 대기발령의 정당성 여부
이 사건 근로자에 대한 직위해제 및 대기발령 처분에 관하여는 중노위와 법원은 모두 근로자가 이 사건 제품의 예정단가를 과잉 계상한 것은 근로자가 위 제품의 구매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방지할 수 있었던 중대한 과실에 기인한 것이므로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하여 근로자에 대한 직위해제 및 대기발령 처분은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라고 판정하였다.
2. 당연면직 처분의 정당성 여부
이 사건 직위해제처분에 이은 당연면직처분의 정당성 여부에 관하여는 중노위와 대법원이 그 결론을 달리하였는바, 중노위와 고등법원은 근로자가 위 재단법인에 거액의 손해를 발생시켰음을 자인하고서도 구체적인 변상계획을 밝히지 않는 등 변상을 회피하고 그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점을 들어 근로자의 직무수행능력 회복이나 근무태도 개선 등 직위해제사유가 소멸되지 않았으므로 대기발령기간 3개월 동안 직위 부여 없이 위 기간이 만료하자 행해진 이 사건 당연면직처분을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라고 판정한 반면, 행정법원과 대법원은 근로자가 피해액을 환수하기 위하여 변호사 자문을 거쳐 거래처의 담당직원들과 수차례 접촉을 하는 등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인 점이 인정되므로, 위 대기발령기간 중 근로자의 직무수행능력의 회복이나 근무태도 개선 등 직위해제 사유가 소멸된 것으로 볼 정황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합리적인 사유 없이 근로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하다가 3개월의 기간이 만료하였다는 사유만으로 당연면직처분을 한 것은 징계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다.
Ⅳ. 중노위와 법원의 견해 비교
1. 직위해제 처분의 정당성 여부
재단법인 한국발명진흥회가 2000. 2. 24. 근로자의 직위를 해제하고 대기발령을 명한 부분에 대하여는 중앙노동위원회와 법원이 모두 그 정당성을 인정하여 결론을 같이 하였다.
위 재단법인의 인사규정에는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 경우에 대기발령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사용자는 근로자가 이 사건 제품의 도입대상인 전산장비의 품목별 예정가격기초금액을 잘못 산정하여 제품 단가를 68,700,000원으로 과다 산정하여 동 액수만큼 회사에 손실을 입게 한 것에 대하여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 경우에 해당하여 직위해제 및 대기발령 처분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근로자는 업무착오에 의하여 수행업무 중 극히 일부분에 과실이 있는 것을 두고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이유로 직위해제 및 대기발령 처분을 한 것은 인사규정상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부당한 대기발령이며, 위 재단이 근로자를 징계하기 위하여 징계위원회까지 개최하였으나 인사규정에 따라 징계사유의 시효가 지나 징계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징계절차 및 징계시효 등을 회피하기 위하여 대기발령처분을 한 것이므로 실질적으로 징계에 준하는 불이익처분에 대하여 징계절차를 거침이 없이 행한 것은 부당하다는 점 등을 들어 위 대기발령 처분은 인사권의 남용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양 당사자의 주장에 대하여 중노위와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정하였다.
가. 대기발령 처분을 함에 있어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하여
① 중노위는 직위해제(대기발령)는 근로자가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 또는 근무태도 등이 불량한 경우 등에 있어 당해 근로자가 장래에 있어서 계속 직무를 담당하게 될 경우 예상되는 업무상의 장애 등을 예방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당해 근로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하여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인 조치로서의 보직의 해제를 의미하므로 과거의 근로자의 비위행위에 대하여 기업질서유지를 목적으로 행하여지는 징벌적 제재로서의 징계와는 그 성질이 다르다고 전제한 후, 이 사건 대기발령은 재단법인 인사규정의 징계에 관한 조항과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는 대기발령(직위해제)에 관한 조항에 근거를 두고 있으므로 근로자에 대한 직위해제 및 대기발령 명령은 기업질서유지를 목적으로 행하여지는 징벌적 제재로서의 징계로 보기 어렵고, 인사규정이나 다른 취업규칙에서 대기발령에 관한 특별한 절차규정을 따로 마련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대기발령을 함에 있어 징계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인사명령의 형식을 취하였다 하더라도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정하여 위 재단법인이 징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더 이상 근로자에 대해 징계권을 행사할 수 없자 단순한 인사명령 형식을 빌어 실질적으로 징계와 다름없는 직위해제 및 대기발령을 명함으로써 징계관련 규정을 회피하였다는 근로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②법원도 이 점에 관하여 중노위와 견해를 같이 하여 직위해제처분은 징계와는 성질이 다른 것이므로 취업규칙 등에 직위해제에 관한 특별한 절차규정이 있는 경우가 아닌 한 직위해제를 함에 있어서 징계에 관한 절차 등을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며, 어떠한 비위사실에 대하여 징계시효가 지났다 하더라도 직위해제처분은 여전히 가능한 것이고, 특허기술정보센터의 인사규정상 대기발령에 관한 절차규정은 “소장은 대기발령에 관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인사위원회의 자문을 구할 수 있다”는 규정밖에 없는바, 위 대기발령처분에 앞서 인사위원회의 자문을 거쳤는지 여부는 명백하지 아니하나 설사 이러한 자문을 거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이러한 절차규정의 위반이 대기발령 처분 자체를 무효로 할 만한 것이라고는 보이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나. 대기발령 사유의 정당성 여부에 관하여
①중노위는 근로자에 대한 직위해제처분의 정당성은 근로자에게 당해 직위해제 사유가 존재하는 여부나 직위해제에 관한 절차규정을 위배한 것이 당해 직위해제처분을 무효로 할 만한 것이냐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라고 하면서, 근로자가 이 사건 제품의 가격을 과다 계상한 것이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Intersys Communication Service Lic.제품(이하 이 사건 제품이라 한다)에 대하여 2식 가격을 1식 가격으로 계상함으로써 최소 68,666,000원을 과다 지출한 것은 신청인도 인정하고 있으므로 위 업무를 신청인이 직접 처리한 것에 비추어 중대한 업무상 과실이 있음은 분명하고, 신청인이 작성한 물품 쉬트의 기재에 있어 단 1개 품목의 기재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시 구매한 12종 41개 품목 중 18개 품목의 가격목록에 하자가 있는바, 이는 신청인이 194,500,000만원 상당의 전산장비의 구매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그 목록을 작성한 후 수량이나 가격 등을 대조조차 하지 않았거나 어떤 목적을 가지고 고의적으로 이를 틀리게 작성한 것을 뜻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물품을 구매할 때는 일반적으로 ①수요부서의 구매요구, ②구매예정가격조사, ③구매(경매, 수의계약, 지명계약 등), ④납품, ⑤검수, ⑥지출 등의 절차를 거치는바, 그 과정에서 수요 부서의 구매요구 수량과 견적서의 수량, 납품업체의 수량, 검수조서에 나타난 수량 등을 검토하면 얼마든지 수량이 잘못 기입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고가의 동 품목에 대해서 2식 가격을 1식 가격으로 계상할 수 있었는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곤란하고, 검수의 과정은 신청인이 계약한 품목명세서(물품명, 수량, 제작회사명 등)를 구매요구부서에 보내어 계약된 대로 물품이 들어왔는지를 확인한 후 지출이 이루어지게 되는데 이러한 구체적 검수 관련 서류가 비치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신청인이 위와 같은 의문점들에 대하여 설득력 있게 해명하고 있지도 못하므로 단순한 업무의 착오라는 신청인의 주장은 신빙성을 결하고 있다.
신청인은 동 사실이 2000. 2. 8. 전 소장에 의해서 확인되어 같은 해 2. 24. 대기발령처분을 받았고, 회사가 부당이득을 얻은 한국HP(주)에 대하여 환수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직 신청인에게만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을 하나, 위 사건이 드러난 것은 전 소장에 의해서 확인된 것이 아니라 1999. 8. 23.~ 9. 4. 실시된 특허청 감사이고, 동 감사 이후 그동안 신청인과 회사와의 사이에 이의 해결을 둘러싸고 상당한 논의가 있었음이 인정되며, 신청인은 특허청 감사 이후 대기발령을 받은 2000. 2. 24.까지 종전의 업무를 그대로 수행한 상태였으므로 환수하려는 의지만 있었다면 얼마든지 직접 환수조치를 취하거나 변상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동 업체에 대하여 부당이득금을 반환하라는 문서조차 발송하지 아니한 것은 오히려 신청인에게 그렇게 하지 못할 만한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가 추정이 되고, 반면에 회사로서는 동 사건 처리에 적절한 해결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이의 해결을 위하여 다른 방법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고, 그 방법의 하나가 특허청 특별감사 요청 및 신청인에 대한 대기발령처분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점들은 피신청인의 고발로 신청인이 한국HP(주)로부터의 금품수수혐의 등에 대하여 검찰청의 수사를 받고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과는 관계없이 신청인의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 자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보지 않을 수 없고, 또한 대기발령을 할 무렵 전 소장이 특허청에 특별감사를 요청할 계획임을 밝히자 신청인이 특별감사기간 중 정상적인 직무수행의 어려움을 이유로 팀장보직을 해임해 줄 것을 요구하였고, 이에 대하여 전 소장이 직원들에게도 가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대기발령을 한 것이고 보면 충분한 이유가 있다 할 것이어서 정당한 처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②법원은 이 사건 직위해제 및 대기발령 처분의 정당성 여부에 관하여 제품의 예정단가가 잘못 산정된 것이 근로자의 고의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사무착오에 기한 것인지를 면밀히 검토하였는데,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근로자가 고의로 이 사건 제품의 예정단가를 과잉 계상하였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나 업무처리에 있어 중대한 과실이 있었음이 인정되므로 이는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 경우에 해당되어 이를 이유로 직위해제처분을 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결하였다.
법원의 판결이유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원고(근로자)가 1995년도에는 전산시스템 도입설치계약의 실무를 맡아 보는 등 이미 전산시스템 도입 계약을 체결한 경험이 있었던 점, 1996년의 전산장비 도입설치계약은 그 계약금액이 1,956,266,000원에 이르는 거액이므로 개별 제품의 단가 등에 관하여도 충분히 주의를 기울였을 것으로 보이는데 단가가 34,333,000원인 이 사건 제품의 가격을 그 두 배인 68,666,000원으로 착각하였다는 것은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아니하는 점, 1996년의 전산장비 도입설치계약의 체결과정에서 이 사건 장비를 생산한 한국전자계산 주식회사(KCC) 및 그 공급대행을 한 HP가 특허기술정보센터로 수차 발송한 견적서의 기재로 보아 원고가 HP 및 KCC의 계약담당자들과 미리 담합을 하였던 것으로 의심할만한 정황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원고가 고의로 이 사건 제품의 예정단가를 과잉 계상하였다는 의혹이 크다. 한편, 원고가 전산장비에 관한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이 사건 제품의 세부내역까지 상세히 알고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고, 사전담합에 의하여 HP에게 부당한 이득을 주었다면 HP로부터 그에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받았을 것이나 이러한 사정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6800여만원 정도의 부당한 이득을 제공하고 그 중 일부를 반대급부로 제공받기 위하여 추후 감사 등에 의하여 적발되어 형사처벌까지 받게 될 위험을 감수하였으리라고 보기 또한 쉽지 않다. 위와 같은 상반되는 여러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비록 원고가 고의로 이 사건 제품의 예정단가를 과잉 계상하였다는 의혹을 완전히 불식시키기는 어려우나 위에서 본 정황들만으로는 역시 고의성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되고, 따라서 이 사건 제품의 예정단가가 과잉계상된 것은 원고의 사무착오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원고가 업무처리에 조금만 더 신중을 기울였다면 위와 같은 착오를 일으키지 아니하였을 것이고 또한 그로 인하여 회사가 입게될 손실이 적지 아니한 점에 비추어 보면, 근로자의 위와 같은 업무처리는 중대한 과실에 기인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보이므로,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대기발령 처분은 적법하다』
2. 당연면직 처분의 정당성 여부
재단법인은 ‘대기 중인 자가 3개월이 경과하여도 그 대기사유가 소멸되거나 해소되지 아니할 때 당연면직된다’는 인사규정에 따라 대기발령 후 3개월이 지난 2000. 5. 24. 이 사건 근로자에 대하여 당연면직 처분을 하였다.
이러한 직위해제처분에 이은 당연면직처분의 정당성 여부에 관하여 대법원은 ‘직위해제처분에 이은 당연면직처분은 이를 일체로서 관찰할 때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따라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시키기는 것으로서 실질상 해고에 해당되고, 그 처분에 있어서는 근로기준법에 의한 제한을 받는다고 할 것이나, 인사규정상 직위해제 처분을 받은 자는 그 자체의 효력에 의하여 일정한 조건 하에 당연면직처분을 당할 수 있는 상당한 개연성을 가지게 되고, 반면 당연면직처분은 직위해제 후 3개월 동안 직위를 부여받음이 없이 직위해제 상태가 계속됨으로 인하여 이루어지는 처분이므로, 일단 직위해제처분이 정당하게 내려진 경우라면 그 후 3개월의 기간 동안 직무수행 능력의 회복이나 근무태도 개선 등 직위해제사유가 소멸되어 마땅히 직위를 부여하여야 할 사정이 있음에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하는 등의 경우가 아닌 한 당연면직처분 그 자체가 인사권 내지 징계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다(대법원 1995. 12. 5. 선고 94다43351 판결 등).
이 사건에 있어서 중노위와 법원의 판정은 기본적으로는 위 대법원 판례의 견해를 따른 것으로 보이나, 심급별로 그 결론을 달리하였는바, 중노위와 고등법원은 당연면직 처분의 시점에서 이 사건 근로자에 대한 대기발령의 사유가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근로자의 직무수행능력 회복 등 직위해제사유가 소멸되어 마땅히 직위를 부여하여야 할 사정이 있음에도 합리적인 이유없이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어려워 이 사건 당연면직처분을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라고 판정한 반면, 행정법원은 대기발령기간 중 근로자의 직무수행능력부족 등의 직위해제 사유가 계속 존재한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합리적인 사유 없이 근로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하다가 3개월의 기간이 만료하였다는 사유만으로 당연면직처분을 한 것은 징계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고 대법원에서도 행정법원과 결론을 같이하여 이 사건 당연면직처분은 부당한 해고인 것으로 결론지었다.
가. 중노위 및 고등법원의 견해
① 중노위는 당연퇴직처리는 직위해제 후 3월간 직위를 부여받음이 없이 직위해제상태가 계속됨으로 인하여 이루어지는 처분이므로, 일단 직위해제처분이 정당하게 내려진 경우라면 그 후 3월의 기간동안 직무수행능력의 회복이나 근무태도개선 등 직위해제사유가 소멸되어 마땅히 직위를 부여하여야 할 사정이 있음에도 합리적인 이유없이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하는 등의 경우가 아닌 한, 당연퇴직처리 그 자체가 인사권 내지 징계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한 위 대법원 판례를 인용한 후, 이 사건 근로자에 대한 대기발령 기간이 3월을 경과하였지만 과다 지출된 금원에 대하여 회수가 되지 않은 상태였을 뿐만 아니라 가시적으로 회수가능성도 없었기 때문에 재단으로서는 근로자에 대한 대기발령을 취소할 수 없었던 사정이 있었고, 인사규정상 당연면직, 해고가 각각 독립하여 규정되어 있으므로 당연직처분을 함에 있어 따로 징계절차 등을 요하지 않으며, 그 밖에 대기발령을 취소할만한 특별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아 인사규정에 따라 3월이 경과된 시점에서 당연면직의 통보를 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정하였다.
그리고, 이에 덧붙여 중노위는 대기발령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제품가격 과다계상의 사유외에 이 사건 근로자가 재단의 계약업무처리요령에 위배하여 임의로 계약형태를 수의계약으로 하였고, 회사 컴퓨터 4대를 횡령하고, 공급업체에 구매정보를 미리 제공하는 등 근로자의 비위사실이 대기발령 처분이 있은 후 추가로 드러났다는 재단의 주장을 인정하였는바,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하여 보면 근로자의 업무수행능력이 현저히 부족하거나, 근로자가 고의로 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되므로 대기발령의 사유가 계속 존속하고 있어 이를 해제할 만한 사유가 없어 근로자에 대한 당연면직 처분은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라고 판정하였다.
② 한편, 고등법원은 피해액을 환수하기 위하여 변호사의 자문을 거쳐 HP의 담당자들과 수 차례 접촉을 하고 HP측에 대한 환수조치를 추진하는 문건을 기안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여 직무수행능력의 회복이나 근무태도의 개선이 이루어진 것이라 할 것인데도 재단이 직위를 부여하지 않고 3개월의 기간이 만료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당연면직처분을 한 것은 부당하다는 근로자의 주장에 대하여, 근로자 자신의 잘못으로 7000만원 정도의 대금을 더 지급하는 손해가 회사에 발생한 사실, HP측이 부당이득을 부인하고 환수를 거부하고 있는 사실, 근로자가 재단 등의 손해를 현재까지 변상하지 아니하였고, 구체적인 변상계획을 밝히지도 않음으로써 위 재단은 근로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당하여 위 소송이 현재까지도 계속되어 있는 사실 등이 인정되는바, 사정이 이러하다면 근로자가 거액의 손해를 발생시켰음을 자인하고서도 변상을 회피하고 그 환수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라 할 것이니 근로자 주장의 사유만으로 직무수행능력 회복이나 근무성적 향상 등 직위해제사유가 소멸되어 마땅히 직위를 부여하여야 할 사정이 있음에도 합리적인 이유없이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고, 따라서 대기발령기간 3개월 동안 직위부여 없이 위 기간이 만료하자 행하여진 이 사건 당연면직처분이 위법하다고는 할 수 없다고 판결하여 중노위와 견해를 같이 하였다.
나. 행정법원 및 대법원의 견해
이에 반하여 행정법원과 대법원은 이 사건 당연면직 처리는 근로자가 재단법인의 인사규정에 정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하여 직위해제처분을 받은 후 3월이 경과하도록 직위해제사유가 소멸되거나 해소되지 아니하였음을 사유로 같은 규정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것인바, 이와 같은 직위해제처분에 이은 당연면직처리는 이를 일체로서 관찰할 때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따라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으로서 실질상 해고에 해당하고, 따라서 그 처분에 있어서는 근로기준법에 의한 제한을 받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재단법인의 인사규정상 직위해제처분을 받은 자는 직위해제처분 자체의 효력에 의하여 일정한 조건 하에 당연면직 처리를 당할 수 있는 상당한 개연성을 가지게 되고, 반면 당연면직 처리는 직위해제 후 3월간 직위를 부여받음이 없이 직위해제 상태가 계속됨으로 인하여 이루어지는 처분이므로, 일단 직위해제 처분이 정당하게 내려진 경우라도 당연면직 처리 그 자체가 인사권 내지 징계권의 남용에 해당하지 아니한 정당한 당연면직 처분이 되기 위해서는 직위해제 처분 후 3월의 기간 동안 직무수행능력 부족이나 근무성적 불량 등 직위해제 사유가 존재해야 할 것이라고 판시한 후,
이 사건 근로자에 대한 대기발령 처분의 직접적인 원인이 이 사건 제품의 가격을 과다 계상하였다는 점에 있는 만큼 대기발령 기간 동안 근무태도 개선 등의 여지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구체적으로 근로자가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손실회복을 위하여 상당한 정도의 노력을 기울였는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물론 근로자가 이 사건 제품의 가격이 과다계상된 것에 대하여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므로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피해액 환수에 있어서도 근로자가 가장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나, 위 재단법인도 근로자 개인에게만 수습을 맡기기보다는 조직 전체의 차원에서 HP에 대하여 공식적인 대응을 하였어야 할 것인데, 이 사건 근로자는 자신의 실수로 과다 계상된 사실을 시인하고 그 피해액을 환수하기 위하여 변호사의 자문을 거쳐 HP의 담당자들과 수차례 접촉을 하는 등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위 재단법인 측에서는 공식적으로 HP에 대하여 피해액 회수를 위한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근로자에 대하여만 피해액의 변상을 요구하면서 근로자를 업무상배임 등의 혐의로 고소하고, 근로자를 상대로 피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옴에 따라 근로자가 위 재단법인에 대하여 손해를 변상하거나 구체적인 변상계획을 밝힐 수도 없게 된 사정을 알 수 있고, 그밖에 이 사건 직위해제처분 후 대기발령기간 중 원고의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 불량의 직위해제 사유가 계속 존재한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법인이 합리적인 사유 없이 원고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하다가 3개월의 기간이 만료하였다는 사유만으로 이 사건 당연면직처분을 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는 징계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다.
그밖에 대기발령처분이 있은 후 근로자에 관한 몇 가지 비위행위가 추가로 드러났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에 대하여는 이 사건 대기발령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은 이 사건 제품의 단가가 과잉계상되었다는 점이므로 원칙적으로 대기발령 및 당연면직 처분의 정당성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이 점에 한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지만, 대기발령의 사유 자체는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 자에 해당된다는 것이었으므로 대기발령 기간 중에 밝혀진 비위사실도 그것이 직무수행능력 또는 근무성적과 관련되는 것이라면, 적어도 당연면직 처분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추가로 밝혀진 비위사실도 함께 고려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재단측이 추가로 주장하고 있는 비위사실들은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또한, 위와 같은 비위사실들은 위 대기발령 기간 중이 아니라 그 이후에 밝혀진 사실들이라는 점을 들어 위 사유들은 이 사건 당연면직 처분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될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