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주용기
상생의 길을 찾은 군산 유일의 자연해안습지
주용기 환경운동가,
군산의 유일한 자연해안습지가 보존되는 상생의 길을 찾았다.
그동안 이 지역을 살리기 위해 활동을 했던 ‘금강하구둑 하류 갈대밭 습지보전 대책위원회((사)하천사랑운동, 군산환경운동연합, 조류보호협회군산지부, 한국야조회군산지회, 참여자치군산시민연대, 군산여성의전화, 민노당군산지부환경위, (재)군산환경사랑, 군산경실련, 군산YMCA)“가 높이 평가받아 지난 22일 해양수산부 장관 표창장을 받았다고 한다.
진행과정은 이렇다. 군산시가 지난해 8월 6일부터 내흥동 농경지의 침수를 방지하고 해안침식을 방지라는 목적을 내걸고 ‘금강하류 호안방지 침식공사’라는 명칭으로 총 35억원을 들여 1.6km의 호안제방 공사를 시작하면서 발생하였다. 군산지역 시민단체들은 이 지역이 군산에서도 유일하게 남은 500m 정도(금강하구둑에서 채만식문학관 뒤편까지)의 자연해안(면적 5,000평, 갈대과 갯벌로 구성)으로서 수많은 철새들과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대책위를 구성하고 반발하였다.
이에 군산시가 지난해 9월 6일 해당지역 주민들과 군산시민단체들과 만나 논의하는 자리에서 “전체를 직선으로 하여 제방을 쌓아 올리려다가 제방을 직선화하되 중간 중간에 구멍을 뚷어 바닷물이 유통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참석한 본인을 비롯한 군산시민단체들은 제방에 구멍을 뚷어 놓는다 하더라도 갈대군락지에 퇴적현상이 강화되고 제방을 따라 사람들의 왕래가 증가할 수 밖에 없어 새들이 서식하기 어렵다면서 기존에 내륙으로 휘어져서 존재하던 제방을 높이는 작업을 통해 군산시가 주장하는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군산시가 공사를 강행하려 하다가, 공사장에서 물리적인 충돌까지 빗기도 했다. 이렇게 서로의 주장이 팽팽히 맛서다가, 총 공사비의 절반을 지원했던 해양수산부 관계자가 지난해 9월 22일 워크샆에 참석함은 물론 직접 현장을 방문하였고 군산지역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그대로 반영하여 군산시를 적극 설득함으로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비록 군산시가 일방적인 공사를 시작하였지만, 군산시가 다행히 해양수산부의 의견을 받아들여 3개월만에 군산지역 시민단체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일부 나마 자연해안과 갯벌(연안습지)을 보존하게 되었던 점은 높이 평가받을만 하다. 결국 슬기로운 상생의 길을 찾은 군산시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앞으로 이와 같은 사례가 지자체와 시민단체가 갈등속에서도 슬기롭게 문제를 해결한 모범사례로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
공사 잔행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1월 21일, 다시 현장을 방문했다. 군산시는 약속대로 기존 제방을 높이는 공사를 하고 있었고, 바닷물은 많이 빠져 넓은 갯벌이 들어나 있었다. 공사장 소음이 나기는 했지만 다행히 보존되고 있던 바로앞 갯벌과 빠져나간 바닷물 수면엔 천연기념물 고니 12마리와 검은머리갈매기 3마리, 청둥오리 418마리, 붉은부리갈매기 29마리, 논병아리 1마리, 뿔논병아리 7마리, 흰비오리 3마리, 비오리 1마리, 쇠오리 130마리, 고방오리 8마리, 혹부리오리 100마리, 흰빰검둥오리 6마리, 흰빰오리 2마리, 재갈매기 3마리, 흰죽지 74마리, 댕기흰죽지 4마리, 넓적부리 1마리, 알락오리 4마리 등 18종에 806마리의 새들이 먹이를 찾거나 쉬고 있었다. 참으로 평화로운 관경이었다. 바닷물이 차 오르자, 갈대가 있는 지역까지 고니들이 몰려들었다.
현장을 둘러 보면서 군산시에 몇 가지 내용을 요청하고 싶다. 대략 1km 정도의 제방을 따라 나무판자나 지푸라기로 엮어 사람키보다 높게 깐막이를 설치하고 깐막이 중간에 새들을 숨어서 볼 수 있도록 구멍을 낸다면 좋겠다. 그렇게 하면 철새들이 제방을 왕래하는 사람들로부터 위협을 당하지도 않고,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철새들을 위협하지 않고 다가 오는 철새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게 된다. 설치 이후에도 당연히 철저히 관리해야 하겠다.
또한 군산시와 대책위가 협력하여 이곳을 습지보호지역 또는 조수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생태관광지로 활용한다면 서로가 더욱 상생하는 길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를 계기로 하여 군산시가 시민단체와 함께 생태친화적인 도시, 지속가능한 군산을 만들어가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 설명>
7607 : 금강시민공원에서 바라본 군산 유일의 자연해안습지(내륙쪽)
7608 : 금강시민공원에서 바라본 군산 유일의 자연해안습지(바다쪽)
7625 : 바닷물이 빠져 넓게 드러난 갯벌 가장자리와 바닷물 수면에서 먹이를 찾거나 쉬고 있는 겨울철새들
7616 : 금강시민공원 건너편에 최근 완공된 제방
7623 : 기존 제방을 높이는 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 대략 1km 정도의 제방을 따라 나무판자나 지푸라기로 엮어 사람키 보다 높게 깐막이를 설치가 필요하다.
0964 : 지난해 9월 22일 오후2시 35분경, 바닷물이 밀물때 높이자 제방 공사 구간에 몰려든 흑꼬리도요 무리
1167 : 지난해 9월 22일 오후에 실시된 ‘금강하류 습지보존을 위한 워크샆’ 모습
1111 : 지난해 9월 24일 오후12시 37분경, 자연해안습지 주변에서 가리맛조개를 잡고 있는 어민들
3227 : 지난해 10월 28일 오후4시10분경, 민물도요를 관찰하고 있는 제방 공사 인부들
3221 : 지난해 10월 28일 오후4시10분경, 제방 공사 인부들이 관찰하던 민물도요들
9967 : 지난해 12월 7일 오후에 제방 공사장에서 군산시민공원을 바라본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