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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억 포항남부경찰서장이 17일 새벽 공권력 재투입을 감행한 뒤 상황을 묻는 기자들에게 답변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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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본사를 점거한 건설노조와 경찰의 팽팽한 대치상황이 닷새째를 넘기고 있는 가운데 양측이 언론을 활용한 신경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민주노총 포항시협의회를 비롯한 노동단체는 16일 오후 남구 해도동 형산로터리에서 건설노조에 대한 경찰의 공권력 투입을 항의하는 집회를 벌이는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 수십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민주노총은 이날 집회가 끝난 뒤 "경찰이 던진 돌에 맞은 한 조합원이 의식불명 상태로 오늘 밤을 넘기기 힘들다. 부상자도 수십명에 달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각 언론사에 보냈다. 실제 조합원 하모씨(45)는 2차례에 걸친 뇌수술을 받았으나 의식 불명 상태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도 진압과정에서 발생한 부상자를 부랴부랴 파악, 언론사에 알리며 맞불작전에 나섰다.
경북지방경찰청은 이날 오후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경찰을 향해 돌과 쇠파이프를 휘둘러 대원 7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또 경찰은 자진해산을 종용하는 안내방송을 통해 17일 오후까지283명이 자진해 내려왔다고 밝힌 반면, 노조측은 환자 또는 급한 집안일로 20여명만 자진 귀가했다고 애써 축소해 대조를 이뤘다.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경찰병력의 움직임을 포착할 때마다 언론사에 상황을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과 노조측은 언론을 활용한 신경전에 나서면서도 때로는 극도로 경계하는 이중적인 잣대를 적용, 취재진의 불만을 사고 있다.
노조는 점거농성을 취재하는 언론에 대해 극도의 적개심을 나타냈고, 연일 포스코 본사 앞으로 몰려와 농성을 벌이는 가족들도 언론에 대한 편치 않은 심경을 드러냈다.
경찰도 마찬가지. 경찰은 16일 밤 공권력을 재투입하는 기습작전에 나서면서도 언론사에 알리지 않아 상황을 모르고 있던 기자들에게 항의를 받기도 했다.
경찰은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작전을 펼쳐야 추후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을 알려주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중요한 작전은 일일이 언론에 알릴 수 없다"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늘어놓아 취재 중인 기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