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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어린 여자선수들이 대한민국 축구역사를 새로 썼다.
26일 오전 7시(한국시각)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해슬리 크로퍼드 경기장에서 열린 U-17(17세 이하)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한국은 일본과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接戰) 끝에 5-4로 승리해 우승컵을 차지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최한 대회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우승을 차지한 것은 남녀 통틀어 17세 이하 여자 대표팀이 사상 처음이다. 1882년 축구가 한국 땅에 처음 선보인지 128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여민지(17·함안대산고) 선수는 대회 MVP(골든볼)와 득점왕(골든부트), 우승컵을 모두 품에 안는 3관왕의 영예를 차지했다. 여민지는 이번 대회 6경기를 치르면서 총 8골 3도움을 기록했다.
양 팀은 3-3으로 전후반 경기를 마쳤고, 연장전에서도 추가 득점없이 비겨 승부차기로 우승을 가렸다.
전반전 선취골은 한국이 넣었다. 한국은 경기 시작 6분만에 이정은(17·함안대산고)이 날린 중거리 슛이 그대로 일본의 골망을 흔들면서 기분좋게 경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일본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전반 11분 일본의 나오모토 히카루가 왼발로 날린 중거리슛이 골키퍼 김민아(17·포항여전자고)의 손을 맞고 골문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어 전반 17분 다나카 요코가 한 골을 추가하면서 2-1로 역전시켰다.
한국의 만회 기회는 전반 종료 직전 찾아왔다. 전반 46분 김아름(17·포항여전자고)이 일본 진영 중앙에서 찬 중거리 프리킥이 그대로 일본의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며 다시 동점을 이뤘고, 곧이어 전반전 종료 휘슬이 울렸다.
한국은 2-2 동점에서 시작된 후반전에서 시작 11분만에 가토 치카에게 추가골을 허용했다. 그러나 교체 투입된 이소담(16·현대정과고)이 후반 34분 호쾌한 중거리슛을 성공시키면서 다시 3-3 동점으로 따라 붙었다.
후반전을 3-3으로 마친 양 팀은, 이어 시작된 연장 전후반 30분 경기를 추가 득점없이 마쳤다.
일본의 선축으로 시작된 승부차기에서 1번 키커 다나카의 슛은 성공했지만, 한국의 1번 키커 이정은의 슛이 골키퍼에 가로 막히면서 한국은 위기를 맞았다. 한국과 일본은 5번 키커까지 나란히 골을 주고받으며 4-4가 됐다.
일본의 6번 키커 무라마츠 도모코의 슛이 크로스바를 때리며 기회를 잡은 한국 대표팀은 마지막 키커로 나선 장슬기(16·충남인터넷고)가 침착하게 일본의 골망을 흔들면서 한국 축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
어린 한국 여자선수들은 FIFA 주최 대회 남녀 사상 최초의 우승이라는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쓴 전사(戰士)들이었지만, 경기 전 데이비드 베컴과 악수를 하며 수줍어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소녀들이었다.
한국 선수들은 붉은색 상의에 파란색 하의를 입고 경기에 나섰다. 일본은 상하의 하얀색 유니폼을 입고 맞섰다.
전문가들은 결승전이 ‘창과 방패의 대결’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탄탄한 수비력으로 조별리그부터 단 6실점에 그친 일본은 ‘여민지를 봉쇄하느냐에 따라 결승전 향배가 갈린다’고 전망했다. 일본 중앙 수비를 맡는 다카기 히카리는 “한국 공격을 주도하는 여민지가 위험한 장면을 만들지 못하도록 사전에 막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는 수비가 강하다”고 말했었다.
우리 대표팀은 골 결정력이 뛰어났다. 조별리그부터 5경기에서 전체 슈팅(68개) 중 66%인 45개가 골문으로 향한 유효슈팅이었다. 유효슈팅 중 3분의 1이 골 그물을 흔들어 15득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