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는 하북성 탁주에 사는 고3 학생이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아버지를 여의고 날품팔이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홀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어느 가을밤, 유비가 어머니에게 집안 형편이 어려우니 대학을 포기하겠다고 말씀드리니, 어머니는 “운명이란 닭장에서 태어난 독수리와 같은 것이다.
유비 넌 닭으로 안주하고 싶니, 아니면 독수리로 비상하고 싶니?”라고 되물으시고는, 결심한 듯 말을 하셨다. “오랫동안 숨겨왔지만 이제는 말할 때가 된 듯싶구나. 너는 사실 한고조 유방의 후예이며 한경제의 아들 유승의 직계 자손이다. 네 몸에는 황족의 피가 흐르고 있다.”
유비는 너무 놀라 한동안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고, 가슴은 형용할 길 없는 자부심으로 가득 차올랐다. 그 후 유비는 입시 준비에 온 힘을 기울였고 마침내 장강대학 경영학과에 당당하게 합격했다. 유비는 대학교에서 스승인 노식 교수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그는 “마음이 있는 곳에 성공이 있다. 살면서 어떠한 어려움을 만나더라도, 진정한 열정만 있으면, 자원과 바람과 삶을 자신 쪽으로 끌어당길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라고 일깨워 주었다.
또 환영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매일 거울을 보며 미소짓는 연습을 하고, 친구들을 만나면 상냥하게 인사하며, 선한 동기를 가지고 타인을 돕고, 모든 사람을 너그럽게 대하며, 타인에게 이로운 일을 하면 결국 자신에게 이로운 일이 되어 돌아옴을 믿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었다. 유비는 이 가르침을 성실히 이행했다. 그 결과, 그는 학우와 교수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고 성격 좋은 사람으로 꼽히게 되었다.
훗날 유비는 여러 차례 혹독한 시련을 겪지만 그때마다 인재들이 힘이 되어주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인물이 관우와 장비인데, 그들은 대학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취업걱정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의형제(유비가 맏형, 관우가 둘째, 장비가 셋째)를 맺었다. 당시 유비는 ‘군자의 사귐은 물과 같이 맑다고 했다. 맑은 우정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겐 창업 시대를 주름잡고 호령하겠다는 포부가 있다. 우리 셋이 함께라면 두려울 게 없다. 우리, 힘을 모아 성공을 향해 달리자.’라고 말했다. 이 도원결의 이야기는 천하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창업 시대의 삼국지’는 이렇게 시작된다.
유비가 대학을 졸업할 즈음, 대학 부설 기업의 사장으로 부임한 동탁은 기업의 명칭을 ‘기묘실업’으로 바꾸고, 대강당에서 채용설명회를 열어, 기묘실업의 특허품인 ‘기묘IQ빗(특수 약품 처리를 해, 머리를 맑게 하고 IQ를 높여주는 제품으로 18만 원에 판매하고 있음)을 소개했고, 이어 회사의 보수(기본급 월 5백만 원에 실적에 따른 보너스, 교육비, 보조금 등은 별도) 등에 대해 설명했다. 유비, 관우, 장비는 1차 전형을 통과해 기묘실업의 인턴사원이 되어, 3일간의 ABC 적응 코스에 참가했다. 과정 중 실천 과제(인턴 기간 동안 기묘IQ빗 백 개를 판매하는 것)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경우 정직원으로 채용하고, 5백만 원의 기본급과 실적에 따른 보너스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또 과거 성공한 세 사람의 이야기 - 갑의 경우 가는 곳마다 스님들에게 욕을 먹고 쫓겨났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그 끈기에 감동한 동자승이 빗 한 개를 사주었고, 을은 바람이 센 절의 주지스님에게 신도들을 위해 불상 앞 방석마다 빗을 놓아두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설득하여 열 개를 팔았으며, 병은 사찰의 방장스님을 찾아가 신도들에게 늘 평안하시라는 뜻으로 선물(적선빗)을 마련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설득해 빗 천 개를 판 이야기 - 를 들려주고, 병이 바로 자기 동탁이라고 했다.
실천 과제 평가 결과 동료들은 모두 목표치를 초과 달성(여포는 999개를 팔아 판매왕으로 뽑힘)했지만, 유비, 관우, 장비 세 사람은 낙제였다. 세 사람을 사무실로 부른 동탁은 “자네들에게는 특별히 기한을 한 달 더 연장해주겠네. 자기가 사든, 누가 사든 상관없네. 회사는 실적만을 보고 영웅을 가리네.” 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다음 달에도 여전히 임무를 완성하지 못한 세 사람은 월급도 받지 못하고 쫓겨났다. 두 달 후, 세 사람은 서주무역에 취직했다. 월급은 백만 원에 불과했다.
2년 뒤 세 사람은 마케팅 전략 심포지엄에 참석했다가 우연히 여포를 만나, 그때 어떻게 매달 영업왕 자리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는지 물었다. 여포는 깔깔 웃으며 말했다. “‘스님에게 빗 팔기’이야기에 뭔가 이상한 게 없었나요? 이야기 속의 스님이 바보이거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멍청이거나 둘 중 하나겠죠. 또 그 이야기를 한 사람은 다른 의도를 잘도 숨긴 천재였구요.”
“하지만 당신은 빗을 999개나 팔았잖습니까? 999개를 사려면 수억 깨졌을 텐데, 그 돈이 어디서 난 거죠?” 여포가 웃으며 말했다. “사업적인 두뇌가 있는 사람들은 바보와 멍청이에게 주의를 기울입니다. 동탁이 그랬고, 나 여포가 그랬죠. 동탁은 5백만 원의 월급을 미끼로, 자기 돈을 박아 넣을 영업사원들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나 역시 그 점을 본받아, 날 위해 돈을 박아 넣을 사원들을 모집했던 겁니다. 그런데 왜 999개냐고요? 병(동탁)의 기록이 천 개였잖아요. 그 기록을 깨면 동탁의 기분이 좋겠습니까? 동탁, 아니 나의 아이디어로 개발한 ‘스님 영업 전략’은 보험 등 여러 업종에 전파되었고, 어떤 이들은 이름을 바꿔 ‘무점포 영업’이나 ‘특별 경영’이라 부르기도 하지요.”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어느 날, 초선의 스캔들이 터졌다. 동탁의 세컨드인 초선을 놓고 줄다리기하던 동탁과 여포가 풍의정에서 격한 몸싸움을 벌였는데, 흥분한 여포가 동탁을 죽이고 만 것이다. 여포는 과실치사죄로 유기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나무통 법칙, 컨트롤 게임, 당근의 종류와 용도
서주전기 사장 도겸은 유비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명석한 두뇌, 원만한 대인 관계, 심지어 어리숙해 보이는 외모까지도 마음에 들었다. 도겸은 몇 차례 유비를 불러놓고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회사를 물려줄 뜻을 내비쳤다. 다른 사람 같으면 기뻐 만세라도 불렀을 일이지만 유비는 달랐다.
“저도 사장님의 뒤를 이어 사장님께서 못다 이루신 꿈을 이루어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다만 저는 불공정해 보일 수도 있는 절차로 인해 회사 운영이 자칫 파행으로 치달을까 염려됩니다.”라고 말하며 ‘나무통 법칙(나무통에 얼마만큼의 물을 담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나무판 하나하나의 길이, 나무판 사이의 결합 강도 등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나무판 사이의 틈이 벌어져 있으면 그곳으로 물이 새어나갈 테니 물을 채우는 것은 그만큼 힘들어진다)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하지만 도겸은 날로 노쇠해짐을 느끼면서, 회사의 경영권을 유비에게 넘겨주리라 마음을 굳혔다. 그는 총무부 미축 부장과 기획부 진등 부장을 불러 비밀회의를 열었고, 결국 진등의 의견을 받아들여, 유비에 비해 적당히 처지는 후보 두 명을 붙여주는 경선을 통해 유비를 사장 자리에 앉히기로 했다. 그러나 도겸은 비밀회의 후 일주일이 채 못 되어 쓰러지고 말았다. 도겸이 죽자 미축과 진등은 도겸이 남긴 후보자 명단으로 경선을 치렀고 유비는 순조롭게 사장이 되었다.
사장이 된 유비는 시급히 사내 분위기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어, 진등의 의견을 받아 들여 사원 만족도 조사를 했다. 사원 만족도 조사의 효과는 예상대로였다. 사람들은 겸손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졌고, 이후 신임 사장에 대한 태도도 눈에 띄게 정중해졌다. 회사는 신선한 기운이 넘쳤다.
유비가 시행한 ‘사원 제 발 저리기’ 계략은 잠깐 회사의 열을 내리는 방법에 불과하고,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자기가 할 일을 찾아내도록 하는 처방을 해야 하는데 여기에 필요한 것이 바로 ‘포상’이다. 미축은 유비에게 토끼 왕국 이야기를 통해 이를 효과적으로 설명했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토끼 대왕은 현명한 통치자였으므로 토끼 백성들은 부족함 없이 풍요롭게 살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일토끼들이 물어오는 먹이가 현저히 줄었다. 조사 결과, 일부 일토끼의 게으름 탓으로 드러났고, 이런 게으름이 다른 부지런한 토끼들에게 전염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토끼 대왕은 개혁의 필요성을 느껴 우수한 토끼에게 특별상으로 고급 당근을 하사하겠다고 선포했다. 첫 포상자는 어린 회색 토끼였는데, 이 일은 일대 파장을 가져왔다. 토끼 몇 마리가 “대왕, 어찌하여 그 어리고 무지한 놈에게 상을 내리시는 겁니까?”라고 읍소하여 대왕은 조용히 타일렀다.
“작은 토끼의 행실이 가상하지 않은가. 그대들도 열심히 살면 당근을 받게 될 걸세.” 시간이 흐르면서 숱한 토끼들이 당근 받는 요령(대왕 토끼의 눈에 들기만 하면 됨)을 터득해, 거짓을 고하고, 사기 행각을 펼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토끼 대왕은 만연한 폐단을 뿌리뽑기 위해, 포상 법칙을 다시 제정했는데, 획득한 먹이량에 따라 포상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토끼들의 업무 태도는 바뀌었고 업무 효율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러나 토끼들의 업무 효율이 다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원인은 토끼 왕국 부근의 먹이 공급원이 과도한 개발로 인해 황무지로 변해버린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새로운 먹이 공급지를 찾아보겠다고 나서는 토끼가 하나도 없었다. “대왕, 수량만 중시하는 졸속 행정은 근시안적인 성과주의를 조장하며 토끼 사회의 장기적 발전을 해치는 일이오니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흰토끼가 목숨을 걸고 진언했다.
대왕은 일리가 있다고 여겼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회색 토끼 소소가 아파서 하루 할당량을 채우지 못했는데 친구 도도가 제가 딴 버섯을 선뜻 내준 일이 있었다. 대왕은 이 소식을 접하고 도도의 선행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고 한 개만 주어야 하는 당근을 두 개나 줘버렸다. 이 일은 삽시간에 왕국 전체로 퍼져나갔다. 여기저기서 토끼들의 불만에 찬 소리가 들려왔다. “난 도도보다 더 열심히 일했는데 이게 뭐야?”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고액의 포상이 없으면 아무도 일하지 않을 판이었다. 토끼 대왕은 급한 마음에 토끼 무리를 위해 공헌할 지원자에게는 지원 즉시 그 자리에서 고급 당근을 광주리로 주겠다고 선포했다. 방이 붙자 지원자가 몰려들었다. 그러나 지원자들 가운데 기간 내에 임무를 완수한 토끼가 한 마리도 없었다. 토끼 대왕이 화가 나서 지원자들을 나무라자 지원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당근을 미리 받으니 누군들 열심히 일할 마음이 들겠습니까?”
아울러 미축은 돈이 들지 않는 공짜 당근들 - 얼굴 내밀기, 관심 보이기, 관심 있는 척하기, 특별한 선물 주기, 도전적인 임무 주기, 상장 수여하기, 직원들과 식사하기, 목표 수립의 기회 주기, 희생정신 고양하기, 사원들을 경쟁시키기 - 이 있다는 것도 조언했다.
유비는 당근의 영양을 신속히 흡수해 자기 것으로 소화했다. 그리고 당근에 관한 지식을 집대성하여, 자본이 들지 않으면서도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켜 재미있게 일할 수 있도록 만든 ‘슈퍼 당근 게임(규칙 : 각종 흥미진진한 당근을 늘어놓고, 업무에서 특출한 성과를 거두었을 때 상사나 동료가 추천하면 영예 포인트를 제공하며, 영예 포인트가 모이면 회사에서 현금이나 현물 상품, 여행 상품 등의 선물로 바꾸어준다)’을 기획했다.
예상대로 슈퍼 당근 게임에 대한 직원들의 호응은 대단했다. 얼마 안 가 직원의 99퍼센트가 포인트를 얻고, 그중 12퍼센트가 포인트로 상품을 타갔다. 서전을 승리로 장식한 유비는 사장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잡았고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부지런한 일개미의 고뇌, 여포의 쓰라린 눈물
5년간 옥살이를 마치고 출옥한 여포는 유비가 서주전기의 사장이 되었고 회사도 꽤 잘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내 이력서를 보냈다. 유비는 여포를 채용하기로 결심하고 진등과 상의했다. 진등은 “사장님께서 고생이 많으시다는 것은 한편으로 회사의 관리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시스템이 확립되어 있지 않으니, 사람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까봐 걱정하고, 그러다 보니 아예 직접 하는 게 낫겠다 싶은 거지요. 이러면 직원들은 업무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잃게 됩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미축이 알려 드린 열 가지 공짜 당근 외에 제가 사장님께 공짜 당근 하나를 더 알려드리죠. 열 한 번째 당근은 권한 대행입니다. 여포가 되었든 그 누가 되었든 사장님은 인재를 영입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장님은 직원 전체를 이끄는 분으로서 사람 고르는 눈도 있어야 하고, 인재를 적재적소에 쓰는 능력도 갖추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권한 대행의 예술입니다. 권한 대행의 최대 장애물은 관리자 자신에게 있고, 장애물을 극복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규모가 커지고 관리 시스템도 복잡해지고 있어, 이제 권한 대행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사실, 장비와 관우가 말렸으나, 여포를 받아들이고자 한 데는 다른 속셈이 있었다. 최근 매스컴에서는 기업 CEO를 조명하며 창업 열풍을 조성하고 있는데, 이럴 때 여포만 있으면 언론 플레이의 득을 볼 수 있겠다 싶었다. 일석이조 정책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특히 언론의 효과는 폭발적이라 할 수 있었다.
각종 매체에 여포의 파란만장한 스토리가 소개되었고, 여포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렸으며 서주전기의 기업 이미지도 수직 상승했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유비는 득의양양해 회사의 모든 일을 뒤로 한 채, 미축의 여동생과 결혼식을 올리고 머나먼 이국의 섬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유비가 주판알을 튕기고 있을 때, 여포는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던 것을 그 누가 알겠는가? 업무 추진력도 대단하지만 자산 운용의 천재이기도 한 여포는 마케팅 업무를 주관하며 서주전기의 실력파로 떠올랐고 1년 만에 회사 재산을 모두 빼돌렸다. 그리고 유비가 자리를 비우자마자 본색을 드러냈다. 여포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서주전기를 인수하여 유비의 방에 들어앉았고, 유비에게 조그만 온정을 베풀어 소패 영업소 소장 자리를 내주었다. 유비가 사장에서 소장으로 추락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떠났다. 진등은 반년 정도 숨을 죽이고 있다가 욱일승천하는 조조 쪽으로 갈 준비를 했다.
떠날 즈음, 진등은 일부러 소패 영업소에 들러 유비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유비는 한숨을 내쉬며, 무엇을 잘못했는지 물었다. 진등은 “기업의 책임자로서 어느 선까지 권한을 대행하게 할지 반드시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권한 대행은 자신의 권한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권한 대행을 통해 자신의 권한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번 일의 가장 큰 잘못이라면 바로 당근을 내밀면서 채찍까지 내팽개쳤다는 것이지요. 누차 강조하지만 관리는 컨트롤 게임입니다.” 유비는 만감이 교차했다. 두 사람은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유비는 이후 진등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파도를 부릴 줄 알았던 훌륭한 인재였으나 폭풍우 거센 바다에서 조용히 스러지고 만 것이다.
여포는 사장이 되었고 과거의 부귀영화를 되찾았지만 왠지 모르게 초조했다. 서주전기를 완전히 장악했는데도 어딘지 불안한 구석이 있었다. 유비가 사장이었을 때는 문제가 좀 있어도 매출은 꽤 높았는데, 자신이 사장이 된 이후로는 여기저기 구멍 투성이어서 돈이 술술 나가고 있었다. 여포는 이미 조조에게 수 차례에 걸쳐 돈을 빌렸지만 회사는 쇠퇴일로였다.
회사가 적자 경영인 것은 직원들의 업무 효율이 낮기 때문이며, 직원들의 업무 효율이 낮은 것은 인재가 빠져나가고 없기 때문이었다. 여포는 이리저리 상황을 재보고 가망이 없다고 판단, 조조에게 서주전기 인수를 제안했다.
조조가 유비에게 의견을 물었고, 유비의 대답은 이랬다. “서주전기는 부채 상환 능력도 없는 회사인데 매입할 이유가 있습니까? 여포가 얼마나 악랄한지 모르십니까? 은혜를 원수로 갚는 자란 걸 명심하십시오.” 조조는 서주전기 매입 건을 없었던 일로 하고 해결사들을 보내 빛 독촉을 했다. 결국 조조의 해결사들이 그의 숨통을 끊어놓고 말았다. 간웅 여포는 이렇게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조조의 인재론, 사냥꾼의 자원은 사냥개
동한공사의 조조는 권모술수에 능한 인물로 자본 운용에 탁월한 감각을 지녔으며, 최근 정부 지원 하에 M&A를 통해 회사를 단기간에 농업, 공업, 상업 및 금융 등의 분야를 아우르는 우량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동한공사는 최근 채권자의 자격으로 서주전기를 인수한 후, 서주전기의 생산 라인을 이용하여 가전제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유비, 관우, 장비 등 일단의 임직원들은 동한공사에 편입되었다.
동한공사 이사회 회장인 한헌제와 유비는 유씨 종친이었는데, 유비는 한헌제의 추천으로 동한공사 이사회의 이사가 되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거대 법인의 모습과 달리 이사회는 유명무실했으며 회사의 실권은 조조의 손에 있었다. 여러 가지 일을 겪은 유비는 신중한 성격으로 변해 있었다. 그는 조조가 무섭고 잔인한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몸을 깊게 사리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경천동지할 만한 사건이 일어났다. 유비가 동한공사의 기밀 자료를 백업해 사라진 것이다. 그간 유비의 연기도 감쪽같았지만, 유비가 야심을 숨기고 있을 거라 생각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던 조조로서는 충격이 크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TV관련 핵심 신기술을 빼갔다는 사실에는 치를 떨었다. 당시 조조는 대형 TV 브라운관 생산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 후 유비는 황족마케팅사를 설립하고, 대형 TV 브라운관 생산라인을 구축한 형주그룹과 협력하여 이 분야 톱을 노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조조는 가전제품 시장에 사활이 걸려 있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고자 했다. 새로운 CI는 하늘을 나는 새의 형상이었고, 이 CI 홍보를 위해 날개를 활짝 펼친 거대한 새의 동상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이 동상이 세워진 곳을 ‘동작대’라고 불렀다. 조조는 제품의 네이밍 작업에도 직접 참여했다. 브랜드명은 과거 영웅을 논하던 기개를 반영하는 뜻에서 ‘영웅’으로 낙점하였다. 동작대 준공식이 있던 날 저녁, 조조는 「기업신문」 편집장 양수를 만나 차를 마시며 대담했다.
대담 중 양수는 관리학의 발전 단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동탁이 잘 나갈 때 휘하에는 여포 한 사람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크는 것을 보며 그냥 내버려두었다가 결국 풍의정 사건까지 일으켜 회사를 무너뜨리지 않았습니까?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과학적인 관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원소는 동탁보다 현명하여 치열한 내부 경쟁 메커니즘을 도입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관리학의 발전 제2단계인 경쟁 메커니즘의 탄생입니다.
조 총재님은 실적 평가와 논공행상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것이 바로 관리학의 발전 제3단계입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총재님의 탁월한 관리 능력은 제3단계에서 머무르지 않고 계속 발전했습니다. 이윤 배당 정책과 양로 지원금 정책은 인재를 잡아두는 데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관리학 발전의 제4단계입니다.
이런 정책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먹힙니다. 하지만 예외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총재님께서 결코 섭섭하지 않게 유비를 대했음에도 불구하고 훌쩍 떠나지 않았습니까? 이제 관리학도 제5단계로 발전해 나가야 합니다. 저는 회사에 ‘사원창업지원센터’를 만들어 직원들의 창업을 지원하라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회사는 가까운 곳에 투자 기회가 넘쳐 좋고, 직원들은 창업 프로젝트를 통해 성공의 쾌감을 맛볼 수 있어 좋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고’가 아니겠습니까?
직장을 내 것으로 만드는 생존 전략, 시(時) 테크
그즈음 TV 시장에서는 영웅, 황실, 소패왕 세 브랜드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다. 당시 졸업반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기업가는 단연 황족사 사장 유비였는데, 동오대학에서 초청 강연회가 열렸다.
유비의 강연 내용은 첫째, 사원으로서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는 5가지 방법(게으름을 부리지 말라, 근무시간을 이용해 사적인 일을 보지 말라, 일할 때 잡담하지 말라, 너무 튀는 옷을 입지 말라, 회사 물품을 탐내지 말라)에 관한 것이었고, 둘째, 직장 정글에서 살아남는 비결(일을 무서워하지 말고 용감하게 맡을 것, 업무에서 즐거움을 찾을 것, 어려움을 만났을 때 적극적인 태도로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 강력한 팀 의식을 가질 것, 배우는 자세를 몸에 익힐 것)에 관한 것이었다.
셋째는, 직장 내 5대 구제 불능(유언비어 제조기, 불평대왕,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아첨꾼, 예쁜 척하는 여우)과 자구법에 관한 것이었고, 넷째는, 유비가 직장 내 미녀를 싫어하는 5가지 이유(천성적인 우월의식, 사회의 부정부패 야기, 껍데기만 화려한 속 빈 강정, 교통 안전의 적, 분란의 씨앗)에 관한 내용이었다.
강연이 끝난 후 연회석에서 손상향(동오대학 이사장 오국태의 딸이자 손권의 여동생)이 유비를 힐난하며 대체 무슨 까닭으로 미인을 그토록 폄하하는지 따져 물었다. 유비는 손상향에게 명함을 건네주며, 친구로 지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곁에 있는 오국태가 웃으며 물었다. “미녀는 질색이라면서요?” 유비는 변명처럼 말했다.
“저는 두 부류의 미녀를 싫어합니다. 미모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있는 미녀와 너무 아름답지만 다가갈 수 없는 미녀죠.” “그럼 우리 딸은요?” “세 번째 부류입니다. 너무 아름답고, 다가갈 수 있을지 아직 알 수 없는 부류요.” 주위 사람들이 모두 웃었다.
손상향은 눈부시게 아름다우면서도 씩씩했다. 이처럼 아름답고 똑똑한 여자가 무엇이 아쉬워, 반백에 가까운 중년 남자에게 마음을 주려 하겠는가? 손상향과 결혼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장애물 - 나이차와 경제력 - 을 극복해야만 한다고 생각한 유비는 호텔 침대에 누워 전전반측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스탠드를 켜고 「형주일보」를 펼쳤다.
저명 매니지먼트 컨설턴트 제갈량이 시간 관리 이론을 공개했다는 기사 하나가 눈에 띄었다. 기사를 끝까지 읽으며 퍼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시간 가치’를 마구 높일 묘안이 없을까? 고민하던 유비는 제갈량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로 결심하고, 비서 손건을 시켜 제갈량에게 면접통지서를 발송했다. 하지만 제갈량은 감감무소식이었다. 유비는 고민하다가 미축을 시켜 채용통지서를 보냈다. 채용통지서가 발송된 지도 어언 한 달. 역시 잠잠했다.
급한 나머지 유비는 직접 제갈량을 찾아갔다. “와룡 선생께서는 시간 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시간이 소중합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상담료는 시간당 10만 원입니다. 고민이 뭡니까?” “시간 가치를 최대한 빨리 증대시키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시간 가치 증대는 시스템의 문제지요. 먼저 목표를 명확히 하십시오!” “목표라? 내 목표는 손상향의 마음을 얻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나이가 들어서야 젊은이들과 경쟁이 되겠습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손상향을 설득할 방법은 내 시간 가치를 높이는 길밖에 없어 보이는데….” “그런 목표라면, 시간 가치 향상의 폭은 클 수가 없습니다. 도움을 청할 필요도 없지요.”
“그럼 어떤 목표를 설정해야 합니까?” “사회 발전을 위해 뛰는 경우가 개인의 행복을 위해 뛰는 경우보다 시간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장님은 기업 대표로서 국가 발전에 이바지해야 할 분입니다. 공익을 위해 일한다는 이미지가 형성될 때, 개인의 브랜드 가치를 최대화할 수 있고, 그때 비로소 시간 가치를 최대화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손상향은 포기해야 합니까?” “사장님의 사회적 지위가 공고해졌을 때, 손상향이 사장님을 거절 할 수 있을까요?” “알겠습니다. 남자는 세상을 정복함으로써 여자를 정복하고, 여자는 남자를 정복함으로써 세계를 정복한다는 말씀이죠?”
“역시 하나를 말씀드리면 열을 간파하시는군요. 사장님을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래야 저도 편한 마음으로 컨설팅비를 받지요. 시간 가치의 향상은 쉬운 말로 해서 짧은 시간에 돈을 많이 버는 것입니다. 이 목표에 도달하는 유일한 방법은 남이 이룬 기반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죠. 조조가 재벌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원소의 하북그룹을 빼앗았기 때문입니다.
사장님께서도 형주그룹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십시오.” “하지만 형주그룹을 손에 넣는 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이겠습니까?” “목표가 섰으면 전략을 구상해야지요. 낙타와 천막 이야기를 들으면 힌트가 될 겁니다.”
차가운 모래바람이 몰아치는 거대한 사막. 낙타 한 마리가 집을 찾아 헤매다가 천막 하나를 발견했다. 낙타가 천막 주인에게 애원했다. “아저씨, 밖이 너무 추워서 그러는데, 머리만 좀 녹이면 안 될까요?” 주인은 쉽게 허락했다. 시간이 지나자, 낙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저씨, 너무 춥습니다. 어깨까지만 들어가면 안 될까요?”
낙타가 가여웠던 주인은 역시 허락했다. 낙타는 주인에게 조금만 더 들어가게 해달라고 재차, 삼차 요구해 몸 전체를 천막 안으로 들이밀 작정이었다. 주인은 낙타의 험상궂은 얼굴이 마음에 걸렸지만, 죽음의 사막 가운데서 함께 지낼 동료가 있다고 생각하니 안심이 되었다. 주인은 고민 끝에 몸을 돌려 낙타 몸이 다 들어올 수 있는 자리를 내주었다. 낙타는 몸을 녹이고 원기를 회복하자 귀찮다는 듯 내뱉었다. “주인양반, 천막이 좁아 움직일 수도 없잖소. 당신이 좀 나가줘야겠소.”
“사장님, ‘낙타병볍’으로 형주그룹을 손에 넣은 후, 같은 방법으로 익주그룹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조조와 국내 최고 재벌 자리를 다투십시오. 그때가 되면 손상향이 먼저 달려오지 않고 배기겠습니까? 우선 컨설팅비부터 주실까요?” “지금은 돈이 없네요. 제가 국내 제일의 재벌이 되어 백 배 천 배 만 배로 드리면 어떨까요?”
제갈량은 고개를 숙인 채 한참 말이 없다가 고개를 들며, “그렇다면 먼저 전국 최고 갑부로 만들어드려야 될 텐데…. 목표가 있고 전략적 구상이 있다면 그 다음에는 전략을 어떻게 실현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유비는 속으로 돈을 지불했으면 이 이야기가 안 나왔겠구나 하고 안도하며 물었다. “전략적 구상은 어떻게 실현해야 하지요?”
“전략적 구상을 실현하는 것은 아주 방대한 프로젝트입니다.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 관리 기교(시테크)를 익힐 필요가 있지요. 시테크는 대략 상, 중, 하 세 등급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가장 하층 레벨의 관리 기교는 메모지나 수첩을 이용하는 거죠. 중간 레벨에서는 업무 스케줄 표나 일정표 등을 강조합니다. 상층 레벨에서는 업무의 경중과 완급을 따져 중요하고 급한 일부터 처리하는 거죠. 이 세 가지 레벨에서 업무량과 업무의 전문성에 따라 권한 대행이 필요합니다.”
제갈량이 큰 소리로 사환을 불러 큰 돌과 작은 돌, 모래, 그리고 물 한 통과 20리터들이 드럼통을 준비시켰다. 그리고 드럼통을 가리키며 말했다. “상층 레벨의 시테크는 바로 이 안에 있습니다. 이 통의 최대 부피는 한 사람이 일정 기간 동안 할 수 있는 최대의 업무량을 상징합니다. 작은 돌(A)은 중요하고 급한 일, 큰 돌(B)은 중요하지만 급하지는 않은 일, 모래(C)는 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을 일이라고 칩시다. 그리고 물(D)은 중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은 일입니다.
유 사장님은 평소 어떤 일을 가장 많이 하십니까?” “당연히 A죠.” 제갈량은 통에 작은 돌을 가득 집어넣었다. 그러자 당연히 큰 돌 넣을 자리가 없었다. “방법을 바꿔볼까요?” 그는 큰 돌을 하나씩 통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몇 개 안 들어갔는데 벌써 꽉 차버리고 말았다. “이제 아무것도 넣을 수 없겠지요?”
유비가 대답했다. “그렇죠.” 그러자 제갈량은 작은 돌을 한 움큼 집어 큰 돌이 가득 든 통 위에 올려놓고는 천천히 흔들기 시작했다. 작은 돌이 틈새로 쏙쏙 들어갔다. 이러기를 수 차례, 작은 돌 한 상자가 드럼통에 모두 들어갔다. “이제 드럼통엔 아무 것도 넣을 수 없겠지요?” “그, 글쎄요, 더 들어가려나?” 유비는 또다시 무안을 당할까봐 조심스레 대답했다. 제갈량은 모래 상자를 들어올려 드럼통 위에 천천히 붓고는 통을 천천히 흔들었다. 30초 후, 모래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제갈량이 다시 물었다. “드럼통은 이제 꽉 찼을까요?” “아…. 아뇨.” 유비는 아니라고 대답했지만 솔직히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고 있었다. “맞습니다!” 제갈량은 흥분한 듯 소리치더니 물통을 들어 드럼통에 부었다. 물 한 통이 다 들어갔다. “아! 상층 레벨에서 업무를 효율적으로 분류, 처리하는 것이 바로 이거군요!” “역시 대단하십니다.
실험을 통해 드럼통이 작은 돌과 모래와 물로 가득 차 있다면 큰 돌은 아예 넣을 기회조차 없다는 것을 보셨습니다. 그러나 큰 돌을 먼저 넣으면 예상치 않았던 공간이 생겨 다른 것들까지 다 넣을 수 있죠. 따라서 효율적인 시테크는 큰 돌, 작은 돌, 모래, 물을 구별하여, 큰 돌을 제일 먼저 넣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큰 돌에 집중하는 사람은 대세의 흐름을 읽고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며 신속 정확한 판단을 내립니다. 자제력도 있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 때문에 삶의 균형도 잃지 않지요. 이런 사람만이 큰일을 이룰 수 있습니다.”
유비는 제갈량을 바라보며 더없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 황족사는 아직 규모도 작고 형주그룹에 예속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천하제일의 갑부가 되겠다는 포부를 위해 선생을 모시고 싶습니다.”
“저는 이곳 와룡강에서 프리랜서로 지내는 것이 편안합니다. 제가 유 사장님 밑에서 일할 이유라도 있나요?” “저의 제안을 거절하면 오늘 컨설팅비는 영영 못 받을지도 모릅니다. 또 제가 최고 재벌이 되는 날, 선생은 관리 컨설턴트로서 세상에 이름을 떨칠 수도 있습니다.” 제갈량은 몹시 난감해 하더니 와이프의 허락이 떨어져야 유비의 제안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지피지기의 마케팅 전략
제갈량은 황족사의 관리 고문으로 마케팅 부서를 만들어 관리하기로 했다. 이즈음 황실 TV의 판매가 전에 없이 급감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제갈량은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 곧장 유비의 사무실로 달려갔다.
“최근 조조가 하후돈을 형주지역 영업 총책임자로 발령하고,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고 합니다. 우선 고객과의 접점이라 할 수 있는 쇼핑몰에서 고객 확보에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판촉 기획안을 올렸다. 유비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가 이윽고 기획안에 사인을 했다.
이 안에 따라, 여대생을 아르바이트로 모집하여, 전문가 뺨치는 내레이터 모델로 훈련시켰고, 박망파 무역센터에서 조조와 일전을 벌이기로 했다.
무역센터 광장에는 ‘중추 보름달은 황족의 마음입니다’라고 쓴 대형 광고판이 설치되었고, 황족사의 황실 시리즈 제품이 전시되었다. 무역센터 건물에는 붉은색 초대형 현수막이, 현수막 위쪽엔 금색으로 ‘명품 브랜드 황실TV', 아래쪽엔 흰색 글씨로, ‘황족은 언제나 놀라운 기쁨을 드려요’란 멘트가 걸렸다. 무역센터 출입문과 광장에는 아름다운 내레이터 모델들이 지나는 사람들에게 1만 원짜리 황실 시리즈 제품 할인권을 배포했다. 광장 한 켠에서는 황실 시리즈 제품을 구매한 영수증을 보이면, 고급스럽게 포장한 월병 한 상자를 나누어주었다.
이벤트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제갈량은 대승을 거두었다. 추석 이벤트의 성공에 힘입어 회사 분위기도 180도 달라졌다. 영업비가 들어 원가는 상승했지만, 매출 상승폭이 워낙 큰 까닭에 상당한 이익을 냈다. 추석에서 설날까지 제갈량은 거의 매달 새로운 판촉안을 실행에 옮겼다.
여자의 마음을 공략하는 연애병법
한편 유비는 손상향의 마음을 사로잡을 비결이 없는지 제갈량에게 물었다. “당연히 있지요. 바로 마음을 공략하는 거죠. 마음 공략은 말은 쉬울지 몰라도 대상에 따라 차별화되어야 하기 때문에 사실 무척 어렵습니다. 여자의 마음을 공락하는 차별화 서비스란 여자의 개성을 파악해 그에 맞게 애정 공세를 펼치는 것을 말합니다. 사실 여자들은 남자를 고를 때 외모보다는 남자가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자신도 원하는‘이익’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고객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고객이 아닌 이상 고객의 이익이 무엇인지 어떻게 알 수 있죠?” “시장조사가 한 방법입니다. 제 연구물 중에 고객의 이익을 분류한 리포트가 있습니다. 제목은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열두 가지 자극점(정보의 획득, 삶의 가치 재평가, 보다 자신감 있는 삶의 추구, 사회적 지위의 향상, 삶의 질 개선, 무리에 속하려는 바람, 재미, 자극, 호기심 만족, 편리함, 최고가 되고 싶은 욕구, 승리의 쾌감, 마음의 전달, 생활의 지혜)’입니다. 마케팅은 반드시 고객의 자극점을 타깃으로 전개되어야 합니다. 고객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자극점을 드러내 보이고, 젊은 여자들은 자기 짝을 찾을 때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애정 소비관’을 드러내 보입니다.”
“손상향의 개성을 어떻게 파악하죠?” “고객의 자극점을 알기 위해서 설문지를 돌리지 않습니까? 손상향의 개성도 설문지로 알아볼 수 있죠. 제가 오늘 밤 안으로 만들어볼 테니 내일 그걸 가지고 직접 시험해보십시오.” 다음날 오전, 유비는 이메일로 제갈량의 자료를 받았는데 다음과 같았다.
PART 1 길을 가는데 갑자기 비가 온다. 당신은 어떤 색깔의 우산을 사겠는가?
① 빨간색 ② 오렌지색 ③ 노란색 ④ 초록색 ⑤ 파란색 ⑥ 보라색 ⑦ 흰색 ⑧ 검은색
유비가 즉시 손상향에게 설문을 보냈더니, 손상향은 빨간색을 골랐다. 유비는 색깔에 따른 성격과 프로포즈 방식을 살펴보았다.
빨간색 - 정열적인 스타일로 뜨겁게 불타오르는 사랑을 기대한다. 또 친절하고 언제나 생기로 충만해 있고, 충동적이며 돈을 잘 써서 손이 크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녀는 당신의 생활을 열정으로 채워주지만, 그녀를 만족시키기 위해 반드시 정력과 재력을 두루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녀를 정복하는 최선의 방법은 그녀와 함께 사냥을 하는 것이다.
넓은 들판에서 함께 들짐승의 발자국을 쫓고 위험한 고비를 넘기며 짐승을 포획하는 기쁨을 누려라. 그리고 승리의 축하주를 들이켜는 순간 그녀에게 고백하라. ‘태양처럼 뜨거운 내 사랑을 받아주시오. 당신에게 찬란하게 눈부신 자유를 주겠소!’
유비는 손상향에게 원시림 보존 구역인 신농가로 사냥하러 가자고 제안했다. 손상향은 흔쾌히 수락했다. 그러나 유비는 총기 소지 허가증이 없어 신농가에 발도 들여놓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그들이 형강 둑 근처까지 왔을 때 자동차가 고장 나 멈춰버렸다. 사방에는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렸다. 유비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강변에 털썩 주저앉았다. 손상향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팔짱을 끼고 서 있었는데 씩씩거리는 소리가 유비의 귀까지 들려왔다.
그야말로 많은 사건이 일어난 밤이었다. 추위와 허기에 지친 손상향은 어느새 유비의 품에 안겼고, 긴긴 밤 긴긴 얘기가 무르익을 즈음 풋풋하고 아리따운 손상향은 유비의 까칠한 뺨에 뜨거운 입술 자국을 남겼다. 이것은 모두 제갈량의 계략이었다.
용병의 딜레마, 원숭이와 얼룩말 그리고 사자, 관리는 일종의 문화 이벤트
이후 유비는 제갈량의 영업 지혜와 관리 능력에 대해 깊이 존경하게 되었으며, 제갈량의 직원 훈련 프로젝트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고, 프로젝트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 회사 분위기가 완전히 새롭게 변했음은 물론이고, 브랜드 지명도와 매출도 크게 늘었다. 유비는 무척 즐거웠다. 하지만 제갈량은 옆에서 유비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형주그룹 총재 유포가 왜 우리 황족사를 황실TV의 판매 대행사로 택했는지 아십니까?
판매 대행사의 경우, 대략 열 가지 위험(제품 품질의 이상, 심각한 품질 사고 발생, 제품 가격의 하락, 제품 밀반입 문제, 생산자의 자금 회전 위기, 소매점의 불법 행위, 소매점의 범죄 행위, 소매점의 대금 납입 연기, 생산자의 변심)에 대비해야 합니다. 우리 회사가 취할 수 있는 책략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상책으로는 OEM 방식을 도입하는 안, 중책으로는 형주그룹에 속한 신야 공장을 황족사에 편입시키는 안, 하책으로 황족사가 판매 대행사가 아닌 판매 대리점이 되는 안입니다. 어떤 책략이 적합할지는 유 사장님께서 판단하실 줄 믿습니다. 하책은 위험부담이 없는 듯 보여도 실제로는 위험 부담이 가장 높습니다. 따라서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결코 추천하고 싶지 않은 방법입니다. 반면 중책은 지분 획득과 관련이 있으니 난이도가 높지요. 상책의 경우, 상대방이 재무적으로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아 오히려 쉽게 허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략적인 측면에서 상책과 중책만이 낙타병법의 원칙에 부합할뿐더러 황족사의 확장에도 유리합니다. 그 중에서도 상책이 경영권 획득에 가장 유리합니다.” 유비는 제갈량의 낙타병법을 실행에 옮기기로 결심하고, 유표에게 전화를 걸어 앞서 하소연했다. 그 방법은 적중했다. 유표는 “자, 이렇게 하세. 먼저 서면으로 내게 보고서를 주게. 곧 회의를 소집해 의논해보겠네. 만족스러운 결론이 나오리라 믿네.”라고 답하였다.
한편 하우돈은 자신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되자 조조에게 달려가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조조는 하후돈에게 유비와 유표의 둘 사이를 갈라놓는 안을 제시하며, 의향서를 유표에게, 사본은 형주그룹 간부급 모두에게 발송하게 하고, 특히 유비를 싫어하는 형주그룹 부총재 채모를 끌어들이도록 했다. 바에서 만난 채모는 하후돈의 설명을 듣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하후돈은 다음의 말도 잊지 않았다. “조 총재께서는 우리 동한과 형주가 합병하면, 회사 구조를 새로 개편해, 채 사장님을 보일러 사업부의 사장으로 임명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보수도 지금의 ‘5배’는 될 겁니다.”
마침 그 이튿날은 유표가 유비의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간부 회의를 소집한 날이었다. 유표는 “제조사와 판매상 간의 마찰은 어찌 보면 불가피한 것입니다. 하지만 유비가 우리 형주그룹을 위해 최전방에서 고군분투하며 큰 공을 세운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우리도 그의 요구 사항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서로에게 유리한 좋은 결론을 이끌어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채모는 황족사의 존재가 형주그룹의 발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과 함께 “조조 총재가 보내온 의향서를 보셨습니까? 취사선택을 잘해야 합니다. 조조가 이롭다면 조조와 손을 잡는 것이 마땅하지, 굳이 유비와 손잡을 필요가 있습니까?”라고 말했다. 유표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넓은 초원에 얼룩말 한 마리가 살고 있었소. 그는 함께 사냥할 파트너가 필요한데, 힘센 사자와 영리한 원숭이를 놓고 고민했지. 누구를 고르는 게 좋을까?” 채모가 대답했다. “당연히 동물의 왕 사자죠.” 유표는 채모에게 “한번 읽어보시오.”라고 말하며 책을 펼쳐 주었다.
원숭이와 얼룩말이 파트너가 되어 사냥을 나갔다. 원숭이는 높은 곳에 올라가 망을 볼 수 있어 목표물 탐색시 큰 도움이 되었고, 얼룩말은 빨리 달렸기 때문에 제때 사냥감을 포획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얼룩말과 원숭이가 크게 다투었다. 얼룩말은 ‘정말 교활한 녀석이야. 자기는 쉬운 일만 하고 어려운 일은 다 나한테 떠맡기다니!’ 라고 생각하고, 원숭이와 갈라선 후 사자를 찾아갔다. 얼룩말은 사자와 나란히 초원을 누볐고 포획량도 많았다.
그런데 사냥이 끝나자 사자가 포획물을 3등분하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나는 동물의 왕이니 우선 3분의 1을 갖겠어. 또 널 도와 사냥했으니 다른 3분의 1도 내 몫이야. 그리고 나머지 3분의 1을, 네가 갖겠다고 우기면 너도 사냥감이 될 수 있어.”
채모가 다 읽고 책을 덮자 유표가 말했다. “우리 회사는 얼룩말이오. 누구와 협력하느냐는 생존과 직결되는 주요한 문제요. 조조에게 이렇게 말하게. 성의가 진심이라면 협력 못할 것도 없다고, 단 형주그룹이 반드시 새로운 회사의 최대 지분을 가져야 하며, 인사권을 확보해야 해.” 그날 저녁, 채모는 조조에게 유포의 의견을 이메일로 보냈다. 조조는 며칠이 지나도 가타부타 대답이 없었다. 채모가 몇 번이나 답변을 독촉하는 메일을 보내자 드디어 조조로부터 다음과 같은 답장이 왔다.
사자가 미모의 얼룩말 암컷을 사랑해 프로포즈를 했다. 얼룩말은 평생 사자 곁에서 살기 싫었지만 거절하기도 어려워 방법을 하나 생각해내고 사자에게 말했다. “저 역시 당신의 부인이 되는 영광을 얻고 싶어요. 하지만 당신의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이 너무 무서워요. 이빨과 발톱만 뽑으면 그날로 당장 결혼식을 올리겠어요.” 사자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이빨과 발톱을 뽑았다. 그러자 얼룩말은 더 이상 사자를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고, 사자가 나타나자 몸을 홱 돌려 뒷발로 차버렸다.
조조는 이야기 끝에 이렇게 적었다. ‘사자가 사자인 이유는 이빨과 발톱 때문이네. 협력 과정에서 만약 최대 지분과 인사권을 내준다면, 이빨과 발톱을 뽑은 사자와 다를 게 뭐가 있겠는가?’ 그리고 나서도 조조는 형주그룹을 삼키려고 계속 기회를 엿봤다. 조조의 바람이 하늘에 닿았던지 늙은 얼룩말 유포가 갑자기 중풍으로 드러눕고 형주그룹은 표류하기 시작했다. 형주그룹의 주인이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유비는 제갈량의 조언을 받아들여, 일단 동오 쪽으로 의탁하기로 했다. 그런데 파트너십 계약을 위해 제갈량이 동오행 기차에 오르기도 전에 유표가 숨을 거두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후 제갈량이 노숙의 안내로 동오그룹 총재 손권을 만나고 있을 때, 동오그룹 신임 CEO 주유가 조조에 관한 새로운 소식을 가지고 돌아왔다. 조조가 이번 TV광고 입찰에서 숱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입찰왕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어 조조의 광고 전략이 곧바로 전국을 뒤흔들었다. 황금시간대의 TV 광고를 모두 독점해버린 것이었다.
손권은 주유, 노숙, 제갈량을 급히 불러 대책을 논의했다. “조조는 지금 돈지랄을 하고 있습니다. 미친 짓이에요. 광고의 목적이 뭡니까?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 아닙니까? 하지만 인지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브랜드의 이미지를 제고시켜야하지요. 브랜드 인지도와 브랜드 이미지의 관계는 아래의 네 가지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① 인지도=이미지>0 ② 인지도>이미지>0 ③ 인지도>이미지=0 ④ 인지도>0, 이미지<0
“①은 말할 것도 없이 브랜드 마케팅의 가장 이상적인 상태입니다. 인지도와 이미지가 함께 성장해 브랜드가 발전하고 있음을 뜻합니다. ②는 실제보다 평판이 좋은 경우지요. 기업은 홍보를 줄이고 착실하게 내공을 다지며 품질 관리와 기업 문화의 창조에 힘을 쏟아 이미지의 거품을 걷어 내야 합니다. 또 ③처럼 이미지는 그저 그런데 인지도만 있다면 이건 누가 봐도 거품입니다. 실제와 평판이 전혀 걸맞지 않은 경우로, 거품이 사라지면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죠. ④는 인지도는 있는데 이미지는 마이너스이니, 이런 브랜드는 곧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 자명합니다. 현재 조조의 ‘영웅’은 ②의 상태로, 인지도가 이미지를 앞서는 케이스에 해당됩니다. 거기엔 거품이 상당히 끼어 있고 분명 켕기는 곳이 있을 겁니다. 그게 뭔지 알아낼 수만 있다면 조조의 명성은 하루아침에 재로 변할 것입니다.”
주유가 웃으며 말했다. “그야 어렵지 않죠. 황개를 보내면 됩니다.” 주유는 황개를 불러 치밀한 각본을 짰다. 어느 날 간부 회의에서 황개는 조조에게 투항하자는 건의를 했다. 주유는 부르르 떨며 황개에게 패배주의자라고 욕했고, 두 사람의 논쟁은 한 시간이나 이어졌다. 주유가 황개에게 시말서를 쓰게 했는데, 황개는 사표를 썼고, 동한공사로 옮겨갔다. 조조는 황개를 기쁘게 맞아 중용했다.
시간이 흘러 성수기인 연말이 되었다. 손권과 유비의 연합군은 「삼국경제일보」 등 대형 매체에서 대규모 ‘삼국 품질 캠페인’을 벌였고, 황개는 12월25일자 「동오경제일보」에 ‘영웅의 가면을 벗긴다. 조조의 본색 대해부’라는 제하의 글을 발표했다. 이 글에서는 많은 실례를 들어가며 동한공사 경영층의 내분, 생산 관리 능력의 부재로 인한 품질 저하 등을 꼬집었다. 그 가운데 신제품 출시 기념 할인이라는 명목으로 대량의 재고를 처분했다는 내용은 소비자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이는 최근 일어난 TV 폭발로 인한 화재 사고와 연결되어 여론을 들끓게 했다. TV 각 채널에서도 동한공사의 비화를 경쟁적으로 보도했다. 초고속 성장가도를 달려온 조조는 결국 벼랑 끝에 몰리게 되었다.
때를 활용하여, 주유는 사기가 하늘을 찌르는 동오의 군사를 이끌고 시장으로 행군했다. 시장 점유율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고, 매출액은 매달 신기록을 세웠다. 유비는 손권으로부터 돈을 빌려 싼값에 형주그룹의 생산 라인을 구매했다. 황족사는 황족전기로 회사명을 바꾸었고 새 단장을 마친 공장은 다시 바빠졌다. 근로자들은 유비와는 구면이었고 관계가 좋은 편이라 친구같이 편한 마음으로 일했다. 이렇게 해서 TV 시장은 3국이 팽팽히 맞서는 3국 정립의 국면으로 돌입했다.
의무의 미학
그해, 유비는 겹경사를 맞았다. 사업의 번창과 함께 손상향과 꿈에 그리던 결혼에 골인하였던 것이다. 신혼 첫날밤, 만면에 미소가 넘쳐흐르는 유비가 손상향과 대화를 나누었다. “창업한 지 수십 년이 되도록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는데, 제갈 선생이 오면서 상황이 역전되었소. 정말 박학다식하고 다재다능한데다 특히 기업 관리는 그를 따를 만한 사람이 없소.”
“그런데 그렇게 훌륭한 분이 왜 조조나 다른 사람 눈에는 띄지 않고 당신 눈에만 인재로 보였을까요?” “일반적으로 사장들은 자신이 최고경영자(CEO)의 역할까지 맡으려 하기 때문에, 제갈량이 CEO로서 얼마나 훌륭한 재목인지 알아보지 못한 거요.” “제갈 선생이 대체 어떤 능력을 가졌기에 그렇게 높이 평가하시는 거죠?” “얼마나 효과적으로 실행에 옮기느냐가 중요한 것 아니겠소? 제갈량이 오기 전까지, 나는 꿈 많은 쥐에 불과했소. 실제 많은 사람들도 그때의 나처럼 마음은 있으되, 방법을 모르고 있을 거요. 하지만 제갈 선생은 달랐소. 그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다는 법을 알았거든요.”
동탁, 조조에 이어 유비는 ‘올해의 중국 경제계 포커스 인물’로 선정되었다. 익주그룹 총재 유장은 관련 기사를 보자마자, 유비 앞으로 구원을 청했다. 얼마 후, 황족사와 익주그룹은 M&A를 진행하여 촉한그룹이 탄생했다. 관우는 촉한그룹 형주 지사의 총책임자가 되었고, 그후 익주그룹 CEO로 부임한 제갈량은 눈앞이 캄캄했다. 회사의 기강이 해이하다 못해 직원들은 마치 회사에 놀러 나오는 듯했고 간부라는 사람들도 자리다툼 외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제갈량은 조직의 구조화, 업무의 표준화, 관리의 제도화, 직원의 프로화의 네 가지 묘책을 실시했다. 네 가지 묘책은 사실 모두 사슬처럼 연결되어 있었다. 조직의 구조화가 있어야 업무의 표준화가 있고, 업무의 표준화가 선행되어야 관리의 제도화가 있으며, 관리의 제도화라는 바탕 위에 직원의 프로화가 있는 것이었다.
제갈량이 촉한을 다스린 일은 관리학의 경전처럼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다. 그는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오로지 회사를 위해 매진했고, 고객 만족의 관리 메커니즘 완성을 위해 노력했다. 전략과 관리 철학을 중시하는 일반 리더들과 달리 제갈량은 집행과 실천 효과에 주목했고, 핵심적인 절차에서는 직접 지휘했다. 그러다 결국 오장원에서 병사했다.
제갈량은 유능한 관리자였다. 관리를 통해 기초가 부실하고 인재가 없는 촉한그룹을 국내 3대 그룹의 대열에 끼게 만든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는 일 때문에 식사를 거르고 밤을 새다가 결국 위암에 걸렸다. 하지만 일에 깊이 몰두해 있을 때 그의 가슴에 기쁨과 행복이 용솟음쳤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첫댓글 너무 기발한 글인것 같아 퍼왔습니다.(출처는 저도 모름)
참 이렇게 활용한 것을 보니 할 말을 잃었습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