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여행을 간다. 관광버스에 몸을 실고 고속도로를 달린다. 혼자 생각하기도, 혼자 걷기도, 혼자서 새로 만나는 것들과 대화하기도 어중간한 여행을 관광버스 타고 간다.
6시 30분에 집을 나서 택시를 타고 용봉 나들목 시멘트 위에 앉아 기다리다가, 대도관광 버스를 탄다. 백양사휴게소에서 죽과 김밥으로 아침을 먹고, 분위기 쇄신에 앞장서는 이들이 돈 들여 가져 온 술을 마신다. 비싼 술 두 병이 금방 비워지자 차 안은 금방 거리낌없는 웃음과 손뼉과 노래와 춤이 어울러진다. 7시 50분 백양사 휴게소 출발 후 9시 계룡산 휴게소, 그리고 충주호 유람선 선착장에 내릴 때까지 아침 초저녁부터? ----
기다리다 12시 30분에 출항하는 유람선을 탔다. 물에 잠긴 저 봉우리와 바위를 볼 때마다 나는 또 이방인이 된다. 무엇을 아쉬워하는지 그리워하는지 종잡을수가 없다. 그들에게 보내는 나의 사랑이 부족하다고 여행은 이렇게 유람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근거없는 이야기1
납신가인 나는
네 나뭇가지를 빙글빙글 돈다.
그걸 재주라고 하는지 아양을 부리는 건지
혼란하기만 한 나의 나무 돌기는
구경거리가 되고 싶어서, 나를 더 보아 달라고 아부를 한다.
이 가지에서 저 가지를 열어라. 떨어질 수 있게 깊이깊이 떨어질 수 있게
인삼
나는 차마 당신을
온 눈으로 바라볼 수 없습니다.
나의 온통 검은 안경으로 만나는
당신의 희미한 형체만으로도
나는 안으로안으로 수줍어들어요.
내 감춰놓은 알맹이 훌렁 빼어 당신께 드리는 그 날
그날만을 위해 숨어사는 내 마음을 당신은 모르겠지만
고추밭이 많다.
1시간 정도 배를 탄 후 살이 주황인 송어회 비빔밥을 먹다.
점심 먹고 차에 올라 실려가다. 지도도 없다. 월악산 이정표가 보인다.
15:35. 미륵사지보고 출발하다.
미륵사지는 탑과 미륵불이 서 있다. 학생들이 떼로 설명듣는 자리에 끼어 들어본다. 임경업 장군의 공기돌도 보고, 자연서 귀부도 본다. 미륵은 북향이랜다. 그 쪽은 월악산의 줄기가 서늘히 깊다.
16:05. 문경새재 뒤쪽 주차장에 내린다. 몇 분은 다시 차로 가고 잘 닦인 찻길인 길을 걸어오른다. 숲이어서 그나마 좋다. 옛길 안내판이 가끔 보인다. 저 길을 또 벗어나 창욱이 올랐던 주흘산 백두대간을 탈 수 있으려나. 느려진다. 3관문 지나고 2관문 대문을 넘어설수록 계획보다 늦어진다. 무슨 상관이랴. 1관문에선가는 독한 동동주를 먹는다. 옛 경상도 선배는 이 길에서 무슨 생각을 하며 술 한잔 했을까? 그래 과거보는 그들의 괴나리 봇짐에는 막걸리 값은 있었을거야. 그 봇짐 노리는 가난하고 소심한 산적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입신양명의 꿈을 꾸었겠지. 양반의 가승을 잇기 위해, 몰락한 가문을 일으키기 위해 ---- 그들은 꿈을 이루었을까?
김연안 선생님이 발목을 다친 때문에 유치원 선생님들과 같이 내려온다. 제 교장님은 소나무에 남아있는 일제의 흔적을 이야기하신다. 왕건 촬영장 마을을 들른다.
어둠 속에 기다리는 일행 일부와 목련식당인가 또 동동주 집에 간다. 교장님에 먼저 계산하신다. 나는 가방을 잃었다고 다시 갔다온다. 민강기가 챙겼다.
방을 배정받자 누워잤다. 잠결에 노래방 가자는 이야기와, 이동국이 한 골을 넣었다는 TV 소리를 듣는다.
성신기 선생님은 일찍 일어나시어 수안보 동네를 한 바퀴 도셨댄다. 운전하신 류재권 사장은 맨 바닥에서 잤댄다. ‘누가 코를 골면 잠을 못 자는데 피곤한지 그냥 잤다.’고 성 선생님은 말씀하신다. 무안하지 말라는 말씀이시지.
올뱅이국을 먹었다.
8시 무렵 호텔을 출발하여 탄금대로 간다. 조령과 탄금대. 우륵과 신립, 그리고 신립의 여인과 배수진, 왜군의 진격. 험준한 고개를 수월히 넘은 그들에게 이 조선의 위정자와 군인들은 좋은 조롱감이었으리. 기고만장했던 그들이 서울을 불태워 정부에 원한을 표시한 조선의 기층민들이 자기들을 맞아주지 않고, 형편없는 무기로 자기들을 맞서 공격해 올 줄은 알았을까?
열두대 이정표만 보고 숲에 가린 남한강을 잠깐 보고 느릿느릿 걸어 차에 오른다.
중앙탑이다. 신라영토의 중앙이겠지. 강변에 선 7층의 탑은 멀리서도 잘 보인다. 충주민속박물관과 주변의 잔디와 조형물, 그리고 무엇보다 남한강의 아침 물안개가 얌전하다. 구상 시인은 저 안개에서 갈배 저어오는 조상과 무심히 낚시를 드리운 먼 훗날의 손자를 보았을까? 나는 잠깐 동안의 구경꾼일 뿐이다.
10:00에 박달재에 도착했다. 차로 정상에 선 우리는 덩치 큰 박달과 금봉의 쇠붙이 동상과 이정표 앞에서서 관광을 한다. ‘울고넘는 박달재’는 목소리를 바꿔가며 흘러나오고 우리도 그렇게 고개를 다 내릴 때까지 노래를 부른다. 해장으로 동동주. 이러다 오늘도 술 취하겠다.
단양읍인가를 지나 구인사로 향한다. 인을 구하는 데는 절벽을 시멘트로 덮고 많은 이를 불러 기도하게 해야하는가보다. 높은 대위에 앉으신 상월선사는 삭발하지 않은 모습이다. 산 꼭대기까지 점령하려는 듯한 조사전 공사장 아래에서 야생화를 본다. 시멘트 옥상에서 가난한 그늘아래 사는 그들이 처량하다.
13:35. 상우 식당에서 더덕무침인가에 점심을 먹다. 또 소주를 찾다. 술을 다루지도 못하면서 술을 찾는다. 폼 잡느라고?
이제 안동으로 간다. 하회마을만 들렀다가 마을 반 바퀴 돌고 강가를 돌아 나온다. 또 동동주를 마신다. 도산서원 병산서원은 언제 만날까? 그 툇마루에 앉지도 못할 우리의 여행은 또 무언가?
이제 간다. 거창과 지리산 휴게소에서 쉬었다가 광주 버들마을 앞에 10시 무렵 내리다.
이렇게 2004. 여름 동면의 직원여행으로 어떤 나이테가 그려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