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해설집(2)
【발가벗은 아해들이】 사설시조. 작자: 이정진. 출전: 청구영언. 발가벗은 아해들이 거미줄 테를 들고 개천으로 왕래하며, 발가숭아 발가숭아 저리 가면 죽느니라, 이리 오면 사나니라 부르나니 발가숭이로다. 아마도 세상 일이 다 이러한가 하노라. ☞ 발가벗은 아이들이 거미줄 테를 들고, 개천으로 왕래하며, 발가숭이, 발가숭이(발가벗은 잠자리)야, 저리 가면 죽는다, 이리 오면 산다, 부르는 것이 발가숭이로다. 아마도 세상 일이 다 이러한가 하노라. 주제 : 속임수로 가득 찬 세상.
【밤은 깊어 삼경인데】 사설시조. 작자 미상. 출전: 잡지(雜誌). 밤은 깊어 삼경(三更)인데 구진비는 휘뿌릴 제, 이리궁굴 저리궁굴 궁굴궁굴 궁굴다가 잠 못 이뤄 원수로다. 아서라 생각을 마자 허고 벽을 안고 도라누니 그 벽이 거울되어 내 눈 앞에 어늘어늘. 야속허고 무정헌 님아 정이나 주지 말지 내 가슴에 불부친다. 뉘라서 이 모양 그려다가 우리님께 전(傳)허여 줄가 하노라. ☞ 밤은 깊어 삼경인데 궂은비가 마구 뿌릴 때, 이리 궁글 저리 궁글 잠 못 이뤄 원수로다. 아서라 생각을 말자하고 벽을 안고 돌아누우니, 그 벽이 거울이 되어 내 눈 앞에 임의 모습 어른거린다. 야속하고 무정한 임아 정이나 주지 말지 이 가슴에 불을 붙이는가. 누가 이 애처로운 모양을 그려서 우리 님께 전하여 줄 것인가. 주제 : 임 생각에 잠 못 이루는 안타까운 모습.
【백구야 한가허다】 평시조. 작자 미상. 출전: 삼가악부(三家樂府) 백구(白鷗)야 한가(閑暇)허다 너야 무삼 일 있으리? 강호(江湖)에 떠다닐 제 어디어디 경(景) 좋더냐? 우리도 공명(功名)을 하직(下直)하고 너를 좇녀 놀리라. ☞ 갈매기야 한가하구나. 너야 무슨 세속의 영욕에 물들어 있겠느냐? 강과 호수 같은 자연을 떠다니고 있으니 어디어디가 경치가 좋더냐? 나도 이제 공명을 다 버리고 너를 벗 삼아 놀겠다. 주제: 공명을 버리고 강호에 묻혀 살고픈 심정
【백년을 가사 인인수라도】 평시조. 작자 미상. 출전: 청구영언. 백년(百年)을 가사인인수(假使人人壽)라도 우락(憂樂)을 중분미백년(中分未百年)이라. 황시백년난가필(况是百年難可必)이니 불여장취백년전(不如長醉百年前)이라. 오날도 백년중일일(百年中一日)이라 아니 취(醉)코 어이리. ☞ 백년을 저마다 살 수 있다 할지라도, 근심과 즐거움이 반반으로 인생 백년이 될 수가 없다. 하물며 그 백년이라는 것도 반드시 기약할 수가 없다. 그러니 백년이 되기 전에 오래도록 취해보는 것이 상책이리라. 오늘도 백년 중의 하루이니 취하지 않고 어이하리요. 주제: 짧은 인생 시름없이 취하여 살고 싶다.
【백설이 자자진 골에】 평시조. 작자 이 색. 출전: 청구영언. 백설(白雪)이 자자진 골에 구름이 머흐레라. 반가온 매화(梅花)는 어느 곳에 피었는고 석양(夕陽)에 홀로 서서 갈곳 몰라 하노라. ☞깨끗하고 티 없는 흰눈이 다 녹아 버린 골짜기에 구름만이 험하구나. 보고 싶은 매화꽃은 어느 곳에 피어 있는가? 석양에 홀로 서서 내 갈 곳이 어딘가 모르겠구나! 주제: 기울어져 가는 고려를 붙들어 일으키려는 우국충정(憂國衷情).
【백초를 심은 뜰에】 평시조. 작자 정경태(鄭坰兌). 백초(百草)를 심은 뜰에 솔 ․ 대 먼저 옮긴 뜻은 창송은 군자절(君子節)이요 녹죽(綠竹)은 열사조(烈士操)로다. 아마도 세한불변용(歲寒不變容)은 너뿐인가 하노라. ☞ 여러 가지 화초를 심은 뜰에 솔과 대를 먼저 옮겨놓은 내 뜻은 소나무는 군자의 절개를, 대나무는 선비의 지조를 뜻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추위 속에서 푸른 모습을 변치 않는 것은 솔, 대 뿐인가 한다. 주제: 세태에 물들지 않으려는 선비의 지조.
【버들은 실이 되고】 평시조. 작자 미상. 출전: 가곡원류. 버들은 실이 되고 곳고리〔鶯〕는 북이 되어 구십삼춘(九十三春)에 짜내느니 나의 시름 누구서 노(ㄱ略)음 방초(綠陰芳草)를 승화시(勝花時)라 하던고. ☞실처럼 늘어진 버드나무에 꾀꼬리는 짝을 찾아 북처럼 오고 가며, 구십춘광 긴긴 날에 사랑을 속삭이는 그 모습, 임 여인 나에게는 한없는 시름만이 더해갈 뿐, 이렇게 슬픈 계절 녹음방초를 누가 꽃 시절보다 더 아름답다 했는가? 주제: 임 그리움에 대한 한없는 시름.
【범피중류 둥덩실 떠나갈 제】 사설시조. 작자 미상. 범피중류(汎波中流) 둥덩실 떠나갈 제 망망(茫茫)한 창해(滄海)이며 탕탕(蕩蕩)한 물결이라. 백빈주(白蘋洲) 갈매기는 홍료안(紅蓼岸)에 날아든다. 삼상(三湘)의 기러기는 한수(漢水)로 날고 요량(寥亮)한 남은 소리 어적(漁笛)이언마는 곡종인불견 수봉(曲終人不見 數峰)만 푸르렀다. 애내성중만곡수(欸乃聲中萬斛愁)는 이내 흉금(胸襟)을 자아낸다. 연파강상사인수(煙波江上使人愁)라. 묻노라니 멱라수(汨羅水)야, 굴삼려어복충혼(屈三閭魚腹忠魂) 그 무양(無恙)턴가? ☞ 물결 따라 배를 중류에 띄워 둥덩실 떠나갈 제 망망한 푸른 바다에 넓고 큰 물결이다. 흰 마름 피어 우거진 물가에 갈매기는 붉은 여뀌꽃이 핀 언덕으로 날아든다. 삼상의 기러기는 중국에 있는 한강으로 날아오고, 쓸쓸하고 맑은 여운은 어부의 피리 소리건만 곡조는 끊어졌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고 주변 산봉우리만 푸르렀다. 서글픈 어부의 노랫가락 속에 담겨 있는 한량없이 많은 수심은 나의 가슴을 도려내는 듯 아프구나. 강물 위에 연파가 자욱하여 나를 서럽게 하는데 묻거니와 멱라수야 고기 뱃속에 있는 굴원의 혼백이 지금도 안녕하시던가? 주제: 망망대해의 뱃놀이와 주변의 풍경, 그리고 옛사람에 대한 회고.
【벽사창이 어른어른커늘】 사설시조. 작자 미상.출전: 가곡원류. 벽사창(碧紗窓)이 어른어른커늘 임만 여기어 펄떡 뛰어 나가 보니, 임은 아니 오고 명월(明月)이 만정(滿庭)한데 벽오동(碧梧桐) 젖은 잎에 봉황(鳳凰)이 와서 긴 목을 휘어다가 깃 다듬는 그림자로다. 마초아 밤일세만정 행여 낮이런들 남 우일 뻔 하여라. ☞ 벽사창이 어른어른하거늘 임인가 생각되어 펄떡 뛰어 나가 보니, 임은 아니 오고 밝은 달이 뜰에 가득한데, 벽오동 이슬 맺힌 잎에 봉황새가 와서 긴 목을 휘어서 깃털 다듬는 그림자구나. 마침 밤이기에 망정이지 만일 낮이었던들 남 웃길 뻔 하였다. 주제: 임을 기다리는 어리석은 행동.
【보리밥 풋나물을】 평시조. 작자 윤선도. 출전: 고산유고(孤山遺稿). 보리밥 풋나물을 알마초 먹은 후에 바위 끝 물가에 슬카장 노니노라. 그 나마 여남은 일이야 불올 줄이 이시랴. ☞ 보리밥에 풋나물을 적당하게 먹은 후에 바위 끝 물가에 싫도록 놀며 다니노라. 그 밖의 다른 일이야 부러워할 까닭이 있겠는가? 여기서 보는 바와 같이 윤선도는 다른 작가보다 순수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많이 발휘하였으니 이 점을 우리 시가사상의 큰 공적으로 치는 것이다. 주제: 소박한 산중 생활의 즐거움.
【봉황대상에】 사설시조 • 한시(漢詩). 작자: 미상(한시: 이백) 봉황대상(鳳凰臺上)에 봉황유(鳳凰遊)러니 봉은 가고 대(臺)는 비었는데 흐르난 이 강수(江水)로고나. 오궁화초(吳宮花草)는 매유경(埋幽徑)이요, 진대의관성고구(晋代衣冠成古邱)라. 삼산(三山)은 반락 청천외(半落靑天外)요, 이수중분 백로주(二水中分白鷺洲)라. 총위부운 능폐일(總爲浮雲能蔽日)하니, 장안(長安)을 불견(不見) 사인수(使人愁)를. <鳳:봉새(수컷) 봉. 凰:봉새(암컷) 황. 臺:집 대. 遊:놀 유. 吳:나라이름 오. 埋:묻을 매. 宮:집 궁. 幽:그윽할 유. 徑:길 경. 晋:나라이름 진. 代:세상 대. 冠:갓 관. 邱:언덕 구. 鷺:해오라기 로. 洲:섬 주. 總:다 총. 浮:뜰 부. 蔽:가릴 폐. 使:하여금 사. 愁:근심 수> ☞ 봉황대 위에서 봉황이 노닐더니 봉은 가고 대는 비었는데 흐르는 것이 강물이로구나. 오나라 궁궐의 화초는 깊숙한 길속에 묻혀 버렸고, 진나라 시대의 인걸들은 옛무덤을 이루었다. 앞에 보이는 저 세 봉우리 산은 반은 청천 밖에 가 떨어져 있고, 두 물줄기가 나누어진 곳에는 백로주가 생겼다. 모두가 뜬구름이 되어 밝은 해를 가렸으니 임금께서 계신 장안을 볼 수가 없어 나로 하여금 서글프게 하는구나! 주제: 봉황대 위에서 보는 서경과 회고 및 우국.
【부소산 느짓 올라】 사설시조. 작자 미상. 부소산(扶蘇山) 느짓 올라 백제고도(百濟古都) 굽어보니, 백마강(白馬江) 흐르는 물은 천추유한(千秋遺恨) 쉬어있고, 반월성(半月城) 저문 구름 원객수회(遠客愁懷)를 자어낸다. 낙화암천인절벽(落花岩千仞絶壁) 강두(江頭)에 웃둑 섯고, 조룡대일편석(釣龍坮一片石)은 벽파(碧波)에 잠겼세라. 고란사(皐蘭寺) 느진 종성(鐘聲) 고국사(故國事)를 아뢰는 듯. 다시금 일호주(一壺酒)로 수북정등림(水北亭登臨)허니 자온대하편범부(自溫坮下片帆浮)요 평제탑(平濟塔)도 석양홍(夕陽紅)을. ☞ 부소산을 느즈막이 올라 백제의 옛 서울을 굽어보니, 백마강 흐르는 물은 천추의 한이 서려 있고, 반월성의 저물녘 구름은 멀리에서 온 나그네의 수심을 자아낸다. 낙화암 천길 절벽은 강 머리에 우뚝 섰고, 조룡대 한 조각 바위는 푸른 물결에 잠겼구나. 고란사에서 들려오는 늦은 종소리는 옛날 나라의 사연들을 아뢰는 듯 감개무량하구나. 다시 술병을 들고 수북정에 오르니, 자온대 아래 돛단배 떠 있고, 백제탑도 석양빛에 붉구나! 주제 : 백제 고도의 풍경과 회고의 정
【부소산 저문 비에】 사설시조. 작자 미상. 출전: 시조집(평주본) 부소산(扶蘇山) 저문 비에 황성(荒城)이 적막허고, 낙화암(落花岩) 잠든 두견(杜鵑) 궁아원혼(宮娥冤魂) 짝을 지어 전조사(前朝事)를 꿈꾸느냐 백마강(白馬江) 잠긴 달은 몇 번이나 영휴(盈虧)허며, 고란사효종성(皐蘭寺曉鐘聲)은 사비루(泗沘樓)를 흔드는 듯. 불계(佛界)가 완연(宛然)허다. 수북정청남중(水北亭靑嵐中)에 돛대치는 저 어부(漁夫)는 규암진귀범(窺岩津歸帆)이 그 아닌가. 운소(雲宵)로 나는 기러기는 구룡포(九龍浦)로 떨어지고 석조(夕照)에 비친 탑(塔)은 반공(半空)에 흘립(屹立)허니 부풍팔경(扶風八景)이 예 아닌가 하노라. ☞ 부소산 저물녘 내리는 비에 황폐된 성이 적막하고, 낙화암에 잠든 두견새는 이 곳에서 떨어져 죽은 궁녀들의 원통한 넋이 백제 때의 일들을 꿈꾸고 있는가? 백마강에 잠긴 달은 몇 번이나 둥글었다 사라졌으며, 고란사 새벽 종소리는 사비루를 흔드는 듯, 부처님 세계가 완연하다. 수북정 아지랑이 속에 돛대 치는 저 어부는 규암진으로 돌아오는 돛단배가 아니던가. 구름 속에 날아가는 기러기는 구룡포로 떨어지고, 저녁놀에 비친 탑은 반공에 우뚝 솟으니 부여의 팔경이 여기가 아닌가 싶구나! 주제 : 부여 팔경에 느끼는 정서
【북두칠성 하나 둘 셋】 사설시조. 작자 미상. 출전: 청구영언. 북두칠성(北斗七星)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분께 민망(憫惘)한 발괄소지(所志) 한 장 아뢰나이다. 그리든 임(任)을 만나 정(情)옛 말삼 채 못허여 날이 쉬 새니 글로 민망(憫惘). 밤중만 삼태성 차사(三台星差使) 놓아 샛별 없이 하소서. ☞ 북두칠성 일곱 분께 저의 답답한 심정 하나 아뢰나이다. 그리워하던 임을 만났으나, 정담을 채 나누지도 못하고 날이 쉽게 새 버리니 답답하고 안타깝습니다. 밤중쯤 삼태성 차사를 보내서, 새벽을 알리는 저 샛별 좀 없애주소서. 주제: 그리던 임과 헤어지기 싫은 마음.
【북천이 맑다커늘】 평시조. 작자 : 임제. 출전: 해동가요. 북천(北天)이 맑다커늘 우장 없이 길을 나니, 산에는 눈이 오고, 들에는 찬비로다.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얼어 잘까 하노라. ☞ 북쪽 하늘이 맑다 하기에 우비도 없이 길을 나섰더니, 산에는 눈이 오고, 들에는 찬비로다. 오늘은 찬비를 맞았으니 얼어 잘까 한다. 주제 : 찬비를 맞았으니 얼어 잘 수밖에 없는가?
【불로초로 빚은 술을】 평시조. 작자 익종.. 출전: 청구영언. 불로초(不老草)로 빚은 술을 만년잔(萬年盞)에 가득 부어 잡으신 잔(盞)마다 비나이다. 남산수(南山壽)를 진실로 이 잔(盞) 곧 잡으시면 만수무강(萬壽無疆)하시리라. ☞늙지 않는 불로초로 빚은 술을 만년 잔에 가득 부어, 잡으신 잔마다 남산과 같이 오래도록 장수하심을 비나이다. 진실로 이 잔을 잡으시면 만수무강하시리이다. 주제: 만수무강을 축수함.
【불 아니 땔지라도】 사설시조. 작자 미상. 출전: 청구영언. 불 아니 땔지라도 절로 익는 솥과, 여무죽 아니 먹여도 크고 살저 한 것는 말과, 길삼 잘하는 여기첩(女妓妾)과, 술 샘는 주전자(酒煎子)와, 하양(羘)부로 낳는 감은 암소. 평생(平生)에 이 다섯 가지를 두량이면 부러울 것이 없에라. ☞ 불을 때지 않아도 저절로 익는 솥과, 여물을 먹이지 않아도 크고 살이 쪄 잘 걷는 말과, 길쌈 잘하는 기생첩과, 술이 샘처럼 솟아나는 주전자와, 밥통의 맛있는 고기가 계속 나오는 검은 암소. 평생에 이 다섯 가지를 둔다면 부러울 것이 없겠다. 주제 : 남자의 부러울 것 없는 삶에 대한 공상.
【사비강 배를 타고】 평시조. 작자 미상. 출전: 시조집(평주본). 사비강(泗沘江) 배를 타고 고란사(皐蘭寺)로 돌아드니, 낙화암(落花巖)에 두견(杜鵑) 울고 반월성(半月城)에 달 돋는다. 아마도 백제고도(百濟古都)가 완연(宛然)한 듯하여라. ☞ 백마강에 배를 타고 고란사로 돌아 들어가니, 낙화암에서 두견새 울고, 반월성으로 달 돋아 온다. 아마도 백제 옛 서울의 모습이 완연한 듯 느껴진다. 주제: 백제 고도에 대한 회고의 정.
【삭풍은 나무 끝에 불고】 평시조. 작자 김종서. 청구영언 삭풍(朔風)은 나무 끝에 불고 명월(明月)은 눈 속에 찬데, 만리 변성(萬里邊城)에 일장검(一長劍) 짚고 서서 긴 파람 큰 한 소리에 거칠 것이 없어라. ☞ 북풍은 나무 끝에 불고 명월은 눈 속에 찬데(북쪽의 매서운 바람이 세차게 불어 닥치는 눈 쌓인 겨울밤에), 멀리 떨어져 있는 국경의 성에서 긴 칼을 짚고 서서 긴 휘파람과 큰 고함 소리에 거칠 것이 없구나. 주제: 국경을 지키는 장군의 늠름한 기개.
【산마을 깊은 밤을】 평시조. 작자: 이은상. 출전: 산마을 깊은 밤을 뜰에 가득 달이로다. 마음을 둘 데 없어 사립 열고 나와 선제 귓도린 누구를 그리워 저대도록 우느니. ☞산마을 깊은 밤, 가을 달은 유난히도 밝아 온 뜰에 가득한데, 허전한 마음 어찌할 수 없어 사립문을 열고 나와 섰을 적에, 귀뚜라미는 누구를 그리워하여 저렇게까지 우느냐? 너도 나의 이 마음과 통하는 바가 있는가 보구나! 주제: 산촌 가을 달밤의 허전하고 그리운 회포.
【산은 옛 산이로되】 평시조. 작자: 황진이. 출전: 청구영언. 산(山)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이 아니로다. 주야(晝夜)에 흐르니 옛 물이 있을소냐. 인걸(人傑)도 물과 같아여 가고 아니 오노매라. ☞ 산은 예전의 그 산이지만 물은 예전의 그 물이 아니로다. 밤낮으로 쉬지 않고 흘러가니 옛날 물이 그대로 있을 리 없도다. 사람들도 물과 같아서 한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구나. 주제: 다시 오지 않는 인생의 덧없음을 슬퍼함.
【산 첩첩 천봉이라도】 평시조. 작자 미상. 출전: 가곡원류. 산첩첩 천봉(山疊疊千峰)이라도 높고 낮은 분별(分別) 있고, 창해망망 만리(滄海茫茫萬里)라도 깊고 얕음 알것마는, 사람의 일편심 조석변(一片心朝夕變)을 그 뉘 알 이 있으리. ☞ 산이 첩첩하여 천 봉우리라도 높고 낮은 구분이 있고, 푸른 바다 망망하여 만 리나 넓더라도 깊고 얕음 알지마는, 사람의 한 조각 작은 마음이 조석으로 변하는 것은 그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주제: 조석으로 변하는 사람의 마음을 한탄함.
【산촌에 눈이 오니】 평시조. 작자 신 흠. 출전: 청구영언. 산촌(山村)에 눈이 오니 돌길이 묻쳤세라. 시비(柴扉)를 여지 마라 날 찾을 이 뉘 있으리. 밤중만 일편 명월(一片明月)이 긔 벗인가 하노라. ☞ 산촌에 눈이 오니 이곳으로 오는 돌길이 묻혀 버렸다. 사립문 열지 마라 날 찾아올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 밤중에 한 조각 밝은 달만이 내 벗인가 한다. 주제: 속세와 절연한 산촌에서의 한적한 정취.
【산촌에 밤이 드니】 평시조. 작자: 천금. 출전: 화원악보. 산촌(山村)에 밤이 드니 먼딋개 짖어온다 시비(柴扉)를 열고 보니 하늘이 차고 달이로다 저 개야 공산(空山)에 잠든 달을 짖어 무삼 하리오. ☞ 산촌 외딴 집에 밤이 깊어졌는데, 먼 곳에서 개 짖는 소리 들린다. 혹시나 임이 나를 찾아오시는 게 아닌가? 하여 달려 나가 사립문을 열고 보니, 임은 아니 오고 찬 하늘에 흐릿한 달만이 있을 뿐이다. 저 개야 빈 하늘의 무심한 달을 보고 짖어 무엇 하겠느냐. 이 종장의 표현은 자신의 감정을 개에게 이입시킨, 자신에게 하는 자탄(自歎)의 소리다. 쓸쓸하고 처절한 고독의 분위기와 초조하게 임을 기다리는 여심(女心)이 애처롭기만 하다. 주제: 임을 기다리는 외로운 여심(女心)
【삼동에 베옷 입고】 평시조. 작자 : 조식. 출전: 청구영언. 삼동에 베옷 입고 암혈에 눈비 맞아, 구름낀 볕뉘도 쬔 적이 없건마는, 서산에 해 지다 하니 눈물겨워 하노라. ☞ 추운 한겨울에도 베옷을 입고, 움막 안에서 눈비를 맞아, 구름이 낀 햇볕조차도 쪼인 적이 없건마는, 서산에 해가 넘어갔다 하니 눈물이 나는구나. 주제 : 임금의 서거를 슬퍼함.
【삼산은 반락 청천외요】 사설시조. 작자 미상. 출전: 시조집(時調集-平洲本). 삼산(三山)은 반락청천외(半落靑天外)요, 이수중분백로주(二水中分白鷺洲)라. 호호호창랑혜(浩浩乎滄浪兮)여! 돗대 치는 저 어옹(漁翁)은 원포귀범(遠浦歸帆)이 이에던가? 추강상(秋江上) 돛을 달아 강동(江東)으로 가는 배는 장한선생(張翰先生)이 아닌가. 함외장강공자류(檻外長江空自流)는 등왕각서문(滕王閣序文)이요 왕발(王勃)의 만고시흥(萬古詩興)이라. 낙하(落霞)는 여고목제비(與孤鶩齊飛)하고, 추수(秋水)는 공장천일색(共長天一色)이라. 천외무산십이봉(天外巫山十二峰)은 구름 밖에 절경(絶景)인가 하노라. <浩:넓을 호. 滄:물이름 창. 浪:물결 랑. 兮:어조사 혜. 翁:늙은이 옹. 浦:개 포. 歸:돌아갈 귀. 勃:변색할 발. 帆:배돛 범. 翰:깃 한. 檻:난간 한. 霞:놀 하. 鶩:따옥이 목. 巫:무당 무> ☞ 삼산(三山)의 세 봉우리는 반은 청천 밖에 떨어져 있고, 진․회(秦淮)의 두 물줄기가 가운데서 갈리는 곳에 백로주라는 사잇섬이 있다. 망망하게 흐르는 물결이여 돛대 치는 저 어옹은 소상팔경의 하나인 원포귀범이 여기던가? 가을바람 불 때 돛을 달아 강동으로 가는 배는 재앙이 자신에게 미칠 것을 미리 알고 몸을 피해 가는 장한 선생이 아니신가? ‘난간 밖의 장강만이 부질없이 흐른다.’는 글귀는 등왕각서문(滕王閣序文)이요, 왕발의 만고에 뛰어난 시흥(詩興)이라. 떨어지는 노을은 외로운 따오기와 함께 날고, 가을 물은 저 푸른 하늘과 같은 빛을 띠었다. 하늘 밖 무산(巫山)의 열두 봉우리는 구름 밖의 절경이로다. 주제: 산하를 조망하는 가을 풍경과 역사적 회고.
【삼월삼일 이백도홍】 평시조. 작자 미상. 출전: 청구영언. 삼월삼일 이백도홍(三月三日李白桃紅) 구월구일 황국단풍(九月九日黃菊丹楓), 청렴(靑帘)에 술이 익고 동정(洞庭)에 추월(秋月)인저. 백옥배 죽엽주(白玉杯竹葉酒) 가지고 완월장취(玩月長醉)허리라. ☞ 삼월삼짇날 오얏꽃의 흰 색과 복숭아꽃의 붉은 색, 구월구일 노란 국화꽃과 빨간 단풍. 술집에 꽂은 깃발에 술이 익고, 동정호 맑은 물에 가을 달 비치었다. 백옥 술잔에 죽엽주 가지고 달구경하며 오래도록 취하리라. 주제: 좋은 시절에 좋은 술로 오래도록 즐겨 봄.
【상공을 뵈온 후에】 평시조. 작자 : 소백주. 출전: 청구영언. 상공(相公)을 뵈온 후에 사사(事事)를 믿자오매, 졸직(拙直)한 마음에 병(病)들가 염려러니, 이리마 저리차 하시니 백년 동포(百年同抱) 하리라. ☞ 상공(정승)을 뵈온 후에 모든 일을 믿기 때문에, 어리석은 마음에 병이 들까 염려이더니, 이리 하마 저리 하자 하시니 백년을 모시고 살리라. 주제 : 장기 두는 모습을 의인화 함.
【상산 조자룡을】 사설시조. 작자 미상. 출전: 시조(時調-關西本) 상산 조자룡(常山趙子龍)을 네 혹시(或時) 이름이나 들었드냐. 발무부중(發無不中) 내 활 재조(才操) 너를 응당(應當) 쏠테나 양국화친(兩國和親) 생각하여 죽이든 않을 테니, 나의 수단(手段)이나 보고 가라. 막막강궁(莫莫强弓)에 철전(鐵箭)을 메겨 비정비팔흉허복실(非丁非八胸虛腹實) 좀통을 발끈 쥐고 깍지 손 떼뜨리니, 번개같이 가는 살이 수루루루 건너가 서성(徐盛) 탄 배 돛대 맞아 와지질끈 부러지니, 그 장사(壯士) 넋을 잃고 뱃머리 빙빙 물결에 뒤차이어 어리렁출렁 떠나려가니, 제 어이 방비(防備)할까 하노라. ☞ “상산 출신 조자룡을 네 혹시 이름이나 들었더냐? 쏘아서 맞지 않는 적이 없는 내 활 솜씨로 너를 응당 쏠 수 있으나, 두 나라의 화친을 생각하여 너를 죽이지는 않을 테니 나의 수단이나 보고 가라.” 하면서 매우 강한 활에 쇠 화살을 메겨 정자(丁字)도 아니요, 팔자(八字)도 아닌 발 자세로, 가슴을 비우고 배에 힘을 주어, 좀 통을 발끈 쥐고 깍지 손 뚝 떼니 번개같이 가는 살이 수루루루 건너가, 서성 탄 배 돛대 맞아 와지끈 부러지니, 그 장사(서성) 넋을 잃고, 뱃머리는 빙빙 물결에 뒤차이어 워르릉출렁 떠나려가니, 제 어찌 방비하겠는가? 주제: 조자룡이 화살 한 대로 적선의 추격을 물리침. ❖ 적벽가 일절 ; 주유(周瑜) 동남풍이 불어오는 것을 보고 놀래어 탄식하되 ‘이 사람〔제갈 량〕의 탈 조화는 귀신도 난측이라 만일 오래 두었다가는 동오(東吳)의 화근이라 죽여 후환을 면하리라’ 서성 정봉 급히 불러 ‘수륙으로 나누어 가서 장단곡절 묻지 말고 제갈량의 머리를 한칼에 베여오라’ 서성은 배를 타고 정봉은 말을 놓아 남병산 달려 돌아…….
【샛별 지자 종다리 떳다】 평시조. 작자 : 이재(李在). 출전: 화원악보. 샛별 지자 종다리 떳다 호미 메고 사립 나니, 긴 수풀 찬이슬에 뵈잠방이 다 젖는다.. 아희야 시절이 좋을 손 옷이 젖다 관계하랴. ☞ 샛별 지자 종달새가 지저귄다. 호미를 들고 사립문을 나서니, 긴 수풀에 차 있는 이슬로 베잠방이가 다 젖는다. 아이야, 풍년이 든다면야 옷이 젖은들 어떠하리. 주제 : 풍년을 기대하며 봄을 맞는 기쁨.
【석양에 취흥을 겨워】 평시조. 작자 미상. 출전: 청구영언. 석양(夕陽)에 취흥(醉興)을 겨워 나귀 등에 실렸으니, 십리계산(十里谿山)이 몽리(夢裏)에 지내거다. 어디서 수성어적(數聲漁笛)이 잠든 나를 깨우느니. ☞ 석양에 취흥을 이기지 못하여, 나귀 등에 실린 듯이 올라타니, 십리나 되는 산과 계곡들이 꿈속에서 지나갔다. 어디서 어부들의 피리소리가 잠든 나를 깨우느냐? 제: 자연을 벗 삼아 취흥을 즐김.
【석인이 이승 황학거허니】 사설시조 • 한시(漢詩). 작자: 최호. 석인(昔人)이 이승 황학거(已乘黃鶴去)허니, 차지(此地)에 공여 황학루(空餘黃鶴樓)l로다. 황학(黃鶴)이 일거 불부반(一去不復返)허니, 배운천재 공유유(白雲千載空悠悠)l로다. 청천(晴川)은 역력한양수(歷歷漢陽樹)이어늘, 방초처처 앵무주(芳草萋萋鸚鵡洲)l로다. 일모향관(日暮鄕關)이 하처시(何處是)오, 연파강상(煙波江上)이 사인수(使人愁)를 하소라. <昔:옛 석. 鶴:학 학. 餘:남을 여. 已:이미 이. 乘:탈 승. 復:다시 부. 返:돌아올 반. 載:해 재. 悠:멀 유. 晴:날개일 청. 歷:지낼 력. 芳:꽃다울 방. 萋:풀 무성할 처. 鸚:앵무새 앵. 鵡:앵무새 무. 洲:섬 주. 關:빗장 관. 煙:연기 연. 使:하여금 사. 愁:근심 수> ☞ 옛사람이 이미 황학을 타고 갔으니, 이 땅에는 쓸쓸하게 황학루만 남았구나. 황학은 한번 가서 다시 돌아오지 아니하고, 흰 구름만 천년 동안 유유히 흐르고 있네. 개인 날 강 저편에 한양 거리의 나무들이 역력하고, 꽃다운 풀은 앵무섬에 무성하다. 날은 저무는데 내 고향은 어느 곳에 있는고? 강물 위에 연파 자욱하여 나를 서럽게 하는구나! 주제: 황학루의 서경 회고 및 망향의 정. 황학루의 유래에는 몇 개의 설화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이곳에 술집이 있었는데 하루는 남루한 옷을 입은 비범한 선생이 와서 술을 청하거늘 주인 신(辛)씨는 술대접을 잘 했다. 이렇게 하기를 반년 동안, 조금도 싫어하는 기색이 없는지라 하루는 그 선생이 와서 말하기를 술값이 많이 밀렸는데, 그 값으로 그림을 그려 주겠다며 벽에다 황색의 학을 그려 놓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술꾼들이 박수치며 노래를 부르면 이 학이 가락에 맞추어 춤을 추는 것이었다. 이리하여 그 술집은 십년 동안에 큰 부자가 되었다. 하루는 선생이 찾아왔거늘 주인은 사례하고 재물을 주었으나 받지 않고, 그 황학을 타고 떠나갔다. 신씨는 그곳에 누각을 세우고 “황학루”라 이름하였다고 한다.
【설월이 만정한데】 평시조. 작자 미상. 출전: 청구영언(靑丘永言). 설월(雪月)이 만정(滿庭)한데 바람아 부지 마라. 예리성(曳履聲) 아닌 줄을 판연(判然)히 알건마는 그립고 아쉬운 마음에 행여 긘가 하노라. ☞ 눈 위의 달빛이 온 뜰에 가득한데 바람아 불지 마라. 이 소리는 바람소리지 신 끄는 소리가 아닌 줄을 확실하게 알지마는 그래도 하도 그립고 아쉬운 마음에 혹시나 그 이인가 하여 부질없이 마음이 설레는구나! 주제: 허사인 줄 알면서도 임을 기다리는 안타까운 심정.
【세사는 금삼척이오】 평시조. 작자 미상. 출전: 청구영언. 세사(世事)는 금삼척(琴三尺)이오 생애(生涯)는 주일배(酒一杯)라. 서정 강상월(西亭江上月)이 둥두렷이 밝았으니, 동각(東閣)에 설중매(雪中梅) 다리고 완월장취(玩月長醉) 허리라. ☞ 세상 살아가는 일이란 거문고 한 가락 소리에 불과하고, 인생의 일평생이란 술 한 잔 마시는 기간에 불과하다. 서쪽 정자, 강 위에 비친 달이 둥그렇게 밝았으니, 동쪽 누각에서 설중매를 데리고 달구경이나 하며, 거나하게 취해 보리라. 주제: 덧없는 인생 풍월과 함께 즐기고 싶다.
【세상공명 부운이라】 사설시조. 작자 미상. 출전: 시조집(時調集-平洲本). 세상공명부운(世上功名浮雲)이라. 강호어옹(江湖漁翁) 될지어다. 일엽소정(一葉小艇) 흘리 저어 순류(順流)로 나려가니, 청풍(淸風)은 서래(徐來)하고 수파(水波)는불흥(不興)이라. 은린옥척(銀鱗玉尺) 펄펄 뛰고 백구편편(白鷗翩翩) 날아 든다 격안전촌양삼가(隔岸前村兩三家)에 저녁 연기(煙氣) 일어나고 반조입강번석벽(返照入江翻石壁)은 새 거울을 걸었난 듯. 창랑가(滄浪歌) 반겨 듣고 소리 좇아 나려가서. 고기 주고 술을 받아 취(醉)ㅎ도록 마신 후에 애내곡(欸乃曲) 부르면서 달을 띠고 돌아오니 세상(世上) 알까 두려운저. <浮:뜰 부. 艇:배 정. 徐:천천히 서. 興:일 흥. 鱗:비늘 린. 鷗:갈매기 구. 翩:날 편. 隔:막힐 격. 岸:언덕 안. 返:돌아올 반. 照:비칠 조. 翻:나부낄 번. 欸:한숨쉴 애. 乃:이에 내> ☞ 이 세상에 공을 세워 이름이 높아진들 모두가 뜬 구름이라. 강과 호수의 자연 속에 안겨 낚시꾼이나 되겠노라. 나뭇잎 같은 작은 배를 저어 물 따라 내려가니, 맑은 바람 서서히 불고 물결은 일어나지 않는구나. 은빛 비늘의 큰 물고기는 힘차게 뛰어 놀고, 갈매기는 훨훨 날아온다. 언덕 넘어 앞마을 두서너 집에서는 저녁연기가 일어나고, 저녁 햇빛 강에 비치어 석벽에 나부끼는 모습은 새 거울처럼 강 속이 투명하게 보인다. 어디선가 ‘창랑의 물이 맑음이여 내 갓끈을 씻을 것이요, 창랑의 물이 흐림이여 내 발을 씻을 것이로다’ 하고 들려오는 창랑가 노래가 반가워 소리 따라 내려가서. 고기 주고 술을 받아 취하도록 마신 후에 뱃노래를 부르면서 달을 안고 돌아오니, 이 좋은 경치를 세상 사람들이 알고 찾아올까 두렵구나! 주제: 세상공명을 다 버리고 강호에 묻혀 사는 즐거움.
【세상 사람들이】 평시조. 작자 : 인평대군. 출전: 청구영언. 세상 사람들이 입들만 성하여서, 제 허물 전혀 잊고 남의 흉 보는고야. 남의 흉 보거라 말고 제 허물 고치고자. ☞ 세상 사람들이 입들만 성하여서, 제 허물은 전혀 잊어버리고 남의 흉만 보는구나. 남의 흉보려고 하지 말고, 제 허물을 고쳐라. 주제 : 남의 흉보지 말고 자기 허물을 먼저 고쳐라.
【세월이 여류하여】 평시조. 작자 미상. 출전: 조(調) 및 사(詞) 세월(歲月)이 여류(如流)하여 돌아간 봄 다시 온다. 천증세월 인증수(天增歲月人增壽)요 춘만건곤 복만가(春滿乾坤福滿家)라. 어찌타 세속인심(世俗人心)이 날로 달라 가는가. ☞ 세월이 물처럼 흘러 돌아갔던 봄이 다시 온다. 하늘은 세월을 더하고 사람은 수를 더하며, 봄기운은 온 천지에 가득하고 복은 집집마다 가득하리라. 그런데 어쩐 일로 세속 인심은 날로 달라지는가. 주제: 조석으로 변하는 세속 인심을 한탄함.
【소년행락이 다 진커든】 사설시조. 작자 미상. 출전: 악부(樂府-高大本) 소년행락(少年行樂)이 다 진커든, 와유강산(臥遊江山)하오리라. 인호상이자작(引壺觴以自酌) 명정(酩酊)ㅎ게 취(醉)한 후(後)에 한단침(邯鄲枕) 도두 베고 장주호접(莊周胡蝶)이 잠간(暫間)되어 방춘화류(芳春花柳) 찾아가니 이화도화 영산홍 자산홍(李花桃花 映山紅 紫山紅) 왜(倭)철쭉 진달화 가운데 풍류랑(風流郞) 되어 춤추며 노니다가 세류령(細柳營) 넘어가니, 황조편편 환우성(黃鳥翩翩喚友聲)이라. 도시행락(都是行樂)이 인생귀불귀(人生歸不歸) 한(恨)일진대, 꿈인지 생시(生時)인지 몰라 갱소년(更少年) 하오리라. ☞ 소년 시절 즐거운 삶이 끝나거든, 조용히 강산 속에 묻혀 즐기리라. 술병을 끌어당겨 내 스스로 따라 마시고, 몸을 가누지 못하도록 크게 취한 후에 옛날 노생이란 사람이 꿈속에서 부귀영화를 누렸을 때 베고 잤다는 그 한단침 베개를 높이 베고 장주(莊周 = 莊子)라는 사람이 꿈속에서 환생했던 그 호랑나비가 잠깐 되어, 울긋불긋한 화류장을 찾아가니 이화며 도화며 영산홍이며 자산홍이며 왜철쭉 진달화 같은 미녀들 가운데 풍류랑이 되어 너울너울 춤추며 놀고 다니다가 옛날 한(漢)나라 장군 주아부가 주둔하고 있는 세류령을 넘어가니 꾀꼬리 같은 노래가 서로 화답한다. 행락(行樂)이 모두 이러하거늘, 인생이란 한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왕손(王孫 - 귀뚜라미의 별칭)과 춘초(春草)의 한(恨)일진대, 세상사 잊어버리고 분별이 없으면 더디 늙을 것이라 여기노라. 주제: 부질없는 세상사 모두 잊고 분별없이 살고 싶은 마음.
【송하에 문동자하니】엇시조. 작자 미상. 출전: 송하(松下)에 문동자(問童子)하니 스승은 영주 봉래 방장(瀛州蓬萊方丈) 삼신산(三神山)으로 채약(採藥)하려 가셨나이다. 지재차산중(只在此山中)이언만 운심(雲深)하여 부지처(不知處)라. 동자야, 선생이 오시거든 적송자(赤松子) 왔더라고 여쭈어라. ☞ 소나무 밑에서 동자에게 물으니 스승은 영주, 봉래, 방장 삼신산으로 약초를 캐러 가셨다고 한다. 다만 이 산속에 있으련만 구름이 깊게 쌓여 계신 곳을 알 수 없구나. 동자야, 선생께서 오시거든 적송자가 왔었다고 여쭈어라. 주제: 깊은 산속 신선 생활에 대한 동경.
【수양산 바라보며】평시조. 작자 : 성삼문. 출전: 청구영언. 수양산(首陽山) 바라보며 이제(夷齊)를 한(恨) 하노라. 주려 죽을 진들 채미(採薇)도 하는 것가. 비록애 푸새엣 것인들 긔 뉘 따헤 낫더니. ☞ 수양산을 바라보며 백이와 숙제를 한탄한다. 굶어서 죽을망정 왜 고사리는 캐 먹었는가? 비록 그 고사리가 하찮은 푸성귀일망정 그것은 누구 땅에 났던가? 주제 : 세조의 녹을 먹지 않겠다는 절개.
【술도 먹으려니와】 평시조. 작자: 윤선도. 출전: 해동가요. 술도 먹으려니와 덕(德) 없으면 난(亂)하느니, 춤도 추려니와 예(禮) 없으면 잡(雜)되느니, 아마도 덕예(德禮)를 지키면 만수무강(萬壽無疆) 하오리라. ☞ 술도 먹으려니와 덕이 없으면 문란하게 되는 것이며, 춤추고 놀 수도 있거니와 예를 갖출 줄 모르면 난잡하게 되느니라. 아마도 덕과 예를 지키면 만수무강 하오리다. 주제: 가무를 즐기는 속에도 덕과 예를 지켜야 욕됨이 없다.
【시내 흐르난 골에】 평시조. 작자 미상. 출전: 청구영언 시내 흐르난 골에 바위 따려 초당(草堂) 짓고, 달 아래 밭을 갈고 구름 속에 누웠으니, 건곤(乾坤)이 날 불러 이르기를 함께 늙자 하더라. ☞ 시냇물 흐르는 골짜기에 바위를 편편하게 다듬어서 그 위에 초당을 지어 놓고, 달뜨는 밤에는 그 달빛을 받으며 밭도 매어보고, 이 초당 밑에서 흰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니, 그 구름 속에 누워서 책도 보고 낮잠도 자고 자연도 즐기고 하니, 하늘과 땅이 나에게 이르기를 함께 늙자 할 만큼 늙을 일이 없구나! 주제: 흰 구름 머무는 산골의 신선 생활에 대한 동경.
【십년을 경영하여】 평시조. 작자: 송 순. 출전: 화원악보(花源樂譜). 십년을 경영(經營)하여 초려(草廬) 한 간 지어 내니, 반간(半間)은 청풍(淸風)이요 반간은 명월(明月)이라. 강산(江山)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 두고 보리라. ☞ 십년 동안 마련하여 한 칸의 초가집을 지어 놓으니, 반 칸은 맑은 바람이 차지하고, 반 칸은 밝은 달에게 내어 주었다. 강과 산은 들여놓을 곳이 없으니 병풍 삼아 둘러 두고 보겠다. 주제: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생활.
【악양루에 올라 앉아】 엇시조. 작자 미상. 출전: 청구영언. 악양루(岳陽樓)에 올라 앉어 동정호 칠백리(洞庭湖七百里)를 둘러보니, 낙하여고목제비(落霞與孤鶩齊飛)요 추수공장천일색(秋水共長天一 色)이로다. 어즈버 만강추흥(滿江秋興)이 수성어적(數聲漁笛) 뿐일러라. ☞ 악양루에 올라 앉아 동정호 칠백리를 둘러보니, 떨어지는 노을은 외로운 따오기와 함께 날고, 가을 물은 맑고 푸른 저 하늘과 한 빛이로다. 아, 강에 가득 찬 가을의 흥취가 어부의 피리 소리에 담겨 있도다. 주제: 악양루에 올라 동정호를 조망하는 감회.
【앞내나 뒷내나 중에】 사설시조. 작자 미상. 출전: 청구영언 앞내나 뒷내나 중에 소 먹이는 아희놈들아, 앞내옛고기와 뒷내옛고기를 다 몰속 잡아 네 다라끼에 넣어 주어드란 네 타고 가는 소 등에 걸처다가 주렴. 우리도 밧비 가는 길이오매 전헐동말동 허여라. ☞ “앞 내 뒷내에 소 먹이는 아이들아, 앞내의 고기와 뒷내의 고기를 몽땅 잡아서 네 다래끼에 넣어줄 터이니 네가 타고 가는 소 등에 걸쳐 두었다가 (우리 님께 전해) 주려무나.” “우리도 바삐 가는 길이므로 전할지 말지 모르겠소.” 주제 : 임에게 선물을 전해주고 싶은 마음.
【앞 못에 든 고기들아】 엇시조. 작자 미상. 출전: 청구영언. 앞 못에 든 고기들아 뉘라서 너를 몰아다가 넣거늘 든다. 북해청소(北海靑沼)를 어듸 두고 이 못에 와 든다. 들고도 못나는 정(情)은 네오 제오 다르랴. ☞ 앞 못에 들어 있는 고기들아 누가 너를 이 못으로 몰아다가 넣었기에 들어왔느냐? 넓은 바다와 맑고 푸른 못을 어디에 두고 이 못에 와서 들었느냐? 들어오고 못 나가는 심정은 너와 내가 다르겠느냐? 주제: 집안에 갇혀 살고 있는 답답한 심정.
【약수삼천리 거지둥】 사설시조. 작자 미상. 출전: 악부(樂府-高大本). 약수삼천리(弱水三千里) 거지둥 떠가는 배야 거기 잠간(暫間) 닻 주어라 말 물어보자. 동남동녀 오백인(童男童女五百人)으로 영주 ․ 봉래 ․ 방장산(瀛州蓬萊方丈山)에 불사약을 구(求)하러 가는 서불등(徐市等)의 배이올런가. 우리도 사구평대(砂丘平臺)에 위중한 줄 아옵기로 바삐바삐 가옵네. ☞ 약수삼천리를 찌거둥 떠가는 배야 거기 잠간 닻을 내리고 쉬어라 말 좀 물어보자. 동남동녀(童男童女) 오백 인을 태우고 영주․봉래․방장산으로 불사약을 캐러 가는 서 불(徐巿)의 배가 아닌가? 우리도 사구평대에 계시는 황제께서 지금 위중(危重)하신 줄 알기 때문에 바삐바삐 간다오. 주제: 삼신산으로 불사약을 캐러감이 부질없음을 풍자함.
【어리고 성긴 가지】 평시조. 작자: 안민영. 출전: 가곡원류. 어리고 성긴 가지 너를 밎지 아녔더니, 눈 기약 능히 지켜 두세 송이 피었구나. 촉 잡고 가까이 사랑할 제 암향조차 부동터라. ☞ 어리고 성긴 가지, 너에게 꽃을 기대하지 않았더니, 꽃눈이 자라서 두세 송이의 꽃이 피었구나. 촉 잡고 가까이 사랑할 제, 그윽한 향기까지 나는구나. 주제 : 어린 매화꽃에 대한 사랑.
【어버이 살아신 제】 평시조. 작자: 정철(鄭澈). 출전: 송강가사. 어버이 살아신 제 섬기기란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달프다 어찌 하리. 평생(平生)에 고쳐 못할 일 이 뿐인가 하노라. ☞ 어버이 살아 계실 때 섬길 일을 다하여라. 돌아가시고 나면 아무리 애달파 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 일평생 다시 고쳐서 할 수 없는 일은 이뿐인가 한다. 주제: 어버이에 대한 효성.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연시조. 작자: 윤선도. 출전: 고산유고. 동풍(東風)이 건듣부니 물결이 고이 닌다. 돋다라라 돋다라라. 동호(東湖)를 도라보며 서호(西湖)로 가쟈스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압뫼히 지나가고 뒫뫼히 나아온다. (春詞 10수 중 1) 연닙희 밥싸두고 반찬으란 쟝만마라. 닫드러라 닫드러라 청약립(靑蒻笠)은 써잇노라 녹사의(綠蓑衣) 가져오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무심(無心)한 백구(白鷗)는 내좃는가 제좃는가 (夏詞 10수 중 1) 기러기 떳난 밧긔 못보던 뫼 뵈나고야. 이어라 이어라 낙시질도 하려니와 취(趣)한 것이 이 흥(興)이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석양이 바애니 천산(千山)이 금수(錦繡)로다. (秋詞 10수 중 1) 간밤의 눈갠 후에 경물(景物)이 달랃고야 이어라 이어라 압희난 만경유리(萬頃琉璃) 뒤희난 쳔텹옥산(千疊玉山)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선계(仙界)인가 불계(佛界)인가 인간이 아니로다. (冬詞 10수 중 1) 주제: 강호에 묻혀 사는 어부생활의 낭만과 즐거움.
【어이 얼어 자리】 평시조. 작자 : 한우(寒雨). 출전 : 해동가요. 어이 얼어 자리 무슨 일 얼어 자리, 원앙침(鴛鴦枕) 비취금(翡翠衾)을 어디 두고 얼어 자리.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녹아 잔들 어떠리. ☞ 어이 얼어 자리 무슨 일로 얼어 자리. 원앙침 비취금을 어디에 두고 얼어서 자리. 오늘은 찬비를 맞았으니 녹아서 잔들 어떠리. 주제 : 찬비 맞았으니 녹아 자기를 원함.
【어져 내 일이여】 평시조. 작자 : 황진이. 출전 : 청구영언. 어져 내 일이여 그릴 줄을 모르던가. 이시라 하더면 가랴마는 제 구타여. 보내고 그리는 정은 나도 몰라 하노라. ☞ 아하! 내가 한 일이여, 그리울 줄을 몰랐던가. 있으라고 했으면 자기가 굳이 갔으랴마는 , 보내놓고 그리워하는 마음은 나도 모르겠구나! 주제 : 보내놓고 그리워하는 여자의 심리.
【어제 동산우에】 사설시조. 작자 미상. 어제 동산우(東山雨)에 노사(老謝) 만나 바돌 두고, 금야초당월(今夜草堂月)에 이적선(李謫仙) 만나 시 백 편(詩百篇)하고 주 일 두(酒一斗)ㅣ로다. 내일(來日)은 맥상청루 오릉년소도리혜기라군(陌上靑樓五陵年少桃李蹊綺羅裙)으로 놀아 볼까 하노라. ☞ 어제는 비가 오기에 옛날 동진 때 동산에 숨어 살며 바둑을 즐겼다는 사안(謝安)을 만나 바둑을 두고, 오늘밤은 초당을 비친 달에 이태백 만나 시 백편 읊으면서 술 한 말 마시도다. 내일은 장안의 기생집이며 미인들이 오고가는 길로 아름답게 꾸민 여인들과 함께 놀아 볼까 한다. 주제: 소년 행락의 꿈.
【어제 밤도 혼자 곱송그려】 사설시조. 작자 미상. 출전:청구영언. 어제 밤도 혼자 곱송그려 새우잠 자고, 지난밤도 혼자 곱송그려 새오잠 잤네. 어인 놈의 팔자가 주야장상(晝夜長常)에 곱송그려서 새오잠만 자노. 오늘은 그리든 임 만나 발을 펴 바리고 찬찬 휘감아 잘가 하노라. ☞ 어제 밤도 혼자 잔뜩 오그려 새우잠을 자고, 그 지난밤도 혼자 오그려 새우잠 잤네. 어떤 놈의 팔자가 밤낮 긴긴 날에 오그려서 새우잠만 자는고? 오늘은 그리던 임 만나 발을 쭉 펴고, 다리를 휘감고 잘 가 하노라. 주제 : 임과 운우의 정을 기대하는 마음.
【어제 오던 눈이】 평시조. 작자 : 홍적(洪迪). 출전 : 청구영언. 어제 오던 눈이 사제(沙堤)에도 오돗던가. 눈이 모래 같고 모래도 눈이로다. 아마도 세상 일이 다 이런가 하노라. ☞ 어제 오던 눈이 모래 언덕에도 왔던가? 눈이 모래 같고, 모래도 눈과 같다. 아마도 세상 일이 다 이처럼 분별하기 어려운가 한다. 주제 : 시비를 구분하기 어려운 세상사.
【어촌에 낙조 강천이 적막】 사설시조. 작자 미상. 출전: 청구영언. 어촌(漁村)에 낙조강천(落照江天)이 적막(寂寞), 소정(小艇)에 그물 싣고 십리사정(十里沙汀) 나려가니, 만강노적(滿江蘆荻)에 하목(霞鶩)은 석겨 날고 도화유수궐어비(桃花流水鱖魚肥)라. 유교변(柳橋邊)에 배를 띄고, 배타고 고기 낚어, 고기 주고 술을 사서 취(醉)토록 먹은 후에 애내성(欸乃聲) 부르면서 달을 띄고 돌아오니, 아마도 만사무심일조간(萬事無心一釣竿)에 삼공불환차강산(三公不換此江山)은 나를 두고 이름인가 하노라. ☞ 어촌에 낙조로 물든 하늘이 적막하다. 작은 배에 그물 싣고 십리 모래톱을 나려가니, 강에 가득 찬 갈대에는 노을과 함께 오리가 날고, 도화 뜬 맑은 물에 쏘가리는 살쪄 있다. 주막 옆에 배를 띄우고 고기를 낚아서 고기 주고 술을 사서 취하도록 먹은 후에 뱃노래 부르면서 달을 안고 돌아오니, 아마도 “만사를 낚싯대 하나로 마음 비우니, 삼정승을 준다한들 이 강산과 바꿀쏘냐.”란 나를 두고 이름인가 한다. 주제 : 강호에 묻혀 자연을 즐기는 기쁨.
【어화 세상 벗님네야】 사설시조. 작자 미상. 출전: 시조집(평주본) 어화 세상(世上) 벗님네야 부귀공명(富貴功名) 탐(貪)치 마소. 부귀(富貴)는 부운(浮雲)이요 공명(功名)은 진애(塵埃)로다. 미백세지인생(未百歲之人生)이라. 구약(求藥)허던 진시황(秦始皇)도 여산(驪山)에 일부청총(一夫靑塚) 되어 있고, 구선(求仙)하던 한무제(漢武帝)도 분수추풍상락두(汾水秋風霜落頭)에 백발(白髮)만 휘날렸네. 공도(公道)라니 백발(白髮)이요 못 면(免)할 손 죽엄이라. 초로(草露)같은 우리 인생(人生) 그 아니 애닲은가 하노라. ☞ 어허 세상 벗님네야 부귀와 공명을 탐하지 마소. 부귀는 뜬 구름이요 공명은 티끌이라 백세도 살지 못하는 인생인 것을. 불사약을 구하던 진시황도 여산에 한 무덤이 되었고, 신선을 구하던 한무제도 분수추풍에 백발의 슬픔만 남겼네. 자연의 공평한 도는 백발 되어 죽는 것을 면할 수 없다. 풀잎에 이슬 같은 우리 인생 그 아니 애달픈가! 주제 : 무상한 인생 부귀공명을 탐하지 말라.
【어화, 우리 겨레들】 사설시조. 작자 정경태. 어화, 우리 겨레들 역대명장(歷代名將) 헤어 보세. 가락왕가후예(駕洛王家後裔)로 충, 지, 용 겸(忠智勇兼)한 장수(將帥) 개국공(開國公)을 추모(追慕)한 제 한마공신상(汗馬功臣像)도 장엄(莊嚴)하다. 백제 고도(百濟古都) 바라보니 사비성루 적막(泗泌城壘寂寞)한데, 삼천궁녀 낙화순국(三千宮女落花殉國) 백마강(白馬江) 어느곳가. 고구려 왕검성(高句麗王儉城)도 당시 정벌(當時征伐)하였으니 천추위업(千秋偉業) 이룩하신 절세(絶世)의 영웅(英雄)이라. 우리도 신라(新羅)의 삼국통일(三國統一)과 화랑정신(花郞精神) 이어받아 삼팔장벽(三八障壁) 부수고서 남북통일(南北統一) 하올진저. ☞ 아! 우리 겨레의 역대 명장을 헤아려 보세. 가락국 김수로왕의 후손으로 충성과 지혜와 용기를 겸비한 장수이며, 당나라 고종으로부터 받은 봉작 ‘개국공(開國公)’ 김유신 장군을 추모하여 세워진 ‘한마 공신 상’도 장엄하다. 백제의 옛 서울 바라보니 부소산성 적막한데(김유신 장군에게 정벌 당했으므로) 삼천 궁녀가 낙화암에서 떨어져 순국한 백마강은 어느 곳인가? 고구려 평양성도 당시 정벌하였으니, 천추에 빛날 위대한 업적 이룩하신 절세의 영웅이라. 우리도 신라의 삼국 통일과 화랑정신 이어받아 삼팔선의 장벽을 부수고 남북통일 할 것이로다. 주제: 삼국 통일의 대업을 이룩한 김유신 장군에 대한 추모.
【어화 청춘소년들】 사설시조. 작자 미상. 어화 청춘소년(靑春少年)들 이 내 말을 들어 보소. 허송세월(虛送歲月)하지 말고 밭 갈고 글을 읽어 수신제가(修身齊家)할지어다. 만고성인 순(萬古聖人 舜)임금은 역산(歷山)에 밭을 갈아 부모봉양(父母奉養)하옵시고 천하문장이적선(天下文章李謫仙)도 광산(匡山)에 글을 읽어 명전천추(名傳千秋)하였으니, 하물며 우리 인생(人生)이야 시호시호부재래(時乎時乎不再來)라, 성현문장 본(聖賢文章 本)을 받아 주경야독(晝耕夜讀)하오리라. ☞ 아! 청춘소년들 이 내 말을 들어 보소. 허송세월 하지 말고, 밭 갈고 글을 읽어 내 몸을 닦고 가정을 잘 다스릴 지어다. 만고에 성인으로 받드는 순임금께서는 역산이라는 곳에서 밭갈이를 하여 부모에게 효성을 다하였고, 천하 문장 이태백도 광산에서 열심히 글을 읽어 이름을 천추에 전하였으니, 하물며 우리 인생이야 때여때여 두 번 오지 않는다. 순임금 같은 성인, 이태백 같은 문장 본을 받아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부지런한 생활을 할지니라. 주제: 허송세월 하지 말고 맡은 일에 충실하라는, 청소년에 대한 권고.
【어흐마 긔 뉘오신고】 사설시조. 작자 미상. 출전: 청구영언. 어흐마 긔 뉘오신고? 건너 불당(佛堂)의 동영중이올너니. 홀거사(居士)의 홀로 자시는 방(房) 안에 무시것 허러 와 계신고? 홀거사(居士)님의 노감타기 벗어 거는 말 곁에 내 곳갈 벗어 걸러 왔읍네. ☞ “어허! 그 뉘신고?” “예, 저는 불당의 동냥 다니는 중이옵니다.” “허면 홀로 사는 거사의 혼자 자는 방 안에 무엇 하러 와 계신고?” “홀로 사시는 거사님의 노감투 거는 말뚝에 내 고깔 벗어 걸려고 왔습니다.” 주제 : 홀로 사는 거사와 깊은 정 맺으려는 동냥 중.
【언약이 늦어가니】 평시조. 작자 미상. 출전: 청구영언. 언약(言約)이 늦어 가니 정매화(庭梅花)도 다 지거다. 아침에 우든 가치 유신(有信)타 허랴마는, 그러나 경중아미(鏡中蛾眉)를 다스러 볼가 허노라. ☞ 약속한 날짜가 훨씬 지나가니 뜰에 핀 매화도 다 떨어졌다. 아침에 울던 까치가 반가운 임의 소식을 알린 것이랴 마는, 그러나 혹 모르니 거울 속의 눈썹과 얼굴을 다듬어 볼까 하노라. 주제: 약속을 지키지 않는 임이지만 몸을 단장하고 기다림.
【언충신 행독경하고】 평시조. 작자: 김광욱. 출전: 청구영언. 언충신(言忠信) 행독경(行篤敬)하고 주색(酒色)을 삼가면, 내 몸에 병(病)이 없고 남 아니 우이느니, 행(行)하고 여력(餘力)이 있거든 학문(學問) 좇아 하리라. ☞ 말은 충성스럽고 미덥게 하고, 행실은 돈독하고 공손히 하며, 술과 여자를 삼가면, 내 몸에 병이 없고, 남들이 웃지 않을 것이니, 행하고 남은 힘이 있거든 학문을 따라 하리라. 주제 : 실행한 연후에 학문을 닦고자 함.
【엇그제 버힌 솔이】 평시조. 작자: 김인후. 출전: 청구영언. 엊그제 버힌 솔이 낙락장송(落落長松) 아니런가, 적은 듯 두런들 동량재(棟樑材) 되리러니, 어즈버 명당(明堂)이 기울면 어느 남기 받치리. ☞ 엊그제 베어 버린 소나무가 낙락장송이 아니던가, 조금만 더 두었던들 대들보 감이 되었을 텐데, 아! 나라에 일이 있으면 어느 나무로 받치겠는가. 주제 : 나라의 동량재를 잃은 안타까움.
【예로부터 이르기를】 사설시조. 작자 미상. 출전: 잡지(雜誌). 예로부터 이르기를 천지지간만물지중(天地之間萬物之中)에 유인(唯人)이 최귀(最貴)라 하였으니 어찌하여 최귀(最貴)런고. 삼강오륜(三綱五倫)을 알음이라. 부위자강, 군위신강, 부위부강(父爲子綱, 君爲臣綱, 夫爲婦綱)이 삼강(三綱)이요, 부자유친, 군신유의,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父子有親, 君臣有義, 夫婦有別, 長幼有序, 朋友有信)이 오륜(五倫)이라. 원형이정(元亨利貞)은 천도지상(天道之常)이요 인의예지(仁義禮智)는 인성지강(人性之綱)이니 오상지도(五常之道) 모를진댄 즉근어금수(卽近於禽獸)니라. ☞ 예로부터 이르기를 천지 만물 가운데 오직 사람이 가장 귀하다고 하였으니, 어찌하여 가장 귀하냐 하면 삼강과 오륜을 알기 때문이다. 부위자강(父爲子綱), 군위신강(君爲臣綱), 부위부강(夫爲婦綱) 이 세 가지를 삼강(三綱)이라 하고, 부자유친(父子有親), 군신유의(君臣有義), 부부유별(夫婦有別), 장유유서(長幼有序), 붕우유신(朋友有信) 이 다섯 가지를 오륜(五倫)이라 한다. 원(元)과 형(亨)과 이(利)와 정(貞)은 천도의 네 가지 원리요, 인(仁)과 의(義)와 예(禮)와 지(智)는 사람이 갖추어야 하는 네 가지 덕이니, 오륜의 도를 모른다면 곧 금수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주제 : 삼강오륜의 인간 도리를 강조함.
【연풍코 국태민안하여】 평시조. 작자 미상. 출전: 청구영언. 연풍(年豐)코 국태민안(國泰民安)하여 구추황국단풍절(九秋黃菊丹楓節)에, 인유이봉무(麟遊而鳳舞)커늘 면악등림(緬岳登臨)하여, 취포반환(醉飽盤桓)하오면서 감격군은(感激君恩)이샷다. ☞ 풍년이 들고 나라가 편안하여 국화꽃 피고 단풍드는 계절에, 고상하고 아름답게 놀면서 가벼이 산에도 오르고 냇가에 임하여, 거나하게 취하여 서성이면서 임금님 은혜에 감격하는도다. 주제: 태평세월 잘 먹고 즐길 수 있는 임금님 은혜에 감격함.
【오늘도 다 새거다】 평시조. 작자: 정철. 출전: 송강가사. 오늘도 다 새거다 호미 메고 가자스라. 내 논 다 매여든 네 논 점 매여 주마. 올 길헤 뽕 따다가 누에 먹여 보자스라. ☞ 오늘도 날이 다 새었다, 호미 메고 가자꾸나. 내 논 다 매거든 네 논 좀 매여 주마. 오는 길에 뽕을 따다가 누에도 먹여 보자꾸나. 주제 : 봄을 맞는 농촌의 훈훈한 인심.
【오면 가려 하고】 평시조. 작자: 선조(宣祖). 출전:역대시조선(歷代時調選). 오면 가려하고 가면 아니 오네. 오노라 가노라 하니 볼 날이 전혀 없네. 오늘도 가노라 하니 그를 슬허 하노라. ☞ 오면 가려고 하고, 가면 아니 오네. 온다고 간다고 하다가 보니, 만나볼 날이 전혀 없네. 오늘도 또 간다고 하니, 그것을 슬퍼하노라. 주제: 떠나는 사람을 아쉬워 함.
【오백년 도읍지를】 평시조. 작자: 길재. 출전: 청구영언. 오백년 도읍지(五百年都邑地)를 필마(匹馬)로 돌아드니, 산천(山川)은 의구(依舊)하되 인걸(人傑)은 간데 없다. 어즈버 태평연월(太平烟月)이 꿈이런가 하노라. ☞ 고려 500년의 도읍지 개성 땅을 한 필의 말로 돌아 들어오니, 산천은 예와 같은데 훌륭했던 그 때의 인물들은 간 곳이 없다. 아! 고려의 태평했던 세월이 꿈이던가 싶구나. 주제: 인세(人世)의 무상(無常)함을 한(恨)함.
<오우가(五友歌)> 연시조. 작자: 윤선도. 출전: <산중신곡> 중 ‘오우가’ 내 벗이 몇이나 하니 수석(水石)과 송죽(松竹)이라. 동산(東山)에 달 오르니 긔 더욱 반갑고야. 두어라 이 다섯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 序 ) 구름빗치 좋다 하나 검기를 자로 한다. 바람 소리 맑다 하나 그칠 적이 하노매라. 좋고도 그칠 뉘 업기는 물뿐인가 하노라. ( 水 ) 곶은 무스 일로 퓌며서 쉬이 지고, 풀은 어이하야 푸르는 듯 누르나니, 아마도 변치 아닐 손 바회뿐인가 하노라. ( 石 ) 더우면 곶 퓌고 치우면 잎지거늘, 솔하 너는 어이 눈서리를 모르는다. 구천(九泉)의 불휘 곧은 줄을 글로 하야 아노라. ( 松 ) 나모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뷔엿는다. 저렇고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 竹 ) 작은 것이 높이 떠서 만물(萬物)을 다 비최니, 밤중의 광명(光明)이 너만 한 이 또 잇느냐. 보고도 말 아니하니 내 벗인가 하노라. ( 月 ) 주제: 자연에 안겨 다섯 벗〔水石松竹月〕과 살고 싶은 마음.
【오호로 돌아드니】 사설시조. 작자 미상. 출전: 시가요곡(詩歌謠曲). 적벽강(赤壁江) 돌아드니 소동파(蘇東坡) 읊든 풍월 의구(風月依舊)하여 있다마는, 조맹덕 일세지웅 이금(曹孟德一世之雄而今)에 안재재(安在哉)오. 월락오제(月落烏啼) 깊은 밤에 고소성외(姑蘇城外) 배를 매니 한산사(寒山寺) 쇠북 소리 객선(客船) 쫓아 이르렀다. 진회수(秦淮水)건너가니 상녀(商女)는 부지망국한(不知亡國恨)하고,연롱한수월롱사(煙籠寒水月籠沙)에 격강유창후정화(隔江猶唱後庭花)를. ☞ 오호로 돌아드니 옛날 춘추시대 월나라 왕 구천을 도와 오나라를 멸하고 가벼운 배를 타고 오호에 들어갔다는 범려는 간곳이 없고, 흰 마름이 피어 우거진 물가의 갈매기는 붉은 여뀌꽃이 핀 언덕으로 날아든다. 삼상의 기러기는 한수로 나려 심양강에 당도하니, 백낙천이 한번 떠난 후에는 비파소리도 끊어지고 들리지 않는다. 적벽강 돌아드니 소동파가 적벽부에서 읊던 그 바람과 달은 옛날과 같다마는 ‘조맹덕〔조조〕이 일세의 영웅이었으나 지금엔 어디가 있는고?’라든지, ‘달은 지고 까마귀 우는 깊은 밤에 고소성 밖에 배를 매니 한산사의 쇠북 소리가 객선에까지 이르렀다’는 옛글이 생각난다. 진회수를 건너가니 기녀들은 망국의 한을 알지 못하고, 물안개는 차가운 수면을 감싸고 달빛은 백사장을 감싸는데, 강 건너 즐비한 술집에서는 오히려 후정화의 노래 소리가 들려오는구나. 주제: 배를 타고 유람하며 주변 풍물을 옛글에 실어 감상함.
【옥이 옥이라 커늘】 평시조. 작자 : 정철(鄭澈). 출전: 옥(玉)이 옥이라 커늘 무슨 옥만 여겼더니, 이제야 보아하니 진옥(眞玉)일시 분명구나. 나에게 살송곳 있으니 꿰어볼까 하노라. ☞ 옥이 옥이라 하기에 무슨 옥인가 여겼더니, 이제야 보아하니 진짜 옥이 분명하구나. 나에게 살송곳이 있으니 꿰어볼까 한다. 주제 : 진옥을 꿰어보고 싶음.
【올해 자른 다리】 평시조. 작자 : 김구. 출전: 자암집(自庵集). 올해 자른 다리 학의 다리 되도록에, 검은 가마귀 해오라비 되도록에 향복무강(享福無疆)하샤 억만세를 누리소서. ☞ 오리의 짧은 다리가 학의 다리가 되도록 까지, 검은 까마귀가 해오라기가 될 때 까지, 복을 끝없이 누리시어 억만 세를 누리소서. 주제 : 만수무강을 축원함.
【요지에 봄이 드니】 평시조. 작자 익종. 출전: 여창유취(女唱類聚). 요지(瑤池)에 봄이 드니, 벽도화(碧桃花) 다 퓌거다. 삼천 년(三千年) 맺힌 열매 옥반(玉盤)에 담았으니, 진실(眞實)로 이 반(盤) 곧 받으시면 만수무강(萬壽無疆) 하시리다. ☞ 선경 요지에 봄이 드니, 벽도화가 다 피었다. 삼천 년 만에 열린 열매를 옥쟁반에 담았으니, 이 옥반을 받으시면 만수무강하실 것입니다. 주제: 만수무강을 축원함.
【월정명 월정명ㅎ거늘】 평시조. 작자 미상. 출전: 가곡원류 월정명(月正明) 월정명ㅎ거늘, 배를 타고 추강(秋江)에 드니, 물 아래 하늘이요, 하늘 위에 달이로다. 아희야, 저 달을 건져스랴, 완월장취(玩月長醉) 하리라. ☞ 가을달이 밝고 또 밝기에 배를 타고 강으로 나갔더니 물 아래에 하늘이 있고, 그 하늘 속에 달이 떠 있구나. 아이야, 물속에 들어가 저 달을 건지려무나. 그 달을 구경하며 흠뻑 취해보고 싶구나. 주제: 가을 달 밝은 밤에 뱃놀이 하는 흥취.
【위봉산 나리는 폭포】 사설시조. 작사 : 정경태. 위봉산(威鳳山) 나리는 폭포(瀑布) 진금(塵襟)을 씻은 후에 다가사후(多佳射帿) 벗님 만나 덕진(德津)에 노를 저어 채련곡(採蓮曲) 부르면서 동포귀범(東浦歸帆)을 바라보니, 비비정(飛飛亭) 기러기 날아갈 제 남고사(南固寺) 종소리에 한벽루(寒碧樓)에 다달으니, 푸른 연기(煙氣) 일고 서천표아(西川漂娥)들은 저물녘이 바빠서라. 곤지산(坤址山) 둘러보니 기린봉(麒麟峰)에 달이 돋는고야. 아마도 풍패천년지완산십경(豊沛千年地完山十景)을 다 구경할 양이면 몇 날이 될 줄을 몰라라. ☞ 위봉산(威鳳山)을 흘러내리는 폭포수에 먼지 낀 가슴을 깨끗이 씻은 후에, 다가공원(多佳公園) 활터에서 벗을 만나, 덕진(德津) 연못에 배를 띄우고 채련곡(採蓮曲 - 87쪽 참조)을 부르면서, 동포(東浦)에 오가는 돛단배를 바라보니, 비비정(飛飛亭) 기러기 날아갈 제, 남고사(南固寺) 종소리 들으면서 한벽루(寒碧樓)에 다다르니, 푸른 연기는 일어나고 서천(西川)에 빨래하는 아가씨들 저물녘이 바빴도다. 곤지산(坤址山) 둘러보니 기린봉(麒麟峰)에 달이 돋는구나! 아마도 풍패(豊沛) 천년의 땅 완산십경(完山十景)을 모두 구경할 것 같으면 몇 날이 될 줄 모르겠구나! * 채련곡(採蓮曲) ;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이 7언 8구의 고시(古詩)로 쓴 노래로, 이 시는 연꽃이 필 무렵 배에 미녀를 태우고 꽃을 따며 놀 적에 부르는 노래다. 그 작품과 내용을 풀이해 보면 다음과 같다. 若耶溪傍採蓮女(약야계방채련녀) 笑隔荷花共人語(소격하화공인어) 日照新粧水底明(일조신장수저명) 風飄香袖空中擧(풍표향수공중거) 岸上誰家遊冶郞(안상수가유야랑) 三三五五映垂楊(삼삼오오영수양) 紫騮嘶入落花去(자류시입낙화거) 見此躊躇空斷腸(견차주저공단장) 약야계(若耶溪 - 냇물 이름) 근처에서 연꽃 따는 아가씨 웃으며 연꽃을 격하여 같이 온 사람과 서로 이야기하네. 해는 새로 화장한 얼굴을 비치니 물밑까지 환하고 바람은 향내 나는 소매를 날려 공중에 올리누나. 언덕 위에는 뉘 집 유야랑(遊冶郞 - 주색에 빠진 풍류객)인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늘어진 수양버들 사이로 보일락 말락 지나간다. 타고 가는 자색 말은 낙화가 어지러운 속으로 지나가는데 이들을 본 아가씨들 설레는 마음 애를 태우고 슬퍼만 하고 있네.
*전주 완산 십경(全州完山十景) 威鳳瀑布(위봉폭포) ; 위봉산(威鳳山)에 흘러내리는 폭포. 德津採蓮(덕진채련) ; 덕진(德津) 못에 핀 연꽃과 그 꽃을 즐기는 모습. 飛飛落雁(비비낙안) ; 비비정(飛飛亭) 앞에 내려앉는 기러기 떼. 南固暮鐘(남고모종) ; 남고사(南固寺)에서 들리는 저녁 종소리. 坤址歸雲(곤지귀운) ; 곤지산(坤址山)에 떠가는 구름. 多佳射帿(다가사후) ; 다가공원(多佳公園)의 천양정(穿楊亭) 활터. 東浦歸帆(동포귀범) ; 동포(東浦) 앞을 오가는 돛단배. 寒碧靑烟(한벽청연) ; 한벽당(寒碧堂)에 끼어 있는 푸른 연기. 西川漂娥(서천표아) ; 서천(西川)에서 빨래하는 미녀들. 麒麟吐月(기린토월) ; 기린봉(麒麟峰)에 떠오르는 달.
【유벽을 찾아가니】 평시조. 작자: 조립(趙笠). 출전: 청구영언. 유벽(幽僻)을 찾아가니 구름 속에 집이로다. 산채(山菜)에 맛들이니 세미(世味)를 잊을노라. 이 몸이 강산풍월(江山風月)과 함께 늙자 하노라. ☞ 고요 적적한 산골을 찾아가니 구름 속에 집이로다. 산나물에 맛들이니 세상 재미를 이져버렸다. 이 몸이 이 좋은 강산풍월과 함께 늙으려 한다. 주제 : 산중 생활의 재미.
【유자는 근원이 중하여】 평시조. 작자 미상. 출전: 청구영언. 유자(柚子)는 근원(根源)이 중(重)하여 한 꼭지에 둘식 셋식, 광풍대우(狂風大雨)라도 떨어질 줄 모르는고야. 우리도 저 유자(柚子)가치 떨어질 줄 모르리라. ☞ 유자는 근본 원인이 튼튼하여 한 꼭지에 둘씩 셋씩 열리어, 태풍과 호우에도 떨어질 줄을 모르는구나. 우리도 저 유자같이 떨어지지 않으리라. 주제: 헤어지지 않으려는 임과의 굳은 약속.
【육칠월 흐린 날에】 사설시조. 작자 미상. 육칠월(六七月) 흐린 날에 삿갓 쓰고 도롱이 입고 곰방이 물고 삼방이 입고 낫 갈아 차고 큰 가래 메고 호망이 들고 채찍 들고 수수대 잎 똑 떼어 머리를 질끈 동이고 감은 암소 꼬삐를 툭툭 채처 이리어 어리어 낄낄 소 몰아가는 노랑대갈이 다방머리 아이놈아 게 잠깐 섰거라 말 물어보자. 저기 저 응등이 저점때 장마에 고기를 많이 속끈 몰았으니 너희 종다라끼에 가득소복 많이 담아 짚을 추려 마개를 허고 양끝 동여 네 소 궁둥이 얹어 주게 지내면서 임의 집에 전(傳)하여 주렴. 우리도 사주팔자 기박(四柱八字奇薄)하여 남의 집 머슴 사는 고로 초저녁이면 새끼를 꼬고 정(正)밤중이면 언문자(諺文字)나 뜯어보고 새벽이면 쇠물을 하고 낮에로는 농사(農事)하여 한달에 술 담배 깨트려 수백번(數百番) 먹은 맘이라 전할똥 말똥 하여라. ☞ 육칠월 흐린 날에, 삿갓 쓰고 도롱이 입고, 곰방대 물고, 삼베옷 입고, 낫을 갈아 허리에 차고, 큰 가래 어깨에 메고, 호미 들고 채찍 들고, 수수 대 잎사귀로 머리를 질끈 동이고, 검은 암소 고삐를 툭툭 치며 이리 이리 낄낄 소 몰아가는 노란 대가리에 더벅머리 아이놈아! 거기 잠간 섰거라 말 물어보자. 저기 저 웅덩이 지난 번 장마에 고기를 많이 골라잡아 가두어 놓았으니, 너의 종다래끼에 가득히 담아서 짚으로 마개를 하고 양쪽 끝을 동여 너의 소 궁둥이에 얹어 줄 테니, 네 집 가면서 지내는 길에 우리 애인 집에 전하여 주려무나. 우리도 사주팔자 기박하여 남의 집 머슴 사는 까닭에, 초저녁이면 새끼를 꼬고, 한밤중이면 한글이나 공부하고, 새벽이면 쇠죽을 쑤고, 낮에는 농사일 하여 한달에 술과 담배를 끊으려고 수백 번 마음먹었지만 그것도 못 끊고 있는 처지라 하도 바빠서 전할 틈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소. 주제: 시골 머슴살이의 고되고 바쁜 생활.
【이런들 어떠하며】 평시조. 작자: 이방원. 출전: 청구영언.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萬壽山) 드렁츩이 얽어진들 긔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어져 백년(百年)까지 누리리라. ☞ 이렇게 살면 어떠하며, 저렇게 산들 어떠하겠는가? 만수산에 있는 칡덩굴이 서로 얽혀진들 그것이 어떠하겠는가? 우리도 이같이 얽혀져서 오래도록 함께 삽시다 그려. 주제: 절개만 고집하지 말고 둥근 세상 둥글게 서로 얽혀 살기를 권유함.
【이려도 태평성대】 평시조. 작자:성수침(成守琛).출전:청구영언. 이려도 태평성대(太平聖代) 저려도 성대(聖代)로다. 요지일월(堯之日月)이요 순지건곤(舜之乾坤)이로다. 우리도 태평성대(太平聖代)니 놀고 놀려 허노라. ☞ 이래도 태평성대요, 저래도 태평성대로다. 요임금 때의 세월이요, 순임금 때의 세상이로다. 우리도 이 태평성대를 맞았으니, 놀고 또 놀아볼까 하노라. 주제: 태평성대를 즐김.
【이 몸이 세상에 나서】 사설시조. 작자 정경태(鄭坰兌) 이 몸이 세상(世上)에 나서 하자는 이 그 무엇인고, 십오세(十五歲)로 읽은 경전(經傳) 산수간초당(山水間草堂) 안에 만권 서적(萬卷書籍)이 쌓여 있고, 일소(逸少)의 연운첩(煙雲帖)과 마힐(摩詰)의 산수화(山水畵)는 벽두(壁頭)에 걸렸는데, 사안(謝安)의 바돌이며 백아(伯牙)의 거문고는 창반(窓畔)에놓여 있다. 이 중에 저기녀(貯妓女)하고, 장가무(藏歌舞)는 소인(騷人)의 일 아닐센정 연소 행락(年少行樂)은 이뿐인가 하노라. ☞ 이 몸이 세상에 나서 하자는 것이 무엇인고? 십오 세로 읽은 성현들의 글이 산수간 초당 안에 만 권 서적이 쌓여 있고, 왕희지의 필첩과 왕유의 산수화는 벽 머리에 걸렸는데, 사안의 바둑이며 백아의 거문고는 창 위 선반에 놓여 있다. 이 중에 기생 가수와 무용수를 옆에 두고 수시로 더불어 가무기악으로 놀 수 있는 일은 풍류객이 할 바 아니라지만 연소한 시절의 행락으로는 이런 일들인가 한다. 주제:세상에 나서 행락하고자 하는 일들.
【이몸이 죽고 죽어】 평시조. 작자: 정몽주. 출전: 청구영언. 이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白骨)이 진토(塵土)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一片丹心)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다시 죽어, 백골이 부서져서 흙과 먼지가 되고, 넋이야 있거나 없거나, 내가 섬기던 임금을 향한 충성심이 변할 줄이 있겠는가? 주제 : 고려에 대한 일편단심.
【이몸이 죽어 가서】 평시조. 작자: 성삼문(成三問). 출전: 청구영언. 이 몸이 죽어 가서 무엇이 될고 하니, 봉래산(蓬萊山) 제일봉(第一峰)에 낙락장송(落落長松) 되었다가, 백설(白雪)이 만건곤(滿乾坤)할 제 독야청청(獨也靑靑)하리라. ☞ 이 몸이 죽어 가서 무엇이 될 고 하니, 봉래산 제일 높은 봉우리에 가지가 축축 늘어진 큰 소나무가 되었다가, 백설이 온 천지에 가득할 때, 홀로 푸르고 푸르리라. 주제: 혼자서라도 높은 절개를 드러내고 싶음.
【이시렴 부디 갈따】 평시조. 작자: 성종. 출전: 해동가요. 이시렴 부디 갈따 아니 가든 못할소냐, 무단히 네 싫더냐 남의 말을 들엇느냐, 그려도 하 애도래라 가는 뜻을 일러라. ☞ 있으려무나. 꼭 갈 터이냐? 아니 가지는 못하겠느냐? 아무 이유 없이 네 싫더냐? 남의 말을 들었느냐? 그래도 하도 애달프구나! 가는 뜻을 말하여라. 주제: 사랑하는 신하를 떠나보내는 아쉬움.
【이태백의 주량은】 엇시조. 작자 미상. 출전: 청구영언. 이태백(李太白)의 주량(酒量)은 긔 어떠허여 일일수경삼백배(一日須傾三百杯)허고, 두목지풍채(杜牧之風采)는 긔 어떠허여 취과양주귤만거(醉過楊州橘滿車)런고. 아마도 이들의 풍도(風度)는 못 미츨가 허노라. ☞ 이태백의 주량은 얼마나 되기에 하루 삼백 잔은 먹어야 한다 했고, 두목지의 풍채는 어떠했기에 취하여 양주를 지나가니 귤이 수레에 가득했던고. 아마도 이들의 풍채와 도량은 따라갈 수 없는가 하노라. 주제: 이백과 두목의 풍도를 찬양함.
【이화에 월백하고】 평시조. 작자 이조년. 출전: 청구영언.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다정(多情)도 병(病)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 배꽃에 달은 밝게 비치고, 은하수는 기울어 삼경이 되었는데, 나의 이 한 가닥 봄 마음을 저 소쩍새가 알고 저렇게 울랴마는, 너무 다정다감(저 배꽃은 나와 전생에 무슨 인연이 있기에 저렇게 소복 입은 여인처럼 눈물을 머금고 나만을 바라보고 있는가? 저 소쩍새는 또 내 가슴을 왜 이렇게 파고들어 자지러지도록 슬피 우는 것일까? 혹시 나와 어떤 깊은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닌가? 등등)한 내 성격이 병이 되어 이렇게 잠을 못 이루고 있구나! 주제: 봄날 밤의 애상적(哀想的)인 마음.
【이화우 흩날릴제】 평시조. 작자 이매창. 출전: 청구영언. 이화우(梨花雨)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離別)한 임, 추풍 낙엽(秋風落葉)에 저도 나를 생각는지? 천리(千里)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더라. ☞ 배꽃이 비처럼 흩날리던 봄날에 울며 잡고 이별한 임, 그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이제 가을이 되니 갈수록 더해만 가는 그리움. 임도 나처럼 나를 생각하고 있을까? 소식은 한 점도 없고, 오직 꿈속에서만 천리를 오락가락 한다. 주제: 헤어진 임에 대한 그리움. 상사(想思).
【인심은 터이 되고】 평시조. 작자: 주의식. 출전: 해동가요. 인심(仁心)은 터히 되고 효제충신(孝悌忠信) 기둥 되어, 예의염치(禮義廉恥)로 가즈기 예었으니, 천만년(千萬年) 풍우(風雨)를 만난들 기울 줄이 있으랴. ☞ 어진 마음으로 터를 삼고, 효제충신으로 기둥을 삼아, 예의염치로 가지런하게 이었으니(이어서 집을 지었으니) 천만년 비바람 만난들 넘어갈 까닭이 있겠느냐? 주제: 근본을 다져 성장하면 존경받는 인물이 됨.
【일각이 삼추라 허니】 평시조. 작자 미상. 출전: 청구영언. 일각(一刻)이 삼추(三秋)라 허니 열흘이면 몇 삼추(三秋)오. 제 마음 즐겁거니 남의 시름 생각허리. 천리(千里)에 임 이별(任離別)허고 잠 못 닐워 허노라. ☞ 일각이 세 번 가을과 같다 하니, 열흘이면 몇 가을이나 될꼬? 제 마음이 즐거우니, 남의 근심을 생각하겠는가. 천리에 임 이별하고, 잠 못 이루는 이 슬픔을 어찌 알겠는가. 주제: 임이 몰라주는 이별의 슬픔.
【일각이 삼추라 허니】 사설시조. 작자 미상. 출전 : 일각(一刻)이 삼추(三秋)라 허니 열흘이면 몇 삼추런고. 그의 마음 즐거우면 남의 설움 생각허리 얼마 아니 남은 간장 봄눈 같이 다 녹는다. 한숨은 바람이 되고 눈물은 비가 되어 님 자는 창 밖에 불며 뿌려 날 잊고 깊이 든 잠을 놀래어 깨우고자 아서라 쓸데 없는 남의 님을 생각하는 내가 글치 탕 치고 돌아누니 그 마음은 잠간이라. ☞ 일각이 삼추라고들 하는데 열흘이면 몇 삼추인가. 그대는 지금 딴 애인으로 마음이 즐거울 터이니 남의 설움을 생각하겠는가. 녹아 버리고 얼마 남지 않은 간장마저 봄눈같이 다 녹아난다. 한숨은 바람이 되고, 눈물은 비가 되어, 임이 자는 창 박에 불기도 하고 뿌리기도 하여 나를 잊고 깊이 든 잠을 놀라게 하여 깨우고 싶구나. 아서라 이미 나한테서 떠나간 남의 임을 생각하는 내가 그르지 하며 탕 치고 돌아누우니 그 잊으려는 마음은 잠깐이구나! 주제 : 날 잊고 떠난 임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
【일년삼백육십일은】 사설시조. 작자 미상. 출전: 잡지(雜誌-平洲本) 일년삼백육십일(一年三百六十日)은 춘하추동사시절(春夏秋冬四時節)이라. 꽃 피고 버들 잎 푸르면 화조월석춘절(花朝月夕春節)이요, 사월남풍대맥황(四月南風大麥黃)은 녹음방초하절(綠陰芳草夏節)이라. 금풍(金風)이 소슬(蕭瑟)하여 동방(洞房)에 버레 울면 황국단풍추절(黃菊丹楓秋節)이요, 백설(白雪)이 분분(紛紛)하여 천산(千山)에 조비절(鳥飛絶)하고 만경(萬逕)에 인종멸(人踪滅)하면 창송녹죽동절(蒼松綠竹冬節)이라.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 사시가경(四時佳景)과 무정세월(無情歲月)이 유수(流水)같이 흘러가니, 그 아니 애달픈가 하노라. ☞ 일년 삼백 육십 일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다. 꽃 피고 버들 잎 푸르면 경치 좋은 봄철이요, 사월 남풍에 보리가 누렇게 익으면, 녹음은 우거지고 풀들도 무성한 하절이다. 가을바람 쓸쓸하게 불어 잠자는 방에 벌레 울면, 노란 국화 붉은 단풍 아름다운 가을철이요, 백설이 분분하여 모든 산에 새 한 마리 날지 않고, 길마다 사람 자취 끊어지면, 푸른 솔과 푸른 대만이 우뚝 솟는 겨울철이다. 인생이 칠십 살기 예부터 드문지라. 사시의 아름다운 경치와 무정한 세월이 유수같이 흘러가니, 애달프지 아니한가? 주제: 사계절에 따른 인생살이의 덧없음.
【일년이 열두 달인데】 사설시조. 작자 미상. 출전: 시조집 일년(一年)이 열 두 달인데 윤삭(閏朔) 들면 열 석 달도 일년이라. 한 달은 서른 날인데 그 달이 작〔小〕으면, 스므아흐레 그믐도 한 달이라. 지금에 해 가고 달 가고 봄 가고 임 갔는데 옥창앵도(玉窓櫻桃) 붉었으니, 원정부지이별(怨征夫之離別)인저. ☞ 일년이 열 두 달인데 윤달(음력 윤달)이 끼면 열 석 달도 일년이다. 한 달은 서른 날인데 그 달이 작으면 스무아흐레 그믐도 한달이다. 지금에, 해도 가고 달도 가고 봄도 가고 임도 갔는데(임 떠나고 많은 세월이 흘렀는데), 화분에 심은 완상용 앵두가 또 다시 붉었으니, 나의 청춘도 저물어 가는데, 길 떠난 우리 님은 오지를 않으니, 참으로 이별이 원망스럽구려! 주제: 흐르는 세월에 임과의 이별을 원망함.
【일소 백미생이】 평시조. 작자 미상. 출전: 청구영언. 일소백미생(一笑百媚生)이 태진(太眞)이 여질(麗質)이라. 명황(明皇)도 이러므로 만리행촉(萬里行蜀) 하였느니, 지금(至今)에 마외방혼(馬嵬芳魂)을 못내 설워 하노라. ☞ 한 번 웃으면 백가지 교태가 생기는 것이 양귀비의 고운 모습이라. 당 현종도 이런 까닭으로 머나먼 촉나라로 함께 행차를 하였는데, 이제 와서 마외파에 죽은 양귀비의 꽃다운 혼을 못내 서러워하노라. 주제: 천하절색인 양귀비의 죽음을 애도함.
【일순 천리한다】 평시조. 작자: 김영. 출전: 청구영언. 일순천리(一瞬千里)한다 백송학(白松鶴)아 자랑 마라. 두텁도 강남 가고 말 가는 데 소 가느니, 두어라 지어지처(止於至處)니 네오 내오 다르랴. ☞ 한순간에 천리를 간다고 백송학아 자랑 마라. 두꺼비도 강남을 가고, 말 가는 데 소도 가느니. 두어라 이르는 곳에 그치는 것은 너나 내나 다르랴. 주제 : 재주 있다고 뽐내지 말라.
【일월성신도 천황씨적】 사설시조. 작자 미상. 출전: 청구영언. 일월성신(日月星辰)도 천황씨(天皇氏)적 일월성신(日月星辰) 산하토지(山下土地)도 지황씨(地皇氏)적 산하토지(山下土地). 일월성신 산하토지(日月星辰 山下土地) 다 천황씨(天皇氏)적과 지황씨(地皇氏)적과 한가지로다. 사람은 어인 연고로 인황씨(人皇氏)적 사람이 아닌고? ☞ 해 달 별도 천황씨 때의 해 달 별, 산 아래 토지도 지황씨 때, 그 때의 달라지지 않은 토지. 해와 달과 별과 모든 땅이 다 천황씨․지황씨 때와 한가지다. 그런데 사람은 무슨 까닭으로 인황씨 때의 사람이 아닌가? 주제 ; 인생의 무상함과 법도의 쇠락에 대한 탄식.
【일정 백년 산들】 평시조. 작자: 정철. 출전: 청구영언. 일정 백년(一定百年) 산들 긔 아니 초초(草草)한가. 초초(草草)한 부생(浮生)이 무삼 일 하려 하여, 내 잡아 권(勸)하는 잔(盞)을 덜 먹으려 하느니. ☞ 꼭 백년을 산다고 한들 얼마나 바쁘고 보잘 것 없는가. 바쁘고 덧없는 인생이 무슨 대단한 일을 한다 하여, 내가 권하는 이 술잔을 덜 마시려고 하는가. 주제: 인생 백년이 너무 초라하니 권하는 잔 사양 말라.
【임그린 상사몽이】 평시조. 작자: 박효관 출전: 화원악보(花源樂譜) 임 그린 상사몽(相思夢)이 실솔(蟋蟀)의 넋이 되어 추야장(秋夜長) 깊은 밤에 임의 방에 들었다가 날 잊고 깊이 든 잠을 깨워 볼까 하노라. ☞임을 그리워하여 꾸는 꿈이 귀뚜라미의 넋이 되어, 기나긴 가을 깊은 밤에 임의 방에 들어가서, 임의 옆에서 시끄럽게 울어, 날 잊고 깊은 잠에 빠진 임을 깨워서 원망도 하고 하소연도 하며, 임도 내 생각으로 잠 못 이루게 하고 싶구나! 주제: 꿈속에서도 잊을 수 없는 임에 대한 사랑.
【임술지추칠월기망에】 엇시조. 작자 미상. 출전: 청구영언. 임술지추칠월기망(壬戌之秋七月旣望)에 배를 타고 금릉(金陵)에 나려, 손조 고기 낙가 고기 주고 술을 사니, 지금(只今)에 소동파(蘇東坡) 없으니 놀리 적어 허노라. ☞ 임술년 가을 7월 16일에 배를 타고 금릉에 내려가서, 내 손수 고기를 낚아서, 고기 주고 술을 받았으나, 적벽부를 읊었던 소동파가 지금은 없으니 놀 사람이 적구나. 주제: 소동파와 같은 낭만을 부러워 함.
【자네집 술 익거든】 평시조. 작자 김육(金堉). 출전: 청구영언. 자네 집에 술 익거든 부디 나를 청(請)하시소. 초당(草堂)에 꽃피거든 나도 자네 청(請)하옴세. 백년(百年)덧 시름없을 일을 의론(議論)코져 하노라. ☞ 자네 집에 담근 술이 익거들랑 부디 나를 부르시게나. 우리 집 초당에 꽃이 피면 나도 자네를 청하겠네. 일생동안 근심 없이 살아갈 일을 의논하고 싶네그려. 주제: 벗과 동고동락하고 싶은 마음.
【잘 새는 날아들고】 평시조. 작자: 송 순(宋純). 출전: 악학습령(樂學拾零) 잘 새는 날아들고 새 달이 돋아온다. 외나무다리로 홀로 가는 저 선사(禪師)야, 네 절이 얼마나 허관대 원종성(遠鐘聲)이 들리느니? ☞잠을 자려고 하는 새들은 날아들고, 어제 진달이 새로 떠오른다. 외나무로 놓은 다리에 홀로 가는 저 중아, 네 절이 얼마나 되기에 멀리에서 울려오는 종소리가 들리느냐? 주제: 원종성이 은은히 들리는 산속의 저녁 풍경.
【저 건너 일편석이】 평시조. 작자: 조광조. 출전: 잡지(雜誌-平洲本). 저 건너 일편석(一片石)이 강태공(姜太公)의 조대(釣坮)이로다. 문왕(文王)은 어디 가고 뷘 대(臺)만 남았는고. 석양(夕陽)에 물 차는 제비만 오락가락 하더라. ☞ 저 건너 한 조각 바위가 강태공의 낚시터가 아니던가? 그렇다면 그 강태공을 극진한 예우로 모셔 스승을 삼았던 문왕은 어디에 가고 빈 낚시터만 남았는고. 훌륭했던 인물들은 세월 속에 사라지고 석양에 물을 박차는 제비들만이 오락가락 하는구나. 주제: 명군 현신이 없는 조정엔 세태에 민첩한 소인배뿐임을 풍자함.
【적설이 다 녹도록】 평시조. 작자: 김수장. 출전: 해동가요(海東歌謠). 적설(積雪)이 다 녹도록 봄소식(消息)을 모를러니 귀홍득의천공활(歸鴻得意天空闊)이요 와류생심수동요(臥柳生心水動 搖)로다. 아희야 새 술 걸러라 새봄맞이 하리라. <歸:돌아갈 귀. 鴻:기러기 홍. 得:얻을 득. 闊:넓을 활. 臥:누울 와. 搖:흔들 요> ☞ 쌓인 눈이 다 녹도록 봄소식을 몰랐더니, 돌아가는 기러기는 하늘이 공활하므로 뜻을 얻었고, 누운 버들은 물이 해빙하여 움직임에 따라 마음이 생겨 싹이 튼다. 아이야, 저 기러기 소리나 피어나는 버들 새싹을 보니 봄이 오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새 술 걸러서 새봄맞이 하자꾸나. 주제: 새 봄을 맞는 정취.
【적토마 살찌게 먹여】 평시조. 작자: 남이(南怡). 출전:가곡원류. 적토마(赤免馬) 살찌게 먹여 두만강(豆滿江)에 싯겨 타고, 용천검(龍泉劍) 드는 칼을 선뜻 빼쳐 둘러메고, 장부(丈夫)의 입신양명(立身揚名)을 시험(試驗)헐가 허노라. ☞ 적토마 살찌게 먹여 두만강에 씻겨 타고, 용천검 드는 칼을 선뜻 빼어 둘러메고, 장부로서 몸을 세우고 이름 날리는 것을 시험해 볼까 하노라. 주제: 장부의 입신양명을 다짐함.
【조다가 낙시대를 잃고】 평시조. 작자 미상. 출전: 청구영언. 조다가 낙시대를 잃고 춤추다가 되롱이를 일희. 늙은이 망령(妄伶)으란 백구(白鷗)야 웃지 마라. 십리(十里)에 도화발(桃花發)허니 춘흥(春興) 겨워 하노라. ☞ 졸다가 낚싯대를 잃고 춤추다가 도롱이를 잃었네. 늙은이의 이 같은 망령을 백구야 웃지 마라. 십리에 복숭아꽃 피었으니, 춘흥을 못 이기어 그리 되었노라. 주제: 무릉도원의 봄 흥취에 빠짐.
【주렴에 달 비취었다】 사설시조. 작자 미상. 출전: 남훈태평가 주렴(珠簾)에 달 비취었다. 멀리서 난다 옥저(玉笛) 소래 들리난고나, 벗님네 오자 해금, 저, 피리, 생황, 양금, 죽장고(奚琴,笛,피리,笙簧,洋琴,竹杖鼓) 거문고〔玄琴〕 가지고 달 뜨거든 오마드니 동자(童子)야, 달빛만 살피어라 하마 올 듯 하여라. ☞ 구슬로 꾸민 발에 달은 비치는데 멀리에서 젓대 소리가 들린다. 벗님네들이 달이 뜨면 해금〔깡깡이〕, 젓대, 피리, 생황, 양금, 죽장고, 거문고 같은 악기들을 가지고 온다고 하였으니, 동자야, 달이 뜨는지 살펴보라 하마 올 것 같구나. 주제: 달빛 아래서 벗들과 풍악을 즐기려는 흥취.
【주인이 술 부으니】 평시조. 작자: 이상두(李象斗). 출전: 가곡원류 주인(主人)이 술 부으니 객(客)으란 노래하소. 한 잔 한 곡조식 새도록 즐기다가, 새거든 새 술 새 노래로 이어 놀려 하노라. ☞ 주인인 내가 술을 부으니, 객인 자네는 노래를 하게. 술 한 잔에 노래 한 곡조씩 밤새도록 즐기다가, 날이 새거든 새 술 새 노래로 계속하여 놀아 보세. 주제: 뜻 맞는 벗과 즐기는 끝없는 즐거움.
【죽장망혜 단표자로】 사설시조. 작자 미상. 출전: 시조(時調-關西本) 죽장망혜 단표자(竹杖芒鞋單瓢子)로 천리 강산(千里江山) 들어가니, 산 높고 골 깊어 두견(杜鵑) 접동이 난잡(亂雜)히 운다. 구름은 뭉기뭉기 봉두(峰頭)에 나려 낙락장송(落落長松) 어려 있고, 바람은 슬슬 불어 시내 암상(巖上)의 꽃가지를 떨뜨린다. 이곳이 경개절승(景槪絶勝)하고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이니, 노다 갈까 하노라. ☞ 대지팡이에 짚신 신고 표주박 하나 차고 천리 강산을 들어가니, 산 높고 골짜기가 깊어 소쩍새들이 여기저기서 울어댄다. 흰 구름은 뭉게뭉게 산봉우리에 피어 낙락장송에 걸려 있고, 바람은 솔솔 불어 시냇가 바위 위로 꽃가지를 늘어뜨리게 한다. 이곳이 경치가 뛰어나고 별천지가 있는데, 인간 세상이 아니라고 읊은 저 이백의 시와 같으니 놀다나 갈까 한다. 주제: 심산유곡(深山幽谷)에서 느끼는 그윽하고 한가한 정취.
【증경은 쌍쌍 녹담중이요】사설시조. 작자 미상. 출전: 청구영언. 증경(曾鶊)은 쌍쌍 녹담중(雙雙綠潭中)이요 호월(晧月)은 단단 영창롱(團團映窓櫳)인데 적막(寂寞)한 나유(羅帷) 안에 촉(燭)불만 도두 키고, 인적적 야심(人寂寂夜深)한데 실솔성(蟋蟀聲) 슬피 난다. 금로(金爐)에 향진(香盡)하고 옥루(玉漏)는 잔잔(潺潺)헌데, 삼횡월락(參橫月落)ㅎ도록 뉘게 잡혀 못 오신고? 임이야 날 생각하랴마는 나는 임뿐이라. 독숙공방 전전불매장탄(獨宿空房輾轉不寐長歎) 남은 간장(肝臟)이 다 녹는가 하노라. ☞ 원앙새는 쌍쌍이 푸른 못에 노닐고, 휘영청 밝은 달은 창살을 비추는데, 적막한 장막 안에 촛불만 도두 켜고, 사람 적적 밤 깊은데, 귀뚜라미 슬피 운다. 화로에 향불은 다 타고 시간은 흐르는데, 삼형제별 서방으로 비끼고 달도 지도록 누구에게 잡혀 못 오시는고? 임이야 나를 생각하랴마는 나는 임뿐이라. 독수공방 홀로 자는 쓸쓸한 방에 업치락뒤치락 잠 못 이루고 긴 긴 한숨 지새는 밤 남은 간장 다 녹아나네 그려. 주제: 잠을 못 이루고 임을 기다리는 애타는 마음.
【진국명산만장봉이】 사설시조. 작자 미상. 출전: 가곡원류 진국명산만장봉(鎭國名山萬丈峰)이 청천삭출금부용(靑天削出金芙 蓉)이라. 거벽(巨壁)은 흘립(屹立)하여 북주삼각(北柱三角)이요, 기암(奇巖)은 두기(阧起)하여 남안잠두(南案蠶頭)로다. 좌룡낙산우호인왕 서색(左龍駱山右虎仁旺瑞色)은 반공응상궐(蟠空凝象闕)이요 숙기(淑氣)는 종영출인걸(鍾英出人傑)하니, 미재(美哉)라. 아동산하지고(我東山河之固)여, 성대의관태평문물(聖代衣冠太平文物)이 만만세지금탕(萬萬歲之金湯)이로다. 연풍(年豐)코 국태민안(國泰民安)하여 구추황국단풍절(九秋黃菊丹楓節)에 인유이봉무(麟遊而鳳舞)커늘 면악등림(緬嶽登臨)하여 취포반환(醉飽盤桓)하오면서 감격군은(感激君恩)이샷다. ☞ 우리나라를 진압하는 명산 만장봉이 푸른 하늘에 수려하게 솟아있다. 커다란 절벽은 우뚝 솟아 북쪽으로 삼각산을 받쳤고, 기이한 바위는 높이 솟아 남쪽의 잠두봉을 안산했도다. 좌청룡 낙산, 우백호 인왕산의 상서로운 빛은 공중에 서리어 상궐의 기운이 엉기었고, 맑은 기운은 뛰어남이 모여 인걸을 배출하니 아름답도다. 우리나라 산과 물의 견고함이여! 성세(聖世)의 인걸과 태평시대의 문물이 만세에 이르도록 금성탕지로다. 해마다 풍년 들고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편안하여 한가을 국화 피고 단풍 들 때 왕자 왕손 즐겁게 놀거늘, 멀리 있는 큰 산에 올라 술 취하고 배불리 먹은 후에 한가로이 서성이면서 임금님 은혜에 감격할 것이다 주제: 한양의 뛰어난 지세를 찬양하고 임금의 은혜에 감사함.
【질가마 좋이 씻고】 평시조. 작자: 김광욱. 출전: 청구영언. 질가마 좋이 씻고 바위 아래 새물 길어, 팥죽 달게 쑤고 절이지 해 끄어내니, 세상에 이 두 맛이야 남이 알까 하노라. ☞ 질 가마솥을 깨끗이 씻고, 바위 아래 새물을 길어, 팥죽 달게 쑤고, 갓 절인 풋김치 새로 꺼내니, 세상에 이 두 맛이야 남이 알까 하노라. 주제 : 소박한 농촌 생활의 즐거움.
【짚방석 내지 마라】 평시조. 작자: 한호. 출전: 청구영언. 짚방석 내지 마라 낙엽(落葉)엔들 못 앉으랴, 솔불 혀지 마라 어제 진 달 돋아 온다. 아희야, 박주산챌(薄酒山菜)망정 없다 말고 내어라. ☞ 짚방석 내어놓지 마라 낙엽엔들 못 앉겠느냐, 솔가지 불 켜지 마라 어제 진달이 돋아 온다. 아이야, 막걸리에 산나물일망정 없다 말고 내어 놓아라. 가을 선선한 밤에 낙엽으로 자리 삼고 밝은 달로 등불 삼아 막걸리에 산나물 안주가 더 운치가 있지 않겠는가? 주제: 소박한 산촌 생활의 정취.
【창 내고자 창 내고자】 사설시조. 작자 미상. 출전: 청구영언 창(窓) 내고쟈 창 내고쟈 이내 가슴에 창 내어고쟈. 광창(廣窓)이나 들창이나 벼락닫이 미닫이나 쌍창이나 열장자(障子), 밀장자, 가로장자, 세로장자, 돌첩접은 걸분합(分閤) 암돌쩌귀에 수톨쩌귀를 맞춰 걸쇠배목(排目)고리, 사슬 박은 설주에다 부리 긴 바곳을 대고 크나큰 장도리로 땅뚱땅뚱 눌러 박어 이내 가슴에 창 내어고쟈. 두었다 임 생각이 나서 가슴이 답답하올 때에 여닫어 볼까 하노라. ☞ 창을 내고 싶구나, 창을 내고 싶구나. 내 가슴에 창을 내고 싶구나. 넓은 창이나 좁은 창이나 위아래로 여닫는 창이나 밀어서 닫는 창이나 쌍창이나 미닫이나 돌쩌귀를 단 분합문이나 간에 암. 수 돌쩌귀를 맞춰 큰 장도리로 뚱땅뚱땅 박아서 이내 가슴에 창문을 내고 싶구나. 문을 내 놓고 있다가 임 생각으로 가슴이 답답할 때 열고 닫고 해 볼까 한다. 주제: 임 못 보아 답답한 가슴을 풀어 보고픈 몸부림.
【창 밖이 어른어른커늘】 사설시조. 작자 미상. 출전: 화원악보. 창 밖이 어른어른커늘 님만 여겨 펄떡 뛰어 나서 보니, 님은 아니 오고 으스름 달빛에 열구름이 날 속였구나. 마초아 밤일셋망정 행여 낮이런들 남 우일 번 하여라. ☞ 창 밖이 어른어른하거늘 임이신가 하여 펄떡 뛰어 나서 보니, 임은 아니 오고 으스름 달빛에 지나가는 구름이 날 속였구나. 마침 밤이었기 망정이지 혹 낮이었으면 남 웃길 번 하였다. 주제 : 임을 기다리는 초조한 행동.
【창 안에 혓는 촛불】 평시조. 작자 이개. 출전: 청구영언. 창 안에 혓는 촛불 눌과 이별 하였관대, 겉으로 눈물지고 속 타는 줄 모르는고. 저 촛불 날과 같아여 속 타는 줄 모르더라. ☞ 창 안에 켜 있는 촛불 누구와 이별을 하였기에, 겉으로 눈물 떨어지고, 속이 타는 줄 모르는고? 저 촛불 나와 같아서 속 타는 줄 모르더라. 주제 : 임금님 걱정에 속이 타 들어가는 충성심.
【창외삼경세우시의】 사설시조. 작자 임중환. 출전: 시조연의(詩調演義). 창외삼경세우시(窓外三更細雨時)의 양인심사(兩人心思) 깊은 정과 야반무인사어시(夜半無人私語時)의 백년동락(百年同樂) 굳은 언약(言約) 이별(離別)이 될 줄 어이 알리. 동작춘풍(銅雀春風)은 주랑(周郞)의 신소(哂笑)요, 장신추월(長信秋月)은 한궁인(漢宮人)의 회포(懷抱)로다. 지척천리은하(咫尺千里銀河)는 사이 허고 오작(烏鵲)이 비산(飛散)허니 건너갈 길 바이 없고, 어안(魚雁)이 돈절(頓絶)하니 소식(消息)인들 뉘 전(傳)하리. 못 보아 병(病)이 되고, 못 잊어 원수(怨讐)로다. 가즉히 석는 간장(肝臟) 이 밤 새우기 어려운저. ☞ 깊은 밤 창 밖에 가랑비 내릴 때, 두 사람(현종과 양귀비) 마음 깊은 정과 한 밤중 사람 없는 곳에서 속삭이는 말, 백년을 함께 살자던 굳은 언약 이별이 될 줄 어이 알았으리. 조조가 동작대라는 화려한 축대를 지어 놓고, 강동의 두 미녀(그중 하나가 주유의 처)를 데려다가 춘흥풍류(春興風流)를 즐기겠다고 읊은 노래는 오나라 총대장인 주유의 비웃음거리가 되었고, 장신궁의 가을 달빛은 임금 총애를 못 받고 장신궁에 밀려나 외로운 날을 보내며 ‘원가행(怨歌行)’이란 글을 지었다는 한나라 여류시인 반녀의 슬픈 회포로다. 삶과 죽음이 지척이면서 천리 길, 은하수의 넓은 물이 가로 놓이고, 견우․직녀 만날 때 다리 놓던 까막까치 날아가고 없으니, 그 은하수 건너갈 길 전혀 없고, 편지 보낼 잉어도 기러기도 없으니, 소식인들 누구에게 전하리. 임 못 보아 병이 되고, 임 못 잊어 원수로다. 가지런히 썩는 간장 이 하룻밤 새우기도 어렵구려. 주제: 떠난 임을 그리워하는 애타는 심정.
【천만리 머나먼 길헤】 평시조. 작자: 왕방연. 출전: 청구영언. 천만리(千萬里) 머나먼 길헤 고온 님 여희옵고, 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아이다. 저 물도 내안 같아여 울어 밤길 예놋다. ☞ 천만리나 되는 멀고 먼 영월 땅에 고운 임〔단종〕을 이별하옵고, 내 마음 둘 곳이 없어 냇가에 앉아 있습니다. 저 물도 내 마음과 같은지 울면서 밤길을 흘러가도다. 주제: 단종을 호송하여 영월에 남겨 두고 돌아오는 슬픔.
【천지는 만물지역려요】 평시조. 작자 미상. 출전: 가곡원류(歌曲源流). 천지는 만물지역려(萬物之逆旅)요, 광음은 백대지과객(百代之過客)이라. 인생(人生)을 헤아리니, 묘창해지일속(渺滄海之一粟)이로다. 두어라, 약몽부생(若夢浮生)이니, 아니 놀고 어이리? ☞ 천지라는 것은 만물의 여관이요, 세월은 언제나 그 여관에 머물다가 가는 길손이다. 우리 인생도 세월 따라 길손이 되어 그 여관에 머물다 갈 터인데, 내가 차지한 공간이 얼마나 되는가? 아득한 창해에 한 좁쌀이로다. 내가 머물다 가는 시간은 또 얼마나 되는가? 눈 한 번 감았다가 뜨는 꿈에 불과하거늘, 즐겁게 살아가지 않고 어이하겠는가? 주제: 덧없는 인생 즐겁고 보람 있게 살자.
【천지로 장막을 삼고】 평시조. 작자: 이안눌(李安訥). 출전: 청구영언. 천지(天地)로 장막(帳幕) 삼고 일월(日月)로 등촉(燈燭) 삼아, 북해수(北海水) 휘여다가 주준(酒樽)에 다혀두고, 남극(南極)에 노인성(老人星) 대하여 늙을 뉘를 모르리. ☞ 천지로 장막을 삼고, 해와 달빛으로 등촉을 삼아, 북해수 끌어다가 술동이에 대어 두고, 남극의 노인성과 마주 앉아 술을 마시니, 늙을 때를 모르겠다. 주제: 대자연 속에서 호탕한 인생을 즐김.
【철령 높은 봉에】 평시조. 작자: 이항복. 출전: 청구영언. 철령(鐵嶺) 높은 봉(峰)에 쉬어 넘는 저 구름아. 고신원루(孤臣寃淚)를 비삼아 띄어다가, 님계신 구중심처(九重深處)에 뿌려본들 어떠리. ☞ 철령 높은 봉우리에 쉬어 넘는 저 구름아. 외로운 신하의 억울한 눈물을 비삼아 띄어다가, 임금님 계신 구중궁궐에 뿌려보면 어떠리. 주제 : 귀양 가는 외로운 신하의 한스러움.
【철이 철이라 커늘】 평시조. 작자: 진옥. 출전: 철(鐵)이 철이라 커늘 섭철(涉鐵)로만 여겼더니, 이제야 보게 되니 정철(正鐵=鄭澈)일시 분명하네. 나에게 골풀무 있으니 녹여볼까 하노라. ☞ 철이 철이라 하거늘 별로 쓸모없는 철인 줄만 알았더니, 이제야 보게 되니 진짜 철(正鐵=鄭澈)이 분명하네. 나에게 쇠를 녹이는 골풀무가 있으니 녹여볼까 하노라. 주제 : 정철을 녹여 보고자 함.
【철총마 타고】 사설시조. 작자 김시경. 출전: 청구영언. 철총마(鐵驄馬) 타고 보라매 받고 백우장전천근각궁(白羽長箭千觔角弓) 허리에 띄고, 산 넘어 구름 지나 꿩 사냥 허는 저 한가헌 사람. 우리도 성은(聖恩)을 갚은 후에 너를 좇려 하노라. ☞ 철총마 타고 보라매를 팔에다 얹고, 각궁활과 긴 백우전 화살을 허리에 차고, 산 넘어 구름 지나 꿩 사냥하는 저 한가한 사람. 우리도 성은을 갚은 후에 너를 따르려 한다. 주제 : 벼슬길에서 물러나면 자연에 묻혀 살려는 생각.
【청강에 비 듣는 소리】 평시조. 작자: 효종. 출전: 해동가요. 청강(淸江)에 비 듣는 소리 긔 무엇이 우읍관대, 만산홍록(滿山紅綠)이 휘드르며 웃는고야. 두어라 춘풍(春風)이 몇 날이리 우을대로 우어라. ☞ 맑은 강에 비 떨어지는 소리가 그것이 무엇이 우습기에, 산에 가득한 꽃과 풀들이 휘드러지게 웃는구나. 두어라 봄날이 얼마나 되겠느냐 웃을대로 웃어라. 주제 : 봄비를 반기는 꽃과 초목들의 생기.
【청량산 육륙봉을】 평시조. 작자: 이황. 출전: 청구영언. 청량산(淸凉山) 육륙봉(六六峰)을 아는 이 나와 백구(白鷗) 백구야 헌사하랴 못 믿을 손 도화(桃花)로다. 도화야 떠지지 마라 어주자(魚舟子) 알가 하노라 ☞ 청량산의 삼십 육 봉우리를 알고 있는 이는 나하고 백구뿐인데, 백구야 설마 떠들고 소문을 내랴, 못 믿을 것은 저 복사꽃이로다. 복숭아꽃아 떨어지지 말거라. 고기 잡는 어부가 찾아올까 두렵구나. 주제 : 청량산의 비경이 세상에 알려질까 걱정됨.
【청려장 짚고】 사설시조. 작자 미상. 출전: 시조집(時調集-平洲本). 청려장(靑藜杖) 짚고 단발령(斷髮嶺) 넘어가니 장안사 내외(長安寺內外) 숲 전나무 수천 주 십리정(數千株十里亭)에 닿아 있다. 홍문(虹門)안 망선교(望仙橋) 건너 향수문(香修門) 밖 다다르니 범종각 주침각(泛鐘閣主寢閣)은 진여문(眞如門)이 지척(咫尺)이라. 법당(法堂)안 돌아드니 대웅전 이층(大雄殿二層)집은 반공(半空)에 솟았는데 삼세여래(三世如來) 육관보살(六觀菩薩) 영산전 명부전(靈山殿冥府殿)과 사성전 비로전(四聖殿毘盧殿)을 차례(次例)로 참배(參拜)하니 공산청풍(空山淸風) 경쇠소리 두견성(杜鵑聲)에 섞여 난다. 아마도 춘금강 하봉래 추풍악 동개골(春金剛夏蓬萊秋楓嶽冬皆骨)은 천하제일명산(天下第一名山)이니 내 아니 구경할까 하노라. ☞ 명아줏대로 만든 지팡이를 짚고 금강산 서쪽 천마산에 있는 단발령 고개를 넘어가니, 금강산의 큰 절인 장안사 안팎으로 전나무 수천 그루가 십여 리에 뻗쳐 있다. 무지개 모양의 문 안 망선교 다리를 건너 향수문 밖에 다다르니, 범종각 주침각 같은 건물들이 진리를 구한다는 진여문과 가깝게 있다. 법당 안으로 돌아 들어가니, 대웅전 이층집은 공중에 솟은 듯이 웅장한데, 삼세여래․육관보살․영산전․명부전․사성전․비로전 등 모든 부처님과 전각들을 차례로 참배하고 나니, 맑은 바람에 경쇠 소리가 소쩍새 소리와 섞여서 들려온다. 아마도 봄에는 금강, 여름에는 봉래, 가을에는 풍악, 겨울에는 개골산이라 불리는 이 곳은 천하의 명산이니, 내 아니 구경하고 어찌하겠는가? 주제: 금강산 구경과 그 감회.
【청산도 절로 절로】 평시조. 작자: 김인후. 출전: 청구영언. 청산(靑山)도 절로절로 녹수(綠水)도 절로절로, 산(山) 절로 수(水) 절로 산수간(山水間)에 나도 절로, 그 중에 절로 자란 몸이니 늙기도 절로절로 하리라. ☞ 청산도 자연의 섭리와 질서 따라 푸르러 있고, 녹수도 또한 그렇게 흐르고 있구나. 산도 저절로 있고, 물도 저절로 있고, 산과 물 사이에 나 또한 저절로 있으니 이러한 산수 속에서 자라난 몸이니 늙기도 또한 자연 따라 순리대로 하리라. 주제: 순리대로 살려는 생각. 안분지족(安分知足).
【청산리 벽계수야】 평시조. 작자 황진이. 출전: 청구영언. 청산리 벽계수(靑山裏碧溪水)야 수이 감을 자랑 마라, 일도 창해(一到滄海)하면 다시 오기 어려워라. 명월(明月)이 만공산(滿空山)하니 쉬어 간들 어떠리. ☞ 푸른 산속을 흘러가는 시냇물아 빨리 흘러가는 것을 자랑하지 마라. 한 번 넓은 바다에 도착하면 다시 오기 어렵다. 밝은 달이 산 위에 떠 있으니 쉬면서 천천히 흘러가면 어떻겠느냐? 주제: 덧없는 인생을 즐겁게 지내자.
【청산은 내 뜻이요】 평시조. 작자: 황진이. 출전: 대동풍아(大東風雅). 청산(靑山)은 내 뜻이요 녹수(綠水)는 임의 정이, 녹수 흘러간들 청산이야 변할손가. 녹수도 청산 못 잊어 울어 녀어 가는고. ☞ 청산은 내 뜻이요 녹수는 임의 정이로다. 녹수가 흘러간다고 청산이야 변하겠는가. 녹수도 청산 못 잊어 계속 울면서 가는구나. 주제 : 변하지 않을 임에 대한 사랑.
【청산은 어찌하여】 평시조. 작자 이 황. 출전: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 청산은 어찌하여 만고(萬古)에 푸르르며, 유수(流水)는 어찌하여 주야(晝夜)에 긋지 아니는고? 우리도 그치지 말아 만고상청(萬古常靑) 하리라. ☞ 청산은 어찌하여 만고에 푸르르며, 유수는 어찌하여 주야로 그치지 않고 흐르는가? 청산은 청산대로 유수는 유수대로 그 본분을 다함일진대, 우리도 이를 본받아 사람의 도리인 학문과 수양을 그치지 말고 끊임없이 정진하여 만고에 항상 푸르게 할 것이다. 주제: 학문과 인격 수양에 정진하는 신념.
【청산이 불로하니】 평시조. 작자: 임의직. 출전: 화원악보. 청산(靑山)이 불로(不老)하니 미록(麋鹿)이 장생(長生)하고, 강한(江漢)이 무궁(無窮)하니 백구(白鷗)의 부귀(富貴)로다. 우리는 이 강산 풍경(江山風景)에 분별(分別) 없이 늙으리라. ☞ 청산이 늙지 않기 때문에 그 기운을 받아 사슴이 오래 살고, 강물이 끊이지 않고 흘러가기 때문에 백구가 풍요롭게 살도다. 우리는 그러한 이 산과 강의 자연 속에서 근심 없이 늙어 보세나! 주제: 자연의 법칙 따라 분별없이 늙으려는 마음.
【청석령 지나거냐】 평시조. 작자: 효종. 출전: 청구영언. 청석령(靑石嶺) 지나거냐 초하구(草河溝) 어드메오 호풍(胡風)도 차도 찰사 궂은 비는 무슨 일고 뉘라서 내 행색 그려 내어 임 계신 데 드릴고. ☞ 청석령 고개는 지났느냐? 초하구는 어디인고? 북풍도 차기도 차구나 궂은비는 또 무슨 일인가? 누가 내 이 비참한 모습을 그려 내어 임금님 계신 곳에 드릴꼬? 주제: 인질로 끌려가는 비참한 심정.
【청조야 오도고야】 평시조. 작자 미상 출전: 청구영언 청조(靑鳥)야 오도고야 반갑도다 님의 소식(消息) 약수삼천리(弱水三千里)를 네 어이 건너온다? 우리의 만단정회(萬端情懷)를 네다 알가 하노라. ☞ 임의 소식 가지고 날아오는 청조야 반갑고 반갑구나! 네 어떻게 약수 삼천리를 건너왔느냐? 임과 나의 만 갈래 엉클어진 정과 회포를 너는 다 알고 있겠지. 주제: 임의 소식을 반김.
【청천 구름 밖에 높이 떳는】 평시조. 작자: 정철(鄭澈). 출전: 청구영언. 청천(靑天) 구름 밧긔 놉피 떳는 학(鶴)이러니, 인간(人間)이 좋더냐 무삼으라 나려온다. 장(長)지치 다 떨어지도록 날아갈 줄 모로난다. ☞ 푸른 하늘 구름 밖에 높이 떠 있는 학이더니, 사람 사는 곳이 좋더냐 무슨 일로 나려왔는가? 긴 깃이 다 떨어지도록 날아갈 줄을 모르는가? 주제: 고결한 인품을 학에 빗대어 칭송함.
【청초 욱어진 골에】 평시조. 작자: 임제(林悌). 출전: 청구영언. 청초(靑草) 욱어진 골에 자는다 누엇는다. 홍안(紅顔)을 어디 두고 백골(白骨)만 무쳣는다. 잔(盞) 잡아 권(勸)할 이 없으니 그를 슬허하노라. ☞ 푸른 풀 우거진 골짜기에 자느냐 누웠느냐? 그 젊고 고운 얼굴 어디에 두고 백골만 묻혔느냐? 술 한 잔 권할 사람이 없으니 그것을 슬퍼하노라. 주제: 황진이의 무덤 앞에서 그를 생각하는 연민의 정.
【청풍 북창 하에】 평시조. 작자 미상. 출전: 청구영언. 청풍북창하(淸風北窓下)에 갈건(葛巾)을 기웃 쓰고, 희황(羲皇) 벼개 우에 일없이 지었으니, 석양(夕陽)에 단발초동(短髮樵童)이 농적환(弄笛還)을 허더라. ☞ 맑은 바람 부는 북창 아래에서 갈포두건을 비스듬하게 쓰고, 세상을 잊고 한가로이 벼개 베고 누었으니, 석양에 어린 초동이 피리 불며 돌아오도다. 주제: 세상을 잊고 한가롭게 지내는 재미.
【초강 어부들아】 평시조. 작자 미상. 출전: 청구영언. 초강어부(楚江漁夫)들아 고기 낚아 삶지 마라. 굴삼려충혼(屈三閭忠魂)이 어복리(魚腹裡)에 들었느니. 아무리 정확(鼎鑊)에 삶은들 익을 줄이 있으랴. ☞ 초강의 어부들아 고기를 낚아 삶지 마라. 굴원의 충성스런 넋이 고기 배 속에 들어 있으니, 아무리 솥에 넣고 삶은들 익을 까닭이 있겠느냐. 주제: 초나라 굴원의 충성을 찬양함.
【초당에 곤히 든 잠】 엇시조. 작자: 임중환(林重桓) 출전: 시조연의(詩調演義). 초당(草堂)에 곤히 든 잠 학(鶴)의 소리 놀라 깨니, 학은 적적(寂寂) 간 곳 없고 들리난 이 물소리라. 아희야, 긴 낚싯줄 설설 풀어 연당(蓮塘)에 던지어라, 고기 낚기 하리라 ☞ 초당에서 낮잠을 곤하게 자다가 학의 소리에 놀라서 깨어 보니, 꿈에 본 학은 간 곳이 없고, 들리는 것이 물소리다. 아이야, 긴 낚싯줄 설설 풀어 연못에 던지어라, 고기 낚기 하련다. 주제: 초당의 한가로운 생활.
【초당에 일이 없어】 평시조. 작자: 유성원. 출전: 가곡원류. 초당(草堂)에 일이 없어 거문고를 베고 누워 태평성대(太平聖代)를 꿈에나 보려더니, 문전(門前)의 수성어적(水聲漁笛)이 잠든 나를 깨와라. ☞ 초당에 일이 없어 거문고를 베고 누워, 태평성대를 꿈에서나 보려 하였더니, 문 앞에서 시끄러운 피리 소리가 잠든 나를 깨운다. 주제 : 한 바탕의 정변 조짐을 느낌.
【촉혼제산월저하니】 사설시조. 작자: 단종. 출전: 화원악보. 촉혼제산월저(蜀魂啼山月低)하니 상사고의루두(相思苦倚樓頭)라. 이제고아심수(爾啼苦我心愁)하니 무이성(無爾聲)이면 무아수(無我愁)랏다. 기어인간이별객(寄語人間離別客)하나니 신막등춘삼월자규제명월루(愼莫登春三月子規啼明月樓) 하라. ☞ 두견이 슬피 울고 밤이 깊으니, 멀리 있는 사람들을 그리며 다락 끝에 몸을 기대었노라. 두견아, 네가 울면 내 또한 괴롭고, 네 울음 없으면 근심도 사라지는 것 같구나. 이별한 이들에게 말하노니, 춘삼월 두견이 울고 달 밝은 다락에는 삼가 오르지 말 것이니라. 주제 : 두견이 우는 달밤, 유배지에서의 한스러움.
【추강에 밤이 드니】 평시조. 작자: 월산군. 출전: 청구영언. 추강(秋江)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낙시 드리오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無心)한 달빛만 싣고 빈 배 저어 오노매라. ☞ 가을의 강에 밤이 깊어지니, 물결이 차가와지는구나. 물이 차가운 탓인지 낚시를 드리워도 고기가 물리지 않는구나. 낚시도 단념하고 무단한 달빛만 배에 가득 싣고 돌아오는구나. 주제: 자연 속에서의 유유자적한 생활.
【추산이 석양을 띠고】 평시조. 작자: 유자신. 출전: 청구영언. 추산(秋山)이 석양(夕陽)을 띠고 강심(江心)에 잠겼는데, 일간죽(一竿竹) 두러메고 소정(小艇)에 앉았으니, 천공(天公)이 한가(閑暇)히 녀기어 달을조차 보내도다. ☞ 단풍으로 물든 가을 산이 석양빛을 띠고 강 가운데 비쳤는데, 낚싯대 울러 메고 조그만 고깃배 위에 앉아 있노라니, 하느님께서 내가 심심할까 봐 달까지 보내주시네그려. 주제: 가을 낚시의 한가로움. 【춘광이 구십일인데】 평시조. 작자 미상. 출전: 시가요곡(詩歌謠曲) 춘광(春光)이 구십일(九十日)인데 꽃 볼 날이 몇 날이며, 인생(人生)이 백년(百年)인데 소년행락(少年行樂)이 몇 핼런고? 아마도 화장춘인장수(花長春人長壽)는 도양난(都兩難)인가 하노라. ☞ 봄날이 석 달 구십일간이라고 하지만 꽃이 피어 있는 날은 불과 며칠이며, 인생 백년이라 하지만 정말 즐겁게 보내는 세월이 몇 해나 되겠는가? 아마도 꽃 길게 피는 봄과, 즐겁게 오래 사는 인생이란 모두 어려운 일인가 생각한다. 주제: 즐거운 삶이 너무 짧은 우리의 슬픔. 【춘산에 눈 녹인 바람】 평시조. 작자 우 탁. 출전: 청구영언. 춘산(春山)에 눈 녹인 바람 건 듯 불고 간 데 없네, 적은 듯 빌어다가 마리 위에 불리고저, 귀밑에 해 묵은 서리를 녹여 볼까 하노라. ☞ 봄 산에 있는 눈을 다 녹인 훈훈한 바람이 살짝 불고 간 데 없네, 잠시 동안 빌어다가 머리 위에 불게하고 싶다. 귀밑에 오래 된 서리, 즉 흰 머리털을 녹여 볼까 한다. 주제: 늙음을 한탄함. 석로(惜老). 【춘산에 불이 나니】 평시조. 작자: 김덕령. 출전: 김충장공유사. 춘산(春山)에 불이 나니 못다 핀 꽃 다 붙는다. 저 뫼 저 불은 끌 물이나 있거니와 이 몸의 내없는 불 일어나니 끌 물 없어 하노라. ☞ 춘산에 불이 나니 못다 핀 꽃 다 붙는다. 저 산의 저 불은 끌 물이나 있거니와, 이 몸의 연기 없는 불 일어나니, 끌 물 없어 하노라. 주제 : 억울함에 치솟는 울분. 【친구가 남이언만】 평시조. 작자 미상. 출전: 친구가 남이언만 어이 그리 다정(多情)한가. 만나면 정담(情談)이요 못 보면 안부로다. 아마도 유정무정(有情無情)은 사귈 탓인가 하노라. ☞ 친구가 남이지만 어찌 그리 다정한가. 만나면 정담을 나누고, 못 볼 때는 안부를 걱정한다. 아마도 정이 있고 없는 것은 사귈 탓인가 하노라. 주제: 친구의 소중함. 【태백산하 에굽은 길로】 사설시조. 작자 미상. 출전:시조집(時調集-平洲本) 태백산하(太白山下) 에굽은 길로 중 서넛 가는 중에 그 중에 말째 중아 게 잠간 말 물어보자. 인간 이별 만사 중(人間離別萬事中)에 독숙공방(獨宿空房)을 마련하시든 부처님 어느 절 법당(法堂) 탑전 탁자(榻前卓子) 위에 감중련(坎中連)하옵시고 (舊)두렷이 앉은 모양 그 보았던가. (新)둥두럿이 앉았던가. 소승(小僧)도 수종청송(手種靑松)이 금십위(今十圍)로되 (舊)모르사옵고 상좌 노스(上座老媤)님 (舊)아도신가 하노라. (新)모르옵고 (新)알으신가 하노라. ☞태백산 아래 조금 휘어 돌아가는 길로 중 서너 명 가는 중에 제일 끝에 가는 중아, 거기에 잠깐 말 물어보자. 우리 인간들이 서로 이별하는 많은 일 중에서도, 짝이 없이 혼자 살아가야만 하는 신세를 마련하신 부처님은 도대체 어느 절 탑전 탁자위에 가부좌를 하고 두렷이 앉아 있는 모양을 그대는 보았던가? 저도 제 손으로 소나무를 심어 지금 열 아름이 되었지만 모르겠고, 혹시 저 덕이 높으신 노스님께서나 아시는가 합니다. 주제: 짝 없이 독수공방하는 이 신세를 마련한 분에 대한 원망. 【태백이 술 실러 가더니】 사설시조. 작자 미상. 출전: 시조 태백(太白)이 술실러 가더니, 달이 돋아져 도로 돋아 다지도록 아니 돌아온다. 파상(波上)에 떠 오는 배 술을 싣고 오는 밴가 나서 보니, 서역원사 박망후(西域遠使博望候)가 낙포 선녀(洛浦仙女) 찾으랴고 한포(漢浦)로 가는 배라. 동자(童子)야, 달빛만 살피어라 하마 올 듯 하여라. ☞ 이태백이 술 실러 가더니, 달이 두 번 돋아 지도록 아니 돌아온다. 물결 위에 떠 오는 배가 술 싣고 오는 배인가 바라보니, 술 실은 배는 아니고, 서쪽 대월씨국에 사신으로 갔던 박망후 장건이 낙수 포구의 선녀를 찾으러 한포로 가는 배구나. 동자야, 달빛을 살펴보아라 술 실은 배도 곧 올 것 같구나. 주제: 옛날 이백처럼 취흥에 젖어 달을 잡고자 하는 마음. 태산에 올라 앉아】 평시조. 작자: 김유기. 출전: 청구영언. 태산(泰山)에 올라 앉아 사해(四海)를 굽어보니, 천지사방(天地四方)이 훤출도 한져이고. 장부(丈夫)의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오늘이야 알괘라. ☞ 태산에 올라 앉아 온 세상을 굽어보니, 천지사방이 넓고 환하기도 하구나. 장부의 호연지기를 오늘에야 알겠구나. 주제 : 높은 산에 올라 호연지기를 느낌. 【태산이 높다 하되】 평시조. 작자: 양사언. 출전: 청구영언. 태산(泰山)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를 높다 하더라. ☞ 태산이 아무리 높다고 한들 하늘 아래에 있는 산에 불과하다. 오르고 또 오른다면 못 오를 까닭이 없건마는 사람들은 올라가 보지도 않고 산이 높아 오를 수가 없다고 한다. 주제: 의지가 약하고 게으른 사람들을 풍유(諷諭)함. 팔만대장 부처님께】 사설시조. 작자 미상. 출전: 가곡원류 팔만대장(八萬大藏) 부처님께 비나이다. 나와 임을 다시 보게 하오소서. 여래보살(如來菩薩) 지장보살(地藏菩薩) 문수보살(文殊菩薩) 보현보살(普賢菩薩) 오백나한(五百羅漢) 팔만가람(八萬伽藍) 서방정토(西方淨土) 극락세계(極樂世界)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후세(後世)에 환토상봉(還土相逢)하여 방연(芳緣)을 잇게 되면, 보살님 은혜(恩惠)를 사신보시(捨身報施)하오리다. ☞ 팔만대장 팔만 사천 법문을 보장하신 부처님께 빕니다. 나와 임을 다시 만나보게 하여 주시옵소서. 석가여래님, 지장보살님, 문수보살님, 보현보살님, 오백나한님, 팔만가람의 모든 스님들, 서방정토, 극락세계, 관세음보살님, 나무아미타불! 후세에 환생하여 우리 님과 서로 만나 꽃다운 인연을 잇게 되면, 보살님들에 대한 보은을 위하여 속계의 몸을 버리고 불문에 들어가겠나이다. 주제: 이별한 임과 다시 만나기를 기원함. 【푸른 산중 백발옹이】 사설시조. 작자 미상. 출전: 해동가요 푸른 산중 백발옹(山中白髮翁)이 고요 독좌(獨坐) 향남봉(向南峰)이로다. 바람 불어 송생슬(松生瑟)이오, 안개 걷어 학성홍(壑成虹)을 주곡제금(奏穀啼禽)은 천고한(千古恨)이요, 적다정조(積多鼎鳥)는 일년풍(一年豊)이로다. 누구서 산을 적막(寂寞)ㅎ다던고. 나는 낙무궁(樂無窮)인가 하노라. ☞ 푸른 산중에 백발의 노인이 조용히 홀로 앉아, 남쪽 산봉우리를 바라본다. 바람은 솔솔 불어 소나무에서는 비파소리가 들리고, 안개가 걷히고 나니, 골짜기에는 아름다운 무지개가 피었다. ‘주걱주걱’ 우는 새 소리에는 천고의 한이 서려 있는 듯 슬프고, ‘솥적다 솥적다’하고 우는 새는 일 년의 풍년을 예고하는 듯이 들린다. 누가 산을 적막하다고 했던가. 나는 즐거움이 끝이 없는 것을. 주제: 심산유곡에서 느끼는 즐거움. 【푸른 산중하에】 사설시조. 작자 미상. 출전: 조 및 사(調 및 詞) 푸른 산중하(山中下)에 조총(鳥銃) 대 들어 메고 설렁설렁 나려오는 저 포수(砲手)야 네 조총 대로 날버러지 길짐생 길버러지 날짐생 너새 증경이 황새 촉새 장끼 가토리 노루 사슴 토끼 이리 승냥이 범 함부로 탕탕 네 조총대로 다 놓아 잡을 센정. 새벽달 서리치고 지새는 밤에 동녘 동(東)다히로 홀로 짝을 잃고 께울음으로 울음 울고 가는 외기러기ㄹ랑 행여나 네 놓을 세라. 우리도 아모리 무지(無知)하여 사냥포수(砲手)ㄹ망정 아니 놓삽네. ☞푸른 산 아래로 조총 대를 둘러메고 긴 다리로 느릿느릿 걸어 내려오는 저 포수야, 네 총으로 날아다니는 너새․원앙새․황새․촉새․장끼․까투리 같은 짐승이나, 기어 다니는 노루․사슴․토끼․이리․승냥이․범 같은 짐승들을 함부로 탕탕 쏘아 다 잡을망정, 서리치는 가을날 밤 짝을 잃고 밤새도록 홀로 께울께울 울면서 동쪽으로 날아가는, 내 신세 같은 저 외기러기에게 혹시 네가 총을 놓을까 두렵구나. 우리가 아무리 아는 게 없어 사냥이나 하는 포수가 되었을망정 그런 인정은 있어 함부로 총을 놓지 않는다오. 주제: 짝 잃은 외로움을 기러기에 비겨 포수에게 하소연함. 【풍상이 섞어친 날에】 평시조. 작자: 송 순. 출전: 화원악보. 풍상(風霜)이 섞어친 날에 갓 퓌온 황국화(黃菊花)를, 금반(金盤)에 가득 담아 옥당(玉堂)에 보내오니, 도리(桃李)야 곶이온양 마라 님의 뜻을 알괘라. ☞ 바람과 서리가 뒤섞이어 몰아친 날에 갓 핀 노란 국화를, 금반에 가득 담아 홍문관으로 보내주시니, 이화 도화야 꽃인 체 하지 마라, 국화를 주시는 임의 속뜻을 알겠도다. 주제: 군은(君恩)에 감복(感服)함. 【풍파에 놀란 사공】 평시조. 작자 장 만. 출전: 청구영언. 풍파(風波)에 놀란 사공(沙工) 배 팔아 말을 사니, 구절 양장(九折羊腸)이 물도곤 어려웨라. 이 후란 배도 말도 말고 밭갈이나 하리라. ☞ 풍파에 놀란 사공이 물이 싫어서 배를 팔아 말을 샀더니, 꼬불꼬불한 산길이 물보다도 더 어렵구나! 이 후에는 배도 말도 다 그만두고 밭 갈기나 하겠다. 주제: 험난한 벼슬길에 대한 회한(悔恨). 【하늘이 높다 하고】 평시조. 작자: 주의식. 출전: 청구영언. 하늘이 높다 하고 발져겨 서지 말며, 따히 두텁다고 마이 밟지 마를 것이. 하늘 따 높고 두터워도 내 조심을 하리라. ☞ 하늘이 높다고 발꿈치를 돋우고 서지 말 것이며, 땅이 두텁다고 발을 구르며 밟지 말 것이로다. 하늘과 땅이 높고 두터워도 내가 조심을 할 것이다. 주제 : 매사에 조심 또 조심하라. 【하늘이 정한 배필】 평시조. 작자 미상. 출전: 하늘이 정(定)한 배필(配匹) 백년가약(百年佳約) 오늘이라. 생민(生民)의 예절(禮節)이요 만복(萬福)의 근원(根源)이라. 비나니 부귀영화(富貴榮華)를 길이길이 누리소서. ☞ 하늘이 정한 배필과 백년가약을 맺는 날이 오늘이라. 혼인이라는 것은 백성으로서 갖추어야할 예절이요, 만복의 근원이다. 비옵건대 부귀영화를 길이길이 누리소서. 부부가 있은 연후에 부자가 있고, 부자가 있은 연후에 형제가 있는 것이므로 생민의 근원이요 만복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주제: 백년가약을 축하하며, 해로동락을 축원함. 【학 타고 저 불고】 사설시조. 작자 미상. 출전: 남훈태평가. 학(鶴) 타고 저(笛) 불고 호로병(葫蘆甁) 차고 불로초(不老草) 메고 쌍상투 짜고 색동거리 입고 가는 아희야 게잠 섯거라 말 물어보자. 요지연좌객(瑤池宴座客)들이 누구누구 와 계신고 내 뒤에 선옹(仙翁)이 오시니 거기 물어 보시소. ☞ 학을 타고 피리를 불고 호리병을 옆에 차고 불로초를 어깨에 둘러메고 쌍상투를 틀고 색동마고자를 입고 가는 아이야, 거기 잠깐 서 있거라 말 좀 물어 보자. 서왕모(西王母)가 요지(瑤池)에서 주연(酒宴)을 베풀었다는데,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이 누구누구이더냐? 내 뒤에 신선 노인장께서 오시니, 그 분께 물어 보시오. 주제: 신선 세계에의 동경. 【한번 죽은 후면】 평시조. 작자: 김천택. 출전: 해동가요 한번 죽은 후면 어늬 날에 다시 오며, 심산(深山) 길 아래 제 뉘라 찾아와서 술 부어 저 잡고 날 권하며 노새하리 있으리. ☞ 한번 죽은 후면 어느 날에 다시 오며, 깊은 산 길 아래 (내 무덤을) 제 누구라 찾아와서 술 부어 권하면서 놀자고 권할 사람이 있으리. 주제 : 무상한 인생, 죽기 전에 즐기자. .【한산섬 달 밝은 밤에】 평시조. 작자: 이순신. 출전: 청구영언 한산(閑山)섬 달 밝은 밤에 수루(戍樓)에 혼자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적에 어디서 일성 호가(一聲胡笳)는 남의 애를 끊나니.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적병을 감시하는 누각에 혼자 앉아서 장검을 옆에 차고 곤경에 처해 있는 내 조국을 어찌하면 구하겠는가?’하는 깊은 시름에 빠져 있는데, 어디서인지 한 가락의 구슬픈 날라리 소리가 나의 창자를 에이는구나! 주제: 바다를 지키는 장군의 우국충정(憂國衷情). 【한 손에 막대 잡고】 평시조. 작자: 우탁. 출전: 해동가요. 한 손에 막대 잡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백발(白髮)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 사람이 나면 반드시 죽어야 하고, 젊은 때가 있으면 늙을 때가 오나니, ‘나도 저같이 늙을 때가 있을까?’ 하고 생각했던 때가 어제 같은데 벌써 백발이 성성한 것을 어찌하랴! 정말 초로(草露) 같은 우리 인생, 보라! 저 북망산(北邙山)을, 그 중에 영웅호걸은 몇이나 되며, 절세가인은 또 얼마나 될꼬? 늙기 싫어 아무리 발버둥쳐 본들 무슨 소용 있으랴. 주제 : 늙음을 한탄함. 석로(惜老) 【한송정 자긴솔 뷔여】 사설시조. 작자: 미상. 출전: 청구영언 한송정(寒松亭) 자긴솔 뷔여 조고마치 배무어 타고 술이라 안주 거문고 가얏고 해금 비파 저 피리 장고 무고 공인(工人)과 안암산(安岩山) 차돌 일번부쇠 노구산수로(老狗山垂露)취며 나전(螺鈿)대 궤지삼이 강릉여기삼척주탕(江陵女妓三陟酒湯)년 다모아 싫고 달밝은 밤에 경포대(鏡浦坮)로 가서 대취(大醉)코 고예승류(叩枻乘流)허여 총석정금란굴(叢石亭金蘭窟)과 영낭호선유담(永郎湖仙遊潭)으로 임거래(任去來)를 허리라 ☞ 강릉 땅 한송정에 빽빽하게 들어선 소나무를 베어 조그만 배를 만들어 타고, 술과 안주, 거문고․가야금․해금․비파․젓대․피리․장구 등과 그 악기 연주자와, 안암산에서 나는 질 좋은 차돌, 단번에 켜지는 부쇠, 노구산에서 나는 수리치며, 나전 무늬가 있는 담뱃대와 담배쌈지, 강릉의 기녀, 삼척의 관기 년들 다 모아 배에 싣고, 달 밝은 밤에 경포대로 가서, 크게 취하고 뱃전을 두드리며, 흐르는 물을 따라, 총석정 금란굴과 영랑호 선유담 등의 관동 팔경을 마음대로 오고 가리라. 주제 : 소년행락의 호탕한 풍류. 【한 잔 먹새그녀】 사설시조. 작자: 정철. 출전: 송강가사 중 장진주사(將進酒辭) 한잔 먹새그녀 또 한잔 먹새그녀 곶것거 산(算)놓고 무진무진 먹새그녀 이몸 죽은 후면 지게 우헤 거적 덮어 주리혀 메여가나 유소보장(流蘇寶帳)의 만인(萬人)이 울어 예나 어욱새 속새 덥가나모 백양(白楊) 속애 가기곧 가면 누른 해 흰 달 가는 비 굵은 눈 소소리바람 불 제 뉘 한잔(盞) 먹자 할고. 하물며 무덤 우헤 잰납이 파람 불 제야 뉘우친들 엇지리. ☞ 한잔 먹세그려, 또 한잔 먹세그려, 꽃 꺾어 세면서 무진무진 먹세그려. 이 몸 죽은 후면 지게 위에다가 거적을 덮어 졸라매어 초라하게 메고 가나, 오색실과 화려한 포장으로 곱게 꾸민 상여에 실려 많은 사람들이 울면서 떠나가나, 억새풀․속새풀․덥가나무․백양나무 속에 가기만 가면 누른 해 흰 달 가랑비 함박눈 회오리바람 불 때, 뉘 한잔 먹자 할까? 더구나 무덤위에서 원숭이 휘파람 불 제서야 뉘우친들 어찌하리오! 주제: 무상(無常)한 인생을 술로 달래자는 심경. 【행궁견월 상심색은】 사설시조. 작자 미상. 행궁견월 상심색(行宮見月傷心色)은 달 보아도 임의 생각, 야우문령장단성(夜雨聞鈴腸斷聲)은 빗소리 들어도 임의 생각이로고나. 원앙와냉 상화중(鴛鴦瓦冷霜華重)헌데 비취금한 수여공(翡翠衾寒誰與共)고, 경경성하 욕서천(耿耿星河欲曙天)에 고등(孤燈)이 도진(挑盡)ㅎ도록 미성면(未成眠)이로고나. 아마도 천장지구 유시진(天長地久有時盡)이로되, 차한(此恨)은 면면(綿綿)하여 무절기(無絶期)를. <傷:상할 상. 鈴:방울 령. 腸:창자 장. 鴛:원앙(수컷) 원. 鴦:원앙(암컷) 앙. 瓦:기와 와. 華:꽃 화. 翡:물총새 비. 翠:물총새 취. 衾:이불 금. 誰:누구 수. 與:더불 여. 耿:빛날 경. 曙:새벽 서. 孤:외로울 고. 挑:돋울 도. 盡:다할 진. 眠:잠잘 면. 綿:이을 면. 期:만날기> ☞ 임시 궁성에서 달을 보면 일찍 귀비와 함께 바라보던 밤을 생각하여 달빛에도 마음을 상하였고, 밤비가 흐느끼듯 주룩주룩 내릴 때 방울소리를 들으면 귀비의 일이 생각나서, 그 방울 소리가 애를 끊는 소리로 들리는구나. 원앙새 모양의 기와가 차디차니 하얀 서리가 꽃 모양으로 서려 어딘지 모르게 무거운 듯한데, 물총새 무늬의 금침이 차갑지만 누구와 함께 잠자리를 같이 한단 말인가? 반짝거리는 은하수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동안 장차 동은 트려 하는데, 외로운 등 심지를 모두 돋우어 불이 꺼진 다음에까지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구나. 아마도 천지는 장구하나 언젠가는 다하는 날이 있겠지만, 우리들의 이 깊은 한은 언제까지나 끊어지지 않으리니 얼마나 슬픈 일이냐! 주제: 당 현종과 양귀비와의 슬픈 사랑. 【형산에 박옥을 얻어】 평시조. 작자: 주의식(朱義植) . 출전: 청구영언. 형산(荊山)에 박옥(璞玉)을 얻어 세상(世上) 사람 뵈렸더니, 겉이 돌이어니 속을 알이 뉘 있으리. 두어라 알 이 알지니 돌인 듯이 있거라. ☞ 형산에서 박옥을 얻었기에 세상 사람들에게 보이려 했더니, 겉이 돌이므로 속을 알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래도 알 사람은 알 것이니, 돌인 체하고 있어라. 주제: 인격과 학문을 갖추면 들어내지 않아도 자연히 알게 됨. 【형아 아우야】 평시조. 작자: 정철 . 출전: 송강가사. 형아 아우야 네 살을 만져보아. 뉘 손대 타나관대 양재조차 같으슨다? 한젖 먹고 길러나이셔 닷마음을 먹지 마라. ☞ 형아 아우야 네 살을 만져보아라. 누구한테서 태어났기에 생김새까지 같은가? 한젖 먹고 자랐으면서 딴 마음을 먹지 마라. 주제 : 형제간의 우애를 강조함. 【홀문창외풍동죽하니】 엇시조. 작자 미상. 출전: 조 및 사(調 및 詞) 홀문창외풍동죽(忽聞窓外風動竹)하니 의시낭군예리성(疑是郎君曳履 聲)을 허무백년(虛無百年) 모실님이 단장회(斷腸懷)를 모르신가 동자야 뒷동산 송림중(松林中) 초당삼간(草堂三間) 달 비취었다 하마 올 듯 하여라. ☞문득 창 밖에 바람 소리가 대 숲에서 움직임을 들으니, 이것이 낭군의 신 끄는 소리인가 의심한다. 허무한 일평생 모실 임이 애타는 이 심정을 모르시는가? 동자야, 뒷동산 송림 가운데 있는 초당에 달이 비추었으니 꼭 임이 오실 것만 같구나! 어서 나가 보아라. 주제: 임을 기다리는 애타는 심정. 【황산곡 돌아들어】 평시조. 작자 미상. 출전: 청구영언. 황산곡(黃山谷) 돌아들어 이백화(李白花)를 것거 쥐고, 도연명(陶淵明) 찾으리라 오류촌(五柳村)에 들어가니, 갈건(葛巾)에 술 듣는 소리는 세우성(細雨聲)인가 허노라. ☞ 송나라 황정견과 당나라 이태백을 대동하고 진나라 도연명을 찾으려고 오류촌에 당도하니, 갈건에 술 거르는 소리가 가랑비 오는 듯하구나. 주제: 술과 풍류를 겸한 호걸들이 한자리에 즐기고자 함. 【휘황월야삼경에】 사설시조. 작자: 임중환(林重桓). 출전: 시조연의(詩調演義). 휘황월야삼경(輝煌月夜三更)에 전전반측(輾轉反側) 꿈을 이뤄 태고풍편(太古風便)에 오신님 만나 그리든 적년회포(積年懷抱) 반이나마 풀럇더니. 침두(枕頭)의 저 실솔(蟋蟀)이 불승실려지탄(不勝失侶之歎)하여 귀똘귀똘 우난 소래 놀라 깨어 보니 곁의 임은 간 곳 없고 임 잡았던 손으로 귀똘이만 칠 듯이 쥐었고나. 야속(野俗)ㅎ다 저 귀똘아 너도 짝을 잃고 그리면서 원통(寃痛)한 나의 사정(事情) 어이 그리 모르는가. <輝:빛날 휘. 煌:빛날 황. 輾:돌 전. 轉:구를 전. 側:곁 측. 懷:품을 회. 抱:안을 포. 蟋:귀뚜라미실. 蟀:귀뚜라미 솔. 侶:짝 려> ☞ 휘영청 밝은 달밤은 깊었는데, 엎치락뒤치락 겨우 꿈을 이뤄 아득한 옛날 바람결에 오신님 만나 그리던 쌓인 회포 반이나마 풀려 했더니, 베개 머리 저 귀뚜라미 짝 잃은 슬픔을 못 이기어 귀뚤귀뚤 우는 소리에 놀라 깨어 보니, 곁에 있던 임은 간 곳 없고, 임 잡았던 손으로 귀뚜라미만 칠 듯이 쥐고 있구나. 야속하다 저 귀뚜라미야, 너도 짝을 잃고 그리워하면서 원통한 나의 사정은 어이 그리도 모르느냐? 주제: 꿈속에서라도 임을 만나고 싶은 안타까운 심정. 【흐리나 맑으나 중에】 사설시조. 작자: 미상. 출전: 청구영언. 흐리나 맑으나 중에 이 탁주(濁酒) 좋고, 대테 메운 질병들이 더 보기 좋으이. 어룬자 박구기를 쓰렝둥둥당지둥 둥둥 띄워 두고, 아희야 저린 침챌만정 없다 말고 내어라. ☞ 흐리건 맑건 간에 이 막걸리 좋고, 대나무 테를 메운 질그릇 술동이가 더 보기가 좋구나. 얼씨구 지화자! 작은 바가지 그 술동이에 둥둥당둥당 띄워 두고, 아이야, 무슨 안주 필요하겠느냐, 겉절이 김치만 있으면 만족하지. 주제 : 소박한 생활의 정취. 【흥망이 유수하니】 평시조. 작자: 원천석. 출전: 청구영언. 흥망(興亡)이 유수(有數)하니 만월대(滿月臺)도 추초(秋草)로다. 오백년 왕업(五百年王業)이 목적(牧笛)에 붙였으니 석양(夕陽)에 지나는 객(客)이 눈물겨워 하노라. ☞ 흥하고 망하는 것이 운수가 있으니, 고려 왕궁터였던 만월대도 가을 풀만 무성하구나. 오백년 고려 왕조의 사연들이 목동의 피리 소리에 실려 구슬픈 가락으로 들려올 뿐이니, 석양에 이 곳을 지나는 나그네로 하여금 눈물짓게 하는구나! 주제: 전 왕조의 멸망을 슬퍼하는 회고의 정. |
첫댓글 이렇게 다양한 시조와 해설이 있는 줄을 몰랐습니다
자주 들려서 배우겠습니다. 오늘은 설월이 만정한데를 배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