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이었나... 모 방송국에서 "명랑소녀 성공기"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물론 필자는 드라마에 대해 그리 관심이 없기 때문에 내용을 알지는 못한다. 단지 주인공인 장나라가 극 중에서 충청도 사투리를 쓰고, 장혁이 상대역으로 나오며 유수영이 악역을 맡았다는 정도만 안다.
지금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드라마는 아니다. 하지만 마치 드라마같은 일이라고는 할 수 있다. 바로 이번 W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전체 3순위를 따낸 여고부 최고가드 최윤아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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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연맹회장기 여자 고등부 경기를 지켜본 여자 대학 감독들이 호시팀탐 노리고 있는 선수가 있다. 대전여상 최윤아. 그러나 그런 눈빛에 전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체육관 청소만 해도 프로에 진출하고 싶다며 강하게 프로행을 외치고 있다. 수원대 박제영 감독은 너무 잘해서 어디 우리대학에 오겠냐며 솔직히 조금 못했으면 하는 눈치를 보일 정도로 장래성이 있는 선수임에 틀림없다고 한다.
2003 연맹회장기에 모습을 들어낸 대전여상 3학년 170cm의 가드 최윤아는 초등학교 4학년때 농구를 시작해 고등학교 1학년인 2001년 7월 20일 제주종별대회에서 감투상을 받을 정도로 장래성을 인정 받기에 충분한 활약을 하며 기대치를 한층 높이더니, 그해 10월 12일 제82회 천안 전국체육대회 대 삼천포여고의 경기에서 완전한 경지에 올랐다. 당시 삼천포여고는 현재 국가대표선수인 금호생명의 곽주영과 우리은행의 파워넘치는 1년차 주전 가드 김지현, 그리고 현재 고3인 정미란등이 버티고 있는 최강의 호화진용을 갖춘 초강팀을 맞아 최윤아는 76:90으로 패하긴 했으나 32점을 올리는 폭발적인 득점력을 과시했다.
이후 2002년 5월 8일 연맹회장기 대명신전에 38:61로 대패했지만 당시 최윤아의 손놀림은 장래성이 충분히 있다는 평가를 받았고, 1년이 지난 2003년 연맹회장기에서 1년전 명신여고에 당한 패배를 설욕하며 25득점, 대온양전에서 21점, 숙명여고를 상대로 23점을 올리는 득점력을 과시하며 팀을 이끄는 가드로 농구에서 말하는 패스, 드리블, 슛 중 한가지도 빠지는 부분 없이 3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다.
체력적인 면으로 보아도 달리는 폼이 전혀 무리가 없어 보이고 국민은행 김지윤을 능가하는 체력을 지니지 않았냐는 평을 내리기도 하지만 단지 비교적 작은 신장이 최윤아의 성장가능성에 다소 견해차가 있기는 하지만 체육관 청소만 해도 프로에 가고 싶다는 강한 정신력이 최윤아의 프로선수로써 성공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해 주는 부분이다.
보통 여자 프로 선수들은 1,2년 혹은 그 이상 엄하고 굳은 일을 해왔다. 고교시절 그래도 한가닥 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웃기는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이 현실이고 그런 생각이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원인으로 작용해 꽃을 피우지 못하고 중도에 하차하는 경우가 허다 했다. 그러나 최윤아는 밑바닥부터 해도 좋다는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되어 있어 그점에 대해 크게 무리가 없어 보인다. 대전여상의 경기를 직접 보고 최윤아를 확인하기 바라며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노력하여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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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점프볼
윗글은 지난 5월 14일자로 대한농구협회에 오른 기사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최윤아에 대한 관심은 극히 적었다. 대숙명전에서도 언론과 팬들의 스포트라이트는 신혜인과 그녀의 소속팀 숙명여고였고 사진에서처럼 최윤아는 배경으로 흐릿하게만 나오는 선수였다. 그래도 최윤아는 절대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7월에 열린 대구종별대회에서 최윤아는 골수팬들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또한 많은 후배선수들이 최윤아를 지켜보며 "정말 부럽다. 윤아언니의 반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했으며 감독 선생님들은 "저것이 진정한 포인트가드다."고 극찬하셨다. 최윤아는 그렇게 자신의 플레이를 직접 본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며 조금씩 자신을 알려가기 시작했다.
고교에서의 마지막 무대인 전국체전. 사실 필자는 개인사정 때문에 군산행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한 카페회원님의 "이번에 최윤아의 고교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 엄청 후회하실 겁니다."라는 그 한마디에 마음이 흔들렸고 결국 어려운 상황을 뒤로하고서라도 군산행을 결정했다. 결국 필자는 엄청난 장면을 보았으며 그 이후로 필자도 최윤아의 열혈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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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드래프트가 있기 얼마전. 카페온에 최윤아의 아이디가 보였다. 그 전에도 몇 번 카페에서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기에 이번 드래프트에 대해 몇 마디 나눠봤다.
아이비: 이제 며칠 안남았는데 어때요?
최윤아: 떨리긴 한데 괜찮아요.
아이비: 사실 지명도가 낮아서 높은 순위는 힘들 것 같은데...
최윤아: 순위는 상관안해요. 뽑히기만 해도 감사하죠.
아이비: 전주원 이후 최고의 가드니까 분명히 뽑히긴 할꺼예요.
최윤아: 과찬이세요.
아이비: 프로에 가서 가진 실력 맘껏 뽐내고 꼭 뜨셔야해요.
최윤아: 그럼요. 열심히 해서 꼭 뜰꺼예요.
그렇게 최윤아는 "뽑히기만 해도 감사하며 프로에 진출한다면 열심히 해서 꼭 인정받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드래프트 당일날, 떨려서 도저히 드래프트장에는 가지 못하겠다던 최윤아는 드디어 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신혜인, 정안나, 이미화 등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전체 3순위의 영광을 얻은 것이다.
물론 최윤아가 전체 3순위로 뽑힌 것이 이변일수는 없다. 아니 전체 1순위로 뽑혔다고 해도 큰 무리는 없다. 하지만 어느해보다 거물급 신인이 많았던 올해, 전체 3순위로 지명됐다는 것은 이변아닌 이변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최윤아의 아랫 순위 선수가 최윤아보다 못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전체 3순위에 의미를 두는 것은 그만큼 실력에 비해 인정을 못받던 최윤아가 드디어 인정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최윤아에게는 한솥밥을 먹을 한국 최고의 가드 전주원의 뒤를 잇는 일이 남았다. 필자가 "전주원 이후 최고의 가드"라고 한 말이 씨가 됐는지 정말 전주원의 뒤를 이을 환경을 맞은 것이다. 철저한 언더그라운드에서 이제 오버그라운드로 올라선만큼, 지금까지 가졌던 성실함과 겸손함을 잊지말고 최고가 되기 위해 꾸준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몇 년후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있을 최윤아의 맹활약을 기대해 본다. 경기마다 온힘을 다해 최선을 다했지만 전력이 약해 팀은 연패의 늪에 빠지고, 그 때문에 실력에 비해 전혀 주목받지 못한 상황에서도 결코 웃음을 잃지 않고 늘 밝은 모습으로 최선을 다했던 명랑소녀 최윤아의 성공기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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