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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여자에 대한 고찰 2편 |
필리핀 여성들에 대한 전형화된 이미지 중의 하나가 바로 'Maria Clara(마리아 클라라)'이미지이다. 이 'Maria Clara'이미지는 부끄러움을 타고, 얌전하고, 겸손하며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그리고 결국엔 충실한 여인네로 귀결되는 이미지이다. 외국인들이 자주 만나는 외향적이고 도발적이며 성적으로 적극적인 여성들은 사실 아직까지도 필리핀 문화에서는 드문 경우에 속한다.
필리핀 여성들은 'Maria Clara'의 이미지를 어릴적부터 깊이 간직하고 있어 이를 억지로 따라하려고 한다. 따라서 적극적인 행동을 하는 여성들에 대해 인상을 찌푸리는 경우가 많다. 적극적인 여성들, 특히나 남자들을 자유롭게 만나고 자유롭게 성관계를 맺는 여성들은 성적으로 '천박한'이미지로 취급받는 경우가 많다. 남성들과의 개인적, 사회적 혹은 사업적인 관계에 있어서는 일반적으로 얌전하고 겸손한 여성을 더 선호한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여성이라고 해서 차별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필리핀 여성들은 많은 분야에서 남성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특히나 전문직이나 사업분야에 있어서 남성들과 대등하거나 우월한 성향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필리핀 여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기다른 사회적인 위치에서의 여성들의 역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여성은 태어나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딸, 언니, 달라가(미혼여성), 아내, 어머니, 주부, 전문직, 고용주, 피고용주 등 다양한 사회적 지위가 형성된다. 필리핀 여성들을 이해하기 위해 이러한 여성들의 지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딸' 로서의 필리핀 여성
필리핀 문화에서 가족의 개념을 우리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중요시 여겨진다. 가족은 서로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아이를 세상에 낳아주면 태어난 아이는 이미 그것만으로 부모에게 큰 빚을 지고 태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보모역시 아이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전통도 함께 존재하기에 아이가 어릴때는 부모가 아이를 위해 희생하고 부모가 나이가 들면 자식들은 부모를 위해 무엇이든 해줘야 한다고 믿는다. 가족간의 유대관계가 강하기 때문에 가족 내에서의 서열도 존재하게 된다. 부모나 자신의 윗 형제에게 복종하는 정신은 어릴때부터 배우게 된다.
자캔湧?언제나 부모를 존경해야 한다고 교육받으며 평생 낳아준 은혜에 빚을 지고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자식들은 부모가 늙어 죽을 때까지 부모를 모셔야 하는 책임이 있다. 이런 시스템하에서 노인들은 늘 누군가로부터 돌봐진다. 다른나라처럼 양로원이나 요양원이 따로 필요가 없다. 사실 필리핀에서 부모를 양로원 같은 곳에 보낸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아주 안좋은 인상을 줄 뿐 아니라, 'Hiya(히야-수치심)'를 불러 일으킨다.
부모를 사랑하지 않는 자식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은망덕한 인간으로 낙인찍힌다. 이것은 필리핀 사회에서는 가장 나쁜 죄악으로 취급된다.
필리핀의 딸들에게 어머니는 가장 훌륭한 모델이다. 성역할이 형성되는데 있어서 어머니의 역할을 보고 배우는 과정이 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사회 구조와 어머니로부터 받는 교육등으로 필리핀의 어머니와 딸은 끈끈한 관계가 형성된다.
'언니', '누나' 로서의 필리핀 여성
필리핀에 살면서 가장 많이 듣는 인칭대명사중 하나는 바로 'Ate(아떼)'이다.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언니나 누나 정도 되겠다. 흔히 한인들 중에는 메이드를 아떼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명칭이다. 아떼는 필리핀 가족구성원에서 부모나 마찬가지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동생들은 언니나 누나를 아떼라고 부르면 부모처럼 따른다. 과거 어려웠던 시절, 집안 식구들을 먹여살리던 한국의 '큰형'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아떼는 모든 동생들을 돌볼 책임이 있다. 목욕시키고 먹이고 입히는 엄마의 역할을 도맡아 한다. 특히나 어머니가 모든 식구들을 돌볼 수 없는 대가족에 있어서 아떼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아떼는 어릴때부터 동생들을 돌보는 것이 의무라는 교육을 받는다. 그래서 대여섯살 난 아이가 갓난아이를 돌보는 모습은 필리핀에서 드문 경우가 아니다.
아떼는 어머니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아 자신의 동생들을 돌본다. 동생들은 어머니처럼 아떼를 따른다. 특히나 부모가 엄격하거나 대가족인 경우 나이어린 동생들은 부모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아떼가 중재자 역할을 한다. 아떼는 사촌간이나 친분이 있는 사이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
필리핀에서 살아보면 대개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더 대우받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실제로 필리핀 여성들은 대부분의 직장에서 남성들보다 더 선호된다. 필리핀 남성들은 결혼전까지는 여성들에게 젠틀하고 책임감 있어 보이는 노력을 하지만, 결혼후에는 대부분 가족에 대한 책임감을 아내에게 부과시킨다. 부모들역시 한국과는 정반대로 아들보다는 딸에게 더 큰 기대를 하고 나중에 노후역시 딸이 돌봐줄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주변의 필리핀 친구들의 경우를 보더라도 이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 예로, 일본계 무역회사를 다니던 필리핀 친구는 여성 변호사와 결혼하자마자 바로 House Husband(주부남편)로 변신을 하였다. 가족의 생계는 늘 남편의 몫이라고 생각하던 한국남성에게는 다소 부러운(?) 장면을 보여줬다.
출처:주간마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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