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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납만 잘해도 집이 한결 커 보인다
수납을 잘하려면 참 많은 생각을 해야 한다. 우선 이사를 하고 나면 큰 물건을 제외한 살림살이들은 제자리를 미리 생각해 가며 정리해야 수월하다. 일단 빈 수납공간에 넣고 나서 정리를 시작하면 이중 일이 될 수 있다. 이때 수납에 필요한 수납용품들을 미리 생각해서 준비하면 정리가 좀 더 쉬워진다. 수납할 때는 내 나름의 기준이 있다. 먼저 장식을 위한 수납과 밖으로 드러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숨기는 수납, 두 가지를 확실히 구분한다. 새 집에 이사하고 나서 한 달여 간 나는 수납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다. 휴일이 아닌 날은 출근을 해야 하니 때로는 퇴근하고 나서 한 군데를 시작하다 보면 거의 새벽 서너 시가 될 때도 있었다. 수납에 필요한 마땅한 용품이 없거나, 다음 날 회사 일이 걱정되어 잠을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야 겨우 멈추는 적도 많았다. 정리해야 한다는 의무감보다는 나름 신이 나서 그렇게 열심히 할 수 있었다. 누가 시킨다고 그런 일이 그리 재미있을까? 이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 해결된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수납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많은 생각을 하고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한 수납은 내가 일하면서 살림하는 긴 세월 동안 편하게 집안일을 하게 해주고, 시간도 절약해 주는 것으로 정직하게 보답한다.
수납에도 계획이 필요하다
26년간 내가 했던 일은 항상 디스플레이와 큰 연관이 있었다. 디스플레이는 우선 고객들의 눈에 띄도록 멋지게 꾸미는 것이 기본이다. 그 밖에도 많은 제품들을 색상이나 스타일, 사이즈별로 잘 구분해서 매장에 진열해야 하고 창고에도 여분의 물건을 잘 정리해 두어야 필요할 때 빠른 시간 안에 찾을 수 있다. 정리가 잘 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시즌이 지나 재고를 파악하다 보면 아쉽게 남은 제품들이 발견되곤 한다. 매장에서 좋은 디스플레이를 위해 집기들을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처럼 집 수납에도 계획이 필요하고, 계획에 따른 수납용품들이 준비되어야 한다.
처음에 이사해서 제대로 수납을 마치기까지 거의 한 달이 걸린 이유는 원래 뭔가를 하면 끝을 보는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원하는 수납용품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이기도 했다. 원하는 수납용품들을 사기 위해서 온 마트와 인터넷을 뒤진 시간을 생각하면 한 달 걸려 수납을 마친 것이 꼭 내 성격 탓은 아니리라. 어쨌든 많은 시간 들여 발품을 판 만큼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수납의 편리함을 만끽하면서 산다. 이사를 하고 가장 구하기 어려웠던 물건 중에는 괜찮은 모양의 작은 사다리도 있었다. 외국 잡지나 매장들에서는 흔히 본 것들인데 국내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다. 아쉬운 대로 조금 비슷한 것을 사서 쓰고 있는데 이유는 부엌 시스템장의 가장 윗부분을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보통은 의자를 끌어다 놓고 물건을 꺼내 쓰는데,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이때 튼튼하고 접기 쉽고, 펼쳐놓아도 예쁜 작은 사다리가 있다면 부엌장 맨 위칸도 쓸모 있는 수납공간이 된다. 살림을 잘 알고, 사는 사람을 생각한다면 아파트를 지을 때 작고 예쁜 사다리를 손 닿기 쉬운 곳 한쪽 벽에 붙여놓아 주부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 텐데…….
깔끔한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여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소망이다. 주부들에게 집을 새로 장만할 때 가장 바라는 점을 물으면 대부분 수납공간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들을 한다. 이는 수납공간이 적어서 정리를 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생활하는 데 필요한 물건들이 그 정도로 많은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무엇보다 밖으로 드러내어 장식하고 싶은 물건과 가리거나 숨겨야 할 물건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들이에 초대받아 가보면 선물로 받은 세제와 두루마리 휴지들이 집 안에 넘쳐난다. 때로는 공간이 남는 곳을 찾다 현관에 쌓아두는 경우도 있다. 집 전체가 창고가 아닌 이상 최소한 휴지는 다른 수납공간을 찾아 넣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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