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종 제거수술 후 췌장염으로 사망… 다른 원인 없으면 의사 과실
부산지법, 원고 일부승소 판결
십이지장 용종제거수술 후 췌장염이 발생해 환자가 사망한 경우 의료상 과실이 아니라 다른 원인에 의해 췌장염이 발생한 것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의료진의 과실은 추정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민사8부(재판장 김동윤 부장판사)는 지난달 20일 용종제거수술 후 사망한 A씨의 부인 등이 의사 B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07가합5833)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들이 A씨의 췌장염이 의료상의 과실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 것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는 이 사건에서 A씨의 췌장염은 B씨 등이 시술을 하는 과정에서 용종 외 다른 부위를 손상시키지 않고 시술기구 등을 철저히 소독하는 등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한 과실로 초래된 것이라고 추인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용종제거 후 췌장염이 발생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 점, 괴사성 췌장염이나 췌장농양이 발생한 경우 수술을 해도 약 30%는 재발하며 사망률도 30~50%에 이르는 점 등에 비춰보면 손해를 의료진에게만 부담시키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나 B씨 등의 배상책임 범위를 6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A씨는 2006년 6월께 C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결과 십이지장에 2개의 용종이 발견돼 같은해 11월15일 제거술을 받았다. 그러나 수술이후 A씨에게 심한 복통증상이 나타났고 다음날 급성췌장염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던 중 패혈증성 쇼크에 의한 심정지로 같은달 26일 사망했다. 이에 A씨의 처와 자녀들은 C병원과 수술한 의사 B씨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