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글] 합기도의 생활체육 활성화 방안(김이수)

[uulysses]

A Study on the Vitalizing Program for Sport for All of Hapkido
김이수(Kim, Yi-soo)

Ⅰ. 들어가기
최근 "Quality of Life (QOL: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고자 하는 체육계의 움직임은 21세기에 있어서 체육활동의 목표일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국민의 건강과 복지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까지도 체육활동을 통하여 극복하고자 하는 체육계의 의지라 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수많은 변화를 겪었던 20세기는 긍정적인 발전 이면에 우리의 "전통적인 활동문화"를 잃어버렸다는 점에서 체육활동을 통해서 얻고자하는 '삶의 질 향상'은 '우리의 것'을 찾고, 또 세계에 '우리의 것'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됨으로서 문화적 긍지를 가질 기폭제가 될 것이다.
한국의 근대화 과정은 서구화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근대화의 과정에서 서구의 과학문명이 우리에게 끼친 영향은 대단하다. 이로 인하여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는 서양의 과학적 사고방식을 기초로 이루어지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의 근대사는 서구문명의 갑작스런 수용으로 인하여 중요한 우리 전통문화와의 단절을 겪었고, 특히 20세기 초반의 36년이라는 긴 시간이 일본의 문화가 한국의 문화를 점유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어렵고 고통스러웠던 20세기는 과거의 뒤안길로 하고 새로운 세기, 시작의 세기, 그리고 한국의 문화를 알릴 21세기가 우리의 앞에 전개되고 있다.
최복규(1995)가 그의 글에서 "앞으로는 무방비 한 서구 문화의 수용에 대한 반성과 우리문화의 우수성에 대한 자각이 곧 세계화를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듯이 이제는 우수하고 상품적인 가치가 있는 우리의 문화, 우리의 무예를 保存하고 발전시킴으로서 '우리의 것'이 아닌 '세계의 것'으로 알리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때가 아닌가 사료된다.
한국의 전통무예는 현재 체육의 한 분과로서 활동하면서 사회체육의 현장에서 일반인들에게 사회적 병폐를 해결해주는 기능을 하고 있다 할 것이다. 특히 다른 체육활동이 사회체육의 기능에 미진하던 60∼70년대에 무예는 그 기능을 성실히 수행하였다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신체활동이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인하여 등한시되면서 무예 역시 생활무예에서 벗어나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이 즐기는 놀이로 전락하면서 퇴보의 길에 직면하였다 할 것이다.
이러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 용인학파에 의해 무예에 관한 연구가 꾸준히 이루어 졌으며, 특히 1999년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Y대학에서 "大韓武道學會"가 설립되면서 더욱 관심과 함께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용인학파나 대한무도학회에서 발행된 대부분의 연구물들이 경기화 된 무예에 국한되어 있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21세기의 문제는 서두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인간의 "삶의 질 향상"에 있다. 따라서 이제는 "競技武道"를 벗어나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生活武藝"로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현재 생활무예로서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무예는 태권도가 가장 많은 도장 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다음이 합기도, 검도, 우슈, 유도, 활기도의 순이다. 이 이외에도 100여종이 넘는 종목들이 무예라는 명칭으로 생활무예로서 국민의 심신건강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데, 이 종목들의 33%정도가 합기도와 유사한 무예들이거나, 또는 합기도에서 파생된 무예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생활무예로서 일반인들이 많이 접하고 있는 합기도를 주제로 하여 생활체육학적 측면에서 합기도의 역사성과 발전과정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앞으로 건전한 생활체육으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발전방향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Ⅱ. 합기도의 역사 소고
1. 합기도의 발전과정
현재 한국에 존재하는 무예 중 일본에서 전이된 것으로 확연히 들어 난 검도, 유도 등과 한국의 전통적인 무예로 이해되고 있는 택껸, 수벽치기 등의 무예가 있고, 대부분의 무예는 역사성에 있어서 확연히 들어나지 않은 경우이다. 합기도 역시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에서 합기도를 보는 시각은 "崔龍述翁이 산 속에서 個人的으로 修鍊을 하였다고 主張하는 境遇"와 "여러 種類의 技藝가 土着化되는 過程에서 混合된 族譜없는 것이며, 그 原形은 日本의 AIKIDO(合氣道)라고 主張하는 境遇"등이 있으나 이 같은 주장들은 한국과 일본에서 오는 괴리현상일 뿐 큰 의미는 없다고 할 것이며, 김이수(2000b)의 연구물은 "崔龍述翁이 일본에서 大東流(合氣術)를 修鍊하여 귀국한 후, 池漢載 등에 의해 발전되는 과정에서 한국무예의 성향으로 변화된 특성있는 무예"라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합기도의 심도 깊은 역사적인 고찰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김이수(1996, 2000a,b)가 발표한 글에서 자세하게 설명하여 접근하고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현대사적인 부분만을 간략하게 보충하려 한다.
합기도의 역사를 보는 시점은 1915년경으로 올라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합기도의 역사가 다른 무예와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한국의 검도는 일본의 검술이 아닌 검도(겐도)에서 전이된 것이며, 한국의 유도는 일본의 유술이 아닌 유도에서 온 것이다. 그러한 이유에서 검도나 유도의 경우 역사적인 관점에서 큰 문제점 없이 발전하여 왔다. 그러나 한국이 합기도는 일본의 아이끼도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다. 한국의 합기도는 大東流合氣柔術이라는 古流柔術에서 그 시발점이 되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한국합기도의 내막을 자세히 모르는 일부의 학자들은 한국의 합기도가 일본의 아이끼도에서 온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일본의 아이기도나, 대동류합기유술의 사범들도 한국의 합기도는 대동류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한국에 있어서 합기도의 시조는 최용술에 의해 시작되었음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최용술은 나이 14세 되던 1913년 武田總角(다게다 소오가꾸)의 문하에 들어갔으며, 이 후 武田　角을 따라 일본 전역을 순회하게 된다. 약 3년 간의 순행은 조선인으로서 일본을 배우고 익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또한 이 시기에 일본 아이끼도의 창시자인 植芝盛平(우에시바 모리헤이)을 처음 만나게 된다.
3년 간의 일본 전역을 순행한 최용술은 1917년 武田　角을 따라 대동류 최고의 기법을 배우기 위하여 입산하게 된다. 이때 최용술을 제외한 4명이 더 동행하게 되는데, 北海道人인 林金氏, 東京人인 山本氏, 九州人인 森本氏, 그리고 宮本氏 등 이였다고 한다. 하지만 7년의 수련을 통해 남은 사람은 최용술 한 사람 뿐이었다. 수련을 마친 최용술은 스승과 함께 1923년 하산하여 그동안 갈고 닦은 대동류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일본 전역을 순행하기 시작한다(김이수,2000b).
특히 이때 지도를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일본의 황실에서 황족과 귀족들을 지도하였으며, 북해도에서 개척단을 지휘하기도 하였다.
이 후 1943년 한국으로의 귀국을 결정하고 귀국 길에 오른 최용술은 1951년 대구에서 처음으로 大東流合氣柔術을 지도하게 되면서 '합기유권술', '야화라', '유술', '합기술' 등의 명칭을 혼용하여 사용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1960년대 초반에 들어와 그의 제자들에 의해 세력이 확장되면서 정식으로 '氣道'와 '합기도'라는 명칭이 사용되기에 이른다.
이렇게 한국 합기도의 정착은 최용술을 시발로 하여 그의 제자들에 의해 50년의 역사를 가지고 지금의 합기도에 이르면서 질적인 성장보다는 양적인 성장을 하게 된다.

2. 합기도에 관한 연구활동
합기도는 태권도, 유도 등과 함께 생활무예로서 국민의 정신과 건강을 증진시켜 오면서 약300만명의 인구가 합기도를 수련하여 왔다. 그러나 현재까지 학문적으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합기도와 관련된 연구물들은 학위논문과 일반논문, 서적, 비디오물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학위논문으로는 약 25편으로 집계할 수 있는데 자연과학분야에는 박정직(1994)의 'EMG를 利用한 合氣道 基本動作의 分析에 關한 硏究', 강신석(1992)의 '男子 合氣道 修鍊生과 非修鍊生의 體力에 關한 硏究', 정용우(1997)의 '청소년 합기도 수련생의 운동지속요인에 관한 기술적 분석', 권오석(1993)의 '合氣道 型의 修練이 基礎體力에 미치는 影響', 이종서(1996)의 '合氣修行이 運動修行 以後 回復能力에 미치는 影響', 오세윤(1987)의 '합기도의 낙법수련이 일반운동 능력에 미치는 영향', 양창수(2000)의 '跆拳道와 合氣道의 돌려차기 動作時 打擊 目標의 높이가 運動力學的 要因에 미치는 影響' 등이 있으며, 인문사회분야에는 유병돈(1991)의 '심리학습이 합기도의 기능학습에 미치는 영향', 최상헌(1999)의 '합기도 지도자 유형과 무도정신 성취도의 관계', 노선표(1998)의 '合氣道 修鍊이 靑少年의 社會心理的 精神健康에 미치는 影響', 김이수(1996)의 '合氣術의 韓國流入에 관한 武藝史的 硏究', 박종길(1996)의 '아이끼도의 역사 정립에 관한 연구', 윤창내(1999)의 '합기도의 미학적 고찰'등이 있다.
일반본문으로는 10여편으로 집계되는데, 김이수(2000)의 '무예로서 합기도의 의미와 그 정신', 김의영(1996)의 '合氣道 운동시의 운동강도 및 에너지 소비량에 관한 연구', 허일웅과 오세용(1999)의 '아이끼의 성립에 관한 고찰', 靑木健二(1991)의' 禪과 아이끼도의 哲學要解'등이 한국에서 발표한 논문의 일부라 할 것이다.
또한 현재까지 연구자가 수집한 자료에 의하면 한국에서 간행된 관련서적으로는 약 120여종인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이 중 50여권은 일본의 서적을 번역한 것이며, 나머지 서적도 합기도의 기법들을 나열한 기술서에 지니지 않는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이들 서적들은 고증과 연구 없이 주관적인 판단과 개인적인 견해를 피력한 내용들이며, 또한 그 내용들이 그대로 인용되고, 중복되는 내용이 많아 학술적인 가치는 희박하다고 할 것이다.

3. 발전과정의 문제점
합기도가 짧은 세월 속에서 급속하게 발전한 것만은 사실이다. 이 같은 발전은 질적인 향상이라기 보다는 양적인 팽창이 이루어지면서 反對給付的으로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이 같은 문제점은 당대의 시대적 배경이나 환경에서 기인한 것이라 하겠지만, 일차적인 문제는 지도자들의 안일함이 더욱 큰 문제점을 유발시킨 것이라 사료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나영일(1994)은 전통무예의 문제점을 잘 지적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첫째는 '역사성의 상실과 무의식적인 일본화', 둘째는 '우월성의 과시와 급조된 철학화', 셋째는 '비전성의 강조', 넷째는 '무분별한 상업화', 다섯째는 '다양한 변용의 시도'를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연구자가 몇 가지를 덧붙인다면 '비체계적인 지도방법'과 '행정력의 부재'를 꼽을 것이다. 나영일의 이 같은 관점은 한국에 산재되어 있는 모든 무예를 총체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지만, 앞으로 합기도가 진보적인 성향으로 발전하려 한다면 관심을 갖고 보아야 할 것이다.

1) 역사성의 상실과 무의식적인 일본화
나영일은 현재의 무예서적 중에서 합기도 계열의 무예서적이 논리적 비약이 특히 심하다(1994)고 한다. 이 같은 이유는 동양의 대체적인 문화는 대부분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구전방식을 택하여 왔고, 특히 무예에 있어서는 이러한 성향이 강하게 나타났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합기도의 경우 현재에도 일부 원로사범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법들을 자신의 제자들에게만 특별히 지도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보니 시대가 흐르고, 세대가 바뀔수록 논리적인 비약이 매우 심해 "산에서 극비리에 전수받았다", "비전무술을 공개한다", 아니면 "예부터 家傳되어온 것"이라는 식의 논리로 일반인들을 설득하려 하고 있어 전통성과 비전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들은 知覺있는 사람이 보면 과장되고, 억측에 지나지 않는 사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사람들은 '전통' 또는 '정통'이라는 단어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무예를 수련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것만이 진정한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들로 인해 더 큰 문제점들을 노출시키고 있다.
앞에서 열거하였듯이 한국의 합기도는 일본의 대동류합기유술에 근간을 두고 있다. 그러나 최용술의 제자들에 의해 전통적으로 한국에서 전해진 무예로 왜곡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합기도가 보급되던 초창기에는 여러 가지 시대적 상황과 환경 때문에 이 부분에 관한 논란이 없이 몇 명의 주장에 의해 전해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부터 일본을 배제한 부분에 대한 異見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또 그들의 주장이 많은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의 제기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님을 간과하여야 할 것이다.
합기도 정착 당시 합기도의 발전을 위해 의식적인 일본으로부터의 유입을 배제하려 한 시도가 현재에 와서는 자충수를 두게되는 과오를 범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합기도의 역사를 단절시킴으로서 "타 무예의 유입과정에서 혼합된 무예"로 오도되는 영향을 나았으며, 또 "한국과 일본의 무예사에서 최용술이라는 역사적인 인물을 잊어지게 한 실수"를 범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는 1990년대 이후 일본의 아이끼도가 유입되면서 합기도 수련자들에게 아이끼도와 합기도간의 역사적인 논란으로 인해 혼동과 함께 역효과를 만들어내게 되었다.

2) 우월성의 과시와 급조된 철학화
현재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무예는 약 200여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 많은 무예들은 대부분 각각의 특징과 우수성을 주장하면서 자신의 무예를 과대포장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합기도의 경우 현재 유사단체만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그러나 이들의 무예를 자세히 관찰해 보면 대부분 합기도에서 파생된 무예라 할 것이다. 최복규(1995)는 이 부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현재 전통무예를 주장하는 대부분의 무예가 합기도에서 갈라져 나간 것이라고 보면 틀림이 없을 정도로 많은 전통무예가 합기도와 연관이 되어 있다(최복규, 1995). 현실이 이렇다보니 급조된 무예들은 그들 나름대로 당위성을 갖으려 노력하고, 그 상황에서 철학을 급조하게되는 현상을 낳기도 하였다.
국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이 같은 문제는 우리나라의 역사적인 특수성과 즉, 일본의 식민지화라는 역사적인 문제와 관련하여 유입되고 발전했다는 사실과 그러한 사실을 은폐와 왜곡을 통하여 극복하려고 했다는데 있다. 이러한 한계는 국내무예의 자체적인 역량이 성숙한 이후에 능동적으로 무예를 수입한 것이 아니라 수동적인 수용이었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으며, 이후 무예의 기원이나 역사적인 우위성 주장 등에 관련하여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야기시켰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또한 합기도와 관련 있는 유사단체들간의 대립은 우월성을 통해서 정당화하려 노력하였으며 또 이 같은 과정에서 '철학 속에 무 철학을 생산'하는 결과를 나았다.

3) 무분별한 상업화와 다양한 변용의 시도
한국의 현실에서 체육도장의 영세성은 오래 전부터 거론되어온 논쟁이었다. 그러나 이 문제의 해결책은 정부나 관할관청에서 감독하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에 많은 문제점으로 제기되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1990년대 초반의 경우 합기도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도장의 면적을 비롯한 몇 가지 제한점을 두어 정부 차원에서 관리감독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현재에는 이러한 제약도 폐지된 상태에서 일선의 합기도장은 더욱 축소화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일반인들의 생활수준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반하여 체육도장 특히 합기도장의 영세성은 수련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시점인 것이다. 따라서 도장을 운영하는 사범이나 관장의 입장에서는 시설의 축소와 인원의 감축을 통하여 체육도장을 운영하고자 함으로서 합기도장의 상업화는 무분별한 과장광고와 함께 여러 종류의 종목들을 혼용하여 교육시키는 현상을 낳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합기도장에서 태권도나, 검도를 함께 수련하고, 오전시간을 이용하여 어린이들의 놀이방으로 이용하거나, 에어로빅스의 교육을 함께 함으로서 명실상부한 道場(심신수련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생계유지를 이한 영업의 장으로 퇴보하는 현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무분별한 상업화는 합기도와 유사한 단체(협회나 연맹)의 난립으로 인하여 자격에 미치지 못하는 지도자들이 현장에 배치됨으로서 한정된 합기도수련자에 비해 지도자와 합기도장이 양적으로 팽창함에서 기인한 것이라 사료된다.


Ⅲ. 생활체육으로서 합기도의 발전방향 모색
지금까지 Ⅱ장을 통해 합기도의 발전과정과 문제점들을 검토하였다. 이러한 발전과정 속에서 생겨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보완해 나아가는 것이 장래의 합기도를 위한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특히 무예로서의 합기도에 안주하지 않고 생활체육의 한 분야로 도약하는 것이 더욱 시급한 과제가 아닐까 사료된다. 최복규(1995)는 무예를 일반적인 체육과 비교하여 신체운동을 통하여 몸을 강건하게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간접적으로 무예를 높이 평가하는 듯 하다.
무예를 수련하는 목적은 건강, 호신술, 수양, 전통의 계승의 네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건강은 질병이 없다는 의미 외에도 무예수련에 능동적으로 참여함으로서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넓혀 간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호신술은 말 그대로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의미하며, 수양은 무예의 수련을 통한 현 실태의 이기적인 자아를 극복하고 폐쇄된 개체성에서 벗어나 자아와 세계라는 이원적 가름을 파기하고 만물일체의 하나됨을 회복하는 것을 말하며, 전통의 계승은 전통문화의 올바른 계승과 발전이라는 면에서 중요하다(최복규, 1995)고 강조하면서 무예가 생활체육으로서 담당해야 할 영역을 도외시하면 안 된다고 역설한다.
따라서 합기도가 생활체육으로서 일익을 담당하여야 한다는 것은 현재의 당면과제일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꼭 선결되어야 할 문제들이 있다. 그것은 위에서 열거한 문제들의 해결일 것이다.

1. 이론적 접근을 통한 방향제시
합기도는 50년 동안 양적인 많은 성장을 하였다. 반면 질적인 성장에는 관심을 갖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생활체육으로서 일익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이론적인 접근이 선결과제일 것이다.
역사적인 정립과 더불어 그에 따르는 철학화 작업이다. 뿌리가 없는 나무는 쉽게 흔들리고, 개념 없는 술기(기술)는 쉽게 잊혀지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근시안적인 안목으로 보았던 역사관을 올바르게 정립하여, 바르게 알리고 체계를 세우는 작업이 있어야 할 것이며, 이와 병행하여 철학을 정립하는 작업이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역사부분에 있어서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조차 설왕설래하고 있다. 이제는 국내의 자료만 가지고 합기도를 논한다는 것은 어렵게 되었으며, 합기도의 역사는 일본을 배제 할 수 없다.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일본을 방문하여 자료를 수집하는 노력이 많이 있어 왔다. 그러나 노력에 비해 결과들은 매우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협회차원에서 일본과 공조하여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며, 객관적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인 접근은 합기도가 갖는 철학적인 접근도 함께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2. 비체계적인 지도방법과 術技(技術)의 정리
합기도의 수련내용은 타 무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많은 술기들이 있다. 이 같은 술기들은 합기도 특유의 술기들이 있는가하면 타 무예와 유사한 술기들도 있다. 따라서 일반인들에게 쉽게 공감대를 형성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반대급부적으로 체계성이 없어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따라서 방대하고 방만하게 나열되어 있는 합기도의 기술들을 정리하여 하나의 틀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루어진다면 지도자들의 지도방법이 획일화됨으로서 수련자들에게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뛰어나고 좋은 무예라 하여도 일반인들에게 과학적인 설득력이 없으면 생활무예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합기도의 운동기능적인 접근은 꼭 필요한 과정일 것이다. 즉 합기도 수련을 통한 건강의 증진과 호신술이 배양, 그리고 육체를 포함한 정신적인 수양에 도움이 되는 요소들을 과학적으로 접근하여 일반인들에게 홍보하고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합기도의 술기는 발차기, 권술, 낙법, 관절기, 던지기, 무기술 등의 기초과정과 고단자들이 수련하는 비전의 술기들이 구분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젊은 사범들은 이 같은 술기의 체계를 무시하고 상업성에 치중하다 보니 술기를 나열하여 지도하고 있으며, 합기도의 술기를 테크닉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합기도와 유사한 일본의 대동류합기유술과 아이끼도를 보면, 대동류합기유술의 경우 술기의 기본적 체계를 118개의 술기를 5개조로 나누어 118개조라 정의하고 반복 숙달을 하는 것이 4단 과정으로 되어 있으며, 아이끼도의 경우에도 5교로 나누어 지도하고 있다.

3. 행정력의 부재와 통일된 조직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합기도 뿐만아니라 무예단체들의 큰 문제점일 것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합기도가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 중에서 "단체의 무분별한 세 불리기와 단체의 형성(48.6%)"이 가장 많은 문제점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바 있으며, 본 연구자가 2000년 대한합기도협회에서 실시한 사범연수교육에 참가한 인원 중 2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지에서도 합기도의 문제점과 발전방향 중에서 "유사단체의 정비와 통합(75%)"을 최우선으로 꼽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합기도의 단체는 지금까지 약 10년에 한번씩은 단체통합을 추진하여, 하나의 단체가 형성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통합단체는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1년을 넘기지 못하고 해체를 하게된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문제는 각각 단체를 이끄는 사람들의 사리사욕에서 오는 괴리현상이 아닐 수 없다.
현재 합기도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무예의 수는 한국에 존재하는 무예단체의 5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합기도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단체만도 법인단체 4곳과 사회단체는 50여곳에 달하고 있다. 장래의 합기도를 위해 한발 양보하는 마음, 즉 무예인으로서, 합기도인으로서 합기도의 기본 철학인 "和의 思想"을 몸으로 실천하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할 것이다.

4. "道"가 내재 된 생활체육으로 발전
생활체육으로의 합기도가 일반적인 생활체육과 차별화 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道"가 포함된 신체활동이라는 것이다. 특히 합기도는 "道"를 중심으로 "상대를 배려하는 和", "상대방과 자신을 하나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圓", "자신을 낮추는 겸허의 流"의 사상으로 그 틀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신체적 활동인 和圓流의 극의는 流心으로 통하고, 다시 流心은 "道"로 승화하는 것이다.
합기도를 생활체육으로서 현장에서 수련자들을 지도하는 지도자들은 술기를 지도하는 것에서 벗어나 신체활동과 함께 정신적인 수련을 함께 지도하여야 할 것이다. 합기도는 단전호흡이라는 호흡법과 명상법이 특별한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지도자들은 이 부분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듯 하다. 그러나 합기도가 생활체육으로서 확고한 자리를 굳히는 것은 道場(심신수련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것이다.


Ⅳ. 맺음말
이 연구는 지금까지 합기도의 발전과정과 문제점을 통해 생활체육으로서의 접근방향에 대해 논의하였다.
합기도는 다른 무예에 뒤지지 않는 역사와 철학을 가지고 있다. 또한 운동기능학적인 우수성이 잠재되어 있는 무예이다. 따라서 우리는 합기도를 지키고 발전시켜야 할 책임과 함께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연구자는 글을 마치면서 몇 가지 당부하고자 한다.
첫째는 이론적인 접근과 이론서의 발간이다. 이론의 정립이 사범이나 관장의 것에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이론이 있다고 하여도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는 이론은 유명무실한 것이다. 따라서 일반인들이 공유하고 직접 접할 수 있는 이론의 정립과, 이론서의 발간은 그 무엇보다 급한 일이라 사료된다.
둘째는 전통적인 술기(기법·기술)의 보존과 발전의 조화이다. 현대에 들어 우리의 것을 버리고 새로운 문화만을 수용하는 경우가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문화의 보존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꼭 필요한 과제이다. 전통적인 술기가 보존되어져야만 미래에 있어 합기도가 바른 길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셋째는 인터넷을 통한 홍보전략을 세우는 일이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net-세대"라는 표현을 쓴다. 이제 현대인들은 인터넷을 떠나서는 생활할 수 없다. 아침에 일어나 전자우편을 확인하고, 저녁에 내일의 일과를 인터넷을 통해 확인한다. 이러한 인터넷의 시대에서 영세성에 직면하고 있는 합기도계에서 인터넷을 통한 홍보는 경제적인 홍보 전략은 합기도장의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며, 또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사회의 현상을 빠르게 접하는 하나의 방안이 되기도 할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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