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워커(Moonwalker) / 정채원
그의 주식은 밤이다
어둠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뜬눈으로 새벽을 맞는다
어느 날 갑자기
원인 모를 병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되거나
호젓한 뒷골목
이유도 모르고 뒤통수를 얻어맞는다거나
가슴에 할퀸 자국이 있다
아무런 통증도 모르고 돌아와
옷을 갈아입다 놀란다
짧고 높은 파장의 소리를
반사하는 심장들
부풀어 오르는 어둠 속에서
일기를 쓰고 다른 울음소리를 알아듣는다
피를 나누어 준다
밤보다 어두운 대낮을 지나온
그는 밤마다 얼굴들을 수집 중이다
달빛을 길게 끌며
거울 속에 나타나는 얼굴들
물기 한 점 없는
검은 현무암 웅덩이를 바다라 부르며
달을 건너가는 동안
발목이 천천히 지워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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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원 시인
문워커(Moonwalker) / 정채원
이쁜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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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6.1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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