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 2024년, 경기도 공립 중등임용에 최종 합격한 후 이렇게 수기를 남길 수 있어 감개무량한 마음입니다.
임용고시의 특성상, 모든 수험생 분들이 결코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며
모두 각자의 방법으로 최선을 다하고 계신다는 것을 알기에
섣부른 조언이나 주제 넘은 평가보다는
모두가 공감할 법한 이야기와 소소한 팁 위주로 말씀드리려 합니다.
우선 일병행 카페인 만큼, 일병행 기간을 말씀드리면
2021년 하반기-2024년 총 2년 반이었습니다.
1) ~2020년
사실 저는 사범대 출신도, 국어 전공도 아니었고...
심지어 이과 출신이었습니다...
본전공이 잘 맞아 열심히 공부했습니다만
여러 사정으로 인해 중도에 포기하고, 어떤 일을 할 지 막막한 와중에
고등학교 때 모의고사에서 국어 영역만은 늘 거의 한 문제도 틀리지 않았던 점,
선생님들께서 늘 '국어교사를 하면 잘할 텐데' 하셨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국어국문을 복수전공으로 선택하고 교직이수 절차를 밟아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올인으로 공부한 첫 해, 불합격하고 혼란감과 막막함에 휩싸이게 됩니다.
늘 수능이나 수학/과학 계열 공부.. 그러니까 답이 딱딱 나오는 공부가 쉽고 익숙했던 제게
국어 임용고시는 '이렇게 막연한 시험은 뭘까, 노력해서 되는 시험이 맞을까?' 하는 무력감이 들게 하는 시험이었습니다.
특히 정해진 하나의 답이 없다는 사실이 가장 컸습니다.
그래서 시험을 포기한 후, 본전공을 살려 일반 회사에 들어가게 됐지만
교생실습이나 학원 강사 일을 하며 느꼈던 보람과 성취감이 자꾸 아른거려
조금만 더 도전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2) 2021년
퇴사 후, 한 달 남짓 쉬는 동안에 저는 지독한 공포감에 시달렸는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너무나 컸습니다.
대학 때부터 이 때까지 정말 쉴 새 없이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달려 왔기에
(대학도 꽉꽉 채워 들으며 조기졸업했고(제가 뛰어나서라기보다는... 미친 듯이 공부해서 성과를 내야겠다는 고3스러운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했었기 때문입니다ㅠㅠ) 회사도 정말 빡센 곳에 들어가서 매일 야근이었습니다...)
뭔가 하지 않는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이 엄청났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계속 우울감과 번아웃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 글을 보는 선생님들께서도 스스로에게 관대함과, 쉬어 가는 시간을 충분히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반 년 정도는 푹 쉬자는 생각을 철회하고 인근 학교 시간강사에 지원하여 반년간 시간강사로 일했습니다.
결과는... 꼭 교사를 해야겠다는 꿈과 목표가 생겼습니다.
착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고3 아이들, 늘 쉬는 시간마다 문제를 물으러 와서 "선생님 같은 어른이 되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초롱초롱한 눈들을 보며 이 직업을 꼭 해야겠단 꿈이 확고해졌습니다.
이후 11월에 1차 시험에서,
'무조건 교사가 되기만 하면 된다. 공사립이 중요하지 않다. 나는 타전공생으로 다른 선생님들보다 공부가 월등한 것도 아니니 상대적으로 1차 점수가 낮은 사립에 쓰자'고 생각했고
사립위탁+사립 자체시험 3곳에 응시하여
모두 1차 합격하였습니다.
특히 자체시험을 본 학교 두 곳은 제가 필기점수 1등이었기에 심장이 두근거렸습니다.
적어도 넷 중 하나는 될 줄 알았으나...
3) 2022년
넷 다 최종에서 불합격하게 됩니다...
지금 생각하면 경력이 적은 점이 가장 큰 패인이었던 게 아닌가 싶지만
그것 외에도... 사립 시험은 정말 변수가 많다고 느꼈습니다.
네 학교에서 합격하신 분들을 쭉 생각해 보면
(1): 서울대 (특목고였습니다)
(2): 남자 (남고였습니다)
(3),(4): 기존 기간제 선생님
이었는데...
이렇게 나열해 보니까 왜 안 됐는지 알 것도 같죠.
스스로 생각하기에 제 장점은 좋은 학벌과 학점, 생활기록부였고
단점은 적은 경력과 비사대라는 점이었는데
장점이 단점을 상쇄할 만한 상황이 딱 맞아떨어져야지만 합격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과
경력을 쌓아도, 딱 그 해에 나보다 괜찮은 조건의 사람이 함께 응시하면
(ex 나보다 더 높은 학벌, 해당 학교를 잘 아는 기존 기간제 선생님) 안 되는 거구나,
노력으로 안 되는 영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주일을 꼬박 울었고, 이제 사립은 생각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건성건성 딱 한 장의 원서를 쓴 학교에서
기간제 면접을 당장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고,
바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해당 학교는 학교 문화가 좋았지만 (특히 함께 근무하는 선생님들이 좋으셨습니다)
일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첫해부터 담임을 맡게 되고,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선생님들의 일들을 다 저 같은 신규가 하게 되어
3-4인분의 일을 저 혼자 도맡아 했습니다.
특히 일을 빠르게 처리하지 못하시거나 불만을 토로하는 선생님들이 있으면,
해당 업무에서 아예 배제시킨 후 저한테 맡기셨는데
회사에 다니던 입장에선 이게 잘 이해가 안 됐어요.
'자른다'는 개념이 회사보다 덜 철저한 교직사회라 그랬겠지만...
저는 늘 초근하는데, 노는 선생님들은 늘 태평하시면서 칼퇴 후 삼삼오오 모여 술자리를 가지시는 모습을 보며
억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일병행 하시는 선생님들께서 다 공감하시겠지만,
기간제면서 싫은 티를 낼 수도 없고
힘들다는 내색을 하는 것도 왠지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늘 웃으면서 했습니다.
또 부장 선생님이 늘 미안하다며 안쓰러워하시는 것과
관리자 선생님들이 늘 칭찬해 주시면서 '꼭 티오를 낼 테니 무조건 우리 학교에 써라' 라고 속삭이시는 말에
스스로를 다독이며 열심히 했습니다.
일병행 첫 해에는 좀 해이했던 것 같아요.
처음 하는 교직생활 적응하느라+쏟아지는 업무를 어떻게든 파악해서 쳐내느라 전혀 공부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1차 시험에서 컷에서 -0.33점으로 떨어진 것을 보며
내년엔 마음 단단히 먹고 제대로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자체사립 시험과 공립 시험에서
공부량이 부족했음에도 꽤 괜찮은 필기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소소한 팁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1) 나만의 단권화 파일 만들기
저는 이 방법이 정말정말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저 같은 기초가 부족한 수험생(비사대, 본전공X)에게는 정말 효과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이 이미 해 놓은 요약본은 저만의 언어가 아닌지라 잘 와닿지 않아요.
(국어교육론에서도 '요약하기' 방법에 '나만의 언어로-환언'이 있죠!
뇌과학에서도 학습 프로세스 이론 중 '나만의 언어로, 나의 에피소드와 연결시키기'가 있습니다)
저는 작품을 많이 볼수록 좋은 문학을 제외하고
교육학/교육론/문법을 모두 단권화했어요.
수기로 쓰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타이핑했고, 유명한 개론서를 빠르게 읽으며 살을 붙여 가는 식으로 단권화했습니다.
(2) 강의는 최소화,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 오래 갖기
고등학교 학생들이 늘 토로하는 말이
"하루종일 학교 수업 듣고, 하교 후 바로 학원에 가서 새벽 2시까지 강의를 들어요.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는데 왜 성적이 더 떨어져요?" 였습니다.
바로 이유를 알 것 같으시죠...
강의만 듣는 건 공부를 안 한 것과 다름없죠. 귀로 들은 내용은 20초만에 잊어버리니까요.
그냥 공부를 했다는 어떤 성취감만 느끼게 해 줄 뿐...
학생들의 사례를 보고, 저도 그러면 안 되겠다 싶어
1년 풀 커리 같은 강의는 절대 듣지 않았고, 개론서 위주로 혼자 공부하며 완전히 내 것으로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럼에도 도저히 모르겠는 것들은
(저는 비전공자/이과였기에 정말 태어나서 처음 듣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유명한 강사보다는, 기초를 꼼꼼히 해 주신다는 강사분의 강의를 잠깐 들었습니다.
올인할 때에 유명 강사분 강의도 잠깐 들어 보았으나...
기계식 강의+자료만 많을 뿐 딱히 개개인을 신경쓰지 않는 느낌 이 들어 그만두었습니다.
공부량이 아무리 적었던 해여도
나의 언어로 탄탄하게 정리해 놓은 단권화 파일이 있었고,
단권화 파일 내 모든 내용은 제가 열심히 회독하며 완전히 이해해 두었기에
늘 필기 점수를 일정 이상 받을 수 있었습니다.
4) 2023년
업무도, 각종 사건사고도 많은 해였습니다...
세세한 이야기는 너무 깊어질까 하지 않지만 늘 늦게까지 일을 했고
사안이 많이 터져서 퇴근하고 울었던 날들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그럴수록 더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했습니다.
쉬는 시간 및 공강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여 공부했고
(단 5분이 있어도, 그 시간 동안 단권화 파일 내용 한 줄만 암기하면 잘 한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수행평가 시간이나 자습 시간 등을 모두 활용해서 공부했습니다.
학생들에게도, 선생님들께도 내색하지 않기 위해
조바심 내며 공부하는 티를 내지 않으려 했고
짬이 생기면 그 시간만큼은 정말 제대로 활용하려 했습니다.
3-4월까지는 도저히 손을 댈 시간이 없었고 5월부터 달렸습니다.
퇴근 후에도 공부하였는데 사실 너무너무 힘들어서...
그냥 30분이라도 책을 봤다면
오늘 조금이나마 공부했으니 그걸로 됐다고 잘 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해 주었습니다.
내용을 잊어버리지 않게, 무엇보다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부분이 너무 막히면
해당 부분 문제집(서점에서 파는 임용 문제집 아무거나)을 풀거나
수능완성 해당 부분을 그냥 무작정 풀어 보았습니다.
또 보충수업 개설을 일부러 선생님들이 기피하시는 어려운 파트로 개설하여,
보충수업 준비 겸 제 공부가 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직접 풀어 보고, 학생들에게 가르쳐 보니 공부가 안 될 수가 없었어요.
2차 시험의 경우, 일병행으로 많이 준비하지 못했습니다만...
그럼에도 제가 느낀 팁들을 간략히 말씀드리려 합니다.
(1)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감과 유창성
일병행인 만큼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과 병행하면서 소위 '1차 깡패'라고 불리는 1차 고득점을 달성해 내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국어 교과의 경우 1차에서 압도적인 고득점대 점수를 받기가 쉽지 않죠.
"컷에서 14점 정도 높으면 똥을 싸도 합격한다"고들 하지만, 국어과에서 +14점이면 작년 기준으로 거의 95점...
2차를 판별하는 세부적인 기준이 존재하지만, 그래도 무엇보다 중요한 건 유창성이라고 생각해요.
학생들을 화법과 작문 등의 교과에서 발표 수행평가를 시켜 본 경험이 있으시다면 알 겁니다. 세부 기준을 정해 두어도 말 자체가 유창한 학생에게는 좀 더 주의 깊게 듣게 되고, 작은 실수에도 덜 감점하게 되는 경향이 있어요.
평소 소극적인 분이시라도 그날만큼은 정말 '내가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라는 느낌으로 밝고 유창하게 말씀하시면 좋겠습니다.
(2) 공립 2차는 준비하면 다 할 수 있다-마음 굳게 먹기
'나는 2차가 너무 어려워' , '나는 면접이나 말하기가 너무 부담스러워' 하시는 분들이 있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 준비해 보면, 공립 2차는 다 대비할 수 있는 문제가 주어지기 마련입니다.
설령 기상천외한 키워드가 나와도 기존에 공부한 지식으로 비벼 이야기할 수 있는 포인트가 분명히 있고 (ex 배이스캠프? 이게 뭐지? <-제시문 읽어보니 기초학력+AI 코스웨어 관련 시책으로 이야기하면 되겠구나)
정해진 틀 안에서 활용할 수 있으므로, 미리 대비할 수 있는 범위가 생각보다 넓습니다.
저는 수업 실연이 너무너무 부담스러웠는데요...
그래서 아예 저만의 수업실연 만능틀을 짜 두고,
극한의 상황에 대비하여 미리 여러 상황을 가정해 두고 써먹을 만한 장치들을 많이 구상해 두었습니다.
수업 조건도 일부러 괴상한 것들을 많이 섞어서, 조건을 많이 넣고 짜 보기도 했어요.
(ex 수업나눔의 경우: 오늘 수업의 평가를 보완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교수평기 연계하여 하나씩 말해보고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마을공동체에서 어떻게 연계해 구현할 것인지 IB교육과 관련지어 2가지 말해보라)
사립 2차를 네 번 준비해 본 입장에서 비교하자면
공립 2차는 제법 대비할 수 있는 영역이 커요. 압박질문이 없고, 꼬리질문이 없기 때문에...(ex 사립 중 한 곳: 결혼하면 다른 곳 가겠네요? / 다녔던 회사 꽤 괜찮은 곳인데 우리 학교랑 비교해서 말해보세요)
할 수 있습니다! 충분히 대비할 수 있어요.
자신감을 갖고, 마음 단단히 먹고, 차분히 준비하시면 됩니다.
사실 저는 1차 점수가 그리 높지도 않고
2차에서도 1.2점 가량 감점되었습니다. 만점이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스스로에게 정말 고생했다고, 잘 한 거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일병행하며 체력적으로 힘든 시간 속에서도 공부를 놓지 않았고
남들보다 턱없이 부족한 시간에서도 그래도 이정도 점수나마 받은 것에 스스로 대견하다고 생각해요.
2차 때도, 12월 동안은 생기부 및 출제로 2차 준비는커녕 책 한 번 펼쳐보지 못했고
1월 동안은 방학중 보충수업이 개설되어 병행하느라
사실상 1주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벼락치기를 하느라 지독하게 불안하고 조바심이 났어요.
일병행으로 준비하시는 선생님들, 이미 일병행으로 도전하셨다가 아쉽게 고배를 마신 선생님들 모두 저와 같으셨겠지요.
하지만 할 수 있습니다.
설령 과거에 되지 않았더라도 선생님 잘못이 아닙니다.
운이 많이 따라주어야 하는 이 시험과, 물리적으로 부족한 시간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계시는 선생님들께서는 어느 수험생들보다도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사실 합격 전에도 바쁘게 일했더니
아직도 잘 실감이 안 나고, 그냥 같은 일을 하는 느낌이에요ㅎㅎ
초겨울 즈음이 되면 그제야 생각나겠지요.
그 절실함과 괴로움, 이겨내려 애쓰던 마음들이요.
선생님들께서도 꼭 꿈을 이루시길 바라겠습니다.
응원합니다!
첫댓글 (운영자)합격 축하드립니다 ^^아래는 스벅 선물 코드입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3.31 22:25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