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철이 되거나 시험기간이 되면 한의원에 총명탕 좀 지어주세요... 하고 진료실에 들어서자 마자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대개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두신 어머님들 이거나 큰 시험을 앞두고 있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총명탕은 중국 명나라 때의 유명한 의사인 공정현이 창안한 처방에서 유래한 것으로, 공씨는 태의원 의관을 지낸 그의 아버지 공신에게서 어려서부터 의술을 전수받은 덕택에 의학에 대한 이해가 몹시 깊었다고 합니다. 공정현이 만든 총명탕은 백복신(白茯神), 석창포(石菖蒲), 원지(遠志)라는 단 3가지 약물로 구성된 아주 간결한 처방입니다. 복용법 또한 간단하여 이들 약물을 각각 동일한 분량으로 섞어 한번에 12g씩 물에 달여먹거나, 달이는 것도 귀찮으면 가루를 내어 8g씩 찻물에 타서 하루 세 번 먹으면 됩니다.
그럼 총명탕은 어떤 효과가 있느냐? 처방 중의 백복신은 심(心)을 보(補)함으로써 놀람·황홀함·성냄 등을 진정시켜 마음을 아주 평온하게 해주고, 석창포는 마음으로 통하는 구멍 즉 심규(心竅) 혹은 심공(心孔)을 활짝 열어주며, 원지는 가슴에 쌓인 담연(痰涎)을 말끔히 없애주어 흉부의 림프순환을 촉진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총명탕은 마음을 몹시 맑고 깨끗하며 평안하게 해줌으로써 공부에만 몰두할 경우 마음먹은 바대로 모두 기억해낼 수 있는 효과를 발휘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우리들의 기억력을 증진시켜 소위 '건망증(健忘症)'을 치료해 주는 것이지요. 그 효과가 얼마나 좋으면, 총명탕의 효능에 대해 오랫동안 먹을 경우 하루에 천 마디 말을 암송할 수 있다[久服能日誦千言]고 풀이해 놓았겠어요?
하지만 옛날에 비해 요즘은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들이 너무 많아져서 이것으로 잘 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개가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비위의 기능이 약해져 문맥이나 간순환이 저하됨으로써 뇌로 가는 혈액이 부족해져서 머리가 멍하고 고개를 숙이면 머릿속이솓아질 것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럴 경우에는 총명탕만으로는 효과를 충분히 보기가 어렵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주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