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선운사에 가신적이 있나요
바람불어 설움날에 말이예요
동백꽃을 보신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예요
나를두고 가시려는 님아 선운사 동백꽃 숲으로 와요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맘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 떠나실 거예요
선운사에 가신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곳 말이예요♪♪
송창식이 부른 노랫말처럼 봄이면 붉디붉은 동백꽃이 눈물처럼 진다는 선운사...
동백 나무가 대웅전 바로 뒤에서 숲을 이루며 꽃 병풍을 펼쳐놓은 듯 장관
잎사귀는 봄 햇살에 반짝이며 수천 개의 붉은 꽃이 매달려 있다던 선운사...
선운사로 가는 길에는 첫 사랑의 그 님이 살던 집 앞을 지나는 기분이 든다는 곳...
이렇듯 동백꽃이 절정을 이룬다는 4월은 아니었지만,
꽃무릇이 또한 장관이라는 가을의 선운사는 핏빛 그리움으로
또 하나의 절경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
막걸리 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았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니다.’
미당 서정주가 남긴 ‘선운사 동구’라는 명시는
혹시 그곳에 남아 있을지도 모를 고향의 향수에 젖어보도록 충동질합니다.
그래서 그곳에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질박한 남도의 정서를 조금은 나눠 이해하게 합니다.
하지만 그가 꽃무릇을 보았다면 선운사는 가을에 한 번 더 가야할 곳으로,
가서 꽃무릇에 대한 시를 하나 더 지었어야 할 곳으로 자리매김하지 않았을까요?.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선운사에서
꽃무릇의 전설...
“겸손한 마음”이란 꽃말의 동백과는 달리 “슬픈 추억”이란 꽃말을 꽃무릇은 지니고 있습니다. 선운사에 찾아온 여인이 스님을 연모하다가 상사병에 걸려 죽어간 후 꽃으로 피어났다는 전설이 이 꽃에 얽혀 있답니다.
이른봄에 녹색 잎이 나와 여름에 시들어버린 후 9월이 되어서야 땅에서 솟은 꽃대에 꽃이 피므로 풀잎과 꽃은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바로 상사화로 부르게 된 연유이기도 합니다. 만날 수도 없고 만나서도 안 되는, 그래서 상사화는 은연중에 속세와 인연을 끊는 절연(絶緣)의 상징이 되기도 합니다.
수선화과에 속하는 꽃무릇은 석산화(石蒜花), 백양화, 개상사화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데요. 그러나 꽃무릇은 7~8월에 연보랏빛 또는 연분홍빛 꽃이 피는 상사화와는 엄격히 구별됩니다. 잎과 꽃이 서로 만날 수 없다는 점에서 꽃무릇과 상사화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또한 꽃대만 보더라도 이 두 가지는 같은 종이라는 느낌을 금방 알 수 있지만 꽃 색과 모양이 다를 뿐 비슷한 키에 분위기 또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진을 한 번 보겠습니다.
상사화사진....
위 사진은 밀양 표충사에서 올 여름에 찍은 거구요...
꽃무릇 사진
위 사진은 꽃무릇입니다.
이제 구별하시겠지요? ^^*
백두대간과 정맥길을 다닌답시고 늘 10시간이 넘는 조금은 무식(?)한 산행에 지쳐있을 무렵,
문득 조금은 애잔한 전설을 가진 꽃을 만나볼 요량으로, 또 한 시간에 쫓기지 않고
느긋하고 아기자기한 산행에 대한 작은 동경으로 머언 남도의 선운사를 찾았습니다.
가서 알았는데 TV드라마 대장금의 촬영장소였다고 하네요.
군데 군데 촬영했다는 표지도 있구요...
코스는 선운사에서 도솔암, 마애여래석불좌상, 그리고 내원궁.. 그리고 천마봉으로 올라서
낙조대로... 능선따라가다가 용문굴로 내려섰다 다시 능선으로 복귀해서 소리재로 해서
견치산(개이빨산), 그리고 창담암으로 해서 다시 선운사로 내려왔습니다.
시간은 워낙 여유있게 걸어서 의미는 없습니다만 약 4~5시간 걸린 것 같습니다.
자..그럼 한번 떠나 볼까요?
잠깐 그전에 ....
역사 공부 한 페이지...^^*
선운사는....
선운사의 창건실화는 아주 독특합니다. 지역적으로 보아서는 백제의 고찰이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선운사 사적기에 의하면 백제 27대 위덕왕 24년(577)에 검단 선사가 자기와 친분이 두터웠던 신라의 의운조사와 협력하여 신라 진흥왕의 시주를 얻어 개창했다 합니다.
또 설화에 의하면 죽도포에 돌배가 떠와서 사람들이 끌어오려고 했으나 그때마다 배가 바다쪽으로 떠내려 가곤 해서 소문을 듣고 검단선사가 달려가 보니 배가 저절로 다가와 올라가본즉, 배안에는 삼존불상과 탱화,나한, 옥돌부처, 금옷입은 사람이 있더라는 것입니다.
그 금옷입은 사람의 품안에서 “이 배는 인도에서 왔으며 배안의 부처님을 인연있는 곳에 봉안하면 길이 중생을 제도 이익케 하리라.” 라는 편지가 있으므로 본래 연못이었던 지금의 절터를 메워서 절을 짓게 되었는데, 이때 진흥왕이 재물을 내리고 장정 100명을 보내 뒷산의 무성한 소나무를 베어 숯을 굽게 하여 자금에 보태게 함으로써 역사를 도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절집의 기둥들은 목재르 바닷물에 담갔다가 사용한 것이라 합니다.
선운사는 금산사와 더불 어 전라북도내 조계종의 2대 본사이기도 합니다..
선운사에 보존되어 있는 사적기에 의하면, 창건 당시 한때는 89 암자에 3,000여 승려 가 수도하는 대찰이었다고 한다. 현재는 본사와 도솔암, 참당암, 동운암, 석상암 만이 남아 있다. 동운암과 석상암엔 이번엔 못 올랐습니다.
언젠가 TV 에 “불가리스 ” 라고 하는 제품 선전을 했던 적이 있는데요.
큰 스님이 겨울에 해우소에서 볼일 보고 계실 때 동자승이 손씻을 물을 밖에서 들고 있다가 졸고 있는 선전이 있었습니다. 그 무대가 저 암자중 하나였다고 알고 있는데 제가 가본
도솔암하고 참당암은 아닌 것 같아요.. 나머지 중 하난가? ^^*
참당암은 신라 진흥 왕의 왕사인 의운국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오고 있습니다. 현재, 선운사에는 보물 5점, 천연기념물 3점,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9점, 전라북도 문 화재자료 2점 등 총 19점이 있답니다.
특히 대웅전 뒤에는 수령 약 500년, 높이가 평균 6m는 되는 동백나무들의 군락이 천 연기념물 제 184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꽃이 만개하는 봄이면 사찰 뒤로 꽃 병풍을 펼쳐 놓은 듯한 장관을 이룬답니다.
선운사 동백꽃은 4월말,5월초에 유명하구요.. 수령이 대략 500백년으로 잡고 있다네요..
내년 봄에는 인연이 닿을 수 있을련지...
도솔산 선운사 입구입니다. 지키시는 분이 부지런하십니다.
아침 8시가 조금 넘었는데 .... 어른 한사람 2500원....
꽃무릇은 이제 끝물입니다...
혹시 가시려면 9월 중순에서 말사이에 가셔야 할듯합니다.
추사 김정희의 백파선사의 비문
아쉽게도 꽃무릇의 자태에 반해서 제가 깜빡 잊고 찾아보지 못한 보물이 있었네요.
들어가면서 매표소 오른쪽 숲에 부도탑이 있습니다.
거기에 보면 남포 오석으로 된 백파선사의 비가 서있답니다.
“화엄종주 백파대율사 대기대용지비” 라고 씌여 있는데 추사 김정희 선생이 쓰셨다합니다.
혹 담에 가실 기회가 있거들랑 꼭 한번 찾아보십시오...
개화 직전의 꽃무릇...
선운사의 천왕문입니다.
참 예쁘죠? 슬픈 전설을 가진 꽃무릇
선운사 경내..
대웅전 모습입니다. 대웅전 뜨락 양쪽엔 베롱나무가...
선운산 일대는 국내 최대의 꽃무릇 자생지랍니다.
대웅전 뜨락의 베롱나무...
그 유명한 대웅전 뒷산의 동백나무 숲입니다.
종각내의 목어...무섭게 생겼습니다..
잎은 언제나 피나요? 내 님...
진흥굴의 외관입니다.
진흥굴 내부..
천연기념물..장사송입니다.
가을 소리... 툭툭...투둑...
도솔암 찻집과 천마봉...
무정한 사람아.....
이제 왔는가?
도솔암 경내...
도솔암에서 왼편으로 올라가면... 바로 마애불을 만납니다.
마애여래석불과 동학군의 비결
도솔암에서 좌측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칠송대라는 암봉의 남쪽 벼랑에 거대한 여래상이 새겨져 있습니다.
40미터가 넘는 깎아지른 암벽에 새겨져 있는 이 암각 여래상은 그 위용이 장대하기 그지 없습니다. 사적기에 의하면 고려 충숙왕 때 효정선사에 의해 선운사가 크게 중수됐다고 하는데 아마도 그때 조성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 여래상의 표정은 결코 원만한 인상이거나 부드러운 미소를 띤 이상적인 인간상을 반영하고 있진 않습니다. 반대로 우람하고 도발적인 인상에다 젊고 능력있는 개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점은 하대 신라 이래로 지방호족들이 발원한 부처님상의 특징이라 합니다.
흔적으로 봐서는 여래상 머리위에는 닫집(누각 모양의 보호각)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습니다. 기록에는 인조 26년에 붕괴되었다고 합니다.
이 여래상의 명치부위에는 네모난 서랍이 파여 있는데...잘 살펴보십시오.
이것은 부처님을 봉안할 때 복장하는 감실이라고 하는 곳입니다.
여기에는 불경이나 불화 그리고 시주자의 이름등 조성내력이 기록된 문서가 들어가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이 여래상에는 특이한 전설이 있답니다.
이 여래상을 조성하고 많은 세월이 흐른 뒤, 불교가 배척받는 긴 세월동안 복장을 한 감실의 내력을 기억하는 사람이 없어지고 기괴한 전설이 하나 생겼습니다.
이 부처님의 배꼽속에는 신기한 비결이 들어있어서 그 배결이 나오는 날 한양이 망한다는 유언비어가 퍼지게 된것이죠. 이른바 갑오농민 전재의 “석불비결”로 알려진 이 이야기는 소설 “녹두장군”에도 나오는데, 그 원전은 이 사건 관련자의 한사람인 오지영의 “동학사”에도 실려 있습니다.
잠깐 살펴보자면 1820년 이서구가 전라관찰사로 부임한 직후 이 비결을 꺼내 보려는데 뇌성병력이 일어나 다 보지 못하고 다시 넣었는데 그 첫머리엔 “ 전라감사 이서구가 열어본다.” 라고 적혀 있었다 합니다. 그후 1892년 동학 접주 손화중이 이 비결을 꺼냈다 합니다.
갑오농님 전쟁이 일어나기 1년 반전의 일입니다.
망해가는 나라의 쇠운과 일어서는 민중의 힘과 의지가 서려있는 얘기입니다.
어쩌면 한양이 망한다고 비결의 힘으로 민중의 항쟁의지에 불을 붙이려고 꾸며낸 얘길지도
모릅니다.
어찌됐든 위대한 갑오농민전쟁의 서막에 이러한 전설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 까요? ^^*
마애불을 뒤로하고 다시 돌아나오면서 이 나한전을 왼편으로 두고 돌면 바로 내원궁 입구가 나옵니다.
이 문을 들어가 정확히 108계단을 오르면...
내원궁이구요..
내부에는 지장보살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조선초기의 금동 지장보살상으로 얼굴에는 선비의 풍이 나타나 있다 합니다.
보살님의 제지로 사진은 못 찍었습니다.
내원궁 뒷편의 암곡...
다시 내원암을 내려와 도솔암을 거쳐 삼거리로 내려와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됩니다.
천마봉을 오르는 계단이 수월찮습니다.
천마봉 오르다가...계단에서 뒤돌아 봅니다. 마애여래 석불과 내원궁이 보입니다. 잘 찾아 보세요..^^*
천마봉 오르다가 전망대에서... 이제 마애여래불과 내원궁..잘 보이시죠?
전망대에서... 한 폼.. ^^*
올려다 본 천마봉...
며느리 밥풀꽃...진짜 밥풀이 달려 있네요...^^*
천마봉입니다.
오른쪽 밑에 도솔암과 찻집이 보입니다.
천마봉에서 점심먹으며...
천마봉에서 본 낙조대...
베맨바위랍니다. 저기는 오늘의 코스가 아니라서 못 가봤네요..
낙조대...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대개 국사봉 정상보다는 낙조대를 택하는 것 같습니다.
거대한 암반들과 거침없이 호방한 풍광이 시원하더군요...
낙조까지 있었다면 금상첨화였을텐데... 시간도 안맞고...^^*
드라마 대장금에서 최상궁의 자살장소 였다고 하네요...
이건 모야? 모싯대? 금강초롱? 아시는 부~~운? ^^*
용문굴입니다...
대장금에서 어린 대장금의 어머니가 동굴에서 죽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서 촬영했답니다.
이 장소 기억나시나요?
이른바 개이빨산...견치산입니다.
지도에는 다 여기가 개이빨산으로 나와있는데...
실제 현장에는 저기 저 봉우리 600미터나 더 가야 하는 저봉우리가 개이빨산이라고 우기고 있습니다.
어떤게 맞는지... 암튼 저긴 안갔습니다.
창담선원 내려오는 길에 있는 작설차밭...
창담선원으로 내려오는 길은 "등산로 없슴"이라고 표시되고 길도 막아놓았던데..
그냥 내려왔습니다.
창담서원전경입니다.
대웅전은 공사중...
선운사 앞 개울은 가을 준비중...
풍천장어와 복분자술
선운사 앞마을의 명물은 역시 풍천장어와 복분자 술이지요...
얼마전엔 미국산 복분자 파동으로 그 위신이 땅에 떨어지기도 했지만....^^*
답사를 마치고 주차장에서 복장 정리를 하고 있는데 나이드신 아주머니 한분이 다가오셔서는 장어집 명함을 주시면서 꼭한번 들러보라고 하십니다.
인상이 좋으셔서... 한 번 들러봤습니다.
본래 장어는 바다와 연이은 강줄기에서 서식하는데, 선운산 계곡이 흘러 바다로 빠지는 풍천이 최적지가 되었다 합니다. 풍천장어는 여느 장어보다 싱싱하고 힘이 좋아 기허한 사람은 기허한 대로, 스테미나 넘치는 사람을 유지하기 위한 영양식이지요. 풍천장어는 또한 복분자술이 제짝이라고 하네요...
선운사 앞 사거리에서 좌회전에서 약 5분...6km 정도 되네요..
다른 부수적인 먹거리가 없는 대신 장어를 많이 준다네요..
1kg 에 28000원... 복분자 술도 곁들여 한잔...^^*
노릇..노릇... 꼬~~올깍...^^*
다 구워 졌네요...
가을 초입에 꽃무릇 구경한다고 진짜 멀리 다녀왔네요..
왕복으로 차운전만 거의 10시간....그 나마 장어라도 먹었으니 버텼지...ㅋㅋㅋ
내년 봄엔 동백보러 다시 가야겠습니다.
장어하고 복분자술도 먹으러....^^*
좋은 님들, 좋은 계절 가을에 좋은 추억 많이들 많드십시요...
- 그대처럼 늘 그리운 산하...바람솔 올림 -
* 답사기의 일부분은, 특히 역사적인 지식이 필요한 부분은 유홍준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발췌했습니다..*
첫댓글 꽃무릇의 자태가 넘 멋지네요 내 가슴속에 그 아름다움을 담아 내기엔...그 빛깔이 넘 어여쁘고 모양새도 좋아라...ㅎㅎ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입니다.이곳저곳 발길 누비다 오신 그곳 바라다 보니 괜스레 가슴이 화사해지네요.자세한 설명까지 넘도 자상하신 바람솔님..감사~! 풍천장어..며칠전에 울가게 바로 옆에 있는 음식점에서 함 맛본거 같은데..다시 사진으로 보니 군침도네요~
꽃무릇... 참 예쁜 꽃이지요? 아쉽게도 끝물이더군요.. 9월말에 갔더라면 더 좋은 모습을 담을 수 있었을 텐데요...^^* 그래도 남아있는 꽃이 있어서 다행이었지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꽃무릇...너무 붉은 꽃이더군요... 마치 핏빛처럼요...
넘 예쁘네요..상사화로 알고 있었는데 또 한가지 배워갑니다..이맘때쯤이면 흐드러지게 피어 축제가 한창이든데 보러 가야겟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