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
“길다.”
시연은 눈을 감고 자고 있는 시우를 한참을 보며 입을 뗐다.
그의 속눈썹은 길다.
속눈썹 하나 하나를 정성스럽게 붙여놓았다고 착각이 들 정도 예쁜 속눈썹이다.
시우의 반듯하고 긴 속눈썹을 계속해서 관찰 중이다.
“어쩜 이렇게 흐트러짐 하나없이 잘 수 있지?”
시연은 시우가 앉아있는 자리에 고개를 빼꼼 내밀고는 손으로 휘휘 저어보았다.
그러다, 어김없이 시연의 손목은 시우의 큰 손에 의해 제지당했다.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지만 정신은 깨어있었다.
“난 어제 한숨도 못잤어. 그 이윤은 더 잘알겠지.”
그렇다. 이렇게 장난칠 때가 아니다.
어젯밤, 큰 소동 때문에 시우는 밤을 꼬박 새고 말았다.
일을 잘 마무리 하고 시연이 자는 걸 꼼짝없이 뜬 눈으로 지킨 시우였다.
한국에서의 그 전화가 머릿속을 뱅뱅 맴돌았다. 시연을 지켜야 했다.
“다시는 그런 일, 나서지 마.”
“나서지 말라뇨. 라이벌이긴 해도! 아주아주 미워 죽을 거 같아도 같은 여잔데, 나쁜 일 당했으면 어쩔 뻔 했어요. 내가 이단 옆차기로 날려줬으니 망정이지. 어후.”
“그래도!”
시우가 눈을 뜨고 시연을 바라보았지만, 그녀의 초롱초롱한 눈을 보자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시연이 한 일은 잘한 일이었고,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MAX의 매니저가 몸을 굽혀 몇번이나 사과 했고, 제발 조용히 넘어가달라고 통사정을 했다.
시우도 이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 덮었다.
“내 말 들어. 나쁜 일엔 개입하지 마.”
시우의 마음이었다. 진실로 걱정되는 한 남자의 마음….
“알았어요. 주의할께.”
시우가 다시 눈을 감았다. 지끈거리는 머릿속. 눈썹은 찡그러져있었다.
시연은 살며시 자신의 손가락으로 시우의 찡그러진 미간을 펴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말고 푹 자요….”
.
.
도쿄에서 돌아와 한국에서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졌다. 살인적인 스케줄은 그전보다 더했다.
시연의 주가가 높아지며 여기저기서 초청하는 곳이 많았고, 시연은 마다하지 않았다.
그녀의 오랜 꿈이었으니까…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자신의 노래를 사랑해주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나갔다. 무언가에 열정을 바칠 수 있다는 것이 시연에겐 기쁜 일이었다.
꿈과 열정이 있는 그녀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시연은 1집 활동을 마무리 하고 뉴욕으로 바로 건너갔다.
뉴욕 크리스탈C 화장품 CF를 뉴욕 소호에 위치한 펜트하우스에서 촬영을 마쳤다.
그녀와 작업한 CF감독은 시연을 연신 칭찬했다.
언어가 달라 의사소통이 그리 잘통하진 않았지만 그녀의 웃음과 열정은 통했던 것이다.
카메라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갖고 놀 줄 아는 시연의 자연스러움은 빛이 묻어나왔다.
여느 연예인들처럼 예뻐보이기 위해 용을 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내츄럴함을 표현했다.
소녀틱한 모습에서, 굉장히 성숙한 여성스러움을, 그리고 갑자기 소년같은 장난끼어린 얼굴로, 때론 천방지축 명랑소녀같은 분위기로 카메라 앞에 선 그녀는 카멜레온 같은 다양한 색깔이 나왔다. 시연에게 뉴욕에서의 화장품 CF 촬영은 마치 친구들을 만나 군것질을 하며 수다를 떠는 것같이 즐거운 작업이었다. 함께 작업한 외국 스태프들도 감독님도 그녀의 호탕한 웃음에 전염이 되었다.
촬영일정을 바쁘게 소화하고 한국에 돌아온 시연은 2집작업에 열중했다.
시라이 젠이 예쁜 곡을 만들어 시연에게 큰 힘을 주었다.
도광과 시연이 함께 작사해 곡에 가사를 붙였다.
“야호!”
“아싸!”
2집 타이틀 곡을 정했다.
부르면서도 기분 좋은 곡. 들으면 들을수록 마음이 평화로워지며 따뜻해지는 곡이다.
슬픔이 묻어나면서도 어둡거나 무겁지 않다.
“고마워, 애들아.”
한번씩 꼬옥 안아주는데, ‘똑똑-’ 두 번 힘있게 노크를 한 시우가 보였다.
“아- 깜짝이야.”
시라이 젠이 시우의 눈빛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시우는 갑자기 젠과 도광 앞에 섰다.
그리고 시연이 안은 그대로 시라이도, 도광도 꽈악- 안아주었다.
‘켁켁’거리는 두 사람은 시우를 올려다보았다.
“아, 형!”
시연의 향기를 모조리 빼앗아 간 시우다. 역시 그는 질투쟁이다.
시연은 그 모습에 킥킥 대며 웃음만 나올 뿐이다.
“질투 왕!”
“또 안고 싶으면 말해. 내가 대신 안아줄테니까.”
“그럼 팬들이 안아달라고 그러면 어떻게 할껀가?”
“내가 대신 안아준다.”
“으이, 억지!”
두 사람이 말할 때, 시라이 젠이 악보를 내밀었다.
“형, 2집 타이틀 곡 완성했어요. 그래서 우리 포옹한거야.”
악보를 받아든 시우가 시연에게 눈짓을 보냈다.
시연은 바로 녹음실 부스로 들어가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
청아한 음이 노래와 딱 맞아떨어졌다. 밝으면서도 슬픔이 묻어나는 곡.
아픈 사랑을 치료해주는 노래에 가녀리고 고운 목소리가 시우의 가슴에 와닿았다.
“OK.”
시라이 젠과 도광을 뒤로하고 시연은 시우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차를 타기 싫다며 길을 걷고 싶다고 하여, 시우와 함께 걸어서 집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옆엔 경호원들이 차를 몰며 천천히 따라붙고 있었다.
“바람이 차다..”
시연이 춥다며 몸을 움츠리자, 시우가 옷을 벗어 덮어주었다.
그의 큰 양복자켓이 시연의 몸에 달라붙었다.
“변했어요.”
“변하다니.”
“많이. 예전에 처음 봤을 땐 뭐랄까. 되게되게 얼음같아서 손끝만 닿아도 차가울 정도로 냉정한 줄만 알았어요.”
“그랬군.”
요즘들어 자주 미소를 띄우는 그는 참으로 편안해보인다.
“난 어땠어요? 처음 봤을 때.”
“……”
그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다, 입술을 떼었다.
“신기했어.”
그의 생각지 못한 대답에 시연이 ‘쿡’하고 웃었다.
“뭐예요, 그게. 이뻤다던가, 섹시했다던가, 귀여웠다던가. 날 보면서 그냥 신기하기만 한거야?”
“씩씩했지.”
“이쒸! 됐어!”
시연이 팔뒤꿈치로 시우의 복부를 살짝 쳤다.
“나도 사장님 처음 봤을 때, 뭐 이런 사람이 있나 신기했었다!”
절대 지지 않는 시연이다. 두 사람은 서로의 첫인상이 신기했었다는 것에 웃음밖에 나질 않았다. 털털하게 웃으며 걷고 있는데 시우의 핸드폰이 울린다.
“여보세요.”
딱딱한 시우의 목소리 뒤에, 비열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인사하는 남자.
-후후. 저 기억하십니까?
잊을 리가 있겠는가. 시우는 살짝 눈을 들어 주위를 살폈다.
-아아, 긴장하지 마세요, 권사장님. 지금은 아닙니다. 후후후.
시연은 시우가 전화를 받고 있는데 아무말이 없자 의아한 듯 쳐다보았다.
-권사장님 그림 한번 죽여주게 나옵니다.
“……”
-옆에 정성스럽게 키우신 탑가수가 있으니 말 못하시겠지요. 후후.
역겨운 중년남성의 목소리가 귀에 쟁쟁거렸다.
-보통 사장님과 소속가수 사이로는 안보입니다. 연인사이 같아 보입니다.
아마 이 남자가 눈 앞에 있었다면 말도 못하도록 숨통을 당장에 끊어버렸을 것이다. 그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누구에게도지지 않을 자신은 있었다. 시우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건 감당해도 옆에 있는 사람에게는 피해를 주고 싶지 않은 게 본 마음이었다.
그건 너무도 아픈 경험을 해보았기 때문이었다. 아픈 일은 한번으로 족했다.
형의 마지막을 보내주며 다짐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사랑도 마음도 닫았던 것이었는데…
-한시연양 잘 간수하셔야 겠습니다. 후후.
“그러지요. 기대해주세요.”
탈칵. 참고 또 참았다 결국은 못 참고 상대에게 한방을 날려준 뒤 전화를 사정없이 끊었다.
‘내가 지켜.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 이런 협박이 통한다고 생각하는가. 하.’
시우를 바라보고 있던 시연이 조용히 물었다.
그가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건 보통의 전화는 아닐텐데.. 혹시 여자?
“누구예요?”
“쓸데없는 전화야.”
시우가 이글거리는 분노를 간신히 참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번뜩거렸고, 옆에 있는 시연을 똑바로 쳐다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내가 했던 말 기억나? 최고가 되려면 강해지라는 말.”
고개를 끄덕거리는 시연이.
“어떤 일에도 약해지지 않는거야. 알겠어?”
“걱정마요. 우린 닮았잖아요. 사장님이 강한만큼 나도 강하다구.”
그녀가 애교스럽게 눈웃음을 지어보였고, 빼쭉 내민 입술은 뽀뽀를 해주고 싶을만큼이나 사랑스러웠다. 한순간에 걱정은 싹 가실정도로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시연이었다.
그녀가 웃을 수 있다면… 그는 행복했다….
그 말 알아요?
행복해지려면 웃어야 된다는 거.
그리고…
당신이 내 옆에 있어야 된다는 거….
다음 날. 아침 햇살이 창문에 부딪쳐 들어와 시우의 방을 환하게 밝혀주었다. 상반신이 드러난 채 자리에서 일어나 눈부신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시우의 집에 누군가 들어왔다.
“형!”
시라이 젠이 급하게 신문을 들고 들어왔다. 그의 등에 화려하게 수놓아져 있는 용문신은 젠에게는 익숙할만큼 익숙해져 있다. 시우가 젠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고, 그는 꽤 밝은 얼굴이면서도 알쏭달쏭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형, 기사 봤어요?”
젠이 시우에게 가져온 신문을 내밀었다.
아침이면 더욱 무표정한 그가 무심한 표정으로 신문을 읽어내려갔다.
“코디가 그런 거였어요?”
시라이 젠이 가져 온 신문 1면에는 새린의 진실고백이 차지하고 있었다.
시연의 러브컨셉을 빼돌려 채소아에게 주었다는 것.
그것에 대한 타격은 채소아 측이 어마어마했다. 이미지는 완전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었고, 새린은 시연의 용서를 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었다.
다만, 걱정이 된다면 도광에게 신뢰를 얻지 못할까 염려하는 새린의 사랑뿐이었다.
기사내용엔 자기가 겪으면서 함께 했던 한시연이라는 여가수에 대한 모든 진실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녀에게 믿음을 배웠고, 용서를 배웠습니다. 그녀가 저에게 준 큰 사랑과 믿음에 대한 보답은 진실을 밝히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녀를 사랑하시는 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진심은 통한다고 했다. 참고 기다려주는 것도 때론 필요하다.
믿고 기다려주는 것도 필요하다. 변하기 위해선 한 사람의 끝없는 믿음만이 있을 뿐이다.
그 사람을 지켜봐주기, 이것도 필요한 것이다.
“역시….”
시우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시연이 대견스럽고 또 대견스러웠다.
성질도 급하고 성격도 착한 편이 아닌 시연이 상대방을 위해서 기다려주었다.
다그치지 않고 지켜봐주었다. 시우는 시연이 해결하도록 두었다.
시연의 방식으로 시연이 해결해보아야 나중에 더 큰 난관에 부딪치더라도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시우는 시연을 강하게 키우고 싶었다.
그녀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고, 이 세계에서 누군가 심심하여 건드려보아도 잘 적응할 수 있게끔 커지고 있었다.
시연은 여느 때와 같이 녹음실을 가려고 준비하고 집을 나왔다.
“다녀오겠습니다!”
우렁찬 목소리 하나는 여전하다.
시연이 발걸음을 움직이려고 할 때였다.
핸드폰 소리가 경쾌하게도 들렸다.
‘삐비빅-’
문자가 온 소리에 시연은 핸드폰 플립을 열어 확인했다.
[우린 운명이야! 운명이야!]
두 번씩이나 강조한 문자엔 기쁨의 오로라가 가득 묻어나오고 있었다.
이게 대체 얼마만에 온 문자냐!
그동안 뭘 했는지, 여자친구가 있다고- 아니지, 사랑을 하고 있다고 문자를 한 뒤
그 다음부터 연락이 아예 끊어져 버렸던 것이다. 시연도 바빠서 문자를 못하기도 했었지만(궁금할 시간도 없을만큼 바빴다) 그래도 가끔가다 생각날 때가 있었다.
그런데 오늘! 연락이 다시 온 것이었다.
시연은 가만히 액정을 들여다보다 답문을 보냈다.
[운명은 무슨! 오랜만에 연락해서 왜 운명타령이야.]
지금까지 연락 뚝 끊었다가 늦게 연락한 것이 그리 달갑지 않았으니 고운 답변이 나갈리 없었다. 반가운 마음 반, 미운 마음 반이다.
이제 또 다시 심심해졌다는 거지. 그래서 문자를 하는 거겠지.
‘삐비빅-’
[운명이야. 내가 지금 네 눈 앞에 나타날게. 우리의 운명을 믿어봐.]
시연은 문자를 받고 한참동안 인상을 찡그렸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그런데… 이 생각은 정확히 5초 후, 이해가 되었다.
“제자님아~”
“……!”
시연의 앞에 도광이 짠 하고 나타난 것이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의 등장에 시연은 토끼눈이 되어 도광을 올려다보았다.
“너…!”
핸드폰과 도광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주위를 다시 휙 둘러보고 다시 도광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놀랐어? 놀랐지?”
“반도광! 너 그동안 날 속이고…?!”
“아니야, 아니야! 나도 이제 알았어. 핸드폰 번호 눌렀다가 우연히 목소리를 듣고 알았단 말이야!”
그동안 문자를 주고 받았던 의문의 문자친구가 도광이었다니!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47]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과 그동안 속마음을 문자로 이야기 해왔던 것이라는 걸 안 순간부터 시연의 마음 한구석은 텅 비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문자를 주고 받으면서 얼굴도 궁금하고 목소리도 궁금했지만, 서로를 모른 채 문자친구로만 남고 싶다는 마음은 변하지 않고 있었는데… 갑작스런 도광의 등장과 정체에 놀란 시연은 멍하니 그를 쳐다보기만 하였다. 그런 시연을 보고 손을 들어 앞을 한두번 저어보는 도광이.
“시연아? 왜그래?”
“하하하하하!”
시연은 허탈하게 허공에 대고 웃었다.
“뭐야! 문자친구가 없어졌어!”
시연이 웃는 걸 멈추고 진지하게 도광에게 외쳤다.
“문자애인하면 되잖아.”
눈웃음을 지며 말하는 도광은 여자가 봐도 이쁘다.
“진짜 운명인가보다.”
“그치! 그치! 우리 운명같지?”
“응! 친구 운명!”
시연의 말에 도광이 토끼 귀가 축 쳐진 것처럼 꼬리를 내리고 시연을 쳐다보았다.
“신기하다. 진짜 운명이네.”
“운명 아니야! 운명 안 해!”
단순하긴. 이제 운명싫다며 땡깡을 놓는 도광이다.
“난 너가 내준 숙제도 완성했어. 그런데 애인 될 기회가 없어져 버렸어. 내준 숙제를 봐주지도 않구 형한테 가버리는 건 반칙이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정말?”
“숙제 봐줄께.”
“정말?”
“정말.”
“내 마음이 움직인다면 사랑하자. 우리 둘이.”
시연이 앞서 걸었고 도광이 뒤를 쫄래쫄래 따랐다.
내준 숙제마저 안본다면 도광이에게 너무나 미안할 것 같았다.
그의 노력은 보아주어야 했다.
#연습실
연습하던 댄서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시연이 보고 있는 가운데 도광이 큰 거울 앞에 섰다.
♬……♩……♪……♩……♬
음악이 맞춰 가볍게 몸을 푸는 정도로 춤을 추기 시작하는 도광이다.
“하나!”
첫 번째 동작이 들어간다. 웨이브를 타는 몸이 순식간에 저멀리 튕겨져 나갈 것처럼 움직였다. 그리고 한손을 짚고 나이키 동작을 하면서 시연을 보며 윙크하는 도광의 모습에 댄서들과 시연은 ‘오오!’ 탄성을 내질렀다.
춤 출 때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연습실 안은 흥분에 가득 찼다.
“둘!”
음악이 바뀌며 느끼한 인도풍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도광이 끈적거리는 움직임으로 시연에게 다가온다.
옆 곡선에 몸을 비비며 아찔한 섹시한 춤을 추는 도광에게 맞춰 시연 또한 가만있지 않고 함께 춤을 추었다.
“셋!”
“넷!”
짧은 동작은 거의 백개에 다다랐고, 마지막 100번째 동작에서 도광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마지막!”
귀여운 춤이다. 큰 하트를 손모양으로 만들어 보여주는 도광이다.
그의 춤을 보고 있던 댄서들과 시연은 아낌없이 박수를 쳐주었다.
“이제 사랑할래?”
도광이 땀범벅이 된 채로 시연에게 기쁘게 물었다.
반짝거리는 땀과 반짝거리는 눈이 도광을 빛나게 했다.
시연이 대답하려는 찰나!
“누구 맘대로!”
낮고 강한 목소리가 연습실 입구에 서있는 사람에게 주목하게 만들었다.
저벅저벅 걸어오며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은, 시우였다.
“숙제 다 보여줬으니까 사랑할 수 있어요. 이제 우리 둘이 사랑할꺼예요.”
“선택은.”
시우의 입술에서 나올 말에 온 정신을 집중시켰다.
“내가 해. 결정은 내 손에 달려있어.”
“형! 뭐예요. 형이 시연이예요? 무슨 권리로.”
“맞아요! 내가 결정할 꺼예요! 사장님이 저예요? 전 저예요! 한시연!”
도광과 시연이 쌍으로 삐약삐약 거리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나야. 한시연이 나야! 됐어?”
시우의 발언에 둘은 갑자기 입을 싹 닫았다.
막무가내에 억지부리는 건 어쩜 이렇게 둘이 똑같은지.
“그럼 결정을 내려봐요.”
시연이 말하자 시우가 도광의 눈을 정확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안돼. 한시연은 내꺼야.”
도광이 어린애같이 인상을 썼다. 예상한 대답이다.
“그럼 이렇게 해! 두 사람이 날 위해서 내가 내는 대결을 해요! 그래서 이겨! 근데! 그 승자가 되두 내가 결정하는 거야, 마지막은.”
결국 두 사람에게 대결을 붙이는 시연이!
똑같은 조건에 똑같은 대결을 벌여 공평하게 시험을 해보는 좋은 방법인 듯 하다.
과연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시우냐, 도광이냐, 누가 승리의 미소를 머금을 것인가!
#검도장
시연과 시우, 도광이 도착한 곳은 검도장이다.
시우의 입가엔 벌써 승리의 미소가 걸려있다.
반듯하게 서있는 두사람은 인사를 나눴다.
“내가 심판을 보겠어. 날 사랑한다면 검도를 잘해야 돼! 반도광, 검도 잘해?”
“얼마만큼은.”
“사장님을 넘어설 수 있어?”
“……”
아무말없이 망설이다 도광이 크게 외쳤다.
“해볼꺼야!”
“좋아! 시작이야!”
.
.
그러나 도광의 자신있는 외침과는 다르게 시우의 승리로 끝났다.
게임은 너무 싱거웠다. 검도로 시우를 따를 사람은 없는 것이다.
도광은 금방 포기하고 대자로 누워 숨을 헐떡 댔다.
“후우….”
“1:0! 사장님이 이겼어. 두 번째 대결은 노래야!”
시연의 외침에 헐떡거리며 숨을 몰아쉬던 도광이 벌떡 일어나 승리의 미소를 머금었다. 반대로 시우의 인상은 찌푸려졌다. 아무래도 노래로는 도광을 이기기 어려울 거란 생각이 들었다.
세 사람은 최신식 노래방기계가 설치되어있는 기획사 안에 있는 녹음실 옆방으로 장소를 옮겼다.
세 사람이 한쪽 방으로 들어가자, 녹음작업을 하고 있던 시라이 젠이 나와 무슨 일인가하고 따라 들어왔다.
“뭐해, 세 사람?”
마이크를 집어든 도광이 해맑게 웃으며 답했다.
“노래대결.히히!”
기분이 좋아 입이 찢어져라 웃는 도광이다.
노래가 나오고 마이크를 한두번 톡톡 치던 도광이 시연을 쳐다보며 윙크를 날려주었다.
그걸 보고 있던 시우가 시연의 앞에 서 시야를 완전히 가려버렸다.
“비켜요-”
“난 이렇게 서서 볼꺼야.”
“진짜, 너무해.”
둘이 티격거리는 모습에 시라이는 살며시 웃음이 났다.
시연이 자리를 바꿔 옆으로 앉자, 또다시 시야를 가리는 시우다.
“이 심술쟁이!”
도광의 노래가 시작되었고, 두 사람의 티격거림도 함께 시작되었다.
“앞에 서있으면 안보이잖아요!”
“그냥 노래만 들어!”
“질투쟁이!”
“이제 알았어?”
도광이 노래가 끝날 때까지 둘은 티격거렸다.
빵빠라라빵! 최고의 가수답게 도광의 노래 점수는 95점이 나왔다.
두 사람의 싸움 배경음악이 되어버린 불쌍한 도광이의 노래였다.
“못들었잖아요!”
시연의 외침에 아랑곳 하지 않고 이번엔 시우가 마이크를 잡았다.
‘아아아-’ 마이크 테스트를 한번 해보고 노래가 나오자 시연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잘 들어. 내 노래야.”
심술에 이젠 명령까지.
노래가 나오자 시우는 헛기침을 두어번 하고는 노래를 시작했다.
♪……♩……♩……♪
너는 내가 되고 나도 네가 될 수 있었던
수많은 기억들
내가 항상 여기 서있을께
걷다가 지친 니가 나를 볼 수 있게
저기 저 별 위에 그릴꺼야
내가 널 사랑하는 마음 볼 수 있게
.
.
잔잔하게 부르는 노래가 시연의 귀에 쏘옥 들어왔다.
한번도 시연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 이글거리는 시우의 눈빛에 시연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가 고음부분에서 삑사리도 나고, 음정도 불안하지만 최선을 다해 있는 힘껏 목에 핏대를 세우며 노래부르는 모습이 충분히 감동스러웠고 멋졌다.
하지만, 노래 점수는 도광에게 지고 말았다.
“1:1 동점!”
시우가 노래 결과를 보고 망연자실한 듯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마지막은.”
그리고 시연이 입을 여는 순간, 시우가 그녀에게 빠르게 다가왔다.
말할 새도 없이 시연을 들어 어깨에 들쳐멨다.
“아악! 뭐하는 거예요!”
시우가 시연을 거뜬히 들고 방을 나왔다.
따라오는 도광이 보이고, 젠도 흥미롭게 이 상황을 지켜보았다.
“형!”
솜털같이 가벼운 시연을 놓아주지 않았다.
“내려줘요! 뭐하는 거야!”
발을 동동거리며 작은 주먹으로 시우의 등짝을 통통 쳐보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그냥 권시우겠는가, 역시 권시우다.
“형! 받아요!”
그 사이, 시라이 젠이 시우의 양복자켓을 던져주었다.
시우는 받아들어 시연을 덮어 얼굴을 가린 채, 그대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닫히려는 엘리베이터 문을 도광이 잡아 세웠다.
다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키스해줘? 포옹해줘?”
그 말에 도광이 질겁한 표정이다.
“혀어어엉.”
“한시연이 나니까, 사랑하고 싶으면 나한테 프로포즈 준비해 와!”
불가능하리라는 걸 너무도 잘아는 시우와 도광, 그리고 시연이었다.
녀석에겐 이런 방법으로 밀고 나가겠다는 시우다.
“더 이상의 대결은 없다.”
그의 건조한 음성과 함께 다시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힘있는 시우의 말에 도광은 꼬리를 내렸다.
자신의 적수가 아니라는 걸 감지한 것이다.
그는 높아도 너무 놓은 벽이었다. 남자 중에 남자였다.
“역시 안되겠네.”
도광이 씁쓸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도광은 더 이상 시연에게 어떤 유혹도 고백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기엔 시우와 시연 모두 도광에겐 소중하기 때문이었다.
“반도광! 그렇게 서있지 말고 노래작업이나 하자!”
“그래.”
뒤에서 시라이의 목소리에 도광은 얼른 뒤돌아 쫄쫄 그의 뒤를 따라 녹음실에 들어갔다.
엘리베이터가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고 있다.
“푸-! 숨막힐 뻔 했잖아요!”
시연이 양복자켓을 시우에게 내밀었다.
“질투쟁이! 억지쟁이!”
시연이 아무리 뭐라고 하여도 가만히 앞만 보고 서있는 시우다.
그러다 계속 쫑알거리는 시연에게 고개를 돌렸다.
“한시연.”
“왜요.”
“너 왜 이렇게 이뻐.”
생뚱맞은 시우의 말에 시연이 되물었다.
“네?”
“난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아.”
확신에 찬 그의 말에 시연은 큰 눈을 깜빡였다.
그가 자신을 사랑해주는 깊이가 느껴지자 안심이 되며 기분이 좋아지는 시연이었다.
“내가 그렇게 좋아요?”
“말로는 못해.”
바로 시연을 끌어안았다.
힘차게 뛰는 그의 가슴이 시연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널 많이 생각해. 널 많이…사랑해.”
..
도광아, 미안해.
미안….
사랑주지 못해서 미안.
내 사랑그릇이 하나 뿐이라 미안.
네가 들어올 곳이 없어서 미안.
이 사람으로 이미 채워버려서 미안….
[48]
“야! 한잔 마시고 확 풀어! 잊어! 잊는거야!”
도광의 이별에 같이 슬퍼해줄 친구가 있다.
노래작업을 하다, 맥빠진 도광의 모습을 보고 시라이가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잊어! 이 술로 빈자리를 메꿔.”
시라이가 도광의 비워진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그 녀석이 그렇게 좋냐?”
도광이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다.
“응.”
한잔 두잔 비워내는 술잔에 도광도 취하고, 시라이도 취했다.
원래 잘 웃는 녀석인데 술이 들어가자 더 방긋방긋 웃는다.
그러나 웃고 있는 듯 하지만 눈은 울고 있다.
“난 첫 눈에 반한다는 말 믿어. 내가 그랬거든.”
묵묵히 도광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시라이 젠. 혀가 꼬여도 계속 말하는 도광이다.
“처음 만났을 때 엘리베이터에 같이 탔는데 안아보고 싶은 거야. 나도 미쳤지.. 이윤 나도 모르겠어. 그냥 한번에 필이 꽂혔던 건 가봐.”
“그 녀석한테 그런 게 있지. 그냥 안아주고 싶은 거.”
“시라이 너!”
시라이의 말에 발끈해서는 꼬불거리는 발음으로 혼잣말로 뭐라뭐라 하는 도광이다.
“너까지 좋아하믄 안돼에-”
“난 동생같은 녀석으로 생각해. 남동생!”
그제야 베시시 웃어보인다.
“형이 시연이 얼마나 사랑하는지 너 알지. 형이 처음에 우리한테 시연이 얘기 꺼냈을 때… 눈이 반짝거렸던 거 알아?”
“나도! 시연이 얘기하면 눈이 반짝거려. 별이야, 별.”
“형은 시연이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놓을 사람이야. 넌 그럴 수 있어? 시연이랑 네 목숨이랑 바꿀 수 있어?”
“그럴 일 없어.”
“단정짓지마. 넌 단지 못하는 것 뿐이야.”
시라이의 단호한 말에 도광이 쓰디 쓴 술 한잔을 들이켰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독한 술이 시라이의 말대로 속을 채워주고 있었다.
이 술이 없었다면 지금의 아픔은 견디지 못했으리라…
전쟁터에서 다친 병사에게 술로 치료를 해주 듯 가슴이 아픈 도광에게 꼭 필요한 것이 술이었다.
“내가 포기해야 되는거야? 엉? 젠아, 그런 거야?”
“포기가 아니라, 빌어주는 거지. 두 사람이 행복하도록.”
“나도 좋아한다구…”
“정말 좋아하고 사랑한다면 보내주는 거야. 시연이가 웃을 수 있게 보내주는 게 진짜 사랑이야.”
도광이 울상을 지으며 시라이를 쳐다본다.
“기운 내, 임마. PP리더가 찌질이처럼 굴면 안되지. 그리고 너 좋다는 애들 많잖아.”
“에잇- 시연이 대신 술이랑 그리고 시라이 너랑 놀꺼야!”
금세 어린애같은 얼굴을 하고 투정부리듯 술을 원샷하는 도광이다.
그리곤 비워진 잔을 머리 위로 올려 털어본다.
“다 털었어. 시연이를 사랑하는 내 마음!”
털어진다고 한번에 털어지면 좋으련만. 그렇담 얼마나 편하고 좋을까.
“나도…알아. 시연이도 형도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거. 나도 두 사람이 좋아. 사랑해. 시연이도 형도 좋아. 그래서 더 다가가지 못하는 거야. 난 사랑이 넘치는 남자거든.”
탁- 잔이 소리나게 테이블 위에 올려지고, 도광은 방긋 웃어보이더니 이내 테이블 위로 얼굴을 박았다. 계속 웅얼웅얼 거리다 조용해진다.
시라이는 도광을 보며 남은 술을 마시고 말했다.
“사랑의 쓴 맛을 알고나면 달콤함이 돌아오는 법이지.”
그의 말대로 달콤한 사랑이 도광에게 다가올까?
.
.
“엄마, 오늘 저녁 먹구 들어올꺼예요.”
“그래. 알았어. 잘 다녀와.”
“네, 다녀오겠습니다.”
집을 나서는 시연의 발걸음이 가볍다.
진영과 함께 유명한 패션디자이너 ‘앙뜨아’ 선생님의 패션쇼를 보러 가기로 하여 준비하고 나왔다. 노메이크업에 즐겨입는 편한 청바지와 흰티 차림을 하고 나온 시연은 산뜻해보인다. 시연에게 힘을 주는 행운의 운동화라고 하는 빨간 운동화는 오늘따라 유난히 발에 딱 달라붙어있다. 시우는 수출계약건 때문에 일이 있어 데리러 오지 못했다.
컴컴한 큰 골목길을 빠져나가려는데… 이상한 느낌이 시연의 주변을 에워쌌다.
‘기분이 안좋아.’
순식간의 일이었다.
시연의 앞에 검은색 승용차가 한대가 ‘끼익’ 소리를 내며 요란하게 멈춰 섰다.
그리고 차에서 빠르게 내리는 세 명의 남자들!
신경이 극도로 곤두섰다. 이상하고 기분 나쁜 기운이 몸으로 감지되었다.
“……!!!”
갑자기 뒤에서 자신을 덮쳐오는 남자!
시연이 빠른 움직임으로 남자의 급소를 정확하게 찔렀다.
“윽-!”
남자는 쪽도 못쓰고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골목길에, 컴컴한 밤이라
아무리 소리를 내어도 누군가 도와주러 올 사람이 없었다.
그렇지만, 누구의 도움 없이도 시연은 혼자 세 명을 감당해내고 있었다.
“이런 씨…!”
시연이 한 남자를 쓰러뜨리고 달려드는 또 다른 남자를 보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가방의 딱딱한 모서리 부분으로 남자의 머리를 가격하고 이단옆차기로 날려주었다.
시연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두려워하지 않는 이런 위험한 상황을 침착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퍽-!’
그 때였다. 시연을 위협하던 남자들이 차례로 쓰러졌다.
남자들이 앞으로 쓰러져 무릎을 꿇자 시연은 놀라 눈이 휘둥그래졌다.
얼른 눈을 돌려보니, 훈련되어 있는 건장한 남자들이 보였다.
시우가 시연에게 붙여놓은 보디가드들이었다. 보디가드들이 나타나자 세 남자는 빠른 동작으로 차에 올라타,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도망갔다.
어찌나 빠른지 잡을새도 없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놈들.
“저흰 권시우 사장님이 붙여놓은 경호원들입니다. 안심하십시요.”
듬직해보이는 남자가 시연을 안심시켰다.
“후…….”
무슨 일이 이렇게 갑자기 일어난 건지….
시연은 온몸에서 땀이 났고, 열이 났다.
등줄기와 이마에선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긴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 사람들을 왜 자기에게 붙여놓은 것이며, 이런 위험한 상황은 또 뭔지!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시연이었다.
듬직한 남자가 시우에게 전화를 했고, 전화를 끊고 나서 시연을 또 한번 안심시켰다.
“지금 사장님께서 이리로 오신답니다. 집까지 안전하게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아무도 믿을 수 없다.
시연이 경계하는 눈치를 보내자 듬직한 남자가 90도각도로 꾸벅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안심하십시오. 권시우 사장님이 아가씨를 24시간 보호하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24시간이요? 왜죠?”
.
.
#집
시연은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흐트러진 옷차림과 머리모양을 제대로 정리했다.
엄마께 걱정시켜드리고 싶지 않았다.
“됐어요. 그만 아저씨도 돌아가세요.”
시연이 문을 열고 듬직한 경호원에게 가라고 손짓했다.
남자는 계속 말을 듣지 않고 서있었다.
“안됩니다. 집까지…”
“가라구요. 우리집까지 들어오는 건 내가 용납못해요!”
“그래도 사장님이…”
“난 내가 내 몸 지키거든요? 걱정말구 돌아가세요!”
시연의 힘찬 목소리에 남자가 한번 움찔하더니 고개를 숙여 정중하게 인사를 한 뒤 돌아갔다. 시연이 다시 집으로 들어오자 시연의 엄마는 놀라 물었다.
“왜 다시 들어와?”
“어, 취소됐어. 오늘은 그냥 엄마랑 놀려구-”
“취소된거야? 아까 진영씨한테 전화왔었는데, 늦는다구.”
“아- 그게 그렇게 됐어. 엄마 나 쉴께요.”
“그래, 저녁 먹을래?”
“아뇨.”
시연은 밝게 웃어보였다. 그리곤 2층 시연의 방으로 올라갔다.
탁. 문을 닫고 침대에 대자로 풀썩 드러누웠다.
“하… 피곤해. 이게 무슨 일이지?”
누워있다 진영에게 못간다는 문자를 날려주고 있는데, 마침 시우가 집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1층에서 들려오는 엄마와 시우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시연은 빠르게 전송버튼을 누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연아, 사장님 오셨다~”
“네, 나가요!”
시연은 얼른 방문을 열고 1층으로 내려왔다.
그가 눈 앞에 보이자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고 해 시연은 얼른 뒤돌았다.
“아! 엄마!”
괜히 씩씩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저녁 먹을께요! 준비해주세요.”
“그래, 준비할게. 저녁 다 되면 부를테니까 올라가서 얘기 나눠요.”
시연의 엄마는 시우를 2층으로 올려보냈다.
시우가 빠르게 2층으로 올라갔다.
먼저 올라가 있던 시연을 보자마자 시우는 와락 껴안아주었다.
“미안…….”
“사장님이 왜 미안해요? 왜.”
“그냥 다… 지켜준다고 했는데 옆에 없어서 미안.”
시연을 안고 따뜻하게 말했다.
“정말 미안….”
그의 쿵쾅거리는 심장소리가 시연에게도 전달되었다.
얼마나 놀랬으면…
얼마나 가슴을 졸이고 있었는지 전해졌다… 그의 심하게 뛰고 있는 가슴이 느껴졌다.
“미안해.”
그냥 뭐든게 미안했다.
“어디 다친데는 없어?”
시우가 조심스레 몸에서 시연을 떼어내 다친 곳이 없나 살폈다.
“다치지 않았어요. 다쳤다면 그쪽들이 다쳤지.”
“어디 아프면 말해. 정말 괜찮은 거야?”
“정말로 괜찮아요. 다친데 없어.”
시우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시연은 그런 시우를 보며 물었다.
“솔직하게 말해줘요. 무슨 일이예요.”
“……”
“나한테 숨기지 말고 다 말해줘. 무슨 일인지 알아야 나도 이해를 하고, 대처를 하지.”
“우리를 주시하는 놈이 있어. 정체도 목적도 밝히지 않고 있고. 겁을 주려는 건지, 무슨 일을 꾸미는 건지 알 수 없어. 계속 알아보고 있었어.”
“그런 허접한 놈들가지고 나한테 덤비다니 정말 그 사람 멍청이 아냐?”
걱정하고 질질 짜며 무섭다고 시우에게 안겨야 하는 여자가 이 상황에서라면 정상인데, 시연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더 씩씩하게 호기를 부렸다.
“내 걱정같은 거 하지마요. 나 20대 1로 싸워서 이긴 적도 있어.”
다른 여자들과 다른 반응. 이런 정도는 가소롭다는 듯이 치부해버리는 시연이다.
“감히 어림도 없지. 또 한번 나타나기만 해, 모가지를 훽 비틀어버릴꺼야!”
부르르 떨며 말하는 시연을 보고 시우가 조용히 힘있게 말했다.
“이제 그럴 일 없어. 나타나면 내가 가만 안둬. 넌 내 뒤에만 있어.”
“난 같이 싸울 거예요. 뭐든지 같이 하는게 좋아. 뒤에서 숨어만 있는 거 내 스타일이 아니야.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사는 거, 몰라요?”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야? 나한테만은 씩씩하지 않아도 돼. 내 뒤에서 울고 싶음 울고, 웃고 싶음 웃고, 숨고 싶으면 숨어. 내 뒤라면 안전하잖아.”
“그렇긴 해요. 사장님 뒤엔 용까지 있으니까 정말 안전하겠죠? 하하하!”
시연이 금방 긴장이 풀려서 하하하 웃었다.
그녀의 유쾌한 웃음에 시우도 마음이 놓이는 듯 하다.
시연이 웃는 걸 잠시 멈추고 시우의 손을 잡았다.
반달눈이 되어서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난요.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날 지켜요.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구요. 나 드라마에서 지겹도록 울궈먹는 신파 싫어해요. 나쁜 악당 때문에 오해하고 헤어지고 울고 불고 하는 거 젤루 싫어한다구요. 그래서 난 나한테 그런 일이 만약에, 아주 만약에 다가온다하면 울지 않을 거야. 헤어지고 바보같이 통곡하는 여주인공 안할 거야.”
나쁜 일도 한시연이라는 여자 무서워서 피해갈 것이다.
미리 단단히 못을 박는 시연이었다.
“난 드라마 안 봐. 그런 신파 몰라.”
역시 둘은 닮았다. 두 사람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서로를 보는 눈빛이 따뜻하다.
“내가 말했었지. 놓치지 않는다구. 힘들다고 보내준다? 쿨하게? 싫어. 난 내가 아파도 시연 네가 아파도 지켜. 사랑한다는 이유를 달아서 도망치는 거 안 해. 사랑하면 끝까지 함께해. 아프다고 울면 치료해줄게, 내가 한시연 의사 되줄거야. 사랑 안하면 안했지, 사랑하면서 헤어지는 일 같은 거 안 해.”
시우의 검고 진한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시우의 말에 안심이 되는 시연이다.
“멀리 우주로 떨어진다 하여도, 누가 북극으로 보내버린다고 해도 난 같이 가던가, 아님 못 가게 막던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거야. 누가 뭐라해도 상관없어, 사랑하니까…!”
자신감의 찬 목소리. 우수에 찬 눈빛은 시연을 웃게 만드는 행복이다.
이것이 이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는 방법이다.
[49]
“형님, 실패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검은정장을 입고 있는 남자들이 쭉 서서 고개를 숙이고 있고, 한 남자가 부들부들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그러자 비열한 얼굴을 하고 있는 한 중년남자가 방금 보고를 한 남자를 작은 눈으로 노려보았다.
“뭐라고?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이제까지 시우에게 협박전화를 하며 깐죽대던 중년남자였다. 흑룡파의 중간보스 백상두는 계획이 물거품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화가나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형님!”
연신 죄송하다며 몸을 굽히는 대머리인 남자는 시연을 납치하러 갔던 남자 중 하나였다.
시연에게 호되게 당한 걸 직접 경험한 장본인이었다.
“쪼그만 기지배 하나 못데려오는 게 말이 돼?”
백상두가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위협하자, 대머리인 남자가 우물쭈물 거리다 입을 열었다.
“그게 말입니다.. 그 여자가 보통이 아닙니다. 지금 같이 갔던 한명이 병원에 있는데, 일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중요한 부분을 정확하게 맞아서..”
말끝을 흐리며 눈을 내리깔며 보고 하는 남자의 말을 듣고 백상두는 기가 찬 듯 헛웃음을 뱉었다. 제일 믿음직한 세 놈들을 보내놓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이게 왠 날벼락.
쪼그만 여자애에게 당하고 왔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아니, 믿고 싶지가 않았다.
“몸집이 작고 여자라서 깔보았다가 크게 당할 뻔 했습니다. 정신없이 공격을 하는데.. 휴..”
타악-! 백상두가 책상에 있던 두꺼운 책을 남자를 향해 던졌다.
책의 모서리에 맞고도 꿈쩍하지 못하고 서있는 남자가 불쌍할 뿐이다.
“대체 일을 이딴 식으로 해서 뭘 어쩌자는 거야! 다 같이 죽자는 거야, 뭐야? 깔끔하게 한번으로 끝내야지, 지금 상황에 구멍을 보이면 어떡해!”
“다시 가서..”
“머저리같은 놈! 다시 가서 바로 깜방갈 일 있어? 그러니까 내가 일은 한번으로 깔끔해야 한댔지?”
“죄송합니다, 형님.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머리를 박으며 조아려도 한번 실수는 주워 담을 수 없었다.
시우가 얼마나 철저한 사람인지도 알며, 이젠 다시 나타나면 자기네 쪽이 불리하단 걸 너무나 잘 아는 백상두였다.
게다가 예상치못한 걸림돌도 생겼다.
그냥 연약해보이는 여자가수라 쉽게 이용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 게 큰 오산이었다.
만만치 않은 돌발상대는 한시연이었다.
조폭들을 상대하다니, 그것도 자신의 두배 몸을 가진 남자 셋을 말이다.
간도 크지만 함부로 덤빌 수 없는 상대인 걸 확실히 깨달아버렸다.
“그렇담 이 방법 밖엔 없겠네.”
이젠 방법이 없었다.
시연은 코 앞으로 다가온 쇼케이스 준비가 한창이었다. 연습 또 연습이었다.
노력파인 시연은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연습했다.
조폭이고 나발이고 지금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을만큼 바빴다.
생각할 여유도 없었고, 그 시간에 노래와 춤 연습에 매진했다.
만일 자신 앞에 또다시 나타난다면 두 주먹과 날쌘 발차기로 날려버릴 준비는 단단히 하고 있었다.
“나 왔어! 반도광 왔다구.”
도광이 연습실을 뛰어들어왔다.
시연과 노래를 맞춰보기로 하여 연습실을 찾은 그였다.
시연과 도광은 평상시와 똑같이 인사하였다.
“친구 왔어?”
“친구 오셨어용-♪”
'친구'라는 말이 섭섭할 줄 알았는데, 도광에겐 더없이 편안해진 단어가 되었다.
이리도 금방 친구가 될 수 있는 이성은 반도광과 한시연 뿐일 것이다.
“나 여자친구 만들었어! 나도 여자친구 이젠 있어. 쇼케이스 때 데려올꺼야.”
“기대되는 걸?”
실연의 상처는 사랑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도광의 사랑의 상처는 금방 치료가 되었나보다. 누군가에 의해서….
#한시연 2집 발매 쇼케이스가 열리는 날
시연의 2집 발매 동시에 정식 컴백 무대에 앞서 직접 팬들을 만나는 자리를 만들었다.
국제적인 행사를 방불케 하는 초대형 규모의 팬미팅 겸 시연의 2집 쇼케이스는 팬들과 시연, 그리고 친한 연예인들을 게스트로 초대되어 꾸며졌다.
어느 새 쇼케이스장은 수많은 팬들로 가득 메워졌다.
한국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시연을 보기 위해 모여든 팬들도 대단히 많았다.
긴장이 되어 심호흡을 하며 정신을 가다듬고 있는 시연의 앞에 도광이 나타났다.
여전히 이쁜 미소와 밝은 얼굴을 하고 있는 도광은 시연에게 특이하게 인사했다.
“뽕뽕.”
전혀 의미없는 인사로 자신을 알리는 도광이다.
“왔어?”
시연은 도광을 보며 눈을 마주치다, 스르륵 시선이 옆으로 돌아갔다.
도광의 옆에 수줍은 듯 서있는 한 여자애가 보였다.
“아!”
도광이 여자친구를 데려온다고 했던 말을 기억해내었다.
“내 여자친구!”
“여자친구 기대이상이야!”
땡그래진 시연의 큰 눈은 도광의 옆에 붙어있는 여자에게서 떼어지지 않았다.
단아하면서도 아주 귀여운 인형같이 생긴 여자애였다.
꼭 양배추인형을 연상시키는 여자애는 도광이 자신을 여자친구라고 소개하자, 당황했는지 그의 허리를 툭 쳤다.
“반가워요! 도광이한테 얘기 들었어요!”
시연이 먼저 반갑게 인사하며 맞아주었다.
여자는 수줍게 웃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노래 너무 좋아해요.”
발그레한 볼이 귀엽다.
“아, 우리 동갑인가?”
도광이 옆에서 고개를 끄덕끄덕거리자, 시연이 밝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도광이 여자친구면 나랑도 친구니까, 말 놓자, 친구!”
시연의 시원시원한 성격에 여자애는 입이 귀에까지 걸려서는 헤벌쭉 기분좋게 웃었다.
서로 악수를 나누고 이름을 나눴다.
“난 한시연이야!”
“난 신하율! 실제로 보니까 더 예쁘다~ 부러워~”
연예인이라는 벽이 높아 도도하고 포장할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털털하고 오래전부터 만나왔던 편한 친구처럼 대하는 시연에게서 하율은 고마움과 따뜻함을 느꼈다.
“너두 예쁜데! 인형같애. 이렇게 이쁜 여자친구두고 나랑 바람필려고 했던거야, 반도광군? 도광이랑은 언제부터 사귄거야?”
“어? 나 도광이 여자친구 아니야.”
귀여운 하율이 손을 휘휘 저으며 아니라고 강조했다.
시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도광과 하율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냥 소꼽친구야.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낸.”
“야, 신하율 말하지 말고 그냥 사귀는 척 해달라고 했잖어.”
“왜 그런 거짓말을 해? 난 거짓말 딱 질색이야.”
“뭐? 너 내가 시연이 만나보고 싶다고 그래서 데리고 와줬더니!”
“반도광, 너어.. 치사하게!”
별일 아닌 일로 투닥거리는 두 사람은 왠지 사랑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시연은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났다.
“두 사람 조용!”
시연의 외침에 그제야 조용해진다.
거짓말을 하려던 도광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는 시연이다.
“알았어. 알았어. 싸우지마. 어찌됐든 만나서 기뻐. 와줘서 고마워, 하율아.”
“고마운 건 나야. 가까이서 꼭 한번 보고 싶었는데. 오히려 내가 더 고맙지.”
도광이 입술을 퉁 내밀고 삐친 척 하고 있자, 시연이 어깨동무를 하며 위로했다.
“하율아, 도광이 잘 부탁해.”
“응, 걱정마. 근데 얘는 나 아니래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챙겨주니까, 하하.”
“그건 그래.”
“아- 내가 시간을 너무 많이 뺏은 거 같네. 나 나갈게. 공연 잘해! 응원할께!”
“고마워.”
하율은 시연과 인사를 하고 대기실을 나갔다.
시연이 도광의 어깨를 토닥거려주며 나가보라는 싸인을 보냈다.
이어 도광도 하율을 따라 나갔다.
두 사람의 모습에 왠지 흐뭇한 시연이었다.
도광아, 사랑을 찾아. 응원할게…!
.
.
쇼케이스 장 밖에 서있던 끝이 보이지 않던 줄은 사라지고, 어느새 쇼케이스 장에 팬들이 입장하여 자리가 가득 메워졌다. 한시연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이는지 시연을 기다리는 팬들은 두근거림과 흥분된 마음을 좀처럼 가라앉히기 힘들다.
긴장되고 흥분되는 건 시연도 마찬가지였다.
후- 심호흡을 하며 정신을 가다듬고 있는 시연에게 시우가 다가와 물을 건네주었다.
“잘할 수 있어.”
그의 강한 한마디는 언제나 시연이 무대에 설 수 있게 만들어준다.
“내가 말했지. 최고라고. 나한테 최고듯이.”
시우의 말에 시연이 그의 손을 꽈악 잡았다.
“나 기 받는 거예요.”
그렇게 시연은 시우의 손을 꼬옥 잡고 있었다. 무대에 올라가기 전까지.
드디어 쇼케이스가 시작되고 시연은 데뷔곡인 첫키스로 문을 열었다.
시연의 천사같은 모습에 팬들은 열광했다.
쇼케이스 장에 모인 팬들의 함성은 어마어마했다.
다같이 한마음으로 모아졌다.
“안녕하세요! 한시연입니다!”
그녀의 인사에 팬들은 ‘꺄악-’ 소리를 질렀다.
“오늘은 여러분 만난다고 해서 얼마나 떨렸는지 알아요?”
라이브에, 춤까지 보여줬는데도 숨찬 목소리가 아닌 밝고 시원한 목소리였다.
“꺄아아아-”
“와주셔서 감사하구요. 사랑해요♡”
시연이 큰 하투를 머리 위로 만들자 팬들은 큰 함성을 보내었다. 검은 장막이 천천히 내려와 무대를 가리고, 그 안에서 시연은 2집 타이틀 곡을 부를 준비를 했다.
하얀드레스에 빨간장미가 드레스 옆선을 따라 내려오는 의상은 시연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2집 타이틀 곡 <울지마요>
사랑에 아프지 말아요
사랑해서 아픈 건 싫어요
당신이 내 사랑 때문에 아프네요
내 사랑 때문에 당신이 울어요
당신의 우는 소리가 들려
미안해요 너무 미안해
당신 아플꺼였으면 사랑하지 말걸
당신 힘든 모습 볼꺼였음 사랑하지 말걸
웃으면서 잘가라는 한마디가 왜 울고 있어
나 때문에 왜 울어요
슬픈 눈 감추고 웃어보아도
울고 있는 게 보여요
울지마요
내 사랑 때문에 울지마
우리 헤어지지 말래요
사랑하는데
서로 원하는데
헤어지지 말래요
사랑만 할래요
.
.
.
이별하는 연인을 그린 애절한 발라드 곡인 시연의 2집 타이틀 곡을 듣자마자 팬들의 가슴은 뜨거워졌다.
눈시울이 빨개지며 급기야 눈물을 흘리는 팬들이 대부분이었다.
슬펐다. 시연의 슬프면서 밝은 목소리는 이 노래와 너무나 잘 어울렸다.
그렇게 한바탕 눈물을 쏟게 만들더니, 이젠 정신을 쏙 빼놓기 시작한 시연의 무대.
도광의 랩이 시작되며 PP의 반도광이 무대로 퐁 올라오자, 다시 관객석은 환희로 바뀌었다.
무대에서만은 연인이 되어 함께 호흡을 맞추는 시연과 도광이다.
시연의 쇼케이스는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
쇼케이스가 있은 후, 시연의 인기는 날로 높아져갔다.
뉴욕에서의 CF도 대박이 터졌고, 아시아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끝없는 러브콜을 보내왔다.
그리고 정지협과 작업했던 PP와의 사진작품이 프랑스에서 작품전이 열려 좋은 성과로 돌아왔다.
2집 활동과 함께 국내 패션쇼 메인모델로 서기도 하였다.
앨범 대박에, 한시연이 하는 것이라면 모두가 이슈화가 될만큼 시연의 인기는 최고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는 중 연말 시상식이 성큼 다가왔다.
가수들의 축제이기도 하면서 그간의 가요계를 평가해보는 시간이기도 한 가요대상은 매년 열리는 시상식 중 가장 컸다.
아침부터 새린, 진영과 함께 헤어, 메이크업, 의상까지 준비를 하며 바쁘게 움직이는 시연이었다.
한올도 빠져나오지 않고 우아하게 틀어올린 헤어와 단아하면서 아름다운 짧은 하얀 드레스 의상은 충분히 가치있게 보였다.
거기다 시우가 그전날 선물한 진주목걸이를 목에 걸자 누구보다 빛나 보였다.
“이쁘다.”
거울을 보며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어보는 시연이.
우아하고 기품있으면서 귀여운 여자다.
“화이팅. 한시연!”
시우가 준비한 하얀색 리무진에 하얀모피를 건네받고 올라탔다.
“와- 차 너무 멋있다! 나 공주 된 거 같아요!”
어린애처럼 리무진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는 시연이다.
“그렇게 신기해?”
“네! 당연하죠! 나 처음 타본단 말이예요!”
화려한 리무진 내부에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는다.
“멋지다. 영화도 볼 수 있구! 음식도 다있구! 푹신하구!”
“내가 사줄께.”
“네?”
“사줄게, 이 차.”
시우의 말에 시연이 힐끗 쳐다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한번씩 타보는 건 좋은데, 매일 타고 타기는 좀.. 그렇죠?”
“그럼 사뒀다가 한번씩 타보면 되지.”
통 큰 시우의 말에 시연이 놀래서 쳐다보았다.
“오늘 대상 받으면 어떻게 할꺼야?”
“네? 대상이요? 에이~ 대상이라니, 말도 안돼.”
“내가 말했지. 최고여야 한다고. 시연이 넌 최고야.”
그가 간지럽게 시연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그의 속삭임에 시연이 ‘킥’ 웃으며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진한 눈이 다가오자 시연은 놀래서 두 눈이 동그래졌다.
시우의 입술이 시연의 입술에 와 닿았다.
짧은 입맞춤을 해주고는 말했다.
“최고라구.”
[50]
-권시우의 이야기-
내가 처음으로 우리 꼬맹이를 본 건, 죽을 듯이 외롭고, 죽을 듯이 아팠던 날이었다.
형의 죽음과 함께 쫓기는 신세가 되어 여기저기 찢어지고 상처투성이가 되어있는 나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이 다가왔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을 하고 묻는 녀석에게 귀찮다며 가라고 했는데 녀석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서있었다.
뭐 이런 꼬마가 다 있나.. 이렇게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내가 무섭지도 않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꼬마한테 물었다.
“나 안 무서워?”
“다친 사람인데 무섭긴 뭐가 무서워요!”
눈을 말똥말똥뜨며 나에게 말하는 꼬마녀석이 귀여웠다.
“꼬마.. 너 이름이 뭐냐..”
“한시연!”
한시연. 그 세글자가 가슴에 콱 박혀버렸다.
그 녀석은 나에게 다가와 병원을 가자고 말했고, 작은 몸으로 날 부축했다.
나는 녀석에게 무겁지 않게 하려고 온갖 힘을 쓰며 버텼고, 큰 길가로 나오자 바로 택시 한대가 우리 앞에 멈춰섰다.
택시에 올라타자마자 나는 그만 정신을 잃어버렸다.
***
눈을 떠보니 그 꼬마는 없었다.
다가오는 통증만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눈주위로 얼굴, 팔에 칭칭 감은 붕대는 나의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이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내 한쪽 시야를 완전히 가리고 있었다.
“예끼, 인석아. 일어나!”
여전히 정정하신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듣고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다행히 많이 다친 것은 아니라 할아버지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있었다.
“꼬맹이는..?”
태혁이와 할아버지가 눈 앞에 보이니 안심이 되었고, 그 다음으론 불안했다.
꼬맹이가 내 눈에서 보이질 않으니.
“고마운 아이가 널 이곳까지 데려왔다! 그 아기가 없었으면 넌 길바닥에서 그냥 얼어죽었어!”
“알아요. 머리가 울리니까, 고함 좀 지르지 마세요.”
“아니, 그래도 인석이! 지금 내가 흥분을 안하게 생겼느냐?”
“아니까 이러잖아요.”
언제나 호통을 치시는 할아버지의 마음은 예전부터 잘 알고 있다.
날 강하게 키우려고 일부러 그러시는 걸 옛날부터 알고 있었다.
“괜찮다니까, 바로 퇴원하고. 집으로 들어와!”
“아..”
“싫다고 눈 하나만 깜짝해봐. 널 이렇게 만든 놈들보다 더 독하게 만들어줄테니까!”
할아버지의 명을 꺾을 수는 없었다.
일단 병원을 퇴원하고 할아버지의 집으로 들어갔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안정되지 않는 마음을 가라앉힐 수는 없었다.
형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었고, 인정하기 싫었다.
내 옆에 웃고 떠들던 사람이 없다는 느낌은... 느낌을 말할 수 없었다. 느끼지 못했으니까...
그렇지만, 형의 기운을 느낄 수 없는 이유는 또 한가지가 있었다.
할아버지의 고된 훈련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만큼 힘들어 형의 기억을 잠시나마 잊고 살 수 있었다.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써라.”
“지금.. 아무것도.”
“써!”
내게 붓을 던져주며 호되게 말하는 이 분이 처음엔 원망스럽기도 했다. 누구보다도 아파할 가족인데 어째서 더 태연한 것일까. 처음부터 아무도 없었다는 것처럼..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지..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일 뿐이었고, 나의 잘못된 생각이었다.
늦은 밤 눈물을 흘리시며 형의 사진을 닦으시고 계셨을 때.. 내 착각이었고, 날 강하게 기르시기 위한 것임을 알았다. 나는 그 때부터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를 위해서, 애기 조카인 준이를 위해서. 정신차려야 된다.
오인경이 버려놓고 가버린 내 조카, 준이를 떠앉게 되면서 더 빨리 정신을 차릴 수 있었던 것 같다. 형 대신 아빠 노릇을 해야 했으니까.
일어나야지. 쓰러지지 않아야지. 내가 정신을 차릴 때, 내가 초연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을 때,
그 때 한시연이라는 꼬맹이를 다시 만났다. 그 꼬맹이는 교복을 입은 채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눈물을 흘리며 노래를 부르는 그 모습을 보고 난 번개를 맞은 듯 머리가 멍했다.
그 꼬맹이의 노래소리가.. 내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그리고 그 꼬맹이의 꿈이 가수라는 걸 알았을 땐.. 난 내 꿈도 동시에 정해버렸다.
엔터테인먼트 쪽으로 손을 돌렸다. 태혁이와 바쁘게 일을 추진해 나갔다.
일본의 연예계 동향을 살피러 간 날, 시라이 젠이라는 녀석을 만났다.
그리고 후와 도광이도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세명의 남자아이들을 죽을 힘을 다해 키웠고, 밑바닥부터 천천히 올라갔다.
몇 년의 공을 들인 결과, ‘W’ 엔터테인먼트가 연예계에서 크게 자리를 잡았다.
한국에서 일순위인 기획사가 되었다.
그런 다음... 꼬맹이를 만났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우연을 가장하여 찾아서 만났다.
애들을 풀어서 알아보았다. 시연이에 대해서. 쉽게 만날 수 있게 도움을 준 건 그녀의 아버지였다.
도박에 미쳐 하루에도 도박장을 몇 번씩 들락날락 거리다, 결국엔 돈을 다 잃고 거지가 되어있는 그녀의 아버지였다.
당연히 우리 애들이 돈을 꿔주게 되었고, 그의 빚으로 인해 시연이와 난 만날 수 있었다.
내가 밑바닥을 다져놓을 동안, 그녀의 꿈이 변해버리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그동안 지켜보아왔던 시연이는 한번 결정한 건 죽어도 하는 뚝심도 열정도 끈기도 근성도 있었다.
난 그녀를 믿었다.
***
“오늘 많은 가수분들이 별들의 자리를 빛내주러 오셨습니다. 한해동안 우리 가요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알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지요.”
“네, 맞습니다. 한 해동안 수고해주신 가수분들께 드리는 상의 의미는 더욱 크겠죠.”
“자, 이제부터 한국 가요대상을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신인상 시상이 있겠습니다. 시상은 전년도 수상자인 그룹 허니가 시상하겠습니다.”
가요대상이 시작되었다. 많은 가수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날.
시연도 물론 하얀 드레스를 입고 참석했다.
우아한 모습으로 자리에 앉아있는 시연은 PP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시연의 주위로 경호원들이 앉아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모두 시연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신인상 누가 받게 될까?”
VCR로 보니, 올해 아주 많은 신인들이 나와서 활동을 했다.
물론 시연도 후보에 올라있었다.
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룹 허니가 발표하는 신인상 수상자가 나왔다.
“러브송의 러브플라이, 축하합니다!”
띠리리리.
회관 밖에서 있던 시우가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발신자는 역시 찍혀있지 않다. 누군지 이젠 감으로 알 수 있다. 그 남자다.
“여보세요.”
-권시우 사장님, 어떻게 잘 지내셨습니까?
항상 시우의 예감은 정확하다.
“잘 지냈겠습니까? 보내주신 애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군요.”
상대쪽이 말을 머뭇거리는 것이 눈에 훤하다.
시연에게 당한 상대방 놈 하나는 아직도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
-내 요구가 무엇일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궁금해야 합니까?”
질문으로 일관하는 시우의 태도에 남자는 말을 잇지 못하다 여유있는 척 말을 내뱉었다.
-오늘 중요한 행사가 있는 거 같던데, 쳐들어가면 참 볼만 하겠군요. 안그렇습니까?
“참 볼만 하겠습니다. 생방송으로 모든 이에게 알굴을 알리고 싶다면 오십시오. 막지 않겠습니다.”
-하하하. 너무 얕잡아 보고 계신 거 아닌지. 우리 애들 데리고 그냥 밀고 들어가면 저흰 끝입니다. 하지만 뒷일 생각하지 않는 무식쟁이들이니 말 다했지요.
한번쯤은 정면대결을 펼쳐야 했다. 그냥 넘어가기엔 너무 찜찜했다.
물론 덤벼들 수는 없겠지만, 벌집을 쑤셔 놓았으니, 저쪽 상대방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밀고 들어올 것이다.
그리고 지금 저쪽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덤빌 작정인 게 눈에 훤하다.
말한 그대로 뒷일은 생각지 않고 밀고 들어오는게 이 세계의 밑바닥의 놈들이 하는 짓 아닌가.
눈에 훤하다.
-오늘 만나지요.
이렇게 나올 줄 예상하고 있던 시우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럽시다.”
그의 짤막하면서도 강한 대답에 백상두는 움찔했다.
뭘 믿고 대뜸 대답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권시우다.
종잡을 수 없는 권사장의 행동에 살짝 백상두는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무서워도 칼을 뽑아들었으니 무엇이든 해보자는 심보였다.
-우리 애들을 보내드릴까요? 후후.
“그럴 필요없어.”
-갑자기 말이 짧아지셨습니다, 권사장님.
“길게 할 필요있나. 이 상황에. 어디야.”
-아, 하하. 그렇군요. 혼자 오셔야 하는 건 당연히 아시겠지요?
시우는 태혁에게 시상식이 끝나는 시간까지 시연을 안전하게 보호하라는 명을 내렸다.
“형님.”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무조건 자리 지켜.”
“형님, 위험합니다.”
“한번쯤은 부딪쳐야 할 놈들이니까, 이번에 깨끗하게 끝내야지.”
“제가 가겠습니다. 저한테 맡겨주십시요.”
태혁이 시우를 말렸다.
“내가 아니면 안된다잖아. 무슨 일 있어도 시연이한테는 얘기하지마. 시상식 끝나고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잘 말해. 무조건 시연이를 안심시켜야 돼.”
“형님, 전 못합니다.”
“할 수 있어, 한태혁.”
“형님.”
“죽을 운명이라면 죽겠지만, 난 살 거야. 너희들이 있으니까.”
시우의 슬픈 눈은 별빛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올해는 굉장한 가수분들이 가요계의 보석처럼 빛내주셨네요. 그렇죠?”
“예, 맞습니다. 한국 가요계가 이렇게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조금 지루해지기 시작한 시상식이다.
2시간동안 꼼짝없이 앉아있어야 하는 자리니 피곤할만도 했다.
시연이 노래를 부르는 차례를 기다리다 대기실로 달려갔다.
신인상이 다른 사람에게 가버렸으니, 조금 속상할 만도 한데, 여전히 웃으며 다른 가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시연을 보니 채소아의 마음이 또 한번 뒤틀렸나보다.
일본에서 구해준 것도 벌써 잊어버렸는지, 시연에게 한마디 톡 쏘아붙였다.
“신인상도 못받고, 신인이 신인상을 못받으면 이젠 무슨 상이 남았겠어?”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사악하게 말하는 채소아를 보니, 시연은 기분이 팍 상했다.
물론 신인상! 못받아서 속이 조금 상했지만, 즐거운 가수들의 축제 아닌가.
자신의 노래를 많은 사람들이 사랑해준 것도 감사한데, 상은 보너스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상을 못받았다고 핀잔을 받으니 시연은 뚜껑이 열렸다.
“그래. 신인인데 신인상을 못 받았어. 근데 넌, 그러는 넌 신인도 아니고 3집까지 냈으면서 왜 상을 못받은 건데?”
반말로 쏘아붙이는 시연이 기가 막힌지 얼굴에 경련을 일며 노려보는 채소아다.
“뭐? 뭐? 뭐 이딴 게.”
“뭐 이딴 게 다 있냐고? 이딴 것도 있고, 저딴 것도 있으니까, 조용히 해. 난 이딴 게 아니라, 한시연이야! 그리고 일본에서 내가 구해줬던 거 생각 안나니? 고마운 줄도 모르고 왜 또 성질을 돋궈?”
머리 나쁜 채소아가 이제야 일본에서의 일이 생각났는지 입술만 꽉 깨물고는 시연을 노려보았다. 그러다 불똥이 시연의 자크를 올려주고 있는 새린에게 튀었다.
“야! 너! 일로 와봐.”
채소아가 갑자기 새린을 지목하며 손가락질 하자, 열이 오른 시연이 새린의 앞을 가로막으며 채소아에게 소리를 질렀다.
“내 사람한테 무슨 짓이야?”
“내 이미지 실추시키고 한시연 뒤에서 하녀같이 일하니까, 좋니?”
“채소아.”
어느새 대기실로 들어와 앉는 PP애들이 보였다.
시라이 젠이 선배고 뭐고 없이, 그녀의 이름을 정확하게 꼬집어 불렀다.
“이 좋은 날에 그만 좀 하지. 그 컨셉 훔쳐다 줬어도 좋아라 쓴게 누군데, 그 쪽 아니야?”
“뭐?”
채소아가 기가 막히다는 듯이 답문하자 시라이 젠이 똑바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을 던졌다.
“‘뭐?’라는 말 좀 그만 할 수 없어? 뭐, 뭐 밖에 몰라?”
“뭐? 허.”
“곧 네 무대니까, 나가봐.”
시라이 젠이 채소아에게만은 칼같이 냉정한 모습이다.
나가라는 시라이 젠의 말에 가만 있을 수 없는 채소아가 달려들려고 할 때, 밖에서 여자스탭이 대기실 문을 노크했다.
“채소아씨 스탠바이 해주세요!”
채소아는 성질을 꾹 참고 뒤돌아섰다.
그리고는 대기실 문을 소리나게 닫고 나갔다.
채소아가 나가고 난 대기실은 밝은 해가 떠오른 아침처럼 평온했다.
“사장님 어딨어? 안보여.”
시연이 울상을 지으며 PP들에게 물었다.
셋 다 어깨를 으쓱 하며 모르겠다는 행동을 취하자, 시연은 맥이 빠진 채로 의자에 털썩 앉았다.
“보고싶다.”
그녀의 진심어린 말에 PP들은 시연을 가만히 쳐다보기만 하였다.
시우와 떨어져 있는 2시간이라는 시간이 어쩌면 너무나 긴 시간일지 모른다.
사랑을 하고 있는 시연에게는….
꺅 너무 재밌어요 >ㅁ<
진짜 재미있는데.. 왜 다음편이.ㅠ..
오홋, 역시 재미써욤!! 이때 시연이 아마 대상받죠???푸히잇,
담편은 어딧어ㅠ.ㅠ재밋는뎅..
다음편은...왜...없는거죠...ㅠ^ㅠ
담편 언제 나와요?? ㅠ0ㅠ
히잉ㅠ이게 끝인가요?? 담편도 올려주세요 ㅋ 기대할께요^^
담편도 올려주세요~ 보고 싶어요!! 완결까지 쭈욱^^
채소아 저거저거 은혜도모르고 카악 퉷
><재밌어요
채소아 정말 나쁘네요~ ㅋㅋ
시우는 어떻게 되는지.....
아 벌써 한편밖에 안남았어..ㅠㅠ
채소아 아유..........-_-....시우는 제발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ㅠㅠㅠ
다음편이나왔다
아진짜완전짱잼있써요 !!!
시우안다쳤음...
와우~~정말 기대만땅 햇던 소설만큼 대단해요 단편 빻리 부탁해요
시우 다치면 안되는데...
걱정도되고 기대도되네요 ^^
시우ㅠㅠ죽으면안돼!!살아서 돌아와~
시연이 대상받고 시우안안다치고 곱게 돌아왓으면
완전 재미있어요~ 꺅 시우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