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한국인들이 필리핀으로 여행을 오면 찾는 곳은 정해져 있다. 보홀과 보라카이 그리고 말라파스콰 정도. 그 외의 아름답고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그리고 무엇보다 가격면에서 마음을 놓이게 하는 곳은 정보 부족(?)으로 많은 분들이 필리핀 관광을 한정되게 하는 것 같다. 하여 오늘은 필리핀의 새로운 여행지, 반타양을 소개하고자 한다.
실제로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온 학생들 혹은 관심이 있어 필리핀에 대한 정보를 찾아본 이들에게는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관광지일 수 있으나 이 역시 어떤 분에게는 최신 정보가 될 수 있어 소개하니 식상한 소재라고 탓하지 마시길 바란다. 필자도 필리핀에 와서야 이런 곳이 있구나 라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어디를 여행 하든지 적은 인원보다는 많은 인원이 참여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듯 필리핀에서의 여행 역시 이점이 중요하다. 총 8명이 함께 한 반타양 여행은 반타양의 아름다운 사진에 혹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에메랄드 빛(너무 식상해도 어쩔 수 없다. 실제로 가서 보면 바로 에메랄드 빛이 이런 것이로구나라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바다와 푸른 하늘 그리고 하얀 백사장, 책에서 수 없이 이용한 미사여구일지라도 한 번 더 사용하게 되는 사진 속 풍경은 재빠르게 짐을 싸도록 하였고 우리는 그렇게 속도감 있게 출발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와 달리 건기와 우기 딱 두 시기로만 정해져 있는 필리핀의 날씨 중 현재의 필리핀은 우기에 해당하는 시기이다. 그래서 하루에도 여러 번 빗방울이 땅을 적시고 말리기를 반복한다. 참고로 필리핀 현지인에게 물어본 결과, 필리핀 사람들은 우기 보다는 건기를 더 좋아한다고 한다. 따뜻함을 넘어 찌는 날씨에 상대적으로 적응이 된 필리핀 사람들에게 더운 날씨는 새로울 것이 없지만 우기의 습한 날씨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불쾌지수를 높이나 보다. 여하튼 지금이 우기이니 비는 각오해야 한다. 다만 파란 하늘이 자주 우리 앞에 나타나기만을 바랐는데...가는 첫날부터 하늘이 심상치 않았다.
우중충을 넘어 먹구름이 떼로 몰려오는 하늘 아래로 벤을 타고 3시간가량 달려 도착한 항구. 바다 냄새가 벌써 코를 먹먹하게 만들고 일본에서 들여온 중고 배에 올라탄 우리는 한 시간이 지나서야 반타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참고로 학생증이 있으면 할인을 받을 수 있기에 배 값이 훨씬 경제적이다.(한국 대학교 학생증도 할인이 가능하니 하나 정도 챙겨서 떠나시는 게 이득이다.) 제대로 짠내 나는 바다를 옆에 끼고 하루 동안 우리를 버틸 수 있게 할 식량을 양 손에 가득 쥔 채 우리의 숙소로 향했다.
파란색 바다와 하얀색 백사장은 사진 속 모습과 닮아 있었으나 왠지 에메랄드빛은 아니었다. 그 이유는 하늘. 검디 검은 먹구름 덕분에 사진 속 풍경을 제대로 느낄 수는 없었다. 어쩌랴 먹구름을 청소기로 빨아드리기도 힘든 걸, 다행히 반타양으로 향하는 배에서 만난 필리핀 아저씨가 내일은 날씨가 좋다했으니 아저씨 말을 믿기로 하고 오늘 계획된 일정을 따르기로 했다. 혹시나 제 글 덕에 반타양의 이미지가 잘못 그려질까 걱정되어 한마디 하자면, 우기임에도 하늘이 먹먹하고 어두컴컴했지만 그럼에도 반타양은 예쁜 해변을 가진 곳이었다. 어쩌면 뜨거운 태양을 구름이 가려주고 있어서 놀기는 더 좋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너무 이상한 그림을 마음속에 혹은 머릿속에 그려 넣지는 마시길 바란다.
반타양에 가면 들려야 하는 장소 중 하나가 cave pool이란다. 이름 그대로 동굴 수영장이다. 동굴 수영장을 낀 리조트도 있지만 우리가 묵었던 숙소에서는 동굴 수영장과 연계된 곳이라 교통비만 지급하면 공짜로 이용할 수 있었다. 잘 정돈 된 내부와 다양한 수영장이 마련 된 (동굴 수영장을 끼고 있는)리조트는 확실히 좋아 보였다. 특히, 처음 경험해 본 동굴 수영장은 나름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그리 깊은 동굴은 아니었으나 놀 공간이 제법 있고 동굴이라는 그 자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새로움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기에 한번 쯤 방문해 보시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바닥이 모두 돌이고 이따금 날카로운 돌이 있을 수도 있으니 발 조심하시길!
동굴 수영장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활동 중 하나가 스노쿨링이다. 작은 배를 타고 주 섬 보다 작은 섬으로 들어가는 것을 호핑이라 하는데 호핑을 해서 작은 섬에 들어가면 현지인들이 잡은 여러 해산물로 된 조촐한 sea food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작은 새우와 오징어, 게찜, 돼지고기 꼬치, 그리고 잎으로 싸서 찐 밥이 sea food라는 이름으로 나온 요리들이었는데 맛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식사 후, 바다 속 세상을 즐길 수 있는 스노쿨링을 하는 것이 호핑의 전체 과정이 되는데 이 역시 반타양에서 즐길 수 있다. 우리는 전날과 다르게 사진 속 그 따사로운 태양이 작렬 하는 다음날 호핑을 떠나게 되었다. 직접 섬에 가서 식사를 하고 스노쿨링을 하는 것도 즐거움이 되겠지만 개인적으로 주 섬에서 작은 섬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매우 행복했고 즐거웠다. 상상해 보시라! 푸르다 못해 연한 청록색 바다가 햇살에 비춰 반짝이고 있고 그 사이로 작은 하얀색 배에 앉아서 시원한 바다 바람을 맡는 것을. 정말 광고 한 편, 영화 한 편이 부럽지 않은 시간이다.
스노쿨링을 할 때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게 되는데 마스크에 연결 된 줄이 탄탄한지, 얼굴에
딱 맞게 고정되어 코로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는지 등을 잘 살펴야 한다. 그리고 제대로 바다 속 모습을 보고 싶다면 물안경에 적당히 침을 묻혀 닦은 후 바닷물로 살짝 헹궈 착용하면 만화 영화에서 보았던 니모도 만날 수 있다.
해변의 아름다움과 우리네 가을 하늘같은 높고 푸른 하늘 그리고 다양한 경험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필리핀 반타양에서 얻을 수 있다. 1박 2일. 짧지 않은 시간, 개인적으로 현실을 벗어나 잠깐의 여유와 만나 웃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새로운 곳,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의 여행. 물론 시간적, 경제적으로 많은 부분이 허락해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글을 통해 잠깐의 즐거움을 간접적으로 만끽할 수 있었다면 그 역시 현실을 벗어나 잠시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학생들은 학기가 시작되어 모두 학교로 돌아가고 직장인들도 여름휴가를 끝내고 본래의 장소로 다 복귀한 10월. 이 글이 제 자리에서 충실히 살아가는 많은 분들께 현실에서의 나른함과 지루함을 뒤로 하고 잠깐의 즐거움 혹은 새로운 여행 계획의 좋은 정보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