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쇠나무
글·사진 / 정헌관(임업연구원 산림유전자원부)
학명:Acer mono
단풍나무류 중에서 가장 크게 자라는 고로쇠나무는 뼈에 좋다는 수액뿐만 아니라 잎은 설사를 멈추게 하는 약으로, 수피는 골절상과 타박상을 치료하는 데 쓰여 온 유용한 나무이다.
통일신라시대 도선국사(898년)가 전라도 백운산에서 오랫동안 좌선을 하여 마침내 도를 깨우치고 기쁜 마음으로 일어서려고 하는데 너무 오랫동안 좌선을 한 터라 무릎이 펴지지 않았다.
마침 옆에 있는 나뭇가지를 잡고 다시 일어서려는데 이번에는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바람에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그런데 찢어진 나뭇가지를 보니 물이 방울방울 맺혀 떨어지고 있어 갈증이 있는 터라 그걸 받아 목을 축이게 되었다.
그런 후 다시 일어나니 펴지지 않던 무릎이 신기하게도 쭉 펴지는 게 아닌가? 그 후 도선국사는 이 나무에서 나오는 물이 뼈에 좋다고 하여 골리수(骨利樹)라고 불렀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이 말이 변해 고로쇠나무가 되었다.
사람들이 고로쇠나무의수액을 먹기 시작한 것은 아주 오래 되었는데 최근 들어 이들의 약리적 효능이 밝혀지므로서 더욱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고로쇠 수액의 주성분은 포도당, 자당, 과당 그리고 비타민A·C 및 불소, 망간, 철 같은 미네랄과 효소성분으로 관절염, 신경통, 요통, 중풍방지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매년 백운산 자락을 비롯하여 고로쇠 수액이 많이 생산되는 곳은 항상 문전성시를 이루는데 경칩 때를 중심으로 약 일 주일 동안에 나오는 것이 가장 효험이 크다고 한다.
고로쇠나무 겨울눈이 봄을 감지하면 옥신(auxin)이라는 전령 물질을 각 기관에 보내는데 뿌리가 이를 감지하고 물과 양분을 지상부로 올려보낼 때 사람들이 나무에 구멍을 뚫고 빼내게 되는 것이다.
너무 과도하게 수액을 채취하면 영양이 결핍되어 한여름에도 잎이 누런색을 띠게 된다.고로쇠나무는 자웅 동주로 5월에 연한 황록색 꽃이 피고 가을이면 프로펠러처럼 생긴 종자가 바람에 날려 멀리까지 가게 된다. 단풍나무류 중에서 가장 크게 자라며 단풍 또한 고와서 조경수로 많이 심으며 목재 또한 매우 단단하고 질겨서 체육관 마루판으로 최고며, 피아노와 같은 악기 또는 운동기구재로도 많이 쓰인다.
신비로운 생명수라고 할 수 있는 수액도 좋지만 옛날부터 잎은 설사를 멈추게 하는 약으로, 수피는 골절상과 타박상을 치료하는 데 써왔다.
고로쇠나무는 주로 지구 북반구에 분포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전국 계곡부 습윤한 데서 무리를 이루며 생육하고 생장이 빠르나 공해에는 약하다.
10월경에 종자가 익는데 이때 채취해서 노천매장한 후 이듬해 파종하면 된다.
발아율은 약 30%밖에 안되지만 종자가 많이 달리니까 증식하는 데는 문제가 없고 2년생 묘목을 산에 식재하면 된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복잡한 지형구조와 뚜렷한 사계절 때문에 식물이 거기서 적응해 나가기 위해 다양하게 진화했고, 그들 식물이 만들어 내는 2차산물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우수하다는 것은 이미 은행나무에서 밝힌 바 있다. 아울러 고로쇠나무 수액의 우수성도 마찬가지일 것이며, 또한 이와같은 3차기능식품의 중요성과 경제적 가치는 세월이 가면 갈수록 더욱 커질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