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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드디어 꿈에 그리던 멕시코(Mexico) 바하(Baja) 캘리포니아(Califonia)의 카보 샌 루카스(Cabo
San Lucus)에서 장장 22시간 떨어진 소코로 섬을 향해 밴쿠버를 출발했다. 카보 까지는 밴쿠버에서 약 5시간 비행기로
이동해야 하며 그 후 배에서만 9박10일간의 다이빙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공항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그동안 밴쿠버로 이민 와서
겪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친구나 친척 등 아는 이 하나 없는 이곳 밴쿠버, 이민 첫 날 아무도 마중 나오지 않은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모텔에 도착, 그 후 임시거처를 얻기 전까지 피난 아닌 피난민 생활을 해야 했다. 낯설음에 겁먹은 표정이던
우리 꼬마들, 철없는 아내, 모든 일은 남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하나하나 개척해 나갔다. 물론 적지 않은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이런
시뮬레이션(simulation) 덕에 확실하게 또 남보다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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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3년 후부터 점차 여유가 생기자 다이빙에 대한 욕구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곳 밴쿠버는 인구 약 200만에 중국계
캐나다인이 약 30%, 한국인은 약 5만명 정도로 전체 인구의 2%가 채 안되는 상황이다. 한국인 다이버를 수소문 해 본 결과
한국에서 다이빙을 했었다는 사람들만 몇 명 있을 뿐 실제로 이곳 밴쿠버에서 다이빙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다이빙은 꼭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끼리 해야 되는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었고 가까운 우리 동네의 다이빙 샵(shop)에서 현지 다이버들과
교류를 점차 넓혀 나갔다. 처음 몇 달간의 서먹서먹하고 낯설었던 분위는 연속적인 다이빙 투어로 점차 해소되었고 한국에서 떠나오기
오기 전 수중사진을 좀했었지만, 주먹구구식의 촬영에서 벗어나고 싶어 UBCPS(Underwater British Columbia
Photographic Society)라는 브리티시 콜롬비아 주를 대표하는 수중사진가 모임에도 가입했다. 전문적인 사진가들은
아니지만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토론 및 사진감상, 그리고 사진 투어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며 인원은 약 25명, 그 중에는
잡지사에 사진을 파는 이도 있다. 촬영장비는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지만 대부분 한국과 비교해 열약한 편인데
니코노스(Nikonos)V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고 조그만 자동 디지털카메라에 하우징을 결합하여 사용하는 이들이 태반이다.
하지만 사진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이 곳 밴쿠버지역은 수온이 매우 추운지역(겨울/평균 섭씨 6~7도,
여름/평균 섭씨12~13도)이라 드라이수트는 필수라 할 수 있다. 평소에 드라이수트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 할 수 없이 이곳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생각과 달리 바다 속은 포인트마다 다양하고 해양생물이 풍부해 수트의 불편함을 해소하기에 충분하다.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밴쿠버(Vancouver)를 길게 가로막고 있는 밴쿠버 섬(Vancouver Island)은 크기가 남한
면적의 약 2/3로 세계에서 NO.1 찬물다이빙 지역으로 매년 선정된다. 물색은 초록이고 물의 농도가 진해 수심 15m이하로
내려가면 거의 나이트다이빙 수준이다. 따라서 라이트는 필수품이며 광각사진을 찍기는 좀 어려운 형편이다.
어느 정도
찬물 다이빙에 적응이 됐을 시점, 우연히 이곳 다이빙잡지를 보다가 소코로 섬 다이빙에 관한 광고를 읽고 나 홀로 여행에 나서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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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코로(Socorro)섬의 전진기지, 카보 샌 루커스(CABO SAN LUCUS) |
밴쿠버에서 약 5시간의 비행 끝에 드디어 카보(CABO)공항에 도착했다. 밴쿠버와는 1시간의 시차, 그리고 서울과는
16시간의 시차이다. 세관수속을 마치고 나오니 훈훈한 멕시코 바람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얼마나 벼르고 벼르던 곳인가! 아내와
아이들의 이해와 독려로 혼자만의 여행이 가능해진 것이 아니겠는가? 고맙소! 아내는 항상 체념으로 떠나는 나를 배웅한다. 어차피
말려봐야 소용없는 역마살이낀 방랑객임을 이미 아는 현명함 때문일까? 배에 승선하기 전 짐이 도착하지 않는 불상사에 대비하고,
이곳은 처음이라 이틀을 카보에서 묵기로 했다. 공항에서 카보까지는 약 30여분, 모텔에 도착해서 여장을 풀었다. 조그만 공간이지만
고독한 이 한 몸 머무르기에는 충분한 공간이다. |
여장을 풀고 나니 시장기가 느껴졌다. 다운타운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 카보의 야경이 나를 반겼다. 멕시코 고유의 음악이
온 도시를 감싸고 있었고 많은 현주민들과 관광객들이 서로 어우러져 밤을 보내고 있었다. 나 또한 낯선 곳의 신비함을 즐기며
어느새 그들 사이로 녹아 들어가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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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늘어지게 늦잠을 잔 후 다시 카보의 정찰에 나서기로 했다. 카보 샌 루카스( CABO SAN
LUCUS)/이하 카보로 칭함)는, 그러니까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로스 엔젤레스(Los
Angeles)-샌디에고(San Diego)-티후아나(Tijuana)로 이어지는 캘리포니아 반도의 맨 끝부분이다. 과거에는 전부
멕시코 대륙이었지만 미국과의 전쟁에서 패한 후 티후아나 위쪽의 땅들은 미국에 빼앗기고 말았다. 북미대륙의 지도를 살펴보면 서해안을
따라서 길게 늘어진 반도의 끝부분이 바로 카보인 것이다. 카보는 1538년 Herman Cortes라는 스페인의 탐험가가
처음으로 La Paz(라파즈)라는 카보에서 차량으로 약 2시간30분정도 동북쪽에 위치한 지역을 탐험하면서
캘리포니아(California)로 불렸었다. 그리고 이곳 바다도 이 탐험가의 이름을 따서 Sea of cortes라고 불리게
되었으며 이후 16,17세기 이후 몇몇의 탐험가들이 이 사막지역을 통과하였고, 마침내 17세기경 이 지역에 무려 17개의
전도단(예수교)을 설립한Jesuits라는 사람에 의해 정복되었다. 이때 San Jose del Cabo,Cabo San
Lucus라는 이름이 지어진 것이다. 모든 과거의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수많은 나라들이 강한 대륙 민족에 의해 침략되어 역사에서
사라지곤 했는데 이 중에서 종교를 빙자한 무자비한살육과 침략 또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로봇 드니로(Robert
Dinrio)라는 배우가 주연한 미션( Mission)이라는 영화를 보면 이러한 부분이 잘 드러나 있다. 각설하고 도시 중심가를
돌아보고 난 후 반도 끝쪽의 독립문 모양의 아치를 보고 고래, 바다사자, 그리고 펠리컨 등을 둘러보는 요트에 승선해서 즐거운
항해를 즐겼다. 무한대로 공급되는 맥주와 칵테일로 배 안은 마치 파티장을 방불케 했다. 미국에서 온 많은 관광객들이 흘러간 팝송,
술, 그리고 바다에 취해 녹아 들어가고 있었다. 이 3시간의 풍류가 미화로 39불이니 비싼 것은 아닌 듯싶다. 배에서 내리니
벌써 저녁시간이다. 어제는 폼 잡고 레스토랑에서 거하게 먹었으니 오늘은 좀 수준을 낮추어야지 싶어 슈퍼에 들어가 미국식 컵라면 두
개를 사서 모텔로 들어가 저녁식사 후 휴식을 취했다. 다음날부터 시작되는 멋진 항해를 꿈꾸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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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항해 |
이번에 우리가 항해하게 될 Revillagigedo(발음은 Reh vee ah hey do)는 샌 배네딕토(San
Benedicto), 그 유명한 소코로(Socorro), 파티다(Partida), 그리고 Clarion라고 불리는 총 4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번 여행 중에는 San Benedicto와 SSocorro, 그리고 Partida섬에서 다이빙 계획이
잡혀져 있다. 발음하기가 어려워서 통상 다이버들은 이 지역을 소코로(Socorro)라 부른다. 항해는 카보에서 출발할
예정이었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라파즈(La Paz)에서 출발하게 되었다. 피치 못할 사정이란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영업을 하는
솔마(Solma)라는 리브-어보드 회사가 항만청에 로비를 해서 카보에 우리 배를 정박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하여간 이런 인간들이
세계에 고루 퍼져 있는 것이 신기하기까지 할 지경이다. 이 사건 때문에 카보에서 출발하면 22시간이면 도착할
소코로(Socorro)섬에 무려 열 시간 늘어난 32시간의 항해로 바뀌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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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즈는 바하 캘리포니아(Baja Califonia)의 주도(capital city)로 평화라는 뜻을 가졌으며 1811년
멕시코 원주민, 탐험가, 그리고 해적들에 의해 만들어진 도시이고 원래 지명 수배된 범죄자, 혁명가들의 은신처였는데 이제는 새로운
지역의 탐사에 목이 마른 생태 탐험가, 승마, 낚시, 카약, 그리고 고래탐험의 중심지가 된 것이다. 이 도시는 사막의 오아시스에
세워졌는데 거리에는 코코넛, 야자수, 그리고 월계수 나무가 질서 있게 심어져 있다. 또한 이곳은 사진가들의 꿈의 대상으로 환상적인
해변과 아름다운 석양을 촬영하고자 많은 사진가들이 이곳으로 몰려온다고 한다. 이미 카보에 도착해 있는 다이버를 태우고 우리
모텔에 밴이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10분, 2시간 반 정도의 차량 이동 후 항구에 도착하니 노털러스(Nautilus)의 선원들이
우리를 반갑게 반긴다. 드디어 9박10일간의 항해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배에 올라서 지정해주는 방에 여장을 풀고
마이크(Mike)의 항해 일정이 길어진 것에 대한 정중한 사과와 다이버들의 간단한 자기소개가 있었고 저녁 식사 후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Nautilus Explorer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건조된 배로 배의 주인은 마이크(Mike)와 그의 투자자들이며,
마이크(Mike)는 이 배의 선장이기도하다. 부인은 주로 영업을 맡고 있으므로 마이크는 매 항해 때마다 그의 부인과 이별 아닌
이별을 해야만 한다. 이 배에는 두 개의 특실과 6개의 일반객실, 그리고 6개의 3등실로 되어 있고 길이는 116피트 ,폭은
27피트, 최대속도 18노트(knot), 그리고 순항속도는 12~14 노트(knot)이다. 노털러스는 매년 10월에서 4월까지는
맥시코(MEXICO)에서 그 외의 계절은 밴쿠버 및 알래스카에서 리브- 어보드(Live-aboard)다이빙 영업을 한다. 이배의 웹
사이트는 www.nautilusexplorer.com 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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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30분, 아침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내려가니 배의 우현으로 카보가 보인다. 무려 12 시간 만에 다시 배로 카보를
지나게 되었다. 그놈의 솔마Solma) 때문에 말이다. 하기야 노털러스 이전에는 솔마 혼자 독점을 하고 있다가 자기 배보다 시설과
성능이 훨씬 좋은 배가 나섰으니 그런 로비를 할만도 하겠지만 싸움은 항상 평등하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오늘은 배에
승선한 다이버들을 차분히 살펴보니 전부 100% 미국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Santa Babara 다이빙클럽에서 온 이들도
과반수나 되고 연령은 70%가 내 나이 보다 많다. 최고령자는 72세인 린(Lynn 으로 비디오그래퍼인데 실력이 프로를 뺨치는 것
같았다. 무료한 시간에 본 그의 비디오는 승객들과 선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산타 바버라에서 온 Cynthia(신시야)라는
자는 나와 태어난 달과 년도가 똑같고 날은 나보다 5일 먼저 태어났는데 자기가 나보다 5일 먼저 태어났다고 말끝마다 주장한다.
그래! 언니가 누나 해라! 하지만 그녀의 우기면서도 수줍어하는 동양적인 태도가 전혀 밉지만은 않았다. 무료한 32시간의 시간을
가져온 책과 유머로 풀어나가며 누구하나 불평 안하는 이들을 보면 귀엽기까지 했다. 그래! 내일을 위해서 다들 참읍시다. 내일
아침부터 탐험하게 될 Revillagigedo는 카보에서 남쪽으로 250마일 정도 멀리 떨어진 제도(Archipelago)로
멕시코의 갈라파고스(Galapagos)라고 불릴 만큼 22ft까지 자라는 대형만타와 5~6마리의 만타가 동시에 출현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그 외 햄머 헤드 등 많은 상어류, 투나, 고래상어 등 회유 어종들이 자주 출현 하는 곳이기도 하다. 해류와 기류 때문에
오직 늦은 가을부터 3월까지만 사람의 접근을 허용하며 리브-어보드 다이빙만이 가능한 곳이라 이곳 북미 다이버들의 꿈의
목적지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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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타의 놀이터 San Benedicto 섬 |
아침 06:30분, 드디어 섬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카보를 출발한지 38시간 만에 섬에 도착한 것이다.
07:30분, 아침을 먹고 다이빙에 관한 브리핑을 Mike가 한다. 첫 번째 다이빙은 체크다이빙으로 09:16에 입수하였는데
체크다이빙이라 기대도 안했건만 이건 좀 처음부터 너무하다. 바닥은 모래에 조금 앞으로 나가니 그만그만한 바위만 보이고 열대바다에서
흔히 보이는 물고기 종류만 보인다. 마크로로 조립하길 잘했지! 혼자 속으로 자찬하며 피사체를 찾으니 마땅한 게 없다. 겨우 한
바위에서 아주 조그마한 고비(Goby: 문절망둑)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성냥개비의 대가리만한 크기의 고비가 구멍 속에서
들락날락한다. 게다가 심한 서지까지 나를 괴롭혔다. 수심 22m에도 이렇게 서지가 심하나? 겨우 2장을 찍고 있는데 가이드가
서지가 더욱 심한 곳으로 나를 이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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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마음이 없는데도 성화에 겨우 따라갔다. 서지가 아치 형 굴을 통과하니 더욱 심해졌다. 근데 이
친구가 흥분해서 자꾸 전방을 가리키기에 살펴보니 겨우 화이트 팁 상어 한 마리 보고 야단이다. 꿀밤을 한번 줄까 하다가 참았다. 공
기가 다 떨어져간다. 이젠 출수해야겠다고 가이드를 잡아끄니 무슨 일인가 한다. 이놈아! 공기가 다 떨어졌잖아! 게이지를 보여주니 또
흥분하기 시작한다. 이 친구는 30세도 안된 젊은 친구로 남아프리카에서 밴쿠버로 5년 전에 이민와 밴쿠버 다이빙 삽에서 일하다가
나보다 하루 먼저 온 친구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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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후, 보일러(Boiler)라는 만타가 빈번하게 출몰하는 포인트(point)로 이동했다. 보일러는 바다에서 솟아오른
용암 봉우리로 산호초는 거의 없고 암반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암반에 붙어있는 작은 해초류가 작은 생물들의 먹이고 이 작은 새
생명체는 다시 큰 어류가 먹는 식의 먹이사슬이 잘 이루진 곳이다. 아마 태국의 시밀란 섬 근처의 위셀 위락(Richelieu
Rock)이란 곳을 다이빙한 독자라면 잘 이해가 되리라 믿는다. 이 포인트는 봉우리 끝이 수심 약 5m에 위치해 있고 ,바닥은
50m정도이며 모래이다. 특이한 점은 원래 만타는 거리를 잘 안주고 금방 떠나는데 이곳의 만타는 사람과 노는 것을 즐긴다는
것이다. 이곳의 규칙은 장갑을 끼면 안 되고 눈, 아가미, 그리고 꼬리를 만지면 안 된다. 그 외 등, 아랫배 등은 만져도
괜찮았다. 물론 등 위에 올라타서는 안 된다. 실제로 이곳에서만 3번 다이빙을 했는데 다이빙 할 때마다 3~4마리가 우리 일행과
모든 시간을 함께 했으며 심지어 배에 오를 때에도 배웅을 해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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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가지는 만타가 나타나는 곳이 대부분 시야가 좋지 않은데 이곳은 플랑크톤은 많이 있으나 시야는 30m이상이 나와
주었다. 참으로 특이한 다이빙이었던 것이다. 모든 다이버들이 대만족이었고 덩달아 선원들도 즐거워하였다. 이곳 다이빙 스타일은 몇
시부터 몇 시까지 풀(pool)을 open 한다고 하면(예를 들면 아침 9:00부터 오후6시까지) 준비 되는대로 자기가 알아서 몇
번이고 입수 하면 된다. 단 선원들이 한 다이빙이 끝나면 인터벌을 1시간 이상 갖도록 독려 한다. 배는 포인트와 아주 가까운
곳에 닻을 내리고 있으며 만일을 대비해 보조선을 대기시켜 놓고 있다. 조류는 다이빙 하는 동안 수시로 바뀌었고 물속 15m까지
서지가 있어 감을 잡기가 어려웠으나 신기하게도 만타만 나타나면 어디서 그런 다리 힘이 나는지 나도 모를 지경이었다. 몇몇을 빼곤
다이빙 실력들이 보통이 아니 었으며 심지어 스킨으로 20m이상 내려오는 60이 다 되가는 노익장을 과시하는 피터(peter)라는
다이버도 있었다. 오래되어 보이는 낡은 니코노스IV를 가지고 스킨을 해서 만타를 찍는데 그 실력이 보통이 아닌 것 같았다. 이분은
미국의 산타 바버라 지역에서 대형 동물을 구조하는 일을 자원봉사하고 있단다. 낚시 줄이 목주위에 심하게 걸린 바다사자, 그물에
걸린 고래, 해안에 본의 아니게 상륙돼 오도 가도 못하는 고래 등을 구조 하는 것이 이들의 임무란다. 그가 보여준 테이프를 봤는데
장비와 팀워크가 놀라웠다. 이곳은 만타말고도 큰 무리의 잭 피시(Jack Fish), 트레발리Trevalle),
혹돔(Mexican Hogfish), 참치(Tuna), 그리고 그 외에도 다양한 생물체들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이
배에는 10명의 승무원이 탑승해서 각각의 임무를 수행하며 항해와 다이빙에 만전을 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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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4일차, 다이빙으로는 2일차 되는 날이다. San Benedicto 섬 뒤쪽에 있는 캐년(Cannon)이라는
포인트에서 하루 종일 다이빙을 했는데 이곳에서는 실키 상어, 갈라파고스 상어, 헴머 헤드 상어, 그리고 만타 등이 나타난다고
했는데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실키 상어 한 마리 외에는 전혀 대형 피사체를 발견하지 못했다. 페드로 말대로 이곳에서 하루 종일
다이빙 할텐데 무슨 걱정이람. 커피 한 잔을 들고 갑판에 서서 섬을 바라보니 아무 생각이 없다. 이름이 Cannon(계곡)이지,
산호초 하나 없는 바다 속의 여였고 그 여가 약간의 계곡을 이루고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여진 듯하다. 여 주위를 자세히 살펴보니 그
속에는 곰치, 복어, 쑥감펭 등 많은 종류의 어류가 그 삭막한 곳을 지키고 있었다. 그리하여 두 번째는 60mm 마크로 렌즈를
준비하였다. 이곳은 수심이 여 꼭대기가 17m정도이며 정상부터 바닥은 완만하게 경사지어져 있는 지형이다. 이곳에서 계속 내려가면
수심은 점점 더 깊어진다. 만타의 클리닝 센터가 있고 각종 상어가 자주 목격 되는 곳이라고 한다. 이런 지형은 지나가는 대형
어류가 자주 출현하는 곳이다. 마스터인 죠시(Josie)의 말에 따르면 지난 주 투어에는 무려 15마리의 만타가 이곳에 모여 같이
놀았다고 한다. 놀랄 일이다. 만타가 그렇게 많은 무리를 지어서 다니는 것을 목격 한 바 없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난 마크로도
찍을 욕심으로 여를 잠시 뒤지고 다니면서 몇 피사체를 찍고 있었는데 갑자기 앞쪽에서 대형만타가 나타났다. 하필이면 마크로 장비
들고 있는데 나타나다니……. 어제 다이빙할 때 마다 3~4마리의 만타를 만났는데 오늘도 또 욕심이 생긴다. 만타에 붙어 다니는
빨판상어와 만타의 눈을 타깃으로 잡고 출격에 나섰다. 등은 검은색이고 배는 커다란 하얀 점이 있는 놈이었는데 내 주위를 계속
선회하면서 좀체 떠나질 않았다. 가만히 있지 않는 이동 타깃을 60mm로 잡으려하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10장 정도를 날리고 나니
이젠 필름이 다 떨어져 버렸다. 할 수 없지! 앞으로도 만타는 지겹게 본 다는데 뭐. 이젠 만타랑 나랑 둘뿐인데 재밌게 놀자는
생각에 같이 유영하면서 등과 배를 만져보니 꺼칠하면서 끈적끈적한 물질이 만져진다. 만타의 배를 쓰다듬어주면서 에어를 배에다
불어주니 간지러워 하는 것도 같고 시원해 하는 것도 같았다. 한 15분을 놀다보니 에어가 다 떨어져갔다. 한 번 더 쓰다듬어주고 배
로 가는데 계속 따라온다. 그냥 가라고 손짓해도 계속 따라오더니 배 앞을 약 5m정도 앞두고 멈추어 섰다. 마치 어릴 적 학교에
다닐 때 집에 가래도 마냥 학교 앞까지 따라오던 우리네 강아지처럼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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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간 두고두고 추억에 남을 일이었다. 배에 올라 다른 이들에게 얘기를 해주니 자기도 그랬다는 사람이 셋에 하나다. 세
번째 다이빙 때에는 다시 광각으로 바꾸고 입수하니 조류와 해류가 밀려들면서 시야를 점점 나쁘게 바꿔놓았다. 할 일없이 사진 한방 못
찍고 배로 돌아가서 감압을 하려고 하는데 실키 상어(Silky Shark) 두 마리가 계속 선회 하는 것을 피터가 스킨으로
촬영하려고 잠수 하는 것이 보였다. 그래! 바로 이것이다! 상어와 마주 보고 있는 스킨다이버! 좋은 촬영 감이지. 노출과 스트로브
거리를 맞추고 적당한 거리에서 기다리다가 최대한으로 접근하여 셔터를 눌렀다. 좋은 사진이 나오기를 기대해야지……. 점차로 더
나빠진 시야 때문에 몇 장을 못 찍고 출수하였다. 또 내일이 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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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섬 소코로(Socorro) |
우리 배 는 어제 밤에 San Benedicto를 출발하여 소코로 섬에 도착하였다. 항해시간은 3시간30분, 이곳은 멕시코
해군기지가 있어서 밤에 군인들이 상륙하여 이것저것을 조사한다. 이 배는 캐나다 국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독도와 거의 비슷한
형태이다. 제일 가까운 육지인 카보에서 12knot의 속도로 무려 26시간이나 걸리는 섬이다. 다시 말해
리브-어보드(Live-aboard)가 아니면 다이빙을 할 수가 없는 곳이다. 우리는 Solmar 때문에 라파즈에서 출발하여 무려
38시간이 걸려서 왔지만 말이다. 섬을 배로 한 바퀴 둘러보니 전형적인 화산섬이다. 오늘은 정신 바짝 차리고 측광과 구도에 신경
써야겠다. 첫 번째 다이빙은 CABO, 그리고 계속 이곳에서 다이빙이다. 이곳은 섬의 우측 가장자리에서 입수하여 외해 쪽으로
나가면 봉우리가 있는데 이곳을 한 바퀴 돌아오는 다이빙이었다. 외해에서 섬으로 들어오는 대형 어류를 보는 곳인데 불행히도 우리는 몇
마리의 헴머 헤드, 갈라파고스 상어 이외에는 별다른 타깃(Target)을 찾지 못했다. 바닥 수심은 38.1m. 사실 이 지역은
육지와는 먼 외해에 있는 화산섬이라 대형어류가 나타나지 않으면 좀 썰렁한 다이빙을 하게 된다는 문제가 있긴 한 것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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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다이빙부터는 마음을 접고 마크로 렌즈를 세팅 하였다. 거의 다 암반이라 마크로 찾기가 쉽긴
않았지만 아주 예쁜 모습의 블레니(Blenny, 베도라치), 강아지처럼 생긴 복어, 광어, 지브라 곰치 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성게에 숨어 있는 고기를 촬영하고 그 외 여러 각도와 앵글로 예쁜이(베도라치)를 찍어 보았다. 렌즈에 비치는 모습이 개미와
베짱이에 나오는 개미처럼 보였다. 색깔은 틀리지만 말이다. 다이빙에서 돌아오니 페드로(Pedro)가 반겼다. 썬 덱(Sun
deck)에 올라서니 자꾸지에서 목욕을 즐기고 있던 몬티와 다이빙 버디들이 어서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첨벙! 몬티가 럼을 권한다.
1시간이 지나자 도수 70도의 럼(Rum)이 비워졌다. 덩달아 우리네 마음도 비워졌다. 다 같이 내가 가르쳐준 “위하여”
“건배”를 외쳤다. 좋은 하루였다. 내일은 소코로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다이빙을 했다. 물속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길
기대해봐야지……. 음날 아침, 배는 소코로의 다른 포인트로 이동했는데 이곳 포인트 이름은 푼타 토스카(Punta
Tosca). punta는 스페인말로 포인트, 토스카는 Rough, 즉 거칠다는 말이다. 대해 쪽에서 밀려오는 파도가 이곳 리프로
몰아치니 그래서 나온 말 인 것 같다. 이곳 역시 섬 끝 부분에 뛰어 나온 지역을 왼쪽 어깨에 리프를 두고 대해를 바라보면서
대형 어류를 찾아보는 곳인데 이곳 리프는 지그재그 형태로 생겨 있는데다가 도대체 조류가 서지와 어울려 수심 20m에서도 몸을 가눌
기가 힘들었으며 시야는 5~7m 내외로 불량했는데 마침 이때 돌고래들이 안 나와줬으면 완전히 잡친 다이빙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돌고래들은 수심 15m 정도에서 1분 정도 멈추어서 물속의 다이버들에게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해 주었다. 그런데 시야가 불량한데다
조류가 심해 접근은 못하고 약 3m전방에서 물색을 측광하여 촬영을 하였다. 보나마나 제대로 안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다이빙을 하려고 준비하는데 배 한척이 스킨 다이버들을 태우고 돌고래와 고래를 촬영하려고 준비되어 있음을 피터(Peter)가
알려줬다. 망설이는데 피터가 다시 한 번 눈 짖을 준다. 그래, 가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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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또 이런 야생 동물들과 헤엄칠 기회가 있겠나! 더구나 힘이 들긴 하지만 스킨으로 접근하면 더욱더 접근해서 촬영을 할 수
있는데 뭐. |
다그러나 한 시간 이상 돌아봐도 고래는커녕 돌고래도 안보여서 그대로 모선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점심식사를 하면서 무심코
동양음식, 특히 한국 음식은 없냐고 했더니 주방장 메트(Matt)와 부주방장 카린(Caryn)이 뭔가 있단다. 얼마나 놀랬는지!
글쎄 김치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종갓집 김치가 아니고 군대에서 지급하는 전투식량용 통조림 김치였지만 나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어떻게 김치를 준비하고 있었을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하기야 요새 밴쿠버에 있는 서양음식점 중에 젓가락을 준비해놓고
동양 메뉴도 준비해 놓는 곳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배식당의 주방장인 메트와
프렌치(French)인 카린은 매끼니 때마나 정말 맛있는 메뉴를 준비해 놓고 다이버들을 즐겁게 줬다. 사실 리브-어보드를 타면서
체중감량을 생각했던 나는 그리 달갑지 않았지만 어쩌랴! 뇌가 원하는 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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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점심식사 후에 한 두 번째 다이빙 역시 시야가 안 좋은데다가 수중에 암반만 잔뜩 보일뿐이다. 다이버들 중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 배의 오너이자 선장인 마이크가 의견을 수렴하여 다른 포인트로 이동했다. 진작 그럴 것이지. 이곳
포인트 역시 시야가 극히 불량하고 무엇보다도 서지가 물속 30m까지 있었다. 역시 대해는 대해다. 소코로 섬의 일부분인 이곳은
우리나라의 관탈도라고나 할까? 직벽으로 내려가니 수백 마리의 투나(Tuna)가 우리를 환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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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상어도 보인다. 오늘은 사진을 열장도 못 찍었는데 벌써 하루 일과가 끝나갔다. 내일은 이
투어의 제일 먼 곳인 로카 파티다(Roca Partida)로 갔다. 소코로에서 남쪽으로 10노트의 속도로 6시간 거리이다. 내일
새벽 1시에 도착한단다. 내일 다이빙은 7:30분에 입수다. 일찍 자둬야지. 만타가 그리워진다. 저녁을 먹을 때 최고령자인
린(Lynn)에게 여태까지의 다이빙여행 중에서 어디가 제일 좋았냐하니까 갈라파고스를 꼽았다. 사실 나는 이 투어를 갈라파고스를
대비해서 온 것인데. 나도 내년에 그곳에 갈 예정이라 하니 많은 정보를 줬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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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해의 대물 수족관 로카 파티다(Roca Partida) |
드디어 우리 여행의 종착지인 로카 파티다에서 아침 다이빙을 실시했다. 로카(Roca)는 스페인어로 Rock, 즉 바위란
뜻이고 파티다(Partida)는 영어로는 Cut, 합쳐 말하면 직벽이란 말이 되나? 이곳은 해저 깊은 곳에서 우뚝 솟아오른
봉우리인데 육상에서 보면 두 개의 봉우리가 나와 있으나 수중에 들어가면서 하나의 봉우리로 된다. 이 봉우리의 수심 약 80m
해저에는 테라스가 주변을 둘러가면서 형성되어 있는데 대청봉을 연상시키는 형태이다. 물론이 아래는 끝도 없는 해저 이만리이다.
봉우리를 들어가면서 관찰하니 군데군데 파여진 공간이 있는데 그곳에서 화이트 팁(White Tip) 상어들이 무더기로 잠을 자고
있었다. 우리가 터트리는 플래시 불빛에 깨어서 다들 일어나긴 했지만. 그 외에 대형 참치(Tuna), 망치상어(Hammer
Head), 갈라파고스 상어(Galapagos Shark), 실키 상어(Silky Shark), 그리고 출수할 즈음에는
만타(Manta)까지 가세하여 이곳이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사실 이곳은 파고가 거칠고 망망대해라 다른 곳과
달리 두 팀으로 나누어서 팀 단위로 입수 했는데 먼저 들어가 볼 욕심으로 첫 번째에 합세했다가 아직 태양이 구름에 가려있는 이른
때라 근접을 하지 않으면 사진이 안 되는 그런 시간에 입수한 것이다. 서둘러서 되는 것이 뭐가 있겠나! 오늘 이곳 포인트에서 계속
다이빙할 예정이니 정신 바짝 차리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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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멀리 이동하지 않고 그냥 한자리에서 만타나 기타 대형 어류를 기다리기로 했다. 이런 조류가 있는 봉우리 지형에서는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 어차피 지들도 돌지 않을 수 없으니까 말이다. 예견했던 대로 5분이 지나자 만타가 한 마리 나타났다.
아무도 없고, 버블도 없는 상태에서 여러 각도에서 만타를 찍었다. 아쉽다면 태양이 구름에 가려 너무 어둡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만타는 1m이상 가까이 와서 우아한 포즈를 취해줬다. 땡큐! 점심식사 후 필름을 갈고(이배는 모든 시설이 너무 잘되어 있다.
카메라 전용테이블이 1층과 2층에 각각 준비되어 있고 그 외 타월, 음료수, 간식, 그리고 하루에 4차례 공급되는 정갈한
식사까지) 세 번째 다이빙에 들어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계속 같은 작전을 쓰기로 했다. 입수한지 몇 분이 지나고 다른
다이버들이 다 지나간 자리를 혼자 지키고 있으니 만타가 또 나타나기 시작했다. 피터가 수면에서 스킨으로 무려 10m 이상을
내려왔다. 환갑이 넘은 양반이 스테미너가 철철 넘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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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cm가 되는 장신이 수면에서 스킨 하는걸 보면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게다가 이 양반은
내가 좋아하는 007의 숀 코네리를 많이 닮았다. 하여간 나에게는 좋은 모델이 되어 주었다. 우리는 나중에 서로 사진을 교환하기로
했다. 이 양반과 만타를 계속 찍고 있는데 여기저기 만타가 더 나타나기 시작했다. 세어 보니 전부 4마리다. 필름 한 롤을 전부
만타만 찍었다. 봉우리를 한 바퀴 돌아본 다이버들이 합류했다. 다들 감압을 하면서 만타와 정신없이 놀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곳의
만타는 도망갈 줄 모른다. 슬며시 다가와서는 지나갔다가 다시 온다. 어떨 때는 바로 머리 위에서 몸 뒤집기도하며 온갖 재롱을 다
부렸다. 나도 만타처럼 날갯짓을 하면서 흉내를 냈더니 더 가까이 왔다. 여러분들도 만타를 보면 한번 시도해보라.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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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카 파티다(Roca Partida)를 떠나 9시간의 항해 끝에 다시 산 베네딕토(San Benedicto) 로 돌아왔다.
아침에 담배를 피러 1층 덱(deck) 후미로 내려갔는데(이 배의 지정 흡연 장소다. 이제 어디가도 흡연자는 설자리가 없다.
이배의 유일한 스모커는 남자 대표인 나, 그리고 여자 대표인 부주방장 카린(Caryn)이 있을 뿐이다. 카린은 전형적인
프렌치(French)인데 키도 155cm 정도로 아담하고 상냥한 스타일의 여자로 지금은 라파즈에 눌러 산단다. 우리는 담배 때문에
자주 이곳에서 만났다. 바닥에 있는 하우징 하나가 보였다. 아마 밤에 배가 이동하면서 떨어졌나보다 하고 무심코 들어서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는데 다이빙을 갔다 오니 돔 포트 후드가 벗겨져 있는데 돔 포트 전면 유리가 완전히 깨져 있는 것이 보였다.
아이고! 이 하우징임자는 진짜 화나겠구먼! 이 돔 포트는 내꺼와 마찬가지로 전면이 유리 재질인데 나도 조심해야지. 어쩐지 테이블에
너무 카메라가 몰려있더라. 이건 완전히 주인의 잘못이다. 하우징을 모서리에 거의 걸쳐 놓았으니 배가 항해를 하면서 때 큰 파도를
만나 흔들렸을 때 떨어진 모양이었다. 수중촬영장비는 자기 마눌님 보다 더(?) 챙겨주며 항상 주의를 요하는 물건이다. 아차하면
거금이 날라 가니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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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가 며칠 전보다 더 나빠졌는데 5m정도 나왔다. 어제 마이크가 이곳에서 해보고 안 좋으면 보일러
포인트로 이동 한다고 했는데 시간 가기 전에 그곳으로 빨리 옮겼으면 좋겠다. 그곳은 이번 투어의 하이라이트였으니 말이다. 그곳에서
무차별로 대형 만타를 만났다. 저번 투어에는 이곳 캐년(cannon)에 만타가 13마리나 있었다고 했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았다. 다이빙을 마치고 제일 연장자인 린에게 너무 시야가 안 좋으니 보일러로 포인트를 옮기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더니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단다. 아침을 먹으면서 의견이 모아져 마이크에게 전달되어 드디어 이 큰 배를 옮기기 시작했다. 기다려라! 오빠가
간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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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다이빙은 만타와의 재회를 꿈꾸면서 보일러 포인트에 들어갔다. 오늘이 마지막 다이빙인 만큼 잘 마무리해야지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여기도 역시 시야가 안 나오고 만타역시 한 마리도 안 보였다. 역시 바다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우리가 여기서 몇
시에 만나자고 한 것도 아닌데 그렇게 쉽게 만 날수가 있냐 말이다. 점심을 먹고 모든 예의를 갖추고 들어가 봐야지. 저번에도
오후가 돼서야 만타가 나타나지 않았는가 말이다. 35m 수심에 잠시 머물다가 평균 13m 수심에 머물러 있었는데 수온은 전보다
2도 내려간 섭씨 22도였다. 점심 식사 후에 입수해서 보일러 주변에 서성여 봤지만 만타는 보이지 않았다. 한 30여분 간을
기다리다가 주변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찍다보면 또 나오겠지 뭐……. 필름이 17장 정도 남아 있었는데 이것저것 찍다보니 6장
정도가 남았다. 안 돼! 이건 만타를 위해서 남겨 둬야지. 또 한 10분을 기다리다가 문뜩 머리를 드니 아!~ 바로 만타가 그곳에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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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색을 다시 측광하고 침착하게 몇 장을 날리고 나니 다이버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다이버들이 몰려들면
공기방울 때문에 정신이 없어지고 사진도 산만해진다. 그래서 슬그머니 만타가 선회할 지점으로 미리 가있었더니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내게로 왔다. 땡큐! 땡큐! 땡땡큐! 모선으로 돌아와서 한숨을 돌리고 나서 필름을 간 다음 인터벌 시간 동안 스킨으로
만타를 찍기로 했다. 이미 피터는 벌써 바다에 있었다. 스킨으로 입수해서 만타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스킨으로 입수하니 찍기는
어렵지만 만타는 더 근접해서 볼 수 있었다. 10미터 깊이를 10번 이상 들어갔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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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나에게 다가오다가 내 몸에 세게 충돌한 만타는 심연 속으로 사라져서 다시 오지를 않았다. 물속의 교통사고였다.
하릴없이 배로 돌아온 나는 다이빙 장비를 챙겨서 서둘러 다시 입수했다. 해가 점점 기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투어의
마지막 다이빙이다. 차분히 마무리해야지 하면서 이번에도 기다리기 작전으로 20여분을 기다렸더니 어느새 또 내 머리위에 와 있다.
조용히 카메라를 들이대니 포즈를 취해준다. 필름은 남았는데 시야는 점점 더 나빠지고 하늘도 어두워졌다. 사라진 만타는 다시 올
생각을 안 하고, 이젠 다이빙을 끝내란 얘기인가보다 생각하고 모선으로 돌아가서 그동안 밀렸던(?) 감압을 한참동안 한 다음 배로
올라왔다. 자! 이제는 장비를 전부 정비해야지. 준비된 담수 물로 장비를 헹군 다음 건조시키기 시작했다. 카메라는 내일까지
담수통에 담가 놔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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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아워(Happy Hour) |
장비 정리 후에 응접실로 내려가니 “해피 아워(Happy Hour)”다. 즉 저녁 먹기 전 한 시간 동안 그날 정해진
맥주나 칵테일은 돈을 받지 않고 그냥 마시게 한다. 맥주 3캔을 먹으니 더는 못 먹겠다. 공짜도 뇌가 더 이상 원치 않으니
어쩌라. 저녁 식사 후 비디오 그래퍼들의 발표가 있은 후(발표는 매일 밤 행해졌고 아주 유익한 것들이 많았다. 즉 바다동물이나
해양에 대해서 연구하고 조사한 것을 발표하는데 특히 피터는 거의 매일 밤 주제 발표를 하는 단골손님이었다.) 피터의 기타 콘서트가
있었다. 참 재주도 많은 할아비다. 클래식으로부터 시작해서 스페인, 멕시코, 남미의 장르를 1시간 동안 쉴 새 없이 연주했다. 각
장르에 대한 특징이나 역사를 소개하면서 말이다. 실비아가 오늘 저녁 스테이크는 어떻게 하겠냐고 물어본다. 미디엄 레어
플리이즈(Medium rare please)! 오케(ok)! 굿 초이스(Good choice)! 영어가 망망대해에 나오니 절로
나온다. 하기야 한국말 하는 사람은 나 혼자 뿐인데 누구랑 이야기를 할 것인가? 이젠 혼자 다이빙 다녀도 하나도 외롭지가 않다.
하루만 같이 다이빙하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금방 친구가 되니까 말이다. 해서 다이빙 닉네임도 “솔로”로 불린다. 저녁
시간 전에 시간이 있어서 진열된 책을 무심코 하나 집어 들었는데 이 책은 전복에 관해 전문적으로 쓰여진 것인데 저자의 프로필을
보니 아니! 피터가 아닌가! 이양반이 언제 책까지 썼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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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니 피터는 1944년생, 즉 우리나라 나이로 62세이다. 그는 24년간 다이빙을 했고 그중 12년을 전복 채취
직업 잠수업(참고로 북미에서는 전복 채취는 스쿠버다이빙으로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으며 스킨으로만 허용이 된다)에 종사했었다고 책에
쓰여 있었다. 어쩐지 스킨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고 했더니만 그런 역사가 있었구먼. 이 양반 다방면으로 재주가 참 많은 분인 것
같았다. 기타를 기가 막히게 연주 하질 않나, 스킨다이빙 실력은 이 배에 탄 사람 전부 상대가 안 되고 책까지 출판하고 대단한
양반이다. 그런데 전혀 거친 일에 종사했던 사람답지가 않다. 직업이야 어쨌든 그 사람의 몸에서 풍겨져 나오는 인상이 이렇게
중요하구나 하고 생각해본다.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입이 거칠고 욕을 잘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직업이 아무리
고귀하더라도 전혀 친근감이 가지 않는 건 나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욕을 잘하고 거칠면 남자답다고 본인들은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아니올시다 란 말이다. 저녁 식사 때 스테이크를 썰며 내가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빈대떡과 냉면이 생각나는걸 보니 이번 여행이 좀
길긴 길었나보다. 오후 8시경 드디어 카보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브라보(Bravo)! 섬에서 카보로 돌아오는 항해는 마파람이
불어서 배가 많이 흔들리고 속도도 더뎠는데 드디어 육지에 도착하게 된 것이다. 오후 9시30분 드디어 카보(CABO)에
도착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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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베네딕토(San Benedicto) 섬을 떠난 지 장장 27시간 30분 만에 그리고 2월24일 라파즈를 출항한지 9일
만에 다시 육지에 발을 디디게 된 것이다. 몸이 약간 피곤할 뿐 모든 것이 순조롭다. 카보에 도착 후 일부는 산책을 나가고 일부는
남아서 수면을 취했다. 나는 산책 팀에 참가했는데 라틴아메리카 풍의 재즈 생음악과 데킬라를 선선한 바닷바람이 부는 항구에서
그것도 같이했던 다이빙 동료들과 시간을 보내니 아무 것도 부러운 것이 없었다. 다함께 내가 가르쳐준 “우리가, 남이가!”를 힘껏
외치며 잔을 부딪치며 그렇게 카보의 밤은 무르익어 갔다. 다음날 샤워 후 응접실로 내려가니 다들 모여 있다가 나를 보고 환호를
지른다. 아침 일찍 안보여서 걱정했다나. 내가 어젯밤 데킬라와 맥주로 폭탄주를 만들어 강제로 다이버들에게 한 잔씩 마시게 하고
나도 4잔을 받아 마시고는 아침 식사에 늦었더니 걱정들을 한 모양이다. 피터(Peter)가 눈을 끔벅하며 한마디 더 거든다.
“솔로”는 어젯밤 시내에 갔다가 안 들어왔어. 내가 보니 어떤 근사한 미인과 같이 있더군! 배안의 있던 사람들이 또 함성을
지른다. 유머도 많은 피터다. 9박10일 동안의 항해에서 너무 친해진 우리는 계속 연락 하자며 서로의 주소를 주고받은 후 각자의
보금자리로 태우고 갈 비행기가 있는 공항으로 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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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종 화 글쓴이 Jay Lee는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고 있다. 캐나다 이주 전에는 한국에서 “레저 하우스”란 다이빙 및 스키 전문점을 운영하였다. CMAS 강사이기도 한
그는 수중사진촬영에 깊은 열정을 가지고, 자신이 경험한 전 세계의 유명 다이빙 지역을 선별, 본지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다. 연
락처: jsail1472@hotmail.com |
첫댓글 크흐........ 퍼오다가 읽기 시작했는데 한번 시작하니 도저히 멈출수가 없네요. 맛깔난 에피소드 하며 생생한 현장감이 느껴지는 리포트
그러네요, 저도 애독자가 되어가는 중입니다...에효
아니 ! 어떻게 퍼왔습네까? 전부터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실행에 옮길엄두가 안났는데...
역시 전문가는 다른가 봅니다.
이 소코로편은 인쇄실수로 수중사진을 슬라이드 필름으로 촬영했는데도 화질이 안좋습니다.
양해 바람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