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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돔(문종국:조대공전88, 장희웅:송원전문대90)
9월 21일 목요일
문종국
6시30분 기상. 떡국으로 아침을 먹고 장비를 챙겨 7시 30분에 하프돔으로 출발. 가는 길에 식품점에 들러
쵸코바 8개를 더 사고 셔틀버스를 타고 버널 폭포쪽으로 간다. 다리를 건너 버널폭포가 보이는 지점에서
버널폭포와 네바다 폭포가 갈리는 지점이 나오는데 버널폭포쪽으로 죤 뮤어 트레일을 타고 쭉 오르면 된다.
참고로 여기는 미터단위를 쓰지 않고 마일로 쓴다.중간 중간에 이정표가 있다. 하프돔까지의 어프로치가
생각보다 길다. 조금만 조금만 한것이 벌써 여섯시간째 오르막만 오르고 있다. 거의 도착할 때 쯤 다른
클라이머들이 내려온다.
하프돔 코스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 못하고 내려간단다. 우리가 하려면 이틀을 기다려야 한단다. 죽도록
올라왔는데 김빠지는 소리만 한다. 그 후로도 서너팀이 그냥 내려간다. 할 수 없이 우리도 하프돔은 포기
하기로 결정하고 일반 등산로를 따라 하프돔 정상까지만 갔다가 하산했다. 캠프지에 오니 오후7시가 조금
못 되었다. 무거운 홀쌕을 매고 10시간 산행을 하고 나니 완전 퍼지기 일보직전이다. 시차적응도 아직
안된 것 같고 오늘 너무 무리한 것 같아 내일은 하루 쉬면서 근처암장에서 연습고 하고 엘캡등반준비를
하기로 했다.
장희웅
종국이형과 나는 이침 7시 30분에 하프돔을 향해 출발했다. 등반 첫날이라 못시 설레이고 또한 두렵기도
하다. 그렇지만 캠프 밖을 나오니 많은 클라이머들이 자기들 계획대로 각자 루트를 찾아 떠나는 모습을
보며 이제야 요세미테에 온것을 피부로 느낀다. 셔츨버스를 타고 16번 정거장에서 내려 버널폭과 네바다폭
표지판을 따라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15분쯤 올라가 다리를 건너서 조금 오르니 길이 두개로 나뉘어 진다.
오른쪽 길은 말을 타고가는 길이고 앞으로 쭉 가는게 옳은 길이다. 한참을 오르니 버널폭이 보였다. 책에서
본 것만은 못하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오르니 네바다폭이 나타났다. 상당히 크다. 그리고 밑에는 자그마한
호가 형성되어 있었는데 그 물이 어찌나 맑게 보이던지 지친 내몸을 이끌고 곧바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렇지만 뛰어들지는 못했다. 만약 뛰어들었다가는 아마도 벌금이 어마어마하게 나올게 뻔하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오르막길이다. 몹시도 힘들었지만 죄우로 보이는 숲과 사슴들이 나의 피곤함을 반쯤
풀어준다. 길고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7시간만에 다른팀 보고서에서 언급하던 바로 그 DEPO지점까지 올 수
있었다. 왜 데포지점인가 했더니 이곳에서 오른쪽 아래로 가면 북서벽이 나오고 곧장 가면 하프돔 정상을
걸어서 올라 갈 수 있다. 그리고 높다란 나무 양쪽으로 빨랫줄처럼 와이어가 설치되어 있었다. 한쪽나무의
줄을 늦추어 줄가운데에 카라비너로 배낭을 와이어에 걸었다. 그리고 도르레가 설치되어 있는 나무쪽으로
가서 와이어를 힘껏 당기니 와이어가 팽팽해 지면서 배낭이 높이 솟아오른다. 그리고 나서 와이어를 나무
밑둥에 묶었다. 배낭이 빨래 걸리듯 나무사이에 걸려 있다.
여기는 곰이 많아 이렇게 하지 않고 배낭을 땅에 놓아두었다가는 그 안에 있는 음식들은 모조리 거덜나고 만다.
여기에 배낭을 놓아두고 우리는 걸어서 정상에 갔다오기로 했다. 원래는 벽등반을 할려고 했으나 사람들이
너무 밀려 궁여지책으로 정상이라도 갔다오기로 했다. 그냥 내려가자니 걸어온 노고가 너무 억울하기 때문이다.
왜 하프돔을 클라이머들이 많이 찾지 않는지 조금을 알만하다. 이렇게 어프로치만 하루가 걸리고 다양한
루트가 있다지만 위험해서 모두들 북서벽으로만 몰린다. 오늘처럼 사람들이 많이 밀리게 되면 우리처럼 힘들게
왔다가 그냥 내려가야하니 말이다. 우리는 바나나와 오렌지 몇개만 달랑 들고 정상으로 향했다.
정상까지 철사다리가 설치되 있었다. 만약 철사다리를 놓치게 되면 바로 죽음이다 ^^. 그냥 걸어서 가기도
힘들다! 미치겠다! 한참을 오른끝에 정상에 닿을수 있었다. 정상은 넓은 평지였다. 예상외였다. 한참을 두리번
거리다가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갔더니 그 유명한 다이빙 보드를 볼수 있었다. 생각했던것처럼 위험해
보이지도 않고 또 그리 커보이지도 않았다. 실망이었다. 잠시후 종국이형이 올라와 둘이 같이 바닥에 앉아서
옥수수 캔과 과일로 요기를 하고 있는데 짤랑짤랑 하는 카라비너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래를 내려다 보니.
클라이머가 올라오고 있는게 보인다. 거의 다 올라온것 같다. 내려다보는사이 누군가 우리옆에서 같이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다. 호기심에 물어보니 그들도 사람이 밀려서 등반을 못하고 우리처럼 정상만 밟아보고 내려가
기로 했다는 것이다. 괜히 기분이 좋았다. 우리만 헛고생한줄 알았더니 동료가 바로 옆에 있었던것이다.
흐흐흐! 오후 3시경에 짐을 챙겨 정신없이 뛰어 내려왔다. 시계를 보니 2시간 40분정도 소요되었다. 내리막길
이라 정신없이 내려 왔다. 캠프에 도착해서 멋적은 얼굴로 애란이형한테 인사하고 짐을 정리했다. 등반은
안했지만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내일은 쉬기로 했다. 재충전을 하면서......
9월22일 금요일
문종국
8시에 기상. 밥과 어제 먹다남은 떡국을 먹고' 한국에 보낼 엽서를 쓴다. 12시30분쯤 텐트에서 나와
장비점으로 가서 쥬마를 사고 코스개념도를 복사한 후 식품점에 들러 내일부터의 엘켑등반을 위한 식량 구입
후 요세미테 폭포 옆의 암장에서 한 피치를 등반함. 내일은 자일픽스만 4피치까지 시키고 모레부터 3박4일로
등반계획. 장희웅 늦잠자고 늦게 일어났다. 쉬기로 했으니 될수 있으면 가장 편히 쉬리라 다짐했다.
아침을 먹고 느즈막히 등반식량과 장비점을 다시 들려 보려고 셔틀 버스에 몸을 실었다. 빌리지스토어에 들러서
캔과 과일과 빵 그리고 과자 등을 사고 캠프로 돌아왔다. 애란이형은 밖에 나가고 보이지 않았다.
미드나이잇라잇트닝이라는 13급볼더에서 볼더링을 해보았으나 두 스텝이 고작이이었다. 결국은 풀죽은 얼굴로
신발을 가지고 텐트로 돌아왔다. 나갔다온 애란이형이 요세미테폭 옆으로 짧은피치의 암벽들이 즐비하다고 같이
가보자고 야단이다. 시간도 남고 해서 장비를 다시 챙겨 그곳으로 갔다. 보기에 무난한 루트를 골라 종국이형이
톱을 섰다. 잠시후 완료소리와 함께 나도 출발했다.
다 오른후 밑에 있는 애란이형에게 "자일내려갑니다"라는 소리와 합께 줄을 던졌다. 그 직후 애란이형의
고함소리가 들린다. 옆에 있는 사람이 자일에 맞을 뻔했다며 큰소리로 야단을 친다. 아차 싶었다. 아랫쪽의
외국얘들에게 정중히 사과를 하고 물어보니 자일내릴때는 "로프" 그리고 낙석은 "락"이라고 한단다.
간단해서 좋다. 종국이형이 내려가고 애란이형까지 등반을 마치고 나니 날이 어두워졌다. 급히 장비를
챙겨서 캠프로 돌아왔다. 애란이형은 전북구조대팀 보라고 우리 캠프사이트 넘버(29번)를 적어 레인져사무실
옆 게시판에 적어 놓고 왔다. 전북팀이 온다는 소식을 한국에서 출발할때 이미 알고 있었다. 아마 우리가 노
우즈를 끝내고 내려오면 전북팀을 볼 수
노우즈(김애란:서강전문대86, 문종국:조대공전88, 장희웅:송원전문대90)
9월 23일 토요일
문종국
새벽에 주영씨가 전북대 의재선배님을 찾으러 우리 텐트에 오셨다. 유명한 산 선배님을 뵈니 반갑다.
주영씨는 오늘 북미벽 픽스하러 오셨단다. 우리는 오늘 노우즈 4피치까지 픽스시킬 계획이라고 하니
아침에 차로 앨캡까지 태워주신단다. 우리는 준비가 조금 늦어서 먼저 가시라 하고 천천히 준비해
8시 30분쯤 나섰다. 걸어서 1시간 거리인데 도착해 보니 노우즈를 등반하는 사람이 꽤 많다.
픽스로프를 딱 4동 가져왔는데 전혀 생각도 못한 노우즈 1 피치 지점까지 1동을 깔고 나니 3동 밖에
안 남는다. 할수없이 3피치까지만 픽스시키고 내려왔다. 오후에 장비점에 들러 스틸너트 2개를 더 샀다.
그리고 계획보다 하루가 늦어버려서 하루치 식량을 더 샀다. 저녁에 주영씨 일행과 맥주를 마시며 내일
앨캡 여러 가지 애기들을 나누었다. 내일 앨캡까지 태워다 주신단다. 옛날에 선배님도 걸어다녀봐서
그 설움을 잘 안다고 하시며......
장희웅
새벽에 누가 불러서 애란이형이 밖에 나갔다. 왔다. 난 신경쓰기 귀찮아 그냥 잠을 청했다. 알고보니
남가주 산악회 주영선배님이 왔다간거였다. 우리 만날 목적으로 오신게 아니라 전북구조대팀의 이의재
선배님을 찾아왔다가 없어서 가신것이었다. 아마 어제 애란이형이 게시판에 붙여둔 걸 저녁 늦게 들어
오셔서 보시고는 우리텐트로 오신 것이었다. 아침에 앨캡까지 태워주신다고 하셨지만 우리가 늦어서
먼저 가시라고 하고서 8시 10분경에 앨캡으로 출발했다.
9시반이 되서야 노우즈 스타트지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15미터정도 높이의 크랙을 오르면 거기서 부터
노우즈 1피치가 시작된다. 처음에는 첫번째 크랙이 1피치인줄 착각했었다. 처음크랙은 종국이형이 먼저
오르고 1피치는 내가 섰다. 애란이 형이 확보를 본다. 잘할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바위는 미끄럽기 그지 없고 조그만 크랙은 벙어리라 장비가 먹질 않는다. 그렇다고 경우 손가락 반마디
들어가는 크랙에서 자유등반을 하자니 실력이 딸렸다. 하여튼 1피치는 올라섰다. 그렇지만 마음이 착찹했다.
어떤 뜨거운것에 데인 기분이었다. 이제 1피치 올랐는데 이렇게 힘들다니!
2피치와 3피치도 약간 사선으로 기운 크랙등반이다. 겨우 3피치까지 고정시키고 내려오니 4시 30분 이었다.
베이스에 도착하니 6시가 다 되었다. 저녁늦게 남가주 산악회에서 캔맥주를 사들고 우리텐트로 놀러 오셨다.
오늘 남가주팀은 북미벽을 2피치까지 픽스시키고 왔단다. 굉장히 힘든코스인것 같다. 그 쟁쟁한 사람들이
하루내 겨우 2피치까지 못했으니 말이다. 주영 선배님께 오늘 일을 얘기 했더니 알만하다는 표정이다.
노우즈를 등반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한국사람들) 쉽게 봤다가 한 방 먹은 얼굴을 하고 첫날을 보낸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4피치이후로는 그리 어렵지 않다는 말씀에 조그마한 용기를 가져본다.
9월 24일 일요일
문종국
5시에 기상. 7시에 차를 타러 선배님을 깨우러 갔다. 차로는 5분 거리인데 걸어가면 지겨운 1시간이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엘캡-노우즈에 붙는다. 장비와 식량 등을 다시 정리하고 나니 9시 30분이다.
4피치는 A3, 5.11인데 기존 하켄이 있어 그다지 어렵지 않게 올랐다. 길게 팬듈럼하여 큰 크랙으로 2시에
도착. 홀링에 애를 먹는다.
5피치는 걸어가는데라 나는 배낭을 메고 자일을 깔고 희웅이가 홀링쌕을 매고 온다. 5피치 확보지점에는
볼트가 없다. 후렌드 작은것과 너트로 확보.
6피치 역시 어렵지 않게 오르다 넘어가는 부분에서 애를 먹음.
6피치까지 픽스시키고 나니 5시 30분이다. 오늘은 이만하고 탠트로 가서 자고 내일 아침 일찍 오기로 햇다.
원래 4피치에서 아래로 곧장 자일을 깔게 되었다. 그래서 홀링과 쥬마링을 쉽게 하고 시간도 절약 할 수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몰라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길게 뻗은 4피치까지의 길을 따라가서 힘들게 홀링했다.
장희웅
9시경에 앨켑에 도착할 수 있었다. 3피치까지 쥬마로 오르고 홀링을 했는다. 경사가 완만해서 홀링쌕의
여기저기가 터져 있었다. 그것보니 속이 상했다. 종국이형은 더했으리라! 3피치에서 트랙을 따라 오르니
4피치에 이를 수 있었다. 대부분 작은 T.C.U와 중간 크기 너트를 이용했다. 우측으로 약간 너덜지대가
있고 그 위로 반침니가 보였다. 침니로 올라가다가 끝나는 부분에서 우측 페이스로 넘어가면 볼트 2개가
있는데 거기서 5피치를 끊었다. 다시 위로 오르니 6피치다. 톱을 선 종국이형이 6피치까지 고정시키고
다시 우리는 4피치 테라스로 내려와 홀링쌕을 고정시키고 곧바로 밑으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베이스까지 오니 9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9월 25일 월요일
문종국
3시 기상. 4시 30분에 쥬마링 시작 4피치에 도착하지 6시 조금 못 됐다. 7피치: 팬듈럼을 2번하고 오른쪽
크랙을 진입. 크랙타고 쭉 위로 올라간다. 홀링자일이 부족(40m). 등반 중 낙자시키고 완료 후 다시 하강.
홀링자일을 가져간다. 너무 더디고 등반도 느리고 홀링이나 다른 자일처리 기술들이 부족한 것 같다.
우리가 그렇게 시간을 끌고 있을때 독일팀이 먼저 올라간다.
8피치: 개념도와 약간 틀린것 같다. 희웅이가 후렌드를 설치 후 다시 회수 해가며 어렵게 오른다.
9피치: 8피치와 이어지는 직상크랙을 계속 따라 오른다.
10피치: 홀링자일이 부족. 또 홀링자일을 낙자. 등반자로 홀링.
10피치에 다다르니 9시가 되었다. 등반도 하기 싫고 만사가 귀찮다. 자리가 안 좋아도 여기서 대충 자다가
날이 밝으면 하기로 하고 나는 9피치로 하강. 희웅이는 10피치에서 따로따로 비박. 스텐스가 없는 벽면에서
안전벨트에 매달려 비박
장희웅
새벽 3시에 일어나 엘캡에 도착해서 4피치까지 쥬마로 오르니 새벽 5시다. 조금 쉬고 있으려니 다른팀이
올라왔다. 여기서 잤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대답해 버렸다. 이제는 정상에 다다를 때까지 땅을 밟을수 없다.
그리고 여기서 먹고 자고 & 생리현상까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숨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하다.
언뜻 나는 바위체질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7피치부터는 내가 톱이다. 하루씩 번갈아 가면서 톱을 서기로 했다. 6피치에서 하강하여 다시 우측으로
팬듈럼을 하니 우측 위쪽으로 길게 크랙이 나 있다. 하강을 해서 올랐기 때문에 스타트지점보다.
더 위쪽지점까지는 장비를 설치하고 다시 회수하는 방식으로 올랐다. 만약 떨어지게 되면 상당히 떨어지게
될것이다. 그러면 나는 아프겠지? 7피치에서 우측 너머로 보이지 않는 크랙으로 페이스 등반을 해서 다시
위로 쳐올랐다. 서울대팀은 7피치에서 더 위로 올라가 거기서 팬듈럼해서 8피치를 끊었다고 했다. 그치만
난 페이스를 옆으로 횡단해서 오르는데 쉬울것 같아 그쪽으로 갔지만 후등자를 위하고 홀링을 생각한다면
서울대팀의 방법이 나은것 같다. 8피치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위로 곧게 나있는 9피치로 향했다. 9∼10피치는
크랙 크기가 균일하여 같은 크기의 후렌드를 번갈아 끼우며 올랐다. 10피치에 도착하니 저녁 9시가 넘었다.
개념도에 보니 두 피치만 더 가면 좋은 비박지가 있었다. 그렇지만 둘다 너무 힘들어 기력이없었다.
결국 10피치에서 밸트에 매달려 저녁을 보내야 한다. 지독히도 밤이 길다 달은 한 번 뜨더니 질 생각이
없는가 보다. 위 아래로 파일을 걸쳤으나 아래서 부터 쳐올라 오는 계곡풍에는 무용지물이었다. 너무 추워
미칠것만 같다. 내가 꼭 중풍걸린 환자 같다. 제발 이 밤만 무사히 보낼수 있다면......
9월 26일 화요일
문종국
불편하게 자고 일어나 6시쯤 쥬마링으로 10피치에 올라오니 희웅이가 추위에 떨고 있다. 밤새 잠을 못 잤나
보다. 오늘은 내가 톱이다. 돌트타워까지 한 피치정도 밖에 안된다. 아마도 우리가 어제 10피치와 11피치
중간쯤에서 피치를 끊었나 보다.
아침식사후 느긋한 마음으로 천천히 등반하기로 결정하고 오늘은 15피치에서 자기로 했다.
13피치 : 돌트타워에서 우측으로 하강. 다시 등반 3,4,5호 후렌드 번갈아 쓰며 등반.
14피치 : 역시 직상크랙을 타고 후렌드 3,4,5호, T.C.U 중간크기를 써 등반. 다른 팀 보고서에는 14, 15피치를
같이 끊었다고 되어 있는데 50m자일로는 짧다. 15피치는 거의 걸어가는 코스로 홀링까지 모두 마치니 4시다.
점심을 먹고 나니 더 올라갈 마음이 안 생긴다. 그냥 일찍 자고 내일 하기로 결정. 엘캡테라스가 상당히 넓다.
판판한 길이 약 5m, 폭 1.5m정도의 완전돌침대다.
장희웅
지옥 같았던 밤을 보내고 11피치 부터 종국이형이 선등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어제 한숨도 못자고 다시 날이
밝아 톱으로 오르는 종국이 형을 보니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11피치를 지나 12피치에 다다르니 과연 엄청
좋은 비박지가 있었다. 한편으론 후회도 해보지만 소용없는 일이지 않은가! 개념도를 보니 여기가 바로
돌트타워다! 13피치는 비박지에서 우측으로 20여미터 하강하면 위로 두개의 크랙이 보인다.
여기서 좌측 크랙으로 붙는다. 14피치는 5.9의 좌향크랙으로 아랫부분은 후렌드6•7호, 윗부분은 4호가 적당하다.
14피치를 오르고 15피치는 계단처럼 오르면 된다. 15피치는 달리 엘켑타워 라고도 불리운다. 오늘은 여기서
자기로 했다. 이제 욕심 안부리고 차근차근 하기로 스스로 다짐했다. 어제의 지옥을 생각하면 이 자리는
천국이다. 종국이 형과 나는 오늘 하루 정신없이 했던 등반을 한켠에 멀찍히 밀어두고 아래의 머쎄드강과
나무를 보면서 모처럼 편안한 저녁을 먹었다.
일찍 등반을 끝낸 탓인지 아직 달도 없다. 난 무표정한 얼굴로 아랫세상을 한참 동안 내려다보았다. 순간
아래에 있는 애란이형이 생각났다. 지금 애란이형은 무얼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옆에있는 종국이 형한테
애란이형 얘기를 했더니 형도 동감이라며 나 처럼 표정없는 얼굴로 위를 멀거니 바라만 보고 있다.
지금 종국이형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마 나처럼 특별히 아무생각이 없으리고 짐작해 본다.
침낭을 덮고 이제 막 총총이 빛을 바라고 있는 별을 바라보며 누워있는데 위에서 무언가 쉭하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 아래를 내려다 보니 "?quot; 하는 소리와 함께 낙하산이 그것도 2개가 펴지는데 아닌가!
아마도 정상에서 뛰어 내린것 같았다.
듣기는 많이 들었지만 설마 이런 미친놈들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나라가 크니 별놈들이 다있다면서
종국이 형이 혀를 찬다. 밤에 뛰어내린것은 아마도 공원레인져들의 이목 때문인것 같았다. 법적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금지되 있기 때문에 걸리면 벌금을 낼것이라고 종국이형이 알려준다.
아! 정말 부럽다. 누구는 뺑이치고 있는 데 언놈들은 벌써 정상에 올라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하강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에 비해 우리의 등반은 아직도 까마득하기만 하니! 절로 맥없는 한숨만나온다.
9월 27일 수요일
문종국
어제 등반을 끝낸 후 누워 있었는데 깜빡 잠이 들어버려 저녁도 못먹고 일어나니 아침이다. 오늘은 희웅이가
톱이다. 아침에 일어나 체조를 한다.
16피치는 침니 밑과 위에서 2번 홀링.
17피치 : 볼트가 죽 박혀있다. 볼트를 넘어가니 수직크랙. 희웅이가 레다를 떨어뜨렸는데 다행히 16피치침니
밑에 떨어졌다. 하강해서 찾으러 갔다가 모자도 줏었다.
18피치 : 개념도상의 킹스윙이다. 고정로프가 설치되어 있어 편하게 트레버스를 함. 팬듈럼 후 확보지점까지의
크랙이 조금 위험. 1
9피치에서 왼쪽으로 트레버스하면 20피치다.
21 피치에 도착하니 오줌냄새가 많이 난다. 이제 어느정도 자일처리와 쥬마링, 홀링이 손에 익어 속도가 빨라진
느낌이다.
장희웅
오늘은 내가 리딩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대변을 보니 냄새가 지독하고 소변도 핏빛이다. 재미있게도 종국이형과
나 둘다 냄새가 같다. 아마 먹는게 같아서 그럴것이리라. 쉬운페이스를 지나 어렵지 않게 침니를 올라 16피치에
다달았다. 홀링도 그리 어렵지 않게 침니속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17피치는 좌측으로 이어진 볼트를 지나
수직크랙을 오르니 두명 정도 충분히 비박할 수 있는 테라스가 나왔다. 테라스에서 좌측 아래로 보니 고정로프가
내려져 있어 쉽게 그걸 잡고 내려가 좌측 크랙을 타고 오르니 어느새 18피치다. 19피치는 처음은 쉽지만 올라
갈수록 크랙이 좁아져 점점 힘들어진다. 다시 장비를 넘겨받아 계속 20피치를 오르기 시작했다. 오르다 보니
위에 고정자일이 내려져 있었지만 너무 멀었다. 간신히 고정자일에 런너를 걸거 좌측으로 팬듈럼해서 계속
좌측으로 옮겨가니 확보지점이 보인다.
어렵게 홀링을 한 후 늦은 점심을 먹었다. 20피치는 편히 쉴 수 있을 만큼의 자리가 된다. 이제 한 피치만
가면 오늘 등반은 끝이다. 다시 장비를 점검하고 21피치로 출발. 보기에는 금방 오를 것 같았건만 진도는
너무도 지루하게 진행됐다. 마지막 부분의 볼트를 어렵게 밟고 일어서서 파란색의 3mm 슬링을 잡으니 안심이
된다. 짧은 페이스를 지나니 21피치다. 잠시후 홀링을 하고 종국이형은 벌써 쥬마로 올라왔다. 오늘 등반은
우리의 계획대로 차근차근 진행되었다.
침낭을 꺼내 누웠다. 위를 올려다보니 우리보다 1피치를 먼저 앞서간 스위스팀 두명이 22피치에서 추위에
덜덜 떨며 메달려 있는 모습이 보인다. "짜식들 기분나쁘게 우리를 추월했겠다. 어디 거기서 좀더 떨어봐라
이놈들아!" 점차 시간이 지나고 나자 저녁늦게 겨우겨우 조금씩 23피치를 벗어나는 게 보인다.
9월 28일 목요일
문종국
아침에 일어나 곧바로 바위에 붙었다.
22피치는 쉬운데로 나이프 하켄이 박혀 있다.
23피치는 대천장. 역시 중간에 고정하켄이 있고 T.C.U 등이 작 먹어 힘 안들이고 올랐다.
24피치는 볼트 너머 실크랙에서 역시 인공등반으로 확보물 설치가 확실해 불안하기는 하짐나 믿고 올랐다.
25피치는 벌어진 크랙으로 발란스 잡기가 힘들어 조금 애를 먹었다. 25피치역시 인공등반으로 피피가 유용하게
쓰임. 25피치는 비박장소로 오줌지린내가 광장히 심하고 대변도 바위에 많이 묻어 있다.
장희웅
오늘은 종국이형이 리딩이다. 22피치는 비교적 쉬운 코스로 종국이형이 쉽게 오른다. 문제는 23피치다.
그 유명한 그레이트-루프(우리나라에서는 대천장이라 불리움)다. 30여m 가량 궁형으로 길게 휘어진 천정
오버행이다. 밑에서 볼때는 저걸 어떻게 오르나 싶었는데 어느새 종국이형이 확보지점에 도달해 있는 게
보였다. 이 루트는 후등자가 횡단 쥬마링을 하면서 장비까지 회수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한 부분이다.
다행히 둘다 안전하게 통과하고 종국이형은 바로 24피치로 출발. 24피치는 A2또는 5. 11b의 실크랙으로
확보물 설치가 용이하다. 빠르지는 않지만 차근차근 안정되게 오르는 종국이형의 모습이 참 보기가 좋다.
24피치를 오르고 다시 25피치로 올라 붙는 종국이형이다. 25피치는 비교적 쉬운 수직크랙으로 10여미터
올라 좌측으로 나 크랙으로 오르면 된다.
한참이 지난후에 "완료" 소리가 들려 얼른 홀링쌕을 올리고 나도 따라 쥬마링을 했다. 오늘은 이곳에서
비박하기로 했다. 시간이 좀 남아 26피치까지 쟈일을 고정시켜 놨다. 내일이면 정상을 밟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니 벌써 가슴이 두근 거린다.
9월29일 금요일
문종국
원래 27피치와 28피치를 한번에 끊으나 28피치 약간 못미쳐 끊어 29, 30피치는 빌레이는 힘들게 봄.
오늘은 마지막 날이라고 희웅이가 한껏 힘내서 올라감. 마지막 34피치에서 오버행 볼트 넘어 우측으로
가는데 홀링자가 부족해 등반자로 홀링, 쥬마링을 하는데 링비너가 풀려 쥬마를 연결한 슬링이 빠져 있다.
홀링까지 모두 마치니 18시 30분이다.
정상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카메라가 고장이 나 한판도 못 찍고 정상에서 모달불을 지펴 비박.
장희웅
26피치까지 쥬마로 오르고 27피치부터 등반을 시작했다. 27피치와 28피치는 피치가 짧은 관계로 한번에
끊기로 했다. 약 50m라서 자일 한동으로도 가능하다. 피치 난이도는 5.10c 또는 A1이고 윗부분은 5.7정도 된다.
출발지점에서는 7,8호 중간에는 5~7호 후렌드가 많이 쓰인다. 29피치는 5.11또는 A1의 크랙으로 25m정도의
짧은 크랙이다. 비교적 빠르게 올랐다. 오늘안에 정상에 서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30피치는
확보지점에서 우측으로 팬듈럼하면 실크랙이 나오고 그 위로 직상한다. 거의 피치가 끝나는 부분은 각이
누웠지만 약간 디에드르 형태라서 확보지점까지 밸런스 잡으면서 몸으로 비벼 오르느라 무척 곤혹스러웠다.
30피치까지 홀링을 마치고 종국이형이 올라오자 곧바로 31핓로 올랐다. 31피치는 A1또는 5.10b와 5.8정도의
크랙으로 5m정도의 수직크랙을 지나서 계속 오르다가 다시 5m가량의 천정 오버행을 지나는 40m가량의 긴 코스다.
오버행 밑을 넘어가는데 중간쯤에서 도통 T.C.U가 먹지 않는다. 얼른 올라가야 하는데 장비 아무리 쑤셔도 먹지
않자 결국 대충 밀어넣고 밟고 일어섰다. 아니나 다를까 일어서자마자 3m정도 추락했다. 정신이 버쩍든다.
다시 차근차근 오르니 쉽게 확보지점에 닿을 수 있었다.
이제 정상까지는 세피치 밖에 안남았는데 정상은 코뻬기도 비출 생각을 않는다. 32피치는 5.9의 궁형크랙이고
상단은 5.10b의 수직 오버행크랙이다. 34피치는 위로 줄줄이 볼트가 박혀 있다. 볼트따먹기로 오르면 쉽게
되겠지 했는데 오버행에서의 볼트따먹기라 상당히 애를 먹었다. 더구나 나는 키도 작아 더욱 불리했다.
결국 오버행을 채고 우측으로 이어진 볼트를 따라돌아 올라가니 불안한 지점에 볼트4개가 박혀있다. 우선
그곳에 고정을 시키고 홀링을 했다.
잠시후에 보니 좌측 위로 아주 확실한 사레와볼트가 박혔있었다. 순간 내 자신에 화가 났다. 조금 일찍
봤었으면 이렇게 불안한 마음으로 홀링을 하지 않아도 됬을텐데! 하지만 이제 조금만 걸어가면 정상인데
신경쓰지말자! 잠시후에 종국이형이 올라오고 홀링도 마쳤다. 조금 위로 걸어올라가니 정상같지도 않은
정상이 나타났다. 그래도 기대했던 정상인데 넓게 펼쳐진 능선이었다. 거기다 너덜지대다. 여기저기
나무와 숲이 보이고 우측으로 멀리 하프돔이 보인다.
종국이형과 나는 서로 고생했다는 말과 함께 악수를 나누었다. 정상에 섰다는 생각보다는 어떤 긴 터널은
빠져나온 느낌이다. 이제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30분정도를 내려가다 다시 돌아왔다. 금방 어두워져서
내일 아침에 내려가기로 했다. 비박준비를 하고 주위의 쓰러진 나무가지를 모아 모닥불을 지폈다. 저녁을
먹고 침낭안에 누워 하늘을 보니 둥근달이 그 부드러운 빛을 축하한다는 듯이 우리의 얼굴위로 비추어 준다.
정말 아름다운 밤이다.
9월 30일 토요일
문종국
침낭 지퍼가 고장나 바람이 솔솔 들어와 밤새 떨다가 8시쯤에 기상하여 곧바로 출발, 하산길을 몰라 한참
헤메다 하강슬링을 아무리 찾아도 못찾고 트레킹코스로 5시간걸려 내려옴. 캠프에 도착하니 12시 15분이다.
애란이형이 없다. 주영선배님께서 갈비를 갖다쥐 저녁은 갈비로 먹고 또 노우즈 등반을 축하한다고 맥주
캔과 고기를 사주심.
저녁식사 후 중동산악회팀과 전북구조대팀에 인사하고 다시 중동팀 텐트로 가서 맥주를 마시며 등반얘기를
하다가 돌아옴. 내일 하루 쉬고 모레부터 등반하려고 했는데 희웅이의 무릎도 안 좋고 나도 피곤하여 일단
시간 여유도 있고 해서 모레까지 예비일겸 등반준비일로 하기로 했다.
장희웅
8시경에 일어나 곧바로 하강코스로 출발했다. 능선 쪽의 사람발자욱과 길옆에 돌탑 (아주 조그맣게 3개 정도
쌓여 있음)을 따라 갔더니 하강코스는 어디가고 일반적인 등산로가 나오는데 아닌가 하강코스를 지나친게
틀림없었다. 할수 없이 그냥 돌아서 내려가자고 하니 종국이형도 찬성하여 무려 5시간 30분을 소비한 끝에
겨우 베이스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런데 반갑게 맞아줄것 같았던 애란이형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나갔나보다 생각하고 우린 먹을 것부터 찾았다. 조금 남은 맨밥과 김 길고 오렌지 몇쪽을 걸신 들린것
처럼 먹어치웠다. 일단 허기가 가시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샤워장으로 향했다. 샤워를 끝내고 써니사이드
캠프로 가는 길에 슈퍼에 들러서 먹을 것을 싸들고 벤치에 앉아 또 정신없이 먹었다. 배를 채우고 캠프에
도착하니 애란이형이 돌아와 있었다.
우리들 고생했다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우리 모두는 텐트에 들어와서 종국이형과 나는 노우즈 등반얘기를
애란이형은 밑에서 있었던 일들을 서로 주고 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정말 벽아래서 다시 올려다보는
마음이 이토록 가볍고 신선할 줄이야! 이때 만큼은 그 지겨웠던 노우즈가 그립기까지 했다.
저녁에 주영선배님이 축한다며 캔맥주 한 박스를 주셨다. 일일이 챙겨주시는 그 마음이 정말 고맙다.
그리고 L.A갈비도 댁에서 직접 사모님께 부탁해 양념까지 해가지고 오셔서는 우리에게 주셨다. 저녁에 그
고기를 먹었는데 오랜만에 먹는 고기에다가 그게 또 그 유명한 L.A갈비라서 그런지 맛이 더욱 각별했다.
저녁을 먹고 우리가 노우즈를 등반하러 올라간 뒤에 전북구조대팀과 중동산악회팀이 들어왔다는 말을 듣고
애란이형을 따라서 두팀의 선배님들께 인사드리러 갔다. 그리고 다시 중동산악회 캠프에 모였다.
중동산악회는 추렌히말 등반으로도 유명한 산악회였다. 정확히 말하면 중동고 O.B산악회였다. 그곳에서는
주영선배님도 함께 자리해서 서로서로 술잔을 돌렸다. 술이 약간 거나해지자 애란이형이 신호를 해서 우린
슬그머니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텐트안에 들어와 우리가 했던 노우즈 등반을 잠시나마 되새겨 보고 반성해
본다.
10월 1일
문종국
오늘은 말 그대로 예비일을 가졌다. 그동안 각자 못했던 기록과 세탁, 그리고 남가주팀 한분으로부터 차
렌트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고 남가주팀 북미벽 4피치까지 픽스시키는 것을 보고 오니 텐트에 아무도 없다.
저녁이 다 되어서야 희웅이가 애란이형이 왔다. 선물을 샀다고 한다.
장희웅
모처럼의 휴일이다. 텐트도 정리하고 너저분하게 돌아다니던 옷가지들을 모두 배낭에 담았다. 그리고
우린 배낭을 지고 빨래방으로 향했다. 빨래방에서 나와 커리빌리지에서 점심을 먹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관광을 즐겼다.
10월 2일 월요일
문종국
예비일이 하루로는 부족한 것 같다. 너무 빠득하게 하는 것 보다 일정도 엘캡 2번만 하면 여유시간도 있고
또 희웅이와 애란이형도 더 쉬자고 해 오늘도 예비일이다. 희웅이와 애란이형은 전북팀과 함께 관광을 하고
나는 어제 쓴 엽서도 보내고 선물도 살겸해서 돌아다니다 텐트로 왔다.
전북팀 텐트에서 같이 점심식사를 하고 89학번 두명과 볼더링을 했다. 애들이 괜찮다. 살라테월 픽스로프를
같이 깔기로 하고 내일 아침 7시에 만나 같이 가기로 함.
장희웅
하루를 더 쉬기로 했다. 어제 다 못한 빨래를 하고 귀국할때 가져갈 선물들을 미리 구경하기도 했다.
오후에는 캠프 둘레에 있는 볼더링장에서 볼더링을 즐겼다. 대체적으로 쉬운것이 많고 나머지는 엄청어려워
할 엄두를 못냈다.
살 라 테 월(문종국:조대공전88, 이석준:원광대89, 이문길:전주기전89, 장희웅:송원전문대90)
10월 3일 화요일
문종국
걸어서 엘캡에 도착하니 창석이형이 자전거를 타고 먼저 밑에 도착해 계신다. 첫 피치는 문길이가 선등으로
시작. 끝 부분에서 2번 슬립을 먹는다. 쥬마링으로 올라가려니 석준이가 그냥 밑에서 쉬란다. 내 생각에도
홀링없이 픽스만 시키는 거니까 괜히 사람이 많이 올라가면 시간만 걸리고, 실력들이 비슷하니 한 명 더 있으나
마나 한 것 같아 나는 밑에서 등반 모습을 보기로 한다. 저녁 7시쯤에 등반이 완료. 픽스로프를 깔며 하강
코스로 하강. 모두 내려오니 8시가 조금 못 되었다.
살라테월 등반을 같이 하기로 하고 자일은 5동 가져가기로 함. 홀링쌕은 그냥 매달아 놓고 왔다.
장희웅
8시 반경에 살라테 스타트 지점 앞에 섰다. 오늘은 어떻게 해서든지 11피치까지 가야한다. 그래야 홀링하기가
평하기 때문이다. Heart Ledge의 하강코스로 홀링하면 배나 빠르기 때문이다. 하강코스로 줄을 내려 픽스시키고
다음으로 쥬마링과 홀링을 하는 것은 이미 노우즈때 실수하며 배운 사실이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
이제 두번의 실수는 없다.
1피치 : 바로 위로 보이는 큰 침니로 오를 것 같지만 그렇지 안고 오른편의 사선크랙으로 오르면 된다. 크랙이
사선이라 중심잡기가 힘들어 시간이 많이 지체된다. 문길이형이 톱으로 올라 1시간 반만에 올랐다.
2피치 : 크랙을 따라 오르는데 난이도는 별로지만 힘이 많이 소모된다. 천정아래에서 확보한다.
3피치 : 천정아래를 오른쪽으로 건너가서 바로 위로 직상하면 된다.
4피치 : 약간 경사가 누운 실크랙을 따라 오른다. 실크랙이라 하켄자국에 스토퍼와 스틸너트를 사용하여 등반
하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바위가 미끄러워 신발이 자꾸 밀린다.
5피치 : 실크랙이 끝나는 곳에서 부터는 페이스 등반이다. 거기에서 조심히 중심잡고 차근차근 오르니 벌써
확보지점이다. 마지막 부분에서 볼트길이가 약간 멀어 애를 먹었다.
6피치 " 계속되는 페이스상의 볼트길이다. 볼트에 슬링을 걸고 밟기도 하고 잡기도 하면서 오른다. 신발이
잘 먹어주지 않아 약간 불안하다. 중간지점에서 왼쪽으로 멀리 떨어진 볼트까지 팬듈럼을 한다.
7피치 : 올라갈수록 드문드문 박힌 하켄으로 매우 불안하다. 하프달러 바로 아래서 하켄과 촉스톤으로 확보.
8피치 : 궁형으로 휘어진 침니다. 그렇지만 밖의 부분이 점차로 벌어져 있어서 몹시몸을 추스르기가 옹삭하다.
톱을 선 석준이형이 무려 1시간에 걸쳐 어렵게 오른다. 여기서는 자일이 모서리에 자주끼어 안 딸려오니
신경써야 한다. 물어보니 코퍼헤드도 썼다 한다. 9피치 : 오른쪽 크랙으로 가볍게 오른다.
10피치 : 크랙을 따라 오르면 마모스테라스가 나온다. 비박하기에 아주 적당한 곳이다. 한 열명도 충분하리라
생각된다.
11피치 : 맘모스테라스에서 50m씩 쌍자로 하강하면 겨우 닿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내려가야 한다. Heart Ledge
에서 바로 밑으로 5번을 하강하니 처음 스타트지점에서 조금 윗 지점이다.
전북구조대팀에서 제일 연장자이신 장석이형과 종국이형이 닭다리를 사놓고 기다리고 계셨다. 하강하니 저녁
8시반 저녁식사하고 나니 9시였다. 오늘은 베이스캠프에서 자고 내일 본격적으로 등반을 하기로 했다.
10월 4일
문종국
아침에 늦잠을 자 시간이 없어 라면을 얼른 끓여먹고 장비 챙기고 기다리는데 석준이와 문길이가 안온다.
6시30분에 가기로 했는데 어제 애들이 픽스하느라 피곤해 조금 늦은 7시에 출발. 쥬마링으로 11피치까지
홀링하며 도착하니 1시 30분이다. 어제 내가 쉬었고 또 처음 스타트라 모두 별로 내키지 않는 것 같아
내가 먼저 시작했다.
12피치는 약간 좌측으로 크랙을 따라 좌우로 좌우로 짧은 팬듈럼을 하면서 쉽게 넘어감.
13피치는 바로 10m위에 걸어가는 아주 쉬운 피치이다.
14피치는 할로우플레이크로 대형프렌드 2개와 대형캠롯 1개를 가지고 스타트. 팬듈럼하는데 고정자일이
깔려있다. 고정자일을 잡고 천천히 하강해서 크랙 시작부분에 도착. 하단 크랙에 대형프렌드가 끝만 살짝
걸린다. 중간 이후로는 캠롯이 그냥 통과한다. 갑자기 겁이 나기 시작한다. 대형 캠롯은 아예 안쓰고 프렌드도
빌려온가라 잃어 버릴까봐 모두 장비걸이에 달아 버리고 몸으로 게기며 올라갔다. 레이백으로 뜯어도 크랙이
확실하니 관찮겠다. 나는 처음부터 크랙으로 가다가 레이백으로 자세로 자세를 바꾸려니 밑에 확보물이 없어
떨어질걸 생각하니 얼른 자세를 못바꾸겠다. 14피치를 오르니 외국인 두명이 있다. 웃으면서 뭐라 그러길래
뭔말인가 했더니 자기네 자일을 한피치 고정시켜 달라고 한다. 테라스는 괜찮으니 오늘은 여기서 비박하기로
하고 15, 16피치까지 픽스시켜 놓기로 한다.
15피치는 침니인데 미국인 1명이 나보고 "Good Luck"한다. 한 5m쯤 올랐을까? 힘이 쭉 빠지고 하기가 싫어진다.
밑에 석준이에게 톱을 교대하는 것이 시간적으로 빠르겠다 싶어 다시 내려와 톱을 교대한다. 실력은 둘째
치고라도 씩씩한 모습이 마음에 믿음이 간다. 하켄 하나를 박고 15피치를 올라감. 내가 쥬마링해서 올라가
16피치 다시 확보를 보고 나머지는 그냥 밑에서 대기. 16피치 중간쯤이 꽤 어렵나 보다. 그래도 잘 올라간다.
하강 하면서 회수, 옆에 미국인 둘의 이름이 짐과 빌인데 아주 친절하다. 위스키를 먹으라고 준다. 쵸콜렛도
주고 포타렛지도 주면서 자라고 한다. 한 피치 자일을 고정시켜 준 위력이 대단하다.
장희웅
9시경에 엘캡에 도착했다. 두 팀의 홀백을 하나로 합치고 장비도 두 팀 것을 모았다. 홀백 무게가 상당하다.
10시경에 쥬마링을 하기 시작했다. 쥬마링과 홀링을 다 마치니 2시가 다 됐다. 시간이 너무 빨리가는 것 같다.
우리도 홀링을 할때 옆의 쉴드 팀이 홀링한 것처럼 했더니 노우즈 때보다 배나 빠르고 쉽게 올릴수 있었다.
그 팀은 약간 바른체구의 사나이 둘이었는데 홀백 2개를 한꺼번에 걸고 1피치 확보지점까지 선등자가 올라가서
도르래에 자일을 통과시키고 한쪽 자일에 둘이 쥬마를 걸고 호흡을 맞춰 하강하듯이 내려오니 반대자일에
매달려 있던 홀백은 총알 같이 올라 어느새 1피치 확보지점까지 도달해 있다. 한쪽에 홀백 두개 다른 쪽자일에
사람 둘 이렇게 한쪽이 내려오면 반대쪽 자일은 올라가는 이치다.
12피치 : 왼쪽으로 난 길로 직등하다가 다시 그 왼쪽으로 하켄과 볼트가 있다. 각이 많이 꺽이니 런너를 길게
연결해야 한다. 볼트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올라야 한다.
13피치 : 확보지점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경사의 바위다.
14피치 : 확보지점에서 약간 위로 오르다가 왼쪽으로 길게 팬듈럼해야 한다. 크랙 하나를 지나 더 왼쪽으로
있는 넓은 크랙으로 올라야 한다. 제일 큰 캠럿 2개를 사요해 거의 20여미터를 확보물 설치를 못하고 오른다.
자일이 꺽여 유통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확보지점은 2개의 볼트가 박힌 테라스다. 종국이형이 톱으로 올랐다.
테라스에 도착하니 외국인 두명이 술을 먹고 키득거리며 놀고 있다. 어이가 없다. 조금만 테라스에서 확보도
안 한채 비틀거리며 왔다 갔다 한다. 처음엔 말없이 우리 장비만 챙겼다. 여기서 비박하기로 했다. 저녁 무렵
석준이형이 외국인에게 위스키를 얻어 온다. 나도 한 모금 했다. 무척 쓰다. 서로 술이 오가다 보니 말이
많아지고 웃음소리도 커졌다. 이름이 짐과 벨이라며 우리들 이름을 물어온다. 우린 그냥 미스터 장(장희웅)
미스터문(문종국) 미스터리(이문길) 미스터임(임석준)으로 부르라고 했다. 짐과 벨중에서 짐이란 놈은 나보다
겨우 한두살 위인데 생긴것은 꼭 30대 후반정도로 보였다.
문길이 형이 잠을 못 이룬다. 추워서 잠이 안온다며 달만 바라보고 있다. 난 그 마음을 안다. 오늘이 바위에서의
첫밤이다. 아마 경험하지 않은 사람을 모를 것이다. 아니 설명을 해주라고 해도 뭐라 말 할 수가 없다. 그 묘한
기분을 말이다. 달만 바라보는 문길이형의 모습을 애써 외면한채 나는 또 나대로 상념에 잠긴다. 이놈의 달은
무척이나 길게 넘어가고 있는것 같다. "에이씨 징한놈의 달"
10월 5일 목요일
장희웅
15피치 : 별로 어렵게 보이지 않는 침니다. 어제 고정시켜 놓아 쥬마링으로 오른다. 후등자 쥬마링이 훨씬
어렵다. 줄을 벽면으로 넘겨 벽을 타고 쥬마링을 해야 한다. 종국이형이 짐의 자일을 가지고 올라온다. 어제
얻어마신 술값을 자일을 고정시켜준는 걸로 대신한다.
16피치 : 크랙이 점차로 좁아진다. 어제 고정시켜 놓아 손쉽게 쥬마로 오른다.
17피치 : 5.10d에 A1의 크랙이다. 문길이형이 톱으로 오른다. 네명이 서 있자니 자리가 비좁다. 얼른 문길이
형이 확보했으면...
18피치 : 그 유명한 귀바위(THE EAR)다. 꼭 귀를 닯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내가 하겠다고 우겨서 결국
내가 오른다. 침니인데 아래가 얿고 위가 좁아서 아찔하기만 하다. 불안해서 안으로 자꾸만 기어들어가게 된다.
맨 안족에 봉봉하켄이 보인다. 그리고 슬링이 길게 연결되어 있다. 조금 더 올라서 우측으로 보니 파란슬링이
보인다. 왕후렌드(손수제작된 후렌드-서울시립대에서 빌렸음) 두개를 양손에 잡고 번갈아 끼우며 전진했다.
말이 왕이지 막상 걸리는 부분은 조금 밖에 안걸려 나를 더욱 불안하게 한다. 후렌드에 레더슬링을 걸고
한스텝씩 일어서며 조금씩 조금씩 위로 나아갔다. 침니가 끝나는 부분에 언더 크랙이 보인다. 잡아보니
확실하다. 그런데 막상 잡고 일어서려눈 순간 언더크랙 전체가 약간 들썩인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겨우 잡고
일어섰다. 침니속에서 볼때는 언더크랙만 넘어서면 확보지점이 있을 것 같았는 데 막상 넘어서니 뒤로 크랙이
계속 있다. 크랙따라 오르다가 좌측으로 붙어 5m정도 오르니 확보지점이다.
19피치 : 조그만 크랙이 곧장 위로 길게 이어져 있다. 차근차근 오르면 쉬울 것 같았다. 그건 착각이었다.
약간 오버행이고 크랙도 거의 벙어리였다. 특히 마지막 부분은 말그대로 실처럼 생긴 실크랙이어서 제일 작은
스틸너트도 안먹는다. 하켄을 박을 수도 없을 정도로 얕았다. 어쩔수 없이 스틸너트에 래더를 걸고 너트가
빠지지 않게 엄지손가락을 밀어넣으면서 살짝 일아섰다. 그 순간 나의 몸은 "슬립"소리와 함께 결국 떨어지고
말았다. 한 4.5m정도 떨어진것 같다. 다행히 두번째 너트가 잡아주었다. 다행이다. 그것 마져 빠졌다면...
상상하기도 싫다. 다시 아까와 같은 동작을 반복해가며 오른다. 손에서 땀이 많이나 뒤로 자꾸 손이간다.
결국 2시간만에 한 피치를 끝낼 수 있었다.
내 다음으로 올라온 문길이 형이 내가 떨어지는 바람에 잠이 다 깨버렸다며 투덜거린다. 어이가 없었다.
문길이형이 내 확보를 봐주었는데 그럼 졸고 있었단 말인가! 설마 농담이겠지 싶었는데 그 다음으로 올라온
석준이형이 진짜로 졸고 있었다고 말해준다. 으아! 미치겠다. 하여튼 그놈의 "그리그리" 때문에 확보맨들이
영 게을러지고 있다는 것을 그걸 만든 회사는 알고나 있는지...
20피치 : 약간 오버진 실크랙을 넘어서니 바로 20피치가 나타난다. 위로 침니가 보인다. 그 침니를 올라서면
21피치 엘캡스파이어다.
21피치 : 문길이형이 톱을서서 21피치에 다다랐다. 올라서니 문길이형 하는말 "희웅아 이제는 개념도에 나타난
급수 않믿기로 했다. 너는 이 살벌한 침니가 5.6이라니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냐?"면서 혀를 찬다. 오늘은 여기
엘캡스파이어에서 두번째 비박이다 등반 와중에도 석준이형은 연신 무전기를 잡고 베이스와 통화를 시도하고
있다. 벌써 침니 아래에는 짐과 벨이 도착했다. 실력이 꽤있는 놈들이다. 짜식들 그런데도 우리한테 픽스시켜
달라는 걸 보면 정말 "요세미테 바위꾼들은 게으르다"는 말을 들을 만도 하다. 여기는 정말 다른 비박지에
비하면 운동장이다. 그런데 우측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줌을 누었는지 누렇게 찐이 배겼다. 냄새도
지독하다. 형들이 비빅준비를 할 때 나는 재빨리 응아를 했다. 그리고 봉투에 넣어서 앞쪽으로 멀리 던졌다.
그런데 이게 왠일이야? 아니 내 똥봉투가 하늘로 높이 솟아오르고 있다. 산에서 비닐봉투가 바람에 솟아오르듯
내 응아를 담은 저 무거운 종이봉투가 계곡풍을 타고 하늘높이 솟아올라 오른쪽 저 멀리 힘들게 오르고 있는
쉴드팀의 머리위로 아슬아슬 하게 지나간다. 만약 그 봉투가 개네들 머리위에서 쏟아진다면... 으으 살떨려!
하여간 별일이야! 비박준비가 끝나자 저녁을 먹고 침낭속에 누웠다. 하늘을 보니 아직 해가 지지 않고 있다.
아! 편안하다! 편안하긴 한데 잠이 안온다. 그때 석준이형이 20피치에 있는 녀석들에게 "Hey Jim"하고 너스레는
떨며 자일을 슬그머니 내린다. 잠시후 위스키조금 담배 4개피 초콜렛 4조각이 자일에 달려 올라온다. 아휴!
기특한 녀석들! 그리하여 우리는 석준이형 덕분에 위스키를 맛보며 잠을 청할 수 있었다. "Good night Jim"
10월 6일 금요일
장희웅
22피치 : 석준이형이 톱으로 오른다. 상태가 양호한 크랙이다. 크랙이 끝나는 지점에 침니가 나온다. 침니를
빠져 나올때 중심이 흐트러질수 있으니 위의 홀드를 잘 찾아야 한다. 석준이형 말로는 처음에 장비를 너무
썼기에 이 부분에서 상당히 애로점이 많았다고 한다. 촉스톤에 걸린 슬링과 후렌드로 픽스를 시키고 다시
23피치로 하강.
23피치 : 내가 선등이다. 형들이 막내라고 잘해주니 무척 힘이 난다. 내몫은 해야겠기에 조심스럽게 내가
선등하겠다고 했다. 테라스가 양호하고 5.10a 또는 A1+인데 처음만 힘들고 윗부분은 손쉽게 오를 수 있다.
24피치 : 종국이형이 오른다. 실크랙이 연결되는 곳으로 직등하다가 좌측으로 가면 하켄이 많이 박혀있다.
종국이형이 한번 추락을 했다. 피피슬링이 닳아 끊어 졌다고 한다. 다행이 많이는 안떨어진 것 같아 다행이다.
25피치 : 넓은 크랙으로 마지막 부분에서 확보지점까지 옆으로 트레버스한다. 약간 맛이 간것 같은 볼트 2개로
확보한다.
26피치 : 종국이형이 선등으로 올랐다. 레이백 자세로 손' 발 등을 째밍해서 오른다. 종국이형이 힘들어
하는 모습이 보인다. 잠시후 완료가 들린다. 24피치에서 곧바고 26피치까지 쥬마로 올랐다. 피치가 짧으니
두피치를 한꺼번에 끊을 수 있을 것 같다.
27피치 : 석준이형이 선등으로 오른다. 밑에서 보니 상당히 고전하는게 보인다. 나중에 올라서서 들으니 밑에서
장비를 너무 소비해 위에서 장비가 딸려서 상당히 애를 먹었다고 한다. 어쨋든 석준이형만 오르면 장비가
부족하다. 우리중에 장비를 가장 많이 쓰는것 같다. 내경우에는 장비를 쓸때 아껴서 쓰는데 석준이형은 국내
에서도 인공등반을 해서 그런지 하켄을 박을 때가 있으면 과감히 박고 일어선다. 한참을 오르다가 팬듈럼을
하는데 팬듈럼후에 2~4호 후렌드 서너개는 있어야 한다.
28피치 : 여기서부터가 헤드월(HEAD WALL) 구간이다.엘캡을 멀리서 보면 꼭사람의 이마 같이 바위 윗부분이
튀어나와 오버진것이 보이는데 바로 그곳이다. 언뜻보기엔 쉬워보이는데 약간 기우는 크랙이라 레더 쓰기가
쉽지 않가. 마지막 부분은 코퍼헤드를 사용하였으며 확보조건이 불량하다.
29피치 : 5.12b 또는 A2+의 벙어리 크랙이다. 장비설치가 용이하지 않고 확보조건도 불량하다. 위를 올려다보니
30피치도 오버행이라 매달려 있을 것을 생각하니 끔찍하다. 이 헤드월 구간에서는 테라스가 없는 관계로 32피치
까지 가야 쉴 수 있는 롱렛지가 있다. 날은 이미 저물었다. 그렇지만 저번 노우즈때 처럼 매달려 밤을 새울
수는 없다. 할수 없이 석준이형이 계속해서 선등하면서 야간 등반을 하기로 했다.
30피치 : 확보지점이 좋지 않은 곳에서 계속 매달려 있자니 허리가 아파 미칠지경이다. 위에는 문길이형과
석준이형이 오르고 나와 종국이형은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다. 허리도 아프지만 저녁만 되면 아래에서 불어오는
계곡풍에 온몸이 지맘대로 떨고 있다. 옆의 종국이형도 마찬가지다. 밑에 있는 데도 죽을 맛인데 오르는 사람
들이야 ... 한숨만 나온다. 위를 보니 사람은 이미 보이지를 않고 랜턴불만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29피치는 천정오버행을 넘어서는 구간이고 30피치는 그 위로 곧게 난 크랙을 이용해 올라간다. 그런데 볼트가
여러 군데 박혀있어 어디다 픽스를 해야 할지 헷갈릴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석준이형과 문길이형은 벌써 3
0피치를 오르는 모양이다. 조금전에 하켄치는 소리가 "땅땅"하며 들렸다. 상당히 어려운 구간인것 같다.
아무 생각도 없다. 어서 지옥같은 이 구간을 벗어나기를 바랄뿐이다.
31피치 : 이 부분은 후렌드 2~4호가 많이 쓰이며 앵글하켄이 있으며 용이하다. 주의할 점은 중간확보물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32피치 : 후렌드 4호와 스틸너트 그리고 나이프하켄 등이 쓰인다. 실크랙을 지나 위로 오르다 오른쪽으로 트레
버스를 하면 1m정도 넓이의 긴 테라스가 바위면에 한 15m정도 둘러쳐져 있다. 아! 그래서 롱렛지라고 하는 구나!
하고 생각했다. 정말 석준이형이 고생이 많았다. 오늘 가장 힘든 헤드월 구간을 거의 혼자서 야간까지 선등을
했으니 말이다. 테라스에 앉고 보니 모두들 무릅 아래로 밖으로 나와 마치 밴치의자에 앉아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엉덩이만이라도 걸쳐서 쉴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것도 그저 고마울 뿐이다. 사람이 많아 자리가
비좁으니 길게 누워서 잘수는 없으니 그냥 이렇게 앉아서 잠을 자야 한다.
10월 7일 토요일
문종국
살라테월 등반 완료 후 하강해서 내여옴. 내려오는 도중 무전으로 중동팀이 사고가 나 헬기로 구조됐다고 한다.
걱정을 하며 하산. 일단 전북팀 텐트로 가 점심을 맛있게 먹고 우리 텐트로 가 짐을 품. 내일 장비 정리하기로
하고 그냥 왔는데 애란이형이 없다. 아직 도 중동팀 사고 때문에 병원에서 안왔는가 보다.
애란형이 우리 마중하러 왔다가 사고난 것을 보고 계속 같이 있었나 보다.
장희웅
33피치 : 서로 선등을 하겠다던 사람들이 정상이 가까이오자 서로 미루고 있다. 정상에 서는 기쁨을 서로에게
양보할 생각에서 일것이다. 종국이형과 나는 이미 노우즈 등반때 정상에 섰으니 문길이형이나 석준이형에게
양보하기로 이미 얘기 했었다. 이번 피치는 결국 내가 서기로 했다. 어차피 35피치까지 가야 하니까 35피치에서
양보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분은 크랙이고 윗부분은 약간 움푹패인 슬랩이다. 확보지점이 못미더워
후렌드를 2개 더 설치하고 자일을 픽스시켰다. 잠시후 모두 올라온다.
34피치 : 문길이형이 올랐다. 5.8의 쉬운크랙이다.
35피치 : 문길이형이 톱으로 올라간다. 장비는 모두 다 회수된 상태다. 슬금슬금 눈치를 본후 나보고 올라가
라던 문길이형에게 무조건 못간다고 우겼다. 결국 문길이형이 마지막피치인 35피치를 선등했다. 생각보다
어려운 구간이다. 확보지점 바로위로 부터 오버행이 시적되고 그 오버행을 왼쪽으로 돌아 오른다.
36피치 : 아니! 35피치가 마지막인줄 알았는데 아직도 정상이 아니다. 이 피치는 그냥 갈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
없는 구간이다. 그러나 그냥 가기는 높이가 높이인 지라 여기서 떨어지면 꼭대기에서 떨어지는 것이다.
자일을 깔고 소나무에 픽스를 시키니 정상이다. 모두올라와 장비를 다시 분배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서로 악수하며 활짝 웃었다. 정상에서 옆으로 한시간 정도 가다보니 아래쪽으로 하강코스가 보인다. 먼저번에
여길 못 찾고 무려 5시간 반을 걸어내려 갔었다. 네번 정도 하강하고 나서 30분 정도 걸어 내려가니 도로가
나왔다. 이제 다 끝났다. 캠프에 도착해서 장비를 부리고 애란이형을 찾았으나 보이질 않는다.
전북구조대팀 캠프에서 저녁을 같이 하자고 해서 갔더니 고기도 굽고 밥도 맛있게 해놨다. 식욕이 당겼다.
77학번 창석이형이 고기를 굽고 있다. 우리 보고는 그냥 먹기만 하라고 하신다. 사실 우리가 낄자리가 아닌줄
알면서도 애란이형도 안 보이고 또 석준이형이랑 문길이형이 강력히 권해 할수없이 같이 점심을 먹게 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 캠프로 오니 애란이형이 와있었다. 병원에 갔었다고 한다. 아까 하강하면서 석준이형이
베이스와 연락할때 한국팀 한팀이 사고가 나서 헬기가 떴다는 얘기까진 나도 들어 알고 있었다. 그래 얼마나
다쳤냐고 물어보니 자세히는 애란이형도 잘 모른다고 했다. 그 사고 때문에 다른곳으로 관광을 가신 그 곳
산악회 선배들에게 연락을 해야 하는데 잘됐는지 모르겠다며 애란이형이 걱정을 한다.
저녁에 중동산악회로 가니 정만이형(백정만)과 연식이형(민연식)이 와있었다. 생각보다 많이 다치진 않았다.
정만이형이 오른팔이 부러지고 허리쪽에 약간의 타박상을 입을 것 같았다. 그래도 정만이형은 입만 살아가지고
계속 사람을 웃긴다. 자기의 친구 별명이 산악회의 하이에나라든가 뭐라든가 라며 계속 재잘거린다.
오히려 그게 더 본인한테도 나으리라! 아프다고 인상만 쓰고 있는 것 보다는 훨씬 나의니까 말이다. 정만이형과
종국이형은 동갑이라 금새 친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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