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국립도서관에서 작성한 외규장각 의궤 목록(박병선 촬영)
- 《효장세자책례도감의궤》(1725년(영조 1)), 상하 2책, 48.1×34.8센티미터(환수된 원본).
- 프랑스가 중국 측에 반환한 원명원의 토끼상(왼쪽), 쥐상(오른쪽)
이규호 –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7년 4월 1일 현재 20개국에 168,330점의 우리 문화재가 소재해 있다. 그 가운데 일본에 71,422점, 미국에 46,404점, 중국에 10,050점, 독일에 10,940점, 영국에 7,638점, 러시아에 5,633점, 프랑스에 3,600점 등이 소재해 있다. 이들 나라 중 프랑스는 국내법을 이유로 약탈문화재를 반환하지 않는 나라라는 세평을 듣고 있다.
그래서 전시국제법의 논리에 따라 당연히 약탈문화재를 반환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결국 병인양요(1866년) 당시 약탈해간 조선왕조의 외규장각 의궤 297 책은 프랑스 정부가 영구대여의 형식으로 2011년 우리나라에 반환하였고, 1980년 제2차 아편전쟁 당시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이 청나라 황실정원인 원명원(圓明園)에서 약탈해간 12지신상 중 쥐 머리 청동상과 토끼 머리 청동상에 대해서는 이를 구매한 프랑수아 앙리 피노 프랑스 PPP 그룹 회장이 2013년 중국에 기증하는 형식을 빌려 돌려주었다.
그런데 프랑스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우리 문화재의 환수를 위해서는 국가간 외교 채널을 동원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에 프랑스 국제사법 및 국내법에 의거하여 경매를 통해 매수하거나 사인간 계약을 통해 매수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 국제사법 제III.7조 (재산권)에서는 “준거법은 동산이든지 부동산이든지간에 재산이 소재한 국가의 법이다. 동산이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그 장소는 복잡할 수 있다. 이러한 쟁점을 해소하기 위하여 판례는 소가 제기된 경우에 동산이 소재하는 국가의 법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동산이 운송수단(선박, 항공기 등)인 경우에 국제계약법에 따라 국제재판관할권은 등록국에 부여된다. [생략]”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프랑스 국제사법 제III.7조에 따르면, 도난 내지 불법반출된 우리 동산문화재가 프랑스에 소재하는 한 이 동산 문화재에 대한 준거법은 동산소재지법 즉 프랑스 법이다. 이에 의거하여 프랑스 민법이 적용되게 된다. 그런데 프랑스 민법상 도난문화재와 관련하여 특별규정을 두고 있다. 프랑스 민법 제2279조 내지 제2280조에 따르면, 경매 또는 중개인을 통해 동산을 취득한 선의 매수인은 보상을 지급하고 점유를 박탈당한 원 소유자에게 그 동산을 반환하여야 할 수 있다. 이는 그 원소유자가 신속하게 대응하는 경우에 한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프랑스에서 선의의 매수인은 도난 이후 3년이 경과하면 권원을 취득한다(프랑스 민법 제2279조). 매수인이 선의로 매수한 것이 아닌 경우에 취득시효는 30년이다(프랑스 민법 제2262조). 즉 프랑스 민법 제2262조는 “대물사건 및 대인사건의 청구는 취득시효를 주장하는 자가 그러한 권리를 증명할 의무를 다 하지 아니하거나 그에 대해 제기될 수 있는 악의에 대한 추론적 이의를 제출되지 아니하는 한 30년이 경과하면 취득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임의경매를 통해 우리 문화재를 구입하는 경우에는 프랑스 상법의 관련 조문도 알 필요가 있다. 프랑스 상법 제L321-17조에 따르면, 공매(public auction)에 의해 동산의 임의경매를 시행한 경매사는 경매가 그 매매에 적용가능한 규정에 따라 공매에 의해 동산에 매도된 경우에 책임을 부담한다. 경매사의 책임을 회피하거나 제한하는 조항은 금지되고 무효다. 공매에 의한 동산의 가치평가 및 해당 동산의 임의경매 내지 강제경매에 관련된 대위책임 소송은 재판 또는 가치평가 시점으로부터 10년이내에 제기되어야 한다. 즉, 공매에 의한 동산의 가치평가 및 해당 동산의 임의경매 내지 강제경매에 관련된 대위책임 소송은 경매사를 상대로 제기할 수 있다. 프랑스 상법이 적용되는 것은 경매사가 관여되어 있기 때문이므로 이 점은 경매사의 책임을 묻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그 밖에 아래의 두 가지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 프랑스 민법에 따르면, 매매계약체결 시점에 소유권 이전이 발생하므로 우리 민법에 비해 매수인은 보다 나은 지위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한국 민법에 따르면, 소유권이전을 위해서는 물건의 점유의 이전이 필요하다.
둘째, 유럽연합의 경우 반출허가서를 발급받지 못하면 유럽연합 회원국 밖으로 우리 문화재를 반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매매계약 체결시 우리 문화재의 반출허가서 수령시에 즉시 매매대금을 지급하도록 계약내용을 작성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