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그렇지만 이맘 때면 공연히 마음이 바빠지고 은근히 행사도 많아진다
추운 날씨에도 거리는 제법 북적이고 젊은 친구들은 제 생각에 다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것 같다.
토요일은 결혼식 절행사도 있고, 일요일은 초하루기도 4번째 일요일이니 매달 모이는 군부대 법당에도 가야 할 것 같아 이리 저리 생각하고 있는데 도반의 아버님이 돌아 가셨다는 전갈이 왔다.
평소 병석에 오래 계셔서 그 도반의 괴로움을 익히 알고 있는지라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어째든 일단 문상은 가야겠기에 도반들과 함께 가는 것이 제일 좋지만 내 사정상 그럴 수가 없어 초하루 기도는 군부대 법당에서 대체하기로하고 그곳 (양재동)에서 장례식장인 수원 연화장으로 가기로 했다 집에서 나갈 때는 점심만 먹고 일찍 나오려니 했는데 여러해 동안 같이 모인 팀원들이 새해에는 다른 곳으로 가게 된 분들이 많아 이런 저런 이야기에 일찍 빠저 나올 수가 없었다 마음은 바빴지만 양재역에 도착한 것이 3시30분쯤이였으니 오늘 나는 고생깨나 할 것 같았다 수원은 평소 연고가 없고 낮설은 곳이라 미리 인터넷으로 가는 길을 잡아 놓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외지라 불편한 점이 많았다 연화장 앞까지 간다는 버스가 신설되었다는 인터넷 길잡이로 안양역에 내려 65번 버스를 탔는 데 이게 웬일입니까! 마을 버스처럼 정류장도 많고 시간도 많이 걸려 연화장 입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 연화장까지 걸어서 10분 정도라지만 산길이고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택시를 이용 해야하나 하고 있는 데 기사가 그럴것 없이 여기 들어 가는 차는 다 연화장으로 가는 차니 태워 달라고 하란다 여기까지 몇번 환승하며 마음 졸여 온 것이 아깝기도 해 택시를 부르기도 내키지 않고 하여 이딴 길 못 걸을까 봐 하면서 걷기로 하였다 나는 부처님을 따르는 불자이니 여기 계시는 모든 신장님들이 나를 보호해 주실거야 하고 사방을 힐끔 쳐다 보면서 걷기 시작했다 날은 춥고 어둠속에 가끔씩 지나가는 차는 불빛만 더했다 몇 걸음을 부지런히 가고 있는 데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 쳐다보니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가 따라 오고 있었다 급한김에 말을 붙여 어디 가느냐고 하니 연화장 간다고 했다 가만 보니 아직 앳띤 소년 같았다 서로 잘 됐다고 하면서 둘이 말없이 가다 비스듬한 언덕바지에서 이 길을 잘 아느냐고 물으니 잘 안다고 하면서 저기만 넘으면 된다고하였다 고갯길을 넘어 가며 몇번 온 것 같기에 나는 문상을 가지만 무슨 일로 여기를 들리느냐니까 오늘은 여자 친구한테 목도리를 주려고 간다고 하였다 여자 친구가 여기서 뭘 하길래요? 하니 3개월 전에 술취한 운전수에 의해 고3인 같은 학교 여자 친구가 교통사고로 갑자기 저 세상으로 갔다고 하면서 오늘은 성탄절이기도 하지만 날이 추워 목도리를 가지고 간다면서 "아무래도 덜 추울테니까요" 라고 했다 순간 말을 잃었다 한참만에 여자 친구가 하늘나라에서 이런 모습 다 보고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마음속으로는 이미 극락왕생을 빌며 둘이 똑 같은 마음으로 가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하나 더 그어머니를 위한 위로의 마음도 전하고 있었다 어찌할고? 한 사람의 잘못된 부주의가 다른 여러사람에게 돌이킬 수 없는 슬픔으로 돌아 옴을! 이 애별이고(愛別離苦)를!!! 연화장 가는 길에서 다시 한번 오늘 내 수고는 행복의 발걸음이였음을.....돌아 올때도 우리는 같이 나와 말없이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며 보듬고 있었다.
영가시여! 극락왕생하소서!
첫댓글 때로는 말없이 함께 걸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지요......동행~
피케이수~운님....건강이 함께 하는 행복..오래도록 누리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