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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더니 밤늦게까지 텐트를 때리는 심한 빗소리에 초저녁 잠을 설쳤으나, 새벽녘 잠이 깨 밖을 내다보니 언제 비가 왔냐는 듯 조용하고 맑은 날씨다. 밤새 걱정으로 자다 깨다를 하며 걱정을 하였는데 다행이다. 어제 하루를 쉰 바람에 계획한 일정보다 하루가 지체되어 전체 일정에 큰 차질은 없으나 일정 변경이 불가피하게 생겼다. 본 옴무 고개에서부터 동행하고 있는 Mr 최와 박군도 여기서 TMB 트레킹을 중단하려고 했다면 어제 이 대표 차편으로 샤모니로 나갔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를 따라 샤모니까지 TMB 완주를 하기로 마음을 바꾼 Mr 최와 박 군도 8월 13일 출국이라 시간 여유가 있고, 체력적으로 같이 갈 수 있다고 하여 같이 가기로 한다.
텐트는 물론 캠핑장 주변이 어제 밤까지 내린 비로 젖어서 질꺽거려 철수하는데 애를 먹게 생겼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캠핑장에서 비를 만난 것이 우중 트레킹을 한 것보다는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텐트 안에서 꾸물대는 팀원들에게 서둘러 철수 준비를 하도록 하고 텐트를 비롯한 기타 장비들을 말릴 시간이 없으니 그냥 배낭에 패킹을 하도록 한다. 캠핑장 앞 버스 정류장에서 8시 35분 버스를 타고 발 페레 산장이 있는 아에르 피 누바(Arp nouva 1,769m)까지 가야 하기 때문이다. 텐트 철수를 모두 마치고 간단하게 아침 식사도 그런대로 끝낸다. 모든 팀원들의 배낭 패킹을 마치고 캠핑장 리셉션 앞에 배낭을 내려놓고 야영비 정산을 하고, 언제 다시 올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예기치 않았지만 3박 4일을 머물렀던 그랑조라스 캠핑장을 떠날 준비를 마친다. 캠핑장 리셉션 앞에서 단체 기념사진 한 컷을 뒤로하고 시원 섭섭하게 캠핑장 앞 버스정류장에 나와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 티켓은 끄르마이예르 버스 터미널에서 미리 편도 티켓(1회권, 2유로)을 구입해 놓았기에 티켓 없이 버스 승차 시 운전기사에게 6유로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웬지 8시 35분이 지나도 버스가 오지 않는다. 아마도 조금 지연이 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올라오던 승용차가 우리 앞에 정차를 하더니 손짓을 하며 뭐라고 말을 하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알고 보니 어젯밤 폭으로 인한 산사태가 발생하여 도로가 막혀 차량 통행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기다리고 있는 버스도 당연히 올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게 웬 날벼락인가. 드디어 예기치 못한 사고가 터진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멘붕이다.
팀원들은 단순 우리가 타고 가려던 버스가 오지 않는다는 것만 인지할 뿐, 앞으로 전개될 일정은 어떻게 될 것인지 아무것도 모른 상태다. 팀원들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TMB를 이어 가려면 여기서 그제(8/4) 몽 드 라 삭스 능선을 마치고 보나티 산장 아래 27번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캠핑장까지 내려왔던 그 지점에서 반대 방향으로 곱절은 더 걸어 올라가야 한다고 말을 하니, 모두들 기가 막혀 말문을 닫고, 걱정 어린 표정 외에는 할 말이 없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걸어간다면 못 갈 것도 없지만 당장 엄두가 나지 않은 것이다. 지도를 펴 놓고 거리를 유추해 보니 약 8km의 거리에 200m 고도차가 있어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걷는다면 3시간 이상 걸릴 것으로 판단된다. 거기다 뙤약볕 아래 아스팔트 도로를 걷는다는 것은 상상을 할 수없었다.
순간 궁하면 통한다고 여차로 캠핑장 측에 도움을 요청해 보자는 생각이 떠 오른다. 팀원중 대학생인 젊은 친구 박 군이 영어가 좀 되어 먼저 보내 사정 얘기를 해 보라고 하고 뒤따라 갔더니 박 군이 바로 나오면서 안된다고 한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는 우리 처지에 다시 이야기를 해 볼 수밖에..
내가 들어가 빵을 팔고 있는 할머니에게 서툰 영어로 말을 하나, 이탈리아 할머니도 영어가 잘 안되니 고개만 가로로 저을 뿐이었다. 그때 마침 나에게 야영비 정산을 받았던 젊은 친구가 나와서 사정 이야기를 하며 약간의 수고비라도 주겠다고 하니, 잠깐 망설이며 생각하더니 안으로 들어가 어머니를 모시고 나온다. 아들의 설명을 듣던 어머니가 어렵게 승낙을 하며, 잠시 차를 준비할 테니 기다리라고 한다. 캠핑장 운영을 가족 모두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것 같다.
노심초사 기다리고 있는 팀원들에게 차량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이야기하니 모두들 살았다는 듯 반기며 안심하는 표정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다가 올 멘붕상태에 직면하게 될 예상을 하지 못하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어제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 속에 캠핑장을 떠나 샤모니로 가던 이 대표의 차량이 산사태로 도로가 막
하는 순간 현장에 있었으나, 다행히 사고는 면했지만, 차량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삼일 동안 갇혀 있었다고 한다. 만약 이 대표가 어제저녁 다시 우리 캠핑장으로 돌아왔거나, 내가 이 대표에게 안부 전화라도 하였다면 오늘 이 대표의 차를 이용하여 목적지까지 아무런 걱정 없이 갈 수 있으련만... 인간사 한 치 앞을 알 수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아무튼 차량이 출발 준비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배낭을 챙겨 9인승 봉고형 차량에 탑승을 한다. 차량을 타고 올라 가면서, 이 길을 걸어 올라갈뻔한 팀원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자못 궁금하다.
대중교통이 더 이상 갈수 없는 버스 종점에 도착하여 수고비로 50유로를 전하자, 진위 여부는 알 수없지만, 사양을 하다가 받는다. 덕분에 편도 버스 티켓 6장(12유로)은 무용지물이다. 사용기간이 없는 1회 사용 티켓이라 이 대표에게 주면 사용할 수 있으려나. 차에서 내리니 비 온 뒤 날씨라 구름 한 점 없는 청명 그 자체다. 배낭을 정리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트레킹 준비를 한다.
직진하면 발 페레 산장, 좌측 다리 건너는 길이 TMB 루트다.
다리를 건너 조금 진행을 하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엘레나 산장까지 가는 길은 우측 산으로 올라가는 길과 좌측 짚 로드로 올라가는 두가지 길이 있다. 팀원들에게 의견을 물으니 조금 쉬운 짚 로드로 가자고 한다.
이리 가나 저리 가나 엘레나 산장까지 가기는 마찬가진데, 우선 보기엔 쉽게 보이는 짚 로드를 선택한것 같다.
짚 로드는 엘레나 산장까지 갈 수있는 비상 도로로 일반차량은 진입을 하지 못하고, 산장의 물품 공급이나 목장의 특수한 차량만 이용을 하는 것 같다.
트레커 두사람이 올라가는 길이 정통 TMB 루트다.
우리는 짚 로드를 택한 대가로 경사도를 감안하여 구불구불하게 만들어 논 도로를 따라 걸어야 했다. 8월 2일 이후, 오랜만에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걷는 팀원 모두가 힘겨워한다. 비에 젖은 텐트와 장비들이 배낭 무게를 더한 탓도 있으리라. 가다 쉬다를 반복하며 올라가다가 막바지에서 돌아가는 짚 로드가 너무 멀리 보여 엘레나 산장 방향으로 바로 치고 오른다. Mr. 최만 짚 로드로 돌아가고 나머진 나를 따라 직등으로 치고 오른다. 조금 힘든 오르막이다.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정상적인 시간대에 오늘의 1차 목적지 엘레나 산장(Rifugio Elena 2,061m)에 도착을 한다.
엘레나 산장 (Rifugio Elena 2,061m)입구
산장 테라스에서 올라왔던 발 페레를 배경으로...
박군.
엘레나 산장 입구에서 연화 인증 숏
산장 테라스에서 기념으로...
엘레나 산장 사진에 출연하지 않는 팀원들은 산장 뒤편 잔디밭에 배낭을 풀어헤치고 텐트와 그 밖의 장비를 햇볕에 널어 말리느라 정신이 없었던 팀원들이다. 나도 뒤늦게 참여하여 텐트와 장비를 꺼내 말렸다.
엘레나 산장은 특히 테라스의 전망이 유명하다.
프레드 바 빙하 뒤로 우뚝 솟은 봉우리 몽돌랑이다. 몽돌랑에서 그랑조라스에 걸친 빙하와 암릉은 물론 페레 계곡의 장쾌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몽돌랑은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3국에 걸쳐있는 산으로 유명하다.
엘레나 산장 테라스에서 본 몽돌랑(Mont Dolent 3,823m. 빙하 우측)과 프레드 바 빙하(Glacier de Pre de Bar)
*엘레나 산장은 이탈리아 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 (재위 1900~1946)의 부인이었던 엘레나 왕비에게 헌정되었던 산장으로 1950년대 눈사태로 소실되었다가 1995년에 새로 지었다고 한다.
텐트를 말리는 동안 가지고 있는 빵류 등을 꺼내 간식을 먹으며 쉬는 타임을 갖는다. 이제 오늘의 최고점인 페레 고개( 2,537m)가 바로 코 앞에 닥쳐 있다. 오늘의 고비이기도 하지만 남은 TMB 구간 중에서도 제일 높은 고개를 넘어야 한다. 지도상 엘레나 산장에서 476m 약, 500m 고도를 높여야 된다.
트레커 한 사람이 올라가는 방향의 구름이 있는 마루금 어딘가에 페레 고개가 있을 듯...
어느 정도 말린 것들을 배낭에 패킹하고 출발 5분 전!!! 을 외치며 심기일전하며, 마지막 전투(?) 개시를 한다. 앞서가는 유럽의 트레커는 물론, 트레킹 중 만나는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대부분 반팔, 반바지를 입는다. 우리와 달리 이들은 일부러 선팅을 한다고 하니...
우리보다 먼저 페레고개릏 향해 출발하고 있는 체격 좋은 유럽 트레커들.
고도를 점점 높이자 엘레나 산장이 조그맣게 내려다 보이고 짚 로드가 산장 뒤 기다란 목장 건물까지 이어져 있다. 그리고 산장 앞 테라스에서 가깝게 보이던 빙하와 몽돌랑(사진 우측)이 멀리 보인다.
엘레나 산장을 돌아보고...
페레 고개까지 거리는 짧지만 고도차가 있으니 오르막이 생각보다 힘들다. 지그재그 오르막을 두 번째로 따라 오르고 있는 연화가 힘겨워 보이지만, 나 역시도 힘이 든다. 그 외 팀원들은 아직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렇게 가파른 내리막 길에 위험을 무릅쓰고 산악자전거 라이딩을 하는 사람들과 교행을 한다. 대단한 담력이다. 만약 넘어진다면 상상을 할 수가 없다.
힘겹게 오르고 있는 연화.
물이 있는 쉼터가 나온다. 대피소의 잔해인지 목장의 잔해인지 모르지만 건물의 터였음은 분명해 보였다. 어젯밤 내린 비로 주변이 축축하게 젖어 물이 질척거리고 있지만, 마른 상태에 있다면 텐트 2~3동은 충분히 야영을 할 수 있는 전망 좋은 위치다.
도상 또는 선답자들의 기록을 참조하며, 이미지 트레킹을 할 때 엘레나 산장 전, 후에서 야영할 곳을 찾은 적이 있었는데, 이곳을 알았다면 야영지로 물망에 올렸을 것이다.
쉼터에서 엘레나 산장을 내려다보며...
오르막길이 계속된다. 하늘로 올라가듯 끝도 없이 올라간다. 저기가 능선인가 싶어 올라가 보면 아니고, 가보면 또 아니고 수차 반복 끝에 드디어 트레커들이 많이 쉬고 있는 절개지 낭떠러지에 도착을 하니 오늘의 끝 페레 고개가 아스라이 보인다. 배낭을 짊어진 체 팀원들이 오기를 기다린다. 드디어 절개지 너머 저기 보이는 안부가 오늘의 정점이고 고생 끝임을 알려주려고 ...
눈앞에 펼쳐진 이탈리아와 스위스 국경지대인 페레 고개로 가는 마지막 능선은 완만하여, 힘들게 올라온 트레커들에게 보상이라도 하듯 여유 있고 느긋하게 전망을 즐길 수 있다.
뒤 이어 도착한 팀원들과 합류, 허리 쉼을 하면서...
절개지를 휘돌아 페레 고개로 가는 길목에서...
연화.
원삼.
박군.
최 군
ek.
페레 고개를 향한 마지막 오르막을 연화가 선두를 치고 올라간다. 이번 TMB 트레킹 팀원 중에 가장 염려했던 연화가 힘들어 하면서도 의외로 분발을 하고 있다.
시작이 반이라고 오늘 일정을 마치면 TMB 완주가 눈앞에 있다는 희망을 주었기 때문인가.
페레고개 오름길에 마지막 스퍼트를 하고 있는 연화.
그랑조라스 동남면과 프레드 바 빙하와 몽돌랑
오가는 트레커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국경지대인 페레 고개가 눈 앞에 있다.
프레드 바 빙하와 산군들..
먼저 페레고개 정상에 도착한 연화와 최 군. 박 군이 쉴 자리를 찾고 있다.
뒤 따라오고 있는 ek와 원삼이...
ek 도착과 함께 마지막 원삼이도...
900m나 되는 표고차로 TMB 패스(고개)중 가장 힘든 오르막길 중 하나로 알려진 페레 고개(Grand col Ferrt 2,537m)는 황량한 민둥산이다. 국경이라고 해봐야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국경인 세이뉴(Col de la Seigne 2,520m) 고개나, 이탈리아와 스위스 국경인 페레 고개나 우리의 고정관념인 국경과는 너무 다르다. 아무리 유럽이 유로로 통합이 되어 있다고 하여도 국경은 분명히 검문소나 경비병들이 있어야 할 터다. 그런데 TMB 이정표와 경계석이 이탈리아와 스위스의 국경임을 알리고 있을 뿐이다. 딱히 거대한 알프스 산맥이 8개국에 걸쳐 약 1,200km에 달한다니 굳이 경계를 긋고 땅 가름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전망 좋은 사면의 풍광을 즐기면서 각자의 배낭에 들어 있는 식. 음료를 몽땅 털어내 허기를 채운다.
배낭을 탈탈 털어 허기를 면하고...
국경 경계석 탑과 원형 동판 (몽돌랑 산군과 떼뜨 드 페레 방향)
좌측 떼뜨 드 페레(Te'te de Ferret 2,714m) 봉 아래 사면 라 풀루(La Peule 2,071m) 내려가는 길.
페레 고개 십자상.
경계석에 TMB 이정 목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우리가 올라왔던 절개지 절벽과 발 페렛 계곡을 반추하며...
노짱 이탈리아에서...
스위스로...
연화 이탈리아에서...
스위스로...
최 군
원삼이 이탈리아에서...
스위스로...
ek 스위스에서...(어라~~)
이탈리아로...(촬영 순서가 바뀄냉...)
박군
삼촌과 조카.
무사히 TMB 이탈리아 구간을 마치고 스위스 구간으로 넘어간다.
7월 30일 TMB 출발지인 프랑스 샤모니를 출발, 8월 2일 세이뉴 고개를 넘어 이탈리아로 진입, 8월 6일 페레 고개를 넘어 스위스로 들어간다. 장장 8일째 장정이다. 가이드 팩 팀들이라면 가벼운 괴나리봇짐만 메고 산장에서 숙식을 하며, 차량 이동과 건너뛰기를 하면서 벌써 샤모니에 도착할 타임이다. 진행 중에 2~7명의 소 그룹 가이드 팩 팀을 2팀 정도 만난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TMB 구간 중 아직 3분의 1 정도 남아 있지만, 서두르지 않고 걸어갈 것이다.
페레 고개에서 최 군과 박 군의 사진을 찍는 사이 먼저 내려가던 원삼과 ek. 연화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원삼. ek, 연화가 기다리고 있는 길옆 목초지에 단체 트레커들이 한가로이 쉬고 있다.
완만하게 내리막으로 전개되는 라 풀루로 가는 길이지만, 거리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나무 한 그루 없는 민둥산 목초지 완경 사길을 자전거로 올라 페레 고개 정상을 경유하여 엘레나 산장까지 급경사 지대를 내려가는 라이딩 코스가 라이너들이 좋아하는 코스인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올라온다.
페레 고개를 오르고 있는 산악자전거 라이너들.
거의 평지 수준의 목초지를 걸어간다. 이런 평지 같은 완경 사길로 라풀루 산장까지 고도차 500m를 하강하려면 거리와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그래도 오르막길이 아닌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목초지 초원을 걷는다.
초원 트레킹로 좌우에 인위적인지 자연적인지 모르지만, 잘 조성되어 있는 목초지에 소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자연환경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고 살아가는 소들은 살아있는 동안만큼은 행복할 것이다. 소가 경계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간이 출입구와 고압 전기 철망이 설치되어 있다.
무심코 지나다가 전기 철망에 팔이 닿았는데 그 충격파가 어찌나 강력한지 온 몸이 찌릿하며 진땀이 나면서 머리가 어지럽고 띵해 온다.
목초지 간이 출입구와 고압 전기 철망이 설치되어 있다.
멀리 뒤따라 오는 팀원들에게 고압 전기 철망을 조심하라고 소리쳐 당부하고 내려간다. 초원을 가볍게 걷는 것 같지만, 변화가 없는 단순한 길이라서 그런지 지루하게 느껴지면서 피곤이 몰려온다.
페레 고개를 향해 올라 오는 한 무리의 한국인들과 교행을 한다. 20여명으로 구성된 혜초 여행사 팀들이다. 혜초여행사는 TMB를 우리와 달리 시계 방향으로 진행을 한다. 올 라운드 백팩킹으로 진행을 한다고 하니 부러움 반, 놀라움 반 시선으로 쳐다 본다.
편안한 평탄지 길이지만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팀원들.
선두와 후미 간의 거리가 너무 벌어져 간격을 맞출 겸 앉아서 쉬어 가기로 한다. 면서 기다린다.
환상적인 초원의 길인 것 같지만,...
라 풀루 산장 직전 완만한 지그재그 내리막길을 버리고 거리가 단축되는 급경사 직 등길로 내려가면서 뒤에 오는 연화에게는 지그재그 완 등사길로 내려오도록 한다.
떼뜨 드 페레(2,714m) 능선에 평화스러운 흰 구름이...
스위스 쪽 발 페레(Val Ferret) 계곡
직등길을 내려서니 저 멀리 라 풀루 산장이 보인다. 예전에는 목장용 건물이었는데, TMB 트레커들이 성시를 이루자 산장으로 개조를 하여 숙박보다는 음식과 주류 및 음료를 주로 파는 레스토랑을 주업으로 하는 것 같다.
라 풀루 산장(Alpage de La Peule 2,071m)
14시 35분 특이하게 나무 조각과 자갈이 깔려있는 라 풀루 산장 마당에 내려서자 보기 드문 에델바이스(솜다리 꽃)가 투박한 통나무 화분에 만발하여 반기고 있다. 그동안 알프스의 상징인 에델바이스를 여기서 보다니 반갑다. 선답 기록 사진에 보면 이 곳마당에 몽고텐트 2동이 설치되어 숙박객을 머물 수 있도록 한다는데 지금은 철거를 해버렸는지 보이지 않는다.
라 풀루 마당 가장자리에 피어 있는 에델바이스
산장 앞마당의 파라솔 그늘 자리는 이미 만원이다. 뙤약볕 자리만 비어있을 뿐, 쉴만한 자리가 없다. 배낭을 내려놓고 서성 되다가 하는 수없이 햇볕이 드는 자리를 잡고 앉아 우선 맥주로 목을 축인다.
그동안 간식만으로 허기만 면했을 뿐 식사를 못하고 여기까지 왔다. 30분 정도 내려가면 도로변 계곡에서 취사를 해서 식사를 하기로 하고, 산장에서 매식을 하지 않았다.
라풀루 산장 TMB 이정표
산장에서 맥주와 음료수로 목을 축이고 다시 길을 나선다. 라 풀루 산장에서 버스 정류장이 있는 페레 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짚 로드길과 산길을 따라 내려가는 길이 있는데, 팀원들의 만장일치(?)요구로 짚 로드로 내려가기로 한다.
역시 고도차를 극복하고 차량이 오르 내리기 위하여 만든 스위치 백(지그재그 )길인 넓다란 신작로길을 휘적 휘적 걸어 내려간다.
넓다란 신작로를 내여 오고있는 팀원들.
고도를 조금씩 낮추며 구비구비 돌아 내려가는 길.
드디어 황량한 목초지대를 지나고 수목지대가 나오니 웬지 마음도 싱그럽다. 따거운 햇볕을 피하도록 그늘까지 만들어 주니 걷기도 좋다. 이제 수목은 물론이고 사람 사는 곳으로 내려간다.
짚 로드 옆 수림지대에 열매가 빨갛게 물들어 가려는 마가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계획대로 였다면 주차장 옆 계곡 흐르는 물에 발 담그고 취사를 해서 늦은 점심을 해결할까 했는데, 어쩐 일인지 계곡에 흐르는 물이 흙탕물도 아니고 시커먼 물이 흐르고 있어 발을 담궈 보기는 커녕, 개울가에서 취사해서 밥 먹기는 아예 틀렸다.
하는 수 없이 버스 정류장이 있는 페레 마을까지 진행을 하기로 한다.
주차장이 있는 페레계곡 다리 거리.
계곡 물에 발 담궈 피로를 풀고 굶주린 배를 채울까 희망하고 내려 왔는데, 낙심천만의 심정으로 터벅 터벅 걸어오고 있는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나 역시도 수없이 희망이 절망으로 변한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였지만, 내색할 수없었다.그렇다고 팀원들이라고 그런 마음을 내색한 건 아니지만,...
레즈 아 드수(Les Ars dessous 1,802m) 삼거리로 걸어오고 있는 4인방.
4인방 보다 먼저 도착한 연화가 레즈 아 드수(Les Ars dessous 1,802m) 삼거리 이정목에서...
도로변에 세워진 많은 차를 보니, 등산객인지 휴가철 피서객인지 많이 왔을것 같은데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도로 윗편 산장과 야외 천막 휴게소.
오늘의 일정을 무사히 마친 원삼이 인증 샷.
ek 도 고생 많았습니다.
최군 과 조카도 수고 많이 했슈.
노짱도 수고 했슈.
페레계곡을 돌아보고... 언제 이곳을 다시 오려나.
페레마을 버스 정류장으로 발걸음도 가볍게...
스위스 국기가 휘날리는 예쁜 스위스 목가적인 주택 앞에서...
16시 17분 버스정류장에 도착을 한다. 이제 걷는것은 끝인가. 버스 정류장 옆에 배낭을 내려놓고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 시간이 17시11분이다. 여기서 무료하게 한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된다는 것과 라 풀리 마을 글레시 캠핑장까지는 30~40분 정도 걸린다고 팀원들에게 설명을 하여도 별 반응이 없다. 모두들 더 걷기 싫어서인지 말이 없다. 그런 팀원들에게 그냥 걸어가자고 내가 먼저 이야기 할 수는 없는 형편인데, 원삼이가 기다리느니 천천히 걸어 가 보자고 한다.
원삼이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나도 여기서 기다리느니, 한시라도 빨리 라 풀리 4성급 글레시 캠핑장으로 가자고 말하고, 배낭을 둘러메고 일어선다.
모두들 한 걸음이라도 더 걷기 싫은 것은 기정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캠프장이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모르는 불안한 마음이 앞서 한시라도 빨리 캠핑장에 도착을 해야 한다는 일념이 앞서 있기 때문이다. 어느 경우 최선 보다는 차선을 선택해야 할때도 있는것이다.
리더의 결단은 빠를수록 좋다.
페레마을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크고 작은 마을을 불문하고 성당인지 교회인지...
소니 미러리스 5000A 촬영
핸드폰 촬영의 차이
한 번정도 살아보고 싶은 스위스 시골 마을의 살렛
초지 보관 창고인가?
라풀리 마을로 내려오는데 웬 노인들이 내려가다가 한 노인장이 말을 건다. 대충 영어 단어 몇문장이 전부인데 한없이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스위스가 살기 좋다는 등 등...
우리가 좀 바쁘거든요. 강제(?)로 이야기를 중단하고 걸어간다, 페레마을에서 얼마 쯤 걸어 내려 오는데 버스가 올라간다. 우리가 기다렸던 버스가 페레마을 버스 종점으로 올라간다.
기다렸다면 저 버스를 타고 내려왔을 것이다. 아쉬운 눈초리로 쳐다들 본다.
라풀리 마을 초입
어라~~ 어느새 라 풀리 마을 초입인가. 페레마을에서 그렇게 많이 걸어 온것 같지도 않고,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은것 같은데, 이게 웬 횡재(?)인가..
다왔다고 안도의 웃음이...
일단은 벤취에 앉는다.
라 풀리 마을에서 제일 큰, 벤취 바로 옆 마트에서 식자재를 비롯한 먹거리들을 한 가득 산다. 장을 보던중 누군가가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고 하나씩 먹자고 하여 사가지고 온 아이스크림(우리 브라보 콘 같은)이 하나에 우리 돈 8,000원 이라고 말하자, 당장 맛이 없어져 버린다.
이것 저것 가득 본 장바구니를 나누어 들고 4성급 캠핑장으로 향한다. 페레 계곡 다리를 건너 조금 걸어가는데 캠핑장쪽에서 엘리자베타 산장 아래 작은 폭포 야영장에서 만났던 한국인 솔로 트레커를 만났다. 어쩐 일이냐고 묻자, 우리를 찾아 캠핑장에 다녀 오는 길이라고 한다. 아무튼 반가운 재회의 순간이다.
자기는 마을 호텔에 묵고 있으니 저녁에 캠핑장으로 놀러 오겠다면서 마을쪽으로 간다.
캠핑장에 도착을 하여, 팀원들에게 우선 입구 벤취에 배낭을 내려 놓고 쉬면서 기다리게 하면서 리셉션을 찾아 나서는 한편 3동의 텐트 자리를 물색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넓고 한가하게만 알고 있던 캠핑장 텐트 사이트가 의외로 만석이다. 텐트 3동을 설치할 만한 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빨리 텐트를 설치하고 팀원들을 쉬게 해야 할텐데 마음이 급해진다.
리셉션도 캠핑장 윗쪽 한 구석에 있어 찾기도 힘들었다. 어렵게 찾아 간 캠핑장 리셉션은 야영객 점수자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마음은 바빠 죽겠는데, 한 참을기다리다 차례가 되어 접수를 하면서 싸이트 번호판을 보여주며 그 싸이트에 텐트를 치고 싶다고하니 그 사이트는 이미 예약이 된 사이트라고 한다.(이와 같은 내용을 주고 받는 과정은 언어 불통으로 애를 먹는다)
글레시 캠핑장은 예약을 받지 않는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극 성수기라서 그런지 좋은 장소는 예약 번호판을 미리 붙여 논 모양이다. 결국 야영비도 선불로 받으면서 알아서 아무데나 텐트를 설치하라고 한다. 4성급 캠핑장이라고 알고 왔는데 모든게 개판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팀원들이 기다리고 있는 캠핑장 입구로 돌아와 팀원들과 이리 저리 텐트 칠 만한곳을 찾아보았으나, 별스럽게 좋은 자리가 없어 샤워장 과 화장실 그리고 개수대 가까운 곳에 텐트를 설치한다.
캠핑장 뒷편 멀리 몽돌랑 산군이 보이고, 몽돌랑 산군 너머가 오늘 오전에 지나왔던 엘레나 산장이 있다.
텐트 사이트에 텐트를 설치하고... (원삼이와 연화)
텐트들이 다닥 다닥 붙어 있다.
해질 무렵의 글레시 캠핑장
샤워장에서 샤워를 마치고 나오 던 연화가 발가락을 다쳐 엄지 발가락이 들고 일어나며 피가 나는 소동이 벌어진다.
그 동안 오랜 시간 걸어 오면서 엄지 발가락이 충격을 계속 받아 발톱에 멍이 들면서 고장이 난 것 같다. 원삼이가 이제 TMB 끝나는거 아니냐고 걱정을 하면 응급초치를 해준다.
그래도 다들 오랫만에 샤워장에서 몸을 씻고 나오니 기분도 좋아 보이고 생기가 난것 같다. 나 역시 기대와 완전히 다른 4성급 글레시 캠핑장에서 실망스런 첫인상이 조금 만회된 기분이다.
라 풀리 마을 마트에서 잔뜩 사 온 여러가지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고기를 구워 와인을 곁들여 저녁 만찬의 시간을 갖는다.
캠핑장 입구에서 만났던 라 풀리 마을 호텔에서 묵고있는 한국인 주氏도 약속대로 사이트를 찾아와 저녁 시간 자리를 같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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