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이동해야 하는 비행기가 ryanair이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싸서 질렀는데 이게 악명이 높단다. lot 항공도 악명이 높았는데 얘마저 그런다니 골치가 아프다. 메일이 온 걸 열어보니 프린트하라고 하는 거 같다. 네이버 검색을 해 보니 앱을 깔면 프린트를 안 해도 된다고 하면서도 그냥 속 편하게 프린트를 하란다. 나한테 온 표는 큐알 코드가 없다. 어떤 사람은 큐알 코드가 있고 어떤 사람은 없다.
오늘 나폴리를 가볼까 하고 생각을 했는데 포기했다. 인쇄나 하자.
숙소 사장님한테 근처에 인쇄해 주는 데가 있다고 해서 아침부터 가게를 찾아 나섰는데 잘 안 보였다. 도대체 어디서 인쇄를 해 주는지 어떤 가게인지 상세하게 설명을 안 해주고 나가서 오른쪽으로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복사가게가 많다고라. 한참 찾다가 여행사에 가서 쭈뼛거리며 눈치를 살피다가 직원한테 표를 보여주며 프린트 해 줄 수 있냐고 했더니 메일 주소를 준다. 휴. 다행이다. 무사히 인쇄를 했다. 0.5유로 들었다.
아침부터 진을 뺐지만 이탈리아는 오늘이 마지막이다. 어딜 갈지 생각도 안 했는데 이웃님이 정보를 주셨다. 고맙슴돠.
버스를 타고 포플라 광장에 내렸다. 여긴 분위기가 또 다르다. 미술관인지 박물관인지 전시를 하고 있지만 날이 화창해서 좀 걷고 싶어서 패스했다. 어디 커피 마실 데가 있나하고 살피는데 의자 놓인 곳에 커피값이 7유로를 한다.
커피가 금으로 만들었나.왜케 비싸노.
광장 옆에 초록이 공원이 보였다. 지도를 보니 공원도 있고 언덕도 있다. 그럼 올라야지.
언덕이 높지는 않아서 금방 올랐는데 엄청 너른 공원이 끝없이 있었다. 대박. 저 위에 있는 사람은 주위에 사람들도 많지 않은데 계속해서 노래를 부르고 쇼도 하고 있다. 노래도 우리가 아는 쉽고 흥겨운 노래였다. 어쩜 저리 계속해서 지치지도 않게 노래를 부르는지 끈기도 대단하고 열정도 대단하다. 멀리서 그늘에서 지켜보니 사람들이 팁을 주긴 하더라.
언덕에 또 언덕이 있다. 두 군데 뷰가 비슷하지만 위쪽이 바람이 불어서 더 시원했다. 위에서 로마를 보다니 꿈만 같다. 여기가 진짜 로마가 맞나!
보르게세 공원이 진짜 넓다. 날이 뜨거워서 도심은 걸어 다니기가 힘든데 여기는 숲길이라 그늘이 있어서 걷기 좋았다. 관광지는 더워도 사람들이 미어터지는데 여긴 거의 현지인들이 소풍은 온 거 같다. 그래도 곳곳에서 중국어가 들린다. 대단한 그들이다.
선남선녀들이 보트를 타고 있다. 20분에 5유로라 별로 부담이 없어서 그런지 많이들 타고 있다.
보르게세 미술관이다. 입장 시간이 있고 한 시간에 몇 명씩만 입장을 한단다. 한국어가 여기저기 들렸다. 궁금했지만 두세 시간은 기다려야 입장을 할 수 있을지도 몰라서 패스.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점심때가 되었다. 근처를 검색해 보니 가우디라는 피자 전문점이 있다. 이웃님이 나보고 맛있는 거 좀 먹으라고 몇 번이나 얘기하신다. 내가 제일 좋아하고 맛있어하는 건 오직 김치뿐인데. ᄏ 그래도 이탈리아이니 또 피자를 먹자구.
마르게리타를 주문했다. 음료는? 하고 물어서 메뉴에서 디카페인 에소프레소를 짚었더니 직원이 두세 번이나 그거 에소프레소라고 하면서 알고나 시키는 거냐고 의심스럽다는 듯이 자꾸 머뭇거렸다.
식당이 제법 큰데 사람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근처에 있는 사람들은 다 왔는지 종업원들은 정신이 하나도 없이 종종거리고 다녔다. 내꺼는 한 시간이나 걸릴란가 싶어 포기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금방 나왔다. 맛은 한국의 피자 맛과 비슷하다. 소시지, 햄.. 이딴 거를 안 먹으니 그런 거 뺀 피자는 몇 종류 안되고 맛도 별 차이가 없다. 이제 이탈리아 피자에 대한 환상은 없다.
우려하던 일이 생겼다. 쓰리심으로 3기가짜리를 3개월을 쓸 수 있는 유심칩을 사서 부다페스트에서 장착을 했다. 많이 쓰면 온라인으로 데이터를 살수 있어서 모자라면 더 사려고 했는데 쓸 일이 별로 없어서 아직까지 작동이 되었다. 근데 식당 앞에서 데이터를 켜 보니 안된다. 다 사용했나 보다. 오늘까지만 쓰리심이 작동하는 나라이고 내일부터는 쓸 수가 없어서 딱 맞게 되긴 했는데 지금이 문제다.
카타콤보를 갔다가 숙소는 어떻게 찾아 가노하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지도를 켜보니 위치를 켜 놓아서 화살표는 움직이고 있다. 다행이다. 화살표가 없어지지 않도록 짧게 켰다 끄면 될 거 같다. 정말 구글의 노예가 다 되었다.
길이 다행히 일직선이다. 저 녀석은 무슨 동물인지 목줄을 하고 산책 중이다. 사람들이 많이도 신기해했는지 내가 사진 한 장 찍자고 해도 시큰둥하게 고개만 끄덕인다.
카타 콤보를 찾아왔다. 꽤 멀었다. 입장료가 10유로고 오 분 전에 영어 투어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재빨리 카드 결제를 하고 직원과 함께 들어갔다. 사진 불가라고 해서 사진이 한 장도 없다. 영어 가이드 면 뭐 하나. 뭔 소리인지 모르겠고 눈치로 들었다. 기독교인들이 로마인의 박해를 피해 여기로 숨은 건 옛날 영화에서 본거 같다.
지하가 정말 미로였다. 가이드 없이는 못 들어가고 가이드 없이는 거기에서 길 잃어버리기 십상이더구먼. 개미굴 같았다.
되돌아오는 길은 구글의 화살표를 소중히 모시고 왔다. 길은 쉬웠다. 직진해서 가다가 기차역 쪽으로 가면 되었다. 지도마저 아웃되면 테르미니하고 외치고 다니면 되긴 했다. 숙소가 테르미니 근처라서 다행이다.
구글맵이 작동이 안 되니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길 안내 표시가 있나 살펴도 보고 방향도 익히고 있다. 비록 내일 떠나지만 말이다.
역 근처까지 제대로 잘 왔다. 가로수가 오렌지 나무다. 햐나 떨어지면 받으려고 손을 내밀었는데 야속하게 안 떨어지더라.
줄줄이 오렌지 나무.
역 근처도 그럴싸한 건물이 많네. 역시 길도 잃어버리고 걸어 다녀야 뭐든 볼 수 있다.
숙소로 들어왔다. 와이파이가 되니 살 거 같다. 다시 인터넷의 노예가 되었다. 메일도 살펴보고 숙소에서 온 메세지도 보았다. 나라 이동을 하니 다시 불통이 되는 폰이 걱정스럽다. 옛날엔 데이터 없이 어떻게 다녔는지 기억도 안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