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강 스트레스와 정신건강
1. 스트레스의 이해
우리는 흔히 이 시대를 스트레스(stress)의 시대라고 부른다. 미국의 한 연구 보도에 따르면 모든 질병의 75~90%는 스트레스와 관련된 질병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신경증(노이로제)’의 주범도 ‘스트레스’라고 알려지고 있다. 우리가 생활하는 사회가 점점 더 복잡해져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모든 요구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묘한 사회에 살고 있다. 많은 분야에서 스트레스를 말하고 있으나 명확한 정의로서 스트레스를 논하는 사람이 거의 없으며 너무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쓰이다 보니 혼란이 생기고 애매한 용어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너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어서 이미 버리기에는 중요한 용어가 되어 버렸다(양병환, 1991). 학문적으로는 정신의학을 비롯하여 병리학, 생리학 등의 의학분야와 심리, 사회, 경영 등의 행동과학 분야에서도 다수의 논문과 저서가 출판되었으며 아직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학자마다 다르게 정의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트레스학(stressology)이라는 학문도 등장하게 되었다(최애림, 1986). 인간이 지나치게 오랫동안 강도가 높거나 지속적으로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건강악화 및 정신장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2. 스트레스의 어원
스트레스(stress)는 라틴어에서 기원한 단어로 14세기 이후부터 사용되어 왔다. 초기에는 스트레스가 ‘고초’ ‘궁지’ ‘역경’ ‘고통’ 의 의미로 사용되었고 타인에 대한 압력의 의미도 내포되어 있었다. 이후 17세기에 로버트 후크(Robert Hooke)가 물리학에서 지탱할 수 있는 압력의 의미로 사용하였다. 그러다가 교량 같은 물리적 구조물이 견딜 수 있는 압력의 의미로 그 개념이 넓어졌다. 이후 20세기 들어서 스트레스와 건강의 연관성이 연구되면서 스트레스 개념이 확장되어 왔다.
Selye는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외부적인 자극을 스트레스 요인이라 부르고 긍정적 사건과 부정적 사건 모두가 스트레스를 일으킨다고 생각하였으며 긍정적 스트레스는 ‘eustress', 부정적 스트레스는 ’distress'라고 부르기도 했다. 1940~1950년대에 이르러 Harold Wolff(미국) ‘생활 스트레스에 의하여 영향을 받는 질환’ 을 발표하였다. 스트레스 반응에 수반되는 생리적 변화는 심장박동증가, 혈압증가, 발한, 근육긴장 등이고 이러한 변화는 각성(arousal) 또는 각성증가라고 기술되고 있다(Lader, 1975; Usdin, 1978; 양병환, 1991).
오늘날 스트레스라는 말은 ‘외부 환경에서 받는 물리적이고 심리적인 압력과 내부를 보호하려는 저항력 사이에 균형이 깨져 나타나는 신체적이고 정신적인 증상’을 의미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3. 스트레스의 개념
Seyle는 1930년대 말경 최초로 스트레스 개념을 제시한 사람이다. 그는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외부적인 자극 또는 원인을 ‘스트레스 요인(stressor)이라고 부르고 이러한 유기체의 소모적인 비특이반응(non-specific reaction)을 스트레스라고 하였다. 인류 역사를 살펴볼 때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는 것이었으며 인간 생존에 필요한 것이었다.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주고 항상성을 유지하여 신체 기능을 적정하게 작용하도록 하는 순기능의 역할을 하여 왔다. 그러나 신체적 혹은 심리적 위협이 지속되면 그 과정이 다르게 된다. 이를 한스 셀리에(Hans Selye)는 전반적 적응 증후군(general adaptation syndrome, GAS)이라고 하였다. 위험에 대하여 인간이 항상성을 유지하도록 신체적. 심리적 혹은 행동반응을 하게 된다.
1) 경고(alarm) 단계
신체가 자연환경에서 위험에 대한 가장 적응적인 반응인 ‘투쟁 혹은 도피’ 반응을 나타내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는 신체가 전반적으로 각성된 상태로 특정의 장기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투쟁 혹은 도피 반응이 성공적이면 신체는 항상성 상태로 돌아오게 된다.
2) 저항(resistance) 단계
스트레스 유발인자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거나 경고 단계에서 투쟁 혹은 도피 반응이 비효과적이거나 부적절하면 다른 반응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저항 단계에서 신체는 현재의 스트레스에 대하여 특정 장기 혹은 기능을 가져와 적응하게 된다. 예를 들면 면역 체계의 유지나 음식물 섭취 시 소화에 필요한 여러 장기의 정상적 신체 기능을 빌려와 적응하게 된다. 이 단계가 지속되어 다른 신체 기능에 필요한 자원이 고갈되면 신체의 손상이 나타나게 된다.
3) 소진(exhaustion) 단계
적응에 필요한 에너지가 제한적이어서 스트레스가 지속되고 위험요인이 사라지지 않으면 신체는 소진하게 되는 것이다. 소진 단계에는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장기와 시스템이 붕괴하게 된다. 그 결과 질병이 발병한다.
※ 생리학적인 측면
스트레스의 개념은 ‘생리적으로 일어난 모든 변화(자극)에 대하여 신체의 생리적 균형을 유지하려는 일반적 적응 징후’라고 정의하고 있다.
※ 심리학적 측면
스트레스란 ‘객관적인 요구와 유기체의 반응 능력간의 불균형이 아니라 지각된 요구와 지각된 반응간의 불균형적 결과’로 인식되었다.
※ 행동과학적 측면
‘환경과 개인의 부적합관계’정의하고 있다. 즉, 스트레스는 환경이 개인의 능력 및 요구를 해결할 수 있는 자원 이상의 것을 요구하거나 또는 개인의 욕구가 직무환경에 의해 충족되지 못함으로써 스트레스가 발생한다고 하는 것이다.
※ 조직심리학적 측면
산업현장에서 스트레스가 직무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연구에서 비롯되었다. 조직에서의 스트레스는 신체건강 및 정신건강과 관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결근, 전직, 직무불만족 등 직무성과의 관계가 경험적 연구결과 밝혀졌다. 여기서 직무스트레스는 “보통 직무와 관련된 요인들이 개인의 심신이 정상적인 기능을 벗어나도록 종업원에게 영향을 미치는 상황”으로 정의하고 있다.
4. 스트레스의 원인
스트레스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큰일에 직면했을 때나 어떤 특수한 요인에 의해서만 경험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아주 작은 일이나 자신의 성격적 요인, 내부의 욕구나 기대도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인이다. 여기에서 스트레스의 원인을 외부 원인과 내부 원인으로 구분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1) 스트레스의 외부 원인
(1) 생활환경의 변화
인생은 변화의 과정이며 생활변화는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Holmes와 Rahe(1967)는 생활변화에 따른 스트레스와 신체적인 질병과의 관련성을 조사. 연구하였다. 연구자들이 생활변화지수가 높은 것과 신체질환의 발병과는 정적인 상관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Holmes&Masuda, 1974; Dohren-went& Dohrenwent, 1974; Lahe, 1974). 생활사건이 많으면 위협이 되고 환경적인 압력이 된다. Lazarus와 Folkman(1984)은 ‘인간과 환경 간의 상호작용으로 개인이 가진 자원의 한계를 초과하여 개인의 안녕을 위협하는 현상’을 스트레스라고 하였다. 최근 많은 연구는 생활환경의 변화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 물리적 환경
기후, 물, 공기, 음식, 주거환경 등이 오늘날 우리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각종 자연재해가 증가하고, 자연 파괴에 의한 물과 토양, 공기 오염 등은 우리의 기본적인 생명 유지를 위협하여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소음은 짜증과 불쾌감 및 분노를 일으키고 인지능력의 저하, 수면장애 그리고 식욕과 성욕의 감퇴를 초래한다(김정호, 김선주, 1998). 주거와 직장 등 일차적인 물리적 환경의 과밀화는 현대인에게 정신적 피로와 스트레스를 주는 원인이다.
(3) 그 밖의 상황적 원인
그 밖의 스트레스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요인은 사람들과의 사회적인 관계에서 경험하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다. 타인의 무례함, 명령, 타인과의 싸움이나 시비, 가족간의 갈등, 고부간의갈등, 배우자와의 불화, 가족간의 대화단절 등은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2) 스트레스의 내부 원인
(1) 비현실적인 동기
스트레스 반응은 동기가 좌절되거나 동기의 좌절이 예상될 때 나타난다. 동기 자체가 크게 문제되지는 않지만 그것이 지나쳐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다른 건강한 동기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지 못해 결과적으로 개인과 사회에 해를 준다. 이렇게 문제가 되는 동기는 비현실적인 동기다. 부적절한 동기가 강하면 강할수록 그 스트레스 반응의 빈도와 강도도 더 클 것이다.
(2) 성격요인
① 자기지각
평소 생활하며 자기를 비하하거나 무력감, 희망이 없는 자아상 등은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② A형 행동
A형 행동유형은 자기 자신에게 과도한 목표와 요구를 부과하며 어떤 일이 생기기 전에 미리 걱정하는 특성으로 인하여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연구에 의하면 스트레스에 취약한 성격이 있고 스트레스에 강한 성격이 있다고 한다. 즉 A유형 성격은 스트레스에 취약해서 관상성 심장질환에 걸리기 쉽다는 보고들이 많다(Friedman & Rosenman, 1974).
③ 불안 반응성 성격
불안은 스트레스의 기본요소로 스트레스의 증상 내지 표현인 동시에 심한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반응에 지나치게 민감함을 보이며 문제를 최악의 상태에서 극단적으로 지각한다.
(3) 신체요인
일반적으로 몸이 건강하지 않은 사람은 생리적 반응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Sothmann, Horn, Hart,& Gustafson, 1987). 생리적 반응이란 스트레스원에 대한 반응으로서 심박률, 혈압, 스트레스 호르몬의 증가 등을 말한다. 비만이 스트레스원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비만은 여성에게 자기존중감의 동기를 좌절시키는 경향이 높다고 볼 수 있으며 비만 그 자체가 스트레스원이 되기도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음식 섭취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비만해지기 쉽다. 스트레스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스트레스 자체 때문이 아니라 이에 대한 각자의 반응이다.
5. 스트레스의 증상
1) 신체적(생리적) 증상
우선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신체에 이상이 생기는데 식욕부진, 피로, 두통, 소화불량, 근육통, 경직, 심계항진, 흉부. 복부통증, 구토, 사지냉감, 안면홍조, 땀, 잦은 감기 증상 등이 나타난다. 교감신경계의 작용으로 심장박동, 근육 혈액량이 증가하고 신체면역기능 저하, 스트레스 호르몬 방출하여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
2) 정신적(심리적) 증상
심리적으로 불안, 초조, 걱정, 공포, 우울, 분노, 좌절감, 의기소침, 짜증, 성급함, 인내부족 등 신경과민 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증상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위궤양, 고혈압, 심장병, 우울증, 불면증의 원인이 되며 심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무력감. 절망감에 빠져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3) 행동적 증상 : 안절부절함, 손톱 깨물기, 발 떨기 등의 신경질적인 반응, 과식, 과음, 과다흡연, 울거나 욕설, 비난이나 물건을 던지는 행동 등이 증가한다.